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11월 하반기 ②

2017.11.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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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하반기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11월 24일에서 11월 30일까지 발매된 20장의 음반 중 10장을 다룬다. 디어&재현, 방탄소년단, 맵식스, 버스터즈, 준케이, 이달의 소녀 이브, 더블랑, BLK, 프로미스9, 뉴키드-Lemme Spoil u.
디어, 재현
Try Again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4일

  

디어의 목소리가 로맨틱한 무드로 귀를 길들인다면, 사랑 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은 재현으로 완성하고야 마는 트랙. 디어를 포함한 모든 사운드는 재현(의 보컬과 이미지)을 부드럽게 감싸며 빛나게 한다. 앞서 제시된 정서를 무난히 이어내는 재현은 현실감 있는 목소리로 판타지를 구체화하는 듯하다. ‘미키마우스 클럽’에서 ‘A Whole New World’를 부르던 디즈니 프린스 이미지가 이어지는데 ‘좀 반칙이다’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디어와 재현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리는지는 의문이지만, 디어라는 탁월한 보컬을 가진 싱어송라이터와 재현의 극적인 미모를 충분히 알리고 있다는 데서 이 트랙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반드시 뮤직비디오로 감상할 것을 권한다.



방탄소년단
Mic Drop (Steve Aoki Remix) (feat. Desiigne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4일

  

원곡과 비교해 파격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퍼포먼스가 중요한 그룹이기에 일부러 안무를 꼬는 비트 체인지는 피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피처링한 디자이너의 버스는 방탄소년단이 미국 공중파에 출연한 뒤 처음으로 발매한 싱글을 미국 리스너들에게 소개하는 인트로로서 기능한다. 분명 케이팝 앨범의 수록곡이었고 한국 가요 프로그램에서 무대도 여러 번 가진 곡인데, 이쯤 되면 이 곡을 케이팝이라고 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점점 초국가적이 되고 있고, 이 음악 역시 세계 차트에서의 범용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을 테니 말이다. 케이팝의 지경을 넓히고 있는 행보라고 하기엔 아직까지는 방탄소년단만 하고 있는 일이라서 확답을 하기 어렵다.

지저분하고, 저속하고, 야만적이고, 동물적이다. 스티브 아오키의 리믹스가 손을 댄 것은 정확히 그런 야수 같은 면모의 증폭이다. 그것이 지금 이 곡의 리믹스와 뮤직비디오가 발표돼야 할 이유고,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지가 빛나는 지점이다. ‘DNA’가 ‘이제부터 저희는 (K-DNA를 가진) 미국 틴팝입니다’라는 제스처였다면, 이 곡은 그 K-DNA가 미국에서 뭘 할 수 있는지를 천명한다. 말하자면 한국과 미국 양쪽을 향해 “얘, 늬집엔 이런 아이돌 없지?”라고 묻는 듯하다. 이 곡의 동물성은 미국 팝이 사랑하지만 미국 틴팝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것이며, 한국 아이돌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케이팝 아이돌의 정밀함으로 송곳니를 정확히 꽂아내리는 야수가 BTS임을 과시하는 출사표 같은 작품.



맵식스
Love is Gone
드림티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6일

  

인피니트의 몇 곡을 짜깁기한 듯한 느낌이 있지만 그것이 가장 큰 문제점은 아니다. 각각의 요소가 의미 없이 불려와 있지 않고 각기의 기능을 할 만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열혈 기타 솔로마저 등장하는 격정적인 곡을 표방하고 있는데 어디에서도 그에 부응하는 혈압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보컬이 이만큼 맥이 빠지는 건 연행보다 프로덕션의 문제를 짚고 싶다. 치고 들어와야 할 때 제대로 치고 들어오지 못한다 싶어서 보면 보컬 레이어의 밸런스가 좋지 못한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터즈
내꿈꿔
Monstergram Inc.
2017년 11월 27일

  

