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1월 초순

2015.12.21~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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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첫 퍼스트리슨은 2015년 12월 21~31일 발매반을 포함한다. 엔타픽, 에이프릴, 가인, 보아, 디오션, 아이콘, 멜로디데이, 준케이, 트위티, EXP, 코코소리, 달샤벳, 하이엔드, 수지&백현, 플래쉬, 안다, 로드보이즈의 새 음반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엔타픽(N.Topic)
첫눈
N.Topic
2015년 12월 21일

  

타픽이 이름을 엔타픽으로 바꿨다. 실용음악 취향이 다소 엿보이면서 포지셔닝이 애매했던 전작에 비해 아쉽지만 모든 면에서 다운그레이드되었다. 가요 취향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이미지 소모가 극심한 최근의 나긋나긋한 R&B와 2000년대 초반의 가요를 뒤섞었다. 더구나 시즌송이기도 하고, 그것만으로 단점이라 하기는 가혹하다. 하지만 이 곡이 새로움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작편곡 상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지속적으로 갈팡질팡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요소들을 가져와서 애매하게 덧붙였을 뿐, 그것이 왜 매력적인지, 그것으로 어떤 매력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보컬의 처리와 믹스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지 못한 점도 그런 엉성한 느낌만을 강조한다.



에이프릴
Snowman
DSP 미디어
2015년 12월 2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자고로 겨울 노래는 따뜻하고 포근한 게 최고다. 그런 정서를 잘 소화하기에 필요한 건, 좋은 노래와 무해하고 귀여운 아이돌. 그런 아이돌 잘 만들기로 유명한 DSP는 전통적으로 캐럴에 강했다. 젝스키스의 '커플', 핑클의 'White', SS501의 'Snow Prince'까지. "전부 녹아버릴"에서 F로 빠져버렸다가 다시 돌아온 정석 코드 뒤에 이내 "우아 우아 우아 우아" 하고 나오는 예상치 못한 편안함에 정말로 녹아버린다. 아아, 정녕 DSP에 출구는 없단 말인가...

소박하고 차분한 멜로디를 이끌어서 코러스에서 기대와 설렘을 터뜨리는 트랙이다. 매우 정석적으로 잘 만들어진 아이돌 걸그룹 트랙인데 의외로 이런 정석을 시장에서 잘 볼 수 없다는 것은 의아한 점이다. 너무 착하고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흠잡을 수는 있겠지만 겨울 시즌 트랙이니 이 방향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우아우아우아우아"에 빠져든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Muah!'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싱글. 두 곡을 한 무대에서 들으면 곡의 연속성이 확실히 느껴진다. 다만 그와 무관하게 곡도 안무도 밋밋한 점은 다소 아쉬운데, 이는 계절송이 지닌 한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에는 발매 텀이 너무 짧았던 걸까?

놓치기 아까운 음반

낯선 흐름의 멜로디 사이로 소녀 특유의 간질간질하고 설레는 분위기가 전달된다. 핑클의 '화이트' 이후로 이렇게 설레는 겨울 시즌송은 처음인 듯하다. 미성으로 색칠한 도입부부터, 힘주어 내지르는 고음, 간주를 메우는 "우아우아"까지도 너무 소녀답게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스윗튠의 '원천 기술'을 모노트리가 계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 크리스마스 파티의 폭죽처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악기 소리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발랄함을 한껏 선보인 이 소녀들이 한동안 눈에 밟힐 것만 같다.



가인
열두 시가 되면
에이팝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22일

  

'열두 시가 되면'은 꼭 가인이 아니어도 됐을 것 같은, 김이나-이민수 콤비의 겨울 노래. 에릭남과 함께 불러 다시 넣은 'Must Have Love'는 편곡도 가인의 보컬도 달라져서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그땐 좀 더 고전적이었고, 지금은 좀 더 가뜬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김용준과 불렀던 버전이 나온 지도 10년이 되었다...

