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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7년 10월 하반기

2017년 10월 하반기에 발매된 아이돌 신작 39매 중 14매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비투비, 태민, 하이라이트, 풍뎅이, 에이스, JBJ, 인투잇, 지민, 강타&웬디&슬기, 플레이백, NRG, 천둥, 트와이스,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을 다룬다.

2017년 10월 하반기에 발매된 아이돌 신작 39매 중 14매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비투비, 태민, 하이라이트, 풍뎅이, 에이스, JBJ, 인투잇, 지민, 강타&웬디&슬기, 플레이백, NRG, 천둥, 트와이스,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을 다룬다.

Brother Act.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16일

조성민: 2000년대에 한국인에게 사랑받았던 해외 팝을 모으면 이번 비투비 앨범이 된다.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잘 만들어진 팝에 수준급 가창력을 가진 한국인의 목소리가 얹어지는 것을 상상해왔던 사람이 드디어 소원을 성취한 듯한 느낌이다. 타이틀곡 ‘그리워하다’ 또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의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뮤직비디오도 한국인의 눈에 거슬릴 만한 부분 없이 무난한 클리셰로 적당히 채워져 있다. 게다가, 복잡하지 않고 단선적이라서 후반부의 합창과도 잘 어울리는 멜로디 라인부터, ‘믿고 듣는’ 능숙한 보컬, 적절한 길이로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랩, 적당한 계절감까지, 이 모든 것이 계산 없이 우연히 계획됐다면 차라리 기적일 만큼 ‘각 잡고’ 있다. 사실 보컬형 아이돌에 대한 수요는 god 때부터 꾸준히 있어왔고, 2AM을 거쳐 비투비로 계승된 느낌인데, 앞선 그룹보다도 좀 더 정통으로 백인 음악의 색깔을 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겠다.

햄촤: 중간에 삽입된 인털류드 트랙 때문인지 1막과 2막으로 나뉜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는 듯한 서사감이 있다. ‘신바람’과 ‘나나나’처럼 들쭉날쭉한 스타일의 노래들이 섞여 있지만 거슬리지 않고 한 호흡에 듣기 좋다. 그만큼 트랙의 구성에 공들였음이 느껴지고, 장르와 상관없이 ‘노래를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곡이든 좋다’는 비투비라는 그룹의 태도와 색깔이 짙게 드러나는 앨범이다. 마지막 트랙 ‘Finale : 우리들의 콘서트’는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화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정규앨범다운 마무리를 짓는다. 타이틀곡과 언급한 곡들 외에도 ‘Guitar’와 ‘Fly Away’ 등을 추천하고 싶다.


Move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1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트랙마다 스타일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이는 결과론에 가깝다. 전작이 태민의 목소리를 지독한 탐미로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이를 통해 무엇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듯하다. 각각의 곡이 보이는 차이는 그것에서 비롯된다. 특정한 스타일에 사용되는 소스들의 목록과 그 용법을 태연히 배신하고, 아무튼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소스들 속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 넣은 것만 같다. 그래서 장르 리스너에게도 꽤 생경함을 남기며 긴장을 살려낸다. 그러면서도 흔히 말하는 ‘표현주의’의 질감보다는 (조금은 까다롭지만 매우 타이트한) 팝송으로 마무리됐다는 점 역시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트랙을 먼저 듣더라도 다른 생각을 할 여유 없이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길 요구받는다. (다만 보너스트랙 ‘Flame of Love’가 갖는 긴장감의 색채가 다른 곡들과 너무 상이해 아쉬울 따름이다.) 이토록 복잡하면서도 팽팽한 작업물은 보통 전권을 통제하는 천재의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시스템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 케이팝 테크놀로지로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결과물 중 하나라 하겠다. 이미 많이 이야기된 뮤직비디오 ‘Move’에서 개인적으로는 안무의 긴장과 내뻗음이 음악의 호흡 변화와 엇갈리면서 일종의 공감각적 맥놀이가 느껴지는 게 크게 인상에 남는다.

