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1일~31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김동완, Pro C, 클릭비, 엔플라잉, 몬스타엑스, 아이유, 솔라(마마무), f(x)의 신보를 다룬다.
돌돌말링: 캐나다에 있는 동안 꾸준히 오픈마이크를 섰다는 그에게서 무대를 편안하게 느끼는 여유가 느껴진다. 아이돌 케이팝 씬에 이런 가수가 흔하지 않기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하고 싶었던 밴드 음악 장르를 고른 것도 김동완이라 그렇게 놀랍지 않았고. 신화 멤버들이 연이어 솔로 발표를 할 때마다 서로 다른 방향성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꽉 채운 퀄리티에 놀란다. 몇 달 전 전진의 앨범도 참 좋았는데 말이다.
유제상: 처음엔 '김동완이 왜 밴드 콘셉트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지녔는데, 이는 본인의 의지 측면과 상업성 측면의 두 가지 방향으로 분화된 의구심이었다. 전자는 TV에 본인이 직접 나와 이에 대한 소구를 증명했으니 OK. 남은 것은 상업성인데, 생각해보면 기타팝이 메이저 장르로 차트를 호령한 적은 없어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손을 탔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선택은 아니구나 싶다. 남은 건 평자가 주구장창 떠드는 '좋은 멜로디'와 '가사의 서정성'인데 이 부분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유제상: 그룹 '매드타운'의 무스와 버피를 멤버로 삼는 유닛 '프로씨'의 신보. 매드타운 멤버들이나 피처링 해준 '여자친구'의 은하 모두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은 아니지만, 이들이 만든 결과물은 생각보다 세련되고 멋스럽다. 솔직히 말한다면 두 그룹에 이렇게 실력으로 뽐낼만한 사람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 하긴 작금의 상황에서 아이돌의 실력을 의심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
조성민: 사실 개인적으로 아이돌의 랩이란 어느 정도 설익은 맛에 듣는 부분도 있다고 믿는 편이다. 하지만 피쳐링으로 참여한 보컬이 곡 전체를 끌고 가버릴 정도로 래퍼 둘 다 주도권을 놓쳐버린 것은 조금 많이 아쉽다. 단순히 '설익은 맛'이라고 하기엔 빈틈이 너무 많이 보이는 플로우가 버스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렸다. 케이윌과 함께 했던 첫 싱글이나 에일리가 참여했던 전작에서도 역시 피쳐링 보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 것으로 보아, 피쳐링의 활용이 이 팀의 성장에 꽤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의심이 된다. 걸출한 보컬들에게 묻히지 않으려면 좀 더 날카로운 한 방을 준비해오거나, 아예 피쳐링을 쓰지 않고 두 래퍼의 랩에만 집중하게 하는 방법도 있겠다.
돌돌말링: 2년 전에 있었던 DSP 페스티벌에 일곱 명 전원이 극적으로 모였다는 소식을 들으며 어쩌면, 하고 기대했던 니지들 분명 있었을 거다. 오빠들은 그 후로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고, 예행연습처럼 싱글 "Always"를 내기도 했는데 결과물이 썩 매끈하진 못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제대로 된 재결합 때는 외부 곡을 받아야겠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고 한다. 모노트리 등의 참여로 그렇게 발표된 "REBORN"은 놀랍게도 클릭비 역대 클릭비의 발표곡 중 가장 안정된 멋을 보인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서로 설기게 엉키던 독특한 보이스들을 들으며 'DSP는 정말 톤 구별 없이 잘 생기면 뽑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16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본인들이 서로를 어우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니 놀랍다. 그간의 공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유제상: 으하, 클릭비다. 개인적으로는 밴드 콘셉트의 클릭비를 좋아했기에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조폭 같은 지금의 콘셉트가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이들이 god도 아닌데 '완전체 클릭비' 같은 선전문구가 무슨 의미가 있나도 싶고. 다만 이러한 가수 활동이 이들에게 생활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준다는 측면에서 무작정 비난하기만은 어려울 듯싶다. 트렌드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수록곡 'Reborn', '보고싶어'가 이런 측면을 대변해준다. 클릭비는 이 앨범을 통해 '환영문', '백전무패', '너에게...'를 불렀단 그때 그 분위기를 (심지어는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다시금 상기시켜주려는 것이다.
