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업텐션, 에이스, 준호, 씨엔블루, 비비디바, 아이콘, 다이아, 하트비, 슈퍼주니어, 노지훈, 아율, 종현, 트위티, 제국의아이들의 신보를 다룬다.
오요: 틴탑과 백퍼센트를 기획한 티오피 미디어의 한결같은 취향이 물씬 묻어난다. 다만 업텐션이 틴탑, 백퍼센트와 다른 점이 (인원수가 훨씬 많다는 점 외에) 무엇인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타이틀 곡 '위험해(SO, DANGEROUS)'는 백퍼센트의 곡들과 ('Want U Back', '심장이 뛴다') 별반 다르지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 그 외의 수록곡 '그대로(Come As You Are)', 'Never Ending' 등은 틴탑 앨범에 실렸어도 별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유제상: 그룹 이름에도 표기되어 있듯이 무려 열 명이나 되는 멤버 수를 자랑하는 신인그룹 업텐션의 데뷔 EP. 거칠게 말하면 이미 작년부터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신기할 거 하나도 없는 엑소 워너비 그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인스트루멘탈 하나 없이 여섯 곡으로 꽉꽉 차 있고 타이틀 '위험해(SO, DANGEROUS)'가 시류를 잘 따르고 있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참고로 뮤직비디오는 CG 같은 멤버들의 외모, 순간이동 등 중국 삘 충만한데, 그 이유는 아마도...
유제상: 노래, 코디, 안무의 조악함이 삼위일체로 제시되는 4인조 여성 그룹 에이스의 데뷔 싱글. '빠졌어'는 근래 본 어떤 그룹의 뮤직비디오보다도 filthy한데 그건 아마 만드는 측이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보자!'고 작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조악한 노래가 곁들여지니 filthy한 느낌도 UP, UP! 흥미로운 점은 만듦새가 엉성하면 아무리 섹시해 보이려 해도 보통 헛웃음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쪽은 야한 분위기만큼은 제대로 구현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직비디오는 한 번쯤 볼 필요가 있다.
미묘: 다소 대중없게 들리는 점은 있으나 베스트 앨범이란 측면에서 이해할 만하다. 일본에서 발매한 곡들답게 보다 장르적 색채가 강해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들리는 구석들이 있는데, 그런 것이 이 음반 수록곡들의 매력이기도 하다. 보컬과 곡의 조화에서는 곡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다고 해야겠으나, 그만큼 잘 어우러지는 곡들은 준수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그런 두 가지가 만나는, 즉 케이팝에서 흔치 않은 질감의 곡과 보컬의 조화가 이뤄지는 순간들이 특히 앨범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순간들에 선명하게 인상을 남긴다. 이를테면 밀어붙이는 첫 세 곡 'Fire', 'So Good', 'Don't tease me'와 클로징 'believe' 같은.
