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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6년 1월 하순

전설, 크로스진, 여자친구, 지코, 임팩트, 하이디, 써스포, 려욱, 예지, 마마무의 신작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2016년 1월 하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전설, 크로스진, 여자친구, 지코, 임팩트(IMFACT), 하이디(Hi.D), 써스포, 려욱, 예지, 마마무를 다룬다.

Sound Up!
SS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2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후렴 4개 코드의 정석적인 반복과, 저역에서 고음까지 다채로운 팔레트로 마무리된 편곡이 무척 듣기 좋다. 후렴을 향해 슬금슬금 상승해 가는 긴장감도 매력적. 일렉트로스윙으로서의 화려함에 결합된 약간의 물기가 과히 끈적이지 않고 상큼한 편이어서 케이팝으로서의 좋은 배합을 보인다. 그렇기에 음원 자체로 조금만 더 짜릿하게 터져주면 완벽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뮤직비디오에선 그런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편. 그런데 게스트로 무려 경리를 모셔다가 청소나 시키다니 결례 아닙니까. (농담)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돌돌말링: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전설은 음악만큼은 항상 좋았다. 제목 무리수라든지 안무라든지 늘 무언가 한끗 차이로 삐긋한다는 인상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전 발매곡들과 함께 들어보면 연속성을 찾기는 힘들지만, 될 때까지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쁜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잘 맞는 옷을 찾으면 그때부터 거기에 주력해서 잘 된 선례도 있으니까. 후렴의 훵키한 멜로디가 귀에 오래 남아있다. 작사로 참여한 멤버 리토의 센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Game
Universal J
2016년 1월 21일

돌돌말링: 이렇게까지 가사가 일절의 감상을 방해하다니. '누나'에게 윽박지르며 연하남의 상남자스러움을 어필하는 노래는 이제 꽤 많이 나왔으니 1. 조금 더 독특함을 추구하거나 2. 신중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 곡은 그냥 그 류를 그대로 답습만 하고 있어 아쉽다. "누나 너 말야 까불지 마" 뒤에 "라라라라라"가 나오는 데선 '놀리는 건가...' 싶기까지 했다. 트위터에선 이런 크리틱도 보았다: "인기 있고 싶지 않은가 보다."

오요: 크로스진의 새 싱글 '누나 너 말야'는 확고한 8비트 규칙 안에서 나름 귀에 잘 걸리는 후렴구 멜로디, 적당히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랩 파트의 드랍과 브레이크까지 부담 없이 들을 만한 댄스 트랙이다. 요새 필자는 스피닝이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장담컨대 한 달 내로 '누나 너 말야'를 운동 배경음악으로 듣게 될 것이다. 이런 댄스 트랙의 존재 이유는 헬스장 BGM임을, 그리고 헬스장에서 들을 때 가장 좋게 들린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모두 건강한 새해 되시길.


Snowflake
쏘스 뮤직
2016년 1월 25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기적 같은 꿈과 소녀들의 우정, 닿지 않아 더욱 애타는 사랑의 감정, 그리고 소녀가 벅차는 마음으로 비장하게 달린다. '시간을 달려서'의 더 놀라운 점은, '청순'이 전제하는 '보여짐'이란 속성을 바탕으로, 수수함과 열의라는 접근각을 잡아낸 방법론의 치밀함이다. 느리게 연주하면 지난 시대의 록 가요와 다를 바 없는 곡을 스피드업해 애니메이션 주제가와 같은 격렬함을 부여하고, 아이유를 환기하며 시간의 벽을 넘으면서 수록곡에선 2008년경의 국내 걸그룹을 연결하는 것, 그리고 그 배경으로 칙칙한 고양시 어느 산길과 중앙선 국철 역에 눈이 내리는 것. 한국의 시각적, 문화적 지역성을 통째로 가공하여 아이돌화한 완결성 있는 세계. 뭔가를 막연히 흉내 내는 듯하던 '유리구슬'에서 이미 이들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이라면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다. 더없이 용감하며 날카로운 앨범. 다음 음반에선 음악적 표정에도 조금은 전환을 기대한다.

