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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3월 중순

2015년 3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에이블, 스텔라, 가인, 매드타운, 민아, 레드벨벳, 페임어스, 써스포, CLC, NS윤지를 들어보았다.

2015년 3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에이블, 스텔라, 가인, 매드타운, 민아, 레드벨벳, 페임어스, 써스포, CLC, NS윤지를 들어보았다.

빵야
ESJ ENT
2015년 3월 11일

유제상: 타이틀 '빵야'와 'Marry me'를 수록한 싱글. 타이틀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블락비의 'Her'가 벌써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어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흥겨운 트위스트니, 후렴 전의 '빵야빵야'니 다 좋은데, 왠지 모를 강한 '날티'가 풍겨 호불호가 갈릴 듯. 그리고 평자의 느낌은 호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조성민: 둥글고 매끄럽게 편곡된 악기들은 좀 더 날카롭게 다듬어져도 됐을 법하게 느껴지지만, 전반적인 사운드와 관련한 부분들은 멤버들의 보컬과 적당히 어울리는 수준에서, 그리고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타협한 듯 보인다.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얼마 전 게재된 '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 ①'를 참조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멍청이
디엔터테인먼트 파스칼
2015년 3월 11일

미묘: 화사하고 포근한 곡풍 속에서 "난, 멍, 청해"가 상당히 강렬한 어감으로 귀에 박힌다. 개인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흠잡을 곳이 있고 없고의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잘 다져진 곡으로, 매너리즘이란 팝의 미덕마저 느끼게 한다. 본격파이기보다 양식에 가까운 랩 역시 찌르고 들어오는 타이밍이 곡의 구조 속에서 꽤 근사하게 맞물린다. 앞서의 가사가 매끄러운 이 곡에 포인트가 돼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단순히 '요즘은 쎈 곡보다는 화사한 곡이 유행인 것 같으니 이런 곡을 받아 볼까?'하는 심산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기획의 방향성에 치명적인 뭔가가 있어 보인다. 좋은 곡 잡아놓고서 뮤직비디오는 도발과 동정심 유발, 여전한 섹스어필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효과를 내는 부분이 어딘가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성적 매력의 어필에 대해 '원치 않았다'며 눈물짓는 특정 장르의 청승 클리셰 같은 것만은 아니길 진심으로 빈다. 적어도 음악은 그보다 훨씬 품위 있다.) 사람이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차원에서 긍정하기는 어렵다.

오요: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불쾌했다. 뮤직비디오에 달린 악플을 읽고 (어설픈 그림으로 처리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번엔 섹시 콘셉트가 아닙니다. 그러니 욕하지 말아 주세요.'인가 아니면 '악플로 우리 스텔라를 울리다니 나쁜 놈들!' 동정표라도 얻고자 함인가.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이런 연출은 중간에 또 한 번 등장한다. 고의로 멤버의 가슴과 엉덩이를 한껏 강조한 클로즈업 샷을 내보낸 다음 뮤직비디오 밑에 또 악플이 달리는 장면을 보고 나면 대체 뭐하자는 건가 싶다. 섹시 콘셉트를 했다는 점에 대해 무슨 죄의식이라도 갖고 있는 건가? 그러고 나서 팬을 상징하는 고릴라가 '핑크색'으로 칠해진 바나나를 멤버들에게 선물이랍시고 떠안기고 멤버를 벽에 붙여놓고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하는 장면까지 보고 나면 스텔라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그저 남성 팬의 '마리오네트'이자 '멍청이'가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시대착오적 뮤직비디오를 여성 감독(이사강)이 찍었다는 사실도 화가 나며, 대체 이게 다 무에냐 환멸 마저 들고 마는 것이다.

유제상: 이상하게 평자 맘에만 쏙 들었던 '마스크' 이후 반년만의 싱글. 노래는 잠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쉬어가는 발라드이고, 뮤직비디오는... 음... 멤버의 정신 치료가 목적인 듯도 싶다. 다만 뮤직비디오 중간에 인형 옷 갈아입히기 같은 건 뜬금없다 못해 괴기스러울 정도.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떤 그룹은 흥하고 어떤 그룹은 흥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력을 서류로 떼어보면 오십보백보겠지만서도.