오요: 사실 JYP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훌륭한 음악을 내놓아 왔다. 그러나 뛰어난 퍼포먼스에 가려 그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음악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는 듯하여 아쉬웠다. 다시 말해 '각 잡고' 듣고 나서야 '어, 이 팀이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팀이었나!'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준호의 솔로 베스트 음반도 그런 경우다. 특히 일본에서 발표했던 곡들을 한국어로 개사하여 모은 앨범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 준호가 일본에서 이렇게 좋은 음악으로 활동했었나!' 상쾌한 후렴구와 다분히 제이팝적인 브라스 섹션, 여유로우면서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준호의 보컬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타이틀곡 'Fire' 다음, 2PM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가져온 'SO GOOD', 'Don't tease me'가 이어진다. 정석에 충실한 R&B '눈을 감고'와 난데없이 등장하는 붐뱁 스타일의 'GOOD LIFE 4 ME'까지, 솔직히 말하자면 미끈하고 세련된 팝과는 거리가 있는 곡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Pick!을 주는 이유는 이 음반 전체에 걸쳐 준호의 에너지가 흘러넘치기 때문이고, 그건 모든 것이 빈틈없이 짜 맞춰져야만 하는 케이팝 세계에서 너무나도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김영대: '신데렐라'의 간결하고 담백한 구성은 언뜻 의아하다. 초반에 감정을 응축시켰다가 후렴에 작심한 듯 쏟아내는 예전의 작법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하지만 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Can't Stop'과 전방위적인 팝 뮤지션으로 거듭난 정용화의 솔로 앨범을 함께 떠올리면 납득이 가는 방향 설정이다. (사실 팝 밴드로서의 잠재력은 'Feeling'이나 'In My Head' 등 일본 발매 싱글들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지만 타이밍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모처럼 팝을 전면에 표방한 앨범답게 장르나 접근법 모두 다양하고, 결과적으로 현 씬에 걸맞은 모습이다. '숨바꼭질'에서는 진부한 후렴을 배제하고 트렌디한 브라스 그루브에 자연스럽게 선율을 붙이기도 하고, 복고풍의 'Catch Me'에서는 정용화의 전형적인 코러스 멜로디가 두툼한 텍스쳐를 과시한다. 음원과 편곡에서 노골적으로 변신의 의도를 드러낸 'Domino'의 시도는 차라리 반갑다. 다음엔 패션 피트(Passion Pit)나 M83과 같은 음악을 기대해도 될까?
미묘: 본시 록의 언어와 가요의 언어가 다르고 아이돌 혹은 댄스의 언어가 또 다른 법. 그 극복하기 쉽지 않은 간극 속에서 이 음반은 한 발을 내딛는다. 그것은 몇몇 트랙이 '댄스음악에서 듣던 그런 것들'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어프로치의 질감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특별히 록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욕보다는, 어쨌든 록이란 옷을 오래 입어 익숙해진 뒤에 가요적 요소를 '다시 찾아온' 듯한 양상이다. 덕분에 어떤 곡은 과거의 록밴드 출신 가요처럼 낡은 느낌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게 팔려'라는 꽁기꽁기함보다는 자연스러움으로 작용한다. 이 음반의 가요성이 통속적 어필 수단이나 하이브리드 요소로서의 '에지'보다는 차라리 '소박한 것'에 가깝게 들리기도 한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
미묘: 극장 공연형 아이돌이라 하여 기대했던 비비디바가 드디어 데뷔했으나, 소식통에 의하면 지금은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데뷔곡은 메이드복과 "서비스, 서비스!"로 가득한 아니메 친화의 기조 아래 초기 걸스데이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를 담아냈다. 작정한 제목을 작정하고 반복하는 것을 핵심 뼈대로 잡고 있는데, 그것이 소위 전파계의 정신없는 매력과 속 시끄러움 사이에 곡을 걸쳐 놓는다. 잔뜩 쏘아대는 사운드 역시 이에 한몫한다. 보컬이 탁월하다고 말할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각각의 프레이즈에 적확하게 연출된 음색과 창법을 선보인다. 즉 이 곡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의도에 충실하게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만큼을 해내는 것도 공으로 이뤄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문제는 바로 그 의도한 바인데, 일단 가정에서 감상용으로 듣기에는 조금은 버거운 지점이기도 하다. 현장에서의 파괴력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인데, 빠져들게 만드는 힘과 빠져든 뒤에 헤매게 만드는 힘은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남는다.
유제상: 여성 5인조 그룹 비비디바의 데뷔 싱글. 'Service(서비스)'는 아이돌의 범주를 벗어나, 가요 전체를 따져도 보기 드문 미니멀한 곡이라 취향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좀 당황스럽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테마랑 비슷하다고나 할까(특히 곡이 별 암시 없이 뚝 끊기는 점이 비슷). 뮤직비디오에는 다양한 시각 이미지가 혼용되어 있다. 메이드복, 토끼 귀, 전대물 컬러, 마리텔 말 주머니, 최희 닮은 멤버, 주니엘 닮은 멤버...
