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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6년 7월 하순

폭염 속에 들어보는 아이돌 신작 필진 단평. 허각&정은지, 페이, 웬디&슬기, f(x), 한승연, 지연&준형, 럭키걸스, JYP Nation, 걸스피릿, 유니콘, 트위티, 아우라, NCT 127의 새 음반을 다룬다.

폭염 속에 들어보는 아이돌 신작 필진 단평. 허각&정은지, 페이, 웬디&슬기, f(x), 한승연, 지연&준형, 럭키걸스, JYP Nation, 걸스피릿, 유니콘, 트위티, 아우라, NCT 127의 새 음반을 다룬다.

'Plan A' First Episode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1일

돌돌말링: UP의 '바다'를 어쿠스틱 편곡으로 리메이크했다. 장용진의 멜로디가 워낙에 좋은 노래라 리메이크 버전도 그럭저럭 들을 만하다. 다만 이 곡의 모든 좋은 점이란 오리지널 버전에서 온 것들뿐, 새로이 가미된 요소들에는 큰 의미를 둘 구석이 없다. 그냥 허각과 정은지의 목소리가 안정적이고 듣기 편하다.

유제상: 1. 원곡에 별 감정은 없다만 그렇다고 해도 좋아하는 노래가 아님은 분명. 들어보면 가사가 청승맞아 그다지 바캉스송 같지도 않다. 2. 원곡이 만들어지던 90년대 후반의 것들이 보통 그렇듯이 음역이 대단히 높은 노래다. 원래 목소리가 가는 사람들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니 귀곡성이 따로 없다. 3. 상업적인 결과물이다만 이렇게 무성의하면 평하는 사람도 흥이 안 난다. 그럭저럭 학교 다닐 때는 친하게 지내다가 졸업하면 데면데면해지는 선후배 같은 두 사람을 그린 뮤직비디오가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랄까.

햄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주기적으로 한 번씩 듀엣곡을 내놓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의 콤비가 된 듯한 두 사람이 UP의 '바다'를 리메이크했다. 찰떡같은 두 사람 목소리의조화 만큼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데다 최근 〈슈가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된 만큼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선택일 순 없으나, 가뜩이나 무더운 이 여름에 원곡의 신나는 템포와 사운드를 모두 덜어내고 굳이 어쿠스틱 발라드로 만들었어야 했는지에 대해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Fantasy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1일

김윤하: 타이틀곡 '괜찮아 괜찮아 Fantasy'의 사운드적 매력이 상당하다.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나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를 운운하며 영국까지 건너가 믹싱과 마스터링을 완성해 온 보람이 있달까. 오리엔탈 향을 살짝 가미한 퓨처 R&B 선율 속 소리 하나하나가 그려내는 질감이 지금 당장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소속사 지령대로 공기반 소리반 공식을 충실히 재현하는 페이의 보컬 실력도 무난하지만 가장 큰 적은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바로 프로듀싱 방향. 첫 곡의 타이틀에도 사용된 'Sweet Sexy'는 솔로 가수 페이의 일종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여겨지는데, 어딘지 묘하게 찝찝한 이 표현은 뮤직비디오와 제작자의 SNS를 통해 그 음습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버리고 만다. 각종 성 고정관념과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이리저리 버무린 영상은 박진영의 '따뜻한 여자, 자극적인 여자' 발언으로 구시대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놀 만큼 놀아봤다는 분이 대체 왜 이러나 싶다가도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 그래야 네가 날 더 좋아하게 될 걸"이라는 가사로 2016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곳의 수장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이다.

