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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8년 7월 중순 ①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전지윤, 더보이즈, AXM, 익현, 헤이걸스, EXID, 세븐틴, 마마무, 애슐리, 옐로비, 홀랜드의 새 음반을 다룬다.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전지윤, 더보이즈, AXM, 익현, 헤이걸스, EXID, 세븐틴, 마마무, 애슐리, 옐로비, 홀랜드의 새 음반을 다룬다.

Bus
Jenyer
2018년 7월 11일

조성민: 재지한 피아노와 미니멀한 악기를 조합해 트렌디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지만, 코드와 멜로디가 족히 20년은 묵었을 법한 느낌이다.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했다면 영락없이 2000년대 초반의 ‘소몰이’류 R&B가 됐을 곡. 밑도 끝도 없이 우울을 노래하고 있지만, 듣는 이에게 공감할 여지를 주지 않아 이입을 할 수 없게 하는데,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고집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감상까지도 방해하는 듯하다.


지킬게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2018년 7월 12일

서드: 신인 그룹의 풋풋함에 관록 있는 아이돌 멤버의 맞춤형 프로듀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좋은 예. 적당히 활기차고 적당히 귀여우며 적당히 뻔한, 그런 만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싱글이다. 언뜻 블락비의 색깔이 짙게 느껴지지만, 그룹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한 단계로 생각하고 다음 수를 기대해보고 싶다.

조성민: 어쩐지 낯익은 소리가 나서 확인해보니 블락비의 박경이 프로듀싱한 싱글이었다. 블락비의 ‘Yesterday’와 유사한 도입부에, 전개 또한 박경이 흔히 취해오던 방식이다. 다만 지코, 태일 등 탁월함을 발산하던 멤버들 대신 균일하게 디자인된 열두 명의 멤버들이 한 목소리인 듯 노래하게 되면서, 통통 튀는 곡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프로듀싱 단계에서 좀 더 도드라지는 포인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모종의 아쉬움이 남는다.


AXM
Future Makers
2018년 7월 12일

서드: AXM은 유키스 출신의 알렉산더가 힙합 아티스트 마루치와 유닛을 결성한 것으로 필리핀에서 활동할 예정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뮤직비디오가 한국적인 정서와 풍경을 담아내려고 어지간히도 노력을 기울인 듯하다. 그러나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에게 다짜고짜 김치부터 들이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노래도 가사도 의상 콘셉트도 모든 것이 과하고 또 촌스럽다. 오랜만에 알렉산더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지만, 그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유제상: 타이틀 ‘S.M.N (소문내)’는 라틴 비트의 흥겨운 곡으로 시작부의 엇박이 기존 곡들과의 차별점을 보이며 듣는 이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랩이 한 시대 전의 것인 데다가 퀄리티도 많이 낮아, 모처럼 공을 들인 비트의 좋은 점을 다 덮어버리고 만다. 가사를 보면 한 가지 의아한 것은 뭘 소문낸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거. 이에 대한 텍스트 내 특별한 언급이 없다. ‘S.M.N (소문내)’를 만들었다는 걸 소문내겠다는 건가?


Dawn
브로드웨이
2018년 7월 13일

미묘: 2015년 데뷔한 P.L.O(새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같은 이니셜의 아이돌 이름이라니)의 멤버 익현의 솔로 독립 작품. 퓨처베이스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 그 야심과 의욕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사운드의 질감도 독특하다기보다는 제 역할을 못 하고, 보컬도 음정, 박자, 발성 모두 허점이 너무 많다. 미안한 말이지만 보컬도 프로듀서도 연습과 듣는 귀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녹여줘
모아이 사운드
2018년 7월 16일

미묘: ‘Lovin’ U’, ‘Shake It’ 등 씨스타의 여름 노래들을 선명하게 레퍼런스한 곡. 그래서인지 전작에 비해서는 덜 낡게 느껴지기도 한다. 곡의 구성이나 보컬의 연출이 상당 부분 ‘아양’에 의지하는데, 간드러지는 듯하다가도 호쾌하게 터지는 원전과 비교하기는 어려운 일. 탁월하진 않아도 완성도가 크게 나쁘다고 생각진 않는데, 오마주에 가까울 정도로 씨스타를 고스란히 가져온 곡이다 보니 수요든 거부든 원전과의 비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듯하다.