조성민: '섹시 콘셉트 아이돌'의 새로운, 혹은 진부한 공식 중 하나가 바로 섹시함과 동반되는, 혹은 섹시함에 뒤따르는 처연함과 외로움에 대한 호소인 것 같은데, 그래도 이 부분을 최대한 가볍고 경쾌하게 가져가려고 했다는 점이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커리어로 보나 이미지로 보나 '포스트 걸스데이'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멤버들의 역량이 큰 흠 없이 대체로 무난해서 아직까진 의도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Hawwah
에이팝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이 음반에서 가인은 세속과 신성의 대비 속에서 환상의 의미를 묻는다. 'Paradise Lost'가 신성의 옷을 입고 반(反)-신성을 노래할 때, 가인은 환상 세계의 아이돌에서, 탈-아이돌도 비-아이돌도 아닌 반(反)-아이돌이 된다. (말하자면, 종교적 의미 없이, 예수와 적그리스도 같은 관계다.) 그런 용감한 주제의식에서, 이 음반의 매너리즘을 양식의 완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완성 뒤의 새로움을 더 기대하기로 한다.

MRJ: 케이팝의 기이한 음악적 별종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보컬을 완벽하게 다듬는 것은 케이팝을 가장 널리 알려지게 한 주된 특질인데, 'Paradise Lost'는 사실 그렇지 않다. 가인은 날 것이어서 인상적인 보컬을 선보이는데, 그런 거친 측면이 곡을 더욱 급박하고 격렬하게 들리도록 하는 음악적 장치로서 사용된다. 레코딩과 퍼포먼스의 견지에서 보컬이 꽤나 별난 것에 더해, 팝에서는 드문 형태인 악기 편성 또한 (특히 파이프 오르간) 매우 잘 짜여졌다. 무척이나 인상적인 곡이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EB4MIOMI9E

오요: 가인이 대중가요계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는 상당히 독특하다. 섹시 콘셉트를 자기애로 승화시켜 ('피어나') 성에 대해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태도를 보이는 여가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원죄를 범한 하와로 분한 이번 음반에서도 가인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떳떳하기만 하다. 다만 이런 훌륭한 태도를 뒷받침해야 할 음악에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완성도를 위해서 넣었을 작은 디테일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몇몇 곡들은 아이유 음반에 들어있었어도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피처링을 한 박재범과 도끼는 그저 관습적인 랩을 할 뿐, 어떤 역할도 하고 있지 못하다. 'The First Temptation'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건 노골적인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레퍼런스 때문이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여!(※ 망령되이 이름을 부를 수 없어 복자 처리합니다) 가인이 또 그대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노골적인 상징 차용으로 그대의 이름을 더럽히고 말았나이다! 사실 곡의 제목·가사·뮤직비디오 속 종교 상징을 제외하면 이 판이 기존의 다른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싱글과 무엇이 다르겠나이까! 아티스트인 척 납작한 엉덩이를 놀리는 가인을 벌하여 주소서! 벌하는 김에 이미 국내의 가요 시장이 성숙해져 이런 시도가 논쟁거리도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블로그로 쓸데없는 글을 남기는 이들도 함께 벌하여 주소서!... 'Guilty' 들으세요, 'Guilty'.

조성민: 심상치 않은 파이프 오르간 소리로 덕심(!)을 자극하는 타이틀곡 'Paradise Lost'부터, 앨범 제목과 트랙 모두가 단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앨범에 맞추어 곡을 골라와 진열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이 앨범만을 위한 곡으로 만들어 채운 느낌이랄까. 그래서 전체적인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는 미니 앨범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앨범 전체에서 정말 그 '태초의 여인'의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의심된다. 차라리 콕 찝어 '태초의 여인 하와'보다는,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던 다른 여러 '성녀/악녀'의 이미지가 적당히 버무려져 있는 듯한 느낌에 가까운데, 마돈나를 연상케 하는 가인의 보컬이 아무래도 성당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보다는 시멘트벽에 나란히 붙어있는 팝아트 포스터를 묘사하기에 더 적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작의 형태로 공개된 'Apple'과 'Paradise Lost'의 뮤직비디오는 노골적으로 '선악과'라든가 '뱀', 면사포를 은유하는 '하얀색 레이스 드레스' 등을 등장시켰음에도 그 소품들이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못하고 소비돼버린다. 언제나 중심 전면에 배치되는 강렬한 가인의 이미지가 그동안은 작품 그 자체로서 훌륭하게 존재해왔다면, 이번에는 모처럼 준비한 커다란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혼자서만 우뚝 서버린 느낌이랄까. 신선한 시도임을 부정하진 않지만, 좋은 시도였는지는 조금 판단하기 힘들 것 같다.