조성민: 어떻게 하면 성적인 코드들을 최대한 그럴듯하고 귀여워 보이게 포장해서 내놓을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물은 너무 뻔하고 저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곤 하는데, 성 상품화는 노출의 수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메이드복에 토끼귀 머리띠와 같은 서브컬처 아이템들부터 '입술이 술이'에서 소주잔을 들이키는 동작까지 철저히 극소수 남성 팬층의 취향만을 고려한 이 작품은, 동시에 한없이 단순하고 백치미 넘치는 여성상을 연기해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완성된 어떤 판타지는 성적인 메시지 외에는 아무 것도 담겨있지 않은, 심지어 최소한의 음악적 쾌감조차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것을 그저 몇몇 소수의 청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어떤 예민함이라고 몰아갈 수도 있겠지만, 어쩌랴, 그 예민함에 대항할 뾰족한 컨텐츠가 이 싱글 어디에도 없는 것이 사실인 것을. '공연형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너무 부족해 보이는 멤버들의 실력 또한 문제라면 문제겠다.
김영대: 심심한 첫인상이 무난한 익숙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와 같은 랩메이킹이나 보컬 라인은 군더더기 없지만 동시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 다분히 공식적이다. 매끈함이 돋보이는 사운드는 취향의 '저격'용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매력에 더 어필하는 느낌이고, 그래서인지 왠지 업템포의 후속곡 혹은 리믹스 트랙과 커플링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보컬과 랩 모두에서 특별한 기교나 색깔을 과시하지 않는, 역설적으로 이 팀의 정규작에 대한 예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흥미롭다.
김윤하: 너무 오랜 기다림을 생각하면 제목부터 노래까지 다소 허무해지는 게 사실이지만, 다시, 데뷔 앨범 전의 워밍업 싱글이라는 점과 썩 훌륭한 차트 성적을 생각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건 또 뭔가 싶다. 노래는 위너의 ‘공허해’, 빅뱅의 ‘LOSER’ 등 최근 YG가 내세우고 있는 ‘김 빠진 콜라’ 라인의 뒤를 차분히 즈려 밟으며 신인다운 패기 대신 느긋하고 여유 넘치는 자세를 고수한다. 혀끝에 달달하게 맴도는 뒷맛을 아쉽게 곱씹으며 이것이 대기업의 영업 비밀인가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아직도 한참이나 목이 마르지만 말이다.
미묘: 한가롭게 쿨렁이는 맑은 기류가 매력적이다. 때론 걸쭉하게 때론 쨍하게 변화하는 보컬들이 각 멤버의 소개를 충실히 해내면서도 '스트릿' 느낌의 생동감도 흠씬 살려낸다. YG 본연의 포지셔닝과 포스트 빅뱅 세대가 갖는 품격, YG가 지향하는 '에지'와 YG적 대중성 사이에서 모범적인 균형점을 찾아낸 듯하다. 웜업 싱글이니 섣부른 판단은 곤란하겠지만 좋은 출발이다. 다 떠나서 그저 느긋하고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오요: 〈WIN〉-〈믹스앤매치〉(-〈쇼미더머니〉)를 거치면서 쌓인 멤버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취향저격'은 흠잡을 데 없는 싱글이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으레 신인 '아이돌'에게서는 여유와 관록보다 넘쳐나는 활기와 파릇파릇함을 기대하기 때문일 테다. 물론 '이런 아이돌도 있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온갖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데뷔 희망고문'에 시달린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쪼록 데뷔 음반을 기다린다.