조성민: 정말 신기하게도, 활동 전성기 당시에는 조금 희미하게 느껴졌던 클릭비만의 '음악적 색채'라는 것이 이번 싱글에선 꽤 또렷하게 보인다. 거칠게 달리는 기타 소리를 꿋꿋하게 뚫고 나오는 미성의 보컬과, 그 와중에 역시 꿋꿋하게 힙합을 주장하는 랩이 겹쳐져 '맞아, 클릭비 노래엔 이런 게 있었지'를 상기시켜준다. 자칫 너무 거창해져서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었던 '귀환' 따위의 수식어도 그다지 큰 욕심 없어 보이는 편곡으로 가볍게 넘긴 듯한 인상을 준다. 이번 싱글이 단발성 이벤트보다는 다음 앨범을 위한 인트로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어쩌면 타이틀처럼 정말로 성공적인 재탄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김윤하: 아직 회사도 멤버들도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지 않은 채 두 번째 활동을 시작해버린 엔플라잉의 가을겨냥 록발라드풍 싱글. 그룹의 많은 부분이 미지수인 까닭에 메인 보컬과 랩을 담당하고 있는 멤버 이승협의 존재감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지만, 그 부분마저 다소 철 지난 느낌이라 아슬아슬하다. 수록 곡들은 더 미묘한데, 흔한 빅뱅 파티튠 워너비 곡을 밴드 편성으로 재구성한 듯한 'Knock Knock'이나 소속사 선배 FT 아일랜드로부터 '끈적한 너덜너덜함'만 이어받은 것 같은 '뻔뻔' 같은 곡들은 평범을 넘어선 안일의 영역에 척, 발을 걸친다. 좀 더 정교한 고민과 손길이 절실하다.
유제상: 엔플라잉이 동일 유형의 선배들과 다른 것은 '밴드 따윈 콘셉트야!'라는 걸 당당히 보여준다는 거다. 이들은 시종일관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은폐하려 했던 진정성의 문제(밴드 '콘셉트'가 아니다)를 가뿐히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레슬링으로 비유할 때 선대의 오버그라운드 밴드가 고전적인 레슬러들이라면,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애티튜드 시대의 레슬러들이고, 엔플라잉은 그 이후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해괴한 비유를 들어도 될 만큼 이들은 볼거리가 풍성한 '일반 아이돌'에 가깝다. 콘셉트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음울한 노래는 덤이다.
조성민: 사실상 후속곡에 해당하는 타이틀곡 'Hero'의 무대를 보면, '노골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기존 아이돌 팬덤을 타겟으로 한 '입덕 포인트'를 상당히 많이 챙겨 넣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무단침입'이나 '신속히' 보다 좀 더 많은 멤버들이 골고루 주목받게 배치된 파트도 무척 영리해보이지만, 최근 히트했던 기존 보이그룹, 특히 방탄소년단이나 블락비 등 힙합 아이돌의 히트 공식들을 잘 파악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이 있어서 전체적인 컨셉이나 방향성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후렴으로 빌드업 되는 과정에서 기현의 보컬이 텐션을 충분히 유지해주고 있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그 부분이 너무 느슨해서 전체 곡의 다이내믹까지 약간 죽어 보이는 감이 있다. 멤버들의 스킬 부족이라기보다는 디렉팅 미스 같기도 한데, 어느 쪽이든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김영대: 시작부터 귀가 쉽게 반응한다. 올드한 현의 질감이 주는 달뜬 감수성 때문일까? '새 신발'은 근래 들어본 가장 유려한 보컬 편곡이 빛나는 작품이다. 'Zeze'에서는 조금 진부하지만, '스물셋'에 이르면 유연하게, 때로는 야무지게 음을 연주하는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전작 "Modern Times"에서 그 복잡한 매력을 비로소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조금 더 모순된 성격들이 맞닿은 앙칼진 사운드에 재능을 집중시키면서 캐릭터가 더 강하게 폭발한다. 나는 뭐로도 규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하다는 식의 모순된 관점은 아이유가 그 이후 품어온 일관된 정체성의 핵심이었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허나 그 모든 것이 납득가는 내러티브로 바뀌는 것은 어찌 되었건 바로 아이유라는 목소리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왜인지 답할 수는 없지만, 뭘 걸쳐도 얼추 그림이 나오는, 그야말로 의욕과 센스가 정점에서 만나는 시기는 한 번쯤 찾아온다. 아이유라는 가수에겐 지금이 바로 그렇다.
