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5년 10월 초순

2015.1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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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일~1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러블리즈, 아이콘, 24K, 풍뎅이, 옴므, 핫티즈, 지라이즈, 태연, 멜로디데이, 더스타즈, 빅플로, 오마이걸의 신보를 다룬다.
러블리즈
Lovelyz8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1일

   

슬픈 소식인지 기쁜 소식인지 아직은 판단 유보 중이지만, 이 앨범으로 조금 더 확실해졌다. 러블리즈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걸그룹 흥행 노선을 탈 리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타이틀곡이자 앨범에서 유일하게 윤상(원피스)의 입김이 닿은 곡인 ‘Ah-Choo’는 그 대표격인 곡이다. 이 곡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지만, 원인이 궁금할 정도로 뚝뚝 끊기는 곡의 구성을 받아들이고 나면 물의 정령을 청각화한 듯한 도입부와 "너/는/내/맘/모/르/지/Ah/Choo"의 음절 사이사이에 묻힌 물음표, "나는 그 말이 참 싫다"며 갑자기 서늘하게 표정을 바꾸는 브리지의 크리피함까지 곡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진다. 기획사 선배 인피니트 앨범을 통한 다양한 실험으로 한 단계 성장한 울림 엔터테인먼트 A&R 팀의 백화점식 곡 선정능력과 최종 완성본의 피치를 두어 단계 높게 올려놓은 것 같은 러블리즈의 개성 있는 팀 보컬 컬러도 청취 포인트.

러블리즈가 최초 기획 멤버진으로 돌아왔다. 뮤직비디오는 이제까지의 활동곡들처럼 가상의 실내 공간에서 의문의 귀여운 짓을 하는 소녀들을 포착한다. 이전 곡들보다는 후렴에서 의도적으로 팡 터뜨리는 멜로디다. ("A-choo!"와 함께 공기 중에 퍼지는 저 윤상 입자들!) 다만 일부러 과한 전개를 지양하는 듯하는 작법 자체도 러블리즈의 한 컬러라 그런지, 'A-Choo'도 멜로디의 드라마틱함은 별개로 곡 전반의 사운드가 파트마다 양감의 균형을 고르려고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조금 밋밋하기도 하고. 웹을 보면 가사 반응이 굉장히 좋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러블리즈만큼은 참 봄 같다.

코치 앤 센도의 1번 트랙이 워낙 좋아서(그러니 라이언 헴스워스(Ryan Hemsworth)도 케잌샵에서 틀었지) 다음 트랙들에 대한 기대치가 대단히 컸는데, 앨범은 다행히도 시종일관 청량함 속 어두운 구석을 조금씩 내비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보컬을 차치하면 더욱 이야기할 것이 많은데, 워낙 예쁜 톤을 잘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과한 현악기 활용보다는 다양하게 신스를 운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질감에 많은 신경을 쓴 듯하다. 상대적으로 일렉트로팝보다는 전자음악 자체에 가까운 쪽. 여러모로 러블리즈만의 방향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고, 수많은 '소녀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타이틀곡 'Ah-Choo'는 윤상도(度)가 너무 높아 오히려 받아 들이기 힘들다. 오해가 생길까 봐 미리 적자면, 평자는 윤상의 대단한 팬으로 특히 "Cliché"(2000)의 경우 인생 최고의 음반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레인보우블랙의 'Cha Cha'의 경우도 그렇고 이 곡도 좋은 멜로디의 진행으로 되어 있으나, 90년대적인 곡 흐름(특정 부분의 일시적 멈춤으로 긴장감을 준다든지 하는 것들)으로 인해 듣는 이에게 대단히 낡은 느낌을 전해준다. 윤상 본인의 음반에는 온갖 전자음악 실험이 행해지면서 유행의 첨단에 선 아이돌 곡이 "파일럿 OST" 정서에 매여 있다는 건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윤상X아이돌의 결합으로 누구보다도 기뻐해야 할 평자가 이런 글을 쓰게 되다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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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Welcome Back (Debut Half Album)
YG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1일

   

