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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6년 6월 초순

윤채경&채원, EXID, 〈슈가맨〉, 크나큰, 유키스, 엠펙트, 〈손끝의 사랑〉, 정진운, 제이스타&정아, SS301, 엑소, 티파니.

2016년 6월 초순에 발매된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윤채경&채원, EXID, 〈슈가맨〉, 크나큰, 유키스, 엠펙트, 〈손끝의 사랑〉, 정진운, 제이스타&정아, SS301, 엑소, 티파니를 다룬다.

윤채경, 채원[에이프릴]
시계
DSP 미디어
2016년 6월 1일

돌돌말링: 에이프릴의 곡 다수를 맡아주고 있는 e.one의, 예쁜 노래다. 두 명의 목소리가 꽤 잘 어우러진다. 특히 채원의 경우, 톤이 굉장히 좋지만 그룹 내에선 비교적 리드보컬인 진솔에 가려 주목받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웬일로 DSP에서 프로모션용으로 영상도 내놓았다.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뮤직테마비디오이긴 하지만, 그게 어딘가. 채경은 약간 수심 있어 보이는 타입의 미녀고, 채원은 나이보다 아이 같은 얼굴이라 두 사람이 같이 섰을 때의 비주얼 케미가 꽤 독특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햄촤: DSP가 물들어올 때 노 젓는 시늉이라도 하다니 세월이 변했나 싶다. 〈프로듀스 101〉으로 얼굴을 알리고 〈음악의 신 2〉에서 활약 중인 윤채경과 〈카라 프로젝트〉에서 동고동락했던 에이프릴 채원의 듀엣곡인데, 두 사람의 허스키하면서도 어딘지 무기력한 음색이 곡의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진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두 사람의 음색이 워낙 잘 어울려서인지 닮아서인지, 서로의 목소리가 묻히는 부분도 꽤 있다는 점. 어딘지 그 옛날 이소은의 노래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들었는데, 에이프릴에 이어 왠지 모르게 90년대 가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요즘 DSP의 전략인가 하는 망상을 잠시 해봤다.


Street
바나나컬쳐
2016년 6월 1일

미묘: 그간의 히트와 원래 EXID의 색깔 사이에 존재하던 갭을 성공적으로 봉합한다. 앨범의 전체적 기조는 후자로 맞춰지는데, 이는 EXID가 실은 굉장히 감정표현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룹임을, 또한 '위아래' 3부작의 주 무기 중 하나였던 '뽕 멜로디'가 이를 잘 수행하는 요소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L.I.E'는 비록 초기 AOA를 연상시키는 질감을 보이기도 하여 '감성'과 '댄스'의 결합 방법론 측면에서는 다소 낡은 인상을 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덕션과 EXID가 지향하는 타깃과 이 앨범에 주어진 당면과제의 위중함을 감안할 때 납득할 만한 지점에 위치한다. 유쾌한 섹슈얼함과 '무서운 여자'의 기믹을 타협하지 않고 유지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본다. EXID가 어떤 그룹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이제야말로 정리되었으니, 지금부터를 주목하고 싶다.

돌돌말링: 드디어 '위아래' 라인이 끝나고 데뷔곡인 'Whoz That Girl' 같은 메이저 멜로디로 돌아갔다. 반가운 변화이다. 다만 후렴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곡은 아닌 것이 아쉽다. 버스에서 후렴으로 넘어가며 쿵짝쿵짝하는 비트로 바뀌는 동시에 멜로디도 썩 캐치하지는 않아서, 조금 촌스럽지 않나 하는 인상마저 든다. 단 그래서 끝에 들어오는 "에라이" 하는 추임새가 그에 대비돼 훨씬 차지게 들리는 부분은 있다. 가사의 변심한 연인에 대한 저주까지 함께 들으면, 이전엔 나이브했던 화자가 이별 후 난생처음으로 독한 말을 해보는 순간을 노래로 만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기대보다 훨씬 훌륭한 앨범을 내놓았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EXID의 가장 큰 장점은 그룹의 색깔과 지향점이 명확하고 멤버들의 캐릭터와 포지션 역시 확고하기 때문에 그 어떤 걸그룹도 보여주지 못하는 안정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파트들이 크게 무리하는 느낌 없이 소화 가능한 범주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스캔들이나 노이즈 마케팅 등의 이슈에도 쉽게 '비호감 그룹' 같은 형태로 전락하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에 기인한다고 본다. EXID에게는 피상적인 이미지 외에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콘텐츠가 충분하다. 그것은 'Hello'에서 유독 따뜻하게 들려오는 하니의 목소리나 앨범 전체를 리드하는 LE의 한층 더 쨍해진 랩일 수도 있다. 혹은 '위아래' 히트 이전의 EXID의 타이틀곡들의 무드를 이어가는 곡에 한층 더 생기발랄하고 유쾌해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L.I.E'부터, 현시점의 트렌드를 반영해 EXID 풍으로 녹여낸 'CREAM'까지, EXID의 성장사를 지켜보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멤버들의 매력을 단 한 장의 앨범 안에서도 충분히 발견해낼 수 있다. EXID가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꼽았던 작년 최고의 앨범이 미쓰에이의 "Colors"였다면, 올해는 바로 이 앨범이다.

