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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12월 초순

헤일로, 전진, 조이엘리, 소녀시대 태티서, 세븐틴&에일리, CL, 라붐, 러블리즈, 여자여자, 김예림, IP Family, 순정L, B1A4, 엑소를 다룬다. 연말다운 시즌송 음반들, 러블리즈와 세븐틴의 새로운 도전, 이색적인 신인들도 살펴볼 만하다.

2015년의 마지막 달을 여는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헤일로, 전진, 조이엘리, 소녀시대 태티서, 세븐틴&에일리, CL, 라붐, 러블리즈, 여자여자, 김예림, IP Family, 순정L, B1A4, 엑소를 다룬다.
연말 시즌답게 적지 않은 팀들이 포근하고 달콤한 시즌송을 내놓았고, 올해 유독 좋은 반응을 얻은 신인인 러블리즈와 세븐틴이 각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색적인 신인들 역시 살펴볼 만할 것이다.

Young Love
하이스타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3일

유제상: 이젠 무시할 수 없는 그룹으로 성장한 헤일로의 신보. 타이틀 '느낌이 좋아'를 포함해 총 다섯 곡을 수록하고 있다. 수록곡 모두가 '너를 만나서 행운이야. 앞으로 더 행복해지자'란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특이점. 그룹 컬러가 밝게 설정되어 있어 계절에도 잘 맞고, 듣는 이도 만족스럽게 한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다니... 음, 훌륭하다.

조성민: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아이돌 중에 구설수나 논란이 없었던 팀이 있던가. 관건은 잘못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좋은 음악과 무대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뻔하고 가식적으로 보여도 궁극의 해결책일 수 밖에 없기도 한 이유다. 그래서 헤일로의 이번 앨범이 좋은 해결책인가를 보면, 논란의 주인공인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흔하고 쉬우며 심지어 어딘가 기운이 빠져있는 곡으로만 가득 차있다. 무대에서도 한껏 발랄한 스쿨룩 차림으로 애교를 부려보지만, 청자의 이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냉담' 외에는 없을 것이다. 기존 앨범들과 다를 것 없고 무난하기만 한 노래로 가득 찬 이 앨범의 끝에 놓인 팬송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평소보다 더 큰 공을 쏟았어도 모자랄 상황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앨범을 발매한 것은 패착이 아닐 수가 없다.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존재를 무시한 덕분에 외면과 냉담이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된 셈이다.


#REAL# IN LA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3일

미묘: 가볍게 즐기고 살자는 내용이나, LA라는 지명이 우리에게 흔히 주는 이미지와 커버아트, 그리고 리패키지 수록곡이라는 특성까지에 부합한다. 우아하게 마감된 부담 없는 곡이란 의미도, 조금은 느슨하다는 의미도 되겠다. 브라스의 활용이 화려함보다는 묵직함에 맞춰졌다는 점이나, 필터가 매력적으로 조작된 브리지 등을 보면 아예 밀도가 낮은 곡을 의도한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좀 더 짜릿하고 쨍한 사운드로 믹스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부분. 반면 후렴이 거의 밍숭맹숭할 정도로 담담하게 작곡된 점에는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REAL#"에서 잘 활용된 전진의 전략, 즉, 미시적인 디테일에는 자극을 주지만, 멜로디 등 중간 층위에서는 감정의 폭을 줄여 담담한 인물을 연출하고, 보다 거시적인 사운드 레벨에선 가요보다는 장르 일렉트로닉에 접근하는 것이 꽤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눈꽃송이의 비밀
Cenote
2015년 12월 3일