미묘: 매캐하게 리퀴드한 사운드가 안개처럼 휘감은 공간감과 맑게 흐르는 보컬, 냉정하게 흐르는 비트에 시의적절하게 액센트를 더하는 신스들의 배치 등, 무척 매혹적인 곡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훌라후프와 거울, 크로마키, 색상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끊임없이 착시와 환상을 제공하는 근사한 장면이 많다. 대표 프로듀서가 천착해온 테마와 그 발현을 생각하면, 그가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장과 함께 SNS에 벅찬 포부를 밝힌 것도 이해가 간다.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 접근이자, 개중 가장 우아하게 구현된 결과물 중 하나로 꼽아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운드와 뮤직비디오의 미감만은 그렇다. 반면, 가상현실을 통해 개인에게 맞춰진 사랑의(라고 해두자)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테마의 전개 양상은 그 위험성에 비해 다소 얕게 느껴진다. 나름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싱글의 앞뒤 트랙이 깊이를 더해주는 측면도 있는데, 이 모델을 수용할 경우 3번 트랙 'One More Kiss'의 신파 섞인 기조와 가사가 근심 역시 더한다. 이만큼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이,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를 너무나 얕게 이해하여 (물론 이를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할 때의 이야기인데) 견디기 어려운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유제상: 리비도 왕성하신 중딩마냥, 야하다는 입소문 듣고 찾아봤더니 그쪽으론 영 아니라 실망감이 크다. 노래는 뽕끼 강한 댄스곡인데 흥겨운 듯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근자의 미쓰에이를 연상시킨다. 괜찮아 괜찮아. 뮤직비디오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시각적으로 구성한 것 같은데, 이모저모 따져보면 국내용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왜지? 모자이크 이미지가 많이 나와서?

조성민: 의외로 허전하거나 미진한 부분 없이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는 곡과 퍼포먼스가 눈에 띈다. 확실히 '여자아이돌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아무나 갖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 문제는 퀄리티보다는 색깔인 듯한데, 박지윤이나 선미와 큰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가장 최근에 나왔던 선미와는 그룹에서 솔로로 독립한다는 점까지 겹쳐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떠오르게 된다. 욕망을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가사나, 그런 가사를 그대로 반영한 도발적인 안무는 그대로 '박진영표', '박진영식' 여가수의 이미지다. 페이가 미쓰에이 내에서도 특별한 캐릭터로서 강조되지 않았던지라 더 아쉽기만 하다.

햄촤: VR을 쓴 남자의 눈앞에 헐벗은 미인이 나타나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주겠다'며 야한 춤사위를 추는 'fantasy'를 굳이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서 봐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VR을 벗었는데도 화면 밖에 여전히 그 미인이 있다? 어느 시절 <전영소녀>의 레퍼런스인가. 차라리 <링>으로 돌변하는 서사의 반전이라도 있었다면 신선했을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JYP의 '섹시'는 이제 좀 업데이트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작 이런 곡으로 이미지를 소비하기엔 페이의 목소리와 퍼포먼스 능력이 아깝다.


함부로 애틋하게 OST Part 7
삼화네트웍스, iHQ, 가지컨텐츠,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2일

미묘: 후렴의 멜로디 자체가 갖는 절박함이 다소 질척거려서 예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Original Ver.'는 이를 단정한 악기 편성으로 보완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소 역부족이어서, 마치 옛날 노래를 재편곡한 듯한 약간의 어긋남이 있다. 'Ballad Ver.'라고 이름 붙인 버전은 (제목에서 연상하는 정통-팝-발라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 보다 어두운 기조의 사운드들을 사용함으로써 멜로디의 색채감에 보다 조응하면서 또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호흡이 잘 맞는 여성 2인조가 그저 평행하게 흐르는 몇몇 순간들이 듣기 좋다.


All Mine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윤하: 4인조로 재편된 이후 확실히 가볍고 산뜻해진 f(x)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SM STATION의 스물네 번째 싱글. 지금 f(x)가 지닌 이 무게의 설정값을 제시해 준 LDN Noise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고, 덕분에 한여름의 뜨겁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절로 연상되는 안정적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넘버가 탄생했다. 대단히 특별한 노래는 아니지만, 멤버 앰버가 직접 디렉팅한 유쾌한 뮤직비디오 영상과 어울려 딱 기분 좋은 그루브를 전하는 사랑스러운 넘버임은 분명하다. 이런 곡을 싫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요즘같이 절절 끓는 여름날에는 특히 말이다.

