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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7년 11월 상반기 ①

2017년 11월 1일부터 6일까지 발매된 음반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스트레이키즈, 아스트로, VAV, 민아, 10cm & 첸, 전소연, 마이달링, 소나무, 세븐틴, 슈퍼주니어를 다룬다.

2017년 11월 상반기 발매반 37장 중 24장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스트레이키즈, 아스트로, VAV, 민아, 10cm & 첸, 전소연, 마이달링, 소나무, 세븐틴, 슈퍼주니어를 다룬다. 11월 7일부터의 발매반 단평은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ellevator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1일

미묘: 무척 묘한 곡이다. 한껏 비장한 분위기는 거대하고 무거운 사운드로 잘 표현된다. 반면 상당히 아마추어처럼 들리는 구석도 많다. 가요적인 친숙함을 갖춘 멜로디는 때로 너무 채워지거나 너무 비워져 있고, 각 섹션의 구별도 너무 선명하다. 고음은 절창과 아슬아슬함 사이에 애매하게 걸린다. 잘 들어맞고 기세도 좋은 안무는 때로 어쩐지 무용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Hellevator’라는 제목이나, 꼭 적당한 만큼만 전형적인 고난 서사도 약간의 치기 어림처럼 다가온다. 당장 이름마저도 아이돌보다는 스쿨밴드 같지 않은가. JYP의 데뷔 진행 중인 셀프 메이드 아이돌이란 점이 많은 힌트를 제시한다. 손색없어 보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덜 영근 티가 나고, 이를 약간만 보완해 두었다. 커머셜 프로덕션 속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담아내는 흥미로운 방식이다. 그러고 보면 기량적 미성숙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JYP를 따라갈 기획사가 흔치 않다. 스트레이키즈가 뭘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행보로서 매우 파격적이진 않지만, 3대 기획사의 새로운 비전이란 틀에서 볼 때 음악적 성장을 주제로 잡아냈다면 그것은 반가운 일이다.


Dream Part.02
판타지오 뮤직
2017년 11월 1일

심댱: 뮤직비디오에서나 부클릿에서나 청량함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진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다른 그룹에 비교해보면 많이 소프트한 아스트로의 5번째 미니앨범이다. 그 전까지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니 한 테마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듯하다. 미니앨범이지만 트랙의 짜임이 좋아서 한 곡을 꼽아 듣기에는 좀 아쉬울 정도. 다정한 느낌의 ‘Run’이 아우트로 트랙으로 적당할 듯싶지만 좀 더 희망적인 톤으로 마무리한 ‘어느새 우린’까지 들으면 후속 앨범도 그처럼 희망을 갖고 기대할 법하다.


She`s Mine
A Tea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일

미묘: 나직한 허밍이 반복적인 루프로 활용되며 퍼쿠션과 탄력적인 기타가 결합한다. 은근하고 섹슈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소 담백한 편인 보컬이 분위기를 100% 살려내지는 못하지만 근래 흔치 않은 특이한 트랙이다. 후렴 후반에는 체인스모커스 풍의 일렉트로닉으로 내달려서 ‘이제 와서 이런 걸?’하는 기분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곡풍이 급변하는 순간의 철렁함만큼은 꽤 효과적이다. 리듬감을 혼동하게 되면서 기묘한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브리지도 흥미롭다. VAV의 곡은 늘 완벽하지만은 않더라도 퀄리티가 꽤 괜찮고, 조금은 허를 찌르는 구석이 있다. 그런 곡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은 반가우면서도 살짝 아쉬운 일이다.


Other way
드림티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3일

랜디: 민아의 첫 작사작이자 첫 공동작곡작. 이로써 걸스데이는 소진에 이어 두 번째 싱어송라이터 멤버를 갖게 되었다. (유라도 랩메이킹에 참여한 일이 있다.) 두 멤버의 창작적 컬러를 비교하기엔 시기상조겠지만, 언제고 여성 아이돌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1절까지는 평범한 마이너 포크인 듯하다가, 간주를 기점으로 힙합 R&B 같은, 코드 위에 같은 음이 반복되며 가사 전달에 주력하는 멜로디가 나오고, 두 번째 코러스에서는 훨씬 더 고조된 감정을 전달한다. 걸스데이의 곡에서 괄괄한 여고생 같은 이미지로 등장하던 특유의 허스키함은 이 곡에서는 훨씬 더 감정적인 창법과 어우러져 호소력을 갖는다.

