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 31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씨스타, 인피니트, 딜라잇, 혜이니, 블락비, 에이코어, 소년공화국, 현아, 베스티, 제스트, JYJ, LC9, 써니데이즈, 핫펠트(예은), 단발머리를 들어보았다.
조성민: “Be Back”은 전체 인피니트 음반 중에 ‘전 멤버의 보컬 역량 강화’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며, 그중에서도 ‘서브 보컬(호야, 엘)의 메인 보컬화’와 ‘래퍼 동우의 보컬 재발견’을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인피니트는, 꾸준하며 여전했지만, 동시에 항상 새로웠다. 정규 2집 “Season 2″가 가장 인피니트다운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약속에 해당했다면, 정규 2집 리패키지인 “Be Back”은, 그러나 절대 같은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않겠다는 다짐에 해당한다. 앨범 프로듀서와 제작진은 물론, 멤버들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 며칠 전 라디오 방송에서 멤버들은 ‘”Season 2″에서 부족함을 느낀 청자들은 “Be Back”을 통해 그 부족함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충분히 유효하다.
미묘: 통칭 EDM 이전의 클럽 댄스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클럽 댄스’ 풍의 과거 댄스가요와 멜로디의 질감마저 매우 흡사하게 잡아냈다. 그러면서 후렴을 과감하게 비워버린 점이 재밌는데, 강렬한 훅=제목인 “넌 내가 없냐”를 감안하면 다른 프레이즈의 자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어서 납득이 가는 선택.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지금은 다소 수면 밑으로 들어간 듯한 ‘클럽 풍 댄스가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추후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이 곡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조성민: 분명 ‘넌 뇌가 없냐’를 노리고 쓴 가사다. 패기로운 노랫말에 비해 보컬은 힘이 없고 랩 역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데뷔곡 ‘Mega Yak( : 매가 약)’ 때부터 꾸준히 밀고 있는 콘셉트인 것 같은데, 별로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 이제 좀 탈피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
맛있는 파히타: 아이유의 등장은 이제까지는 불가능해 보였던 여성 솔로 아이돌의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회의를 누그려뜨렸나 보다. 혜이니도 이런 가능성을 품고 시장에 도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릴리즈를 살펴보면 독특한 음색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가창력과 곡의 퀄리티는 꽤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신곡 ‘새빨간 거짓말’도 준수한 팝튠으로 매일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이 있다. 다만 너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매력을 희석시키는 것을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성민: 예능에서 보여주는 엉뚱한 캐릭터나 지나치게 방방 뜨는 콘셉트에 비해, 의외로 혜이니의 음악은 꾸준히 진지한 부분이 있어 왔다. ‘한국의 신디 로퍼를 꿈꾼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세 번째 싱글까지 들어본 결과, 이런 방향으로 쭉 간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데뷔하고 1년 넘게 싱글만 발매하고 있는 이유가 조금 궁금하다. 미니든, 정규든, 앨범을 들어보고 싶다.
미묘: 3번 트랙 ‘이제 날 안아요’를 슬그머니 빼놓으면 매우 훌륭한 미니앨범. 억지스러운 타협을 위한 수위 조절 없이 호흡만을 찰지게 조절하며 몰아붙인다. 미움받을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악동 이미지를, 못됐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이미지로 뒤집어 놓는 탁월한 한 수. 블락비의 오늘은 어제보다 확실하게 근사하다. 내일은 더 기대한다.
조성민: 지난봄에 아쉽게도 발매 및 활동 시기를 놓쳤던 싱글 ‘Jackpot’까지 수록된 블락비의 미니 4집. 그래서일까. 앨범이 정확히 딱 두 쪽으로 나뉘어 있는 느낌이다. 카세트테이프에 나온 앨범이었다면, 정확히 1, 2, 3번 트랙은 A면에, 4, 5, 6번 트랙은 B면에서 들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각각의 트랙들이 갖고 있는 매력은 확실히 출중하다. 그런데 앨범 전체로 포커스를 옮기면 ‘글쎄…?’.
맛있는 파히타: 신인 걸그룹 에이코어의 완전체 데뷔에 앞선 유닛 데뷔로 3인만 참가한 이번 싱글 ‘Payday’는 영미권 팝 씬의 본격적인 댄스튠을 바로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꽤나 놀라운데 여름시즌에 딱 맞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라서 즐길만한 구석이 많은 곡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코러스에서 “페이데이”를 반복하는 부분을 비롯해서 전체적인 가사가 심각하게 매력을 떨어뜨려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댄스음악을 좋아한다면 들어볼만하다.
