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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8년 3월 하순 ①

3월 21일에서 27일까지 발매된 11장의 음반. 부석순, 허니팝콘, 용준형, 슈퍼주니어, EXO-CBX, 스트레이키즈, 몬스타엑스, 신화, 조이, 5tion, 경리 & 최낙타를 다룬다.

3월 하순의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은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3월 21일에서 27일까지 발매된 11장의 음반. 부석순, 허니팝콘, 용준형, 슈퍼주니어, EXO-CBX, 스트레이키즈, 몬스타엑스, 신화, 조이, 5tion, 경리 & 최낙타를 다룬다.

거침없이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마노: 세븐틴 특유의 재기발랄한 에너지가 그리웠다면 특히 반가울 싱글. 각 멤버의 보컬 연기력은 물론, 무대 위에서의 뮤지컬적 연기력이 돋보인다. 팬덤 내에서 ‘꿀예능 라인’으로 익히 알려진 조합명을 그대로 그룹명으로 썼는데, 팬덤 내 용어 같은 것들이 아예 공식 결과물로 편입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예능 담당 멤버들다운 발랄함과 ‘드립력’(음악방송에서 매회 대사를 바꾸는 성의를 잊지 않는다!)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도겸과 승관이라는 걸출한 보컬의 가창력이 묻히지 않는 점이 달갑다. 자칫 ‘쌈마이 감성’으로 흐를 수 있었던 부분을 적절히 정리하고, 어김없이 훵키한 기타 리프를 넣어 흥겨움을 더했다. 부석순의 거침없는 앞으로를 기대한다.

서드: 초기 세븐틴의 달뜬 활기가 그리웠던 이들에게는 좋은 팬서비스가 될 것 같은 신나는 곡. 가사 내용대로 근심 걱정 비우고 그저 즐기면 될 것 같다. 꼼꼼히 뜯어보면 흠잡을 데야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도록 무장해제를 시켜준다. 하여간에 부승관의 뻗어 나가는 고음은 듣는 사람의 가슴마저 시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급적 유닛이 아닌 완전체로 세븐틴의 이런 곡을 더 만나고 싶지만, 어쩌면 이미 변화에 성공한 팀에게 미련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댱: 부석순이라는 조합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 팬덤 내에서 이 조합을 부르는 경우가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들으며 이 조합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없이’는 세븐틴 초반의 재기발랄함과 뮤지컬 넘버스러운 드라마틱을 다시 경험할 수 있어 흥겨웠다. 뮤직비디오도 팬 미팅 실황 버전과 안무 연습 영상과 같은 안무 버전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가벼운 예산으로 진행한 것 같지만 마치 의도한 듯 꽉 짜인 합이 매력적이다. 신인의 풋풋함과 중견 가수로서의 여유 있는 무대매너를 즐길 수 있는, 스타 유닛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제상: 오렌지캬라멜의 예로 보듯이 유닛 활동은 기존과 차이 나는 콘셉트를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부석순의 ‘거침없이’는 그런 의미에서 방향성을 설정한 것 같은데, 뽕끼 충만한 무대를 지우고 음원만 들으면 또 그렇게 기존 아이돌 음악과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 한 세대 전의 아이돌, 특히 NRG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그렇지 이건 명백히 아이돌 노래다. 다만 무대 매너는 전성기 듀크를 연상시키듯 화려했고, 그 부분은 유쾌하고 좋았다. 노래가 귀에 쏙 들어오는 부분이 없는 게 아쉬운 점이랄까. 이제 구호형 후렴은 그만하자구...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팬 미팅 현장에서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시대 최고의 ‘노동요’가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뭐니 뭐니 해도 다인원 그룹의 최고 장점은 여러 가지 멤버 조합을 통해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겠다. 기존에 있던 세 개의 유닛 구도에서 탈피한 ‘부석순’은 얼핏 단순해 보이는 보컬 두 명과 댄서 한 명의 조합에 훵키한 사운드, 쾌활한 가사를 더해 세븐틴에서 가장 유쾌하고 활력 넘치는 유닛으로 거듭났다.