유제상: 커리어의 시작이 무려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헤이걸스의 디지털 싱글. ‘녹여줘’는 웅장한 도입부부터 듣는 이의 기대감을 자극하며, 계속 듣고 있으면 의외로 탄탄한 구성에 놀라게 된다. 브리지에 양념처럼 들어간 랩도 크게 ‘앵앵’거리지 않고 개성이 살아있는 편. 솔직히 곡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 놀랐다. 흥겹고 듣기 좋다. 다만 보도자료를 보면 시즌송의 목적을 지닌 듯한데 그런 것 치고는 곡이나 가사에서 청량감이 부족한 게 마이너스 요소라 하겠다. 잘 만들어졌지만 너무 범용의 곡이라고나 할까?


[Re:Flower] Project #5
바나나컬쳐
2018년 7월 16일

유제상: 2012년 8월 발매된 “Hippity Hop”에 수록된 ‘하나보단 둘’의 리마스터 버전. 2012년의 EXID를 기억할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다(‘위아래’는 2014년 동명의 싱글에 수록). 리마스터 버전이 원곡과의 차이를 느끼긴 어렵고, 음질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기보단 그냥 소리가 커진 느낌. 묻힌 옛 곡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평자 개인적으로는 “초특가 야놀자~ 초특가 야놀자~ 초특가 야야야야야야야야야놀자~”의 악몽을 떨쳐낼 수 있어 좋았다.


You Make My Day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7월 1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마노: 세븐틴이 지금까지 내놓은 결과물은 대부분이 무척이나 양질의 것임에 분명했지만, 다소 아쉬운 것은 유닛별 수록곡이 좋은 흐름을 꼭 끊어 먹곤 한다는 점이었다. 데뷔앨범 “17 Carat”에서 (타이틀곡 및 모든 수록곡이 빠짐없이 매력적이었음에도) 특히 그러한 단점이 부각되었는데, ‘청순-청량’ 콘셉트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앨범이 그 아쉬움에 대한 확장-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톤 가라앉은 파스텔 블루 같은 청순-청량함을 앨범 전체에 일관적으로 밑색처럼 깔아 놓고, 그 위에 색상도 채도도 모두 다른 장르와 유닛을 얹어 쭉 이어 놓았는데 이음새며 마무리며 모든 것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담은 보컬 유닛의 ‘나에게로 와’, 시원한 음료를 한 손에 들고 경쾌하게 한낮의 거리를 활보하는 힙합 유닛의 ‘What's Good’, 열기가 한풀 꺾인 여름밤을 닮은 퍼포먼스 유닛의 ‘Moonwalker’ 등 조화롭게 공존하는 유닛별 수록곡들이 ‘한 앨범’이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한다. 어느덧 데뷔 3년 차, 마치 본질로 회귀하듯 청순-청량이라는 시작점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산뜻하게 설득해낸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이 여름에 꽤 오래도록 신세를 지게 될 것 같은,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뽀송뽀송 선선한 공기를 담아낸 듯한 한 장. 수평선 너머로 아스라이 떠오르는 해를 함께 어깨동무하며 바라보는 풍경이 그려질 듯한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역시 놓치지 말길.

서드: ‘어쩌나’는 세븐틴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어딘지 뮤지컬 같고, 어쩐지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고, 듣는 동안에는 세상 근심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바로 그런 곡. 무대 위에서 열세 명이 여유롭게 그러나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태엽장치처럼 움직이는 안무 또한 여전해서 반갑다.

유제상: 세븐틴은 이미 ‘울고 싶지 않아’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기에, 이후의 그룹 활동에 대해서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큰 기대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You Make My Day”로 위에 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타이틀 ‘어쩌나’는 이들이 꾸준히 선보였던 ‘경쾌한 비트+우울한 가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대중적이고 가사의 호소력도 적지 않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무대 위에 선 이들의 모습을 언급하고 싶은데, 이제 물이 올랐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흥에 겨운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아이돌 본연의 목적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깨달을 정도. 마마무가 없었다면 이번 회차의 Pick!은 이들이 가져갔을 것이다.