'열두 시가 되면 만나'가 잘 쓰여진 곡이라고는 못하겠다. 탄탄한 프로덕션이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단한 노력을 추가하진 않았다. 시즌송이라 그렇다고 넘어갈 순 있다. 멜로디에 과밀한 보컬 리듬이나, 멜로디와 가사의 결합이 다소 어색한 부분들을 비롯해, 근사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한 발 나가지 않은 어정쩡한 순간들이 꽤 있다. 그러나 "다녀가 줄 수도 있는 것 같아"의 마무리가 은근슬쩍 내려앉으면 정말 멋질 것 같다는 욕구불만에 시달린 끝에 마지막의 "열두 시가 되면 만나"가 마침내 내려앉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체험이다. 모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노래하는 가인의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도 놓칠 것이 아니다.



보아
Christmas Paradise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2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2015년에 SM에서 발표된 모든 음반 중 겨울 싱글 프로젝트의 곡들이 가장 좋다. 오랜만에 듣는 보아의 미디움 템포 R&B는 전성기 때의 모습과 변한 게 하나도 없어서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보아의 음색이 여름보다 겨울에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이번 곡은 SMTown '창밖을 봐요' 시절부터 캐럴에 최적화되어 있었던 보아의 음색 상의 장점을 극대화해 그야말로 '역대급' 캐럴을 만들었다고 본다.



디오션(The 5tion)
You Are My
Yewon 엔터테인먼트, 제이엠 스타
2015년 12월 23일

  

오션(5tion)이 디오션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재작년부터 이 팀의 활동에 대해 늘 자그마한 물음표를 떠올리는데, 조금 엉성하고 사뭇 낡은 음악을 계속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옛날식 R&B 발라드인 데다 꽤 강한 감정을 담고 있어서 2000년대 초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션을 기억하게 하는 달콤한 느낌을 조금씩 섞어 넣어 부담을 덜어놓았다. 보컬이 강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타이밍을 분산하고, 그마저도 일렉트릭 기타와 핑퐁을 이루는 등 꼼꼼하게 배려했다. 곡의 정서적 기조에 깊이를 주고, 자극의 빈도는 (요즘 식으로) 살짝 높이면서, 감정의 무게에 체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일은 막아준다. 약간의 추억팔이와 이에 동반되는 따스함, 그리고 살짝 어른스러움이 디오션의 소구점일까 상상하면, 이 싱글은 꽤 좋은 방향을 잡아냈다.



아이콘
Welcome Back - Debut Full Album
YG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24일

   

9월 릴리즈되었던 웜업싱글 "취향저격"부터 시작해 12월에 마무리되어 릴리즈된 데뷔 풀앨범 "WELCOME BACK"까지 쉼 없이 싱글과 뮤직비디오를 릴리즈한 정성은 YG의 기대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기대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콘이 음악적, 비주얼적으로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텐션을 줄인 '취향저격'을 시작으로, GD의 '똘끼'를 답습하는 느낌을 받는 '리듬 타''이리오너라', 그와 대비되어 우울과 상실을 보여주는 '지못미'와 'AIRPLANE'은 전형적인 빅뱅의 양면 구성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덤앤더머'도 여전히 빅뱅과 음악적, 비주얼적인 오버랩을 보여준다. 그나마 '왜 또'가 다소 신선한 이유는 '우리 vs haters'의 구도의 내러티브로 기존의 양면 구성을 깨뜨렸다는 점이다.