미묘: 크리스마스 시즌송의 정형성을 잘 살려냈다. (후렴에서 같은 모티프가 반복되다 한 음 상승하며 IImM7을 그린다든지 말이다.) 어렵게 만들어지기보다는 이미 확립된 틀 안에서 가볍게 풀어낸 것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잘 살려 곡과 그룹 모두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결과물이 되었다. 편곡 역시 작업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본을 중심으로 일궈낸 듯한데, 이 부분은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다. 드럼, 베이스, 기타 모두 착실하게 매력적이지만 얌전한 반주자와 흡인력 있는 연주자 사이에서 확고한 지향점을 찾지 못하는 듯하고, 스트링과 브라스가 모두 리얼 세션인 점 역시 빛이 날 듯하다가는 넘어가 버리곤 한다. 요컨대 준수하지만 결정적으로 거들어주지는 못한다고 할까. 물론 조이엘리라는 그룹의 포지셔닝 전략과도 관계될 순 있겠지만, '여기까지 와서..?'라는 기분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연말이니 너무 고민하지 않고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공격적인 구석 없이 착하고 예쁜 모범생 같은 시즌송, 쾌청한 기분의 연말을 함께하기에 부족함 없다.

유제상: 외적인 현상만 놓고 보았을 땐 군소 아이돌이 크리스마스 대목에 한 발을 걸친 형국이지만, 적어도 그 결과물인 음원이 무성의하게 구성되어 있진 않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뭐니뭐니해도 평자가 조이엘리에게 가지고 있었던 애매한 이미지를 떨치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곡이 그나마 기존 발표작에 비해서 평자 취향이라서 그런 건가. 아니라면 이런 페이스로 쭉 가시길 바라나이다.


Dear Santa
X-Mas Special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맛있는 파히타: 소녀시대 태티서가 크리스마스 시즌용 카드로 소모된다고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Dear Santa" 앨범은 크리스마스 자체가 태티서에게 하나의 콘셉트가 된 느낌이다. 지난 앨범 타이틀인 'Holler'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을 가질 만했다면 이번에는 그 '과함'을 크리스마스 버라이어티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시즌송이 현대적인 곡에 크리스마스의 풍미를 가미하는 식인 데 비해 'Dear Santa'는 크리스마스 클래식이 떠오를 만한 방식으로 정공을 한 것이 이채롭다. 앨범 전체로 봐도 크리스마스 버라이어티라는 말에 걸맞게 하나의 테마 아래 다양한 곡들이 일관적으로 엮여있다. 짧은 활동 기간의 시즌 앨범으로 넘기기 아쉽다.

미묘: 'Dear Santa'는 훅을 제공하기보다는, 고전적인 팝의 심플한 구조를 기반으로 이런저런 터치를 더해서 지속적인 장면전환을 시도한다. 그래서 1절 뒤 티파니의 목소리가 이동하면서 청자를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는 듯한 연출이 무척 재미있다. (정작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소 느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치 '태티서입니다'라 선언하는 듯한 인트로의 두터운 보컬 화음과 더불어, 태티서라는 '장비'를 크리스마스 분위기라는 환경에서 시연해 보이는 느낌이기도 하다. 곡은 태티서가 가진 무기들을 하나씩 둘씩 착실히 꺼내 보이며 놀이동산 퍼레이드처럼 흘러간다. 이어지는 트랙들은 대부분 EP로서의 호흡을 준수하게 잡아나가면서도 고급스러운 팝의 질감을 선보인다. 적어도 한국에서 정통 미국 팝의 클래시함은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과 결부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실력으로든 이미지로든 콘셉트로든, 태티서만큼 이에 잘 부합하는 구성의 유닛이 있을까 싶다.

유제상: 하여튼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거물 그룹의 거물 유닛이 어떠한 점을 더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정석대로의 예시. 아마 이들에게 오글거림을 지적당하는 것 따윈 두렵지 않을 듯싶다. 무대에서의 마임 아저씨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를 통해 다른 멤버에게 향할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오케이. 어쨌든 이들은 전인미답의 영역을 계속해서 밟고 있는 거니까.


