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5년 1월 초순

2014.12.21~20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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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첫 퍼스트리슨은 작년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을 다룬다. NS윤지, 비투비, 엑소, 김동완, 순정소년, 정용화, 강남(M.I.B), 신혜성&나인, 소나무, 술제이&현영, 에이션, 헬로비너스, 하이포, 포텐, 앤씨아, 플래쉬, 헤일로를 들어보았다. 블럭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던 박준우가 이번 회차부터 필진으로 합류했다.
NS윤지
눈이 오는 날엔
JTM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2일

  

한없이 안전한 겨울 R&B인 것은 분명하나, 의외의 매력이 있다. 평이하게 무게감 있는 비트에 기타를 살짝 곁들여 리듬의 질감을 만든 뒤 부드럽게 얹히는 보컬이 제법 듣기 좋다. NS 윤지가 최화정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면 제격인데, 그것이 보컬의 음색이나 창법에 최적의 포뮬러처럼 근사하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약간의 불협을 끼얹는 (아마도 통샘플인) 플루트도 전혀 충격적이지 않지만 부담 없이 분위기를 살짝살짝 바꿔준다. 팝이란 게 원래 보수적이고 안전한 것, 후렴 뒤 리프레인이 다소 무성의하게 들리는 걸 제외하면 아티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좋은 팝이 아닌가. 이런 느긋한 곡들이 화끈한 주목을 받기는 어려운 법이니 누군가는 불만이겠지만 말이다.

4월에 '야시시' 발표 이후로 기운이 빠진 건지 어떤 건지, 9월에 기리보이와 '설렘주의'를 낸 이후 2014년 마지막을 장식한 곡이 바로 이 '눈이 오는 날엔'이다. 확연한 비트에 부드러운 멜로디, 알콩달콩함을 서로 주고받는 가사, 발매 시기도 12월 22일... 그러나 우리는 2015년에서 온 사람이므로 이 곡이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어땠는지를 잘 알고 있다.



비투비
The Winter's Tal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2일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그룹의 색깔을 캐주얼하고 유쾌한 방향으로 잡기 시작한 것은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울면 안 돼' - '울어도 돼'로 위트 있는 대구를 만든 점이나, 앨범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가벼운 농담들도 그렇고, 동방신기 '풍선' 이후로 본 기억이 없었던 동물 잠옷 등의 코스튬 플레이는 비투비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것이 최근 활발해진 예능 출연에서의 이미지와 상승 작용을 한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멤버들의 보컬이 겨울 시즌송과 착 달라붙어 있는 점도 무척 좋게 들린다. 한동안 보이그룹의 겨울 시즌송이 히트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비투비 팬뿐만 아니라 보이그룹 팬들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울 겨울 선물 되겠다.

팬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을 담은 듯한 앨범은 지금까지 비투비가 선보였던 활동 중 가장 힘을 뺀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수록곡들이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고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앨범 중 가장 마음에 든다. 또한, 타이틀곡을 직접 썼음에도 괜찮은 퀄리티를 선보인다. 아직 팀 색깔을 찾지 못한 비투비인데, 아직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겨울’이라는 콘셉트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계절 특수를 노렸을 때 나타나는 단점은 찾기 힘들며 비투비의 곡을 들었다는 감상이 더 크다.

비투비는 참 애매한 감이 있었다. '형 그룹'이라 할 만한 비스트의 노선을 따라가나 싶다가 ('비밀(Insane)', '스릴러') 또 'WOW', '뛰뛰빵빵'을 보면 힙합을 표방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룹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보니 생각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The Winter's Tale"은 기분 좋은 한 방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시즌용 음반에서 비투비가 물 만난 듯 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으며, 이제까지의 콘셉트 중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 수록곡들도 그저 구색 맞추기가 아닌 개별 곡으로 또렷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특히 랩을 맡은 멤버(정일훈, 이민혁)들의 랩이 탁월하여 듣는 재미가 있다.