돌돌말링: 일본 서브컬처의 다양한 면면을 레퍼런스로 가져온 듯하다.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이란 가사에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영어 부제 'Rough'에서는 아다치 미치루의 동명 만화가, 뮤직비디오의 화실에서 입고 있는 흰 목폴라 니트와 빨간 타탄체크 스커트에서는 모닝구무스메(モーニング娘。)의 데뷔 콘셉트 '모닝 커피(モーニングコーヒー)'가 생각났다. 전작들처럼 힘을 줄 곳에 기타와 스트링이 주가 되는 사운드도 아니메 오프닝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SF 학원물', '여고생', '애수'라는 정서인 것은 알겠지만 아직은 조금 노림수가 빤한 것이 아쉽다. 성적도 좋아지고 있고, 이 조각조각들을 좀 더 하나로 부드럽게 묶을 수 있다면 더 세련된 기획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오요: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과 비교해보자면 '시간을 달려서'는 분명 평범하게 들린다. 여자친구가 구축한 이미지-몇 번이고 넘어져도 일어나서 노오오력하는 소녀들이란 콘셉트를 뒷받침하는 싱글이라면 어찌저찌 수긍할 수 있을 악기 선택과 곡의 구성이다. 그러나 이 곡과 곡의 뮤직비디오가 그려내는 세계는 어디까지나 현실 세계를 비스무리하게 흉내 낸, 필터 아래의 세계일 뿐이다. 판타지를 구축하고 그것을 소비하게 하는 것은 케이팝의 오래된 전략이지만, 여자친구라는 그룹을 통해 가상의 좀비 세계는 현실인 척, 현실을 흉내 내려 애쓴다. 그래 봤자 예린이 곰 인형과 앉아있던 버스정류장은 존재하지도 않건만 왠지 정말 그런 정류장과 소녀가 현실에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어찌 보면 안쓰럽고 어찌보면 기만적인 여자친구의 얄팍한 세계다.

조성민: 칠전팔기로 노력하는 멤버들, 어떤 면에서는 트로트보다도 구성지게 불러내는 노래, 부담스럽지 않은 비주얼, 군기 잡힌 군무, 그리고 90년대 이후에 자라 일본 서브컬처에 익숙해진 젊은 '덕후'층을 저격할 레퍼런스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다. 에이핑크나 인피니트 등 중소 기획사의 신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티아라가 있었던, 지금은 비어있는 그 공석에 여자친구가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칼군무를 추는 티아라랄까. 다만 안무는 좀 더 예쁘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예쁜 안무'와 '격한 안무'는 양립 불가한 게 결코 아니다. 추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힘든 안무를 자꾸 주는 게, 'ONE SHOT'을 부르며 푸시업을 하던 B.A.P의 안무가 생각난다. 차라리 같은 안무가가 만든 방탄소년단의 최근 안무가 훨씬 예쁘던데, 남자가 만드는 걸그룹 안무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다.


Break Up 2 Make Up
세븐시즌스
2016년 1월 25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돌돌말링: 어떻게 지코는 다 잘 하지... 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탁월한 래퍼로서의 면모는 익히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싱글을 통해 장르를 타지 않는 프로듀서로서의 역량과 싱어로서의 능력까지 증명해버렸다. 느긋한 비트과 꿈 같은 멜로디가 연애를 시작하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착각을 너무도 세련되게 풀어낸다. 일찌기 이소라가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라 한 바 있었으나, 시작할 때만큼은 서로의 닮은 점을 찾으며 운명이라는 걸 믿고 싶은 것 아니겠나. f(x)의 루나가 피처링하고 AKB48였던 시노다 마리코가 뮤직비디오 주인공을 연기한 '사랑이었다'는 지금 한창 '리즈 시절'을 살고 있는 세 명의 아이돌 출신 아티스트들의 재능이 나란히 반짝거리는 것이, 영원히 박제를 하고 싶을 정도로 찬란한 느낌을 준다.


LOLLIPOP
스타제국
2016년 1월 27일

미묘: 나사 빠진 듯한 브라스 프레이즈와 얄쌍한 하우스 가요가 결합하고 있다. 따로따로 들려올 때는 정형성으로 느껴지는 편이면서 예전의 비스트와 빅뱅을 연상시키는 데 그치지만, 후반에 두 요소가 합쳐질 때는 제법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재미있다. 묘한 것은 비디오가 보여주는 장난꾸러기들의 난장을 즐기기 편한 것 역시 후반부란 점인데, 노림수들을 걷어낸 채 흘러가는 장면들이 매우 임팩트 있거나 신선하진 않더라도 큰 위화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장면의 노림수가 갖는 다소 노골적인 질감과, '장난꾸러기'가 자칫 '일진스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장면들이 현명한 선택일지 의문이 남는다. 이는 수록곡 중 '양아치'에서도 이어지는데, 빅뱅의 'Loser'의 뒤를 따르지만 "나는 루저"와 "나는 양아치"가 소구할 수 있는 범주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이들의 철저한 포지셔닝이라 가정한다면 '양아치'의 조금은 빨리 돌린 듯한 보컬의 리듬이나, 대단히 멋스럽기보다는 아무튼 얄쌍해 보이는 뮤직비디오 속 교복을 비롯해 많은 디테일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설마 여자친구의 복장 '고나리' 가사도 의도하고 넣은 건 아니겠지.) 콘셉트와 프로덕션 모두 조금만 더 정제된다면 꽤 신선한 작품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성민: 차라리 제국의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면 모르겠으되, 이 신인 그룹에게는 '딱 맞는 옷'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아무런 임팩트도 주지 못하며 챈트로 처리되는 후렴 부분도 너무 안일하고, 멜론 차트 10위권쯤의 노래를 모아놓은 듯한 수록곡들도 딱히 뾰족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레이블의 지명도에 비해 너무 힘 빠지는 데뷔작. 이들의 경쟁 상대가 어떤 그룹들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달라 (Dollar)
히어로즈 팩토리
2016년 1월 27일

