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손동운, 트리플H, 청하, 틴즈엘, 세러데이, 여자친구, 승리, 효린, 주진우의 새 음반을 다룬다.
마노: 요즘 들어 보기 드물어진, 피아노와 오케스트레이션과 목소리만으로 담담히 이끌어가는 정통파 발라드를 타이틀로 내세우고 있다. 어딘가 예스러워 보이는 세피아 톤의 멜로디와 꾸밈없는 창법이 아주 좋은 조화를 보이고 있고, 이후 이어지는 수록곡에서도 수더분한 가창과 담백한 곡조가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분명 절창은 아닌데, 그럼에도 온 신경을 다해 귀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가성으로 맑게 처리되는 고음에서 기분 좋은 상쾌함을(‘오늘도’), 어쿠스틱 악기의 울림에서 정서적인 편안함을(‘Crescendo’) 느낄 수 있는, 목소리로 오롯이 전해지는 진득하고 잔잔한 감동에 왠지 한 번 더 감상을 청하게 되는 싱글. 연차를 생각하니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아무튼 필히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Discovery! 를.
조성민: 미성임을 감안해도 지나치도록 평이하게 가라앉은 보컬은 앨범 전체를 ‘노잼’으로 만들고 만다. 심지어 ‘Crescendo’라는 곡은 마치 제목이 반어법이라도 되는 듯 강약 조절 없이 3분 내내 똑같은 세기로 노래한다. 예능에서 보았던 인간 손동운은 꽤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재미없는 앨범을 내놓을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마노: 첫 트랙 ‘느낌’을 플레이하자마자 고막을 찢을 듯 터져 나오는 일렉 기타 굉음에 마치 전두엽에 전기충격을 가한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멋이라는 것이 폭발’이라는 다소 허세 넘치는 가사도 이내 수긍하게 되고 마는 ‘힙함’이 싱글 전체에서 뚝뚝 흘러넘친다. 타이틀 ‘Retro Future’로 이어지도록,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다 못해 어떻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온몸의 온 말초 신경을 사정없이 자극해 대는데 당해낼 도리가 없다.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마치 과거와 미래를 오가던 와중에 어쩌다 현대에 표류하게 된 세 명의 록스타들이 벌이는 ‘깽판’의 결과물을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이 싱글은 제목처럼 레트로-퓨처리즘 그 자체를 가장 강렬하고 명료하게 담아낸 음악적 그릇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온갖 레트로함과 ‘케이-함’을 한데 ‘쓰까’ 놓은, 본격 ‘투머치-케이-레트로-쓰까’의 결정판. 그야말로 ‘멋이라는 것이 폭발’해 버렸다.
심댱: 새삼 그들이 음악을 해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허락된 유일한 마약인) 음악으로 마치 마약 파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섹시든 병약미든(?) 각 멤버가 가진 매력을 최대치로 밀어붙여 떠들썩하게 녹여냈다. 귀에 레트로 바이브를 때려 박는 ‘Retro Future’에서부터 듀스의 무드가 살아있는 ‘Show Me’까지 레트로를 뒤집어쓰고 못 말리게 달리는 폭주족 같다. 극단적인 흥미로움을 선사한 그들에게 감사를 다시 보내며 이번 회차의 Pick! 으로 남겨본다.
유제상: 이쯤 되었으니 트리플H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다. 멤버들의 세련미를 뽐내는 것인가? 흥겨운 곡을 들려주려는 것인가? 이미지 소모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현아의 가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것인가? 별로 레트로하지도 퓨처하지도 않은 ‘Retro Future’를 들으면 이것이 현아의 솔로 활동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물론 현아는 아직도 대단한 스타고 그녀의 역할은 공고하지만, 괜찮은 멤버들을 모아 놓은 트리플H에게 평자가 듣고 싶은 것은 적어도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그럼 무엇이냐, 고 물으신다면...
