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8년 5월 중순 | Idology.kr


1st Listen : 2018년 5월 중순

2018.05.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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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중순 발매반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윤아&이상순, 김성규, 이태희(엠파이어), 영재(갓세븐), T.E.N, 엔플라잉, 아이디(Eyedi), 트레이(Trei), 소녀주의보, 헤이걸스, 방탄소년단, 유니티(Uni.T)의 신보를 다룬다.
윤아, 이상순
너에게 (To You)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3일

   

피아노가 빚어내는 느릿한 왈츠 리듬 위에서 여성 보컬이 마치 안개꽃 같은 음색으로 나직이 노래한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시도지만,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2〉의 서사와 함께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민박집의 ‘사장님’ 이상순이 ‘직원’ 윤아에게 직접 작사를 의뢰하는 장면과, 곡을 작업하는 과정이 해당 예능을 통해 꾸준히 공개된 때문만은 아니다. 프로그램의 타임라인을 꾸준히 좇던 이라면, 민박집을 중심으로 교차하던 만남과 이별, 웃음과 눈물, 다양한 인물 군상의 발자취는 물론, 창가에 들이치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느긋한 시간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을 노래와 가사다. 굳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더라도, 풀밭의 수수한 들꽃을 연상케 하는 곡은 분명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바람이 불면’은 바람에 흩날리는 흰 천이 연상되었다면, ‘너에게’는 고양이와 함께 낮잠을 자는 윤아가 떠오른다. 〈효리네 민박〉에서 느꼈던 고요하고 소박한 공기를 따로 떼어낸 이지리스닝인 듯하다. 윤아의 솔로는 대체로 어쿠스틱-이지리스닝 계열인데,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예능으로 구축된 이미지를 잘 살려낸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평자처럼 〈효리네 민박 2〉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딱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도 없고, 잘 모르겠다. 음원만 들었을 때의 느낌은 이제 롤러코스터 시절을 완전 잊어버린 이상순과 이효리 워너비의 윤아가 있을 뿐. 다만 이상순이 직접 연주한 기타 소리만은 옛 추억이 떠오를 만큼 일품인데 솔직히 노래가 군더더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 그냥 인스트루멘탈로 내는 쪽이 훨씬 좋았겠지만 그러면 대중성이 훅 떨어지겠지.



김성규
Shine Live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4일

   

세 가지 버전의 ‘머물러줘’가 나왔다. “10 Stories” 수록 버전과, 이번에 릴리즈된 두 가지 버전의 라이브다. 원곡이 다양한 소스를 쏟아부어 웅장함을 만들었다면, 라이브 버전은 훨씬… ‘라이브’스럽게, 단출하다고는 못하지만 보다 적은 겹으로, 대신 공연장의 현장감을 느낄 법한 구성으로 녹음됐다. 기타 아르페지오를 신스로 번역한 듯한 메인 루프는 조금 어정쩡하고, 마지막의 필터 스윕 사운드가 조금 낯간지럽긴 하지만, 차이나와 스플래시 심벌이 대표적으로 살려내는 라이브의 느낌은 제법 칼칼하다. 멜로디 자체가 갖는 아련하고 애절한 느낌을 화려하게 펼쳐 놓는다는 면에서 라이브 버전들에 한 표를 얹고 싶다. 원곡의 소프라노 색소폰을 대체하고 들어온 퍼즈 기타 솔로가 마지막이란 미련을 수놓는데, 그 자체가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톤이 예뻐서 듣기 좋다. 성규의 보컬은 특히 시작 부분에서 너무 가깝고 무겁게 들리기도 하는데, 조금 불안정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Ending Finale Ver.’이 그래서 곡의 맛은 조금 더 살려내는 듯하다.



이태희 (엠파이어)
The Light
루체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4일

  

여러모로 앨범의 노림수가 꽤 뻔하다. 그룹의 ‘군백기’에 발매된 점, 친절히 일본어 버전까지 함께 수록한 배려,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기 딱 좋은 밝은 에너지로 가득한 팝-록 장르의 타이틀곡, 굳이 그것을 또 EDM 버전으로 믹스했다는 점, 전형적인 OST형 발라드인 커플링 곡까지. 국내외 팬미팅 내지는 공연을 잔뜩 겨냥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곡도 보컬도 모난 구석 없이 무난하고, 듣기 거슬리는 요소도 없어 편하게 들을 만은 하다. 너무 무난한 나머지 전혀 인상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 독일 뿐. 결국 공연 레퍼토리를 늘리는 목적이었다고 하면, 음악적 완성도야 아무렴 어떤가 싶기도 하다.