햄촤: 소속사의 이름이 변경되고 그룹이 성공가도를 달린 이후 처음으로 발표되는 정규 앨범이다. 생각 이상으로 곡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중 귀에 걸리는 곡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위아래'에서 'Hot Pink'까지 비슷한 스타일로 인기를 확보한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하지만 'L.I.E'가 그 답이었는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멤버들의 솔로, 듀엣곡도 수록되었는데, 래퍼이자 프로듀스를 담당하고 있는 LE의 솔로 곡만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하니의 'Hello'가 신선하게 들리는 반면 정화와 혜린의 듀엣곡 '냠냠쩝쩝'은 가사부터 사운드까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기도. 수록곡 중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당연해'와 'GOOD'.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Part 33
JTBC
2016년 6월 1일

돌돌말링: (디지털싱글이 아닌 방송의 리뷰임을 먼저 밝힌다.) Y2K, 샵, UP, 투투를 다룬 33회에는 아이돌 출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원전인 슈가맨 그룹들도 그 시절의 아이돌이라고 볼 수 있을 형태의 그룹들이었고, 댄스 장르라 안무와 함께 소화하는 무대에서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다. 보미의 서지영과 승희의 해정도 안정적이었고, 미미의 정희는 허스키한 톤이 비슷해서 정말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싶었다. 인피니트의 우현이 부른 마지막 곡 '그대 눈물까지도'는 음원 출시가 안 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원곡과는 물론 달랐지만, 김지훈 같은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는 힘들 테니.


Awake
YNB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일

조성민: '원류를 계승하는 것'과 '아류가 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원류와 구분되는 독보적 특징의 유무와 관련있을 것 같다. '비스트 작곡가'가 비스트가 아닌 그룹을 프로듀싱할 때에는, 기획 차원에서 바로 그 '차별점'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 프로듀서나 레이블의 색채에 정체성이 잠식되기 쉬운 것이 아이돌 앨범임을 감안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유려하게 흐르는 곡의 진행에 비해 일관성 없이 구간별로 분절되어 보이는 'Back Again'의 무대 퍼포먼스도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


Stalker
NH EMG
2016년 6월 7일

미묘: 꽤 듣기 좋은 미니앨범이다. 'Favorite Girl'와 '눈을 감아도'는 크고 어둑어둑한 공간을 설정하고 유려하게 화사한 공기를 펼쳐낸다. 보이그룹 달콤 R&B인 'Take It Slow'마저 가요 느낌을 딱 좋은 수준으로 억누르며 매끄럽게 감겨온다. 수록곡들은 '조금 다른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이며,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문제는 타이틀곡인 'Stalker'에서 발생하는데, 집착적인 사랑 노래라기에는 너무 구체적으로 위협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샤이니의 'Sherlock'(2012)의 구조와 무드, "Misconception"(2013) 앨범의 질감을 채택한 것이 꽤 설득력 있게 완성되었음에도, 바로 그 이유로 내용의 불편이 더욱 두드러진다. '셜록의 두뇌로도 놓치고 마는 사랑'이, '셜록의 두뇌로 "사라져"버리는 스토커'로 치환되어버렸다고 할까. 수록곡들의 장르적 색채는 각기 다를지라도 'Stalker'는 미니앨범 전체의 흐름에서 그 음악적 성격을 지시하고 있는 곡이기도 하기에 더욱 뼈아프다. 상당히 후반으로 잡힌 후렴과 지지부진한 버스(verse)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아쉽다.


