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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4년 11월 하순

11월 21일 ~ 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이준기, GD X TAEYANG, 김동완, 마마무, 에이핑크, 한승연&김다현, 제스트, 티아라, 문현아, 와썹, 엠블랙, 빅플로, 써니힐, 더 킹, 플레야, 신혜성&바닐라 어쿠스틱을 들어보았다.

11월 21일 ~ 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이준기, GD X TAEYANG, 김동완, 마마무, 에이핑크, 한승연&김다현, 제스트, 티아라, 문현아, 와썹, 엠블랙, 빅플로, 써니힐, 더 킹, 플레야, 신혜성&바닐라 어쿠스틱을 들어보았다.

Exhale
나무 액터스
2014년 11월 21일

조성민: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 같진 않지만, 이준기는 무척 꾸준히 음악 활동을, 그것도 일관된 방향으로 하고 있는 배우다. 물론 배우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수려한 가창력을 뽐내진 않지만, 의외로 댄스에도 일가견이 있고, 한 때는 그가 메인 모델인 광고 영상에서 콘서트 장면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었다. 은근히 꾸준히 유행해왔던 '아이돌형 배우 겸 가수'의 정석에 가깝지 않은지.


GOOD BOY
YG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21일

김윤하: GD와 태양이라는 이름값이나 커리어를 떠나 오랜 친구가 만나 노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이들의 소회 그대로다. 두 사람의 이름을 듣고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분명 실망스럽겠지만, 작업실에서 끄적끄적하고 싶고 놀고 싶은 대로 편하게 만들어도 ‘이런 곡’과 ‘이런 비디오’가 나오는, 지금의 YG를 있게 한 젊은이들의 현재를 목도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트랩 비트에서 블링블링한 스타일까지, 특별할 건 없지만 모두에게 익숙한 YG 종합 선물세트.

MRJ: 전형적인 YG 트랙으로, 어느 면에서든 굉장히 창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법 즐길 만했다.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트렌디하게 인상을 남긴 여러 가지 사운드를 활용하는데, 사뭇 유니크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어레인지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전에 들어본 듯하지만 확실히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를 곡이 되었다. 지드래곤은 분명 이것보다는 창의적인 곡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본다. 다음의 비디오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JUuME1FIRg

유제상: 향유층이나 소구층이 다른 건 알겠는데, 예를 들어 일리네어가 swag을 하면 키들거리는 농담 같지만 얘네들이 하면 진심으로 스스로를 그렇게 믿는 것 같아서 두렵다. 이런 뜬금 없는 우려와 더불어 권지용과 동영배의 보컬톤이 심하게 겹치는 것도 문제. 빅뱅 음반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의도된 것이라 생각하자. 너무 친하니까, 둘이 비슷한 소리를 냈던 클론처럼. 물론 이 곡을 클럽에서 들을 때의 인상이 다를거란 생각 또한 아니 할 순 없지. 알아요.

조성민: 예전부터 YG는 항상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한 트렌드를 한국에 가장 먼저 들여오고자 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최근에는 이런 노력들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트랩이 국내에서 유행한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무려 GD'와 '무려 태양'의 조합을 굳이 이런 방식으로 풀어가야 했나 하는 의문도 든다. 상대적으로 태양이 녹아들기 힘든 장르를 선택해서 GD의 존재감만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마저도 기존의 GD 솔로 앨범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큰 파격이나 신선함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GD&TOP의 조합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둘의 존재감이 곡 안에서 잘 드러나면서도 잘 섞여들어갔기 때문이었음을 기억해보자. 이것은 최근 YG가 시도하고 있는 콜라보레이션들 작품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He
씨아이 ENT
2014년 11월 21일