미묘: 청하의 과제 중 하나는 역시 보컬리스트로서의 안정이다. (실력의 증명과는 거의 무관하다.) 솔로 가수로서 준비되지는 않았던 그가 운명에 이끌리듯 솔로 가수가 되었고, 퍼포머로서 탁월하고 솔로로서 (매우) 매력적이지만 전후좌우에 참조점이 흔치 않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Love U’는 다소 의아했는데, 청하의 보컬이 사운드의 물결을 타는 요소에 가까운 탓이다. 무엇보다 팝으로서 훌륭한 훅을 지녔던 전작 ‘Roller Coaster’에 비해, 안 그래도 유약하게 들리기 쉬운 보컬을 오히려 뒤로 빼버린 것이다. 이런 의문은 수록곡들을 들으면 어느 정도 해소되는데, 청하의 보컬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는 EP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침 피치시프트 보이스와 교대하기도 하는 ‘Cherry Kisses’가 그렇다. 마치 청하 보컬 박람회 같은 이 곡은 (다소 다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 보컬의 존재감으로 이를 리드해 나가며 기교와 감성 모두를 담아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타이틀의 매력이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아이돌 좀 듣는다는 사람들이 대체로 무방비하게 마음을 열어버리곤 하는 청하의 매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꾸준한 진보 속에서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심댱: 여성 솔로 중 안정적인 걸음을 걷는 그의 3연타라면 안정보다는 도전을 해도 되지 않았을까. 트로피컬 사운드가 담긴 그의 데뷔곡 ‘Why Don't You Know’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후렴구의 하트 춤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지만 ‘여름 하면 트로피컬 사운드’라는 몇 년 새 뻔해진 케이팝 공식을 쉽게 끌어다 쓴 것 같다.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여성 화자에서 벗어난 ‘Drive’나 ‘From Now On’에서 슬쩍 비친 발라더 청하에 희망을 걸어보겠지만, ‘여름 하면 청하’라는 공식을 만들려 한다면 앞으로 섬세하거나 아니면 대담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유제상: 3년 연속 똑같은 분위기의 곡을 똑같은 방식으로 발표했으니 이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잘하는 사람은 잘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EP. ‘Love U’는 세련된 솔로 댄스 가수로서의 청하가 지닌 이미지를 지속시켜주지만, 곡의 흥겨움과 멜로디의 유려함이 기시감을 떨쳐낼 정도로 훌륭하다. 사실 ‘Roller Coaster’의 다소 비정상적인 인기와 비교했을 때 이 곡 역시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현재의 판단으로는 그 정도의 흥행을 이루긴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심댱: 케이팝이 아닌 CCM으로 분류된 틴즈엘의 데뷔 음반이다. 아이돌이 아닌 청소년 문화 사역팀이라니 신선하다. 목소리와 음악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서 하느님을 다른 대상으로 슬쩍 상상해보려 해도, 모로 가도 크리스천인 입장에서 번뇌를 느낀다. 다만 타이틀곡 ‘첫사랑’ 속 “주님”을 “오빠”나 “그대”로 바꿔도 자연스럽기에 조금은 편히 들을 수 있다. 가사를 제외한다면 ‘부활송’에서의 힘찬 보컬과 적절히 트렌디한 EDM 사운드에 흡족함을 알려드리며, 다른 종교의 케이팝 진출을 너른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유제상: 십자가를 보는 것만으로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는 사악한 평자가 CCM 아이돌에게 특별한 코멘터리를 남길 자격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타이틀 ‘첫사랑’을 들으니 이들이 왜 아이돌의 외피를 써야 했는지 이해가 간다. 아이돌 음악의 가사야말로, 사랑의 대상을 ‘주님’으로 바꾸는 정도의 수고만으로 세상에 더 없는 찬양이 될 테니까. CCM 계열 곡의 멜로디가 유독 캐치한 것은 굳이 말을 안 해도 모두들 알 것이고, ‘아이돌 음악을 좋아함+교회를 열심히 다님’의 수요도 분명히 존재할 테니 나쁘게 볼 이유가 전혀 없는 시도다. 다만 사악한 평자의 영혼은 이 EP를 듣는 동안 고통스럽게 녹아내렸다.
서드: 제목이 ‘묵찌빠’이기에 가사에 뭔가 독특한 은유라도 있을까 기대했는데 유치함을 넘어 도무지 맥락을 알 수 없다. 알고 보니 배드키즈의 ‘귓방망이’와 포켓걸스의 ‘쓸애기’ 같은 곡을 쓴 단디라는 분의 작품. 일관성 하나는 존중하고 싶다. 곡은 전반적으로 ‘뿜뿜’의 성공에 자극받아 만든 곡인지 아무래도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데, 뮤직비디오와 의상의 콘셉트는 분홍빛 가득한 흔한 스쿨걸 룩의 걸그룹 이미지라 혼란스럽기만 하다.