Bibidi Babidi Boo
Kyun Create
2018년 3월 21일

마노: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그룹 특성상 어떠한 핸디캡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추구하는 이상과 실제로 처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결국 남는 것은 엉성한 결과물뿐이다. 메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적절한 절충안이라도 택해야 했다. 멤버 전원이 외국인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발음 문제가 곡 수행력이나 아주 기본적인 전달력까지 방해해서야 있던 퀄리티도 깎아먹고 마는 형국이다. 한국인도 발음하기 녹록치 않은 문장으로 된 가사보다, 좀 더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랫말을 마련할 수는 없었던 걸까. 비음 섞인 창법 역시 멜로디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가사 전달을 심히 저해한다. 더 좋아질 수 있었는데, 결국 그저 그런 어설픈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미묘: ‘생각보다 훨씬 멀쩡한 케이팝’인 것은 일본 아이돌풍이 아니라는 데서 온다. 일본에서 바라보는 케이팝 걸그룹의 전형 중 활달하고 밝은 (이를테면 카라?) 계통을 충실히 수행한다. 외국인을 상대로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곤란하지만, 케이팝에 포함되기에 ‘함량 미달’이라 부를 부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역시 외국인을 놓고 발음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이 곤란하지만 ‘비비디바비디부’에서 발음이 어색하게 들리는 건 인트로뿐으로, 거의 사운드 로고 또는 반전을 위한 기믹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에 비해 ‘First Kiss’가 발음도 발성도 (외국인의 케이팝 자격시험을 떠나 퀄리티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비비디바비디부’에 얼마나 공이 들어갔는지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면 허니팝콘의 첫 싱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두는 역시 진정성인 듯하니 그야말로 케이팝이라 할 밖에.

심댱: 타이틀곡과 퀄리티 차이가 존재한다. 케이팝 콘셉트와 히트곡에 레퍼런스를 강하게 두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면서, “-줄래” 같이 받침에 미숙함도 보여서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하다. 특수한 환경을 가진 걸그룹,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아서 내심 아쉽다.

유제상: 그녀들의 과거...아니 현재를 잊고 들으면, 정석대로의 한국 여자 아이돌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이틀 ‘비비디바비디부’는 멜로디도 즐겁고, 생각보다 일본 느낌도 안 나는 데다가, 심지어 한국어 발음도 꽤 좋다. 미카미 유아를 위시로 한 멤버들이 한류 아이돌을 얼마나 파고들었을지가 눈에 선하다. 물론 이 정도로는 국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것이고, 너무 열심히 하는 게 도리어 힘이 들어간 것 같아 보기 안쓰럽기도 하다. 그저 안타까울 뿐... 참고로 ‘비비디바비디부’ 뮤직비디오의 일어 댓글은 혐한 일색이다. 이들이 왜 굳이 이런 힘든 길을 가야 하는지 궁금할 정도.

조성민: 문화적 산물을 정치적인 맥락에서 완벽히 탈각시켜서 해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렇게 하자고 하기엔 이 팀의 존재 자체가 너무 유해하고 위험하다. 심지어 탁월함도 독보적인 부분도 없는 이 곡을 굳이 케이팝의 필드 안에 포용해주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팝은 이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소나기 (Feat. 10cm)
어라운드 어스
2018년 3월 21일

심댱: 아이돌과 10cm의 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인, 촉촉함을 강조한 감성적인 트랙이다. 용준형 특유의 휘청이는 듯 나른한 랩 스타일은 우는 듯 신파적으로 들릴 수 있는 10cm와 꽤 합이 적절하다. 짧게 용준형의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상황 설명을 하고 좀 더 솔직한 마음은 랩으로 풀어내는 구성이 설득력 있다. 용준형의 랩과 보컬의 갭을 포착할 수 있는, 그리고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제상: ‘뜬금없이 왜 10cm?’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곡 자체는 과거 비스트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묵직한 비트가 뒤섞여 듣기 나쁘지 않다. 다만 확연히 3~4년 정도의 옛날 곡 느낌이 나는데, 이게 의도된 것인지 혹은 그게 안정적이라 생각하고 한 발 빠진 건지는 모르겠다. 평자는 인간에게 ‘창작 총량의 법칙’ 같은 게 적용된다고 믿기 때문에... 물론 기본적으로 기존 팬층을 만족시키는 데 있어서는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낼 것이라 본다.