김윤하: '높은 계단 좁은 골목 난 어디든 가 / 내 마음에 꼭 맞는 새 신발을 신고' 첫 곡 '새 신발'의 이 가사는 그대로 아이유가 "CHAT-SHIRE"를 통해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다. 흥미로운 건 이제야 처음으로 앨범의 모든 키를 쥐게 된 그녀가 그렇게 주어진 무한자유에도 불과하고 지난 자신의 모습을 지워버리거나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모두 안고 가는 방식을 택했다는 부분이다. 크게 이민수 사단의 영향이 느껴지는 복고풍의 스윙감과 펑키함을 잃지 않은 파트와 '복숭아'나 '마음' 등의 곡의 뒤를 잇는 '아이유 어쿠스틱'이 어울렁 더울렁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앨범은 그 자체로 더도 덜도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스물셋 아이유가 놓인 자리 그대로다. 특별히 새롭지는 않지만 이제야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였음을 발톱을 살짝 세운 채 윙크하며 드러내는 방식. 지금껏 이런 식의 탈-아이돌 루트는 좀처럼 없었다. 솔직함과 언어유희, 리듬감까지 모든 면을 충족시키는 '스물셋'의 가사를 몇 번이고 곱씹어 보게 되는 건 그런 이유다.
돌돌말링: 지금의 아이유는 이렇구나, 싶은 앨범. 어리고 나이브한 자신를 기대하는 대중과 그걸 꼭대기에서 쳐다보는 자신를 놓고 저글링하는 듯한 '스물셋'을 필두로, 자연의 언어를 센슈얼하게 이용한 '푸르던', 흐름 상 거슬리긴 하지만 왜 넣었는지는 알 것 같은 '무릎', 초연한 시선의 'Red Queen', 논란의 중심에 선 곡 'Zeze'까지. 모두 아이유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쩌렁쩌렁 외치고 있다. 가사도 멜로디도 어딘지 조금 과하지만, 그 센스에 매혹되면 참을 수 있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로리콤적 함유에 문제 제기 하는 우려들도 충분히 이해하나, 오히려 전작들에 비해 순진한 표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감상하기가 나았다. 방송 활동을 안 해도 이만큼 들려진다는 것은 미우나 고우나 해도 아직까지는 그가 관심의 중심에 있다는 이야기겠지 싶다. 다만, 해석이나 창작자의 모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좋으나 애인 취향 얘기까지 나오는 인터넷의 반응에는 조금 지쳤다. 아이유 본인은, 이 거품이 빨리 꺼지기를 바라고 있을까? 오랜만에 한 앨범을 깊이 들었다.
유제상: "Modern Times"에 이어 '아티스트 아이유'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신보. '아티스트' 같은 추상적이고 가치강요적인 용어는 배제하고, 순수하게 음반만 두고 판단하자면 일관된 지향성이 부족하다는 걸 지적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곡들이 90년대 시부야케로 통칭하는 일본 음악의 변용 같이 들리는데, 문제는 그 변용이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결과물은 아이유 개인의 매력과 제작진의 역량을 반영하여 고도로 계산된 전략 아래 만들어졌겠지만, 일정 부분을 나아가면 결국 힘에 부쳐 주저앉고 만다. (아마도) 안전한 세계에 머물러 있으니 그럴 수밖에.
조성민: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그러한지 설명하기는 조금 막연하지만, 앨범을 듣는 내내 아이유가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을 느꼈다. 다른 뮤지션들이나 앨범들과의 차이라면, 여타 작품들이 '부담감에 의한 실패'라든가 '부담감의 극복' 등을 표현했다면, 이 앨범은 '부담감' 혹은 '부담'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얼버무리듯 읊조려버린 가사에서 느껴졌는지, 복잡다단하게 흐르는 보컬이나 악기 선율에서 느껴졌는지, 아니면 초현실적인 연출의 뮤직비디오에서 느껴졌는지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이 앨범을 만든 사람은 이전부터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고, 이것을 감상할 사람들이 그 부담감을 공유해주길 바란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확실히 알게 된 점은, 아이유는 이제 아이돌적 판타지보다는 차라리 블랙 코미디가 더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점이다.
돌돌말링: 마마무가 '불후의 명곡' 등에서 사랑 받고 있는 것은 알지만, 7080 리메이크가 정녕 "솔라감성"이란 이름으로 나와야 하는 콘텐츠란 말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레트로에도 여러 가지 방향이 있을 텐데 왜 하필 이것인가 싶은, 특별할 것이 없는 느낌이다. 다만 솔라의 보컬은 언제나 그랬듯이 선명하면서 풍부하다. 그래서 더 서운하다.