유제상: 멤버들의 면면을 보아도 그렇고 뭔가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데, 그와 무관하게 곡의 브리지에 “묵찌빠 묵찌빠 묵은 귀요미...” 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심장이 진짜 물리적인 힘으로 폭행을 당한 것 같다. 젊은이들이여, 잊지 말지어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내세우는 나이든 이가 어떤 제안을 하는데 듣자마자 황당함이 느껴질 때, 그대의 직관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것을...
미묘: 씨스타 혹은 그 빈 자리를 어떻게 재해석하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 여자친구는 좋은 답을 내놓았다. ‘여름여름해’는 즐겁지만 어딘가 서글픈 인상을 통해 자신들의 색채를 지속하면서도, 선명한 훅의 산들바람 같은 들뜸을 자기화해 가져온다. 다소 뻔할 정도로 명쾌하면서도 씩씩한 프리코러스는, 팀 특유의 수수한 접근성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대목들 중 하나. 번갈아 가며 ‘소유 따라잡기 대회’를 하는 듯한 후렴의 “Let’s have a good time”, “Having a good 밤” 부분 역시, 여자친구 보컬의 팔레트를 확장하면서 팀의 편안하게 귀여운 이미지도 살려낸다. 멤버들의 이름을 사용한 가사도 즐거운 분위기와 팀의 귀여움을 동시에 공략하는 좋은 전략인데, 사실 아주 살짝 넘치는 듯하지만 그런 점이 또한 여자친구의 매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음반 전체가 조금씩 빈틈을 허락하는 곡들인데, 그것이 ‘그저 기분 좋은 여름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버린다. 늘 열의에 차 있던 여자친구가 살짝 힘을 빼고 즐기는 듯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일까. 다소 아이러니지만, 음반 단위로서의 완결성은 어떤 전작보다도 설득력이 높다.
서드: ‘여름여름해’는 여름 시즌에 듣기 좋으면서도 여자친구의 매력을 놓치지 않는다. 힘을 뺀 채 경쾌하고 청량한 댄스곡이다. 여자친구 하면 어딘가 웅장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만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음식에도 ‘단짠’의 조화가 감칠맛을 내듯 전작 ‘밤’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색깔이 나쁘지 않다. 멤버 이름을 숨겨놓은 가사가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그래서 더 귀엽게 다가오기도 하는, 팬서비스와 시즌송 두가지 미덕을 잘 캐치한 노래다.
심댱: 여름을 제대로 겨냥하다 못해 뚫어 버리는 정직한 시즌송이다. 전작의 아련함을 살짝 걷어내고 아이돌의 싱그러움을 좀 더 덧칠한 미니앨범이다. ‘여름여름해’에서는 팡팡 터지는 화사함이, ‘Sweety’에서는 카와이 퓨처 베이스의 상큼함 등을 들을 수 있다. 옆에 끼고 여름을 날 수 있는 트랙들로 구성되었지만, ‘귀를 기울이면’의 여름 버전 같은 ‘바람바람바람’처럼 여자친구만의 컬러도 빠지지 않은, 적당한 톤 앤 매너가 인상적인 시즌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제상: 그룹 활동이 성숙기를 넘어 완숙기로 가고 있는 여자친구의 EP. ‘밤’도 어차피 메이저한 스타일의 곡은 아니라서 팬덤의 결집력이 이들을 살렸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름여름해’는 그것이 틀린 판단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는 흥겨운 하우스 비트의 곡이지만 의지에 찬 가사들이나 뜨겁게 고조되는 후렴까지의 흐름은 여자친구의 시그니처를 잘 살렸다. “예린은 외로워”, “엄지 척”, “유주 be my” 등의 재치 있는 가사들도 매력 포인트. ‘Vacation’, ‘Sweety’ 등 뒤따르는 트랙들도 흥겨움의 연속이니 꼭 듣기 바란다. 특히 ‘Sweety’는 서브컬처에 익숙한 오타쿠들의 심금을 울릴 노래니 평자 같은 사람들은 꼭 듣길 권한다.