체면치레를 위해 '데뷔 하프 앨범', '더블 디지털 싱글' 같은 수사를 붙였다뿐이지, 사실은 간을 보기 위해 한 장의 앨범을 네 번에 나눠 발매했다. 멋져 보이진 않을지 몰라도 나쁜 일은 아니다. 지금 YG에게 아이콘은 실패해선 안 되는 그룹이란 뜻이겠고, 아이콘은 간을 잘 보면서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실망스러운 것은 그런 변화의 시도 속에서 결코 놓지 않고 유지한 오로지 한 가지가 바로 아저씨 정서란 점이다. 첨단의 이미지를 구가하는 YG의 신인에게서 '지못미', "UCC", '취향저격', "느낌적인 느낌" 등 지나간 유행어를 뒤늦게 주워다 정말 재밌다는 듯이 들이대는 것을 계속 봐야만 할까. "용이와 영길이", "장국영과 주윤발"로도 모자라 1994년 작 〈덤 앤 더머〉까지. 멤버들이 차에서 머리를 흔드는 장면은, 고전이 되기엔 이르지만 철 지나기로는 가장 확실한 시대의 밈을 일부러 찾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진다. 제발, 재능과 매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자기도취에 빠진 아저씨들에게 착취당하는 꼴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아이콘의 데뷔 앨범을 들으면서 최근의 빅뱅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심지어 보컬 창법은 거의 똑같은 수준이어서 듣는 내내 이미 머릿속에서 '이 부분은 승리, 이 부분은 대성 파트였을 것 같다'는 식으로 파트 배분이 끝나버리는데, 그렇다면 아이콘만의 '새로움'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아이돌적인 분석 틀을 적용해보자. 빅뱅과 아이콘의 세계관이 다른가? 다른 스토리를 가지는가? 다른 캐릭터를 가지는가? 비주얼 디렉팅과 퍼포먼스에 차이가 있나? '거짓말' 이후의 빅뱅 음악은 사실 빅뱅이 '거짓말'을 히트시켰기 때문에 나오게 된, 다분히 맥락적인 음악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아직 '거짓말'을 가지지 못한 아이콘은 '거짓말' 이후의 빅뱅 음악을 체화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선배들의 작업을 커버해 보는 것은 신인의 입장에서 분명 필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그것이 굳이 '작품'의 단위가 될 필요는 없다. 빅뱅이 될 수 없고, 빅뱅이 되어서는 안 되는 아이콘은 왜 빅뱅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7인조 빅뱅'이 아닌 '아이콘'의 음악이 필요하다.



멜로디데이
비가 내리면 (feat. 라비 of 빅스)
뷰가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28일

   

조금 뻔한 듯, 그치만 익숙한 듯 편안한 멜로디의 곡. 4번타자의 작곡이다. 흔히 케이팝 발라드가 실패할 때는 '이쯤에서 무리해서 터뜨려 볼까'하는 수가 너무 뻔히 읽힐 때인데, 그런 욕심을 내지 않았다. 멜로디를 잠깐 읊기도 하는 라비의 랩은 믹싱할 때 조금만 더 장식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녀간 손님' 같은 날 것의 느낌이 나서 괜찮기도 하다.



준케이
Love Letter
JYP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30일

   

기본적으로 빅밴드 풍인데 파트마다 변칙적인 힙합 요소들을 넣어서 재미있는 곡이 되었다. 준케이 본인이 작사 작곡을 했고, 슈퍼창따이가 공동 작곡 및 편곡을 했다. 고만고만한 시즌송들의 차트 사이에서 양념처럼 존재감 있다.

느긋한 스윙 리듬의 A 파트에서, 힙합풍의 B 파트를 짧게 지나 "Girl do you remember"가 싱코페이션을 휘어잡았다가는 후렴에서 리듬을 시원하게 풀어버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낙천적이었다가는 화려해지고, 다시 유머러스해지는 준케이의 음색들이 기분 좋은 선을 유지해주는 곡. 한 절의 낙차가 상당히 있고 또 그것이 매력적인 만큼, 브리지에서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트위티
캐주얼 보이 (Casual Boy)
타임 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30일

  

작곡가 데모의 스탠다드가 참 높아졌다. 보컬과 마스터링을 완벽하게 해서 보낸다는 것은 이제 일반상식. 그래서 실력 있는 가이드 보컬을 기용해 보컬 녹음을 하게 되는데, 그 가이드 보컬에게 들려주기 위해 작곡가가 자기 목소리로 1차 가이드를 녹음하기도 한다. 이 곡 역시 조금 다듬으면 가이드 보컬에게 넘겨도 될 것 같다.

