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8월 하순

2017.08.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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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하순 발매된 36장의 아이돌 음반 중, 상대적으로 눈길이 가는 14장의 음반을 꼽았다. 선미, 스위티, 모모랜드, 다이아, 프리스틴, 빅톤, S.I.S, 빅스LR, 플래쉬, 골든차일드, 현아, 굿데이, 헨리, 정세운을 다룬다.
선미
가시나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The Black Label
2017년 8월 2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오랜만에 케이팝의 정수를 관통하는 곡이 등장했다. '가시나'는 그룹에서 솔로로, 다시 그룹이라는 보기 드문 커리어를 쌓아온 선미가 또 한 번 솔로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정도를 넘어 한때 케이팝이 가지고 있던 참신함을 데려왔다는 의미까지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난해한 맥락의 가사,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등 ‘가시나’는 2017년에 나온 노래 중 가장 케이팝스러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다 죽여’ 정서의 과격한 페미니즘을 상상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뮤직비디오에 강한 대상화가 담겨 있다며 비판할 수도 있다. 한 곡을 향해 이런 다채로운 의견이 터져 나오는 상황 자체가 제작자와 선미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을까? 예쁘고 미친 정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멋진 곡과 무대를 놓치지 말자.

이번 회차의 추천작

분명 가요에 속해 있지는 않은 보컬부터 강렬하고 긴장감 있게 연출된 안무, ‘24시간이 모자라’나 ‘보름달’보다도 한층 더 냉랭해진 스타일링까지, 어느 한구석도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싱글. 무엇보다도 어떤 강박에도 매여 있지 않은 선미의 애티튜드가 가장 멋져 보이는 싱글인데, ‘(아이돌 출신이지만) 아티스트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거나, ‘(소녀였지만) 여성으로 보여야 한다’는 등의 그 어떤 부담감에도 얽매이지 않고 음악을 연기하는 데에 100%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활발히 활약한 해였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선미가 돋보인 이유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4분간의 연기에만 온전히 집중해 있었던 거의 유일한 아티스트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싱글로 진정 선미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스위티
Rainy day
J music company
2017년 8월 22일

  

조악한 상태의 음악과 내용 없는 가사가 귀를 괴롭게 하는 가운데, 댄스팀으로 구성되었다지만 어디에서도 영상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움은 더 커진다.



모모랜드
Freeze!
더블킥 컴퍼니,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2일

   

모모랜드의 강점이라면 데뷔곡 ‘짠쿵쾅’부터 지금까지 팀의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전작을 연상시키지 않는 곡을 계속 내놓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어마어마해’가 주이의 대활약 등으로 팀의 인지도와 인기를 다소 상승시켰음에도, 기획사들이 종종 빠지곤 했던 동어반복의 함정을 피해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꼼짝마’는 인상적인 면이 있다. 술래잡기 놀이에서 인용한 후렴구의 가사,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효과음과 멜로디, 인형극 같은 안무 등 테마파크스러운 그룹의 이미지를 그에 걸맞은 색감과 연출의 뮤직비디오 등으로 시각화하는 점까지, 기획 면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곡.



다이아
Love Generation
MBK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2일

   

다이아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모종의 불쾌감이 어디에서 기인할까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촌스러움과 질적 수준의 하향화가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촌스러울 필요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곳곳에 배치된 맥락 없는 베이퍼웨이브 이미지들은 차라리 가장 트렌디한 부분에 속해 보일 정도. 현시대 학생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아이팟과 일본 서브컬처에서 가져온 스쿨룩, 그리고 의도된 백합물 코드가 정작 가장 한국적인 곡과 안무와는 전혀 섞이지 않고 그저 둥둥 떠다닌다. 이 산만함이 어떤 신선함이나 다채로움을 담보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콘텐츠 자체의 ‘질적 하락’을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의 상태가 조악한 것에 비해 음반 상술은 ‘시장 윤리’를 생각하게 될 정도로 노골적이다. 기획과 유통, 마케팅, 홍보의 전 과정에서 기획사의 의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읽게 되는 경우는 솔직히 많지는 않다. 이쯤 되면 고정 팬층이 느끼게 될 회의감에 대해 함께 걱정해줘야 할 수준 아닐지.



프리스틴
SCHXXL OUT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3일

   

로킹한 사운드의 힙합을 기반으로 ‘사차원’의 반짝임을 전하는 포스트-애프터스쿨. 그렇다고 쳐도 ‘We Are Pristin’과 ‘We Like’이 이어지는 초반부는 ‘Wee Woo’의 철벽 노선을 한 걸음 더 멀리 가져간다. 프리스틴의 ‘엉뚱함’은, ‘요즘 여자애들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하하!’의 스탠스로 곧잘 기울곤 하던 과거 칙릿 기호나 ‘사차원’ 코드와 선을 긋는다. “얘도 내가 좋대” 등의 과장된 달콤함은 귀여움을 어필하기보다는, 다른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짓으로 애교를 부려 보이는 것에 가깝다. 당연히 이런 애티튜드는 이해와 공감을 일으키기보다는, ‘우리만을 위한 노래’를 무대에 올리고 그것이 멋지고 예쁘다고 전시할 뿐이다. 숭배와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아이돌의 회복을 노리는 것으로 읽힌다. 그 과정 중, ‘가치 높은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보다 섬세해질 여지가 많이 있다고 보인다. (많은 아티스트의) ‘가십걸’ 코드나 미쓰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에서 이젠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여성 화자의 입장에서 상대의 ‘드럼이 되겠다’는 표현이 참신하게 느껴지고, 가사에 대한 문제 제기에 발 빠르게 수정으로 대처한 점 등, 발전을 기대할 만한 지점들이 있다.