Super Duper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3일

유제상: SM 스테이션 시즌 2의 50번째를 기록한 슈퍼주니어의 디지털 싱글. 슈퍼주니어가 하나의 장르라면 거기에 해당되는 클리셰는 다 모아 놓았다. 에스닉한 비트, 주술적 구호, 피치를 올리며 고조되는 음성변조, SM식 멜로디 파트 등... 슈퍼주니어가 아닌 다른 신인 그룹이 의도적으로 (그것도 별로 좋지 않은 의도로) 슈퍼주니어를 패러디한 곡이라고 거짓말해도 믿을 정도. 남은 것은 특유의 퍼포먼스뿐이련만 요즘 힘이 많이 빠진 듯하여 글쎄다.

조성민: 슈퍼주니어 앨범에 들어 있어도 상관없었을 곡이 굳이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완성도 높은 음원 및 콘텐츠를 선보이는’ SM 스테이션에서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SM 스테이션의 효용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곡 자체는 콘서트 선공개 싱글답게 ‘흥’으로 가득하다. 이제는 대명사에 가까워진 〈Super Show〉를 싱글 하나에 축약해냈다.


라이브 OST Part 1
냠냠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4일

심댱: 첸백시 유닛의 미덕은 엑소라는 그룹이 크게 움직이면서 놓칠 법한 자잘한 매력을 다시 밝히는 것이리라. 단조로운, 어쩌면 그저 잔잔한 OST라고 할 수 있겠지만 차분한 엑소는 좀처럼 볼 수 없었기에 새롭게 다가온다. 안개가 흩뿌려지듯 퍼져가는 첸의 가성과 시우민의 미성, 혹은 공간감을 채워가는 백현의 보컬과 시우민의 합이 썩 자연스럽다는 면에서 ‘Someone like you’는 시우민 보컬을 잘 쓴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서브 보컬의 감초 같은 매력을 은은하게 살린 트랙이어서 만족스럽다.


I am Not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부글거리는 에너지와 랩의 듣는 맛이 좋다. 셀프 프로듀스 데뷔 앨범이란 것 자체에 들썩이기는 새삼스럽지만, 이 팀이 담아내고 있는 음악 문법의 감각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의 케이팝 평균에 비춰도 장르의 혼종성이 극명하게 두드러지면서 잦고 격한 장면 전환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록 사운드의 적극적 활용도 ‘힙합 비트에 록 기타를 얹으면 *신세대*’ 같은 90년대의 단순한 공식을 넘어선다. 격정을 표현하는 순간들에 랩이 적확하게 떨어지는 것에 비해 보컬은 다소 힘에 부치는 감이 있어 아쉬운데, 일견 신인의 거친 맛이지 싶기도 하다. 장기적 관점에선 작곡상의 안배를 통해 개선된다면 좋겠다. 수록곡 중에는 ‘Mirror’를 놓치지 말길.

