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5년 6월 하순

2015.06.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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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틴탑, AOA, 씨스타, 밤비노, 켄&하니, 플레이백, 아는동생, 주비&육지담, 베이비, 언더독, 비투비, 트랜디를 들어보았다. 예외적으로 7월 1일 발매된 빅뱅을 포함한다.
틴탑
Natural Born Teen Top
티오피 미디어
2015년 6월 22일

   

팀의 컬러를 알고 있는, 혹은 그에 어울리는 프로듀서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다.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 가운데 너무 세련되거나 너무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댐핑’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대표적인 작곡가 블랙아이드필승은 지금의 틴탑에게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쉽지 않아'부터 서서히 부스트를 걸고 있는 이들의 호흡이 닿을 다음 걸음이 무척 기다려진다. ‘향수 뿌리지 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조금 야하고 뻔뻔하지만 어쩐지 끌리는 남자아이’ 캐릭터가 다시 살아난 것도 반갑다.

전작 '쉽지 않아'와 니엘의 솔로 앨범의 무드를 유지하고 있는 '아침부터 아침까지'는 계절감에 맞는 청량감과 틴탑의 시그니처가 된 프리스텝의 가벼운 안무 동작을 더해 이전보다 한층 듣기 편해졌다. 트랙들이 모두 일관적으로 틴탑의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점은 분명 호평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더이상 실험적인 행보는 나오지 않는 것인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한다. 최근 니엘의 솔로 활동과 천지의 〈복면가왕〉 출연 등으로 멤버들의 잠재력은 충분히 설명된 바, 이제는 단순한 성숙이나 성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나올 차례라고 본다.

틴탑의 곡을 담당하는 작곡가가 용감한형제에서 블랙아이드필승으로 바뀌면서, 확실히 세련되어진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세련되어졌다고 하는 것은 비단 트랙뿐만 아니라 보컬라인이나 가사 등 곡 전체를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끌고 왔던 색채의 연장선을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여전히 클럽 음악을 표방하는 곡은 딱히 그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하지만 멤버가 참여한 곡이 좋은 퀄리티를 담고 있어서 이제는 기대치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반년 동안 잊혀졌던 이들이, 평자가 좋아하는 훵키한 멜로디의 '아침부터 아침까지'로 컴백. 틴탑은 특히 이런 곡과 거리가 멀다고 평자는 생각했기 때문에 당황하는 마음이 컸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후렴구가 조금 흐지부지 흩어지긴 하지만 곡이 좋고, 이제 잔뼈가 굵은 멤버들의 무대 위 능수능란함도 보기 좋다. 굵직한 그룹들 사이에 끼어 잊혀지기엔 아까운 EP.



AOA
Heart Attack
FNC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2일

   

'심쿵해'를 지난 두 타이틀 트랙들과 나란히 놓고 들어보면 그간 용감한형제의 힘을 빌렸던 음악들의 특색인 느슨하고 관능적인 그루브를 걷어내고 규칙적이고 타이트한 비트로 스피드업 한 게 가장 먼저 와 닿는다. 이는 이어지는 세련된 디스코풍 클럽튠인 'Luv Me'에서도 그대로 그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계절 특수를 의식한 탓인지, 혹은 세 번째 미니 앨범을 기점으로 의도하는 하나의 색깔전환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AOA가 딱히 훅송 혹은 파티송 걸그룹이었던 적은 없지만 확실히 전작들에 비해 휙 감기는 사운드다. 괜찮은 방향 설정 같다.

분명 처음 듣던 순간만 해도 ‘너무 안일한 건 아닌가’ 생각했다. 노래 제목이 네 글자에서 세 글자로 바뀐 만큼 섹스어필을 한 글자만큼 덜어낸 것 말고는 무엇이 달라졌냐며 삐죽대기도 했다. 졌다. 용감한 형제는 K-뽕을 누구보다도 다양한 시도와 다채로운 형태로 변주 가능한 작곡가고, AOA는 지금 그런 그의 음악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뮤즈다. 애써 외면하다가도 초아의 ‘반해 반해 버렸어요’가 등장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간다. 아직은 조금 더 즐길 시간이다.