쏟아지는 고만고만한 시즌송 중에서 몇 안 되는,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왔던 곡. 거리에서든 TV를 통해서든, 참 자주 접할 수 있는 곡이었다. 들으면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지난 12월의 흥취가 떠오른다.



엑소
Exology Chapter 1: The Lost Planet
SM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2일

  

새 싱글 'December, 2014 (The Winter's Tale)'과 콘서트 실황 35 트랙이 담긴 엑소의 첫 라이브 음반. 많은 곡들이 편곡을 거쳤는데 라이브 환경을 고려함인지, 전체적인 공연의 분위기를 위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원곡보다 딱히 나아진 점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팬들의 함성 소리를 빼면 라이브 음반인지 모를 정도로 대부분의 곡에서 MR 음량이 멤버들의 라이브를 덮어버릴 만큼 큰데 그 의도와 상관없이 이것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이다. 라이브 음반의 미덕이 현장감이라 할 때 듣고 싶었던 것이 팬들의 함성소리만은 아닐 텐데.



김동완
He_Starlight
씨아이 ENT
2014년 12월 23일

  

전작 "He"는 매우 좋은 인상을 남겼다. 같은 곡을 다른 버전으로 듣는 재미는 각각의 싱글보다는 앨범 수록곡으로서 접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굳이 비판할 의향은 없다. 분명 편곡의 질감은 사뭇 매력적이어서 욕심을 내는 것에도 납득은 간다. 뭉근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첼로를 결합해 우아하면서도 몽롱한 질감을 풀어놓은 뒤, 날카로운 배음의 전기기타로 포인트를 줬다. 후렴의 멜로디 또한 전작의 시원함을 기분 좋은 나른함으로 이어준다. 그러나 아슬아슬하면서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 보컬의 균형감이 매력적이었던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보컬의 약점이 노출되고 있진 않은지.

바로 전에 낸 'He_Sunshine'이 어딘가 모르게 전형적인 흥겨움을 담고 있었다면, 'He_Starlight'는 이에 대비되는 조용하고 무거운 곡이다. 담백하게 부르려는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김동완의 노래 못함이 강조되는 것은 아마 응당 들어갈 소리의 상당수가 빈칸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맥없이 화음 넣는 전소민 목소리도 확실히 마이너스. 'He_Sunshine'이 좋았다.



순정소년
흰 눈이 내리면
아이티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3일

   

일본에서 먼저 활동을 개시한, 무려, 불자 아이돌. '흰 눈이 내리면'과 '함께'를 들으면, 후자가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지만 지나치게 건전하기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야 이름도 순정소년이고, 공연에는 소외된 이웃을 초청하곤 한다고 하니 아주 모를 일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착한 오빠'가 매력적인 경우는 한정적이란 점을 생각하면, 불자 남성 아이돌이 노란 셔츠의 사나이가 마음에 든다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가장 최대의 불경(不敬) 포인트(참회합니다)일 정도로 건전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한 이 음반에서 설득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기독교 신자인 아이돌들이 마냥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로운 모습만 보이지는 않듯, 불자의 정체성과 규범을 지키면서도 더 씩씩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드는 감상은 '춥겠다......' 딱 하나였다. 제발 이제 이런 식의 안이한 기획에서 비롯된 아이돌은 그만 나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정용화
별, 그대
FNC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3일

  

팬송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니, 산뜻한 리듬에 담백하게 풀어나간 점이 인상적으로 눈에 띈다. 1절이 진행되면서 뮤트 기타가 조금씩 살아나 약간은 짓궂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산뜻하다. 드럼이나 기타의 운용도 섹션의 진행에 따라 부드러운 변화를 조금씩 주면서 지속적으로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담백하면서도 좀처럼 루즈해지지 않도록 곡을 조이는 것은 분명 쉽지만은 않은 일. 특히 록을 좀 듣던 사람들에게 씨앤블루가 다소 장벽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어쩌면 감성의 문제일 텐데, 이런 느긋하고 산뜻하게 절제된 곡으로 성숙미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팬들의 사랑에 고마운 마음을 담은 팬 고백송'이라고 하니 팬들은 좋아할 것이다. 그럼 된 거 아니겠나.