미묘: 지금까지 SM 스테이션을 통해 선보여진 하우스 (원한다면 'EDM'이라 불러도 좋겠다) 기조의 곡들이 우아함이나 트리키한 분위기를 주로 내세웠다면, 'All Mine'은 개중 가장 스트레이트한 보컬 하우스 튠이라 하겠다. 시원하고 강렬하게 뻗다가는 앙증맞게 두들기며 빠지는 후렴의 호흡에서는 "4 Walls" 앨범의 화학식이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점을 비롯해, 팝으로서의 케이팝과 EDM을 결합하는 이제는 익숙해진 방식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그 외에는 사운드나 편곡 요소들도 대체로 정통파 하우스에 가깝고, '서둘러 만든 듯한' 에너지 역시 그야말로 페스티벌 앤섬으로서 머리 복잡할 것 없이 터지며 흘러간다. 기분 좋은 여름 음악으로 즐기며 페스티벌을 기대하기에 좋은, 말끔한 곡.

햄촤: 클럽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시원한 사운드와 멤버들의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려 마치 여름밤 음악 페스티벌 같은 풍경을 만들어간다. 흥겹게 듣는 와중에도 초기 f(x)의 '엉뚱한 아이들' 같았던 콘셉트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일말의 덜컹거림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사운드와 멜로디가 오히려 어색하게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련일 뿐. 다들 어서 "시공의 벽을 넘어" 그녀들의 파티에 함께하세요.


그앤 나
제이와이드 컴퍼니
2016년 7월 24일

유제상: 가수 안 하실 거 같더니 갑자기 주니엘 같은 곡을 들고 컴백. 카라 시절의 표독스러움은 사라지고 많이 편안해진 보컬이 듣기 좋다. 곡도 공이 많이 들어가 솔로로 컴백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 카라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건만, 유독 신선하게 다가오는 싱글. 특히 팬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겠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카라의 미덕이라면 역시 예쁘고 맑게 다듬어진 보컬이었을 것이다. 소리를 내기에도, 듣기에도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은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카라의 노래는 항상 이렇게 예쁜 구석이 있었다. 한승연의 솔로 곡이지만, '그앤 나'는 카라가 갖고 있던 그 예쁨을 가장 정확하게 사용한 곡이다. 이를테면 '카라 사용법'이랄까. 노출이 꽤 심한 편이었던 의상을 입고도 카라가 끝까지 '소녀'로서 받아들여졌던 이유도 바로 이 예쁜 소리에 있었다고 본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소녀만이 쓰고 말할 수 있는 가사까지가 '소녀' 카라의 정수라 하겠다.

햄촤: 카라 시절 '모기 성대모사'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자학개그로 쓴 적이 있을 만큼 한승연의 여리여리한 음색이 모든 청자들의 취향에 들어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 거부감이 없는 청자들에는 꽤나 어필할 만한 귀여운 노래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목소리에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의 발라드에 마치 한승연 자신이 노래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은 듯한 가사,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왔던 스윗튠과의 카라 이후 솔로로서 첫 작업이라는 의미부여까지 팬들에겐 곱씹어볼 요소가 많은 노래일 것이며 네, 제가 바로 그 팬 중 한 명입니다.


지연 [티아라], 준형 [투빅]
바라보다 심쿵
넥스타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5일

유제상: 그럼 공이 안 들어간 싱글은 뭘까...라고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불현듯 등장한 바로 그 예시. 못 듣던 사이에 지연의 목소리가 (과하게) 성숙해졌구나, 라는 느낌 말고는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싱글. 이쯤에서 랩이 나와야 할 때 랩이 나오고, 이쯤에서 질러줘야 할 때 지른다. 휴가철 차 안에서 블루투스로 음원을 재생하는 그대여. 이 곡을 미리 듣고 일행들에게 보컬이 티아라 지연과 투빅의 준형임을 알려주자. 안 그러면 아무 느낌 없이 흘려버리게 될 테니까.