'심쿵해'에 대해 전작만큼의 호평을 쉽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곡이 멤버들의 캐릭터를 충분히 부각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멤버들이 갖고 있던 캐릭터의 총합이 AOA의 이미지로 수렴했던 전작들과 달리,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차별화에 실패한 '심쿵해'는 단순히 멤버간 개성뿐만 아니라 전체 AOA의 개성까지도 지워버렸다. 이러한 몰개성 현상이 타이틀곡 '심쿵해' 뿐만 아니라 "Heart Attack" 앨범 전반에 걸쳐서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히 아쉬운 점이다. 퍼포먼스에서도 AOA만의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데다, 그렇게도 유니크해 보였던 초아의 보컬마저 평이하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분명 위험 신호.

장점이든 단점이든, 용감한형제에게 맡기면 이렇게 된다는 걸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 AOA를 통해 용감한형제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나름대로 버라이어티한 앨범. 아이돌 그룹에게 흥행의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어떻게' 흥행했는가 역시 많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기에 성공하는 '한 곡'의 중요성 역시 종종 언급되는 것이리라. AOA의 경우 용감한형제와의 시너지가 굉장히 좋으므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생각한다. 모든 걸그룹이 용감한형제의 곡을 받는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심쿵해'는 AOA의 최근작 중 가장 매력적인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초기작들을 선호하지만, 이 곡은 처음으로 당시의 유니크한 보컬 조합으로 되돌아간다. 그 유니크함을 완전히 활용하고 있진 않지만, AOA의 보컬 구성은 매우 독특하고도 흥미롭기에 그런 과거의 음악적 정체성을 되찾는 점이 반갑다. 해외 팬과 유튜브 블로거들이 비디오에 등장하는 점 또한 근사한데, 케이팝이 글로벌화 된 시점에서 해외 인물들이 프로덕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보기 좋다.

'심쿵해'의 강점은 큰 부담 없이 듣기 좋으면서도 '기존의 OO랑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 사실 뜯어보면 멜로디든 비트든 기본적인 방법론이 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이런저런 레퍼런스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기 보다) 갖고 노는 듯이 마리오가 블록을 밟듯 뛰넘나드는 게, 반복 재생이 필수인 여름 성수기의 곡으로 제격이다. 시기상 씨스타와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차트의 스코어는 현격히 차이가 나겠지만도...



씨스타
Shake It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2일

   

지난여름 발표했던 ‘Touch my body’‘I swear’ 이후 여름과 건강미 두 가지 키워드로 핸들을 잡고 밀어붙이고 있는 씨스타의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싱글. 그룹의 기존 이미지를 조합해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이단옆차기의 곡이니만큼 큰 기대도 실망도 없다. 쿨의 뒤를 이어 여름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멤버들의 능력치가 자꾸만 본전처럼 생각난다. 뻔한 곡을 가창력과 남다른 표현력으로 견인해내는 ‘애처럼 굴지마’나 ‘Good Time’을 듣고 나니 더욱 그렇다.

씨스타만큼 대중이 본인들에게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팀은 별로 많지 않다. 브라스 사운드와 허밍으로 대표되는 '여름 노래'의 이미지는 'Shake It'에서 씨스타의 건강미 넘치는 태닝 피부와 겹쳐져 완벽히 '여름'을 구성하고 있다. '애처럼 굴지마'와 '나쁜놈' 같은 트랙에서는 효린과 소유의 개별 콜라보 활동을 염두에 둔 듯한데, 전대미문의 성과를 거뒀던 개별 활동을 그룹 전체 커리어로 흡수하려는 노력으로 보여 인상적이다.

남들은 씨스타의 이번 EP에서 정체성이나 야심을 읽어내는데 사실 나는 '아, 씨스타다' 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씨스타 불감증이 아닌지 의심해보게 되는 순간이기는 하다.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걸그룹이라는 건 알겠는데, 타이틀곡을 빼면 또 그냥 씨스타가 하던 음악들이다. 자신들만의 문법을 구축하고 그 음악의 팬덤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 점에서 이 앨범은 굉장히 성공적이다. 변화를 요구한다거나 딱히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만을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올해 최고의 곡 중 하나다. 내게는 특히 마음에 들어서 최근 3, 4년 사이에 발매된 케이팝 곡 중에서 가장 좋다고까지 할 수 있겠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장르적 영향을 훌륭하게 조합하고 있는데, 알 재로(Al Jarreau)를 연상시키는 요소들부터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 레이크사이드(Lakeside)나, 심지어 휴이 루이스(Huey Lewis)와 더 뉴스(the News)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 모든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너무나 매끄럽게 섞여들어, 팝, 댄스, 훵크에 신선한 재해석을 가하는 철저하게 현대적인 곡을 구성한다. 여기에 씨스타의 숙련된 보컬이 완벽한 녹음과 퍼포먼스를 보이고 프로듀싱마저 환상적으로 이뤄졌다. 뮤직비디오와 이미지, 안무 또한 매력적인데, 많은 코멘트들이 지적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이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더 상세한 리뷰는 https://youtu.be/PsFSj0_8xTc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래도 춤도 씨스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다들 그 이상의 기대감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며 평자 또한 그렇다. 비록 그룹의 형태는 다르지만 전성기의 쿨이 떠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이리라.