놓치기 아까운 음반

서드: JYP의 보이그룹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존에 내놓았던 그룹과는 색깔이 전혀 다르다. ‘District 9’과 수록곡 ‘Awaken’처럼 빠르고 거친 랩을 엔진 삼아 록 사운드를 가미하여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흐름은 언뜻 B.A.P를 연상시키며, 다인원의 일사불란한 안무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노리기 위한 변화를 꾀한 듯 보인다. 랩 파트를 전면에 내세운 ‘Rock’, 감수성 있는 멜로디 또한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잘 하고 있어’ 등 앨범 전체가 신인을 프로모션하기에 적합한 포트폴리오처럼 짜여 있다. 어쩌면 회사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박진영 스타일’을 시작부터 배제한 과감한 변화가 스트레이키즈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앞으로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심댱: 청춘을 깨우는 사이렌, 마치 H.O.T.의 환생 같다. 어쩌면 H.O.T.의 혼란스러운 자아탐구와 방탄소년단의 절박함이 합체된 것만 같은데, 이게 JYP에서 나온 아이돌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제 JYP 남자 아이돌의 이미지는 절박한 시대 속 거리의 소년들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잘 하고 있어’ 가사에서의 셀프 부둥부둥과 휘파람에 위로를 받게 된다. 숨겨둔 10대 자아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잠시라도 깨울 수 있는 앨범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유제상: 평자 입장에서는 처음 접하는 그룹이라 ‘이름이 왜 이래?’했는데, 알고 보니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신으로 이번이 데뷔.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음이 분명한 타이틀 ‘District 9’은 제목에 어울리는 강렬함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첫 곡인 ‘Not!’도 맘에 들었는데, 불안한 사이렌 소리나 80년대 힙합을 연상시키는 올드스쿨 비트, 서태지나 (이를 모방한) 초창기 H.O.T. 계열의 읊조리는 랩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의외의 음감용 EP라 놀랐다. 진짜로.

조성민: 시대착오적인 ‘실력파 아이돌’의 타이틀을 고수하려는 프로덕션의 노고에 비해 명확한 어필 포인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잘함’ 자체가 즐거운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믿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질 정도. 좀 못해도 괜찮으니까 재밌을 순 없었을까.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로 이어진, ‘남녀노소 모두를 춤추게 하는’ 여자 아이돌을 그토록 수월하게 히트시켰던 JYP에서 자사 여자 아이돌의 위상에 비견하는 ‘원톱’ 남자 아이돌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결국 ‘남자는 즐거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불필요한 사명감과 압박감, 즉 맨박스에 갇힌 채 기획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JYP에서 남자 아이돌이 가장 크게 히트했던 시기는 2PM이 천연 짐승돌의 면모를 리얼리티 쇼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던 바로 그 시기였음을 상기할 때다. 90년대 1세대 아이돌들이 하던 촌스러운 인정 투쟁(‘아이돌도 가수입니다!’)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죄. 물론 이들이 정말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는 둘째 문제다.