유제상: 멤버 참 많다는 생각부터 들게 한 YG발 7인조 남성 그룹 아이콘의 싱글. 이들의 데뷔 전 이야기는 평자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고... 사실 평자는 이들이 악동뮤지션 계열의 잔잔한 노래를 들고 나와서 적잖이 놀랐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밍숭맹숭한 노래를 불러서 어쩌나 싶기도 하고. 다만 멜로디의 기조는 최근 YG산 노래의 우울함을 닮아 있고,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다른 건 몰라도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최근 YG의 행보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미묘: 이러니저러니 해도 티아라의 뽕끼에 폭발력이 있었던 것은 나머지 요소들이 현재성을 확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90년대 가요를 애매하게 가져오는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그저 낡게 들린다. (커버아트도 마치 스티커 사진 프리셋처럼 보인다.) 특히 '왠지'를 비롯한 몇 곡은 90년대에 듣던 모든 것들을 본격적으로 재현한 나머지 당시의 인테리어를 한 까페에서 흘려 들어야만 할 것 같은 질감마저 되살려낸다. 그리고 그 속엔 이제는 모두가 개선해낸 약점들마저 고스란히 남아있다. 추억팔이 외에도 노림수나 의도가 있을 것만 같지만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유제상: 포화상태이다 못해 이제 경쟁자가 차고 넘쳐 헬이 되어버린 소녀소녀한 걸그룹계에 투입된 7인조 걸그룹 다이아의 데뷔 앨범. 타이틀 '왠지(Somehow)'는 최근 들은 그 어떤 곡보다도 90-00 정서가 넘쳐 흐른다. 앨범은 인스트루멘탈까지 포함해 11곡이나 들어 있어 볼륨상으로는 합격이지만, 그 내용은 근 10여 년간 흩어진 가요의 편린들을 짜 맞춘 것에 가깝다. 이는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도 동일하다(그 촬영 장소가 세계 문화의 콜라주인 홍콩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이러한 일련의 전략이 매력 요인으로 다가오는지 단순히 혼란만을 가중시키는지는 멤버들이 발산할 매력에 달렸기에 일단은 이들에 대해서 판단유보한다.
조성민: 막연히 '리틀 티아라'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나와버려서 왠지 맥이 빠졌다.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뽕끼는 확실히 티아라의 것이다. 티아라에서 처연함을 덜어내고 로우틴을 의식한 듯한 요소들을 가미해서, 결과적으로는 티아라보다 좀 더 아이돌다운 그룹이 나왔다. 티아라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티아라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티아라와의 비교를 제외하면 딱히 특별한 코멘트를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앨범에서도 티아라 얘기를 하게 되지는 않길 빌어본다.
김윤하: 이 정도라면 ‘발라드 아이돌 그룹’이라는 수식에서 ‘아이돌’을 떼어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라디오 에어 플레이 강자 지아를 첫 파트너로 정했던 과거나, 역시 라디오를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수호를 프로젝트 디렉터로 내세운 점 역시 이들의 지향점을 분명히 한다. 눈에 띄는 차트 순위나 화려한 외양보다는 편안한 ‘라디오 팝’을 정체성으로 내세운 수록곡들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BGM으로 사용하기에는 꽤 괜찮은 퀄리티를 담보한다.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는 따스한 발라드 ‘넌 꼭’이나 예상한 지점에서 예상한 꼭 그대로 전개를 보여주는 ‘다 그런거래’ 같은 노래들. 치명적으로 평범하지만 차마 싫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런 노래들이다.
미묘: 슈퍼주니어의 음악이 갈수록 어른스러운 방향으로 근사해지고 있는 가운데, 'Devil'이 이 새로운 옷에 기존의 떠들썩한 매력을 맞춰보고자 했다면 'Magic'은 조금 다른 곳에서 교섭점을 찾는다. ('쟈니스 계통'으로도 이야기되는) '청년의 목소리'다. 보컬에 다소 멋을 부렸던 셈인 'Devil'에 비해 'Magic'의 보컬 트랙은 단련된 보컬리스트들의 내추럴한 모습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색채에 집중한다. 사근사근하게 흐르다가 화사하게 터지는 곡의 흐름도 이와 썩 잘 어울린다. 두 번에 걸친 스페셜 앨범은, 슈퍼주니어라는 과소평가 그룹의 음악적 성장 과정에서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예능적 매력과 아이돌 보이그룹으로서의 매력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새로워진 맥락 속에 위치시키는 작업이라고 봐도 좋겠다. 슈퍼주니어가 어디까지 갈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충실하게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성민: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목소리도 까먹을 뻔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무척 듣기 좋은 앨범. 셀프 프로듀싱의 장점을 극대화 시킨 듯, 모든 곡이 노지훈의 목소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이 무척 좋게 들린다. 자신의 보컬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만든 자작곡은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이돌 자작곡에서 흔히 발견되는 순간순간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고, 보컬 멜로디 라인부터 편곡까지 허술하지 않게 꼼꼼히 채워나갔다는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도 악기가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 충실해 있다는 점이 영리하게 느껴진다. 아우트로에 배치된 지난 싱글 '너를 노래해' 역시 이 앨범 안에서 더 매력적으로 들릴 정도.