Red Moon
RBW
2018년 7월 16일

마노: 앨범 수록곡의 연결성이나 유기성이 부족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 앨범에서 추구하는 콘셉트는 일관적이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더더군다나 일련의 시리즈를 통해 그룹이 풀어내고자 하는 세계관을 설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음에도, 어느샌가 세계관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만 모양새. 타이틀 ‘너나 해’의 모든 것을 불사를 듯 활활 타오르는 열기와 ‘하늘하늘’(심지어 부제는 ‘청순’이다!)의 간극은 거의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고, 수록곡은 각각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왜 앨범 제목이 “Red Moon”이고 문별이 이 앨범에서 어떻게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전작과 후속작을 어떠한 방식으로 잇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제대로 실패했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서라도 게임 주제가인 ‘하늘하늘’은 별도의 싱글로 발매해야 마땅했으며(애초에 마마무가 ‘하늘하늘’이라니, ‘청순’이라니! 기획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별도의 이야기이므로 줄이기로 한다), 그렇게만 했어도 앨범의 유기성이 이렇게까지 엉망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너나 해’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해서 겨우 체면치레한 정도.

미묘: “Red Moon”은 어쩌면 케이팝을 패러디하는 기획처럼 느껴진다. 이를테면 ‘하늘하늘 (청순)’이 표방하는 바는 너무나 명확해서, 브리지의 랩이 나오기 전까지는 ‘마마무가 이런 노래를 꼭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잠이라도 자지’는 늘 감초처럼 박혀 있던 마마무의 상황 개그를 격한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유머가 종종 섞이는 타이틀 ‘너나 해’도 근작의 노선을 이어가지만 사실 그것이 마마무만 할 수 있는 무엇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여름 시즌송의 전형을 선뜻 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탄탄한 기량으로 숨 쉬듯 잘 연행되고 있다. 그래도 이 음반의 의의는 R&B의 연장선상에 있는 ‘여름밤의 꿈’과 ‘장마’에서 찾고 싶다. 표면적으로 아이돌의 형태를 취하되 보다 전통적인 보컬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마마무가, 그 간극에서 뽑아져 나올 수 있는 것들을 이전보다 앞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이 아닌 음반을 통해 코믹한 연출을 가해도 실력을 의심받지 않거나 아마추어 콘텐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마마무의 강점이라면 강점이겠지만.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라틴팝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평자는 늘 회의적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Livin' La Vida Loca’ 같은 세계구급 히트곡이 국내에서 위용을 떨치기도 했고, 카밀라 카베요 덕에 아주머니들도 ‘Havana’를 듣고 다닌다고 하니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닌 듯하다. 기본적으로 “Red Moon”은 멤버들의 이미지가 콘셉트로 자리매김하는 연작의 한 결과물이지만, 마마무의 어떤 음반보다도 팝적이고 대중적이다. 타이틀 ‘너나 해 (Egotistic)’는 그 정점에 있는 곡이다. “움띠야이야 띠야이야~” 같은 예스러운 여음도 마마무가 하니 세련되게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가수 생활의 정점에 선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빛나 보이는 EP.

조성민: 트랙 간의 유기성이 지나치게 떨어져, 과연 이것이 ‘앨범’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여자친구 앨범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았을 ‘하늘하늘’은 싱글 컷이 나았을 곡이고, ‘잠이라도 자지’는 팬서비스 스킷 정도로 짚고 넘어가도 됐을 트랙. 문별의 상징으로 타이틀을 정한 앨범임이 무색할 정도로 ‘Selfish’를 제외하면 앨범 전체에서 문별이 특별히 전면에 나선다는 느낌이 없고, 오히려 전보다도 눈에 덜 띄는 곡들도 있어 아쉬움을 넘어 서운하기까지 하다.