Q&A
플레디스
2015년 12월 4일

블럭: 세븐틴 중 세 사람과 에일리가 함께 한 이 싱글은 사실 지극히 브랜뉴뮤직스럽다. 예쁘게 올라간 신스, 무난한 분위기는 깔끔하다고 느껴지지만 크게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꽤 준수한 랩이 올라가고 에일리의 힘이 결합하게 되면 곡의 수준은 조금 더 높아진다. 특히 이 곡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있어 세븐틴은 높은 소화력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여전히 많은 인원만큼의 가능성을 가진 그룹이라 생각한다.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평소보다 훨씬 여유로운 에일리의 허밍 섞인 보컬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소년들의 아직은 앳된 목소리와 좋은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힘을 뺐다고 해도 걸출한 보컬임에 틀림없는 에일리와 충분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세븐틴 멤버들의 기량도 돋보인다. 에스쿱스와 버논, 두 래퍼들의 랩도 충분히 좋게 들리지만, 어떤 기성 가수보다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우지의 보컬은 세븐틴이라는 팀 자체를 괄목하게 한다. 아이돌 자작곡은 종종 어설프게 기성곡을 따라 한다거나 괜한 치기로 요상한 실험 정신을 발휘하기 일쑤인데, 그런 무리수 하나 없이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진행 안에서도 곳곳에 재기발랄한 포인트를 짚어둔 곡의 짜임새는 한 번 듣고 지나치기엔 아쉬운 감까지 만들어낸다. 자작곡이라는 점에 딱히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인데, 이 정도 퀄리티의 곡이 자작곡이라면 조금 얘기가 달라질 법도 하다.


Hello Bitches
YG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5일

미묘: 2NE1이 '내가 제일 잘나가'와 '그리워해요'의 두 얼굴을 유지한 것은 누군가에겐 찜찜함을, 누군가에겐 입체적 매력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이면을 들여다보길 허락하지 않는 듯한 'Doctor Pepper' 등은 상대적으로 납작한 동시에 차라리 일관성 있는, 일종의 포스트-2NE1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그것이 국내외의 기존 팬과 새로운 팬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 'Hello Bitches'는 곡 자체는 심플한 편이지만 음악과 가사, 비주얼 모두에서 그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여전히 누군가에겐 거추장스러운 위악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고, '쎈 언니'의 위협이 "우리 쪽 남자애들이 너희 쪽 남자애들을 언제든 밟아줄 수 있다"인 점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면 완성도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YG와 CL이 공유하는 세계관과 능력치가 그 지향점과 설득력 있게 조우하는 지점에 도달한 곡이라고 보고, 이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블럭: 솔직히 말해 CL이 이제는 바이스(Vice) 계열의 미디어를 포함해 빠르게 음악을 가져오는 온라인 매체에 소비될 가능성이 큰데, 예를 들어 팩트 매거진(Fact Magazine)이나 노이지(Noisey)에서 이 곡이나 뮤직비디오를 접했을 때 그것이 꽤 괜찮다고 느껴질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다. 세련됨을 지향했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조금씩 떨어지는 퀄리티, 의미 없는 건 차치하더라도 이미 식상한 콘셉트의 가사, 나름대로 과격한 것이겠지만 전혀 과격하지 못한 프로덕션까지 곡은 조금씩 애매한 구석을 내비친다. 'Doctor Pepper'가 잘 나온 거였구나 싶다.

유제상: 'Hello Bitches'를 들으면서 홀로 놀랐던 것은 '아, 내가 뭔가 CL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는 점이다. 올해 발매된 두 장의 싱글은 케이팝의 글로벌리티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것이 곡을 듣는 평자에게 있어서 뭔가 불편함을 자아냈다는 것은 애초에 기대감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은 것은 내 안의 기대감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일 텐데, 그게 불분명해서 또 놀랐다. 뭘까. 'Can't Nobody'에서의 CL인가, 그게 아니면 여자 지드래곤 같은 CL인가. 하여튼 지금의 정제된 난장판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만.