너 하나만
오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5일

미묘: 반주가 뽕기 멜로디를 단단하게 찍어가지 않고, 긴박한 분위기 속에 길게 흘려간다. 특이하다. 멜로디 자체도 단순하고 가벼운 질감으로 비극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서, 일렉트로닉 질감과 함께 사뭇 왕년의 에이벡스 트랙스 분위기가 난다.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논할 것은 아니겠다. 그러나 보컬의 가창과 믹스의 대부분이 크게 나쁠 것은 별로 없으나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는 못하는 점을 볼 때, 곡의 특이함이 확고한 취향의 꼼꼼한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유제상: 날도 더운데 이런 2000년대 초반 스페이스 에이 시절에 만들다 남아서 창고에 보관한 것을 손도 안 보고 꺼낸 것 같은 곡이 리뷰에 등장하면 정말 심정적으로 힘들어진다. 보컬의 녹음 상태는 왜 이렇게 조악한가. 3인조인 이들의 미래는 또 어떻게 되는가.


Encore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5일

미묘: 공연의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주제로, 팝 발라드와 R&B, 힙합을 이어붙였다. 이제는 흔해진 혼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개중에서도 그 연결은 꽤나 과격한 편이라 처음 들을 때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일종의 드랍 역할을 하는 파트가 제법 기분이 들뜬다. 각 파트의 내용물을 논하자면 사실 익숙한 것들이다. 슬슬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발라드가 튀어나오는 등 각각의 전환이 상당히 급작스러운 것이 오히려 쾌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인데, 기왕 그렇다면 서로가 더 강렬하게 부딪히도록 자극을 높이는 방법도 있었으리란 생각은 남는다. 아무래도 곡이 주는 즐거움은 대체로 멤버들의 매력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영화와 그 OST가 맺는 관계를 특정 공연과 맺는 성격의 곡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듯하다.


Summer Time
디오션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6일

김윤하: 분명 바다라면 윤일상보다는 훨씬 폭넓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한 달여 전 발표했던 앨범만 해도 1Take나 DJ TAK, 칸토 같은 카드를 골랐었으니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일상과 조PD를 굳이 골랐다면 이유는 단 하나, 지긋지긋한 '대중성'이 아니었을까. '냉면'이나 '팥빙수', 혹은 UP의 '바다'나 '여름아 부탁해' 같은 노래를 꿈꾸며 작업하지 않았을까 싶은 노래는 90년대 어딘가의 히트곡 모음집 랜덤으로 골라 틀었을 때 만날 수 있을 법한 기시감과 진부함을 동시에 전한다. 이 노래가 닮고 싶었던 시대를 너머 매해 여름마다 사랑받고 있는 노래들의 긍정적이고 힘찬 에너지를 흉내 낸, 아니 심지어 내다 만 노래를 바다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건 여간 슬픈 일이 아니다.

유제상: 팬까진 아니었지만 바다의 보컬을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한다면, 그녀는 언젠가부터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 보컬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믿어버리게 된 모양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동생들이랑 'Long Long Time' 부를 때부터? 뮤지컬 할 때부터? "암쏘메에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 할 때부터? 'Summer Time'은 이런 그녀의 보컬 철학이 철철 넘치다 못해 대기를 맴도는 곡이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냥 노래'해 주셨으면.

햄촤: 바다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가창력에 잘 맞는 여름 댄스곡. 실제로 노래를 듣다 보면 적어도 대여섯 명 이상 규모의 그룹이 불러야 할 법한 분량을 혼자서 소화해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드는데, 그만큼 시원시원한 힘이 느껴지는 노래다. 물론 이 노래 속에서 가장 신난 사람은 바다 본인이며 그것이 어쩌면 바다 노래 에너지의 원천일 테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남자 래퍼의 목소리 몇 마디라도 끼어들 틈 없이 고밀도로 채워진 그녀의 고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신이 나는 노래도 듣는 입장에선 아주 조금은 빈 듯한 부분도 있어야 후렴구에서 더 신이 나는 법이다.