미묘: 가벼운 피아노와 퍼커션 같은 어쿠스틱 기타가 바람처럼 훑어주는 가운데 활강하는 듯한 멜로디가 청명하다. 힘있는 곡이라 보컬이 조금 더 다이내믹하게 나와줬어도 좋았을 듯하지만, 중심에 힘을 간직한 채 오버하지 않으면서 살짝 누르고 지나가는 보컬도 좋은 밸런스를 보인다. 의외일 것은 김동완이 이런 곡을 부른다는 것뿐인 안전하고 정격적인 곡이지만, 잘 갖춘 정통파 스타일이 포근하면서 상쾌하다. 햇살 좋고 바람 쌀쌀한 날에 듣고 싶어지는 곡. 경력에 대한 예의로, Discovery는 붙이지 않겠다. ;)

유제상: 언더바(_)가 제목에 들어간(오타인 줄 알았다) 'He_Sunshine'을 수록한, 그야말로 간만의 단독 싱글. 최근 동시대 활동한 가수들이 여럿 나와서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서로 뽐내는 와중에, 홀로 세련된 곡을 발표하니 반갑다 못해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전주부터 후렴구까지 기교부림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 일관된 담백함을 내는 곡. 캐나다 홍보영상 같은 단조로운 뮤직비디오도,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곡에 어울리는 것 같고 보기 좋다. 동년배의 정을 드리니 받아가소서.

조성민: 이미 멤버들이 직접 대응해온 전적(...!)이 있기에, 신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늘 무척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신화는 완전체에서도 솔로 활동에서도 항상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왔던 것 같다. 사실 이 싱글도 만듦새에서 큰 흠을 찾기가 힘든 데다가, 신화나 김동완이 아직 미숙해서 더 성장할 필요가 있는 상태의 가수들도 아니기에, 충분히 듣기 편하고 팬서비스의 의미도 갖추고 있는 이 싱글은 신화 음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그저 다른 복잡한 생각 없이 마음껏 즐기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완전체 신화나 여타 솔로 앨범 활동을 하는 멤버들에 비해 김동완의 음악적 방향성은 조금 모호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것 역시 크게 문제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거죠. 헤헤.


Piano Man
WA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21일

김윤하: 데뷔부터 우월한 보컬 실력을 앞세우며 전형적인 아이돌보다는 안무가 곁들여진 보컬그룹에 가까워 보였던 그녀들이 본격적으로 본성을 드러낸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꺼낸 본성이 살짝 무안해지는 정도. 원더걸스를 제외하면 한국땅에서 물랑 루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 곡들이 별 재미를 못 봐왔다는 전력과 곡조와 스타일링 덕분에 대상 연령대가 높아지며 소구층이 더욱 애매해져 버렸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후속타가 조금 걱정스러워진다. 비슷한 노선이었지만 산뜻했던 'Mr. 애매모호'의 산뜻함이 그립다.

MRJ: 올해의 컴백작 중 특히 마음에 들었으며, 올해 케이팝 최고의 곡 중 하나이다. 이전부터 마마무의 보컬 실력이 눈에 띄었지만, 그룹으로서 온전히 주목하게 된 것은 '피아노맨'이 처음이다. 이젠 팬이 됐다 해도 될 것이다. 그룹의 보컬 실력에 꼭 들어맞는 곡으로, 다양한 재즈와 랙타임(Ragtime) 스타일을 현대적 팝과 멋지게 섞어 놓았다. 캐치한 보컬 파트는 마마무 멤버들이 완벽하게 소화해내는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나 패티 라벨(Patti LaBelle)의 영향도 엿보인다. 다음의 비디오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LsoehtCQ1M