Welcome to Madtown
제이튠 캠프
2015년 3월 12일

조성민: 현재 케이팝 시장에 남자 아이돌은 많다. 7인조 아이돌도 많다. 힙합 아이돌도 많다. 이것 외에 매드타운이 어필할 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 계속 찾아봤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보컬과 랩은 귀에 꽂힐 만큼 특출난 부분이 없는 것 같고, 안무는 이미 등장해있는 '(정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칼군무 힙합 아이돌'들에 비하면 율동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무척 안이하게 짜여져 있다. 그리하여 다음번엔 이들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다지 좋은 예측이 나오지는 않는다.


I Am A Woman Too
드림티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6일

미묘: '고음 셔틀'이 구시대의 양식이지만 효과적인 무기이기도 한 게 사실이다. '잘해줘봐야'에서 짜릿하게 고음을 뽑아내던 파워 싱어 민아의 솔로 데뷔가 사근사근한 곡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흥미롭다. 파워 댄스 시절의 걸스데이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맥락과도 관련이 있을까. 이단옆차기의 반복되는 스타일에 머무는 이 음반은 그것이 이단옆차기의 장기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민아는 '고음 셔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선보인다. 늘 디크레센도 없이 고음을 터뜨리다 뚝 끊어버리던 것보다는, 쨍하게 찌르고는 호흡을 거둬들이는 탄력 있는 창법에서 제법 통쾌한 리듬감의 매력을 느낀다. 시원한 맛이라면 'Colorful'도 추천할 만하다.

블럭: 평범한 인상의 곡도 색을 부여할 만큼 민아의 보컬은 힘과 리듬감이 좋다. 보컬이 가진 장점은 리듬감에 초점을 둔 타이틀곡 '나도 여자예요'에서 잘 드러난다. 'Colorful' 역시 과하지 않으면서도 보컬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는데, 민아가 가진 장점은 이 곡에서 타이틀곡보다 더욱 잘 느껴진다. 다만 '이상하다 참'에서는 무난한 보컬 라인 때문인지 칸토에게 주연을 내주기 직전까지 밀려나는 느낌이다. 아쉬운 건 안무를 포함한 비주얼에서 걸스데이의 민아와의 구분점이 크게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군데군데 신경 쓴 흔적은 있지만, 곡 전체를 통해 선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음악만 먼저 접했을 때 오히려 더 좋은 평가가 나올 것 같다.

MRJ: 민아는 완벽하게 좋은 곡을 내놓았고, 이 곡은 민아 목소리의 색다른 면을 선보인다. 그녀가 단지 파워풀한 보컬만이 아니라 다이내믹한 가수란 사실을 매우 잘 들려준다. 하지만 파워풀한 스타일이야말로 그녀의 장점이고, 내가 민아 목소리의 팬인 이유이기도 하다. 무척 듣기 좋은 곡이고 근본적으로 문제 될 점도 하나 없으나, 민아가 보컬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 자신의 놀라운 보컬 톤을 더 선보일 수 있는 강렬한 곡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 곡이라면 내게도 더 흥미로웠겠지만, 또한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ThQn2IXtg

유제상: 타이틀 '나도 여자예요' 포함 다섯 곡이 수록된 EP. '나도 여자예요'의 경우, 일단 무슨 억하심정인지 목소리가 너무 날이 서서 듣기 힘들다. 멜로디는 말쑥하게 잘 빠졌지만, 보컬 톤이 날카롭고 가사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청취를 방해한다고나 할까. 사실 이 곡을 기점으로 이제 둥글둥글한 걸스데이는 못 보는 건가도 싶다. 흑흑.

조성민: 이상하다. 내 기억 속의 민아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보컬이었는데, 이 싱글도 EP도 아닌 어정쩡한 볼륨의 음반 안에서의 그는 데뷔 초 갖고 있던 귀엽고 발랄한 매력도, 언젠가부터 꺼내 보이기 시작했던 성숙하고 섹시한 보컬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게 정말 그가 원하던 그만의 음악이라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어색한 퍼포먼스는 일단 접어두고, 좀 더 스스로의 보컬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작품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건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Ice Cream Cake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7일