미묘: 나직한 소품 같은 곡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다 마지막에서야 작동이 느려지는 기타 아르페지오부터, 생활감 가득한 뮤직비디오까지, 간주에서 등장하는 기타는 거의 인디록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폭발력과 호소력을 꾹 눌러 놓은 민아의 보컬도 사색적인 분위기에 썩 잘 어울린다. 다만 엿보이는 욕심에 비해서는 조금 루즈하다. “보고 싶어서 생각이 난 건지, 생각이 나서 보고 싶은 건지”, “네가 남겨놓고 간 옷”, “이 노래를 너는 듣고 있을까”, “차가워진 바람 냄새”, “그 사람 몰래 내 생각 한 번은 해줄래” 같은 가사들은 ‘헉’ 하는 감동 또는 공감을 일으키기 위한 도구로서 조금 흔한 표현들이다. 담백하게 노래하다가는 감성을 쏟아부으려는 듯한 후렴의 바이브레이션도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문득 등장하는 피치카토도 그저 뭔가 채워야 할 것 같아서 들어간 듯한 인상만을 주어 편성의 맛을 해친다. 모처럼 미니멀한 디자인을 내놨더니 ‘디자인 느낌’을 내고자 이런저런 문구를 적어 넣은 것을 보는 기분. 우리는 민아가 믿고 맡겨도 되는 보컬리스트임을 알고 있다.


Bye Babe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3일

심댱: ‘남들 다 타던 썸도 늦게 타더니 어장관리도 늦게 당하네...’ 싶지만 노래 자체만 들으면 가볍고 경쾌하다. 첸의 러브콜로 이어진 기획으로, 적당한 스케일의 이벤트성 트랙이다. 그의 목소리는 리드미컬한 멜로디 사이로 툭툭 던져지거나 미끄러지는데, 새침하거나 약간의 찌질함(?)을 들을 수 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으로 첸이 얻은 것은 ‘성덕 인증’과 청량한 보이스톤에서 뽑아낸 새침함이 아닐까.


Jelly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누군가는 전소연을 꼭 어린이-그러나 ‘앙팡 테리블’에는 조금 못 미치는-로만 생각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무도 관심 없을 나의 불만과는 별개로, 이 곡은 그런 포지션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긍정적 결과물로 보인다. 동요를 베이퍼웨이브화 한 듯한 귀엽고도 묘한 비트에 ‘종알대는’ 듯한 랩이 느릿느릿 밀도를 높여 가다가 2절 버스 끝에 가서 “레몬!”을 소리 지르는 데에 이른다. 그리곤 다시 몽롱하고 유쾌한 후렴으로 넘어간다. 과히 공격적이진 않은 전소연의 랩과 보컬이 씩씩하게 느긋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비비드한 색감과 키치한 소품이 지금의 여성 아이돌 시장에서 특별날 수는 도저히 없겠지만, ‘별난 느낌’이 필요한 김에 조금 힙하게 연출된 음악과 어울려서 식상하지 않다. 어린아이 장난처럼 제시되는 이런 요소들은 오히려, 어른들의 손길로부터 자유로운 ‘자기 것’이란 인상을 심어준다.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입을 길게 찢으며 웃는 모습이 반가운 동시에,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한다. 덧붙이자면 전소연이 못생겼다는 건 무식한 소리다.

심은보(GDB): 큐브 엔터테인먼트가 힙에 눈을 뜬 걸까. 전소연의 ‘Jelly’는 그간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곡 중 가장 잘 만들어졌다. 구성은 트랩에 기반을 두고 통통 튀는 사운드를 더해, 최근 미국의 레프트-센터 힙합을 떠올리게 한다. 전소연의 랩도 매력적이며, 가사 또한 개인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그 캐릭터가 〈프로듀스 101〉 시즌 1과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쌓인 ‘못생김’에서 비롯한 느낌이 드는 건 좀 아쉽다. 전소연 본인이 선택한 거라면 어쩔 수 없겠으나, 굳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캐릭터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난 니가 좋은데
AL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6일