밤비노
오빠오빠
NW 스튜디오스
2015년 6월 23일

   

사실 밤비노를 이야기하려면 우리는 남대문, 동대문 등에 있는 행사무대를 포함한 각종 행사장을 다녀볼 필요가 있고, 거기서 '댄스팀'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또 다른 씬의 걸그룹이 어떻게 활동하고 또 보여지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밤비노뿐만 아니라 투엘, 로즈퀸 등 많은 걸그룹 언니들이 기존 곡 안무를 하되 더 섹시하고 화려한 버전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당연히 직캠도 따라붙고. 이런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다니 아이돌로지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일시적 성공으로 이렇게 반짝 싱글을 내는 것은 당연히 일종의 한 철 장사다. 하지만 맥락과 근본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케이팝 시장에서 밤비노의 미래를 분석하여 점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아이돌로지는 좀 더 수련할 필요가 있다.

야구 갤러리에 누가 꾸준히 밤비노 글을 올려서 베이브 루스 이야긴가 했더니 실존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이었을 줄이야... '오빠오빠'는 트로트에 가까운 댄스 넘버로 그 어떤 특이점도 찾을 수 없는 무난한 곡이었다. 화보 복장이 최근 트렌드라는 래쉬가드(rash guard)던데 차라리 이쪽이 더 흥미로울 정도.



(빅스), 하니(EXID)
빈틈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4일

  

예기치 못한 매력적인 싱글. 산뜻하고 달달하게 만들어진 남녀 듀엣 곡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들어볼 것을 권한다. 후렴 뒤의 파트가 길어지면서 자칫 물릴 염려도 느껴지지만, 합이 맞는 연주자들이 각자 흥에 겨워하는 듯이 연출된 반주의 편곡이 유난히 탄력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해서 아직은 듣기 즐겁다. 두 사람의 보컬도 듀오의 하모니를 강조하기보다는 캐릭터 둘의 핑퐁이 재미있는데, 각자가 가진 때론 은근하게 때론 또랑한 음색의 배리에이션을 풍성하게 사용하고 있어 듣는 재미와 표현력 모두를 잡아낸다.

개인적으로 켄의 록 보컬보다 발라드 보컬 톤을 선호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싱글을 무시하긴 무척 힘들었다. 리드미컬하게 멜로디를 리드하는 하니의 보컬이 이 곡을 아이돌팝과 어반 인디 팝 사이에 묘하게 안착하게 만들어주는데, 여기에 멜로디 라인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켄의 음색이 합쳐져 풍부한 들을 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벤트 싱글치고는 꽤나 재미있는 곡.



플레이백
Playback
클리어 컴퍼니
2015년 6월 2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지금까지 주목받아왔던 신인 걸그룹들의 평균치를 보는 느낌이다. 음악은 묘하게 미쓰에이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비주얼은 소나무에 가깝고, 퍼포먼스는 CLC와 비슷하다. 물론 기존작들을 그대로 답습해 해당 기존 팀들의 아류로 보였다면 패착이었겠지만, 적절한 차용과 조합은 신인들의 오리지널리티 형성에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아직까진 우려보다는 기대만 해도 될 만하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팝적인 멜로디의 곡 '플레이백'도 그렇고 멤버들의 외모나 뮤직비디오의 때깔도 그렇고 부티가 잘잘 흐른다. 빈익빈 부익부라고 해야 하나... 신인 그룹의 데뷔곡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곡이 잘 뽑혀 나온지라, 이후에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네. 순수하게 팝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라도 이 곡은 꼭 들어볼 것을 권한다. 그 3분여가 절대 아깝지 않을 테니까.