햄촤: 타이틀곡 ‘Move’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이미 화제가 되었지만, 음반 전체가 생뚱맞을 정도로 현재 케이팝 씬의 판도와는 동떨어진 스타일이라 혜성처럼 떨어진 인상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 록스타가 케이팝 아이돌을 하고 있는 이미지랄까. 샤이니와는 다른 솔로로서 자신만의 콘셉트가 확실하게 잡혀 있고, 보컬의 운용 또한 그에 맞게 낯설 정도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태민의 목소리에 이런 느낌이 있었나? 하고 되묻도록 만드는 트랙의 연속. ‘태민’하면 퍼포먼스를 빼놓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100% 그 매력이 전달되는 노래들이다. 레드벨벳 슬기가 피처링한 ‘Heart Stop’과, ‘Back To You’를 들어보시길 권한다.


Celebrate
어라운드 어스
2017년 10월 16일

조성민: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 하이라이트식 건전가요를 올해 내내 들은 것 같은데, 어째서 이들이 웃으려 할수록 더 슬퍼 보이는지 알 수 없다. 즐거움을 가장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뭐’의 뮤직비디오를 가득 채우는 과격한 이미지들 때문인데, 젊음의 활력을 소구한다기엔 이들이 타깃으로 한 층이 더 이상 젊지만은 않고, 일탈로 얻는 쾌감을 전한다기엔 일탈의 일상성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탈은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지, 일상적이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탈은 어느 정도 일상성을 견지하게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일상적인 삶을 살아본 경험이 없는 아이돌이 ‘일탈’을 노래할 때 어떤 균열이 일어나는지를 ‘어쩔 수 없지 뭐’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볼 수 있다. 앨범 전체의 무드 또한 올 초에 나온 “Can You Feel It?”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굳이 서둘러 연내 세 번의 컴백을 할 정도로 그들이 간절히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조금은 궁금해진다. 레퍼토리의 고갈은 아니길 빌며.


Stay
도마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16일

미묘: 2NE1의 특정 시기를 다소 연상시키는 곡. (묘하게도 뮤직비디오는 외계인 음모론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일그러진 신스 베이스와 멜로딕한 일렉 기타 배킹의 스트레이트한 비트에 약간은 캠프파이어송 같은 멜로디가 결합했다. 다른 저예산 걸그룹의 곡이었다면 엉성한 카피라고 생각했을 것이나, 풍뎅이의 곡이기 때문에 조금 달리 보게 되기도 한다. 다만 풍뎅이 특유의 걸쭉한 왈가닥 느낌이 곡에 썩 매끄럽게 녹아들고 있지는 않는다. 꽤나 덜그럭거려서, 잘 된 트랙이라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가정컨대 이들이 일종의 ‘지하돌’로서 나름의 팬베이스를 갖추고 EP를 발매할 때 이런 곡이 수록됐다면, 2NE1과 감성 모두가 기믹으로 작용하면서 사뭇 유쾌한 감상을 제공했을 것 같다. 캐럴을 제외하면 2년 만에 발매한 싱글인데, 지금부터 팀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에 따라 평이 갈릴 소지가 있어 보인다.


