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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4년 11월 초순

11월 1일 ~ 1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라붐, 디오(EXO), 스피카, 헬로비너스, 칠학년일반, 지코, 발리언트, 크로스진, 틴탑을 들어보았다.

11월 1일 ~ 1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라붐, 디오(EXO), 스피카, 헬로비너스, 칠학년일반, 지코, 발리언트, 크로스진, 틴탑을 들어보았다.

Petit Macaron(Data Pack)
NH 미디어, 내가 네트워크
2014년 11월 3일

맛있는 파히타: 막춤을 추던 아이들이 인형들로 다시 돌아왔다. 무드스윙을 타던 아이들이 이제는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변해버렸으니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하겠다. 곡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과거지향적이고 또 한국 대중 취향을 노렸다. 최근 아이돌의 새로운 경향은 자극적인 부분들을 줄여나가고 감정선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데 이와 맞물린 과거 회귀적 경향성은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신파로 변해가는 모습이 조금 아쉽다.

미묘: 비디오는 다소 뻣뻣하면서 엉뚱한 동작이 모에 포인트를 더했던 전작의 전략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멤버들의 외모와 표정이 가진 매력을 잘 보여준다. 스타일링 취향이 맞지 않아도 납득할 만. 곡에 사용된 소스들도 고전적이지만 매력적인 질감으로 각자의 자리를 착실히 지키고 있고, B 파트로 들어서면서 사운드가 크게 열리는 느낌도 좋고, 후렴의 가사와 멜로디가 찰지게 달라붙은 것 또한 기분 좋다. 그러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My Style'과 '어쩌다'를 뒤섞은 듯한 후렴의 멜로디와 사운드 운용은 아무래도 조금 낡은 느낌을 준다.
마감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다시 들어보다 보니 상당히 달라붙는 중독성이 있다. 역시 익숙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유제상: 금년 8월 "PETIT MACARON"으로 데뷔한 라붐의 두 번째 싱글. 기존 싱글의 세 번째 곡이었던 '어떡할래'를 타이틀로 삼고, 여기에 신곡 'Winter Party'를 덧붙였다. 타이틀의 경우 전주의 실로폰 소리가 5초 남짓 더 길어졌다든지, 배경음을 줄이고 멤버의 목소리가 더 생생히 들리게 하는 등의 조정을 거쳤다. 전반적으로 'My Style' 무렵의 브라운 아이드 걸즈 노래를 듣는 듯한데 글쎄. 사실 평자 입장에서는 그런 사소한 일보다는 'Data Pack'이라는 싱글 부제나, 기존 곡을 다시 싱글 커트한 이유가 더 궁금하긴 하다.


카트 OST
명 필름
2014년 11월 3일

조성민: '외침'은 멜로디에서 민중가요의 비장함까지 느껴지지만, 가사나 편곡은 오히려 굉장히 세련된 발라드곡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무려 아이돌(!)이 부른 노동 영화의 OST 타이틀곡이다. SM 아이돌 특유의 유영진식 R&B 창법을 버리고 순수한 청년의 목소리로 곡을 해석한 디오의 보컬은 분명 괄목할만한 부분. 이렇게 되면 앞으로 나올 엑소 앨범에서도 억지로 유영진식 R&B 창법을 고수하게 하느니, 멤버들 보컬 본연의 색깔을 찾아주는 것이 훨씬 양질의 앨범을 만드는 방법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Autumn X Sweetune Special 고스트(Ghost)
B2M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5일

미묘: 스피카는 맑은 느낌의 록을 부를 때 참 괜찮은 그룹이다. 긴 서스틴의 일렉 기타가 M7과 9노트 위에 걸쳐지면서, 절제된 패드, 백업 보컬과 함께 아련하게 뻗어 나가는 정취를 근사하게 그려낸다. (보컬 솔로가 다소 '채워넣어진' 듯 과잉하다는 게 아쉽다.) '감성 록'에서 질척거리기 십상인 피아노 아르페지오도 딱 좋은 선에서 통제된다. 소녀적인 예쁨과 절절한 감정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잡아낸 가사와, 호소력 있는 보컬의 매력도 물씬. 단단하면서도 풍성하고, 깊으면서도 맑은 곡.