조성민: 싱글 트랙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닌데, 촌스럽다. 보컬도, 래핑도, 스타일링도, 안무 연출도, 모두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춤과 동시에 촌스럽다. 그런 점에서, 왜 이 팀이 ‘디스’의 형식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했는지는 알 것 같다. 디스의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디스 자체가 필연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을 몰랐을 리가 없는 상황에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면 이 팀이 이 작품을 가지고 달리 뭘 할 수 있었을까. 다시 말하지만, 곡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지나치게 무난하고 평이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거다.
미묘: 한동안 ‘남자 팀은 용감한 형제, 여자 팀은 이단옆차기’라는 공식이 (대략이나마) 통용된 바 있다. 이단옆차기가 작업한 이 곡은 저음에서 부글거리는 베이스와 로킹한 기타 사운드, 그리고 한없이 반복되는 후렴을 선보인다. 화려한 쿨과 야비한 저속의 사이에 다소 애매하게 위치한 색감은 취향을 탈 순 있겠으되 묵직한 힘과 화사함 사이를 꽤 납득할 만하게 전개해 나가는 곡.
조성민: 유효하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소년공화국은 꾸준히 뭔가를 시도하고 있다. 그것도 꽤 그럴듯하게, 신선해 보이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던진다. 문제는 그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가 아직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케이팝 보이그룹의 공식을 굉장히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하는데, 정작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무언가 하나가 빠져있다. 그게 뭘까? 다음 작품을 가져올 때까지의 숙제겠다.
조성민: 앨범을 들으면서 상당히 놀란 점은, 현아의 목소리가 무척 성숙해졌다는 점과 더불어 보컬이나 래핑이 괄목할 정도로 성장해있다는 점이었다. 어찌 됐든, 현아가 태어나길 ‘끼 많은 아가씨’로 태어났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미묘: ‘Hot Baby’를 듣는다. 도입부의 느긋한 리듬에서는 팔짱을 끼고, 이단옆차기의 걸그룹 여름 트랙의 한계가 여긴지 저긴지 더듬어 본다. 그러나 조금씩 리듬이 변화하다 후렴에서 묵직한 베이스와 함께 디스코 풍으로 터질 때는 이마를 치고 만다. 이 곡이 ‘반드시 베스티여야만 하는 곡’인지는 조금 의문이다. 그러나 시원하고 재치 있는, 좋은 곡임에는 분명하다. 다른 수록곡들은 적당히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기 좋은 무난함을 유지하지만, 그 결과가, ‘대체 어떻게 하려는 건지’ 싶었던 ‘Thank You Very Much’로 설득력 있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만은 충분히 훌륭한 안배.
조성민: 멤버들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레트로 사운드를 꽤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어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보컬이 그런 사운드와의 훌륭한 케미를 보여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발랄하고 쾌활한 그룹의 이미지와 복고풍의 음악 색깔, 둘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 분명 있을 텐데. 당장 답을 찾기 어렵다면, 카라나 시크릿을 참고 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저 무난하기만 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게 되길 바란다.
맛있는 파히타: 제스트의 데뷔 싱글 ‘어젯밤 이야기’는 소방차의 원곡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서 내놓은 곡이다. 과거 명곡을 레퍼런스로 삼는 것은 분명히 좋은 프로모션 전략이지만 원곡의 매력을 잃으면서까지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처음에는 익숙한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만 이내 가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곡임을 발견하고 흥미를 잃게 된다.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는 아쉽고 슬픈 내용임에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이 가볍고 낙천적인 톤이라는 점이 매력인데 그 부분은 아예 간과한 것인가. 그것보다도 요즘 아이들이 소방차를 알까?
조성민: 웃기려고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웃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째서 시청자를 이렇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불편함에 처하게 하는가. 노래만 들었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떠오르는 듯도 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그냥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뮤직비디오를 찾아보시는 것도 괜찮겠다.
미묘: ‘감성 아이돌’은 우리 가요계가 늘 삽질하는 영역 중 하나고, 그런 의미에서 일청을 권할 만한 음반이다. 오히려 오케스트레이션이 조금 낡게 느껴지는 감이 있고 R&B라는 게 이제 와서 새로울 것이 있을 리 없으며, 시종일관 어두운 서글픔의 색채가 때로 감정 과잉의 선을 넘나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음반은 상대적으로 ‘좀 더 댄스음악적’인 사운드들을 곡마다 한두 가지씩 키포인트로 심어둔 채 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들을 섞어 넣어 하나의 질감을 펼쳐 균형을 유지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그 공간 위에 각각 못 박혀 있는 듯한 세 멤버들의 존재감이다. 세 사람의 보컬은 움직임 없이 꾸준히 (그래, ‘아카펠라 그룹처럼’) 공존하면서 보컬그룹으로서의 장점을 발휘해낸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 속 JYJ는 다른 아이돌들과는 조금 다른 종처럼 들린다. 하나의 그룹 속에서 케미를 이루는 멤버들의 조합인 것이 대부분의 아이돌이라면, 이들은 좀 더 세 명의 (유명한) 자연인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단지 배경지식 탓일까?