① 트위티는 여성 사인조 그룹 ② 섹시미가 강조되어 있다. 어디서 본 거 같긴 하지만 ③ "캐주얼 보이"는 네 번째 싱글. 인스트루멘털 포함 두 곡 수록 ④ 전자음이 강조된 댄스곡을 내세웠지만 곡 자체는 밋밋함 ⑤ 여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생각은 든다.



EXP
Luv Wrong, 놀자 Let's Party
IMMABB
2015년 12월 30일

   

영미권 보이밴드, 케이팝, 그리고 EXP를 평면 위에 늘어놓는다면, EXP의 어딘지 모를 어색함이 국적이나 인종에서 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는 엔싱크가 이런 몸짓으로 춤추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곡과 뮤직비디오가 재현하는 상당수의 요소가 단순히 함량부족이다. 스튜디오 이미지는 그냥 유튜브 같고, 삽입된 키치 이미지는 그냥 텀블러 같은데, 내가 아는 수준급 케이팝 뮤직비디오들은 이런 몽타주를 훨씬 부드럽게, 혹은 차라리 더 거칠게 연결한다. 음악의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케이팝 클리셰를 꽤 검토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제작진 중 누구도 '덕후'가 아니기에 보이는 것에 한계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P는 케이팝이냐고 묻는다면, 그야 인문대생의 과제보다는 케이팝에 근접했다고 하겠지만, 트레이싱에 충실하지 못한 미대생 작업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겠다. 당연히, 그것은 케이팝이 아니다.

이들의 노래는 케이팝 문법을 따랐음에도 팝송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 이유가 이들의 '목소리' 때문임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과연 케첩이나 마요네즈도 나라마다 맛이 다르다더니, 이런 디테일한 차이가 완전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줄이야. 그리고 얘네들 표정이 너무 진지해. (횡설수설)

어렸을 때 읽었던 우화가 떠오른다. 독수리, 원숭이, 고래, 토끼가 다 같은 학교에서 비행, 나무타기, 수영, 달리기를 배우느라 쓸데없는 고생을 하다가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때가 행복하다', '모든 이가 모든 것을 똑같이 잘할 수는 없다'는 등의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누가 들어도 무리수가 분명한 데뷔 싱글 'LUV WRONG'은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싱글인 '놀자 Let's Party'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이 어째서 '할 수 없는 것'을 위해 이들의 진짜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보컬은 충분히 출중하지만, 안타깝게도 케이팝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보컬을 제외하면, 굳이 케이팝이 아닌 전 세계 보편적인 대중음악 시장을 기준으로 해도 '함량 미달'이다. 대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구성물 간의 물리적, 화학적 이합집산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 결과물로서의 대상을 단순히 복제 혹은 모사하는 것을 '실험'이라 부를 수 있을까. 본심이 아무리 진지해도 결과적으로 진지함이 결여되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실험' 상의 오류 때문일 것이다.



코코소리
다크서클
몰레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5일

   

애니메이션 코스프레와 커버를 비롯한 서브컬처 컨텐츠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일본인 같은 한국어 발음이나 덕스럽게 열띤 표정과 몸짓까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안무 영상의 블루스크린 버전을 공개해 팬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놀랍다. 이 정도로 확실하게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삼으면서도 활동곡은 트로트를 선택했다는 것이 미묘하다. 오렌지캬라멜이 덕후 코드를 메이저에서 구사하는 것이 쾌감을 선사하고, 그 교두보로서 트로트를 활용했다고 한다면, 이 곡은 오타쿠를 사로잡기보다는 차라리 〈딴지일보〉 정도의 'B급' 페티시즘에 더 가까워 보인다. '노린 느낌'이 덜해서 딱 좋은 선인지는 모르겠지만. 곡과 뮤직비디오 모두 디테일이 많은데, 곡에서는 애매하게 망설인 흔적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꽤나 섹슈얼한 장치들을 천연덕스럽게 배치한 뮤직비디오는, 디지페디 스타일을 트레이싱한 열화카피를 디지페디 본인이 시뮬레이션하는 묘함이 무엇보다 이색적이다. 일단은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판단은 조금 유보하고 싶다.