엠파이어의 리더 이태희가 낸 솔로 EP. 그러고 보니 ‘엠파이어는 어디로 갔지?’라고 생각했는데 멤버들이 군대에 있다고... 타이틀 ‘The Light’는 통기타 멜로디로 시작하여 곡을 재생시키면 갑자기 컨트리 뽕끼가 뿜어져 나와 듣는 이를 당황시킨다. 바로 다음 트랙에 EDM 믹스 버전이 있는데 이것도 시작음이 통기타라 당황스럽다. 연인 간의 관계를 다룬 노래련만 다소 성스러운 가사도 그렇고 흥겨운 CCM을 듣는 느낌도 들고. 어느 쪽이든 일반적인 남자 아이돌의 그것은 아니다. 세 번째 트랙이자 실질적인 마지막 곡인 ‘사랑하는 게’도 그렇고, 평이한 듯하지만 최근 트렌드와는 한참 멀어진 곳에 위치한 EP. 듣고 보니 원래 엠파이어가 이런 그룹이었지 하는 생각도 든다.



영재 (갓세븐)
기름진 멜로 OST Part.2
더하기 미디어
2018년 5월 14일

  

여기서 확실히 해두겠다. 영재는 분명 좋은 보컬이다. 특유의 청량한 음색과 약간의 비음이 섞인 창법은 매우 매력적이고, 곡에 어떠한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시간에’는 그런 영재의 첫 솔로곡이며 첫 OST 참여곡인데, 안타깝게도 곡과 가수의 상성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쁘게 말하면 곡을 잘못 만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영재의 매력은 탄산처럼 톡 쏘는 청량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저음대에 머무는 멜로디는 이러한 매력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덮어버리고 있다. 애매한 펑크록 장르보다는 차라리 다양한 음역대를 담은 발라드 트랙이 보컬의 매력을 좀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더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나길 바란다.



T.E.N (with 리온파이브)
해요해요
나르다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6일

  

훵키한 시작부가 다소 예스럽지만 흥겨워 듣기 좋다. 중국 쪽 센스가 투입된 결과인지 세련된 느낌은 덜하지만, 군더더기가 없어 듣기 좋다. 최근 아이돌계에서는 갓세븐 외에 듣기 어려웠던 깔끔한 하우스 계열 노래라 평자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갓세븐이 해외에서 성과가 좋다더니 비슷한 접근인가 싶기도 하고. 최근 가요는 이 아저씨가 듣기엔 촌스럽거나 너무 복잡하거나 둘 중 하나라 말이지. 여튼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깁니다.



엔플라잉
How Are You?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전작을 통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드디어 깨달은 뒤여서일까, 기분 좋은 자신감으로 힘껏 달려나가는 느낌이 앨범 전체에 가득 흐른다. 타이틀 ‘How R U Today’는 마치 새벽 두 시에 ‘자니…?’라고 해야 할 것만 같은 ‘구남친 감성’을, 레게 리듬을 가미한 얼터너티브 록으로 산뜻하고 청량하게 풀어냈다. 제목처럼 그루비하고 흥겨운 ‘Up All Night’과 가사처럼 한껏 헤실거리는 ‘팔불출’, ‘밴드 사운드 장인’ Ollounder와 LEEZ의 곡답게 매끈하게 잘 빠진 펑크록 트랙 ‘Anyway’, ‘How R U Today’의 ‘날 것의 축축한 청승 버전’ 같은 ‘너 없는 난’까지 모든 트랙이 빠짐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작부터 유회승이 보컬을, 이승협이 랩과 서브보컬을 나눠 맡기 시작한 새 시스템이 드디어 안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상. ‘왜 굳이 밴드여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몇몇 트랙은 아주 약간 의문스럽지만서도) 비교적 설득력 있게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록 특유의 ‘타격감’과 편안함을 겸비한 웰메이드 앨범.