유제상: 언제 했나 싶은 스피카.S 시절을 지나 다시 돌아온 스피카. 노래 실력을 마구 뽐내지는 않아도 안정적으로 보이며 신곡을 부르는 모습이 이제는 익숙하다. 노래가 잔잔하여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점 또한 (늘 그랬듯) 이제는 탈피했으면 싶은 바이긴 한데, 이러한 현상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보니 이젠 그냥 '팀 컬러가 잔잔함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써니힐 같은 모범생 스타일로 꾸준하게 가려는지도.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데뷔곡 'Russian Roulette' 다음 싱글이 이 노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멀리 돌아온 건 아닌지. 보컬 자체가 최근 걸그룹씬 안에서 독보적인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 포인트를 만드는 것보단 이렇게 무난한 듯한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스피카에게는 가장 잘 맞는 옷이 아닐까. 노래를 잘하면 노래 잘 하는 걸로만 홍보해도 된다구요.


Hellovenus 4th Single 끈적끈적
판타지오 뮤직
2014년 11월 6일

맛있는 파히타: 데뷔부터 기대를 놓지 않았던 헬로비너스가 멤버 교체를 단행하고 6인 체제로 돌아왔다. 멤버 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느냐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 타이틀곡 '끈적끈적'은 씨스타의 '나 혼자'부터 AOA의 '짧은 치마', '단발머리', 그리고 최근 릴리즈한 '사뿐사뿐'까지 답습해온 용감한형제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새롭게 돌아왔다는 느낌보다는 '또?' 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심지어는 뮤직비디오에 늘 찍혀나오는 캘리그래프로 적은 타이틀까지도 동일하다. 이런 거 그만하자.

미묘: 이 음반이 작년 쯤 발매되었다면 즐겁게 들을 수 있었을까. 판단하기 어렵다. 용감한 형제 프로덕션의 안 좋은 점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동어반복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맬릿 사운드가 추가되고, 낮게 깔리는 일렉 피아노가 있긴 하나, 브라스와 오르간을 포함해 모든 사운드와 모든 편곡 요소가 이미 지겹도록 들은 것들이다. 평소보다 리버브의 차가운 질감과 보컬의 고음역이 강조돼 들려, 용감한 형제의 야비한 느낌을 강화하는 점이 그나마 차이점이다. 그러나 그 야비한 매력 또한 맛볼만큼 맛본 지금에 와서, 그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MRJ: 이 곡은 다소 뻔하며 아무 설득력이 없지만, 완전한 실패작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보컬은 기본적으로 곡을 이끌어나가기에 충분한 만큼을 해낸다. 그러나 그 이상의 장점은 없으며, 곡 전체에 걸쳐 보컬이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곡에서 내가 보는 진정한 문제는 독창성 없는 작곡과 프로덕션이다. 곡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이렇다 할 에너지도, 역동성도, 음악적 진전도 없다. 한번 들어보고는 바로 잊어버리게 되는 곡.

유제상: "조금은 놀라게 될지도 몰라"라는 인트로의 경고(?) 이후에 만나는 노래들은 '섹시해진'이라기보다는 '덜 귀여워진' 인상의 곡들이다. 멜로디, 가사, 뮤직비디오의 시각 이미지 모두가 (평자가 거의 매일 만나는) '여대생 1, 2학년 느낌'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되,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다소 생뚱 맞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여름에 복귀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성민: 멤버 교체와 노선 전환 등 여러가지 이슈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앨범을 들어보았지만, 앨범과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촌스러움에 실망했다. 멤버들의 재능과 청춘이 낭비되는 느낌. 이렇게 촌스러울 거면 잘하지나 말지.


이별파이팅
다른별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7일

맛있는 파히타: AKB48이나 노기자카46의 한국판 같은 느낌이 풍기는 팀이고, 또 그런 곡이다. 음악이나 퍼포먼스적인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야겠지만, 학생치고는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점도 문제고 세트장도 너무 좁고 답답한 것도 문제고...안타까운 점이 많다.