강남(M.I.B)
어떡하죠
정글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6일

  

적당히 템포 있는 비트에 진득한 발라드를 결합한 절절한 감성의 곡이다. 발라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금세 스킵할 만한 곡을 극적으로 구원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으니, 적당한 굴곡과 함께 상승 일변도로 감정을 쌓아올리다 결말부에서 분위기를 살짝 전환하는 구조가 그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극적인 음색 변화를 짧은 간격으로 반복하며 열심히 나아가는 보컬이다. 속삭이는 듯한 허스키 보이스와 선명하게 지르는 보컬의 대조, 그리고 어쩌면 다소 어색한 발음이 더 절박한 감정의 농도를 짙게 한다. 브리지의 마지막에서 일견 일부 일본 록밴드들의 탁하면서 앙칼진 샤우트를 연상케 하는 음색으로 변화하며 고음을 내지르는 것은, 꽤 인상적인 절정부를 이룬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제이팝과 케이팝 보컬의 장점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간결하게 다듬어져 있는 편곡과 저음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호흡은 제이팝의 색채인데, 전체적인 곡의 진행 방식이나 후반부의 드라마틱한 전개, 그리고 아낌없이 지르는 보컬은 케이팝스럽다. 분명히 서로 다른 장르를 그다지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훌륭히 섞어낸 곡.

일단 '예능 대세' 캐릭터의 연장선이 아닌 '보컬' 강남의 싱글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확실히 한국인 보컬과는 다른 창법이 반갑기도 하고...... 라르크 앙 시엘을 위시한 J-Rock 빠순이였던 유년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흐뭇한 마음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곡 자체가 훌륭하다기보다는 곡을 통해 지향하는 방향과 의도가 훌륭한 것이어서 강남의 행보에 기대를 갖게 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평자는 예능을 잘 보지 않는 편이어서, 강남에 대한 이미지의 상당수는 먹는 발모치료제 마X녹Xs 광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광고에서 고유명사를 강조할 때 어찌 그리 일본인스럽던지(笑). 그래서 (다른 쪽으로) 큰 기대를 하고 곡을 들었는데... 멀쩡해! 자료를 찾아보니 M.I.B에서도 원래 보컬 담당. 아마도 어느 정도의 후보정이 들어갔겠지만 발음도 또박또박, 거기다 곡의 멜로디가 좋다. 새삼스레 (유이치 있던 그) Y2K 생각도 나고 그 뭐랄까... 에이 모르겠다, 이번 회차 디스커버리!



신혜성, 나인 (디어클라우드)
Once Again #6
라이브웍스 컴퍼니
2014년 12월 29일

   

작편곡의 Davink와 디어클라우드의 나인, 신혜성 셋 모두 제각각 좋은 아티스트들이다. 안개 같은 공간감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기타 기반의 록을 결합한 사운드도 흥미롭고, 나인과 신혜성의 보컬도 사뭇 듣기 좋다. 그러나 그 셋의 조합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인의 목소리는 신혜성의 그것과 겹쳐지면서 존재감이 애매해지고, 신혜성은 처연한 사운드 속에서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들리며, 편곡은 그런 감정 과잉의 기류 속에서 몰입할 순간을 채 주지 못한 채 계속 변화하기만 하며 치달아 버린다. 결국 디어클라우드와 넬을 몇 초 간격으로 바꿔가며 틀어놓은 것 같은 심란한 풍경이 되었는데, "날 믿어요"란 가사에 집중할 여유를 갖기엔, 침착하게 서 있기도 조금 버거워 보인다.