데뷔 전부터 방송 노출이 많았기 때문에 기다린 팬들이 많은 줄로 안다. 선공개 된 '취향저격'부터 9월 말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리듬 타'와 'AIRPLANE'까지, 여태까지 YG에서 내놓은 팀 중 그룹 컬러가 가장 위로 둥둥 떠오르는 듯 산뜻한 느낌이다. 데뷔 초부터 캐릭터를 독특하게 잡아야만 살아남을까 말까 싶은 중소회사 기획들과는 달리, 그냥 듣기 좋은 팝을 만들어도 우린 잘 될 거라는 YG 자체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데뷔 전 수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그렇게 노출을 하고 나서 나온 앨범임에도 맥락이나 서사가 배제된, 상대적으로 색이 없는 쪽에 가까운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아이와 바비는 이미 뚜렷하게 알려진 것에 비해서도 비중이 너무 크다고 느껴지는데, 그만큼 다른 멤버들의 색을 더 드러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허해'를 만든 게 두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가지만, 그래서 "아이콘"의 색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Welcome" 다음 "Back"이 붙은 건 신인 아닌 신인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셈이니 '처음'이라고 고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4K
날라리
조은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1일

   

홍보문구가 '음악 천재' 등 좀 오글거리긴 하는데, 노래 자체는 대단히 신나고 좋다. 클럽 음악을 공중파 무대로 가져오는 시도들 중에 꽤 성공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지난주 〈뮤직뱅크〉를 보니 두어 팀을 제외하곤 전부 교복을 입었던데, 이 곡으로 교복 입는 그 모든 팀들 중에 24K만 갖는 고유영역이 생긴 것 같다. 2012년에 데뷔한, 생각보다 오래된 그룹이다. 올봄에 활동한 '오늘 예쁘네'보다도 더 힘을 준 것이 '아, 이번에야말로' 하는 마음이 든다.

몇 번 말한 적 있지만, 스스로 직접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Authentic'함이 성립되고 그걸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음악가가 다 직접 모든 걸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좋은 곡, 멋진 곡을 잘 고르고 그것을 소화하는 것도 엄청난 능력을 요구하는 법이다. 물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보이밴드가 계속 생기고 그게 여러모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과정 이상으로 중요한 건 좋은 결과다. 수많은 레퍼런스나 스테레오타입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 다소 과격한 믹싱이나 악기 배치 등 이 앨범은 귀를 금방 피로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가사와 콘셉트까지 세니까 피로는 더 증가하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센 앨범.

투포케이는 2012년 데뷔한 나름 관록의 그룹인데, 그에 걸맞은 노래가 없어 인상이 흐린 편이었다. 타이틀곡 '날라리'는 금년 들은 아이돌 노래 중 수위권에 드는 흉포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곡으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형성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랩이 곡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상당한데도 가사가 밋밋하게 쓰여져 있어 상대적으로 듣는 맛이 덜하다. 품위를 잃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재밌는 이야기를 넣으면 좋으련만.



풍뎅이
삐삐빠빠
도마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풍뎅이는 정말 숨은 강자다. 크레용팝이 히트한 뒤 수많은 소규모 기획사들이 '빠빠빠'만큼 웃기고 귀여운 노래와 그룹들을 선보이려 했지만, 그 이상을 지향하고 성취하는 과정인 건 지금까지 풍뎅이뿐인 듯. 일단 전국 방방곡곡 어느 무대나 행사장을 가도 주눅들지 않을 것 같은 멤버들의 애티튜드는 공중파보다는 아프리카 BJ의 감성인데, 그것의 발산에 거리낌이 없다. '배추보쌈'부터 선보인, 브라스로 레트로한 느낌을 주려는 시도도 이번 '삐삐빠빠'에선 더 강화됐는데, 단순히 서브컬처 팬들을 겨냥한 괴작의 연장선이라고만 보기엔 노래가 너무 좋다.

이젠 멤버의 이름이 빨강, 파랑, 노랑인 것으로는 더 이상 평자를 놀라게 할 수 없는 풍뎅이의 싱글. '삐삐빠빠'를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아무리 콘셉트가 특이하고 그 디테일이 정교하게 잡혀 있더라도 곡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이다. 덤으로 투아이즈에 이어 또다시 '삐삐'를 모티프로 차용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아이돌계의 기획자들이 어느 정도 연령대인지를 짐작게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검은별이랑 바베크 탐정도 나오겠네. "안개 속의 바람인가 / 검은 별~검은 별~검은 별~검은 별..."