맛있는 파히타: 수록곡인 'Somethin' Kinda Crazy'에 대해서만 쓰려고 한다. 타이틀 곡인 'Ice Cream Cake'보다도 이 곡을 열 배 정도 더 들었다. 90년대가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곡 역시 8-90년대 R&B의 바이브를 그대로 잇는다. 팝이 가장 화려하던 그 시절의 느낌이 이 곡에 그대로 살아있다. 나는 걸그룹에겐 영롱하고 반짝이는 느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이만큼 해내는 곡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반짝임은, 하늘의 별이 내려와 꿈꿔온 사랑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과 어우러져 꿈결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귓전을 간지럽히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하는 속삭임은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확인시켜주는 킬러이다. 단언컨대 이 정도로 정공법의 걸그룹 노래는 앞으로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무척 논쟁적인 음반이다. 화해될 수 없는 두 개의 축 위에서, 거의 얼굴 없는 아이돌인 레드벨벳을 통해 프로덕션이 음악적 주체로서 자아 표현을 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던, 아이돌 산업의 실체가 레드벨벳 속에 담겨 있다. 그것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이것이 새로움이란 점, 예정된 미래를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진화형이란 점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롭다.

MRJ: 내게는 즐거운 서프라이즈였다. 'Automatic'을 선택한 것에는 다소 실망했고 'Be Natural'에서는 전면적으로 크게 실망했었기에, 레드벨벳에게서 이번에 무엇을 기대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Ice Cream Cake'는 매우 설득력 있었고, 케이팝과 팝의 경계를 밀고 나아가는 점이 훌륭했다. 무척 역동적인 트랙으로, 기묘한 프레이즈와 섹션 연결이 두드러지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코드 진행과 보컬 화성을 선보인다. 레드벨벳이 이런 노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무척 반가우며, 앞으로도 이런 곡을 계속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5mMv6gyepw

유제상: 'Be Natural'이 안 먹힌 건지 그냥 f(x) 같은 타이틀 'Ice Cream Cake'으로 무난히 컴백. 사실 레드벨벳과 f(x) 양자는 대립 구도에 있지 않고, 아마 f(x)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레드벨벳도 좋아할 거라고 본다. 양쪽 다 여성층이 팬덤의 중심부에 있는 것도 비슷하고. 이러한 점을 뒤에 두고 곡만 따로 본다면 확실히 S.E.S. 같은 과거의 아이돌을 상기시키는데(특히 더블 타이틀인 'Automatic'의 경우가 그렇다) 이는 안정적인 정세를 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천하의 SM도 움츠러들게 하는 불황이라지만, 샤이니나 엑소가 쭉쭉 뻗어 나가 이룬 남자 그룹의 음악적 성취와 비교한다면 이러한 결과물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조성민: 언젠가부터 SM이 기획한 아이돌에게 멤버 변동이 있을 때 그 사실을 작품 안에서 느끼기란 무척 힘들게 되었는데, 이것을 기획력의 승리라고 불러도 될까. 희망적인 부분과 회의적인 부분이 상념처럼 동시에 머릿속을 떠다니는데, 회의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기우에 지나지 않을 듯하여 여기서는 말을 줄인다. 앨범을 모두 듣고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했을 때, 이미 나와 있는 여러 팬과 대중들의 감상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은, 어쨌든 이것은 S.E.S.일 수도, 소녀시대일 수도, f(x)일 수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것이 레드벨벳이다'라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뭔가가 부족한 듯도 느껴진다. 그게 뭘까? 이제 겨우 첫 앨범인데 너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아닌지. 조금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아이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그렇긴 하지만.


Famous
케이엔 미디어
2015년 3월 17일

미묘: 비트감 있는 평이한 미드템포 R&B의 기조로 거의 일관하지만, 악기의 편성과 운용, 소스의 선택이 제법 '좋은 취향'을 보인다. '겁이나서'의 비트 위에 피아노가 질감 위주의 플레이를 선보이는 점이나, '가지고 놀아도 돼'의 로즈 피아노와 따끈한 신스 스트링도 좋다. 함께 수록된 기존 발표곡인 '미쳐가'와 '하나뿐인 바보'와 비교하면, 뻔한 R&B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흔적도 엿보인다. 그러나, 보컬 디렉팅을 포함한, 디테일에서 많은 것들을 놓치면서 전체적인 그림이 허전해진다. 아직은 연성식을 찾아 나가는 길이 조금 더 남아 있는 듯하다.


흔들어
TK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8일

유제상: 쌈박한 코리안 클럽 분위기의 '흔들어'를 내세운 써스포의 데뷔 싱글. 보기 드문 3인조 걸그룹인 것도 흥미롭지만, 목적이 확실한 곡과 더불어 '다음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모든 기호·상징을 넣어버린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사실 평자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나와버리면 할 말을 잃고 쉽게 만족해버리는 한계가 있다. 수행이 부족하네...