미묘: 나는 이런 곡을 놓고 보컬의 실력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브라스와 스트링을 어떻게 시퀀싱 해야 유치하다는 소리만이라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가 이 곡에는 없다. 이는 작곡가가 미디 초보이거나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한참 떨어질 때에나 생기는 일이다. 16분음표로 무의미하게 ‘조져’대는 스트링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초보를 벗어나는 시점은 대개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거나, 적확한 루프 샘플을 찾거나, 혹은 ‘전 오케스트레이션은 못 해서요’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악기들의 처리나 채우다 만 멜로디라인, 게으른 곡 구성도 이 곡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Happy Box Part 2
TS Enter
2017년 11월 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슬픈 듯한 “아이, 아이, 아이”가 반복되는 가운데 단조로 펼쳐지는 라틴 스타일 댄스곡. 청승으로 흐르기 딱 쉬운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다. 매정하게 끊어내는 듯한 어쿠스틱기타와 함께 차갑고 단호하게 격정을 찍어 내린다. 그 위에서 보컬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파워풀하게 마음껏 휘두른다. 드랍에 가까운 인스트루멘탈 위주로 후렴이 시작하며 점점 더 치달아 오르는 구조 역시, 기세 좋게 달려나가는 맹수 같은 모습을 이뤄내는 데 톡톡히 일조한다. 후렴 후반부의 가성이 굉장한 힘으로 터뜨리며 지나가는 것 또한 인상적인 동시에 절묘하다. 이제는 서서히 알 것 같은 소나무의 팀 컬러에 묵직하게 자리하며 또한 멤버들의 기량을 과시하듯 보여주기에도 좋은 곡.

햄촤: 왠지 모르게 몇 년 전 나인뮤지스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 이국적인 리듬과 사운드가 멤버들의 음색과 어우러져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에 꽤나 어울리지만, 매력적인 버스에 비해 후렴이 생각만큼 귀에 인상적으로 각인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넘나 좋은 것’ 이후 멤버들의 매력과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노래를 찾아주어야 할 기획력에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Teen, Age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6일

미묘: 세븐틴의 실험은 힙합, 일렉트로닉과 ‘장르 케이팝’, ‘장르 발라드’를 ‘가요’와 뒤섞으면서 한 곡에서 스타일 및 정서의 낙차를 크게 그리는 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때 전체적인 외연이 무엇으로 보여질 것인가가 중요할 텐데, ‘박수’에서는 록과 힙합을 섞어 거만한 ‘오빠미’를 노렸다. 안무에선 평소보다도 유난히 팀 전체가 가로로 늘어선 채로 간혹 한 명씩이 변주를 가하는 형태가 두드러진다. 그런 요소들이 이 가벼운 〈웨스트사이드스토리〉적인 곡에 유쾌한 바람을 넣는다. 흥행과 별개로 설득력 있는 결과물. 그에 비해 앨범이 다소 어수선하게 들린다면 오히려 안심시켜주는 트랙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후반부 수록곡들은 각기 매력적이고 단단하지만 관습적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반부가 장르적 혼종이거나 힙합의 틀 안에서 다소 독특한 느낌들을 시도하고 있어 불친절하지만 흥미로운 결을 보여주는 데 비해, ‘그 모든 걸 지나 도달한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차라리 무드나 템포의 흐름을 중심으로 섞어 놓거나 아예 대조를 보이도록 양분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 ‘울고 싶지 않아’를 재완성한 듯한 ‘모자를 눌러쓰고’, 거창하고도 감각적인 ‘13월의 춤’ 등이 드라마틱한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단촐한 편성을 꼼꼼하게 구성해 재미를 더하는 ‘Change Up’도 즐겁다. 지금까지 타이틀 곡들이 보여주는 세븐틴의 매력은 떠들썩하고 복잡다단한 것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하나의 맥락으로 꿰뚫어져 덩어리로 다가올 때가 아닐까 한다.


Play
Label SJ
2017년 11월 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햄촤: 타이틀곡 ‘Black Suit’는 비트만으로는 언뜻 ‘미인아’나 ‘Sorry Sorry’등의 클리셰 같은 슈퍼주니어의 히트곡을 연상케 하면서도, 세공된 사운드와 하모니, 절도 잡힌 퍼포먼스로 중후한 멋을 내고 있다. 수록곡들 또한 하나하나 놓치기 아까운 퀄리티로, 보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비처럼 가지 마요’와 ‘시간 차’를 특히 추천하고 싶다. 슈퍼주니어가 ‘Black Suit’를 입으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앨범.

1st Listen : 2017년 11월 상반기 ②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