유제상: 칠학년일반, 이제 데뷔한 지 열달여, 발표한 노래 세 개, 모두 응원곡, 처음 노래는 오빠 응원, 두 번째 노래는 아마도 팬들 응원, 이번 노래는 불특정 다수 응원, 이전 노래가 90년대 뮤지션계 노래의 여성보컬판이었다면 이번 노래는 왁자지껄한 야구장 응원가. 칠학년일반에 대한 후속 리뷰가, 뒤에 계속 쉼표만 달아도 될 것인지 아닌지는 이들 손에 달렸다.

조성민: 혹시 KBS나 EBS에서 새롭게 어린이나 로우틴 대상의 시트콤이나 드라마를 새로 기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 노래를 오프닝 주제곡으로 사용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Tough Cookie
세븐시즌스
2014년 11월 7일

미묘: '문제의 단어들'은 최대한 쎈 가사를 쓰면서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게 이 곡의 나무라고 한다면 숲은 더욱 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아이돌 세계에서 보자면 "아 그게 그런 뜻이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단어들보다는, 수두룩하게 깔린 누구나 알아듣는 단어와 표현들이 보다 과감한 선택일 것이다. 더구나 지코가 케이팝 산업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지정하며 다른 래퍼들을 비난하는 내용이야말로 이 곡에서 가장 섬뜩하게 날아오는 부분이다. "Cause I'm tough cookie"는 단어 선택과 발음, 발성, 믹스, 의미까지 모든 것이 짜릿한 공격성을 보여주며, 직전에 호흡을 잡았던 것과의 갑작스러운 격차로 인해 다시 들을 때 더욱 강렬하다. '보던 걸' 그대로 가져온 듯한 비디오의 요소들이 조금 순진하게 느껴진다는 점을 제외하고, 난 결국 이 곡이 좋다. 아이돌 래퍼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어느 아이돌 래퍼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터뜨려버리는 기세 때문이다.


패쓰업 (Pass Up)
영브릿지 엔터테인먼트
2014년 11월 7일

미묘: 멤버 중 셋이 초등학생이라고 하니, 어딘지 초등학생 같이 들리던 것에도 이해는 간다. 나름의 재미가 있는 트랙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걸그룹도 아기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일이 흔한 세계에서, 어린 소녀들에게서 날카로운 고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어딘지 원타임스러운 가사도 묘한 일그러짐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 트랙이 매력적이냐 하면 아쉽게도 그렇진 않다. 보컬의 음역대도 트리트먼트도 딱히 고려하지 않은 작곡과 디렉팅에 그 책임을 묻는다. 한 문장을 마음 놓고 읽기 어려운 보도자료를 보면, 프로덕션 자체도 별로 성의 있다는 인상을 받기 힘들다.


어려도 남자야
아뮤즈 코리아
2014년 11월 10일

유제상: 다들 뭐라 한들 나는 좋았던 크로스진의 새 싱글. 외국곡을 번안한 것 같았던 이전 곡들에 비해, 이번에는 중간의 랩도 그렇고 연상녀에게 대쉬하는 가사 내용도 그렇고 'K-Pop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K-Pop보고 K-Pop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하여튼 그렇다. 사실 이렇게 노래 퀄리티도 괜찮고 외모도 그럴듯한 그룹이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평자는 이들 그룹이 상정한 구체적인 소비층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Teen Top 20's Love Two
Éxito
티오피 미디어
2014년 11월 10일

맛있는 파히타: 리패키지 앨범으로 돌아온 틴탑의 새 타이틀곡 'I'm Sorry'는 전작과 같이 Urban R&B 터치의 곡이다. 무척 간결하고 세련된 미드템포의 R&B 트랙임에도 코러스는 한국적인 취향을 놓치지 않았다. 현재의 아이돌씬에는 강력한 훅보다는 이 정도의 대중적인 접근이 더 어필하기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뮤직비디오도 과도한 컨셉보다는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흔적이 많이 보여 덕후가 아닌 이들에게도 쉽게 권해줄 수 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