‘How R U Today’를 들으며 드는 의문은, 나름 가요와 록의 접점으로는 일가를 이룬 기획사에서 어째서 어쿠스틱 기타 든 빅뱅의 흉내를 이만큼 적극적으로 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트로의 리듬이 트로피컬 하우스의 플럭을 따르거나 후렴이 보다 강하게 몰아치긴 하지만, 좀처럼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수록곡들이, FNC 특유의 멜로디 감각을 가져가거나 혹은 내려놓는 와중에, ‘엔플라잉이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Anyway’는 캐치한 댄서블과 록의 시원한 맛을 병치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팔불출’은 비교적 느긋한 호흡을 발돋움해 숨차듯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것이 꽤 유쾌하다. 분명 엔플라잉이 ‘또 하나의 FNC 팀’ 이상이 될 수 있는 여건은 많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

비슷한 콘셉트의 다른 그룹들에 비교하면 이들은 ‘이제 록은 버렸다’고 생각될 정도. 그래, 이편이 훨씬 낫다. 그래도 ‘How R U Today’의 후렴구를 들으면 뭔가 록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한 듯도 싶다. 물론 이런 게 록에 해당된다면 초창기 SMP는 진짜 하드코어겠지만. 가사는 최근 트렌드를 따라 세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형태로 작성되어 있는데, 이게 뭔가 통속적인 후렴구와 어우러지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강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뭐, 평자가 느낀 식상함은 이런 형식의 아이돌이 꾸준히 성과를 낸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



아이디(Eyedi)
Luv Highway
Bace Camp Studio
2018년 5월 16일

   

싱어송라이터 아이디의 네 곡짜리 싱글. 〈믹스나인〉에 본명 남유진으로 참여하셨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긴데, 그 프로그램은 그냥 총체적 난국이었지. ‘Luv Highway’는 시원한 느낌의 드라이빙 뮤직을 표방하고 있는데, 베이퍼웨이브를 통해 접할 수 있는 90년대 음악의 동시대적 변주라고나 할까. 듣기엔 별 무리가 없다만 음원만으로 평가하면 심벌즈의 소리가 이상하게 찢어진다. 모니터링을 했을 텐데 뭐가 문제지. 두 번째 트랙 ‘차를 세워’는 최근 인기 있는 힙합 뮤지션의 곡에 랩만 빠진 형태로, 역시 평이한 완성도다. 음감용으로 괜찮은 싱글이지만 전체적으로 심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이름 있는 래퍼의 랩을 넣으면 어디서나 듣는 그런 곡이 될 테니까 만드는 쪽이 꽤 고민이 됐을 듯도 하다. ‘이거다’ 싶은 매력 요인이 부족한 싱글.



트레이(Trei)
Nike
바나나컬쳐
2018년 5월 1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구성원도 그렇고 뮤직비디오에서 군무를 추는 것도 그렇고 엄연히 아이돌 음악의 범주에 들어가는 디지털 싱글인데, 곡 여기 저기 숨겨져 있는 디테일이 매우 재밌다. 로코, 그레이, 크러쉬, DPR Live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최근 그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들으면서 한동안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Discovery!를 부여한다. 여담이지만 뮤직 비디오에서 나이키를 신지 않은 멤버가 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걸리는 부분 없이 매끈하게 흘러가는 곡은 분명 트렌드의 집약에 그칠 수도 있어 보였지만, 멤버들의 랩과 보컬이 신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데가 있어 준수하고 세련된 팝으로 들리게 한다. 미니멀한 루프에 얹어진 세 사람의 랩과 보컬이 흐르고 나면 댄스 브레이크를 의식한 듯한 퓨처사운드를 얹는데, 모든 과정이 잠시도 끊어지거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곡을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부르는 사람들의 역량이 발휘된 결과로 보인다. 트렌드도 결국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게 마련인데, 세 멤버의 음색이 모두 곡과 맞춤옷인 듯 잘 어울린다. 다른 곡을 부를 때도 이만큼 해낸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될 듯하다.