그냥 너 (Just You)
마이다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7일

미묘: 약간의 단조를 곁들인 산뜻한 멜로디, 업리프팅한 편곡, 스트레이트한 사랑 고백, 그야말로 정석적이다. 강렬한 임팩트를 노렸던 전작은 여러모로 에너지가 새어나갔는데, 이번엔 적어도 보컬리스트들이 소화해내기에는 테크닉도 감성도 훨씬 들어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곡이 충분히 뚫고 나가지 못하는 것은 '자극적이지 않은' 곡이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후렴은 그렇다 쳐도 버스(verse)의 멜로디가 다소 진부해 상쾌함을 덜어내고, 사운드 자체도 탄력이 부족하다. 부드럽게 만든다고 상냥하고 예쁜 음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손끝의 사랑
한국연예제작자협회
2016년 6월 7일

햄촤: 간단하게 '악플을 달지 말자'는 취지의 캠페인 송인데, 가사의 내용은 "서로를 존중해줘요 서로를 배려해줘요"소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좋게 말하면 직설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매우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평소에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아이돌 멤버들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대부분 합창 파트라서 귀를 활짝 열어야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의 목소리가 들리는 난관이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B1A4의 바로와 오마이걸 미미의 랩은 귀에 확 들어온다. 어쨌든 다양한 그룹 간의 콜라보가 이뤄질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Will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9일

김윤하: 화려한 게스트들을 모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을 제대로 모실 호스트가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번 상대는 신대철, 타이거JK,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길게는 30년에서 짧게는 7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각 분야의 마스터들 곁에서, 정진운은 그들과 보폭을 맞추지도 압도하지도 못한다. 전작들에 비해 힘을 빼고 폼을 더한 듯한 창법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선택이다. 곡의 모티브가 된 하나의 감정을 긴 호흡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꽃잎 떨어질 때'가 그나마 희망적이다. 적어도 브릿팝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큼은 그대로 묻어나던 '걸어온다'가 그리워지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돌돌말링: 미스틱 소속 가수들의 결과물은 항상 매끈하고 나쁘진 않은데, '이 가수를 데려다가 왜 이런 결과물을…?'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송라이팅을 하던 아티스트들에게 자기 곡으로 어필할 기회를 뺏는 것이 과연 좋은 기획인지 싶다. (대중성을 먼저 잡고 하고 싶은 건 나중에 해, 같은 말로 설득했을까. 너무 20세기 같은 대사이긴 하다.) 정진운에게는 자작곡을 선보일 기회가 비교적 많이 주어졌는데, '자기 곡을 쓰는 록 키드'라는 그 모든 것까지 사장님이 허락하는 기획의 일부라서 한정적으로 허락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만 정진운이 쓰는 곡들은 좋다. 이번 활동곡 'Will'도 아쉬울 데 없이 잘 빠졌고 와이드 팬츠 스타일링도 잘 어울린다. 이거 쓰면은 진운씨가 RT해 주시나요…


봄, 여름 그 사이(S.S)
music so sweet
2016년 6월 9일

햄촤: 남자 랩과 여자 보컬의 조합으로 내놓는 또 하나의 식상한 발라드가 어중간한 시기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제목부터 '봄, 여름 그 사이'라며 정직하게(?) 발매 시기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재미를 느꼈다. 전반부는 랩으로 때우고 후렴구 보컬에 의존하는 상투적 형식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정아의 보컬보다 제이스타의 랩이 노래 전반을 시원시원하게 리드하고 있는 데다 비트감이 더해져 신선한 면도 꽤 찾아볼 수 있는 곡이다. 여름 댄스곡 리스트 사이에 끼워 넣어 잠시 쉬어가며 들을 만한 노래.


Estreno
씨아이 ENT
2016년 6월 9일

돌돌말링: SS501이 데뷔한 지 벌써 11년이 됐다고 한다. 하 세월아… 두 번의 활동으로 이젠 처음부터 301이었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지난 활동곡 'Pain'만큼 노골적인 'U R Man'의 반복은 아니지만, 후렴의 중독을 노린 점은 비슷하게 들린다. 밝게 탈색하고 캐주얼을 입은 30대의 멤버들이 몇 년 더 젊은 요즘 아이돌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아 그래도 오빠들은 평생 아이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조성민: 데뷔 기념일에 맞춰 발매한 스페셜 싱글. 젝스키스는 YG에서, SS는 CI에서 행복한 아이돌 2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젝스키스와 SS301이 현역 무대에 돌아와 활동할 동안, DSP에는 현역 남자 아이돌이 한 팀도 남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씁쓸하다. 여튼 공통점은, 모두들 '아이돌이라서 행복해요'의 메시지를 무대에서 정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젝스키스보다는 SS301이 좀 더 현역 아이돌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 팀은 심지어 지금도 마치 현역 아이돌인 것처럼 가창력이나 랩, 댄스 등의 실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젝스키스가 '부활'이라면 이쪽은 '회생'이랄까.


