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8년 6월 중순

2018.06.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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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샤이니, 걸카인드, 버스터즈, 나노(feat. 예지), CST, 용국, 우진영 & 김현수, 블랙핑크, 영화처럼, 태연, 비투비, 김동한의 신작을 다룬다.
샤이니
The Story of Light' EP.2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I Want You.’ 리드미컬하지만 단선적인 멜로디를 합창으로 처리하는 것은, 세련의 극단을 구가해온 샤이니를 생각하면 일견 의외다. 그러나 가뿐한 비트와 그윽한 피아노 위로, 차창 밖을 흐르는 풍경처럼 쏟아지던 멜로디가 풍성한 화음으로 뻗을 때의 뭉클함에서 모든 것이 이해된다. 수록곡들은 담담한 품위 속에서도 유난히 감정적인 인상을 주는데, 의아할 정도로 태연했던 “Ep.1”이 ‘밖에서 바라보는 샤이니’, “Ep.2”가 ‘안에서 바라보는 샤이니’라는 부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뭐니 뭐니 해도 당사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뮤직비디오도 베이퍼웨이브의 기본 요소들을 예쁘게 담아내고 있는데, 말 그대로 증기(vapor)처럼 언제라도 사라질 것 같은 아스라함을 더한다. 화사한 긍정과 우아한 세련미 속에 강렬한 감정을 유려하게 담아내, ‘샤이니여야 할 이유’를 다만 더 깊이 있게 입증한다.

처음은 좀 이른 컴백인 듯해서 어물쩍 넘겨버렸지만, 아랑곳 않고 자신 있게 건넨 두 번째 시리즈에서부터는 마음을 점차 내어주게 된다. 이전작 “Odd”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상쾌함에 에지를 가득 더해 자극적이고 야성적인 여름을 들려주는 것 같다. ‘Electric’을 포함한 온 트랙에서 귀를 크게 감싸 주무르는 듯한 자극이 느껴진다. 트랙 곳곳에 자리한 힘과 감각에 그대로 녹다운되는데, 이런 샤이니를 내심 기다렸나 보다. 현실에서의 곡절과 말할 수 없는 사건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샤이니는 그들의 음악으로 환상을 힘껏 지켜내고 있다. 이는 샤이니가 가진 브랜드의 힘 덕분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컴백에 대한 우려를 덮을 정도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힘과 익숙함이 느껴진다.

샤이니 정규 6집은 사운드 측면에서 여러모로 정규 4집 “Odd”를 연상시킨다. 타이틀 곡 ‘I Want You’의 트로피컬 하우스 튠과 이어지는 ‘Chemistry’의 경쾌한 댄스홀 리듬은 분명 샤이니가 그려내는 여름 풍경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샤이니의 또 다른 여름 앨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샤이니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듣는 이는 어쩔 수 없이 종현의 부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음반은 그의 부재를 부정하거나 정반대로 앨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다만 샤이니가 걸어온 길을 남은 네 명이 계속 걸어가기 위한 음반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수록곡 ‘Drive’의 가사처럼 푸른 신호가 이끄는 대로, 목적지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몰라도 샤이니는 아마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걸카인드
S.O.R.R.Y
넥스트레벨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1일

   

트로피컬 영향권의 EDM인데 소스들도 무난하게 예쁘고, 기복이 정제된 채 차곡차곡 밟아 나가는 멜로디도 (특출나다고는 못 해도) 괜찮은 편. 케이팝치고는 ‘EDM’에 근접한 곡의 구조인데, 재능 있어 보이는 멤버들의 퍼포먼스에 획기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살려내지 못할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유난히 신경 쓰이는 것은 보컬의 튠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칼 같은 음정이 아닐 때 더 좋은 경우도 있지만, 이 곡에서는 대체로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트로피컬 계열의 사운드에서는 음정의 어긋남이 더 치명적이다. 보컬 트랙들이 전체적으로 훨씬 더 다듬어져야 했다. 브리지에서 보컬의 펀칭도 끊기는데 특정한 효과를 노렸다기에는 결함으로만 들린다. 제법 정성과 자본을 들이는 기획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 자체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쓴 자작곡이 허술한 마감 때문에 빛을 못 보는 멤버는 또 무슨 죄인가.