소나무
Deja Vu
TS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9일

   

미니앨범을 처음 들으면 다소 어수선하다. 데뷔 초 간 보기일 것을 감안하고 다시 듣다 보면 곡들의 퀄리티가 귀에 들어온다.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수록곡 각각은 노리는 바도 확실하고 그것을 꽤 우아하게 뽑아낸다. 그러나 타이틀 'Deja Vu'를 포함해, '지나치게 근사하지 않도록' 수위조절한 듯한 부분들이 조금씩 신경 쓰인다. '2000년대 초반에 지금의 인프라가 있었다면 본토 힙합을 제대로 해냈을 텐데'하는 로망의 산물 같은 타이틀곡 하나를 위해 다소 거한 뒷받침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더구나 그 '해낸' 바가 15년 전 미국 따라잡기라면, 조금은 낭비가 아닐지.

여자 B.A.P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느낌이다. 실패의 이유는 간단하다. 멤버들이 잘할 수 있을 법한 것과 앨범의 기획 방향이 완전히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 B.A.P처럼 파워풀한 힙합곡을 소화해내려면, 곡을 충분히 리드해 나갈 수 있는 보컬도 필요하고, 퍼포먼스의 중심을 잡아줄 댄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보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춤을 잘 추는 멤버가 없는데, 춤을 잘 춰야만 소화할 수 있는 안무 장르를 선택해 버렸다는 점이겠다. 이건 '틀렸다'고 본다. 소속 아이돌에게 관심을.

타이틀곡 'Deja Vu'는 B.A.P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과거 SMP를 연상시키는 TS 특유의 느낌이 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서는 O-24와 보아까지 연상시키는 2000년 전후 스타일이다. 팀 이름과 음악이 쉽게 조화를 이루지 않듯 가사와 곡도 약간의 틈이 느껴진다. 수록곡 간의 온도 차이도 꽤 크지만, 트렌드에 근접한 작법으로 과거의 색채를 구현해 내니 이 부분이 제일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 간극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이 뭐냐면, 이렇게 하면 남덕도 여덕도 모으기 힘들다는 거다.

B.A.P의 소속사 TS 엔터테인먼트 (현재 B.A.P는 TS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확인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에서 내놓은 걸그룹으로 가히 B.A.P의 걸그룹 버전이라 할 만하다. 팀명만 보면 '크레용팝' 류의 키치풍 콘셉트인가, 했는데 의외로 진지한 타이틀곡 'Deja Vu'가 살짝 버겁다. 모든 수록곡에 데뷔 팀 특유의 기합이 넘쳐나는데 이상하게 덕심이 반응할 만한 포인트가 없다.



술제이, 현영
오빠야
DSP 미디어, 프리스타일 타운
2014년 12월 30일

   

우리말에서 주로 '발음'으로 이해하는 방언을 영어에선 '억양'으로 표현하곤 하는 것을 본다. 분명 사투리는 서울말씨와는 다른 억양을 갖고 있어 그 음악적 효과를 탐험할 만하다 할 것이고, 잘 된 최근의 사례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경상도 사투리로 전체가 이뤄진 이 곡의 멜로디가 사투리의 음악성을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고, 보다 자유도가 있다 할 랩에서도 큰 파괴력을 느끼긴 힘들다. 그리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 아니어서 이해를 못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경상도 남자의 매력'이란 앞에선 무뚝뚝하면서도 뒤에서 생각해주는 마음이 아닌가. 이 곡에서처럼 대놓고 다 챙겨주는 남자가 아니고 말이다.

〈개그콘서트〉를 보면 〈힙합의 신〉이라는 코너가 있다. 거기서 김회경이라는 개그맨이 경상도 사투리로 랩을 하는데, 이게 참 채널을 돌릴 정도로 듣기 힘들다. 굳이 설명하자면 타 지역 사람이 사투리를 표기된 대로 읽는데 억양을 제 맘대로 붙이는 뭐 그런 거? 이 곡의 랩이 딱 그렇다. 12년간 부산에서 산 평자가 보증하는 바이다.