오렌지캬라멜이나 리지 솔로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키치한 트로트 싱글. 기존작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단정해졌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평자는 편하게 즐기기 어려웠다.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코코소리의 멤버 이름이 코코와 소리였다는 것 정도?



달샤벳
Naturalness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5일

   

달샤벳이 4인으로 단출해졌다. 멤버의 나고 듦은 어느 그룹에든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지만, 멤버 수가 줄었을 때 커리어가 더 잘 된 그룹들도 있으니. 타이틀 '너 같은'은 소수가 되었기에 멤버 개개인에 집중하기가 좋아서, 이들도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지난 앨범 수빈의 곡으로 활동했던 것은 의미 있었지만, 이번엔 용감한 형제의 곡으로 돌아온 걸로 봐서 역량 강화에 조금 더 시간을 두기로 한 모양이다. 그것도 응원하고프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부진의 타개책으로 용감한 형제를 선택한 경우 중 가장 근사한 결과물이 '너 같은'이다. 여전히 AOA가 부른다고 상상해도 자연스러운 곡인 것은 사실이지만, 'AOA에게 주려다가 놔둔 곡'이란 느낌은 확실히 없다. 이는 곡의 질감이 달라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달샤벳이 원래 가지고 있던 매력과 꼭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천진한 듯 뻣뻣하다가도 숨이 섞이고 조금 처량하기도 한 달샤벳 음색의 조합은 지금까지 달샤벳의 그 어느 곡보다도 확실하게 제자리를 잡는다. 초기부터 사용하던 80년대풍의 사운드도 (원더걸스의 개척에 힘입어) 지금껏 가장 좋은 밸런스로 매력을 발산한다. 튀었다가는 끌어주는 80년대식의 호흡 역시 듣는 이에게 파고들 틈을 제공하며 곡을 끌어간다. 팀 작업 속에서 특정 인물이 얼만큼의 역할을 했는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용감한 형제 특유의 비열한 듯 야한 매력 역시 특정 시그니처 사운드를 제외하고도 공기로서 짙게 깔려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솔로 위주로 구성된 수록곡들이 타이틀에 비해 너무 수수한 점, 그리고 성적이 좋지 못한 점만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달샤벳 회심의 일격.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훵키한 멜로디. 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가사. 타이트한 하의와 대조되는 팝 컬러의 무대까지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달샤벳은 역량에 비해 팀 컬러가 흐려 아쉬웠는데 이번 EP는 이러한 편견을 확실히 없애준다. 장기간 활동으로 누적된 관록이 이들의 자신감을 키워준 걸까?



하이엔드
Automatic
HE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7일

  

일렉트로 사운드를 많이 사용하면서 트랩의 기조를 중심에 두었는데, 욕심은 부리면서도 이를 시간축 위에 늘어놓아 공간감을 유지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플레잉타임에서 퍼포먼스가 채워줘야 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고, 그런 공백 탓에 음원만으로는 다소 심심하기에 퍼포먼스의 중요성은 더 큰 곡이 되었다. 뮤직비디오가 없는 것은 아쉬운 일. 그런 생각을 하며 듣던 중 "딴 여자는 수동이라면 너는 편히 있어 Ur automatic"이란 라인을 들으니 더는 대뇌가 움직여주질 않았다.