Here We Are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7월 17일

미묘: 일렉트로닉 기조의 사운드는 든든하게 가슴을 울리고, 드롭은 상쾌하게 터진다. 탁&원택의 작품. 애슐리의 목소리도 반갑고, 또한 반가움이 무색하지 않을 기량을 보여준다. 두근거리는 심정을 당당한 태도로 들려주는 ‘Here We Are’와 보다 담담하면서 감성적인 ‘Answer’ 모두 매력적인 곡들이다. 애슐리의 음색의 무게감이 멜로디의 구조에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 듯해 아쉽다. (좀 더 탱탱하게 힘줘서 부르는 타입이거나, 혹은 보다 가벼운 톤이라면 이 곡들은 어떻게 들렸을까?) 화성 진행이 감성을 한껏 보장하고 있기에 멜로디는 보다 담백하면서 리듬을 살리는 편인데, 템포와 리듬 사이 어딘가에서 보컬과 찰떡처럼 붙지는 않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목소리가 다소 무겁게 정체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A&R의 방향성 자체는 분명 근사하게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유제상: 레이디스코드의 리더 애슐리가 선보이는 첫 솔로 디지털 싱글. 타이틀 ‘Here We Are’는 청량감 넘치는 댄스 넘버로 시즌송의 정수를 보여준다. 레이디스코드 시절부터 느낀 것이지만 정말 이들 이름으로는 양질의 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두 번째 트랙인 ‘Answer’는 레이디스코드의 ‘Galaxy’를 댄스 버전으로 바꾼 듯한 애시드한 곡으로, 개인적인 취향은 이쪽이 훨씬 맞았다. 시기상 롤이 청하와 겹치는데 곡의 퀄리티로는 결코 뒤질 일이 없다고 본다. ‘음감용 트랙을 추천한다’는 평자의 비평 목적에 가장 맞는 디지털 싱글인 고로 Discovery!를 부여.


티날까봐
Addiction Entertainment
2018년 7월 17일

유제상: 2017년 데뷔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어쨌든 평자의 세계 속에서는 존재감이 흐린 옐로비의 디지털 싱글. ‘티날까봐 (If you love me)’는 레트로한 감성의 믹스처인데, 도입부의 서정적인 접근이나, 디스코 스타일의 후렴구가 꽤 세련된 분위기를 전해준다. 스튜디오 믹싱의 승리일 수도 있겠지만 콕콕 짚어주는 보컬의 비트감도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 랩 파트는 역시나 퀄리티가 좋지 않지만 애초에 길이가 짧아서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굳이 단점을 들자면 디스코 비트의 곡이 그렇듯이 후반부로 갈수록 곡이 단조로워져 지루해진다는 것 정도. 옐로비를 비롯해 이번 회차는 신진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만큼 성과도 얻으면 좋으련만.


Holland Twin Single Vol.2
Holland Entertainment
2018년 7월 17일

미묘: 전작 ‘I’m Not Afraid’와 짝을 이루는 싱글. 이번에도 낯선의 프로듀스로, 격정적인 드롭과 시원한 질주감이 인상적인 일렉트로하우스다. 케이팝에서 ‘후렴’과 ‘훅’, 그리고 ‘드롭’을 접붙이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데, 이처럼 정진정명의 드롭을 내세우는 곡은 흔치 않다. 보컬 파트도 부드럽고 나른한 홀랜드의 음색과 어울리면서 구조적으로 ‘브레이크’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 보컬이 브레이크일 때 그것은 ‘케이팝’이나 ‘아이돌’이 아니라는 점이다. 뮤직비디오에서 홀랜드가 첫 드롭과 함께 여성 댄서로 교체되고, 그가 적막한 밤의 도시를 누비며 프리댄스(인 듯한 춤)를 춘다. 곡의 주제의식을 리드미컬하고 근사하게 잘 담아내면서도, 이쯤 되면 (퀄리티나 우열의 차원이 아닌 ‘형식’의 차원에서) 케이팝 아이돌보다는 아트 프로젝트에 가까워진다. 물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이제 세 곡을 발표한 홀랜드가 케이팝 아이돌과 그 팬덤을 기반으로 작업해 나감에 있어서 어떤 위치와 역학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