옴므
울지 말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2일

   

〈아육대〉 나가는 듀오 (응원 구호는 "옴므도 아이돌이다"였다) 옴므가 새 노래를 발표했다. 옴므의 매력은 현실밀착형 가사와 멜로디에 흐르는 약간의 '뽕끼'라고 생각했는데, '울지 말자'는 이전의 옴므 히트곡들보다는 뽕끼가 빠져 편안한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 "우린 사랑보다 중요한 게 많아 너무 아프지만 너도 그렇잖아" 같은 가사는 텍스트로 볼 때부터 너무 좋았는데, 뒤이은 "울지 말자 울지 말자"의 도약 발판으로 쓰기엔 아까운 펀치라인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옥 주택에서 찍은 뮤직비디오가 참 예쁜데 누구 작품인지를 모르겠다. 파인트 글래스에 담긴 우유와 빵 한 쪽에서 킨포크 느낌일 것처럼 시작했다가, 좋았던 시절과 이별의 순간이 교차되는 편집이 멋스러웠다. 댓글란의 외국 팬들도 집이 예쁘다는 코멘트가 많던데. 빅히트와 자주 작업하는 룸펜스일까?

아이돌... 입니까? 어쨌든 '우리는 멋진 남자야'라고 말하는 특유의 가사 톤이나 2AM, 에이트의 연장 선상이었던 옴므 특유의 발라드 톤은 여전하다. 오히려 전보다 아주 조금은 담백해진 것 같기도 하다.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발라드 넘버가 아닐까 싶다.



핫티즈
핫티즈 1집 미니앨범
솔레이노
2015년 10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이름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이 음반에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대체로 노래 실력은 평범한데 프로덕션이 엉망인 팀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막상 들어보면 선입견과는 정반대여서 꽤 놀란다. 훵크 기조로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밤밤밤'은, 심벌과 탐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기세 좋게 밀어붙이고, 군데군데 꽤 좋은 취향의 화성도 선보인다. 깊은 생각 없이 만들어진 신인들이 종종 범하는, 아무도 몰라주는 그룹 이름을 강조한다든지, 유행어를 섞어 넣는다든지 하는 것과는 분연히 거리를 두는 자존심도 좋다. 좀 더 짜릿한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 것도 같고, 훅이 다소 약한 점도 조금은 아쉽지만, 이 역시 '훵크니까!'라는 자존심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후렴 뒤의 훅으로 배치된 랩은 너무 맥빠져 옥에 티. 함께 수록된 '왜 모르니'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를 연상시키는 보다 가요적인 곡인데, 보컬의 약점이 너무 잘 노출된다. 아니나 다를까 어벤전승의 곡인 '밤밤밤'은 꼭 들어보길 권한다. 아울러, 음악 덕후라면 인스트루멘탈 두 곡이 각각 2번과 4번에 수록된 이 음반의 트랙 배치도 인상적일 것.



지라이즈(Geerisz)
Only You
스타킴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7일

  

노래 파트의 멜로디와 진행은 통속적이지만, 어찌 되었든 도입부부터 일관되게 EDM의 냄새를 풍기려 한다는 점에서 만드는 쪽이 자신의 취향과 상업성 양측을 모두 안배했다고 본다. 다만 그러한 연유로 곡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심해졌다. 세게 나갔다면 컬트한 매력이 생성되었을 것이고, 멜로디의 통속성을 강조했다면 쉽게 잊혀질지언정 부담감이 덜한 곡이 되었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아쉽지만 데뷔 싱글이니 다음을 기약해본다.



태연
I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7일

   

"I"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아이돌_그룹의_메인_보컬이_솔로데뷔에서_흔히_저지르는_실수.txt’ 파일을 미리 예습이라도 하고 온 듯한 모범생적 영민함이다. 흔히 모그룹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색다른 면모나 자신의 팔색조 매력을 어필하다 자멸하기 십상인 이 프로젝트에서, 앨범은 가장 높은 성공도의 안전한 카드를 택한다. 흥행성과 대중성 모두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태연의 보컬이 가진 매력과 폭발력을 극대화할 것. 수록곡의 일견 면면이 다양하면서도 통일성을 잃지 않는 건 앨범이 오직 그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시감 넘치는 곡조 안에서 쉴 새 없이 변하는 음색을 버드아이뷰로 끈질기게 관조하는 타이틀곡 ‘I’와 태연의 보컬이 가진 감정과 기술의 극한을 매 순간 시험하는 ‘U R’는 그 목적과 욕망, 재능이 삼위일체를 이뤄내는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한 2년 전부터 나는 사적 공간에서 태연의 아레나 록 솔로가 나와야 한다고 중얼거리고 다녔다. 마치 코러스 이펙트를 건 듯한 풍성한 음색이 장렬하게 뻗는 사운드에 근사할 것이기 때문이고, 그런 걸 하면서도 귀염성 있는 이미지를 전혀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 따위야 중요치 않지만, R&B 디바가 일렉트로-록 뮤지션과 콜라보하는 흔한 패턴의 질감을 띤 'I'는 제법 반가운 시도다. 록을 기조로 한 곡풍도 그렇지만 케이팝적인 완급조절에 의해 구축되는 록적인 기승전결도 그럴듯하다. 무엇보다 공간감 깊은 보컬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커다란 스케일을 뿜어내는 것이, 전술한 태연 보컬의 장점들을 멋지게 부각한다. 보컬의 리듬과 템포의 조화가 때로 조금 어정쩡하게 급한 인상을 남긴다든지, 보아를 직접적으로 환기하는 부분들이 곳곳에 있다든지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음악적 욕심을 부려볼 통로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태연에게는 좋은 곡이 되었다고 본다. 역시 큰 스케일의 발라드인 'U R'을 거쳐 '쌍둥이자리'와 '스트레스'가 R&B 보컬리스트로서의 기교와 특유의 찰진 표현력을 잘 보여주고, '먼저 말해줘'에서는 '들리나요'를 비롯한 태연에 대한 일반적 기대치를 만족시키면서도 훨씬 어른스러워진 무드를 전한다. 태연이 가진 가능성을 정직하게 타진해 보여주는 음반. 사람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모범생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멜로디데이
Speed Up
뷰가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7일