The Connect : Dejavu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마노: ‘Jealousy’는 ‘몬스타엑스가 가장 잘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 이 씬에서 몬스타엑스 말고는 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날 선 질투심을 나른한 섹시함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팀을 적어도 현존하는 보이그룹 중에서 떠올리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전작부터 이어지는 탄탄한 안정감이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수록곡의 퀄리티가 고른 것은 물론 멤버들의 비중 역시 고르게 분배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타이틀 ‘Jealousy’는 곡 자체도 매우 매력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멤버의 재발견도 가능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래퍼 아이엠이 그러했다. 수록곡에서는 아예 한 버스가 통째로 영어임에도 발음이 뭉개지긴커녕 타이트하고 정확한 딜리버리(가사지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와 절제된 박력의 좋은 톤을 자랑하는데, 대체 어디서 이런 인재를 놓치고 있었나 싶어서 역대 활동곡을 복기했을 정도. “나나나나나, 다 쏟아봐봐”라는 가사처럼 그야말로 미친 듯이 쏟아붓고 내달리는 마성의 트랙 ‘폭우’를 꼭, 제발, 절대로, 놓치지 않길 간곡히 권한다. 외에도 비장하고 처연하게 내달리는 ‘Destroyer’, 산뜻하고 따스한 ‘If Only’, 서늘하고 축축한 무드의 ‘미쳤으니까’, ‘Lost in the Dream’ 등 준수한 수록곡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지금껏 몬스타엑스를 놓치고 있었다고 해도 이 한 장은 절대 놓치지 않길.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몬스타엑스는 역시 ‘육체파’라고 생각하는데, 전신의 근육을 모두 써서 질주하는 듯한 미니앨범이다. 그 안에 감성, 재치, 캐릭터성이 각자 소리를 질러대 장엄한 스펙터클을 구성하고 있다. 대중예술의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인 ‘에너지’를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감성적 접근이라는 매우 어려운 숙제마저 무시무시하게 해치워버린다. ‘Jealousy’는 재료나 요리법이 어떻다는 말을 하고 있을 시간이 아까울 정도인 요리와 같고, 이외에도 ‘Destroyer’를 추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심은보(GDB):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몰아치기’다.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발매하는 음반도, 베이스와 트랩 등에 기반을 둔 음악 모두 대단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꽉 차 있고 화려한 음악도 그렇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구성으로 여러 멤버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재밌다. ‘Destroyer’에서는 래퍼보다는 보컬에 중점을 둔 얼터너티브 R&B를, ‘폭우’는 포 온 더 플로어와 트랩을 오가며 래퍼 멤버를 부각하는 게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몬스타엑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은근 드러내는 유머 코드인데, “지금 왜 셔누 얘기를 하니”에서 ‘심즈 셔누’를 떠올린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듯하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아이돌 음반 단평을 하며 즐거운 순간이 바로 이런 EP를 만날 때가 아닌가 싶다. SMP의 좋았던 시절(그중에서도 특히 동방신기?)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도입부와 팡팡 터지는 비트, 뭔가 화가 난 듯한 가사가 잘 어우러진 ‘Jealousy’ 한 곡만으로도 이 EP의 존재 이유는 충분히 증명된다. 그러면서도 최근 감각을 잊지 않은 곡들, 예를 들면 2번째 트랙인 ‘Destroyer’나 5번째 트랙 ‘Lost In The Dream’을 들으면 이들이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Dramarama’ 때도 그렇지만 몬스타엑스를 떠올리면 요즘 정말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Pick!할 수밖에.


All Your Dreams
신화 컴퍼니
2018년 3월 26일

마노: 그야말로 신화라서 가능한, 신화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기획. ‘데뷔 20주년’ 기념 디지털싱글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이 싱글의 진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비로소 드러난다. 그 어떤 보이그룹이 20여 년 전 촬영한 본인들의 뮤직비디오를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정성 들여 셀프 패러디해서 선보이겠는가. 신화가 아니었다면 이 모든 요소는 한 곳에 존재하지 못하고, ‘신화이기 때문에’ 그 당위를 가진다. 고로 이 싱글은 충분히 그 몫과 역할을 다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서드: 한 번 불렀던 노래를 다시 녹음한다는 게 아이돌 그룹에 있어 큰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신화의 경우에는 긴 활동 경력 덕분에 의미가 생겨난다. ‘All Your Dreams’는 어쨌거나 이미 20세기(2000년)의 노래인 것이다. 그동안 미세하게 달라진 목소리와 창법, 18년 전과 거의 똑같이 재현된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변화와 관록의 퍼포먼스 등 팬들에게는 두 버전을 비교하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갖는 선물이 될 것이다.

유제상: 원곡이 “Only One” 앨범에 수록되었으니 근 20년 전 노래니까 지금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나는 게 당연할 것이고, 솔직히 말하면 그때도 세련된 노래가 아니었으니 예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다만 기프트 싱글로 이 곡을 고른 것은 훌륭한 선택이라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이 노래에 부여된 역할이 확실히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들으니 곡의 의도된 강렬함조차 추억으로 다가오니까. 참고로 2000년에 평자는 군대 갔다. 남들보다 늦게, 월드컵이 하는 해에 제대할 것이란 희망을 품으며...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신화가 아이돌로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대형 팬덤을 건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가끔 팬들이 상상만 해볼 수 있던 것들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팬서비스를 잘 해내기 때문이다. 신화는 아티스트로서의 자신들이 알아서 해 나가야 하는 일과, 그 가운데 팬들의 요구를 커리어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와 선을 정확히 알고 있는, 아이돌적 영리함을 잃지 않는다. ‘먼 훗날엔 성숙한 모습으로 이 노래를 다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막연한 판타지를 보란 듯이 내놓을 수 있는 여유. 똑똑한 히어로의 탁월한 기지를 지켜볼 때의 쾌감은 장르를 막론하고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위대한 유혹자 OST Part 2
본 팩토리
2018년 3월 27일