아는동생
우린하나
CGM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5일

   

거대한 취향의 사운드 속에 긴 후렴이 연잇는 구성을 보여주는 곡으로, 보컬의 연출에도 꽤나 많은 주문이 있었음이 엿보이고 나름 멋을 부린 편곡이다. 그러나 자비심 없는 오글거림을 감동으로 연결하기엔 역부족인데, 곡 자체의 내용과 표현 방식에서 상당 부분이 기인한다. 물론 한없이 밋밋한 랩을 비롯한 팀의 역량도 감안하지 않을 순 없겠으나, "캠페인 송이 다 그렇지"라며 넘기기에도 너무 낡은 방식이 아닐까 한다.

통일부에서 관여한 한국전쟁 65주년, 광복 70주년 기념 앨범. 사실 콘셉트만으로 필자는 큰 쇼크를 받아 "헤이! 코리아에서는 인디펜던스 데이 메모리얼을 아이돌 노래로 한대!"라는 해외 토픽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록 배경음은 노래방 반주 수준으로 조악하고,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표정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지만(정말 잘 안 되고 있다!) 이 땅의 순국선열들을 위하여...



주비(써니힐), 육지담
감성팔이
로엔트리
2015년 6월 26일

   

흔한 써니힐 음악에 육지담을 얹었는데, 그게 그만 좋지 못한 모양새가 되었다. 파워풀하고 전투적인 육지담의 래핑은 곡의 감성에 전혀 어우러지지 못하고 장점으로 꼽히던 것들마저 단점으로 들리게 하고 있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보면 육지담이 이번 콜라보에서 무엇을 의도했는지 느껴지는데, 섣불리 기성 여성 래퍼들의 이미지를 가져오려 하기보다는 좀 더 본연의 캐릭터를 살려줄 행보를 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베이비
차올라
CAN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6일

   

딥하우스에서 드럼앤베이스로 이어지는 매캐한 시기의 사운드를 듣는 것 같아 일단 반갑다. 재지한 색채감에 탄력적인 리듬을 걸고, 은근하면서도 미끄러지는 보컬을 도입한 것이 좋은 느낌을 낸다. 자극이 적은 사운드도, 별다르게 차린 것도 없다는 듯이 들어서는 빌드업도 곡의 세련미를 더한다. 다만 그것이 다소 예스럽게 들린다면 일부는 장르적 요소에서, 또 다른 일부는 사운드가 시원하지 못함에서 비롯될 것이다. 백업보컬의 사운드 처리가 제대로 묻어나지 못하는 몇몇 대목도 허점을 드러낸다. 보컬리스트들의 기량과 스타일리시한 매력, 신선한 분위기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을 좋은 배합이었으나 아주 약간의 마무리가 너무나 아쉽다.

제가 평소에 '리듬게임 음악 같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게 국산게임을 예로 들어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EZ2DJ〉 계열과 〈펌프잇업〉 계열로 나뉘는 거 아십니까? 전자는 건반 비스무리한 걸 누르는 게임이니까 비트도 하우스-트랜스처럼 정박 계열을 쓰기 쉽고, 멜로디도 딱딱 반음씩 올라가죠. 반면 후자는 춤추는 노트가 나와야 하니 댄서블하면서도 끈적한 R&B 풍의 가요 같은 곡이 주로 쓰이는 겁니다. '차올라'는 〈펌프잇업〉 계열이네요. 제가 장황한 설명을 한 것도 이 계열의 곡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그러니까 "오랜만에 반야의 '악몽' 같은 곡을 듣는 게 반가워서"입니다. 리듬게임 오타쿠들은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후후후...



언더독
Zombie Run
모던사운드
2015년 6월 26일

   

요즘처럼 특정 장르만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는 콘셉츄얼한 퍼포먼스를 더해 이목을 끄는 전략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갓 데뷔한 신인이 콘셉트를 이해하고 표현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이러한 전략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을 때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쉽다. 물론 언더독은 2013년에 데뷔해서 신인이라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싱글 3곡을 발표한 게 전부였던 그 간의 활동 경력으로 보면 신인에 준하는 상태임을 고려해야 할 듯하다. 제작비 100만원에 직접 제작했다는 뮤직비디오는 분명 가격 대 성능비 면에서는 상당한 퍼포먼스인 듯도 하지만, 세상에 음악을 제작 가성비로 따져 구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인디 아이돌'에 도전하고 있다면, 흔치 않고 쉽지 않은 시도를 하는 데에 박수를 보낸다.