사운드도 여름에 걸맞은 콘셉트에 탈 가요적 이미지를 추구한 것 같은 구성의 노래지만 “S.O.R.R.Y”라는 구절이 과도하게 반복되는데 썩 감미롭지도 않은 데다가, 버스(verse)나 랩은 짧고 인상도 흐릿해서 완성된 곡이 아닌 일부분을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뮤직비디오 후반부 노을을 배경으로 한 절도 있는 댄스 퍼포먼스가 꽤 인상적인데, 이 역시도 너무 짧아 아쉽다. 무엇을 장점으로 삼고 있는지 좀 더 어필할 필요가 있다.

거의 일 년 내내 트로피컬 하우스를 내세운 케이팝 트랙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트랙도 그중 하나다. 별로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걸카인드 멤버들의 안정적 곡 수행만큼은 특기할 만하다.



버스터즈
포도포도해
Monstergram Inc.
2018년 6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솔직히 말해서 제목과 앨범 재킷을 보고 잠시 뻔한 선입견을 품었었는데, 곡이 의외의 퀄리티여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그 선입견을 전면 철회했다. 시작하자마자 귀를 두드리는 드럼 사운드도 재미있고, 이후부터 브라스가 적절히 거들며 통통 튀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상큼함을 유지하는 밸런스가 꽤 좋다. 연신 “포도포도해”를 외치는 가사도 지나치게 1차원적이거나 유치하진 않다.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했더니, 려욱의 ‘어린왕자’를 작사 작곡하기도 했던 인디 뮤지션 빨간머리앤이 참여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도 지나친 ‘저예산 티’ 없이 무난하고, 멤버들이 수행해내는 노래나 춤도 일정 수준 이상인 것을 보니, 이쯤 되면 이번 프로덕션의 유일한 흠이란 앨범 아트가 아니었나 싶어지기까지. 묵직한 힙합풍 베이스에 게임 음악 같은 사운드를 얹은 ‘책임져’도 상당히 듣는 재미가 있다. 그러니까 사장님, 앨범 아트가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포도맛 탄산음료 CF라도 노리는 걸까. 영문을 모르게 포도가 엄청 강조된 가사가 어쨌든 기억에 남는, 묘하게 중독성 있는 곡이다. 화음과 사운드를 서서히 자연스럽게 쌓아 나가는 구성 또한 매력적이다.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성의 없이 기획된 결과물은 아니다. 전작 ‘내꿈꿔’ 또한 나쁜 인상이 아니었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

놓치기 아까운 음반

타이틀곡 ‘포도포도해’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동요적인 언어로 가득한데, 그에 비해 곡 자체는 그다지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점이 흥미롭다.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었던 노래를 아슬아슬하게 ‘가요’ 테두리 안에 데려온, 어쩐지 길티 플레저를 느껴야 할 것 같은 싱글. 커플링곡 ‘책임져’ 또한 가사 일부에 드러난 젠더정치적 비윤리성을 배제하고 보면 꽤 잘 만들어진 트랙인데, 이런 몇 가지 결점을 보완한다면 다음번엔 꽤 좋은 앨범이 나올 것도 같다.



나노
&
Nano
2018년 6월 12일

  

빅톤, 김동한 등 다수의 아이돌 앨범에도 크레딧을 올린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나노(Nano)의 세 번째 솔로작. 타이틀곡 ‘부적응’에 예지가 피처링을 했는데, 그간 예지가 피처링한 트랙들이 퀄리티적으로 상당히 참담했음을 복기해보면 이번에는 꽤 적절한 판을 만나지 않았나 싶다. 단지 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데도 ‘어땠더라?’ 하는 생각에 또 리플레이를 누르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은 상대적인 평가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난 곳도 큰 흠도 없지만, 그저 흘러가는 무난한 BGM용 이지리스닝-R&B-힙합 트랙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것이 의도였다면야 나무랄 것이 없지만서도. 예지의 래핑은 여전히 탁월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목말라 있는 입장에서 아주 잠깐 갈증만 해결하고 만 느낌이 시원치는 않다. 너무 늦지 않은 미래에 피처링이 아닌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한다.



CST
Be You
Dreamcense
2018년 6월 12일

   

억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고 들어봐도 2NE1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데다가 달리 신선한 구석도 없고, 랩, 보컬, 사운드 퀄리티 어디 하나 인상적인 면을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씬의 세대교체가 이미 블랙핑크와 (여자)아이들 같은 그룹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올드한 스타일을 아무런 고민 없이 들고나온다면 글쎄.

