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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8년 5월 하순 ①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EXID, 지숙, 진진, 문별, 일급비밀, 칸, 빅톤, 더이스트라이트, 유쏘걸, 유쏘보이, 그레이시, 프리즘의 새 음반을 다룬다.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EXID, 지숙, 진진, 문별, 일급비밀, 칸, 빅톤, 더이스트라이트, 유쏘걸, 유쏘보이, 그레이시, 프리즘의 새 음반을 다룬다.

Re:Flower Project #3
바나나컬쳐
2018년 5월 21일

미묘: “Eclipse”(2017) 앨범에 수록됐던 곡이니, 묻힌 예전 곡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취지의 “Re:Flower” 시리즈로 만나기에는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곡을 들어보면,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가 있고 그에 적합한 예전 곡을 찾은 형태가 아닐까 상상해 보게 된다. 체인스모커 이후 쏟아진, 적당히 느긋한 느낌의 EDM 트랙인데, 사운드 소스가 하나같이 예쁘고 멜로디나 보컬 뉘앙스도 전반적으로 사랑스럽다. 썩 좋아하는 형용사는 아니지만 ‘발랄한’ 무드가 EXID의 활달하고 즐거운 캐릭터에 찰싹 달라붙는다. 다만 EXID에게서 이런 곡을 듣게 되는 반가움을 차치하고 보면, 트래킹 과정에서 예쁜 사운드와 보컬 소스들을 하나로 묶어내며 다듬는 작업은 다소 거칠게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디테일에서 핏감이 아쉬운 옷이라고 할까. 그래도 색상과 재질이 참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 싶다.


우산이 없어
디모스트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22일

마노: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지숙은 참으로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다양한 손재주를 뽐낸 블로그가 본진 그룹보다도 유명세를 탔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이전에도 콜라보 싱글을 여럿 발매한 적이 있었으나 온전한 솔로작으로서는 처음인 셈인데, 인트로 트랙 제목처럼 마치 직접 그림을 그리고 예쁜 손글씨를 덧댄 그림일기를 보는 듯하다. 이런 구분을 좋아하지만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인디 음악’적인 색채가 짙어 보이는데, 확 잡아끄는 화려함은 없지만 수수하고 소소한 매력으로 듣는 이를 차분히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잔잔하고 담담한 어쿠스틱 사운드 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고운 음색으로 읊조리는 ‘에델바이스’를 추천한다.


FM201.8-05Hz : Like a King
판타지오 뮤직
2018년 5월 23일

미묘: 아스트로의 색과 차별화하겠다는 욕심이 과하진 않았나 싶다. 도끼 프로듀스의 트랙은 손색없지만, 주인공인 진진이 ‘힙합 도전’처럼 들리는 데 그치는 건 뼈아픈 패착. “한국의 첫 번째 rap legend”, “undefeated 내가 챔피언” 같은 구절은 패기는 좋지만 이 대목에서 드러나는 스킬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더 아쉬운 것은 첫 작품인데 “우리 다시 돌아왔지”가 들려올 때처럼, 이러한 위화감의 순간들이 ‘국힙’ 클리셰를 그저 긁어온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이돌과 힙합의 관계, 2018년에 굳이 이럴 필요는 없다.


Selfish
RBW
2018년 5월 23일

미묘: ‘구차해’가 원곡과 보이는 대조처럼, 내추럴한 분위기에 탄탄한 비트로 그루브를 선사하는 세 곡이다. 자칫 흔한 힙합-기반-가요가 되기에 십상인 공식이지만 차별화는 문별에게서 이뤄진다. 무뚝뚝한 톤의 끝자락에 슬쩍 감성이 묻어 나오는 특유의 발성이나, 랩과 멜로딕 랩과 멜로디 사이를 말하듯이 오가며 필요할 때 (갑자기 카메라를 응시하듯) 멈춰서는 호흡 등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저음으로 흐르는 문별의 목소리는 얼핏 지루하게 들리기 쉬워 보이지만, 군데군데 캐치한 포인트를 만들어내며 긴장감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나간다. 타이틀곡 ‘Selfish’에서는 적당히 쨍한 슬기의 보컬과도 좋은 합을 이루는데, ‘마이웨이’를 외치는 가사 내용과 달리 유쾌한 버디 무비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 또한 흥미롭다.