‘내꿈꿔'는 정신 산만할 정도의 활기만은 돋보이는 곡으로 뮤직비디오의 추정 예산을 감안할 때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낸 듯 다. 초창기 걸스데이 또는 모모랜드의 어떤 궤적 근처에 있는 인상을 주는 콘셉트. 한편 ‘랄랄라'는 언뜻 듣기에 무난하지만 특별히 귀에 들어오는 구석도 없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 느낌인 데다 딱히 노래와 어울리지도 않는 뜬금없이 엉덩이를 강조한 안무에 헛웃음이 나온다. '내꿈꿔'의 대책 없는 ‘활기'에 포커스를 맞추어 무기로 삼는다면 앞으로 재밌는 결과물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준케이
나의 20대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7일

  

전작의 잔뜩 힘 들어간 모습의 이면에서 슬그머니 미소 짓고 있는 듯한 EP. 언젠가부터 준케이를 보면 스맙의 쿠사나기 츠요시가 드라마에서 곧잘 보여주는 모습들이 떠오르는데, 이 음반이 그에 해당한다. 스타일리시하고 진지하지만 동시에 느긋하고 유머러스하며, 소박하게 서정적이다. 타이틀 ‘이사하는 날’에서 속내가 드러나자 워블 신스가 등장하는 연출은 조금 안일한 편. 오히려 훵크를 기조로 탄탄하고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트랙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매번 적시에 반짝이는 ‘솔직히 말할게’, 코드와 스케일에 충실한 멜로디가 안정적인 서정감을 주는 ‘왜’를 추천하고 싶다.



이달의 소녀
Yves
BlockBerry Creative
2017년 11월 2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지금까지 이달의 소녀에서 이만큼 섹슈얼리티가 전면에 드러난 적이 있었나 싶다가, 아니나 다를까 ‘무대 위’를 소재로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단선적이고 무거운 아날로그 신스 베이스로 잔뜩 긴장감을 주고, 변조된 목소리가 곁들여진 신스 무더기로 후렴을 확장해 내달린다. 심각하고 무겁고 비극적이며 섹슈얼한 와중에 청아하고 희망적인 꿈을 그려내는 것이 80년대 신스팝의 정수를 매우 잘 뽑아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여태까지 발매된 이달의 소녀 멤버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비주얼과 퍼포먼스 능력, 가창력과 음색까지 모든 면에서 고른 능력치를 갖춘 팀의 에이스가 되지 않을까 점쳐본다. 여태까지 공개된 멤버들에게도 그랬지만, ‘new’는 특히나 이브의 음색에 최적화된 맞춤 곡으로 멤버 개인에게 집중되는 이 프로젝트의 매력, 속된 말로 ‘돈의 맛’을 백분 느낄 수 있는 싱글.
더불어 매번 뮤직비디오 시작을 장식하던 로고의 달 모양이 반대편 방향으로 옮긴 것, 그리고 이전까지의 멤버들과는 무언가 차별화된 이야기를 보여줄 듯한 떡밥까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왠지 해석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케이팝 세계관’ 또한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더블랑
SWMW (she was my world)
블랑 레코드
2017년 11월 28일

 

훵키한 소울 풍의 곡. 유튜브에서 들어보고 싶다면 아쉽게도 일본의 클럽에서 한 라이브 직캠 틈새를 한참 뒤져야 하는 것 같다. 비교적 무난한 곡에 가깝긴 하지만 밴드 연주에 적합하게 편성돼 있고, 실제로 연주하기 재미있는 곡일 듯하다. 빈틈을 노려 ‘깔짝’대듯이 등장하는 기타나 베이스와 드럼의 싱코페이션 등이 참 예쁘다. 보컬 멜로디가 감상적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감정이 지나치게 넘쳐 흐르지 않고 공간에 적당히 걸린다. 보컬 사운드가 매캐하게 잡혀 있는데, 마무리 부분에서 점차 EQ를 걷어내면서 밝아지는 것을 보면 의도된 질감인 듯하긴 하지만 조금 지나친 것 같기도.