유제상: 1. Mr.애매모호 이후 5개월만의 컴백. 2. 노래가 기존작들에 비해 더 복잡해졌다. 아니 좀 난삽해졌다. 복고풍의 멜로디를 깔아두고 그 위에 재지한 보컬, 전형적인 아이돌의 랩까지 얹었으니까. 3. 멜로디를 잘 뽑는 그룹이라 생각했는데 '피아노맨'을 들으니 아닌 듯도. 좀 더 지켜보아야겠다. 끝으로 더 이상 국적불명의 <화양연화>틱한 벨 에포크 이미지가 우리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일이 없기를 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참 신기하다. 어떻게 신인 그룹한테서 이런 분위기가 나올까. 'Mr.애매모호'의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던 소개에 이어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있었는데, 그들이 꺼낸 카드는 고급스러운 편곡의 레트로 사운드. 딱히 흠 잡기 힘든 수준으로 스윙 재즈를 타고 노는 모습이 충격적일 정도로 인상 깊다. 이미 음악은 아이돌 팝 바깥에 위치해 있는데, 멤버들의 개성을 소구하는 방식이나 무대 퍼포먼스는 철저하게 아이돌의 것을 가져온 느낌도 있다. 청중이 기꺼이 동경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갖추고 있다, 그것도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에. 빗대자면, 매번의 무대가 <슈퍼스타K3>의 생방송 무대에서의 울랄라세션을 보는 것 같다. 아이돌의 모습을 한 빅마마가 필요했던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추천하겠다.


Pink LUV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24일

김윤하: 걸그룹의 성공코드를 섹시에서 청순으로 돌리게 만드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공은 인정하지만, 그 공을 이렇게까지 안일하게 차버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타이틀곡 ‘Luv’ 뿐 아니라 수록곡 대부분이 원곡의 효과음까지 그대로 따온 성의 없는 리메이크처럼 들리는 탓에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메인보컬들의 목소리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장기적인 전망으로 볼 때 본인들의 커리어 하이가 될 ‘Mr. Chu’의 후속작이 이 앨범이었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미묘: 타이틀곡인 'LUV'에 관해서는 이미 할 이야기를 다 했다. 그 외의 수록곡 모두가 15년 전 리바이벌이라기보다 그저 '우라까이'로 이뤄졌으며, 오로지 그것 외의 그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올해의 재앙.

조성민: 일명 '금강막기' 댄스와 커튼을 소재로 한 듯한 의상으로 회자되고 있는 에이핑크의 신보. 늘 에이핑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숙'을 다루게 될지 궁금했는데, 아직까지는 답을 찾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앨범이 그 답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단상이기도 하다. 앨범 발매 직전의 일련의 논란들을 해쳐나가는 방식과 에이핑크의 행보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방식 모두가 오리무중에 있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연 이 앨범과 신곡이 과연 에이핑크의 이름을 달고 있지 않았어도 지금만큼 인기가 있었을까 싶어진다. 정은지의 보컬은 여전히 앨범 전체를 '하드캐리' 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의 역할은 여전히 정은지를 서포트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도 쭉 고수하겠다고 '선언' 해버린 이상, 가볍고 청순한 컨셉과 안무를 이제와서 다른 스타일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이 와중에 커리어가 쌓이면서 레퍼토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거의 항상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걸그룹 히트작들을 레퍼런스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레퍼토리의 고갈은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확실히 위기다.


저 별까지 들리게(기타와 핫팬츠 OST)
무비 클로저
2014년 11월 24일

조성민: 얼마 전 솔로 앨범을 발표했던 니콜보다 한승연이 차라리 솔로 가수로서의 존재감은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고 쨍한 음색이라 다른 가수와의 듀엣이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상당한 케미스트리를 보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고, 무게중심을 빼앗기지 않는 점도 꽤 놀랍다. 한승연이 이렇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줄 아는지 미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My All
제니스 미디어콘텐츠
2014년 11월 24일

미묘: 중고역이 칼칼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가 보컬은 어색해! (개복치 풍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곡은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무난한 편인데, 보컬의 발음, 발성, 호흡, 연출, 음정 처리 모든 것이 너무 뻣뻣한 탓에 무난 이하의 범주에서 오락가락한다. 메인 보컬의 음색이나 발성을 보면, 곡풍 자체가 걸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조성민: 정말 미안한 이야기이고, 평자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도 스스로 의심이 되긴 하지만, 스타일링과 '비주얼'에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다. 일단 노래 자체가 완성도 때문이든, 멤버들의 보컬 때문이든, '들을 맛'이 없기 때문에, '볼 맛'으로라도 승부해보려는 노력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조차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대중들이 아이돌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모든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기준 미달'이다.