Callin`
비트 인터렉티브
2017년 10월 1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데뷔곡 ‘선인장’에 비해서는 훨씬 정돈된 사운드가 귀에 들어온다. 그사이 훌쩍 성장한 멤버들의 표현력 또한 듣는 재미가 있는데, 춤 실력이야 진즉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보컬 또한 상당한 수준에 있음을 알리기 좋은 곡이다. 차라리 이 곡이 데뷔곡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곡. 일단 요즘 이 정도로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는 아이돌이 또 없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반드시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Fantasy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1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국프’의 안목을 논하려면 이 정도 기획물은 나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들의 결성 배경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 ‘You're not a daydreamer’를 메시지로 던지며 시작하는 타이틀곡 ‘Fantasy’는, 국프님들의 주문대로 이들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나른하고 섹시한 콘셉트를 만나 ‘이벤트성’으로 그치기엔 너무 아까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강력한 메인 보컬의 부재를 하모니로 채운 센스와, 댄서 포지션의 멤버들이 많이 포진한 그룹의 캐릭터리스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퍼포먼스는 그저 IBI의 후속작이라기엔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앨범 수록곡들 또한 최근 발매된 그 어떤 보이그룹의 앨범보다 준수한 퀄리티를 선보이는데, 특히 탑독 때와 달리 래퍼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김상균과, 의외로 안정적인 래핑을 선보이는 권현빈이 오디오에 있어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가운데, 보컬 또한 퍼포먼스를 충분히 서포트 해내는 분업과 협업이 절묘하게 연출되어 있다. 앨범을 들을수록 이대로 헤어지기엔 너무 아쉬운 조합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이참에 국내에서도 멤버 개개인이 각자의 소속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여러 그룹 활동을 겸임하는 방식을 채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Carpe Diem
MMO 엔터테인먼트, CJ E&M 뮤직
2017년 10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소년 24〉를 통해 마침내 데뷔한 8인조. ‘Amazing’의 뮤직비디오는 채움과 비움을 교차하며 인상적인 속도감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은 역시 2절 후렴에 돌입하면서 여덟 명이 뛰어오르는 장면일 것이다. 조금 어정쩡한 감이 있는 트로피컬 사운드를 사용한 점이 언뜻 안타까운 숨을 내쉬게 하기도 하지만, ‘트로피컬은 청량하다며?’ 같은 막연한 선택만은 아님을 확인한다. 적당히 리듬을 밀어내듯이 부르는 버스의 멜로디라인은 하우스보다 조금 느린 트로피컬의 템포 위에 느긋하기에 감성을 챙길 여유가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후렴이 터지는 방식도 보이그룹으로서 정석에 가깝다. 연극 연기와 드라마 연기에 표현의 낙차가 있듯, 무대를 통해 단련된 인투잇이 영상-음원 포맷에서도 반드시 위력을 발휘한다고 보기에는 리스크가 있을 것인데, 어쩌면 이를 감안한 것일까. EP의 인트로 격인 ‘Paradise’가 보여주는 거창한 뮤지컬적 느낌 또한 꽤 그럴 듯한데, ‘Amazing’의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단정함’이 갖는 침착한 미덕을 생각하게 한다. 데뷔곡으로서 다소 점잖다는 우려도 들지만 신중한 행보가 밉지 않다. 다만 “남자들의 로망인 슈퍼카의 엠블럼”을 언급하는 사업설명회풍의 보도자료는 조금 낯 간지러운 듯도.


할렐루야 (Hallelujah)
FNC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W 코리아〉와 협업으로 진행한 패션 필름 음원. 브레이브 사운드와 함께 FNC 엔터테인먼트의 연이 있던 차쿤, 김창락이 지민과 함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AOA의 지민’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기호들이 콜라주처럼 잔뜩 들어가 있다. 남성 보컬의 코러스나 앙칼진 목소리의 “Hey!”, 또한 “야 하고 싶어” 같은 대목들이 마치 어느 샘플 팩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수북하다. 뭄바톤 같은 리듬에 라틴 스타일의 기타를 추가한 것은 적당히 새로우면서 동시에 안전한, 그러면서도 지민의 이미지에서 쉽게 떠오르는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곡이 보여주는 섹시하면서도 도전적인 애티튜드는 그 소재가 지민이든 AOA의 지민이든 정리하기에 따라 꽤 다른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증명과 같다. 후렴의 “할렐루야”가 “야 하고 싶어”와 연상작용을 일으켜 “할래 그냥”으로 들리기도 하는 것은 필시 착각이겠지만, 그만큼 곡은 의지와 욕망이 있는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 하필 라틴풍이라서 구시대의 섹시 디바들과 명확한 분별점을 찾아내고 싶어지게 하는 구석도 있는데, 완벽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지민의 목소리와 시니컬한 표정, 그리고 가사에 포함된 동시대적 구어들이 주는 가볍고 날카로운 느낌에서 굉장한 가능성을 엿본다.


인형 (Doll)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27일

햄촤: 데뷔 초기 ‘Be Natural’부터 최근 윤종신의 ‘환생’까지, 레드벨벳에게 리메이크는 낯선 단어가 아니며 이제는 ‘믿고 듣는’ 단계에 올라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곡의 가창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원곡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작곡가인 강타의 역할이 인상적인데, 전면에 드러나기보단 하모니로 웬디와 슬기의 보컬을 받쳐주고 전반적으로 조율해 나가며 노래의 중심을 잡는 모습이 마치 지휘자처럼 보인다. 온고지신이라고 하면 좀 식상하겠지만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결점을 SM은 끝없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현재 그 중심엔 레드벨벳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말해줘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28일