미묘: 보도자료에는 EDM이라고 했지만, 힙합이다. 표현하고 있는 여성상은 소녀풍 걸그룹의 유행의 다음으로 '쎈 언니'가 회귀할 것을 점치고 기획된 듯하다. 이에 맞춰 당시의 사운드를 참조한 듯한 요소들이 눈에 띄는데, 특히 보컬에 '전자음'의 질감을 덧씌운 것이 그렇다. 구체적으로는 보컬 뒤에 오토튠 레이어를 깔고, 보컬 자체에도 코러스 이펙트를 섞어 넣었다. 그것이 발음의 청감에 영향을 주어, 다소 밋밋한 발성의 보컬에 조금은 튀는 재미를 부여하지만, 이펙트에 음악적 통제가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 멜로디컬하게 흐르기 시작하는 "Unpretty, unpretty"에서는 통제의 부재가 결과물의 빈약함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멜로디와 랩의 다소 유치한 리듬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피상적 이해를 엉성하게 구현한 것의 연속이다. '당당한 모습'을 데이트 비용, 가방 들기, 운전 같은 소재를 통해 '개념녀'로 연결하는 가사의 내용은, 글쎄, 걸그룹을 소비하는 이들 중에 이런 것을 긍정적인 '다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을 터이니 아주 말이 안 된다고 하긴 어렵겠다. 하지만 그것이 '쎈 언니'의 이데아와 결합할 수 있기에는, 적어도 아이돌 씬은 그동안 이미 멀리 와있다고 나는 믿는다.


Pick Me Up
TK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27일

미묘: 버스(verse)의 반주를 확 비워낸 과감함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그런 버스가 매력적이기 위해선 리듬감을 통한 긴장을 잡아주거나, 혹은 이후의 파트에 의해 확실한 대조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멜로디 뒤에 백업 보컬의 리프레인이 교차하지만 양자의 길이가 애매하고, 리프레인의 은근함이 살아나기엔 역시 편곡 자체가 심심하다. (때론 리프레인으로 '채워진' 덕분에 다이내믹이 더 죽는 듯한 부분들도 있다.) 씨스타를 염두에 둔 것 같은 멜로디라인도, 산뜻하고 가볍게 풀어가기엔 다소 낡게 들린다.


어린왕자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28일

미묘: SM의 팝 발라드들은 참 예쁘면서도 다소 심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통 발라드 노선을 타는 '어린왕자'는 몇 가지의 선택이 잘 맞아떨어지며 그런 함정을 피해간다. 느리게 묵직하게 웅장해져 가며 기묘한 공기를 한두 번 휘감아 폭발하는 스케일도, 수반되는 오케스트레이션도, 모두 하염없이 정통파지만 효과적이다. 화려하면서도 덩어리감 좋은 편곡은 황성제의 작품. 려욱의 목소리와 이미지는 꼭 맞는 열쇠처럼 작동해, 처연하고 과장되지만 무겁게 처지지 않는 예쁜 곡을 성가대 소년 같은 입 모양으로 불러낸다. 다른 수록곡들 역시 조금씩 분위기의 배리에이션을 갖지만 모두 수려하고 모범적인데, 매번 마지막 한 가지 매력점을 추가하는 것은 바로 려욱의 보컬과 캐릭터다. 슈퍼주니어의 남성 수트 같던 그루브가 보다 얄쌍한 무드로 표현되는 '그대', 'Foxy Girl'도 매력적인 트랙들.

돌돌말링: SM에서 내놓는 댄스 음악들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장르별 콘셉트별로 극세분화 돼 있지만, 발라드 장르는 그저 '발라드' 하나로 퉁친다는 인상을 받는다. 음악적으로는 작년 말 발매된 규현의 솔로와 큰 차별점을 찾기 힘들었다. 다만 부드러운 회색 필터를 낀 듯한 규현의 보컬과 달리 유독 투명하고 유려한 려욱의 음색을 비교하는 재미에 집중했더니, 그것으로도 감상의 가치는 충분했다. 노래 전체에 걸쳐 "어린 왕자가 내게 말했어"가 반복되는데, 1절에서만도 한 번은 도약을 가볍게 띄우고, 뒤의 것은 살짝 뒤집는 등 디테일이 다르다. 슈퍼주니어의 보컬 라인은 드러나지 않은 것에 비해 보컬 컨트롤들이 굉장히 좋아서, 깊이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 있다.