   

'Speed Up' 도입부에 자꾸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Conga'가 들리지만, 어쨌든 '#LoveMe' 다음으로 등장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세련된 넘버다. 여은의 보컬이 확 튀는 순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게 긴장을 주면서 더 매력으로 다가온다. 듣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조금만 더 강한 순간이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함께 있는 두 곡이 타이틀곡만큼 좋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뒤의 트랙에서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Hallo'의 시원한 보컬과 'Want U Bag'의 디테일한 전개는 타이틀곡 이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가요 프로에서 처음 보고선 필자의 눈을 의심케 했던 충격의 싱글. 멜로디데이가 춤을 춘다, 그것도 네 명 다! 'Speed Up'에서 높이 살 점은 단순히 그룹 전통에 배치되는 파격성을 선사한 것뿐만 아니라, 곡의 짜임새가 타이트해서 듣는 이를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다. 애시드한 배경음에 훵키한 보컬 멜로디, 여기에 적절한 비트가 중첩되면서 곡은 감칠맛 덩어리가 된다. 후렴구에서 빵 터지는 카타르시스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백독이 불여일문, 글을 읽는 이 모두가 어서 이 곡을 들어보자.



더스타즈(The Starz)
그대가 좋아요
신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8일

  

후렴이 슈가의 'Shine'을 연상시키는 것 외에는 도입부부터 너무나 저예산 사운드인 점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니 마음이 아프다. 사실 보컬 자체는 그런대로 무난한 가운데, 약간 뻣뻣한 것이 아이돌적으로 괜찮게 들리는 부분들이 섞여 있다. 이를테면 브리지의 랩은 잘하는 것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살려낼 수도 있었던 것이다. 편곡이 다소 나이브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남들이 트렌디하다니까 마구잡이로 가져다 쓴 사운드보다는 정통파 댄스 가요에 가까운 소박함이 밉지 않다. (물론 그것이 임팩트를 남기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마이킹부터 마스터까지 모든 것에 문제가 있는 듯한 사운드는, 사장님이 직캠을 그만 보시고 제대로 된 음반을 들으며 벤치마크를 하셔야 할 것 같다.



빅플로
Incant
에이치오 컴퍼니
2015년 10월 8일

   

여태 난장의 포텐셜만큼은 잘 보여주면서도 조금씩 균형감을 실험하던 빅플로인데, 이번에는 드디어 포인트를 확실하게 잡아냈다. 그리곤 이를 음반의 첫 세 곡 연달아 마음껏 풀어놓는다. 'Obliviate', '친구들 다 불러', '털어놔'는 브로스텝의 ADHD 같은 면을 증폭해 K로 포장해낸 난장판이다. 케이팝계에 이런 곡들이 왜 이제야 나왔는지 원망스러울 정도. 'Obliviate'의 후렴 도입부를 비롯해 간혹 좀 더 폭발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들이 있지만, 워낙 찰나도 놓치지 않고 뭔가를 채워 넣어 자극하는 9분간이라 아쉬움은 그다지 없다. 그런 뒤에 90년대풍 패드와 함께 '듣기 싫어'로 급격히 떨어지는 흐름도 매력 있다. 블락비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순간들도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랩의 재미가 두드러지는 순간은 딱히 없다는 점일 것이다. '부족한 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빅플로에게는 더 아이돌적인 방향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활로는 아닐까 하는 망상도 해본다.