비장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내기에 기술적인 서포트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대승적 차원에서라도 결과물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요소들에 좀 더 투자를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지. 시도 자체는 응원하고 싶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용국
Clover
춘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3일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용국’을 어떻게 인식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 싱글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한다. 윤미래의 랩 피처링이 무척 강렬한데, 그에 비해 용국의 보컬은 흡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집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일종의 ‘밸런스 붕괴’랄까. 담백하고 단선적인 용국의 보컬이 한껏 그루브 넘치는 R&B와 충분히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우진영, 김현수
[Present]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4일

   

업템포로 마구 내달리는 ‘설레고 난리’의 기세가 싫지 않다. 마치 팥빙수 위에 칵테일 후르츠를 와르르 쏟아 놓은 것만 같은, 태양 빛을 스쿱으로 떠놓은 것만 같은 ‘대책 없는 해맑음’이 넘쳐난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순위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우진영 미쳤지’ 레퍼런스의 등장도 썩 반갑게 느껴지고, 비음 섞인 우진영의 래핑과 허스키한 톤을 가진 김현수의 보컬도 한데 잘 어우러져 있다. 뛰어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타이틀곡인데, 각자의 솔로곡인 두 수록곡들이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제목부터 ‘선물’을 표방하고 있는 일종의 이벤트성 싱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와중에 김현수의 솔로곡 ‘너야’가 꽤 흥미로운데, 여러모로 90년대 발라드의 작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곡과 특유의 허스키하고 매캐한 보컬 톤이 상당한 케미스트리를 보인다. 결국 우진영과 김현수가 얼마나 뛰어난 자질을 가졌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한 것이 발매 의의 중 하나일 것인데, 애초에 〈믹스나인〉이 내건 약속을 지키면 될 일이었다는 생각에 갑자기 분통이 터지고 만다. 사장님, 이럴 거면 그러지 마셨어야죠.



블랙핑크
Square Up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5일

   

“Black 하면 Pink 우린 예쁘장한 Savage”라는 가사처럼, 이번 첫 피지컬 EP(이제서야 피지컬이 발매되었다는 점이 여러모로 납득이 가지 않지만)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예쁘장한 야만성’이다. 물론 블랙핑크는 타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그러했듯이 꾸준히 블랙뮤직을 표방해왔으나, 이번 타이틀 ‘뚜두뚜두’에서는 유독 스테레오타입적인 ‘블랙’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비트는 사뭇 공격적이고 야성적이되, 멤버들이 수행해내는 노래와 랩, 안무는 모두 정갈하고 ‘예쁘장’하게 정돈되어 있다. ‘예쁘장함’과 ‘야만성’이라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기질의 공존이야말로 이 팀의 정체성임을 이 앨범을 통해 천명하고, 동시에 그것을 온몸으로 증명해낸다. 산뜻한 청량함과, 곡의 구조를 살짝 비트는 3분 즈음부터의 흐름이 짜릿한 ‘Forever Young’을 꼭 놓치지 않으시길.

이 음반이 ‘YG가 늘 하던 것’처럼 느껴진다면 약간의 착시가 포함된 건 아닐까. 내게는 YG가 간직하고 있지만 좀처럼 대놓고 드러낼 기회는 없었던 ‘YG식 팝’의 정수처럼 들린다. 음악은 가장 팝하게, 그러나 캐릭터 표현은 YG식 케이팝스럽게, 그것이 블랙핑크의 길이라면 이 EP는 이를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 묵직하고 뜨겁게 몰아치는 기세가 공간을 통째로 뒤집어 엎어놓는 ‘뚜두뚜두’가 그렇다. 후렴으로 달려가기 전, 너무나 달콤한 반전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이내 그것마저도 날카로운 트랩 비트의 부품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지막처럼’이나 ‘불장난’이 그렇듯, 두고두고 오랫동안, 그것도 상당한 애정으로 아끼게 될 만한 트랙들이다. 그 지점에서 ‘뚜두뚜두’가 갖는 어드밴티지는 타이틀곡이란 점 정도일 텐데, 그만큼 모든 곡이 우리가 케이팝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정확히 짚어낸다.