좀비 콘셉트는 이미 스피드가 작년 봄에 써먹었습니다. 물론 스피드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시겠죠. 남녀공학은 기억하시나요? 기억이 날 거 같다고요... 저런... 노래는 이견 없는 2000년대 초중반 SMP니까 '우리 오빠들이 좀비 콘셉트였다면...!' 하는 사람이 행여라도 있다면 들으시는 게 나쁘지 않을 듯도.



비투비
Complet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9일

   

첫 정규 앨범에 달해서야, 발라드로 타이틀곡을 뽑고 나서야 비로소 팀의 지향점이 명확해졌다. 그간 ‘일반적인’ 21세기 아이돌의 감성이나 형식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보였던 팀은 ‘90년대 가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중요한 건 ‘90년대 감성’이 아닌 ‘90년대 가요’라는 점인데, 그간 ‘그때’의 분위기나 멜로디, 편곡 방식 등을 조금씩 빌려온 이들과는 달리 ‘그때’ 노래를 그대로 타임워프 시킨 듯한 독창적 면모가 포인트다. 정통 ‘R&B 발라드’에서 듀스나 DJ DOC의 미발표곡은 아닐까 의심스러운 댄스넘버들까지, 세련되진 않지만 정겨운 노래들이 가득하다. 생각지 못한 틈새시장과 멤버들의 장기가 13곡이라는 꽉 찬 직구 아래 기분 좋게 조우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그런대로 착실한 소년들 같은 느낌이 잘 살아 있다. 그래서 때로 거칠거나 불량한 느낌을 내려 할 때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어설프다기보다는 노력하는 귀여움 같이 느껴진다. 팀의 색깔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살핀 뒤, 그에 기초해 균형을 잡았음을 짐작케 한다. 느지막이 발매된 풀렝스 앨범에 확실한 이유가 있다고 할까. 무엇보다 '세련된' '탈가요'나 트렌드 따라잡기의 무리한 제스처보다 가요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용기와 이를 준수하게 구현하는 완성도에 박수를 보낸다. 그것이 적당주의나 한계에 기반한 선택이 아님이 음반 전체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앨범의 중반부는 그야말로 90년대 가요의 전형성과 정서를 느끼게 하는데, 이를 긴 시간 다져진 팀의 정체성과 실력을 통해 아주 조금 현재화한다. 그것 또한, 다시, 착실한 소년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데뷔 4년차에 마침내 등장한 비투비의 정규앨범. 인트로 'Complete'에서부터 비투비의 훵키한 캐릭터적 매력과 상향 평준화되어있는 것으로 유명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북 치고 장구 치고'나 '친구의 여자친구', '어기여차 디여차'와 같은 트랙에서는 댄스 가요의 정통을 선보이는가 하면, '너나 잘 살아', '꽃보다 그녀' 등의 트랙에서는 그저 댄스 그룹의 흔한 발라드 트랙이 아닌 보컬 그룹으로서의 면모까지 부각하고 있다. 앳된 보컬이 돋보였던 데뷔곡 '비밀'을 다시 부른 '비밀 Acoustic ver.'은 비투비가 방황했을지언정 결코 답보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해보이고 있다. 순수하게 멤버들의 역량에 집중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담백함이 느껴지는 이 앨범은, 그래서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아마도 허전할 것이 분명한 앨범 재킷 화보에까지도 그 설득력을 미치고 있다. H.O.T.의 '빛'을 떠올리게 하는 '괜찮아요'의 뮤직비디오는 촌스럽고 뻔하지만 멤버들의 캐릭터를 충분히 살려주고 있고, 그래서 더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이 워낙 출중하기에, 몇몇 전작들처럼 무리한 실험을 하기보다는 멤버들 본연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에 힘쓴 이번 앨범이 그 어느 때보다도 효과적인 '정공법'으로 느껴진다.

