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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8월 하순

2015년 8월 21일~31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현아, 주니엘, 에이프릴, 마이비, 벤, 투아이즈, 올스타, 효린&지코&팔로알토, 칠학년일반, 비트윈, FT아일랜드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돌돌말링이 새롭게 참여한다.

2015년 8월 21일~31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현아, 주니엘, 에이프릴, 마이비, 벤, 투아이즈, 올스타, 효린&지코&팔로알토, 칠학년일반, 비트윈, FT아일랜드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돌돌말링이 새롭게 참여한다.

A+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21일

김윤하: K-감성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훌쩍 넘긴 티저 영상이나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섹시코드’고 그것이 ‘10대 팬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가수의 확고한 자기확신에 비해 음반이 가진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포미닛의 ‘Crazy’를 통해 비로소 자아에 눈을 뜬 모습을 보여준 현아였지만, 래칫 사운드를 앞세운 앨범 한 장을 전체적으로 이끌기엔 스킬과 스왝 모든 면에서 힘이 달리는 인상이 짙다. 오히려 마지막 곡인 슬로우잼 ‘평온’을 통해 들려주는 성숙과 미숙 사이 위태롭게 선 목소리에 귀가 더 끌린다.

미묘: 수록곡들의 내용과 무드는 연애의 치졸함까지 포함한 어른의 이야기들이다. 그와 비견할 때 타이틀 '잘나가서 그래'가 보이는 (위험하면서도) 유치한 지점들이 인상적이다. 목소리의 표정을 바꿔대는 것으로 흐름을 잡아내지만 라임은 시시하고, 막무가내의 내용도 얕으며, 때론 아저씨 개그를 구사하기까지 한다. 그것이 "현아와 누나 동생 사이"가 스왝 포인트라는 일훈의 랩과 겹쳐져, 어차피 "그래도 나는 잘나간다"는 (변종) 스왝으로 읽히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어쩔 수 없는 현아의 섹시함이 인과를 따지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듯, 실력, 진정성, 성실성 같은 '원인'을 떠나서 '결과'로서 잘나가고 있으니 그뿐이라는 뻔뻔한 당당함이다. 현아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그것만은 아니되, 건성건성의 카리스마로 인식을 타파하겠다면 이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은 현아일 것이다.

돌돌말링: 아무리 "Sex sells"라지만, 누구나 팔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자세로 어떻게 펼쳐 놓을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 현아가 자기 이름값을 증명해나가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논란이 많지만, 단지 '현아다운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던져지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에 있어서 현아는 특별하다. 아직도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너도 좋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 2차 가해가 흔한 사회에, 이 곡은 심지어 "자 옳지 그래 옳지 You can’t touch me Don’t touch me" 같은 라인으로 '내 매력에 약이 오르더라도 내 허락 없이는 손댈 수 없다'는, 합의(Consent)의 개념마저 가르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숨은 고수 비투비 정일훈의 랩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오요: 싫어하는 사람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밀고 나가는 솔로 가수 현아의 태도는 근사하다. 본인이 어떤 정점에 올라섰다고 가정하고 부르는 '잘나가서 그래'는 역설적으로 현아의 능력치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즉, 콘셉트의 변화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식으로 곡을 장악하는 (다분히 추상적이지만 정말 그런 것이 팝 가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밀도 높은 사운드가 받쳐주던 '빨개요'와 달리 베이스와 킥, 두어 개의 샘플 정도가 전부인 메인 비트 위에서 현아의 랩과 퍼포먼스는 빈약하기만 하다. 밍숭맹숭한 빌드업에 이어 등장하는 후렴구가 체면은 살려주고 있지만 현아의 세 번째 싱글이라기엔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유제상: 타이틀 '잘나가서 그래'를 포함 총 다섯 곡이 수록된 싱글. '잘나가서 그래'의 경우 전작 '빨개요'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로 다가오는데, 이는 후술할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멜로디는 대중적이지만 상당히 단조롭다. 광포한 사운드를 쓰지 못한 것은, '빨개요'와 같은 기조에 있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포미닛의 '미쳐' 때문인 것 같긴 하지만도. 그리고 가사의 내용이 상당히 뻔하다. 특히 평자는 가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현아를 질시하는 것은 그녀가 잘나가기 때문이다'라는 논조는 단순한 어그로라기보다 사실의 제시에 그친다. 따라서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응응 너 잘나가. 근데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게 한다. 범위를 한정 지어 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이는 소극적인 전략이 못내 아쉬운 싱글.