‘뚜두뚜두 (Ddu-Du Ddu-Du)’는 개인적으로 베이스가 좀 더 공격적이고 지저분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사에서 자신만만하게 선언하는 대로, 여전히 올여름의 확실한 뱅어(Banger)다. 특히 멤버 리사가 여유롭게 내뱉는 가사는 웬만한 한국 힙합 래퍼들보다 스왜그가 넘치는데 가히 2018 최고의 여덟 마디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케이팝 씬에 새로운 패자가 등장했음을 공표하는 미니앨범.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잘 커팅된 보석의 모서리처럼 날카롭게 반짝이는데, 보석의 가치는 외형적 개성보다는 본연의 무결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한다. 타이틀곡 ‘뚜두뚜두’는 그야말로 ‘출사표’인데, 모든 멤버가 키 플레이어였기에 멤버 간의 텐션 고조와 완화를 통해 다이내믹을 보여주던 2NE1과 달리, 블랙핑크는 네 멤버가 대동소이한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하며 가장 큰 무기로 ‘팀워크’를 앞세운다. 혹자는 단점 혹은 약점으로 지적할 법한 멤버의 ‘평준화’는, 균일하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개성을 덧칠해 냈을 때 더 완벽해질 수 있다는, 가장 정석적인 아이돌 프로듀싱의 공식을 따름으로써 부정적 인식을 통쾌하게 반박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이 네 명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서 그치느냐 하면, 놀랍게도 이들은 그 이상을 해낸다. ‘뚜두뚜두’의 강렬한 사운드를 압도하는 네 사람의 목소리와, 화려한 비주얼 연출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화면을 리드하는 퍼포먼스는 블랙핑크를 ‘신인 걸그룹’이라는 선 안에 가둘 수 없는 근거가 된다. 이것은 분명 재능의 집약이다. 케이팝 아이돌이 정말로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다면, 가장 잘 만드는 공장도 있을 게 아닌가. 소녀가 인형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라서가 아니라, 다 똑같아 보이는 그것들 중에서 자기 것을 기어코 찾아내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로, 그들이 인형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경험이고, 블랙핑크는 그런 경험을 주기에 충분한 재능을 갖고 있다.



영화처럼
Twilight
마이스타미디어
2018년 6월 17일

   

곡과 뮤직비디오를 뜯어보며 여러모로 배드키즈의 최신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필자가 썼던 평의 일부가 완전히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옮겨오자면, “정말 문제 삼고 싶은 것은 뮤직비디오인데, 멤버들은 정말이지 ‘열일’하는데 아무리 좋게 봐줘도 대놓고 만든 ‘노래방 영상’으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전자음을 있는 대로 때려 넣은 듯한 곡도 그렇고, 큰 임팩트는 없지만 그렇다고 수준 이하도 아닌 멤버들의 춤과 노래도 그렇고, 크게 나무랄 것 없이 무난할 수 있었는데 프로덕션의 퀄리티가 심히 떨어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잘 만든 ‘노래방 영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뮤직비디오 하며,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맞지 않는 비문으로 가득한 앨범 소개문 하며, 이것도 디자인이라고 가져온 것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의 앨범 아트 하며, 뜯어보고 뜯어볼수록 화가 치밀어 오를 뿐이다. 아마 그럴 자본과 깜냥이 되지 않았던 것일 뿐이겠지만, 어쨌든 이런 어정쩡하다 못해 함량 미달인 결과물로 당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데뷔작인데, 이럴 거면 굳이 앞길 창창한 청년들의 미래까지 담보 삼을 필요가 있나 싶어진다.



태연
Something New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 또 말하기엔 입이 아프지만, 태연은 뛰어난 보컬리스트다. 그리고 그 절륜한 보컬 실력으로 어떠한 곡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취하고 마는 능력을, 지금껏 발매한 두 장의 EP와 한 장의 풀렝스 앨범으로 증명한 바 있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단순히 고음을 잘 지른다는 것 그 이상임을 독자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태연은 이번 EP에서도 여실히, 본인이 얼마나 뛰어난 보컬리스트이며 아티스트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해낸다. 치솟는 고음도 드라마틱한 진행도 없지만, 자잘하고 미세한 보컬 톤의 변화를 통해 태연은 자신의 보이스 컨트롤 능력이 얼마나 농익었는지를 마음껏 뽐낸다. 묵직하게 울리는 베이스 위에서 피아노가 또박또박 걸음을 옮기고, 과하지 않게 정갈히 정돈된 브라스에 화려한 신스와 풍성한 화음이 얹어지는 곡 구성도 근사하다. 거기에 특별할 필요는 없다고, 좀 달라도 괜찮다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굳이 바뀔 필요는 없다고 담담히 노래하는 그를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NCT의 루카스가 근사한 랩을 보탠, 설레는 저녁의 공기가 가득한 ‘저녁의 이유’도 놓치지 않길.