Aalow Aalow
글로벌에이치 미디어
2015년 12월 6일

맛있는 파히타: 애석하게도 라붐의 신곡 '아로아로'는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 듣자마자 신디 로퍼가 떠오르며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코러스에서 식상한 느낌을 주며 무너져버린다. 레트로가 굳이 시대에 대한 어떤 헌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가요적 작법에 이런저런 콘셉트를 끼얹는 것으로 신선함을 주기는 쉽지 않다. 다른 방향으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미묘: 전작들의 매력은 곡이 준수하기도 했지만 연극적인 콘셉트에서 온 것이 강했다고 본다. 뮤직비디오의 시선이 보다 영상 세트의 관찰자에 가깝게 이동하면서 팀이 가진 생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곡 자체는 '대중적'인 노선이 되었다고 할 만하겠고 퀄리티가 빠진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라붐 특유의 매력은 "치키차"의 단편적인 '모에'에 국한되어, 역시 너무 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남는다.

블럭: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을 교묘하게 가져온 버스(verse)를 지나 그와 다른 듯 비슷한, 다소 평이한 분위기의 훅을 접하고 나면 이 곡이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분명히 라붐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고, 지금의 모습이 그 분위기와 잘 맞닿아 있는 지점일 수도 있다. '아로아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게 되지만, 파격적인 변신과 같은 뻔한 공식을 따르기보다 여기서 더 완성형으로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은 보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돌돌말링: 2015년이 저물어가는 마당에 2014년에 데뷔한 팀에 디스커버리를 줘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발견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달아보았다. 내가네트워크의 어벤저승의 작품이다. 80년대, 그중에서도 신디 로퍼(Cyndi Lauper)를 호출하도록 고의적으로 배치한 신스 필링이며 리듬이 눈에 띈다. 요즘은 레트로 콘셉트마저 너무 흔히 쓰여서 큰 희소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곡이 신난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인이 박인 터라 흥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활력 있고 귀여운 소녀들인데 꼭 이런 평범한 연애 가사를 붙여야 했나 싶기도 하다. 가사에까지 'Girls Just Wanna Have Fun'스러움을 기대했다면, 오마주라기엔 너무 나간 건가?

유제상: '아로아로'는 초기 카일리 미노그 시대의 댄서블한 에어로빅감을 대단한 고퀄리티로 훌륭하게 살려내고 있지만 그뿐이다. 바야흐로 지금 걸그룹들은 '유사연애'라는 걸그룹 본연의 목적으로 회귀하고 있다. 가사와 안무가 그 목적을 어떻게든 살려내려 하고 있지만, 음원을 지배하고 있는 레트로스펙트는 이를 듣는 이에게 간질간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분명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음원을 쭉 되짚어 보아도, 라붐의 창작자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Lovelinus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7일

맛있는 파히타: 러블리즈의 전작들에 묻어있는 슬픔의 흔적들은 걸그룹이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것이며 이 팀의 가장 큰 변별점이 되어왔다. 그러나 "Lovelinus"는 그 감정의 조각들을 쓸어내 버린 느낌이고, 그 이유를 윤상의 부재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긍정과 응원의 메시지는 걸그룹 씬에 넘쳐나고 러블리즈가 한 번 더한다고 해서 남들과 다른 울림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싱글은 러블리즈의 커리어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지점이 될 것 같다. 다만 디지페디가 감독한 '그대에게' 뮤직비디오는 '낙오'나 '기다림' 같은 주제들을 팀이 만들어온 내러티브와 연결해 제시하고 있어서, 그 자체로 어떤 경지에 도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뮤직비디오만큼은 꼭 한번 감상했으면 한다.

돌돌말링: 연말이 시즌송을 핑계로 평소에 안 하던 스타일에 도전해볼 만한 때이기는 하지만, '그대에게'는 정식 싱글이란 점에서 '정말 이 방향으로 갈 건가?' 싶은 의아함이 든다. 전작 'A-Choo'보다도 더 대중적이 되긴 했지만 그래서 데뷔곡 'Candy Jelly Love'의 세련됨에선 한 걸음 더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인 여돌다운 넘버이긴 하지만 러블리즈 말고도 이런 무드를 재연하는 그룹은 많다. 러블리즈를 특별하게 만들던 정서는 이렇게 듣는 이에게 직구를 던지는 화법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간질간질함이었던 것 같은데.