Sorry
FNC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21일

미묘: 리리컬한 흐름과 다소의 오리엔탈 취향을 담은 서정성의 질감이, 일본에서 발표했던 자작곡들의 일본 컬리지록 풍과 국내 일부 곡들의 선 굵음을 연결한 듯하다. 청승을 잘 표현하는 보컬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부진 느낌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가을 분위기의 쓸쓸한 곡인데, 2절 후렴 뒤 브리지 후반부가 몰아치며 뻗어 나가는 느낌 또한 근사하다. 주니엘은 커리어와 매력 양면을 교통정리 하고 있는 듯한데, 그런 취지에서도 좋은 방향성을 보여주는 싱글.


Dreaming
DSP 미디어
2015년 8월 24일

김윤하: 앨범을 듣는 내내 우리가 한 번쯤 마음에 품어본 걸그룹의 모습들이 수십 가지 무지갯빛 레이어로 흩어진다. 핑클부터 이어져 내려온 DSP 특유의 K-프렌들리한 아이돌 감성이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선사하는 사이 황성제, 남기상, 이주형 등 '상큼계' 작곡가들이 조율해 놓은 사랑스러움이 앨범 전체를 감싸 안는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정교하게 구성되거나 이미지화된 ‘소녀’가 아닌, 정말 ‘소녀’들이 부르는 노래라는 감각이 무척 가깝게 다가온다는 점인데, 타이틀곡 ‘꿈사탕’은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에 들었던 가장 훌륭한 싱글 가운데 하나였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사람은 어딘지 빈틈이 있어야 마음을 주기 쉬운 법, 아이돌이란 전면에 서는 멤버들은 빈틈을 보여주되 그 뒤의 산업에 의한 부분에선 치밀한 것이 정통파 포석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다른 전략도 많고, 상호우열을 논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타이틀도 그렇지만 곡들은 준수한 캔디팝으로서 그 달콤한 매력을 상향평준화된 퀄리티 스탠다드에 부족함 없이 선보이는데, 공격적이거나 모나지 않아 접근성이 높으면서 시시해지기 쉬운 약점 또한 내포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식이 이 음반에서는 바로 보컬이다. 소속사 기준에서 보컬의 향상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설득되지 않는데, 탁월한 보컬이라기보다는 허점까지 포함하여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보컬들에 가깝게 느껴진다. 다만 그것이 맹랑한 음색을 중심으로 포근하거나 달콤하거나 앙칼지거나 하는 다채로운 팔레트를 연속으로 펼쳐 보여, 수많은 매력과 허점을 빠른 호흡으로 늘어놓도록 조직되어 있는 점이 효과적이다. '꿈사탕'의 유난히 넓게 퍼지는 백업보컬의 공간감을 비롯해, 보컬 트랙에 많은 작업량을 투자해 분위기와 듣는 재미를 잡아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돌돌말링: 샤프함이라곤 보이지 않아 팬들의 원성을 사는 기획력에도, 꽤 많은 아이돌을 스타로 만들어온 90년대의 강호, DSP 미디어. 이들의 신인 걸그룹 에이프릴의 데뷔곡 '꿈사탕'은 그동안 DSP 아이돌에게 많은 곡을 제공하며 특유의 예쁘고 무해한 이미지를 만들어온 황성제 사단(Butterfly)의 작품이다. SS501의 'Snow Prince'나 카라의 'Jet Coaster Love'가 그랬듯 DSP돌+황성제= '첫만남의 달뜬 설렘'이란 공식은, DSP가 가장 잘하는 것이란 점에서 첫발부터 필승 카드를 꺼낸 게 아닌가 싶다. 안전한 느낌이다.