미묘: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선공개 되었을 때 꽤 기대했다. 마감이 조금 거칠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좋은 취향이 살아있어서 거친 부분마저 생기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보컬이 곡을 매끄럽게 소화하고 멤버들의 상이한 음색이 곡에 리듬을 부여하고 있었다. 정작 타이틀인 ‘말해줘’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정서와 사운드 모두 뻔한 댄스곡을 향해 서너 걸음 훌쩍 내딛고, 목소리에 의한 걸그룹 클리셰들이 아무렇게나 내뿌려져 있는데 멤버들이 이를 편안하게 소화하지 못해 부정적 효과만 남긴다. 느낌 없이 힘겨워 보이기만 하는 훅의 “오오 오오”를 비롯해, 허스키한 목소리는 맹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식의 식상한 연출도 실망스럽다. 보너스 트랙 격으로 수록된 마은진의 ‘I Understand’가 (마은진 명의에 디어의 피처링으로 발매했던 곡이다) 그나마 플레이백(과 코리델 엔터테인먼트)에게 기대하는 퀄리티와 취향 레벨에 근접하고 또한 썩 괜찮은 감성과 서사구조를 들려주지만, 시무룩하고 나른하게 흔들리는 R&B 넘버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20세기
다 즐거운 사람들, 인터파크
2017년 10월 28일

햄촤: NRG가 가장 인기 있었던 시기의 노래 ‘히트송’이나 ‘대한건아 만세’를 의식한 듯하지만, 시대착오도 추억팔이도 아닌 애매모호한 20세기의 잔재만이 남은 듯한 결과물이다. 90년대 뮤직비디오를 의식한 듯한 강렬한 조명은 오히려 멤버들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만 강조하고 있으며 노래 또한 그런 인상이다. 1세대 아이돌이 돌아올 때 이제 그저 ‘건재함’만으로는 부족하며, NRG라는 팀이 인기 있었던 시절을 재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장점이 무엇이었는지 되찾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Ringxiety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30일

미묘: 드럼 비트는 기분 좋은 금속성 질감을 유지한 채 거의 일관되게 흐르고, 곡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신스의 코드워크다. 겹겹의 빈티지풍 신스들이 화려하면서도 푸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부드러운 질감 중심으로 연출된 보컬이 곡을 너무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게 중심을 잡는다. 라임을 조금 신경 쓴 듯한 후렴의 가사는 그것만으로 탁월해 보이진 않지만 과하지 않게 맛을 살려준다. 케이팝의 바운더리 내에서 다양하게 야심을 보여준 전작에 비하면 다소 무난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보다 힙합-R&B의 노선에 가까운 단촐하면서도 세련미 있는 구성이 인상적으로 귀에 남는다.


twicetagram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10월 30일

미묘: 브리지가 조금 느끼하지만 ‘Likey’는 반가운 곡이다. 여전히 애교의 융단폭격이지만 전작에 비해 보컬은 그래도 자기 할 말을 할 줄 아는 인물 같고 꽤 날 선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제법 기세 좋은 메인 테마를 비롯해, 랩에서 댄스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대목은 꽤 효과적으로 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며 트와이스가 가진 ‘멋짐’을 잠시나마 보여준다. 하지만 앨범 수록곡들은 대체로 실망스럽다. 몽롱하면서도 강렬한 신스팝으로 흐르는 ‘Rollin'’ 등 사뭇 흥미로운 시도들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 곡이 그려내는 인물상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요즘 걸그룹 평균에서도 더 나긋나긋하기만 한 곡들이 많고, 조금 생기 있는 곡이라면 하나 같이 어린이가 침대맡에서 녹음한 목소리처럼 연출된다. 동요가 되는 순간이 너무, 너무 많다. 그러고 보면 ‘Likey’의 복장 터지는 가사가 이 인물의 자신감을 꺾어놓는 것도 마찬가지의 원리인 듯하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치고 나가는 부분이 나와주지 않을까 고대하며 열세 곡을 듣고 있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일이지만, 트와이스처럼 압도적인 그룹에게서 멋진 모습을 찾아보는 일이 이렇게나 착즙 대기가 되어야 하나 싶어 자괴감에 빠져들게 한다.