소녀주의보
키다리아저씨
뿌리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8일

   

요즘 소녀주의보가 차별되는 수익 정산 시스템과 무리한 다이어트 강요의 배제로 ‘복지돌’이라며 소소한 화제를 일으켰다. 각종 사회적 약자 홍보대사를 맡는 등 긍정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무대 영상을 찾아보면 상투적 표현이지만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뚜렷이 발산하고 있어 마음 한 켠으로 흐뭇해지는데, 동시에 이걸로 만족해도 되는 걸까 양가적 감정이 들기도 한다. 곡과 콘셉트 등 단순히 콘텐츠에 한정짓는다면 인상적인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 모든 면에서 너무 평범해 보인다는 게 약점이다. 타이틀곡 ‘키다리아저씨’ 또한 소녀주의보의 복지돌 활동에 감화받은 작곡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곡이라 미담을 더하고 있고 가사 또한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허나 미담은 단지 미담일 뿐, 콘셉트와 퀄리티는 별개의 문제이며 아이돌은 시스템과 메시지만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아직은 그들의 실력적, 또 기획적 성장을 긍정적으로 기대하며 기다려보고 싶다는 말만을 남겨두고 싶다.

‘키다리아저씨’와 “기다리다” 단어의 발음이 비슷해 “기다리다”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움찔해진다. 사실은 키다리 아저씨를 향한 궁금증과 연모 때문이지만. ‘키다리아저씨’는 어째 아저씨를 미화하고 위로하며 로맨틱한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종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연상시킨다. 이어지는 ‘너였으면 좋겠어’는 그 아저씨와 가까워지다 못해 연애를 하는 느낌이라... 꿈과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들이 굳이 아저씨들의 기까지 살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노래만큼이나 내용이 플랫하다 못해 너무 얄팍해서 씁쓸하다.

이름 외에는 모든 것이 인상이 흐린 소녀주의보의 디지털 싱글. 곡은 엄청 레트로한 하우스인데 정석대로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전성기의 핑클도 생각나고 즐겁다. 멤버들의 노래 실력이 딱 전성기의 핑클 정도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니, 그거보다는 좀 나쁜가...? 두 번째 트랙인 ‘너였으면 좋겠어’는 완전 2000년대 초반에서 날아온 신곡. 붐 사운드, 가사, 정박으로 딱딱 떨어지는 후렴구 등이 〈펌프 잇 업〉에 삽입되면 좋을 것 같다. 그냥 버전은 발바닥 두 개, ‘어나더’는 네 개. 여튼 최근 트렌드에 완전히 역행하는 디지털 싱글이라 평할 수 있겠다.

특기할 만한 부분 없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곡과, 동네 스튜디오를 급히 빌려 촬영한 게 분명한 뮤직비디오는 한창 유행하던 어떤 스타일들을 모방하고 싶었던 그 의도 하나만은 분명히 알 수 있게끔 연출되어 있다.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제작된 결과물 덕분에 결국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들의 의도대로 ‘60kg의 몸무게’를 유지한다는 마케팅 슬로건이다. 지나치게 낮은 몸무게를 추구하는 것이 병폐적이라는 지적까지는 의미 있어 보이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이 싱글은 특정인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저체중 마케팅과 똑같은 방식으로, 역시 마케팅 목적을 위해 빼앗으면서 결국 또 다른 비윤리와 인권 침해를 감행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몸무게가 40kg이든, 60kg이든, 80kg이든, ‘여성의 몸무게’를 셀링 포인트로 삼는다는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몸무게가 이들이 보여준 퍼포먼스의 수행 능력과도 하등 상관없다는 사실을 들어 이 주장(이 싱글은 ‘표현’보다 ‘주장’에 가까워 보이므로)을 기각하고자 한다. 정치질은 남의 몸 갖고 하지 말고 다른 데서 다른 방식으로 하시길.