마노: 앨범 제목부터 ‘내가 바로 그 승츠비다!’라고 쩌렁쩌렁 외치는 듯해 잠시 웃음이 났다. 타이틀 ‘셋 셀테니’는 예능 안팎에서 보여준 ‘승츠비’, ‘승사장’ 캐릭터가 없었다면 아마 탄생하지 못했을 트랙인데, 있는 허세 없는 허세 부리다가도 뭔가 삐끗하고 마는 묘한 ‘안습함’과 이를 오히려 스스로의 아이덴티티와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유쾌한 자조’의 정서가 곡과 뮤직비디오에 가득 담겨있다. 밉지 않을 정도로 능글맞고 뻔뻔해서 되레 귀여워 보이는 모먼트로 반짝이는 타이틀인데, 경쾌하게 시작해 놓고서 이후부턴 수록곡들이 일관성도 유기성도 없이 산만하게 흘러가기만 해 상당히 실망스럽다. 특히 후반부의 EDM 러시는 귀의 피로도를 가중시켜 앨범을 듣기 부담스럽게 만들 뿐이다(밝혀두지만, EDM이라는 장르 자체에는 아무런 유감도 없다). 게다가 이 EDM 트랙들이 어쩐지 다 찍어낸 듯 비슷하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 하다못해 트랙 배치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로 오랜만의 솔로 앨범인 데다 그것도 셀프 프로듀싱한 풀렝스 앨범인데, 조금 절제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서드: 절반은 좋고 절반은 아쉽다.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과 자신의 재능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낸 듯한 ‘셋 셀테니’나 자신의 음색을 적극 활용한 ‘Love Is You’ 같은 시도에 비해 ‘Hot Line’이나 ‘Be Friend’는 빅뱅 완전체 활동 때 충분히 보여주었던 스타일을 굳이 혼자 재현해야 했을까 의문이 남는다. ‘혼자 있는 법’이 퍽 인상적이었다는 감상을 남기며, 다음번엔 모든 걸 다 잘 해내는 것보다는 본인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스타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유제상: 승리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했고, 그게 물론 잘못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이 앨범보다 더 좋은 선택은 무엇이었겠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민우(M)의 싱글들을 떠올리지만 이쪽도 대중적으로 큰 성과를 낸 것은 아님을 감안할 때 글쎄... ‘셋 셀테니’의 특징은 곡 그 자체보다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에서 나오는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는 승리의 모습이 현재의 그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안다가 꼭 그렇게 소모품처럼 사용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들지만도.
조성민: 많은 이들이 잊은 지 오래된 것 같지만, 사실 승리는 빅뱅의 댄서 멤버다. 승리는 자신을 보기 위해 모인 군중을 웃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굉장히 큰 연예인인데, ‘셋 셀테니’는 그런 승리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반영된 곡이다. 플래시몹으로 연출한 뮤직비디오 또한 앞서 말한 승리의 캐릭터와 욕망에 완벽히 부합하는 형태. 앨범의 다른 곡들 또한 승리의 파티에서 울려 퍼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상당히 강한 지향성을 띠는 트랙들이다.
심댱: 시리도록 눈부신 햇볕과 무더움에 아른거리는 공기를 머금은 뮤직비디오와 달리 멜로디는 귓가를 가볍게 두드린다. 연인의 귓가에 장난스레 속삭이는 것 같은 훅을 지나, 효린이 씨스타의 여름 한 조각을 떼어서 건네어 준다. 좀 더 날렵한 고음을 레이어로 깔아 다이나믹함을 살렸다. 여름의 더위에 정통으로 맞서는 뜨거운 퍼포먼스를 보고 싶다면 뮤직비디오를 추천한다.
미묘: 〈프로듀스 101〉 출신 주진우의 첫 디지털 싱글. 먹먹하게 누른 피아노로 시작하나 싶더니 날것의 신스가 훅 들어오고, 이내 R&B로 빠졌다가는, 정통파 발라드와 PBR&B, 드라마 OST 풍 발라드 등을 짤막짤막하게 맛 보여주듯 계속 전환한다. 그런 복잡성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나, 하나의 섹션에 다양한 장르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형태라기보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느리고 로맨틱한 곡이다 보니 좀 지긋이 짚고 넘어가 줬으면 하는 불만을 느낀다. 감상에 빠져들 여유가 없어서, 곡이 끝나고 나면 결국 어떤 곡을 들은 것인지 좀처럼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운이 남는 것은 곡의 엔딩 멜로디가 종지를 찍지 않고 더 계속될 것처럼 느껴지는 덕분이다. 주진우의 보컬은 부드럽고 선량하게 들리며, 안정감 속에서 표현력의 단초가 엿보인다. (또한, 제법 흥겨운 곡에도 썩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진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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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on “1st Listen : 2018년 7월 중순 ②”
트에는 유제상씨가 바로 보셨네요. 옃 스위티는 미오라는 분들이 만드셨던데 픎의 두근두근이 생각나네요. 픎에 곡을 주셔도 될 듯. Love in the air는 노주환씨와 외국 작곡진의 협업이 좋은 시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