Love Story
JSL 컴퍼니
2018년 5월 23일

미묘: 카라의 ‘Honey’를 재편성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큰 차이라면 보다 자잘하게 자극을 쏟아붓고 조금 더 격하게 흐름을 흔들어 놨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스윗튠의 강점을 촘촘함으로 꼽지만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선이 분명한 팝적 감각에 수반되었을 때 빛을 발하는 디테일이다. 이 곡은 그런 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느긋하게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시도가 조금은 맥없이 느껴지는 것도, 곡의 중심이 잘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지. 돌이키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난 터라 이를 잊고 퍼포먼스를 감상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서드: ‘Love Story’는 왠지 귀에 익은 이미지의 사운드다 싶더니 스윗튠의 작품. 상큼 풋풋한 사운드와 멜로디로 봄이 채 끝나기 전에 황급히 찍은 듯한 배경의 뮤직비디오가 더해져 군더더기 없이 늦봄과 초여름에 어울리는 깔끔한 싱글로 완성됐다. 팀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기보다는 익숙한 스타일에서 오는 기시감과 무난함이 단점이라면 단점.


I'm Your Girl ?
마루기획
2018년 5월 23일

유제상: 노래가 대중적이지 않은 것은 아닌데, 묘하게 진부한 감성이 느껴져 자주 듣기 지루한 면이 있다. 여성 둘이 부르는 R&B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려나. 이런 특징은 멤버들도 똑같이 지니고 있는데, 실력파인 것은 알겠다만 디아크와 허다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참여가 멤버들의 신선함을 다 깎아 먹어버렸다. 특히 평자는 〈K팝스타〉를 열심히 본지라 전민주를 볼 때마다 전술한 어떤 감정 같은 것이 솟아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다만) 이미 시장의 판단이 내려진 이들에게는 그 이유가 있다. 누군가 그랬듯이 아이돌은 운동선수가 아니므로, 실력이 전부일 수도 없는 것이다.

조성민: 오랫동안 팀을 이루어 온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충분하고, 일찍이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대로 보컬과 퍼포먼스 또한 흠은커녕 잠깐의 어색함조차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문제는 기획자가 이 빛나는 재능들을 충분히 돋보이게 할 만큼 개성 있는 기획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재능과 개성은 분명히 별개의 영역이다. 곡 안에 드라마가 약한 점 또한 출중한 멤버들의 스킬 덕분에 더 크게 느껴진다.


오월애 (俉月哀)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23일

마노: 이별 서사를 다룰 때, 대부분의 경우는 여성 화자가 ‘너를 되돌리기 위해 예뻐지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특이하게도 이 곡에서는 남성 화자가 ‘네가 다시 뒤돌아보도록 내가 멋있어지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한 부분은 상당히 신선하다고 할 만하지만 곡 자체는 별달리 새로운 것이 없다. 퀄리티에 있어 특별히 모난 구석은 없으나, 어디선가 꼭 들어본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유제상: 6월 8일자 〈뮤직뱅크〉를 본다. 빅톤의 ‘오월애 (俉月哀)’가 나온다. 음악방송에서 한 네 번째쯤 보는 것 같다. 첫인상은 빅스에 대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 같았는데, 계속 보니 빅스랑 구분되는 지점이 분명 있다. 빅스 쪽이 남성의 색기에 초점을 맞췄다면(사실 이 전략은 빅스라는 그룹이 활동한 이래로 매우 일관적으로 추구되어 왔다. 그들의 색기에 대해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 빅톤 쪽은 훨씬 남성적이다. 미형의 라이벌인가, 남성미 넘치는 신전사인가!... 한 여성 팬이 애처로울 정도로 큰 목소리로 ‘오월애 (俉月哀)’를 따라 부른다. 공개방송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무대의 압도적인 사운드를 뚫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녀의 열정이 평자에게 전해져 와, 다소 긴 글을 써 본다. 빅스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설레임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24일

마노: 멤버들은 다들 어리고 풋풋한데, 음악이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예스러워 묘한 부조화를 느끼고 만다. 물론 팀 연령이 어리다고 해서 ‘옛날 음악’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그것이 충돌과 부조화를 일으킨다면 조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그나마 ‘Never Let Go’가 팀의 풋풋한 매력을 살리고 있지만, 밴드인 이 팀이 굳이 이러한 류의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지는 못한다.