Little Apple
코어 콘텐츠미디어
2014년 11월 24일

김윤하: 중국의 메가 히트곡을 가사까지 그대로 가져온 점이나 티아라 N4 2기 같은 4명의 정예멤버로 무대를 구성한 점, 중국 간판 예능프로그램 출연 스케줄이 잡혀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성긴 노래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중국 시장에는 친숙하게 어필할 지 모르겠지만, 한국 팬들에게는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이후 가장 많은 외국어가 삽입된 곡이라는 정도의 화제성을 제외하고는 어떤 매력도 갖기 힘들어 보인다.

미묘: 본격적으로 중국어를 섞어 넣은 케이팝의 효시라고 생각하면 무척 흥미롭다. 엔딩 크레딧에 유쿠 스태프가 포함됐다는 것도 재밌다. 매번 허를 찌르니까 넋이 나가게 되는 게 티아라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강남 스타일'과 '티아라의 가장 빛나던 시기'에 노란 트레이닝복까지 버무려 넣은 것에 아쉬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뉴오더 풍미의 신스팝을 부르는 티아라라니 유쾌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곡 자체는 좀 맥 빠지는 사운드와 멜로디. 이 곡의 비디오에서도 숱하게 인용되는 티아라의 호시절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곡의 만듦새가 좋았더랬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좋아
스타제국
2014년 11월 2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아이돌이 인디 뮤지션과 협업하거나 인디 팝을 리메이크 하는 것은 이제 꽤나 익숙해졌지만, 아이돌 스스로가 인디 팝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고 싱글을 내는 것을 평자는 처음 본다. 이 '문현아'가 나인뮤지스의 그 '문현아'가 맞는지 크레딧을 한 번 더 확인했을 정도. 자주 듣는 장르의 노래가 아니어서인지 평자의 귀에는 꽤나 신선하게 들리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듣고 계시는지 궁금해서 일단 추천해본다. 그나저나, 고양이 이름이 호야인가봐요. 저도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호ㅇ...(그만)


Showtime
마피아 레코드
2014년 11월 2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하면 되는 아이'였던 것일까. 걸그룹에게서 이런 힘과 패기를 느껴본 것은 오랜만이라 더욱 반갑다. 슬슬 다른 돌파구를 찾아보려 할 법도 하건만 본래의 색깔을 더욱 강하게 내세우면서 조화를 취했다. 장르적으로도, 캐릭터적으로도 그렇다. '쎈 언니'와 팝 보컬, 상대적으로 소녀적인 목소리, 과감한 섹슈얼 코드의 스왝, 랩 듣는 재미와 거친 매력이 숨 돌림 틈 없이 몰아치며 강한 흡인력을 과시한다. 다소 느끼할 수도 있을 '안아줘'마저 상당한 설득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음반 전체에 걸쳐 조성된 장르적 색채와 월등하게 좋아진 보컬리스트들의 운용 덕분일 것이다. 듣는 이에 따라 어그로마저 느낄 나다의 큰 비중 또한 근사하게 '작동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유제상: 이상하다. 분명 캐롤도 부르고 월드컵 응원가 비스무리한 것도 불렀던 것 같은데... 전혀 상상했던 바와 다르게 돌아온 와썹의 신보. 다만 상상했던 바와 다를 뿐 기대했던 바에서는 크게 어긋남이 없이, 근자에 듣기 힘든 광포한 사운드를 내지른다. 타이틀곡 '시끄러워U'와 이 곡의 클럽믹스가 특히 만족스럽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2년 간 시즌송을 불러야했던 이들에게 이번 회차의 디스커버리를 바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정말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거의 역대 모든 '쎈 언니' 걸그룹들이 갖고 있던 수준의 존재감 아닐까 싶은데, 문제는 그 어떤 장르보다도 '걸스 힙합'이라는 장르가 아직 굉장히 마이너하다는 데에 있다. 그러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이들에게보다는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대중들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라건대 이렇게 마이너한 장르의 아이돌도 꾸준히 나와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겨울
제이튠 캠프
2014년 11월 25일