조성민: 그동안 슈퍼주니어의 여러 앨범, 특히 K.R.Y 유닛에서 크게 활약해온 그의 보컬 때문에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려욱의 목소리 말고는 딱히 재밌게 들을 만한 게 없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이쯤 되면 이 앨범을 려욱이 안 불렀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기까지 하다. 'Foxy Girl' 정도가 그나마 꽤 귀를 잡아당기는 편인데, 이것보다 좀 더 도발적으로 나왔어도 재밌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담이지만 아이돌 장르를 보다 보면 이런 흥미로운 순간들이 생기는데, 아이돌이 전부 다 기획력으로 채워지는 장르이고 작품인 것 같다가도, 한 번씩은 이렇게 아이돌 본인이 본인의 재능만으로 '하드캐리'하는 작품도 나온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려욱의 '열일'을 응원한다.


Foresight Dream
로엔트리
2016년 1월 28일

미묘: 내내 위악적으로 으르렁거리는 것, 그 자체는 지지한다. 이미 방송을 통해 다 정리된 사항이겠지만 예지의 앙칼진 외모가 거친 목소리, 부피감 큰 사운드와 이루는 대조가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사이다'에서 랩의 쏘아붙이는 호흡이나 레이어링된 목소리들이 한 덩어리로 이뤄내는 리듬감도 상당히 듣는 재미를 준다. 내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주 즐겁게 들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결국 내용을 듣는 맛도 중요한 것이 랩이라, '사이다'와 '달나라'의 가사는 저속과 솔직의 쾌감이라기보다 오히려 1차원적이고 납작한 것으로 다가온다. 당장은 급하게 마련된 자리인 셈이라 그러려니 해도, 예지라는 근사한 캐릭터는 여기서 그치기에 너무 아깝다. '미친개'를 다시 듣고 있노라면 산이를 만난 것이 예지의 불행은 아닌가 하는 망상마저 든다.

오요: 뮤직비디오를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가인의 '진실 혹은 대담' 뮤직비디오와 동일한 종류의 당혹감을 선사한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포장된 세트장을 탈출한 예지가 스태프들에게 시비를 건다거나, 세트장을 부순다거나 여러모로 '파격'과 '저항'을 시도하지만 어쨌거나 그 모든 행위도 결국 사전에 준비된 세트장과 각본 안에서 꾸며진 것 아닌가. 간단하게 취할 수 있는 콘셉트를 택하는 것 같은데 (지난 싱글 '미친개' 때도 그랬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로 쌓은 캐릭터의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보고자 하는 전략이라면 "Foresight Dream" EP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 쎈 언니 캐릭터를 다 써먹고 난 다음이 가늠되지는 않는다.


I Miss You
RBW
2016년 1월 29일

미묘: 이런 곡은 참 간만에 듣는다. 블루지한 무드는 '성숙' 같은 피상적인 기호보다 아련한 감상을 제공하고, 발성과 테크닉을 마음껏 풀어놓는 보컬도 듣는 이를 윽박지르기보다 노래의 흐름을 타고 넘실댄다. 강렬한 콜(call)과 속삭이는 듯한 리스폰스(response)가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메인 멜로디가 매끄럽게 힘을 빼버리는 순간들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청자를 끌어당긴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과, 가창력을 잘 드러내는 곡, 두 가지 모두를 한 번에 잘 보여준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3 replies on “1st Listen : 2016년 1월 하순”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여전히 여자친구의 앨범에는 박한 평가가…
몇몇분들의 리뷰들은 특정 한 프레임을 정해두고 거기에 갖혀 다른 면모는 보고싶어하지 않은 듯한 뉘앙스가 다분히 느껴지네요..이건 이전 앨범리뷰에서도 든 생각인데..

참 그리고 여자친구의 안무가는 방탄소년단의 안무가(남자)가 아닙니다. 1집부터 줄곧 안무가 박준희님(여자)이셨습니다……….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구요…….미리 필자의 마이너스적 생각을 정해두고 거기에 몇몇 정보들을 끼워맞춘다는 인상이…강하게 드는게 쩝..

윗분 말씀대로 여자친구 안무가는 박준희 씨입니다.
방탄의 손성득 씨는 유리구슬 때 서브로 참여한 것이며,
시간을 달려서 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실관계는 명확히 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러블리즈보다 훨씬 빠르고 높이 치고나가는 거 보시면서 속이 아주 갑갑하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