헤이걸스
팔로우해봐
모아이 사운드
2018년 5월 18일

   

미안하지만 10년 전의 곡 같다. 곡의 구조나 편곡은 사실 그보다 더 예전의 댄스가요에 가까운데,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매력을 셀링하며 “다가와”를 거듭하는 가사나, 중독성으로 밈화한 곡들을 참조하는 것 등이 꼭 10년 전의 발상이다. 가장 최근의 것이라면 템포를 느리게 잡은 하우스 비트 정도인데, 문제는 그것이 곡을 더 지루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낡았다는 것 자체가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무표정하다기보다는 무성의한 멜로디 작곡에서 다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轉 `Tea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Intro : Singularity’에서 시작해 ‘Fake Love’와 ‘전하지 못한 진심’까지 평소보다 보컬 중심으로 꾸려진 점은 래퍼의 강한 존재감 그 이상의 것이 있음을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총합으로서 타이틀곡 ‘Fake Love’는 힙합에 기반한 비-장르 ‘팝’송에 가까운 접근을 취한다. SNS상에 부분공개된 초기 데모와 비교해도 꽤 록적인 방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단지 기타가 들어갔다는 차원이 아니라, 코드 진행에 대한 기타가 역할하는 방식이나, 퍼스트 기타가 장식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유행을 떠나 문화의 근간으로서 록을 ‘편안하게’ 느끼는 미국 대중에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간단하지만 감정이 가득한 프레이즈를 반복적으로 외치거나, 랩과 보컬의 대화하거나, 랩을 던져 놓고는 휴지를 주는 등의 대목들은 록적인 팝송과 힙합이 교차할 수 있는 지점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된다. 케이팝의 감각으로 미국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궤를 같이하고, 보다 넓은 대중을 향해 손을 뻗는다. 방탄소년단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본격적으로 전시하는 포트폴리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 따라, 백화점식이 될 위험이 발생하고 또 가만히 뜯어 보면 실제로 상당히 이질적 호흡이 공존하지만, 고전적 의미의 ‘콘셉트 앨범’의 결이 느껴지는 주제의식을 통해 이를 봉합한다. 마침 그것이 이들에게 부스트를 걸어온 전작들의 ‘절망 속의 의지’라는 감성과 상통하여, 안정감 있는 마감을 보여준다. 트랙 배열에 아쉬움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134340’, ‘낙원’, ‘Anpanman’, ‘So What’ 등의 트랙은 확고한 미혹으로 청차를 붙들어 서서히 앨범에 빠져들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뮤직비디오에서 ‘떡밥’의 본격화도 그렇고, “‘BTS’라고 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덩어리에 빠져 보겠다면 지금”이라는 초대장 같기도 하다. 스스로에 의해 급속히 변하는 기류 속에서 절절한 야심이 근사한 앨범.