아이돌보컬리그 - 걸스피릿 Episode 02
JTBC
2016년 7월 27일

유제상: 〈걸스피릿〉 만드는 분들께: 프로그램 잘 보고 있습니다. 평범한 아이돌들을 남은 거라고는 좌절과 독기뿐인 양 치장하느라 수고하십니다. 그런데 아마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들은 순수한 노래에 대한 열망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순수한 실력이라는 해괴한 이데아를 갈망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가 숨어있겠지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노래 그 자체를 강조하면 무엇이 남습니까? 아이돌이 실은 노래 되게 잘한다? 다 알잖아요. 실력이 이렇게 뛰어나도 1위 못한다? 압니다. 저는 가학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프로듀스 101〉도 〈잘 먹는 소녀들〉도 프로그램의 핵심은 가학이죠. 그리고 아이돌은 성공에 볼모 잡힌 피가학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 싱글에 담긴 세 명도 마찬가지죠.


Unicorn Plus
The Brand New Label
카툰블루 컴퍼니, 크레이지 트라이브
2016년 7월 2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김윤하: 레드벨벳의 '레드'함과 f(x)의 미스테리함, 오마이걸의 장난스런 소악마 이미지를 적당한 비율로 나눠 섞어 놓은 듯한 반가운 한 장. 지난해 9월 발매했던 첫 미니앨범이 '어쩐지 신경 쓰이는' 결과물이었다면, 이번은 '제발 누군가 신경을 써줬으면' 싶은 음반이다. 전작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일렉트로 팝을 끌어안은 미니앨범은 인트로에서 타이틀 곡 'Blink Blink', 'Sun Shower'까지 막힘 없이 수월하게 달려나간다. 유진, 루미, 가영, 샐리 네 사람의 멤버 목소리가 자아내는 분위기 역시 최근 어딜 봐도 똑 떨어지게 다듬어져 데뷔하는 동료 아이돌들과는 어딘지 다른, '우리만의 것'의 아우라를 풍기며 가능성을 엿보인다. 아쉬운 건 단 하나, 신파 물씬한 멜로디와 둔탁한 킥드럼이 넘실대는 마지막 트랙 'I Need You Tonight'의 용감한형제워너비스러움 뿐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전작에서 다소 단조로웠던 곡풍과 보컬이 대폭으로 개선되었다. 'Blink Blink'는 빠른 비트 위로 짜릿하게 자극을 한 무더기 쏟아놓으며 과감하게 질주하는데, 중저음과 무뚝뚝함을 추가한 보컬의 표정 역시 다채로워져 흥미를 더한다. 트로피컬 분위기를 내면서 아이돌팝-EDM의 팔레트를 확 넓혀버리는 'Sun Shower'도 끔찍하게 매력적이고, 밸런스를 맞추려는 듯이 용감한 형제 아로마를 담은 'I Need You Tonight'도 납득하고 남음이 있다. 다만 이 두 곡에서는 타이틀에 비해 보컬의 컨트롤이 많이 떨어져, 전작에선 어느 정도 감춰졌던 멤버 역량의 허점이 노출되는 듯. 보도자료에 뮤직비디오 속 오브제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크레딧 처리한 점도 인상적이다. 날이 잔뜩 서 있는 용감한 음반.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돌돌말링: 타이틀 'BLINK BLINK' 뮤비의 프랙탈 이미지가 꽤 괴이해서 예쁨보단 거의 노라조의 '니팔자야' 뮤비처럼 느껴지기도… 요즘 걸그룹씬에 이렇게 자극적인 이미지가 늘어가는 게 느껴지는데, 색깔 없는 무해함보다야 흥미롭고 좋은데 이 뮤비는 좀 난해하긴 하다. 무난한 비트 전개에 상큼한 멜로디를 얹은, 귀를 끌어야 하는 곳마다 적절하게 화성을 쌓는, 요즘 듣기 좋은 댄스곡이다. 추천곡은 'Sun Shower'. 기획하는 입장에선 무대나 대중성 등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해 'BLINK BLINK'를 타이틀컷 했겠지만, 'Sun Shower' 같은 노랠 만들어놓고 프로모션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주 흥미로운 곡이다.