미묘: 적당한 온라인 게임의 로딩 화면에 흐를 것 같은 음악에 딱히 달라붙지 않는 보컬의 믹스가 조금 저렴한 공기를 만든다. 그런 점을 포함해, 아이돌 혹은 메이저 가요와 트로트의 지평이 갈리는 것은 멜로디의 색채나 장르적 요소보다는 정서적 질감이란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싱글이다. "여봉봉"을 비롯해 '미칠 것 같은' 가사와 표현이 가득한데, 그중 일부는 얼핏 아이돌적인 애교처럼 보이나 실은 아이돌과는 다른 차원의, 트로트적 접근에서만 가능한 '수위 높음'이 있다. 정서적으로 어디까지가 아이돌로 들릴 것인지, 음악적으로 어디부터가 아이돌로 들릴 것인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유제상: 올해 2월 '내가 먹여 살릴게'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곡으로 솔로 데뷔한 전 LPG 멤버 아율의 두 번째 싱글. 첫 싱글도 그렇고 꾸준히 애교 콘셉트로 가고 있는데 이게 자연인 박서휘와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뮤직비디오는 파노라마 VR로 되어 있어 해상도에 비해 화질이 좋지 않은 편. 뿌옇게 나오니 평자가 녹내장 걸린 줄 알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파노라마 VR이 신기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김영대: '하루의 끝'을 계속 들으며 살짝 놀라움이 느껴졌다. 발라드라는 장르는 전문 작곡가의 작품에서도 클리셰를 피해가기가 어려운 법인데, 이 곡에는 이상하게도 진부하다고 여겨질 만한 곳이 적다. 예상 가능하다 싶은 곳에서는 살짝 비틀어지고, 또 과하다 싶은 곳에서는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아는 것은 배움보다는 타고난 센스 때문일 것이다. 창법적인 면에서 감정의 굴곡이 지나치다는 느낌은 있으나 결코 고루하지 않은 테크닉으로 훑어낸다. '산하엽'은 한술 더 떠서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시피 한 마이너 화성에 신기하리만치 개성 있는 멜로디로 대응한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그간 주력으로 삼아온 레트로 소울이나 훵키 넘버들을 제외하고 이 두 곡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히 들어볼 가치가 있다.
김윤하: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특정 코너에서 파생한 앨범이라 쉽게 치부해 버리기는 아쉽다. 그때그때 만들어진 곡들의 특성상 정규 앨범이 지닌 완성도나 응집력에 비하면 다소 헐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종현이 그만큼 다양한 분위기와 멜로디, 비트를 자유자재로 매만질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산하엽’에서 ‘Happy Birthday’, ‘미안해(I’m Sorry)’로 이어지는 축축하고 어두운 무드의 삼연작은 발라드, 재즈, R&B 등 각 장르를 넘나들며 종현의 보컬이 가진 가장 돋보이는 부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종현 특유의 극적이고 과장된 표현 방식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라도 이 정도라면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깊은 밤, 어두운 방 안에서 이어폰을 사용해 들어보기를 권한다.