유제상: 여성 6인조 그룹 에이프릴의 데뷔 EP. '꿈사탕'의 경우 이 곡과 관련된 모든 구성요소들이 실로 아이돌의 전형을 그대로 오려내어 붙인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 정직한 내용물들뿐이라 오히려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을 정도(중학교 동창이 멤버들에게 찾아가 팔을 높이 들고 "빠라빠빠 빠라빠빠"라고 외친다면?). 이런 전형성으로 인해 같은 계열의 여성 그룹과 비교하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곡이 (특히 후렴구가) 인상 깊으니 계속 기억에 남는 것은 플러스. 아마 이후에 다른 곡들을 발표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리라 본다.


심장어택 (MY OH MY)
마루기획
2015년 8월 2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인트로의 일렉트릭 피아노가 "It's B-A-B-Y"로 넘어갈 때 부자연스럽게 눌리는 것이 조금 거슬린다. 그 외에는 모나지 않고 다소 무난한 편인 점이 아쉬울 뿐, 준수하게 잘 이뤄진 '스탠다드 아이돌팝'이라 해도 좋겠다. 이미 시도된 (음악적, 시각적) 노림수들을 잘 연구해 빼곡히 박아 넣었는데, 노림수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 것은 짜릿하기도, 때론 피로감이 우려되기도 하는 부분. 그런 조합의 연속체로서 매끄러운 이음매를 타고 자연스러운 다이내믹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음악적으론 익숙해진 양식이라 그런지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비해 시각 이미지에서는 다소 편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약간씩의 변형을 통해 참신함을 노리고 있기도 한데, 타이트한 치마를 손으로 누르며 발차기하는 안무에선 유쾌함을 억누를 수 없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돌돌말링: 올해 아메리칸 하이스쿨 치어리더 콘셉트를 채택한 팀은 비단 마이비뿐만이 아니지만, 마이비는 스포티함을 좀 더 강조한 것이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 안무를 봐도, 기본적인 포지션이 등 아래 근육을 눌러 엉덩이를 강조한 자세가 아니라 등을 구부려 상체를 낮추고 무릎을 굽힌 자세인 데서 지향점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매력은 디유닛 이후 오랜만이다. 코러스의 '잠깐만'에서는 윤상의 '한 걸음 더'가 잠시 생각나는, 캐치한 멜로디의 곡.

유제상: 노래 이전에 이들의 외모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치어리더복은 그렇다 치더라도 머리카락이 똑같이 금색 장발이라 여러 가지 의미로 눈에 확 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 언캐니(uncanny)함에 깜짝 놀랄 정도. 노래는 다른 그룹에 비해 상당히 올드한 편으로 타이틀 '심장어택'을 들으면 바로 디바의 '그래' 같은 곡이 떠오른다. 다만 이런 외모나 곡의 올드함 등이 뒤섞여서 평자에게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딱히 인상적인 멤버가 있었다거나 곡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다음 싱글과 그 콘셉트가 기대될 정도.


My Name Is Ben
더바이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25일

유제상: 보도자료 말마따나 2년 10개월 만의 복귀인데, 돌아온 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노래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앤씨아와 맞짱 뜰 거 같은 신보의 콘셉트에 손발이 멀리 도망가버렸다. 〈불후의 명곡〉에서 옛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던 벤에게 띠두벅어 사두데요 이미지를 덧씌운 자는 그 누구인가?