유제상: 작년 8월에 데뷔하고는 거의 1년여 동안 소식이 없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유니콘의 EP. 이 더운 날 사실상 판을 갈아엎는 새 EP를 냈다는 게 믿기지는 않지만, 여튼 이들의 태도는 자못 진지하다. 타이틀 'BLINK BLINK'는 f(x)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인데, 곡의 긴박함이 강조되어 어느 정도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곡명에 맞게 뮤직비디오가 포켓몬의 폴리곤 에피소드 마냥 쉴 새 없이 깜빡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광과민성 발작의 세계로 빠져 보시길. ☞바로보기


바다야
타임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8일

미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그룹들이 과거에 발표한 곡을 재발표하는 것을 볼 때 사실은 조금 긴장하는 편이다. 나아진 것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위티는 반가운 서프라이즈를 제공했다. (신스 브라스의 믹스 밸런스나 후렴의 기타 활용 등) 여전히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무성의하던 편곡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훨씬 정돈된 곡이 되었다. 보컬도 이전보다 안정되면서, (부르기 다소 까다로운 라인들은) 때로 어긋나는 음정마저 90년대 가요 같은 정겨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보도자료에는 "Remaster"라는 용어가 잘못 사용되긴 했지만 크레딧도 표기됐다. 혁신적인 곡은 물론 아니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분 좋아서인지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며 들은 익숙한 분위기의 여름 노래.

유제상: 아시는 분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바다야'는 트위티가 2015년 8월에 이미 발표한 곡을 다시 부른 것이다. 두 곡을 잇달아 들어보면 차이를 찾기가 어려운 가운데, 플레이 타임은 2015년 버전이 3초 더 길다. 곡은 애시당초 90년대 바캉스 음악을 표방한 탓에 쿨의 '해변의 여인'이나 여타의 음악을 레퍼런스로 활용한 티가 팍팍 난다. 이번 회차에 리메이크된 UP의 '바다'도 이에 포함됨은 분명하고... 곡의 차이는 상관없고 멤버들이 더 예뻐졌으니 그걸로 OK하시는 분들이라면 페이의 말마따나 괜찮아 괜찮아.


쥬시
일공이팔, XO69
2016년 7월 29일

돌돌말링: 그 아우라가 맞아? 싶을 만큼 달라졌다. 이전까지 아우라 솔로 프로젝트의 인상이란 '답답한 언피씨 어그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새로이 조인했다는 FRIDAY의 존재가 꽤 큰 건가 짐작해본다. 테마를 계속해서 연주하는 팬플루트 신스가 노래를 가볍게 유지해주는 것이 여름에 듣기 썩 좋은 파티튠이다. 아우라 본인의 보컬도 전작들보다 더블링을 얹으며 한 트랙은 구석구석 멜로디에서 비껴나도록 한 등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피처링한 하이연의 목소리도 시원하게 잘 어울린다.


Taste The Feeling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29일

미묘: 피아노와 기타가 겹쳐지는 부드러운 질감을 바탕으로 한 다소 밋밋한 편곡에, 한없이 화려한 (원곡의) 멜로디가 얹힌다. 지금까지의 NCT는 특정한 과거의 스타일링을 기조로 마치 평행우주의 청춘 같은 묘한 이질감을 보여왔는데, 그것이 코카콜라가 표상하는 호황기의 낯선 노스탤지어와 겹쳐진다. 뮤직비디오의 밀도는 그리 높지 않고 CM송으로서 '적당'한 정도의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코카콜라와의 이미지 궁합만큼은 놀랍게 맞아 떨어진다.

햄촤: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과 탄산음료는 그야말로 공식 같은 이미지 조합. 어째 NCT 127를 생각하면 뮤직비디오나 콘셉트 덕분인지 가장 먼저 붉은색이 떠오르더라니, 이를 위한 복선이었나? NCT 127은 코카콜라의 이미지에 충실하게 청량감 있는 음색으로 노래를 채우고 있어 '소방차'로만 그들을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반전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림픽 시즌에 맞춘 노래와 광고이니만큼 TV 중계를 보다 보면 굳이 노래를 찾아 듣지 않더라도 귀에 익숙해질 듯하지만 역대급으로 대중이 심드렁한 올림픽 같다는 게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겠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