조성민: JYJ가 더 자주 앨범을 내고 더 많은 무대에 서게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무대 중 하나는 TV 음악 프로그램이다. 아이돌판 안에서는 별의별 더럽고 치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어떤 이들은 출발선 한참 앞에서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출발하기도 하고, 애먼 사람이 잘 뛰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채 경기장 밖으로 끌고 나가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단은 같은 경기장, 같은 트랙 위에서 벌어져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같은 조건을 마련해주기 전에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이것은 분명 ‘사회적인 손실’이다. 앨범을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이것뿐이라 JYJ에게 미안하다.
조성민: 보컬을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의외로 음색들이 꽤 독특하다. 좋은 곡을 만나면 꽤 크게 부각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 여자라니까’의 이승기나 ‘사랑앓이’의 이홍기와 같은 소년의 설익은 보컬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톤의 보컬들은 대개 ‘에덴의 동쪽’ 같은 R&B 보다는 좀 더 전통적인 밴드 사운드와 만나야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다음 곡을 기대해보겠다.
조성민: 이런 팀과 이런 곡이 나오면 항상 무척 갈등하게 되는 것이, ‘과연 이 곡을 ‘좋은 곡’이라고 해야 하는가, ‘좋지 않은 곡’이라고 해야 하는가’이다. 멤버들의 보컬 역량을 곡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파트 배분도 멤버들의 보이스 컬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구획된 느낌이고, 무대 퍼포먼스는 차라리 미니멀하게 갔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상의 혹평을 하기가 힘든 것은, 멤버들이 너무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듯. 아이돌로지가 1st Listen에서 별점이나 숫자 채점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미묘: 나는 이 음반의 수록곡들이 좋다. 예를 들어 The XX와 R&B성 가요를 버무리는 순간의 흥미로움 같은 것들은, 그 레퍼런스 선택에 오그라든 손발에도 전기가 통하게 한다. 예은의 보컬도 우아한 권태의 저공비행을 하다가 효과적인 순간에 강하게 또는 가녀리게 찌르고 올라온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일관된 정조까지 마련한 이 음반이 이렇게 산만하게 뻗어 나가야 한 것만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장르/스타일을 ‘구사’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예은이 열심히 노력했다면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어떤 음악가가 비교적 단기간 내에 R&B와 The XX와 클럽의 새벽 앤섬과 이상은식 ‘한국형 모던록’을 완벽하게 구사할까. 어느 거대 자본의 전문가 풀이 매우 많은 것을 해줬음을 눈치채일 수밖에 없는 형태로, 싱어송라이터-아티스트 이미지 구축이 가능할까. 왜 고생한 것까지 굳이 깎아 먹나.
조성민: 예은처럼 똑똑하고 야무진 친구가 왜 아직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로 못 찾는 건지, 아니면, 사실은 찾았지만 굳이 버리고 부득불 가장 어울리기 힘든 것을 고집하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대중이 예은에게 무엇을 기대한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앨범의 제목처럼, 그저 예은의 의중이 한없이 궁금해지기만 한다.
미묘: 이제는 슬슬 크롬 엔터테인먼트의 ‘기적’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단발머리의 ‘No Way’는 사실 음악의 분위기 자체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그것은 신곡에서도 어느 정도 그렇다. 이는 크레용팝의 예상외의 성공 이후 크롬 걸그룹에 대한 보완이 여성미와 음악 취향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음악이란 취향 싸움이기 이전에 이미 어떤 예선이 치러지는 법. (아니, 나는 가창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존 아이돌의 전형을 벗어나려는 크롬 엔터테인먼트의 근성은 높이 사지만, 남들이 뭘 하고 뭘 안 하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염두에 두지 않고 반대로만 간다면 ‘객기’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왜 이래’의 초기 카라 같은 보컬 연출이 도무지 곡에 묻어나지 않는 것과, ‘No Way (Acoustic Ver.)’의 종잇장 같은 공간을 듣고 느끼는 바가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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