에이션
Somebody To Love
모노뮤직 코리아
2015년 1월 2일

  

도입부에서 묵직한 저음의 보컬이 자리 잡는데, 정작 본편에서는 사운드의 중저역이 너무나 비어 있다. 우리가 흔히 곡이 '없어 보인다'고 할 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저역의 부족은 그 대표적인 이유가 된다. 곡 자체는 (사운드 또한) 다소 예스럽다 해야겠으나 무리하진 않은 단정함을 지키는 편인데, 정면으로 튀어나와야 할 때 힘이 부친 듯 밀려나는 몇몇 순간에서의 보컬이, 미안하지만, 흐르던 물을 옆으로 새게 한다. 더구나 혼란도를 가중시키며 화려하게 감동을 얹어주려는 후반의 보컬 솔로도, 역시 미안하지만, 그저 어수선한데, 이 역시 당장 믹스를 탓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뷔연도가 무려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5인조 남성그룹 에이션의 새 싱글. 곡 자체는 사랑을 갈구하는 가사의 평이한 미드템포 곡인데, 이상하게 만듦새가 조악하다. 특히 후렴부에 가성으로 부르는 부분을 들으면 목소리의 갈라짐이 안타까울 정도. 미니앨범 한 장에 싱글만 다섯 장이던데 어찌 이런 일이...



헬로비너스
위글위글
판타지오 뮤직
2015년 1월 5일

   

결론을 내리기보다 계속 이어지는 듯한 곡의 구조가 흥미롭다. 작정하고 머리를 비운 채 오글거림을 유도하는 가사와 멜로디도, 나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사실 댄스 음악이란 건 원래 그런 것에 가깝다.) 결국 댄스-가요보다는 가요-댄스에 가까운 포지셔닝인 셈인데, 어쩌면 이 곡을 기점으로 헬로비너스는 지향점 자체를 바꾸는 것일까. 어정쩡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묘한 지점들이 잔뜩 있어, 이건 의도라고 짐작케 한다. 그러나 각 파트의 연결과 무대는 조금 삐걱거리는 듯 느껴진다. '화끈한' 빌드업이나 섹시미도, 은근한 절묘함도 아닌, 그렇다고 능청스러운 애매함도 아닌. 그게 매력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조금의 설득력이 아쉽다.

흔히 아이돌을 '완성형'과 '성장형'으로 나누는 분류가 리스너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된다. 이전 싱글 '끈적끈적'과 이번 싱글을 들어보면 헬로비너스는 이 두 가지 중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성되어 있거나, 성장했으면 좋겠다. 노래를 듣는 사람에게서 뭔가가 낭비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의 곡 'Wiggle'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가져오니 한 번 당황스럽고, 위글 댄스를 공개한 뒤에 곡을 이렇게 가지고 나오니 두 번 당황스럽다. 'Wiggle'의 악기 구성까지 빌렸다는 점에서 당황은 이어진다. 글쎄, 성숙한 면모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보다, 이미 AOA가 선점한 ‘용감한 형제 스타일의 곡’을 계속 해야 할까?



하이포
비슷해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포스트 2AM, 혹은 2AM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듣기만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볼거리까지 주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여 항상 기대하게 된다. 대개 이런 형태의 보컬 그룹에게서 볼거리까지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고민과 노력은 언제든지 분명 강점이 될 것이다.

EP "HI HIGH" 이후 4개월이 지나 선보이는 신곡은 곡 구성부터 스타일까지 절치부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두 번째 랩에서 등장하는 서브 베이스, 그 위에 올라간 악기는 어쩔 수 없이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Boyfriend'를 떠올리게 한다. 레퍼런스가 드러나는 아쉬움과는 별개로, 잘 만들어진 곡은 멤버들의 좋은 역량과 함께 R&B 장르 특유의 멋을 잘 차용해서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나는 막내의 포텐을 봤다. (박수)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이들에게 영원히 따라다니는 꼬리표이자, 넘어서야 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이포는 꽤 괜찮은 R&B 싱글 '비슷해'를 내놓았다. 물론 접근성이 좋은 장르이기도 하고, 일정 수준의 '음악성'을 확보하기에도 쉬운(쉽다고 여겨지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곡의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다만 활동을 끌고 갈 만한 싱글이라기보다는 후속작에 대한 '밑밥 깔기' 정도로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이 이후에 내놓을 곡과 콘셉트에 따라 '봄 사랑 벚꽃 말고' 극복 여부가 판가름날 것 같다.