조성민: 이소라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언제 어디에서 꼭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앨범. 필자의 경우에는 그게 늦은 저녁 집에 가기 전 잠깐 멈춰선 작은 스탠딩 카페인데, 어떤 식으로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또 다른 새로운 영감을 주고 상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훌륭한 작품이라고 본다. 단순히 들을 사람을 의식하고, 들을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앨범이 아닌, 듣는 사람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앨범. 어쩌면 우리는 꽤 근사한 뮤지션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미묘: 기본적으로 '조금 다른' 아이돌 곡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은 호평하고 싶다. 우울한 감성에 고혹적인 무드를 더하겠다는 의도는 소규모의 신인 걸그룹에게는 새롭고, 비록 이에 동원된 구체적 편곡 요소들이 대단히 새로울 것은 없으나 의도에 따른 정통적인 선택들이 이뤄진 편이다. 하지만 이 곡이 '새롭게' 들리는 것에는, 슬프게도 전체적 만듦새의 엉성함이 더 크게 기여한다. 후렴은 어수선하여 중독적이거나 유혹적이지 못하고, 전개부는 기대감을 높이기엔 비어 보이며, 보컬 솔로는 호소력 있다기에는 너무 생목소리라 차라리 비명처럼 들린다. 전체를 관장하는 믹스에 정돈과 컨트롤이 매우 부족한 것도 크게 한몫한다. 욕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유제상: 음원을 재생하자 나오는 것은 캐스커의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다소 조악한 품질의 하우스 음악. 걸그룹 노래라고 생각한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곡이지만, 어찌 되었건 프로의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결과물이므로 감상용으로 듣기는 어렵다. 그럼 멤버들의 춤사위를 보아야 할 텐데 아직 유튜브엔 영상이 없네. 그나저나 분명 데뷔할 땐 4인조였던 것 같은데 커버엔 왜 3명만이?
미묘: 타이틀 'Continue'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아이돌의 활동곡으로서는 꽤나 드문 풍이다. 미드템포에 로킹한 사운드를 담아 아련하게 뻗는 웅장한 곡인데, 멜로디 파트들의 화성은 보다 직접적인 감정 호소를 담보하도록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조금 J하게 들리기도 한다. 누가 보아도 곡의 의도는 후일을 기약하는 감동적인 피날레일 텐데, 이를 압도적인 기세로 만들어내지는 않는 부분이 음악적으로야 약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서서히 끌고 올라가는 느낌으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은 곡을 후렴에서 고음부터 치고 나오는 부분을 비롯해, 조금은 비어 보이고 조금은 오글거리는 그런 가벼움이 제아답기도 하다. 시대의 명곡 반열에 올리자는 게 아니라면야, 활동의 맥락 속에서 팀의 컬러를 은근히 살려낸 배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성민: '숨어서 듣는 노래'로 악명(!)을 떨쳤던 데뷔곡 'Mazeltov'를 포함한 제국의아이들 대표곡들이 포함된 베스트 앨범. 타이틀곡인 'CONTINUE'를 마지막으로 배치해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지만, '강한 긍정은 부정'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국내 남자 아이돌 중에 군 복무 이후에도 팀 활동을 이어나간 케이스가 다섯 손가락에도 채 꼽히지 않다 보니, 사실상 고별 앨범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한 그룹의 베스트 앨범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의아할 정도로 산만한 트랙 구성이 신경 쓰이지만, 팬들에게 의미 있는 앨범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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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plies on “1st Listen : 2015년 9월 중순”
러블리즈 싱글 리뷰 볼려고 클릭했는데… 시무룩…
잘봤습니다. 아래 댓글 보고 러블리즈 있다는것도 알았는데 다음 리뷰(9.20-9.30)때 워낙 발표된게 없어서 킵해둔건지..
선공개 싱글의 경우에는 이후 전체 수록 음반이 발매될 때 리뷰하기도 합니다 :)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 Source: Idology […]
종현의 곡중 하나인 산하엽이 정말 마음을 울리네요. 이게 비교가 이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처음 타블로-열꽃의 수록곡이었던 Airbag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과 많이 유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