곡을 만든 사람의 어떤 이상이나 추구점이 지나치게 반영되어 있다고 해야 되나, 일단 데뷔곡치고는 지나치게 장황하다. 일렉트로닉한 필을 추구한다고 이렇게 BT 마냥 늘어질 필요는 없지 않나. 이러한 장황함이 이들을 아이돌이라기보다 하나의 퍼포먼스 팀처럼 보이게 하는데, 어느 쪽이든 지금의 결과물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수지, 백현
Dream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7일

   

처음에 이 싱글을 미스틱에서 홍보하길래 왜인가 했는데, 이번에 미스틱에 막 조인한 박근태의 프로젝트라서였다. 그 첫 신호탄이 JYP와 SM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앞으로도 기대하게 된다. 백현도 수지도, 이성 아티스트와 케미가 보기 좋아서 훈훈한 그림이 나왔다. 보통 남녀 듀엣곡에서 많이 신경 쓰이는 것이 한쪽이 음역대를 너무 양보해서 무리한 것처럼 들리는 경우인데, 백현의 저음역대가 굉장히 안정적이라 두 사람 다 편안하게 부르는 것으로 들렸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SM과 JYP의 가수 둘이 혼성 듀엣곡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결과물은 굉장한 합을 보여준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로 감상하는 것을 강추한다. 담백하게 담아낸 무대 영상에서 대화처럼 주고받는 가사는 표정/제스처와 함께 가상의 리얼리티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보여준 어떤 커플보다도 강력한 케미스트리이다. 수지는 앙큼하면서도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백현도 전에 보여준 적 없는 젠틀함을 보여준다. 스캔들 걱정할 필요 없는 선남선녀들의 (가상) 연애라는 건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플래쉬
Lip Bomb
플래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7일

   

전작들보다 뮤직비디오에 공을 많이 들인 듯하다. 대단히 혁신적이거나 근사하진 않지만 미디어 특성을 염두에 둔 감각적 연출을 시도하는 부분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곡은 훵키하게 출렁거리며 몰아붙이려 하지만 다소 단조롭고, 보컬 라인과 발성이 받쳐주지 못해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다. 늘 엿보이던 의욕이 이번에 특히 두드러지는데, 결과물의 짜임새가 너무나 아쉽다.

섹시 콘셉트고 누님 취향으로 맞춰져 있지만 그 센스는 대단히 낡았다.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플래쉬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싱글만 다섯 번째인데, 가사에 "오늘 시간 어때요" 같은 곰팡내 나는 문구가 들어있는 한 이들의 운명이 이전과 크게 다를 거 같지는 않다.



안다
Taxi
엠퍼러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2016년 1월 7일

   

안다의 가장 큰 매력은 미국 현지에서 온 것 같은, 뭘 걸쳐도 스타일리시한 그 특유의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정작 본인은 교포 아니고 구파발 출신이라고 밝혔지만.) 작년 발표작 'S대는 갔을텐데''Touch'의 멜로딕함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망일 수도 있겠지만, 'Taxi' 역시 예의 '교포 간지'를 이어가고 있어서 이것을 안다만의 색깔 굳히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곡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안다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소모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이너한 곡만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크게 공감 안 되는 섹시미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뮤직비디오의 아이캔디 역할을 가수 본인이 (그것도 커리어 내내) 하고 있다면? 후자의 경우는 'Touch'부터 두드러진 것인데, 아무리 들어도 대중적이지 않은 곡들만 줄창 나오고 있다. 이래서야 지명도의 상승은 아무래도 무리다. 안다 나온다고 〈출발! 드림팀〉을 본 평자 같은 사람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로드보이즈
우리 사랑할까?
코코넛 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8일

  

'빡센' 음악이나 '복잡한' 음악은 그렇지 않은 음악보다 어렵다는 오해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산뜻한 소년 팝이 흥하는 와중에 준비된 이 곡도 그런 오해의 산물은 아닐까. 청량한 느낌을 내는 곡들의 음악 요소를 주섬주섬 가져왔지만 그 모두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다. 반대편에서, 변조나, 감성을 담도록 길쭉하게 설계된 멜로디 등 더 '수준 있는' 음악의 기호로 통하는 요소들 역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는커녕 전자의 요소들을 방해한다. 유감이지만 소년의 팝, 아이돌 팝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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