타이틀곡 ‘Something New’를 포함한 이번 스페셜 앨범에서 떠오른 키워드는 ‘시선’이다. 대중과 줄다리기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한 파격적인 일탈도 사실은 (브라운관과 같은) 기획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아이러니가 인상적이지만, 그 안에 새로움보다 ‘나만의 것’에 집중하겠다는 담담한 시선 또한 존재한다. 뮤직비디오 속 화장과는 상관없이 또렷이 빛나는 태연의 눈빛과 닮아 있다. 그 시선이 무심히 내던지는 목소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멜로디도 관통하는 것 같다. 전곡에 걸쳐 관계와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그 눈빛과, 카메라 너머 상대를 응시하는 듯한 앨범커버 속 태연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태연의 목소리가 들린다기보다는 보이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연의 이전 정규 음반 “My Voice”를 돌이켜보면 타이틀 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매력적인 수록곡들로 가득한 앨범이었고 그 때문에 앨범을 듣는 동안 끊이지 않는 놀라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미니 앨범 “Something New” 또한 그러하리라는 믿음 혹은 기대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타이틀 곡을 제외한 수록곡 대부분이 평이하게 흘러간다.



비투비
This Is Us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8일

   

‘너 없인 안 된다’나 ‘The Feeling’은 때로 건들거리는 듯한 장난꾸러기의 이미지와 젠틀한 ‘중창단’, 그리고 상냥한 로맨티스트의 얼굴을 잘 조합한다. 트렌드를 의식한 접근도 있지만 거의 양념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는 장르의 표피를 가져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일이다.) 케이팝은 기본적으로 기획물이라서 장르와 시류를 ‘선택’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해야 할 것인데, 이 음반에서 비투비는 자신들의 캐릭터와 성향이 트렌드와 무관하게 숙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팀의 성격이 전략이나 기믹이 아닌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시류를 호흡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비투비는 어떤 걸 잘하는지, 그래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잘 보이는 팀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지루하거나 뻔해 보이지 않는다.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퍼포머는 여유 있는 얼굴로 대중에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This Is Us”는 말 그대로 스스로를 편하게 보여준다. 다만 이번 미니앨범은 보컬이 머금은 포근한 온기보다는 산뜻하고 쿨한 멜로디를 더 도드라지게 했다. 타이틀곡 ‘너 없인 안 된다’는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선선한 신스, 그리고 포스트코러스에서 청량하게 퉁겨지는 기타 리프까지,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여름밤을 연상시킨다. 그들이 선사하는 여름밤 고백은 ‘Yeah’처럼 귀엽게, ‘Blue Moon’처럼 분위기 있게 다가온다. 곡이 가진 유기성도 자연스러운데, ‘Call me’의 산뜻한 스타트에서부터 드넓은 스케일의 아우트로 ‘The Feeling’까지 편안한 흐름이다. 오랜만에 pick!을 권해본다.



김동한
D-Day
위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9일

   

김동한은 사실 (이런 표현을 썩 좋아하지는 않으나) ‘오디오’보다는 ‘비디오’적으로 더 빛나는 아티스트다. 뛰어난 댄스 실력과 무대 위에서의 남다른 수행력은 〈프로듀스 101〉 시즌 2 시절 탄생한 ‘동센예(동한이가 센터인 게 예뻐)’라는 신조어와, 별다른 분량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직캠만으로 순위를 차곡차곡 높여간 사실에서 기인한 ‘직캠장인’이라는 별칭에서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단지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컬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감출 수 있었을 법도 한데, 약점이 너무도 간단히 드러나 보이는 느낌이 다소 석연치 않다. 그렇긴 하나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우고 있으니 일단 솔로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어느 정도 증명해내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도 ‘태민에게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거니와(http://idology.kr/10819), 여러모로 태민의 영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을 좀 더 ‘가요적’ 혹은 ‘케이팝적’인 문법으로 재해석한 점이 변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특기와 지향하는 방향성, 캐퍼시티와 포텐셜 사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를 취하긴 했으나, 역시 이다음의 선결 과제는 진정한 ‘김동한다움’을 찾아내어 증명해내는 것일 테다. 청량한 센슈얼리티로 빛나는 ‘Ain’t No Time’과, 애틋하고 예쁜 보컬 톤이 돋보이는 ‘새벽전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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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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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핑은 여전히 정형화된 그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잘 듣지 않게 됩니다. 평을 보면 비트는 트렌디한 것처럼 보이면서 구성과 멜로디는 올드한.
    태연은 별 홍보도 없이 나왔던데 타이틀이 국내에서 먹힐 장르가 아님에도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좋게 생각합니다. 수록곡은 오요님 말대로 재미 없더군요.

  • 소년의 노래

    블랙핑크의 ‘뚜두뚜두’와 ‘forever young’은 가히 케이팝뿐 아닌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도 올해의 싱글감으로 손색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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