나는 비투비를 보면서 항상 과거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얼마 없는 비투비에 관한 글에 대부분 그렇게 썼던 걸로 기억한다. 이는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특정한 하나를 모방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등장하는 보이그룹이 걸어온 길에 충실하면서도 그 자체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는다고 생각했다. 첫 정규앨범은 그런 부분을 잘 드러내는 데는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큐브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들이 집중적으로 참여해 자연스럽게 일관성이 구성된 앨범에는 멤버들의 자작곡도 포함되어 있는데, 자작곡 역시 앨범 전체를 구성하는 흐름을 만드는 데 공헌한다. 깔끔하고 세련된 면모와는 거리가 좀 있을지는 몰라도 멋 자체는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이 나온 만큼 여러 곡으로 오래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트랜디
정 [Repackage]
백상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29일

  

지난 4월에 발매된 싱글 '정'의 리패키지인데, 추가된 수록곡은 기존에 발표한 싱글 두 곡이 전부인 점이 다소 어리둥절하다. 다만 '정'과 기존 곡을 연달아 들으면서 이 그룹의 문제점들이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유로 풍의 캔디팝 기조를 취한 '두근두근'은 팀에게는 어울리나 타이틀로서의 임팩트가 부족하고, '정'은 임팩트 있는 (선)곡이지만 팀이 소화해내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캔디보이'가 가장 균형이 잡혔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지금 듣기에는 곡풍이 애매하게 낡은 감이 있어 '비인기 걸그룹'의 이미지를 씌우기에 십상이다. 보컬은 탁월하진 않지만 나름 매력적인 색을 종종 보여주는 팀인데, 그것이 프로덕션으로 영리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빅뱅
D
YG 엔터테인먼트
2015년 7월 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Love Song'의 로킹한(?) 비트도 별 위화감 없이 소화했던 그들이 아닌가. 이번에도 변신을 위해 남의 옷을 걸쳐 입었다는 생각은 없다. 빅뱅이 흥미로운 점은 곡 자체가 가진 (의도적인) 성긴 질감이나 낯섦의 틈을 기량과 개성을 앞세워 설득력 있게 메워낸다는 것. 셀프 프로듀싱이 가능한 팀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결정적인 이점이기도 하다. 어쿠스틱한 기타 위에 오로지 목소리만을 앞세운 'If You'는 근래 이들이 만든 가장 절절한 발라드이며, '맨정신'은 펑크적인 마인드 셋과 최근 미국 인디록 씬의 추세인 복고풍의 달리는 록 비트가 근사하게 결합한 곡으로, 두 곡 모두 '아이돌' 음악이라기보다는 진정한 케이'팝'의 카테고리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런 형태로 앨범을 발표할 수 있는 건 빅뱅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단순히 높은 인기나 기획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경기도 오산이라며 쐐기를 박는 것이 이 세 번째 싱글이 아닌가 싶다. 빅뱅이 지금껏 보여준 색깔의 양극단을 끌고온 듯 전혀 다른 ‘If you’와 ‘맨정신’ 두 곡을 듣고 있다 보면, 한 곡의 노래가 아닌 한 그룹이 가지고 있는 설득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 노래를 듣고 지디의 솔로 앨범이나 지난 빅뱅의 작업이 아닌 먼 곳에서 레퍼런스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게 재미있다. 이것은 의심하는 것 조차 지루한 여지없는 ‘빅뱅’ 사운드다.

'맨정신'이 재미있다. 흔히 EDM이라 불리는 다소 애매한 장르의 클리셰를 가져온 요소들에 본바탕은 록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다. EDM이 일렉트로닉 청중보다는 록 청중을 위해 발명된 것이기도 하니 대단히 새롭다고 하긴 어렵지만 유쾌하다고 할까. EDM 풍으로 진행되는 인트로와 이어지는 1절의 록 파트가 공유하고 있는 요소들이 서로 자리바꿈을 하고, 중간중간 이질적인 파트 삽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등, 방법론의 차원에서 일종의 '손맛'이 듣기 좋다. 발라드 트랙인 'If You'는 정말 미안하지만 좀 아저씨 정서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것이 오직 창법과 음색만으로 다른 질감을 내는 몇몇 장면들의 낙차가 흥미롭다. 이제는 완성된 앨범 속에서 이 곡들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며 어떻게 기능할지를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5년 5월 하순
  2. 1st Listen : 2015년 6월 초순
  3. 1st Listen : 2015년 6월 중순
  4. 1st Listen : 2015년 6월 하순
  5. 1st Listen : 2015년 7월 초순
  6. 1st Listen : 2015년 7월 중순
  7. 1st Listen : 2015년 7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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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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