EX'ACT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9일

김윤하: 흔히 몇 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한 뒤 2, 3년 간격으로 정규앨범을 내는 아이돌 씬의 룰 아닌 룰과는 달리, 2집 이후 바로 3집을 발매한 패기가 반갑다. 전혀 다른 컬러와 온도의 두 곡 'Lucky One'과 'Monster'를 더블 타이틀로 삼았는데, 이는 자연스레 지난 5년간 엑소가 찬찬히 쌓아오고 폭풍처럼 사랑받은 두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정규앨범 기준, 어둡고 스펙터클한 SMP의 확장보급형 '늑대와 미녀'를 내세웠던 1집과, '으르렁' 이후 새롭게 장착한 무기인 복고풍 어번 팝 'Call Me Baby'를 타이틀로 했던 2집을 적절히 믹스해 새 부대에 담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앨범 수록곡들 역시 기존 앨범에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 고운 R&B 넘버들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SM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고 있는 작곡가들과의 호흡이 돋보이는 'Artificial Love'와 'Cloud 9'이 좋다. 대단히 새롭지는 않지만 이 한 장 그대로 이것이 엑소라는 안심을 주기엔 충분한 앨범.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특히 앨범의 전반부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은 직선적인 흐름이다. 멜로디가 높낮이를 흐르기보다, 같은 음 또는 간략하고 반복적인 패턴을 일정한 간격으로 찍어 내린다. 'Monster'와 'Artificial Love'에서 두드러지는 이런 모티프들은 보컬의 움직임보다 그 존재감(또는 그 부재) 자체에 방점이 찍혀 보다 선명하고 냉혹한 힘을 표현해낸다. 이는 마침 (이 음반에도 반영된) SM의 퓨처 계통 사운드와 잘 맞아떨어질 뿐아니라, 그 음악적 바탕을 노래 파트에 일정 부분 담아낸 것이기도 하다. (중반부 이후에서 같은 공기를 두고 각각 서정과 달콤함으로 변주를 시도하는 '백색소음'과 '유리어항'이 이어지는 것에 감탄한다.) 싸늘한 공기 속에서 덩어리 큰 노래들이 흐르는 곡들이 표현하는 카리스마는, 듣는 이를 가운데 몰아넣고 사방에서 때리는 '으르렁'에서 이제는 무대 중앙에서 청자에게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존재로 변화한 셈이다. 다정한 정서의 곡들이 비중을 맞춰주고 있지만, 이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도발성이다. 소속사 선배들의 능글능글한 매력을 걷어내고, 보다 냉정한 표정으로 환상공간 속을 걷는 힘. 만화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엑소가 성장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햄촤: 'Monster'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곡들로 채워졌다. 새삼스레 엑소의 기존 타이틀곡들이 '늑대와 미녀', '으르렁' 같은 곡에서 'Monster'로 이어지는 야성미가 강조된 이미지와, 'Call Me Baby'와 'Love Me Right'에서 'Lucky One'으로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의 두 가지 갈래로 크게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다. 'Monster'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느낌이라면 'Lucky One'은 첫인상은 다소 낯선 곡. 듣다 보면 'Artificial Love'와 더불어 문득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음악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이전에도 종종 복고적인 사운드의 곡들이 있었지만 앨범에서 도드라진다거나 위화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라 새삼 지난 앨범들을 다시 주의 깊게 들어보며 분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수록곡도 인스트루멘털을 제외하면 아홉 곡으로 듣는 데에 부담이 없이 잘 구성된 앨범. 수록곡 중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난해한 사운드의 대비가 흥미로운 'Cloud 9'과 '백색소음'. 그리고 순전히 취향만으로 'Heaven'을 꼽고 싶다.


Heartbreak Hotel (Feat. Simon Dominic)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10일

돌돌말링: 야심 차게 들고 나왔던 'I Just Wanna Dance' 보다 이편이 더 티파니에 어울린다고 느꼈다면 서운해할까. 여태 들어본 SM 스테이션 곡들 중에 가장 완성도 있었다. (이쯤 되면 스테이션 컷과 앨범 컷의 기준을 잘 모르겠다. 앨범에 넣었어도 흐름을 그렇게 해칠 것 같지 않은데…) 처음엔 귓가에 머물다가 점차 공간감 있게 퍼지는 전개가 좋다.

조성민: 단발성 디지털 싱글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티파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 이 곡이 티파니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까지 해보았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공간에서 모델 같은 퍼포먼스를 펼치던 'I Just Wanna Dance'의 티파니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 안에서 섬세한 드라마로 표현되는 서사적 티파니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사이먼디와의 케미가 상당하다는 점 또한 의외. 티파니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뮤직비디오를 꼭 챙겨볼 것을 권하며, 티파니에게 관심이 없더라도 일청을 권해본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