3rd Single Album
iHQ
2015년 8월 26일

미묘: 콘셉트 레퍼런스 캐릭터의 구현이란 측면에선 잘 나온 결과물인 듯하다. 다소 낯 간지러울 정도의 씩씩한 경박함이, 흔한 '통통 튐'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무드를 살리고, 그것은 삐삐라는 캐릭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후렴의 멜로디는 가요적으로 익숙하면서도 곡의 주제인 내면의 감정과 외면의 의욕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라인. 양식의 차원에서 곡은 흠이 있다기보다는 준수한 편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아이돌이 삐삐를 차용할 때 남성 팬을 사로잡겠다면 단번에 효과를 거둘 부분은 가사처럼 "말괄량이 말고 오늘 난 진짜 여자"라는 지점일 것이고, 그것은 곡이 말하듯 삐삐가 작심하고 섹스어필하는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장면이 여성 팬에게 어필할지도 의심스럽다. 말괄량이의 외면, '여성적'인 내면, 섹시한 행동 모두 매력적인 것들이겠으나, 이를 조합하는 데 있어 캐릭터 설정이 조금 더 섬세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유제상: 프로의 손을 거쳤으니 어느 정도 정제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내면을 돌아보면 혼돈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싱글. 타이틀 'PIPPI'는 아마도 아동물의 고전 〈말괄량이 삐삐〉에 영감을 얻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멤버 네 명에게 모두 삐삐 분장을 시킬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다. 역시 아이돌은 극한직업이야...


Sugar
번하드 ENT
2015년 8월 26일

미묘: 찬란하고 화사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유감스럽다. 적어도 스트링을 쓰고 싶다면 리얼 스트링 작업을 해봤거나 신스 스트링의 매력을 아는 사람을, 보컬 곡을 만들고 싶다면 노래를 아주 잘하거나 보컬 트리트먼트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쓰는 게 좋다. 규모 큰 사운드들을 그런대로 무리 없이 믹스한 것을 보면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닌데, 보컬 디렉팅에서도 몇 번이나 삐걱대는 것을 듣고 있으니 그저 안타깝다.

유제상: 'Sugar'의 뮤직비디오를 틀면 장황한 스트링 소리와 함께 연서복 다섯이 줄줄이 나와 자신의 매력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어필한다. 신인 그룹의 이름이 검색에 대단히 불리한 '올스타'인 것도 그렇고(지명도에서 컨버스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뭔가 이래저래 핀트가 엇나간 거 같지만 강렬한 인상의 뮤직비디오만은 필견이다. 손발을 부여잡고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보고 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Dark Panda
스타쉽 엑스
2015년 8월 26일

오요: 이것은 아마도 케이팝에 퓨쳐 알앤비(future R&B)를 이식하려는 가장 앞선 시도쯤으로 기록될 만한 트랙이다. 티나셰(Tinashe)나 켈렐레(Kelele)의 대체재로써 효린은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고, 팔로알토와 지코의 랩도 꽤 어색하지 않게 비트와 어울린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멜로디와 랩의 질감이 퓨쳐 알앤비라기보다는 선명하고 쏘는 듯한, 케이팝의 질감에 더 가깝다. 더 나아갔다간 '대중적'이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테고, 어느 선에서 타협을 본 절충안 같은 트랙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려 했다는 점에서만큼은 긍정적이라 본다.


2015 Always
다른별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28일

미묘: 칠학년일반이 무척 예뻐졌다. 키치한 센스의 '칠학년일반'이란 이름과는 기존에 비해 차라리 괴리감을 느낄 정도. 어쨌든 예뻐진 것은 좋은 일이다. 곡 자체도 나는 이미 기존 발매 시에 꽤나 미덕을 느꼈더랬다. 그런데 이 곡이 팬송이라는 점에서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음원에서는 그다지 선명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데 팬송을 1년 만에 재발매한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팬송에 악명 높은 치마 들추기 안무가 두드러진다는 것은, 과연 괜찮은 일인지.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팬에게는 같은 곡으로 두 번 돈을 받고 그 감사함을 치마 속 보여주기로 보답한다는 모양새가 되지 않는가.