김윤하: 다른 보이그룹들에 비해 유독 채도 낮은 끈적한 어른의 노래가 어울리던 이들이 택한 새 답안지는 자가제작 발라드다. 승점은 썩 나쁘지 않다는 점, 패점은 그 정도의 결과물이 몇 장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프라이머리와 자이언티, 휘성 등 자신들의 바운더리 안에서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채 결국 기약 없는 휴식기에 들어가야 하는 이들의 뒷모습이 처연한 수록곡들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앨범에 대한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이들의 미래에 건투를 빈다.

미묘: 비장한 피아노 인트로부터 해서, 낡은 분위기의 곡들이다. 정통파의 매력을 잘 살린 프로덕션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런데도 묘하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날씨 탓일까. '녹 (Unplugged ver.)'처럼 고전적인 JYP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곡이 생각지도 못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것에서 힌트를 찾는다. 아카펠라 풍의 화음을 구사하면서도 그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보다, 묻혀 넣은 반주로 절제하면서 본연의 '노래'를 지탱하고 있다. 다소 연식이 있는 분위기의 발라드라면 더욱, '워낙 잘 부르는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기도 쉽건만, 각 곡의 틀 너머로, 각자의 포지션 바깥으로 조금도 넘쳐나지 않고 노래하는 목소리가 곡에 능숙하고 매끈하게 달라붙어있다. 그야말로 '좋은 음악'을 이룬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듣고 있다 보면 마치 얼음 속에 있는 것 같다. 차갑지만 반짝거리고, 영롱하지만 물기 어린, 그런 얼음 같은 앨범이다. 그래서 내 손으로 꼭 쥐어서 녹여주고 싶은, 그런 앨범. 이런 작품을 두고 'Swan song'이라고 하는가 싶을 정도다. 물론 이것이 엠블랙의 마지막 앨범은 절대 아니었으면 하고, 어서 내우외환을 딛고 엠블랙이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게 좋은 아이돌 발라드 앨범은 개인적으로는 거의 10년만에 처음 듣는 것 같다. Discovery를 붙여주고 싶은데, 엠블랙이 듣보도, 신인도 아니라서 붙여줄 수 없어 아쉽다.


Second Flow
에이치오 컴퍼니
2014년 11월 25일

미묘: 우악스러운 난장 느낌을 강조하며 시작되는 'Bad Mama Jama'는 다소 뻣뻣한 영어 발음마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 후렴에서는 시원하게 뻗어가는 스트레이트한 팝으로 넘어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그 전환은 제법 매끄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신비해라, 두 풍경의 교차가 조금 더 급작스러운 'Beautiful Girl' 쪽이 밸런스 면에서는 오히려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다 안전하게 조합된 발라드성의 '가끔'을 포함해, 결국 이 팀의 '팝' 부분의 입맛이 호오를 가른다. 그것은 이 음반의 '난장' 부분이 아슬아슬하게 '난삽' 직전에 멈춤에도, 충분히 선명한 포인트를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팀 컬러에 가장 잘 맞는 배합을 찾기 위한 세 개의 모델. 그런 접근을 높이 평가하고 싶으며, 부디 조만간 좋은 결론을 찾아내길 기원해 본다.

