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11월 하반기 ①

2017.11.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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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하반기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11월 16일에서 11월 22일까지 발매된 11장의 음반 중 8장을 다룬다. XoX, 사무엘, 레드벨벳, 스누퍼, 카드, 블라블라, 클로리스, 펜타곤.
XoX
Yello
HakJam Company
2017년 11월 16일

  

뮤직비디오가 각종 행사 현장 스케치 영상의 콜라주이다. 저예산 걸그룹이 어떤 스케줄을 가는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보여줘서 누군가에겐 다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걸그룹이 남성 군인들에게 ‘위문’을 간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멋진 퍼포먼스나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이 아니라, 그냥 젊고 예쁜 여성이 온다는 자체에서 위로를 느끼라는 그 시스템은 대체 젊음을, 예쁨을, 여성을, 위로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보라는 의미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몇몇 사람들에게 놓치지 말고 체크하라고 권하고 싶다. 좋은 콘텐츠라는 뜻은 아니다. 메탈 기타 이외에도 이 곡이 묘하게 건드리고 지나가는 서태지 이전 시대 댄스 가요의 질감은 간단히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팬캠 편집을 중심으로 이뤄진 뮤직비디오도 흥미롭다. ‘무대 위의 섹시한 모습’과 ‘객석을 들끓게 하는 장면’들이 교차될 때면 마치 언더그라운드에서 뚫고 올라온 밴드의 데뷔 음반을 보는 것 같은데, 아이돌에게서 보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왠지 군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장병들과 신나게 손뼉을 마주치며 이들을 일으켜 세워 날뛰게 하는 장면들은 여러 의미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결과적으로 이 데뷔 싱글과 뮤직비디오는 이들이 어떤 음악, 어떤 무대를 하며 그것이 객석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담고 있으며, 이는 음반이 음악 소비의 중심이 되기 이전 프로모션 용도였던 시대를 되살린다. ‘프로모션’의 원래 의미로 돌아가는 이런 모습은, 어쩌면 누군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행사 시장 아이돌을 증언한다.



사무엘
Eye Candy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16일

  

용감한 형제의 강점은 역시 거칠지만 중독성 있는 특유의 통속성이다. 이것이 어떤 가수에게는 MSG처럼 맛깔났지만, 사무엘에게는 잘 붙지 않는 것 같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잘생긴 내가 너의 eye candy가 될게’라고 해도 전복적일까 말까 한데, 완전 반대의 가사를 읊고 있는 재능 있는 10대 청소년을 보고 있자니 착잡해진다. 사무엘은 좀 더 섬세한 음악과 기획으로 다뤄야 할 가수다. 좋은 원석을 찾았으니, 세공 솜씨를 키우는 것은 프로듀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레드벨벳
Perfect Velvet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17일

  

SM A&R의 탁월성을 집약한, 아름답게 조형된 한 장의 앨범. 타이틀곡 ‘피카부’를 필두로, 예쁘고 정갈한 목소리의 멤버들의 보컬을 다채롭게 겹쳐 쌓은 레이어처럼 활용한 화음 운용이 기가 막힌다. 이전 세대 때는 대중성과 포트폴리오적 작품을 그룹 단위로 선보이던 SM이 이제는 레드벨벳이라는 한 그룹 안에서 모두 보이려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게 ‘레드’고 ‘벨벳’이었나 보다. 이제 f(x)처럼 존재 자체가 포트폴리오인 그룹은 만들지 않겠다는 사인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 앨범이 ‘좋은 취향’이란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앨범은 레드벨벳이 8~90년대 팝을 간접 체험하며 ‘왜 우리에겐 이런 음반이 없을까’를 아쉬워하던 3~40대의 꿈을 케이팝 테크놀로지로 이뤄주는 존재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올드스쿨한 비트에 클래식한 브리지, SM의 원천기술 같은 보컬 화성과 트리트먼트, 현재적인 얼터너티브 R&B의 문법을 동원한 ‘Kingdom Come’이 더 이상의 의문을 필요치 않게 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완성되는 ‘피카부’의 세계는 물론이고, 모험을 떠나는 프로타고니스트로서의 소녀를 표현하는 ‘I Just’도 따분해진 걸그룹 시장에 대안을 제시한다. 앨범의 부담을 푸근하게 덜어내 주는 마지막 ‘달빛 소리’가 모노트리와 레드벨벳이 이미 보여준 것들에 비해 너무 안전하다는 게 그나마의 아쉬움. 나른하고 우아하며 섹시한 ‘Perfect 10’의 깊은 여운도 절대 놓치지 말길.