심댱: 싱글로 만족하기 좀 아쉬운 보컬, 조이의 사랑스러운 OST 트랙이다. OST가 가진 통속성보다는 앨범아트에 담긴 설렘이 다 한 듯하다. 마치 자신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를 알고 있지만 설렘을 위해 잠시만 모른 척하는 듯한 사랑스러움이 담겨있다. 조이의 새침한 보컬이 눈에 띄는데, 부드러운 재즈 피아노 선율과 살짝살짝 놀라는 듯한 느낌이, 사랑에 빠지기를 주저하지만 사르르 무너지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극 중 캐릭터와 조이가 가진 캐릭터가 즐거운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Love Takes Time
IV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오션의 휘청휘청하던 커리어에 느끼던 아쉬움을 (상당히) 만회해주는 싱글. 후렴 멜로디의 전개가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진 않지만, 후렴 도입부의 아스라하게 날아가는 듯한 느낌과 중립적 쿨을 지키는 편곡이 우아하다. 트렌디한 요소들도 자신들의 색에 충분히 녹여내 품위와 균형을 보인다. 그렇기에 “돈 좋아 명예 좋아 너의 시간을 살 수 있다면 다 좋아” 같은 과거 레퍼런스의 트위스트도 꽤 기분 좋게 다가온다. 다만 가사 속 성 역할은, 나름 조절한 것 같긴 하지만, 좀 더 업데이트했으면 좋겠다.


4Love 2nd
스타제국
2018년 3월 27일

마노: 누가 봐도 봄을 한껏 노리고 나온 시즌송이지만, 그 노림수에 기꺼이 몇 번이라도 속아주고 싶을 정도로 꽤나 잘 만들어져 있다. 뻔하게 흘러갈 듯하다가도 절묘하게 식상함을 비껴가는 사운드 위에서 경리의 보컬이 반짝반짝 빛나고, 최낙타의 포근한 음색도 잘 어우러져 봄이구나,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 경리가 보컬로서 참 좋은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정말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2 replies on “1st Listen : 2018년 3월 하순 ①”

허니팝콘에 선입견을 가지고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음악은 생각보다는 괜찮네 정도일 것이구요. 다른 걸그룹이었다면 후한 평가는 못 줬겠죠. 작곡진이 가명을 쓴 점이 흥미롭습니다. 기존에 만들어놓은 곡인지 이 걸그룹을 위해 만든 것인지도 궁금하구요.

스트레이 키즈에 4디스커버리인 게 놀랍네요. 언급된 그룹의 혼종이라는 느낌은 받았구요. 그 점에서 그룹의 색깔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구요. 조성민님의 의견에는 반 정도 동의합니다. 2PM 마케팅을 담당했던 정병기 프로듀서의 글을 보면, 당시 대세였던 꽃미남을 그대로 따라가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방탄을 의식한 것 같은 남자그룹이 나오면(의도했든 안 했든) 좀 더 높은 잣대를 적용하게 되는 것도 있더군요.

몬스타엑스는 2PM의 계보를 잇는 팀이죠. 음악적으로는 SMP 언급이 있듯이, SM이 자랑하던 빵빵한 사운드를 이제는 SM 밖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된, SM이 a&r의 저변을 넓혀준 역할을 한 측면이 있고 동시에 분발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Destoryer’ 를 스트레이 키즈가 하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