포텐 (4TEN)
왜 이래
정글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5일

   

이 곡을 들으며 〈파일럿〉 같은 드라마가 생각나는 것은 기타 사운드와 8비트 리듬의 베이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운드와 화성, 멜로디 모두 '가슴 벅차는' 80년대풍으로 잡혀 있는데, 그것이 꽤나 좋은 분위기로 구현되었으며 보컬의 음색과도 매우 잘 어울린다. 이런 분위기의 곡 중에 듣는 이를 힘들게 하지 않고 상쾌함을 남기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곡은 그걸 꽤 해내고 있다. 브리지 이후 솔로 보컬이 가창력을 뽐내기보다 긴박한 듯이 말을 내뱉기도 하는 연출도 매력 있다. 아쉽다면 베이스라인처럼 곡 자체가 '너무 흐른다'는 것인데, 조금만 리듬 변화나 액센트를 줬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16마디에 달하는 랩도, 조금은 편곡의 서포트가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앤씨아
Coming Soon
제이제이홀릭 미디어
2015년 1월 5일

   

전기기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운드가 다소 소박한 느낌으로 흐른다. 후렴에서 가세하는 밝은 톤의 신스도 펼쳐지기보다는 리듬을 찍어주면서 지나친 화려함을 경계하는 듯하다. 그런 방향성은 설득력이 있어서,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비디오 속 앤씨아의 모습이 곡에 파묻히지는 않게 한다. 그러나 선명하게 주제의식을 제시하는 명쾌함도, 팬시화된 생활형 아티스트 같은 아기자기한 디테일도 아닌 이 곡은 분명 어딘가 아쉽다. 무난하고 상쾌하지만, 그 이상을 노려도 될 재목이라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바로 전 곡인 '후후후 (Hoo Hoo Hoo)'가 나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바로 등장한 신보. 곡 자체는 평이한 기타팝이지만 여기에 앤씨아 특유의 소녀 감성이 덧붙여져 있다. 사실 해당 가수가 소기의 성과를 획득하지 못한 채 단순히 이미지의 소비만을 반복하는 현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은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서도...



플래쉬 (FlaShe)
My Day
플래쉬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7일

   

글램과 뉴로맨틱스는 지금 한국의 아이돌팝에게 있어 먼 조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큐어(The Cure) 같은 곡으로 걸그룹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해 이런 음반을 냈다면, 음악적, 사업적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닐까. 그렇다, 이 음반의 흥미 포인트는 큐어를 닮았다는 것이고, 문제점 중 하나는 (그렇다, 다른 문제점도 많다) 큐어의 매력 포인트는 '그런 맛'이 분명 아니라는 점이다.

어쩐지 걸스데이 초기작들이 떠오른다. 다만 민아의 역할을 할 보컬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노래의 거의 대부분이 떼창으로 가득 차있다는 점에서, 그다지 뾰족한 특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춤은 조금만 더 성의 있게 춰주었으면 좋겠다.



헤일로
Surprise
하이스타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잘 생겼다. 노래를 잘한다. 춤도 잘 춘다. 솔직히 이제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내가 영업이라도 뛰어야 하는 걸까.

'어서 이리온now''의 후속곡이라기에는 너무 밋밋하다. 후렴 부분의 사운드는 빈약해서 처량하기까지 하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로 분명 신나는 분위기를 의도했겠으나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사실 바로 전 싱글의 타이틀 '어서 이리온now'에서 이미 예견되긴 했지만, 적어도 이 그룹이 매끈한 외모를 바탕으로 달콤한 노래만 부르지는 않을 것임이 이 싱글을 통해 증명되었다. 후발 주자임에도 대범하게 비스트(BEAST)를 연상시키는 짜임새의 곡을 들고 나온 것이 놀랍기만 하다. 비록 아직 멤버들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등의 단계에 이르진 못했지만 추후의 행보가 주목되는 그룹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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