조성민: 보급형 블락비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빅플로의 두번째 미니앨범. 여담이지만, 얼마 전 모처에서 빅플로의 '붉은 노을(빅뱅)' 커버 무대를 본 적 있었는데, 정말 블락비 같았다. 이들에게서 자꾸만 블락비가 느껴지는 이유는 멤버들을 곡에 배치하는 방식이 블락비와 거의 똑같기 때문인데, 버스를 채우는 러프한 톤의 래퍼 하나와 후렴을 소화하는 여린 톤의 보컬 한두명, 그리고 어김 없이 등장하는 떼창 파트가 바로 그러하다. 게다가 이들의 비주얼('외모'가 아니다) 역시 그저 장르적 유사성이라고만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블락비를 연상하게 한다. 물론 모든 후배들은 선배들을 모방하면서 성장한다지만, 파이 뺏기 싸움에서는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그대로 따라만 가다가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할 확률이 크다.


지우다
로엔트리
2014년 11월 27일

미묘: 댄서블한 비트와 리얼 드럼에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스트링이 함께 얹히고, 파트에 따른 분위기의 변화도 크다. 체하기 좋은 상황이지만 함정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다. 특색을 잘 살리는 보컬의 배치와 함께 길게 늘어선 후렴과 훅의 구조가 늘어질 만하면 한번씩 바닥을 박차고 움직여주는 추진력을 부여한다. 가요적 색채의 비중이 애매하다면 애매한데, 적당한 축축함을 제공하는 곡의 청사진 상에는 잘 들어맞는 함량이다. "Here I am"이라는 마지막 가사와 함께 비정하게 끊는 피아노가 인상적.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한 곡 안에 여러 장르들이 혼재되어있는데, 보컬을 중심으로 각 파트가 유기성을 갖추고 변주되고 있다. 악기 반주 위에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보컬 멜로디 위에 악기를 쌓은 느낌이랄까. 듣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 곡이다. 써니힐 특유의 동화 같은 스토리의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Destiny(운명)
가온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28일

미묘: '무슨 생각인지...' 싶은 이름이지만 의외로 곡은 재밌다. 화성이 거창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앞뒤로 빠졌다가 들어가곤 하는 백업 보컬의 레이어들이 좋은 균형을 보인다. 다양한 신스가 사용되는 것도 제법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주는데, 후렴은 사뭇 듣기 편한 멜로디로 구성돼 지나치게 번잡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곡 전체가 '이거다' 싶은 선명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 편. 워블 베이스나 칩튠 사운드 등도 조금은 '합성 필수요소'처럼 느껴진다.


영화처럼(Like A Movie)
아울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28일

미묘: 아이돌 클리셰로서 "영화"가 BAR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고 싶을 때 돌려볼 수도 있게"라는 가사는 꽤 참신하게 들린다. 기타 위주(와 프로그래밍 된 드럼)의 정격적인 팝/록 스타일 자체의 매력도 있다. 굉장히 좋은 곡이냐 한다면,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제외하면 결국 심심하게 흘러가 버리는 곡이다. '가끔은 그런 곡도 나쁘지 않다'는 말로 덮고 가기에는, 수수한 팝/록이란 게 결코 보기처럼 만만치 않은 스타일인 것도 사실. 플레야가 정말 괜찮은 작업을 내줄 날을, 아직은 좀 더 기다린다.


Once Again #5
라이브웍스 컴퍼니
2014년 11월 28일

조성민: 굉장히 세련된 발라드였던 '첫사람'이 CCM으로 재탄생했다. '그대'를 '주님'으로만 바꾸면 완벽해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CCM은 절대로 스스로 찾아서 듣지 않는 장르의 음악이라 이 노래에 대해 더 할 말은 없지만, 아무리 스스로를 망칠 권리는 스스로에게 있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좋은 기억까지 바꾸려고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 '다시 부르기' 프로젝트는 '사랑...후에' 정도를 빼면 거의 다 기대 이하였던 것 같은데, 혼자서도 충분한 보컬리스트가 요즘 왜 자꾸 ('S'를 포함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빨리 솔로로 신보를 발매해줬으면 좋겠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