조성민: 이러니저러니 해도, 트와이스는 ‘보는 음악’을 국내에서 가장 잘 하는 걸그룹이다. ‘Likey’에서는 그동안의 단선적인 반복 동작에서 벗어나 드디어 트와이스의 춤 실력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등장했으며, 단순한 군무 구성에서 벗어나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린 구간을 둠으로써 절대 지루할 수 없는 무대를 만들었다. ‘Likey’의 뮤직비디오 또한 쉴 새 없이 트와이스의 얼굴을 노출하면서 일종의 최면을 거는 느낌까지 주는데, 아이돌을 사랑하는 이유에 외모가 없을 수 없음을 간파한 포석임에도 보는 이로 하여금 슬쩍 넘어가고 싶게 하는 연출로 가득하다. 좀 더 다채로워진 트와이스의 모습에 놀라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와이스는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걸그룹이며, 그럴 수밖에 없음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다. 다만 정규 앨범의 볼륨에 비해 수록곡들이 뾰족히 느껴지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 ‘Wow’와 ‘FFW’ 정도가 그동안 트와이스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트랙으로 들리는데, 나머지 트랙들은 동급의 다른 걸그룹이 부른다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널 내게 담아’와 같은 곡들을 종종 불러주어도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Max & Match
BlockBerryCreative
2017년 10월 31일

미묘: 전작에 비해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매캐하고 고혹적인 분위기로 어른스럽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주되 리드미컬하게 찌르고 공중에 띄움으로써 무게감을 가볍게 한다. 달콤하면서 동시에 세련되기라는 쉽지 않은 태스크를 해내는 곡. ‘Girl Front’는 음악으로 전작들과 접점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쳤다고 하겠는데 흥미롭기는 했으나 다소 리스크가 있었다고 할까. 이번에는 음악의 안정감 위에서 뮤직비디오로 전작들과의 접점을 마련하다 보니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곡을 즐길 수 있었다. 오드아이써클을 놓고 봤을 때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작품이 되었는데, 다시 12인 완전체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커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어느 두 멤버가 훨씬 가볍고 밝은 것을 능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되고 있지만 과연 어떤 그림으로 붙을지 하는 것이다. 전술의 성공과 전략의 실패인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여전히 지금 케이팝 씬에서 (1년째!) 가장 흥미로운 프로덕션 중 하나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One reply on “1st Listen : 2017년 10월 하반기”

개인적으로 아이돌 평론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게… 실험적인 면모가 없다면서 까는데.. 그러곤 비트만 냅다 기괴하게 들리는 것들을 좋게 평가하는데, 그건 실험적인게 아니라 그냥 한참 뒤떨어진 트렌드가 뒤늦게 한국에 정착한 경우인데 그걸 가지고 무슨 실험이녜 뭐녜 하면서 극찬하는거 보면 이해가 안간다. 일종의 ‘실험’ 강박증인데 그 실험을 보여주기 전에 아이돌의 본질부터 보여주는게 먼저가 아닌가 싶다. 뭐 각자의 컨셉이 있겠지만 평론가 당신들이 그렇게 실험성을 가지고 구리네 안구리네 판단하고싶다면 차라리 그 소위 ‘실험적인’ 그룹들을 그냥 해외 익스페리멘탈 음악으로 분류해라..(그 순간 바닥 순위를 찍겠지만) .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에 두고 여러 그룹들ㅇ르 실험성으로 그 가치를 전적으로 판단하는건 평론가 딱지를 단 특유의 거만함으로 밖에는 안보인다. 참고로 나도 그놈의 실험성 짙은 해외앨범들 10년넘게 수없이 들어왔지만 아이돌한테 그런거 강요하면서 판단 안한다. 트렌드에 적절히 잘 따라가면서도 아이돌의 본질에 충실한 그룹들의 앨범들이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이라는 요소를 빼라는 말이 아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게 컨셉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평론의 영역으로 넘어와서그걸로 ‘전체적인’ 판단 결과를 내버리는 자격미달 허세 평론가들이 하도 한심해서 오랜만에 인터넷에 글이나 한번 싸본다. 이 댓글보면 제발 반성좀 하길 바란다. 평론은 주관의 영역일 수 있지만 기본적인 틀조차 못 갖춘건 그냥 일기장에나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