김영대: '4 Walls'의 복고적인 감수성, 'Glitter'의 산뜻한 만듦새를 들으며 아이돌 음악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F(x) (혹은 그들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가진 샤이니)를 가장 힙한 아이돌로 평가하는 속내를 더듬다 보면 결국 SM이 꾀하는 '탈-가요'의 방정식과 마주하게 된다. 새것과 지나간 요소들을 한국적인 혼종성으로 탈바꿈시킨 게 (여전히 유효한) SMP였다면, 가벼운 블랙 사운드에 근간해 근본 없음과 무맥락성을 혼재시킨 팝 콜라주는 그다음 단계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댄스 음악은 신스팝과 딥 하우스를 바삐 오가는 EDM의 필터링에 더 노골적으로 여과된다. 철저히 다국적 팀의 손을 거친 이 곡들에서 흥미로운 것은 전자음악의 세계 안에서 이 음악들은 때로는 힙하고 때로는 복고적이며, 동시에 절충적이지만, f(x) 혹은 케이팝의 청자들에게 이는 예외 없이 그저 색다른 사운드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근본은 있으나 맥락은 없는 탈-가요의 방법론. 어쨌든 이들은 여전히 나름의 방식으로 '최전선'에 다시 서 있다.
김윤하: 함께 SM의 '진보'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샤이니 "View"와 여러모로 평행우주를 이루고 있는 앨범. 타이틀곡 '4 Walls'로 한정하자면 그런 망상은 더욱 짙어지는데 살짝 뺀 어깨 힘도, 압도하기보다는 풍덩 빠져들게 하는 리듬도, 일탈을 테마로 한 뮤직비디오 테마와 작곡가마저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다만 두 앨범의 가장 큰 차이라면 전자는 우연, 후자는 필연의 결과였다는 점. 그리고 그 필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소환된 건 지난 여름 'Party'와 'Lion Heart'를 통해 소녀시대가 성공한 방식의 구간 반복이다. 소녀시대가 스타일 변화와 고른 파트 분배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보컬 그룹으로서의 안정감을 꾀했다면, f(x)는 기존의 '패셔너블'하고 '힙'한 자신들의 모습을 다른 차원으로 옮겨 어른스럽게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집중한다. 결과는 가볍게 성공. 최근 SM이 내놓는 결과물들에서 느껴지는 '평균 이상'의 퀄리티가 담보되었다. (사족으로 괴상하고 기묘한 f(x)만의 무드가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한편 지금 여기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돌돌말링: 신화의 '표적'과 샤이니의 'View'에 이어 '4 Walls'까지, 런던 노이즈는 점점 케이팝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팀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음원부터 공개된 4 Walls를 처음 듣고 왠지 안무가 보깅댄스일 것 같다는 예상을 하며 '그래도 걸그룹인데, 할까?' 했는데... 진짜 하더라. 음악의 어떤 부분이 그런 예상을 하게 했는고 하니,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던 팝씬의 클리셰 요소들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였다. (예를 들면 '너로 채운 Mirror mirror' 뒤에 나오는 'oh-oh-oh' 같은 것) 샤이니의 'View'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졌던 부분들이다. 뮤직비디오는 f(x) 정식 뮤비로는 처음으로 립싱크와 리듬 위주 편집이 아닌 영상인데, 전작의 '미행' 아트필름을 떠오르게 한다. 설리가 탈퇴하며 앞으로 그리울 것은 크리스탈과의 상반된 매력에서 오던 시너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감으로 확인한 무대에서는 크리스탈의 옆자리가 비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넷으로 꽉 짜여진 완벽한 구성, 그리고 오히려 예전엔 설리의 시선강탈 파워 때문에 둘러볼 수 없었던 구석구석과 전반에 매혹된다. SM이 또 하나의 갖고 싶은 앨범을 만들었다.
유제상: 음반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앨범은 그 이상으로 나아가 어떤 아련한 추억 같은 것을 손끝으로 건드린다. 격찬 말고 쓸 말이 없어 짧게 쓰지만, 분명한 건 '4 Walls'가 (뮤직비디오와 함께) 주는 즐거움은 대중문화 전체를 통틀어도 이에 비견되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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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새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