BLK
I
Byking Ent.
2017년 11월 28일

  

피치가 미끄러지는 신스, 거대한 타격음, 라이저, 808 드럼, 닌자와 검투, 붉은 색감과 흑백의 콘트라스트 등 강렬한 기세를 표현할 수 있는 요소란 요소는 다 집어넣었다. 열심히 소리 지르지만 특별히 와 닿는 구석은 그리 많지 않다 싶을 때쯤, 댄스브레이크에서 오리엔탈 풍이 나오려는 듯 마는 듯 감질나게 하는 점이 재밌다. 폭발력을 담지하는 쉼표의 느낌도 애매한 듯 조금 색다르다. 온갖 것을 쏟아붓는 와중에도 나름 덜어내려 의식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브리지가 딱히 존재하지 않고 두 번째의 브레이크가 걸리는 점도 이채롭다.

무협 영화를 연상케 하는 세트의 뮤직비디오가 신선하다. 본론만 확실히 전달하고자 하는 곡의 구성도 제법 인상적이며, 일사불란한 퍼포먼스의 어필 또한 얼핏 국내보다는 해외를 노리는 듯한 인상도 있다. 기존 여러 팀의 성공사례를 나름대로 분석해 재조합한 이미지들이 어떠한 성과를 가져올지, 또 다음 콘셉트는 어떤 모습일지 조금 두고 보고 싶다.



프로미스9
fromis_9 Pre-debut Single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7년 11월 30일

  

통통 튀고 아기자기한 구성을 들어보자면 ‘걸그룹 노래라면 이래야지!’ 하는 모든 것을 탈탈 털어 넣은 것 같다. 2017 〈MAMA in Japan〉에서 최초 공개된 ‘유리구두’는 그 어떤 걸그룹이 데뷔곡으로 선보인다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매력을 가지고 있다. 프리데뷔에 이렇게 힘이 들어갔으니, 다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방송을 정주행하며 멤버들의 서사를 쫓아온 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유리구두’는 곡과 무대만을 놓고 봤을 때 기존 걸그룹의 다양한 히트공식을 잘 모아서 만들어낸 무난한 기성품이라는 첫인상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데뷔한 멤버들의 투지만큼은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들끓음이 보여 그 간극이 재미있기도.
〈아이돌 학교〉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교복 콘셉트까지는 설득력이 있는데, 뮤직비디오 속 그녀들이 왜 책상에 둘러앉아 고작 공작놀이나 풍선 불기를 해야 하는지는 납득이 잘 안 된다.



뉴키드-Lemme Spoil u
소년이 사랑할 때
제이플로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30일

  

그룹 이름이 ‘뉴키드(New Kidd)’라고 해서 어지간히 막무가내인가 했다. 더구나 유닛 프리데뷔이며 그 유닛 이름이 ‘뉴키드 - Lemme Spoil U’라고. 하지만 막상 결과물은 생각보다 매우 멀쩡하다. 미성 위주의 풋풋함과 한없이 사근사근한 멜로디가 누군가를 망친다(spoil)는 방향 설정에 썩 잘 부합하고, 경쾌한 비트와 날 선 신스가 곡이 느끼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인스타그램 색감의 뮤직비디오도 별 맥락 없이 이런저런 행동들을 하는 가운데 ‘데뷔 준비’라는 ‘떡밥’이 슬그머니 깔리고, 상대 여성의 존재도 거의 드러나지 않다가 “오빠! 올해는 꼭! 데뷔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등 뒤의 포스트잇으로 등장한다. 꽤 노림수와 밸런싱에 신경을 쓴 듯한 기획으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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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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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의 노래

    유리구두 참 좋았는데 평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네요. ㅎㅎ

  • disqus_JB6N6zSuQ8

    new는 저도 정말 좋게들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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