유제상: 전작 'Ah-Choo'에 이어 대단히 빠른 복귀. 전작 'Ah-Choo'보다 더 강렬해진 90년대 걸그룹 분위기. 전작 'Ah-Choo'보다 더 친절하고 대중적인 곡 구성... 이 곡을 들으면서 'Ah-Choo'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발표 텀이 짧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양질의 곡을 내고도 반향이 없다면(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면) 추후 러블리즈의 이름이 더 활발히 불리기는 정말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레인보우라는 좋은 예가 있으니...

조성민: 도입부부터 그린 듯이 정석적으로 울려 퍼지는 활기찬 멜로디에 '대중성'의 함정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찰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묘령의 여성을 보고 '팬송'으로서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 걸그룹이 연상의 여성을 이렇게 직접 호명한 것은 f(x)의 "나 어떡해요, 언니?('NU ABO')" 이후로 처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곡은 이상하다. 소녀시대, 에이핑크 등 남성 팬덤을 거느렸던 걸그룹의 문법을 너무나 충실히 따라간 곡에, 여성 팬덤을 설득하기 위한 시각적 장치를 심어두었다. 문제는 이 이종교배 실험이 다소 과욕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나 삼촌팬 못 잃어, 여덕도 못 잃어'하는 의지가 너무 적나라하게 읽혀서 조금 당혹스럽다. 아이돌이 팬덤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느냐만, 러블리즈는 그동안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기를 얻었다. 'Candy Jelly Love'부터 '안녕', 그리고 'Ah-Choo'까지, 러블리즈는 상대의 의사나 의중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에 충실해 왔다. 그런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화하여 지나치게 낯설어졌는데, 러블리즈의 지향점이 실체 없는 '대중'이 아니라 굳건한 '팬덤'에 있다면 이것은 조금 위험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싱글 단위에서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실험이기에 아직은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평한다.


Deal
H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8일

유제상: 오인조 여성그룹 여자여자의 데뷔 싱글. 여자친구도 있는 마당에 그룹 이름이 여자여자인 게 무슨 흠일까 싶다만, 여튼 쇼킹한 명칭인 것은 분명하다. 직캠 영상을 보았을 땐 EXID와 콘셉트가 비슷한 거 같은데 이건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분명해질 듯하고... 곡으로 한정하자면 'DEAL'과 '여자여자 (GIRLS GIRLS)' 모두가 상당히 하드코어한 곡들이라 놀랐다. 특히 통속적인 후렴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더더욱이나. 굳이 비교하자면 '여자여자 (GIRLS GIRLS)' 쪽이 좀 더 대중적인 것 같지만서도... 현시점에서 특기할 사항은 별로 없지만 바로 다음 싱글이 나온다면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조성민: 현존하는 거의 모든 아이돌을 꼼꼼히 다 보아야 하는 입장에서, 한 아티스트의 대히트가 내심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아류들도 꼼짝없이 봐야 하기 때문이다. AOA의 지민을 연상케 하는 아이돌 래퍼가 넘쳐나고 있으며, 여자여자의 랩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랩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요소에서도 AOA나 EXID와 같은, 최근 히트한 걸그룹들의 면모를 발견해낼 수 있다. 같은 필드 안에서 가져오는 레퍼런스라면, 좀 더 치밀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지는 않았을지. 들을 거리가 없는 것에 비해 멤버들의 춤 실력이 나쁘지 않아서 볼거리가 꽤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Stay Ever
미스틱89
2015년 12월 9일

돌돌말링: 워낙 유니크한 보이스라 굳이 나이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Goodbye 20' 등 전작들의 가사관을 떠올려 보면 다분히 '소녀'를 강조하고 있었다. "Simple Mind"를 통해 그 '소녀'를 탈피한 과정도 어반한 사운드와는 무관하게 섹시함을 강조하는 가사가 조금 촌스럽다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버벌진트와 함께한 싱글 "Stay Ever"에서는 드디어 '소녀'도 '탈소녀'도 의식하지 않은, 그냥 '개인'이 등장한 느낌이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과하지 않은 섹슈얼 텐션과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한 듯한 재지함이 몸과 귀에 감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일단 'Stay Ever'를 듣고 난 뒤에 처음 드는 생각은 '아, 정말 캐릭터 확실하다'는 거. 고사이 발표된 몇몇의 싱글이 별 반향이 없어서 개성적인 목소리가 도리어 독이 되는 건가 했었는데, 이렇게 정공법으로 다시 돌아오리라곤 예측도 못 했다. 곡은 대단히 양질이고 쓰임새가 확실하므로 평자 입장에선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모아 좀 더 덩어리가 큰 결과물을 내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정도로.