미묘: 여러 번의 갈지자 행보를 모은 EP의 분위기가 오락가락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내용이나 정서,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아예 공통점이 거의 없는 곡들이 연달아 담겨 있을 때는 조금 당혹스럽다. 물론 케이팝 음반에서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밴드에게는 커다란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음반의 전반을 채우고 있는 신곡들은 대체로 일관성이 있다. 뉴웨이브의 영향을 바탕으로 그보다 조금 더 현대적인 사운드를 지향하면서 멜로디는 80년대 가요의 느낌을 낸다. 낡았거나 미숙한 듯한 인상 틈새로 풋풋함의 가능성을 엿본다. 물론 청자들이 이 세 가지 인상 중 어느 쪽으로 각자의 결론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은, 음반의 일관성 외에 또 다른 딜레마다.

유제상: ‘이 무슨 아이스크림 이름’ 같은 곡으로 신속히도 돌아온 더이스트라이트의 EP.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 이들을 피할 수가 없는데, 볼 때마다 이들이 무슨 콘셉트인지, 나아가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전자의 답은 틴에이지 개러지 밴드일 테고, 후자의 답은 인기겠지만... 그걸 몰라서 의문을 갖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다 알고 있을 터. 레게 비트의 노래들이 밑도 끝도 없이 나오고, 베이스를 잡은 젊은이의 아스트랄한 표정이 계속될 때면 밴드에 대한 평자의 감정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 다음엔 또 어떤 곡을 들고 올 것인가.


B!B!B! (baby boo)
키즈플래닛
2018년 5월 24일

마노: ‘90년대 같다’는 것이 꼭 단점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키즈돌’의 경우라면 조금 말이 다르다. 지나도 한참 지난 유행의 곡, 굳이 키즈돌이 아닌 여느 기성 아이돌이 수행했어도 위화감이 없었을 안무와 노래, 한껏 어른처럼 꾸민 모양새의 앨범 재킷 사진까지, 그 어떤 것도 이것이 ‘키즈돌’이어야할 당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란 모름지기 아이다워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키즈돌이 셀링포인트였다면, 그래도 어떤 부분은 ‘키즈돌다워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내 멋대로
키즈플래닛
2018년 5월 24일

마노: 상기한 유쏘걸의 신보와 같은 이야기지만,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들의 수행력에 대한 부분이다. 기성 보이그룹 중 어느 그룹이 수행했어도 상관없었을 모양새라는 것은 유쏘걸과 같은 이야기고, 꼭 ‘칼군무’일 필요는 없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안무가 하나도 맞지 않아서야, ‘아직 애들이니까’라며 퉁쳐주기도 무안하지 않은가 말이다. 굳이 ‘키즈돌’이어야할 이유도 없고, 아주 기본적인 퀄리티에 대한 보장도 되어있지 않은데, 미안하지만 앞으로 이 그룹이 지속되어야 할 당위를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모질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Remind
혁앤컴퍼니
2018년 5월 24일

서드: 이선희의 ‘한바탕 웃음으로’를 리메이크했다. 왜인지 모르게 치어리더 콘셉트를 더했는데, 아마도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며 ‘응원돌’로 활약하기 위한 준비인 듯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곡이었을까. 혹시나 하고 발매연도를 검색해보았지만 서울 올림픽이 있었던 88년도 아닌 89년에 발표됐던 곡. 월드컵 응원과의 접점을 아무래도 찾아내기가 어렵다. 이들이 이선희를 뛰어넘는 가창력을 보여줄 거라 기대한 이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리메이크를 할 때엔 퍼포먼스나 콘셉트 어느 면에서라도 창의적인 구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촉 (Chok)
프리즘
2018년 5월 24일

미묘: 버스킹 활동을 거쳐 발매했다는 프리즘의 데뷔 디지털싱글. 클리셰 함량이 높고 사운드도 정돈되지 않았지만, 성의도 염치도 없는 프로덕션은 아니다. 아마도 작년 말부터, 저예산 걸그룹 시장에서도 품위를 팽개치지 않으려는 흐름이 눈에 띄고, 이 곡도 그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트렌드에 비춰 편곡 요소들을 전반적으로 재정리하고 보컬 멜로디의 ‘서정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다시 고민해 본다면 좋겠다. 물론 보컬이 더 ‘좋게 들리도록’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One reply on “1st Listen : 2018년 5월 하순 ①”

” 이미 시장의 판단이 내려진 이들에게는 그 이유가 있다 ”

굉장히 잔인한 문장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