타이틀곡처럼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트랙리스트. 마냥 달콤함을 느끼기에는 다음 곡에서 혹은 바로 몇 초 뒤에 어떤 분위기가 펼쳐질지 몰라 긴장하게 된다. 강렬한 레드의 향연이었던 지난 앨범과는 다른 이미지를 꺼내 들었는데, 기존의 벨벳과 같은 질감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렵하고 복잡다단하다. 이게 레드벨벳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완벽한 벨벳’의 모습일까? 이번 앨범으로 레드벨벳은 더 빛나고 강한 판을 깔았고 이내 많은 이들을 설득시켰다. 의문은 다소 남지만 그럼에도 적재적소에 나온 한 방이라고 본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여러모로 일반적이지 않은 걸그룹 사운드다. 한껏 강조된 서브베이스 위에서 레드벨벳은 귀여움을 어필하지도 않으며 고음을 뽐내지도 않는다. 다만 세련의 최전선에 놓인 트랙들이 이어질 뿐이다. 퓨처베이스와 힙합, 발라드까지 한 앨범에 담겨지기 힘든 장르들이 설득력 있게 이어지지만 레드벨벳 멤버들은 일관된 케이팝 톤으로 곡을 수행해낸다. 물론 그 덕분에 이 앨범이 훌륭한 ‘케이팝’ 앨범으로 들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하반기 발매된 앨범 중 가장 인상적인 앨범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여름에 발표한 ‘빨간 맛’에서 분위기를 180도 전환해 이렇게 서늘한 이미지의 타이틀곡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획력 또 소화력에 새삼스레 감탄하게 된다. ‘피카부’ 외에도 타이틀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봐’, ‘Kingdom Come’, 또 그 사이에서 ‘두 번째 데이트’와 ‘Attaboy’처럼 선명히 다른 색깔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현재까지 레드벨벳이라는 그룹이 성취해낼 수 있는 어떤 정점에 있는 하반기 가장 인상적인 앨범. 추천곡은 수록곡 전부.



스누퍼
Dear
위드메이
2017년 11월 17일

  

오랜만에 좋은 스윗튠 곡이 나왔다. 이전에 인피니트 등의 가수를 통해 다수의 작품에서 선보였던, 부서지는 얼음처럼 청량한 신스를 가득 배치했다. “빛이었었죠 당신은 눈부셔 애처럼 맑았죠 / 굉장했어요 당신과의 만남은 애틋했었어요”라는 가사에는 특유의 신파적이면서도 순수하게 들리는 소년 감성이 듬뿍 담겨있다. 스누퍼의 2주년 기념 싱글이라고 한다. 2년 내내 함께 걸어온 스윗튠이 좋은 선물을 했다.

리드미컬해진 ‘Last Christmas’를 지향…하는 듯하면서 비뚤어져버린 듯한 감성 미드템포 튠이다. 하모닉스가 풍성한 신스를 저음에서 코드로 찍어대는 게 꽤 듣기 좋은데, 이런 사운드는 소리가 뭉개지지 않도록 덜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달리 여기선 무게감을 확실히 가지고 간다. 나긋나긋한 멜로디나 회고적인 내용, 물기 어린 피아노가 느끼해지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도 한다. “애, 처럼 맑았죠”, “애, 틋했었어요”처럼 감탄사인 척하면서 이어지는 가사나 “굉장했어요” 같은 표현들도 스누퍼의 수수한 매력을 잘 짚어낸 ‘오글미’다.



카드
You & Me
DSP 미디어
2017년 11월 21일

  

꽤나 힘이 들어간 EP. 멋을 부리는 듯하던 남성 래퍼들의 목소리는 훨씬 공격적으로 날을 세우며 강렬해졌고, 여성 보컬들은 이전보다 훨씬 유려한 감정적 호소를 담아냈다. 실력의 측면에서 발전이 엿보이는 것은 장점. 다르게 보면 기본기가 갖춰진 상태에서 딱히 진심은 없는 듯하던 그 매력은 반감되었다. 이는 곡들이 한껏 진지하고 심각해진 것과도 맞물린다. 무거워진 곡풍과 함께 각 멤버들의 담당 섹션의 호흡도 길어지면서 보다 깊이 있게 들어가는 것은 장점. 특히 서글픈 정조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Trust Me’는 카드의 비극적 색채를 가요 전통보다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놓고, 두 명씩 짝지은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되면서 이야기의 앞뒤를 모두 들려주는 듯한 충족감도 제공한다. 그런 반면 가볍고 건조하던 이전의 매력과는 거리가 있다. 혼성 그룹의 미묘한 긴장을 쾌감으로 연결해내던 절묘한 밸런스가 다소 뒤틀린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 이를테면 기량의 향상과 함께 남성 래퍼 - 여성 보컬이라는 성 역할에 보다 근접해진 것도 일보 후퇴라 해야 할 것. 팀 포맷과 멤버들의 매력, 그리고 이 음반에서 들리는 음악적 욕심을 볼 때, 이 EP의 성장에 대한 박수는 다음으로 미뤄도 좋을 것 같다.