You Got Me
아이돌프로젝트 코리아
2015년 12월 10일

맛있는 파히타: 중국에 기반해 아이돌 육성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아이돌프로젝트의 1기 아이돌팀인 IP Family는 남자멤버 둘에 여자멤버 다섯의 흔치 않은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500여 명의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다는 회사이니만큼 1기라는 말이 나타내듯이 이들이 '완성품'이 아닌 쇼케이싱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첫 싱글인 'You Got Me'는 평이한 미드템포 곡인데 곡 전체적으로 변화의 폭이 좁아 좋게 이야기하자면 평이하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한다. 이들이 염두에 둔 시장은 한국이 아닌 이상 뮤직비디오도 지금의 한국에 어울리지는 않는다.

조성민: 케이팝 아이돌을 무척 훌륭하게 복제해냈다. 그러나 '성공한' 케이팝 아이돌을 따라 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그건 국내에서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 안에 진입하는 것만큼이나 그 안에서 입지를 만들고 궤도에 오르는 것 또한 중요한데, 케이팝 아이돌 시장은 충분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이미 무대에서 주목받긴커녕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는 팀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여타 문화권의 아이돌이 진출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아이돌이 아무리 세계화, 초국적화 되고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지역 기반의 문화적 산업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해외에서는 케이팝 아이돌을 따라 하기보다는 그냥 자체적인 대중문화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Balloons
IT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10일

유제상: 일본을 메인 무대로 삼는 남성 아이돌 순정소년의 유닛 순정L의 싱글. '남자니까', '풍선'과 각 곡의 인스트루멘탈을 포함 총 네 곡을 수록했다. '남자니까'는 그룹 이름이 바뀌어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평이한 곡이고, '풍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섯손가락의 바로 그 '풍선'이다. 이걸로 뭔가 해보겠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전략적 접근을 위해 발매한 싱글 같은데, 어느 그룹이고 이제 '풍선'의 리메이크만은 제발...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던 동방신기 버전이 이 바닥에 나온 게 벌써 근 십 년 전 아닌가.


크리스마스잖아요
W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10일

미묘: 걸그룹의 경우 아이돌에서 가요적인 보컬 그룹으로 전이하는 일들이 눈에 띄는데, 보이그룹에선 애초에 '호소력 짙은' R&B로 시작한 경우를 제외하면 작년부터의 B1A4가 그 흔치 않은 사례가 아닌가 한다. 다소 비정규 릴리즈의 성격을 갖는 시즌송 특성상, 그러한 진로와 아이돌적 애교가 혼재해 있는데, 어쩌면 당분간은 이런 느낌의 B1A4를 접하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마지막 후렴 반복에서의 "호우!"가 다소 집요하게 느껴지는 점을 포함해, 부담스럽지 않은 깨알 귀여움이 맛을 더하는 가운데, 정격적인 편성과 진행 속에 소박한 축제 분위기를 화사하게 잘 담아냈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갖는 정형성 속에 움직일 여지는 많지 않지만, 브리지는 익숙한 루트를 따르면서도 화성 속에서 귀에 띄는 라인을 만들어낸다.