이번 회차의 추천작

한 며칠을 수업 시간 중에, 카페에서, 라디오를 통해 “빼낏럽! 빼낏럽!”만 듣다 보니 이제 타이틀 ‘Fake Love’가 좋은지 어떤지 객관적인 판단이 잘 안 선다. 분명한 것은 이 앨범이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은 앨범을 만듭시다.”라는 뚜렷한 의식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물이 쏟아지고 불이 폭발하며 타오르는 ‘Fake Love’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어찌 되었든 이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생각하며 앨범을 만들었고, 결과물 또한 거기에 어느 정도 부합하지 않았는가 싶다. 모두가 예측 가능하다시피 평자의 추천곡은 너무도 당연하게 ‘Anpanman’인데, 왜 국내에서 더 유명한 호빵맨이란 이름을 쓰지 않았는가 싶다가도, 가사나 곡의 분위기가 호빵맨보다는 〈원펀맨〉 쪽에 가까워서 그런가 생각도 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양자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고. 여튼 곡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후려치고 싶은 흥겨운 분위기가 일품이다. 정리하면 여러 가지 의미로 Pick!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라는 것. 이 앨범을 통해 방탄소년단은 선배들이 일찍이 도달했던 곳과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현상 자체가 시공간을 막론하고 팬덤 문화와 무척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불가분의 관계인 점을 들어 부득이하게 앨범 리뷰에 언급한다. 어떤 팬들은 방탄소년단을 케이팝으로 분류하는 것에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는 듯도 하지만, 케이팝의 기준, 다시 말해 케이팝 입장에서도 방탄소년단을 케이팝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히트시켰을 때도 케이팝은 똑같은 고민을 했고, 2010년 비가 MTV 무비 어워드에서 액션스타상을 수상할 때도 한국에선 그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많은 논의와 고민을 해왔다. 앞선 두 스타와 방탄소년단에게 차이가 있다면, 싸이나 비에게는 그들이 이룬 성과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고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커리어가 있었지만, 방탄소년단은 높은 팬덤의 벽에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구체적 성과를 알기가 힘들고,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는 결국 방탄소년단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은 분명히 탁월한 팀이고, 그 탁월함으로 수행해낸 상당한 수준의 기획물을 가장 많은 팬들에게 동시에 효과적으로 전달해냈다. 그러나 이 상업적 성과를 제외하고 방탄소년단의 앨범과 개별곡 자체만을 주목했을 때는, 과연 이 음악이 통시적으로 놓였을 때 얼마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지 미심쩍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세련됨을 담보하는 방식이 팝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르를 가져와 수행하는 데에서 그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Fake Love’를 한국어가 아닌 언어, 특히 영어로 부른다면, 단지 그것이 고차원의 퍼포먼스와 결합되어 있다고 해서 케이팝이라 부를 수 있을까. ‘Airplane pt.2’나 ‘Anpanman’과 같은 트랙이 ‘Fake Love’에 비해 주목되는 이유도, 결국 이들이 타 아티스트와 차별점을 갖는 지점이 이들의 성장 서사를 내포한 가사,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격렬한 퍼포먼스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팝 시장엔 이미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하는 아티스트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팬덤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요소가 방탄소년단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히트한 지 벌써 3년은 족히 되었으나 아직까지 ‘방탄소년단의 인기 이유’에 대해 질문하는 이가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회의감의 근거가 될 수 있겠다. 일부 ‘아미’들이 원하는 답변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 역시 방탄소년단이 케이팝이 아니며, 탈-케이팝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Beyond The Scene’이라기 보단 ‘Out of the scene’에 가까워 보이므로.



유니티(Uni.T)
line
인터파크, 다 즐거운 사람들
2018년 5월 18일

   

‘넘어’는 뜨겁다기보다는 덥고, 유혹적이기보다는 느슨하다. 비단 레게 리듬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원더걸스의 ‘Why So Lonely’를 참조점 삼은 듯한데, 반주와 멜로디 모두 감정을 이입할 빈틈이 없다. (애초에 레게나 덥의 핵심은 바로 공간 아닌가.) 그것이 서사 전달에는 적합할지 모르고, “선을 넘어”가 곡의 맥락에 따라 정반대의 문법으로 사용되는 점도 흥미로울 수 있었겠으나, 스타일과 감성의 선택이 썩 좋지 못한 듯하다. 이어지는 세 곡이 개별 완성도를 떠나 튀지 않는 게 목적인 듯이 관성적이고, 그나마 독특한 데가 있는 ‘Ting’은 답답한 사운드로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멤버들 중 몇은 유니티 이전에 이보다 나은 곡들만 불러왔다.

모처럼 조합된 멤버들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에는 타이틀곡 ‘넘어’의 콘셉트와 곡이 지나치게 낡아 보인다. 다인원이 무색하도록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무대 뒤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는 퍼포먼스 또한, 숱하게 보아온 식상한 섹시 댄스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 앨범에 함께 수록된 ‘Ting’이나 ‘You & I’ 같은 곡들의 무대 영상을 찾아보면 상투적일지언정 오히려 이쪽이 모든 면에서 안정적으로 보인다. 멤버 개인의 개성과 능력치는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니, 그들을 자연스레 섞이도록 만드는 것은 이제 기획의 몫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KBS2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을 통해 데뷔한 유니티의 EP. 타이틀 ‘넘어 (No More)’는 전 회차의 (여자)아이들처럼 라틴 리듬을 채용했지만 뽕끼가 훨씬 강하다. 물론 그만큼 대중적이란 의미도 되겠다. “선을 왜 넘어와”란 가사를 부를 때 팔로 만든 선을 넘는 안무도 인상적. 무엇보다도 평자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데뷔시키고, 여러 방송 스케줄을 잡아준 KBS 외 제작진들의 통 큰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에 보답하듯이 정말 죽자고 뛰는 멤버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의진이 일등이면 소나무를 빨지 얘들을 왜...’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평자를 꾸짖어주고 싶을 정도.