조성민: 내레이터 모델 언니의 흥겨운 춤사위를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 놓을 생각을 했다는 점이 무척 놀랍다. 심지어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 동작을 소화해내는 멤버들도 놀랍다. 여러모로 놀라운 아이돌 데뷔 무대를 보았다.


첫사랑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9일

미묘: 아이돌의 흐름을 꾸준히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Pepe'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들으면서 초 단위로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소희 닮은 멤버가 둘이나 있는데 소희처럼 찍어놨다든지 말이다. 후발 세대의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점이 밉지만은 않다. 다만 비교적 '에지'를 살린 '카페모카 주세요'에 비해 '샤랄라', '첫사랑' 등의 이어지는 곡들은 조금씩 아쉬움이 있다. 걸그룹 전형성 이외에는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는 곡들이어서 기본은 충분히 하고 무난하게 들을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신인 그룹에 매력을 느끼기에는 늘 조금씩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구석도 있다. (ZigZag Note의 자기복제를 보는 것은 입맛이 참 쓰다.) 오히려 더 가요적인 '창문을 열고'가, 적당히 포근한 공간 속에서 무난하게 감상적인 멜로디를 풀어놓으며 조물거리는 듯한 랩을 얹어 놓은 것이 이색적으로 인상에 남는다.

블럭: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이라는, 거창하게 느껴지는 출사표와는 달리 평범한 미니 앨범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퍼커션으로 구성된 '카페모카 주세요'가 오히려 타이틀곡이었으면 좋았을 법하다. "후비루에 페페"라는 가사 자체가 억지 춘향이지만, 'Pepe' 뒤로 등장하는 네 곡 모두 익숙하다 못해 ‘굳이 이걸 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일단 시작하고 색을 정해보자는 전략은, 눈에 보일 만큼 계단형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지금 시장에서는 위험한 방법 중 하나다. 기획사에서 좋은 전례가 있었음에도 다소 모호한 정체성을 들고나와 아쉽다.

MRJ: 이 곡은 또 하나의 즐거운 서프라이즈였다. 최근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포미닛이 잡은 노선이 나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CLC가 대체 어떤 유형의 걸그룹이 될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이번 데뷰와 콘셉트는 무척 좋아 보인다. 빈티지한 사운드가 그룹에 잘 어울리고, 멤버 중 한 명은 분명 상당히 좋은 보컬리스트다. 나머지 멤버들은 특히 보컬 화음 파트에서 다소 목소리가 약하고 노래의 자신감이 부족한 듯하다. 그러나 매우 좋은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기에, 앞으로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제상: 이제 데뷔 EP를 내었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긴 하지만 콘셉트를 다소 애매한 '실력파'로 잡지 않았는지 우려된다. EP 속에는 무려 다섯 곡이 들어 있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찾지 못한 것도 불안한 점이다. 십 대 여성을 노리는 타깃은 분명한 것 같으니 이 부분에 전력을 다한다면, 글쎄.

조성민: 가벼운 듯 탄탄하고, 밝은 듯 강렬하다. 보컬은 잘 다듬어져 있고, 볼거리도 퍽 잘 마련돼 있다. 트랙들도 괜찮은 곡으로 골고루 잘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문제는 레퍼토리의 고갈이 우려된다는 점인데, 원더걸스와 레이디스코드 등이 이미 청순도 섹시도 아닌 팝 콘셉트를 지향하며 레트로 멜로디나 브라스 편곡 등을 시그니처 사운드로 하여 팀 컬러를 구축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무척 공을 들이지 않으면 작금의 걸그룹 신인 대전에서 니치 마켓을 선점하려 했던 것치고는 큰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큐브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Sincerely,
JT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20일

미묘: NS 윤지가 가정주부가 되고 싶다면 존중한다. 그녀를 남성들이 '결혼해 주부 삼고 싶은 타입'으로 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그 의사도 어떻게든 존중해 보겠다. 그런데 "너의 짧은 미니스커트보다 팔랑거리는 앞치마가 더 예뻐"라는 〈언프리티 랩스타〉 최종 프로듀서님의 랩에서는 얼굴을 감싸 쥐고 말았다. 나도 이런 것으로 트집 잡고 싶지 않다. 음악은 사근사근하고 NS 윤지의 목소리도 매끈하게 공간에 묻어난다. 엄청난 곡은 아닐지라도 팝으로서의 미덕이 있는 곡들이다. 비록 'Would you be my'는 '야시시'의 도입부를 그대로 가져와 조금 비틀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좋은 재료를 아무렇게나 쓰는 것과 재능 없는 자, 어느 쪽이 더 나쁜지 조금 혼동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