조성민: 같은 날 차분한 발라드를 발표한 엑소와 대비되는 발랄한 캐롤송. B1A4 특유의 아기자기한 가사와 소박한 멜로디 라인이 제일 먼저 귀에 들어오는 가운데, B1A4가 잘 하지 않던 떼창이 후렴에 배치돼 꽤 신선한 감도 있다. 다만 B1A4 노래를 듣다 보면 속도감이 묘하게 어긋나있는 듯한 지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번 곡에서도 여지없이 그런 부분들이 발견된다. 도입부에서 1절로 넘어가면서 드럼 비트가 나오기 위해 시간을 벌어둔 듯한 부분이라든가, 좀 더 몰아쳐도 좋았을 후렴 부분에서 머뭇거리다가 "크리스마스에는 모두 함께죠"로 넘어가는 것 또한 진행상의 개연성을 망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무대에서 안무와 함께 보거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보게 되는 보통의 경우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도 같지만, 뮤직비디오도, 방송 활동도 없는 디지털 싱글에서 발견된 이런 부분은 평소보다 좀 더 큰 감점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Sing For You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10일

미묘: 태티서가 크리스마스를 콘셉트로 채택했다면 엑소는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삼고 있는 듯하다. 'Sing For You'를 비롯한 수록곡들은 시즌송으로서의 호환성을 갖추고 있으나 시즌송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존재가치를 선명히 가진 채, 타이틀곡, 특히 엑소의 최근 타이틀곡들이 담아내기는 쉽지 않은 기조들을 보여준다. 특히 '불공평해'와 'Girl x Friend'가 소년적인 화사함을, 'Lightsaber'가 속도감 있는 웅장함을 담당한다. 엄밀히 말해 그것들이 엑소의 기존 음반 수록곡들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냐 한다면 이미 가진 것을 풀어놓은 것이라 해야 하겠으나, 안정적인 퀄리티의 곡에 명실상부한 씬의 거물로 성장한 엑소의 기세가 잘 결합한 점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 있었던 전작들보다 여유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매끄러운 보컬과 힘 있는 비트가 수시로 주고받으며 듣는 이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는 'Girl x Friend'가 특히 인상적이다. 통쾌한 사운드의 'Lightsaber'를 정식 음반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기쁜 일.

유제상: 이번 EP를 받아들고 드는 생각은 엑소가 참으로 정교한 시스템 아래 운영되는 그룹이구나, 하는 것이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음원과 필요한 음반이 재깍 발매되는 것이 질 좋은 공산품을 연상시킨다. 이 EP에서 평자를 사로잡은 곡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들의 EP는 아이돌 산업이라는 극단적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체계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대처의 표본 같은 거니까.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2 replies on “1st Listen : 2015년 12월 초순”

이번 태티서, 엑소 시즌 앨범은 다 잘 빠졌던 것 같습니다. 올해 에스엠은 아이돌 기획사로서 정말 후덜덜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러블리즈 신곡은 컨셉도 애매하고 평이했고, 개인적으로 뮤비도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는데, 꼭 나쁘지만은 않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타이틀곡의 인스트루멘탈은 정말, 제가 최근에 들어본 그 어떤 노래보다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단순하지 않은 리듬 위에 여러 악기들이 쉬지않고 치고빠지는데 고수의 손길이 느껴져서 그 부분에 집중해 감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헤일로”란 그룹의 별민 님의 리뷰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새 곡들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곳인데,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팬들끼리의 루머를 언급하는 것은 리뷰어 분에게도, (저를 포함한) 독자에게도 나쁜 일입니다. 물론 저는 헤일로란 그룹에 대해 어떠한 호감도 없었는데, 별민 님의 리뷰를 보고서 검색을 해보고서 이게 확정된 사실도 아닐텐데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리뷰의 수정이나 삭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처럼 좋은 감상평 남겨주신 필진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해당그룹의 나무위키 항목을 계속 읽어보았는데 이미 공론화도 되고 소속사에서도 사과문을 올린 상태군요. 하지만 그러하더라도 저 리뷰는 여전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별민 님은 감상평 란에서 대부분 리스너로서의 분석이나 감상을 말씀해주시기보다는 아이돌에 대한 어떠한 이미지에 대한 자신 나름의 덕질에 기반하여 코멘트를 남기셔 왔다고 저는 생각했는데 이번 리뷰는 정말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