이번 회차의 추천작

앨범의 어떤 트랙을 들어도 어색한 부분 없이 원래 있었던 그룹인 듯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이들이 모두 다른 팀 출신이라는 점은 애써 상기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을 수준이다. 다른 경연 프로그램에 비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다르기에 어떤 것이 주어지든 훌륭히 수행해 내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그것이 이토록 빈틈없는 팀워크를 발휘할 정도가 된다는 것은 확실히 짚어야 할 부분일 것 같다. 분명 아이돌 그룹 메인보컬에 특화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앤씨아의 파트를 들으며, 그가 처음부터 솔로 가수가 아닌 그룹으로 데뷔하지 않았음이 무척 안타까워졌다. ‘솔로보다 그룹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수행 능력, 즉 가창력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비슷한 실력의 다른 보컬들 사이에서 귀에 꽂히는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혼자서 전체 곡을 알아서 해석해 부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티의 모든 멤버는 보컬뿐만 아니라 각자의 역할 안에서 분명한 개성을 드러내며, 동시에 다른 멤버들을 충실히 서포트 해준다. 타이틀곡 ‘넘어’에서 멤버들이 등퇴장을 반복하는 안무 동선이 다소 분절적으로 느껴지는 점만이 조금 아쉽다. 연차에 대한 예우의 의미로 Discovery(신인 추천)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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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욱

    분명히 방탄소년단은 매력적이며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그들이 이런 인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저변을 넓혀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회의적인 것에 동의합니다.

  • 정영석

    방탄소년단에서 조성민님이 쓰신 리뷰가 크게 공감가네요..팬덤이라는 그늘에 가려져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건 사실이라고 생각되요.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강단있게 고집한게 저는 크게 아쉬웠다고 생각해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엇달까요. 하지만 이번 앨범처럼 아예 팝적인 프로듀싱을 해서 나온 앨범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잘뽑은게 맞다 생각합니다. 다음 스텝이 중요한거 같아요. 분명 더 높은 순위의 차트에 초점을 둘텐데 보컬위주로 프로듀싱을 지속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 챈사랑

    저도 유제상님처럼 Fake love 보다는 Anpanman이 더 중독적이고 방탄의 매력이 더 잘 표현되는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 ‘Airplane pt.2′ 는 남미, ‘Anpanman’ 은 일본을 각각 염두에 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던데요. ‘Fake Love’ 는 처음에 들었을 때 수록곡보다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많이 들리다보니 좋게 들리는 현상이.
    ‘Airplane pt.2′ 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역시나 한국 래퍼를 디스하는 듯한 슈가의 랩. 이보다 더 진정성 있을 수는 없겠죠.
    ‘낙원’ 에서는 무려 방탄소년단이 멈춰서도 괜찮아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게 아이러니.

    방탄소년단이 이 정도의 성과를 거뒀는데도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케이팝의 여태까지의 성과와는 별개로 생각하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팀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죠. 방시혁은 수입상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와 겹쳐보이죠. 트렌디한 장르를 가져와 수행하는 건 사실 케이팝 전체가 마찬가지구요.(청순 걸그룹의 노래를 제외하고. 그렇다면 오히려 이쪽이 케이팝의 개성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일본의 영향도 있겠으나)
    대중성이라 부르는 국내 청자의 취향을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의 차이겠죠. 장르적 실험을 좋아하는 SM과 비교해보면 BTS는 미국 메이저 음악을 지향했던 지점은 보입니다.
    케이팝 범주에 관한 논의는 태국인이 영어로 부른 텐의 ‘New Heroes’ 가 좋은 예시죠.

    인기 이유라는 것은 한 가지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저도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 적도 있지만 이만큼 격렬한 춤과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소화할 수 있는 팀을 찾기 어렵긴 하더군요.

  • 유니티 리뷰는 네 분의 의견이 서로 대립된다기보다 각각 장단점을 잘 짚어주신 것 같아서 모두 공감이 가네요.

    트레이는 디스커버리 2개 치고는 별로. 이재준씨의 춤은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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