오요: 멤버들이 모두 동일한 (그러나 교복보다는 좀 더 '러블리'한) 의상을 입고, "이젠 내가 널 지켜줄게 / 힘든 날도 환하게 웃는 날도 / 언제나 넌 내 곁에 있어"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이 소녀들에겐 누군가를 지켜주고자 하는 의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강박적으로 '우리는 순수해요, 해치지 않아요'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유제상: [2015 Always 리뷰] ← 곡의 기존 리뷰는 여기로.
‘하얀 바람’ 리메이크로 뜬금없음을 선사한 칠학년일반이 석 달 만에 구곡 ‘Always’로 컴백. 맥빠진 전작과 달리 무난하니 듣기 좋긴 한데, 왜 이 곡을 다시 들고 나올까? 요즘 소녀소녀한 콘셉트가 유행이라 거기에 맞춰 뮤직비디오까지 새로 찍을 요량이면 신곡을 들고 나왔어야지. 그런 의미에서 평자도 기존 리뷰를 2015년 버전으로 다시 썼다.


Insatiable
에렌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28일

돌돌말링: 걸스데이를 지금의 걸스데이로 만든 남기상이 제작한 그룹. 5인조로 재정비했다고 한다. 메이크업이나 서스펜더 등 스타일 콘셉트는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인공미 쩌는 원작에 비해 피니시가 깔끔하지 못해 기사를 보기 전엔 레퍼런스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안무의 매무새라든지 이를 소화해내는 기량이라든지가 조금 허술해서 아쉬운 감이 있는데, 뮤직비디오를 반복하다 보면 영상 전체에 흐르는 참을 수 없는 변두리 소도시 느낌에 외려 이 허술함이 이웃 나라의 '지역 아이돌' 같은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를 기대해보고 싶다.

오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소들이 (문래 일대에서 촬영한 것이 확실하다)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케이팝 씬에 존재하는 자본격차가 피부로 와 닿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곡이나, 의상, 안무, 콘셉트까지 다 한 번쯤 어느 아이돌의 무대에서 본 것만 같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나오는 랩 파트만큼은 꽤나 강렬하다.

유제상: 이번에는 금발이 다섯. 올가을 유행은 트윈룩인가... "Insatiable"의 노래나 뮤직비디오 속 시각 이미지 모두 기존 비트윈 곡에 비해서는 일취월장하였으나, 더 폭력적이고 더 시건방져야 할 지점에서 그러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계단 난간을 치고 올라가는 물건이 야구방망이나 쇠파이프가 아니고 드럼스틱이어서야 뭔가 욕구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Puppy
FNC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31일

김윤하: ‘Puppy’는 FT 아일랜드가 오는 9월 16일 일본에서 발매할 예정인 싱글을 한국어로 번안한 곡이다. 아직 정식 싱글 발매 전이라는 점과 이 곡을 통한 국내 활동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빠들'이 한국을 비운 사이 강제수절을 당하고 있는 한국 팬들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성 싱글이라 해도 좋겠다. 지난 3월 묵직한 하드록 터치로 색다른 면모를 어필했던 5집 "I Will"과의 괴리감은 얼추 그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적당히 신나는 훵키록 사운드는 무척이나 익숙해서 과연 일본에서, 메이저에 데뷔한 밴드가, 15번째로 내는 싱글답고, 광고나 애니메이션에 타이업 되었다는 보도자료를 곧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돌돌말링: 이 노래는 반드시 뮤직비디오를 보아야 한다. 느긋한 남국의 장기 투숙 숙소쯤을 재연한 배경으로 이홍기가 파자마 같은 박시룩을 입고 "웨얼 이즈 마이 퍼피?"를 외치며 나라 잃은 표정으로 돌아다니는데, 이걸 원테이크로 계속 쫓아가다 보면 FT아일랜드를 끊임없이 쫓아온 '밴드냐 아니냐'라는 논란 따위는 다 무에 상관이 있나 싶다. 나사 빠진 젊은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본의 코미디 영화 같은, 오글거리고 실없지만 그런대로 사랑스러운 미덕을 갖췄다. 모두가 예상했듯 노래 말미엔 "유아 마이 퍼피!" 라고 공개하는데 그마저도 일본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실제로도 FT아일랜드가 일본에서 발매할 곡을 번안한 것이라고 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