혼성그룹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드라마 형식으로 앨범을 구성한 전략은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감정의 드라마’는 모든 곡에서 거의 동일하게 표현되고 있다. 거친 목소리의 랩으로 분노를 토로하는 남성 멤버와 체념하듯 무기력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여성 멤버의 애처로운 목소리. 이같은 구도가 제일 극명하게 드러나는 트랙 ‘지니까’의 가사를 보면 남성 멤버의 랩은 전형적인 ‘미친 여자친구’ 서사(“넌 일부터 열까지 다 / 해결할 수 없는 문제야 / 네 옆에서 누구든 정신병자가 되겠다 / 연애하면 안돼 너 같은 애”)인데 반해 여성 멤버들이 부르는 가사는 그저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두려워지니까 힘이 빠지니까 / 무서워지니까 / 또 아무 말없이 그런 무표정으로 / 날 몰아세우지는 말아줘”). 현실을 충실히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카드 멤버들이 무대에서 보이는 에너지와 카리스마에 한참 못 미치는 가사와 전개가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두 번째 미니앨범일 뿐인데도 ‘카드만의 음악 스타일’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뮤지컬을 보듯이 연인 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앨범의 구성이 각 곡의 가사에 서사와 설득력을 실어주며 타이틀곡인 ‘You In Me’가 앨범 후반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어색하거나 다른 수록곡들의 매력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나 지우-제이셉과 소민-BM이 둘씩 페어가 되어 같은 멜로디의 ‘Trust Me’를 다른 분위기로 따로 불러 실은 것은 카드라는 그룹이 가진 콘셉트의 장점을 앨범의 콘셉트에도 맞추어 백분 발휘한 기획. 지난번보다 멤버들 각자의 매력을 좀 더 고르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첫 트랙 ‘Into You’부터 앨범을 쭉 들어보시길 권장한다.



블라블라
참 잘했어요
FAB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2일

  

타기팅이 명확한, 섹시 그룹의 계보를 잇는 블라블라의 데뷔 싱글이다. 나인뮤지스-라니아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라틴 리듬과 함께 차근차근히 전개되는 모양새는 인상적이나 섹스 어필의 농도가 짙다. 버스 초반의 과도한 숨소리나 브리지의 괴성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야 할 정도. 그럼에도 가요스러운 훅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페인어 내레이션 및 가사가 매력적이다.



클로리스
Friday Night
FAB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2일

 

같은 날 같은 기획사에서 두 팀의 걸그룹이 데뷔한다니 ‘이건 또…’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다. 라틴풍이 가미된 디스코 하우스로 특별히 손색이 없다. 폭발력보다는 들썩임이 지속되는 타입의 곡인데, 중간중간 적절히 분위기를 전환해 주면서 몇 가지 훅이 제법 효과적으로 배치돼 있다. 멤버들의 음색과 그 운용이 흥미롭다. 꽤 특색 있는 음색의 매력이 잘 보이는 리드보컬, 혈기보다는 건성으로 장난치는 듯한 훅, 그리고 꽤 터프한 허스키 보이스의 랩까지. 탄탄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분위기에 매우 적절하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별생각 없이 무심한, 또는 나사가 하나쯤 빠진 듯한 매력이 훵크 기조의 댄스곡으로서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안무와 가창 모두 소박하게 느껴지고 그것은 많은 경우 아이돌 시장에서 약점이지만, 밸런스에 주의하면서 조금씩 개선한다면 멋질 것 같다. 기대한다.



펜타곤
Demo_02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22일

  

펜타곤은 늘 음악적 욕심이 많아 보여서 좋은데, 이번 EP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All Right’이 몽롱한 덥과 케이팝, EDM을 연결하는 것이 재미있지만 ‘Violet’과 ‘Runaway’는 아무래도 조금 흔한 스타일의 복제라는 느낌이다. 사운드도 좋게 말하면 따뜻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딘지 기운이 없다. 전작에 이어 ‘Pretty Boys’를 수록한 랩 유닛의 ‘조금 이상한 사람’ 연출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지만, 그것만으로 평이한 트랙들을 살려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타이틀 곡 ‘Runaway’는 얼핏 들으면 꽤 그럴싸한 EDM이다. 후이가 작곡한 워너원의 ‘Energetic’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두 곡 다 후렴이 인상적이지만 ‘Runaway’가 훨씬 지루하게 들린다. 후렴구를 제외한 곡의 모든 요소가 그저 극적인 드랍과 후렴을 위한 빌드업으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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