곡명이 'Obliviate'라 이거 조앤 K. 롤링에게 소송당하는 거 아니야 생각했는데, 이미 아이유가 3집에 동명의 곡을 발표했네. 뮤직비디오는 귀여운 백골도 나오고 김 나는 플라스크도 나오는 등 적당히 주술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지만, 이미 추억이 된 스피드'Zombie Party!'도 그렇고 '팬시한 음산함'을 표현하려고 '랄라라라라라 헤이' 같은 추장 소리를 반복하는 곡에 좋은 평가를 주고 싶진 않다. 이런 스타일의 곡이 그렇듯이, 멤버의 매력이 흥망성쇠를 좌우할 듯.



오마이걸
CLOSER
W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8일

   

작년부터 러시하기 시작한 청순소녀계 아이돌 중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팀이다. 데뷔곡 'CUPID'가 워낙 훌륭했고, 그에 비해 활동 기간은 별로 길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나올 음반을 꽤나 기다렸다. 'CLOSER'을 타이틀로 고른 데에선 같은 회사의 선배 아이돌 B1A4의 '걸어본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갑자기 힘을 죽 뺀, 고의로 임팩트가 적은 듯한 곡을 골라서 타 그룹들과 차별화했던 전략이 떠오르기 때문. '걸어본다'의 그런 선택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보답 받았었는데 'CLOSER'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곡 자체는 요즘 노래보단 이천 년대 초반 공간감을 강조하던 '몽환' '메르헨'류의 가요들의 느낌이 난다. 미니홈피 BGM으로 인기 있을 법한, 러브홀릭이 구현하던 그런 튠. 덧붙여, 전작 'CUPID'에서도 느꼈지만 영어 딕션을 차지게 잘 소화해서 매력적으로 들린다. (멤버들이 모두 국내 출신인 팔도돌이던데, 디렉팅의 힘인 걸까?) 특히 미미의 랩은 보통 청순소녀계 아이돌에 기대하게 되지 않는 '간지'가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거대한 먹구름 같은 신스가 음정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깔려 몰아치는 'Closer'. 팝 시장의 솔로 가수였다면 좀 더 좋게 들렸을 것이다. 곡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댄스곡인지 아닌지가 지나치게 애매하다는 것이고, 그 상당 부분은 청승이 담긴 멜로디를 지나치게 리리컬하게 연출한 보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감하고 신선한 시도지만, 걸그룹 곡으로서의 그럴듯함과 감성의 전달 양면을 잡아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인상적인 것은 이후의 수록곡들로, 전체적 그림은 '보통 걸그룹 팝'에 맞춰져 있음에도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케이팝을 구사한다. 분명 아주 새로울 것 없는 요소들을 조합했음에도 너무나 참신하다. 우아하게 비틀린 작편곡의 성숙미가 저연령 음색의 보컬과 충돌하면서 쏟아지는 부산물들을 꼼꼼하게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트라이어드 화성을 툭툭 짚어대는 보컬과 약 올리듯 꼬아 놓은 리듬이 매혹적인 'Say No More'는 온몸을 바쳐 추천하고 싶은 곡.

이번 회차의 추천작

흥행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마이걸은 좋은 곡과 좋은 콘셉트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소녀들의 등장 사이에서 여전히 소녀이되 그들과 비슷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좋은 곡이다. 다른 수록곡은 타이틀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면적으로 내세운 콘셉트와 분위기는 경쟁력을 보여준다. 특히 안무는 걸그룹 안무가 가지는 미덕을 고루 챙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찍은 버전은 개인적으로 꼽는 올해의 걸그룹 영상 중 하나.

그룹의 시각적인 콘셉트는 에이핑크, 여자친구, 러블리즈의 노선을 취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이들과 완전히 달라져 버린 오마이걸. 'CLOSER'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에코 듬뿍 친 북구(北歐) 분위기로 점철된 곡이다. 사실 노래 자체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들린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몽환적인 대기를 형성해 멤버를 돋보이게 하는 곡임은 분명하므로 이들의 전략이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안무가 곡의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섹시한 것도 인상 깊고.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H.O.T. 19주년 : 2nd Listen
  2. 1st Listen : 2015년 9월 중순
  3. 1st Listen : 2015년 9월 하순
  4. 1st Listen : 2015년 10월 초순
  5. 1st Listen : 2015년 10월 중순
  6. 1st Listen : 2015년 10월 하순
  7. 1st Listen : 2015년 11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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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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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띠용

    “흥행성과 대중성 모두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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