탁월함을 보장할 수 없다면 실연자가 제작 단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 편인데, 그것을 증명할 사례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 같아 유감이다. 특히 그것이 단순히 ‘홍보 차원’에 머물고 만다면 더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We Like’는 인트로 ‘We Are Pristin’에서 보여준 프리스틴의 활기를 이어받아 에너지를 확 터뜨리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악기와 보컬이 후렴에서 임팩트를 몰아주기 위해 다른 구간에서는 지나치게 힘을 빼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고, 전작 타이틀곡이었던 ‘Wee Woo’가 곡의 곳곳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어딘가 투박하고 흐릿해진 톤 또한 아쉽다. 여러 가지 씁쓸함 가운데에 한가지 특기할 점이라면, 전반적으로 앨범의 분위기가 보이그룹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걸그룹 특유의 수동성보다 과감함이 돋보이는 구간들을 마주치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이것 또한 ‘자체 제작’ 타이틀과는 별로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어쨌든 앞으로 주목해볼 필요는 아직 충분해 보인다.

타이틀곡 ‘We Like’는 도입부이자 후렴 파트의 “Dudududu”가 압도적으로 매력적이면서도 곡 전체적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 파트 분배와는 달리 각 멤버들의 파트가 랩-노래-랩-노래 형식으로 끊임없이 교차되면서 짧게 치고 빠지고, 그 사이사이를 후렴이 채운다. 어쩌면 다인원 그룹이 가진 공통적인 과제인 공평한 파트 분배, 각 멤버의 매력과 이미지 어필, 보컬과 랩의 균형 등을 한 번에 수행하려다 보니 약간의 과부하가 걸린 것은 아닐까. 적응이 충분히 되고 나면 넘치는 내적 흥을 주체하기 힘들 만큼 신나면서도, 완성되는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 가보고 싶은 분석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곡이다. 수록곡은 그에 비해 상당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볍고 흥겨운 곡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 대비 또한 재미있는 앨범이다. 심플한 반주 위에 랩과 보컬의 매력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Aloha’와 ‘너말야 너’ 등 모두 놓치기 아까운 곡들이니 들어 보셨으면 한다.



빅톤
Identity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3일

   

한동안 많은 보이그룹이 ‘청량’ 콘셉트로 기울더니 누군가는 ‘그 이상’을 원해서, 누군가는 원래 그 자리가 아니었기에 멀어져갔다. 그러고 보니 남은 것이 빅톤인 것 같다. 이 미니앨범은 소속사 선배 걸그룹처럼 우직하게, 청량함을 고수한다. 두 번째 트랙인 ‘뺏길까봐’나 마지막의 ‘Light’가 슬그머니 어둑한 기운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럴 때조차 낙천적인 표정을 고수하는 식이다. 배색을 집요하게 활용하는 뮤직비디오의 ‘말도 안돼’는 지겹다는 말도 지겨워지는 트로피컬 하우스의 요소를 가져오긴 하지만, 뒤쪽에 슬쩍 숨겨놓거나 변형을 가하는 식으로 지루함을 덜어내면서 청량한 기운만을 활용한다. 다만 곡의 마지막 부분 변주에서 선언적으로 내던지는 보컬 라인처럼 후렴도 긴 선을 그리기보다는 명쾌하게 구성됐다면, 시원한 느낌도 더하면서 찹(chop)을 대신하는 보컬 리프레인과도 좋은 대조를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Flower’가 흔한 버블검 힙합을 구사하기도 하는 등 중반부가 살짝 처지기는 하지만, 가요적 익숙함과 청량감 사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취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점이 인상적인 미니앨범.



S.I.S
느낌이 와
제이엠쥐(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5일

   

정직한 멜로디와 구성, 가사가 장점이자 단점인 곡. 익숙한 느낌의 ‘걸그룹 노래’로 접근성은 좋지만 반대로 특별하게 인상적인 부분도 없다. 록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리듬감이 걸그룹 특유의 군무를 추기에는 조금 어긋나지 않을까 걱정되면서도 곧잘 어울린다는 점은 재미있다. ‘한 명의 남자 주인공에게 여섯 명의 소녀가 전부 반해버린다’는 식상한 뮤직비디오의 콘셉트에도 조금의 변화를 가미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도.



빅스LR
Whisper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8일

   

이번으로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한 빅스LR의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작곡이 가능한 두 멤버를 중심으로, 콘셉트가 확실한 빅스라는 그룹 안에선 보여줄 수 없는 다소 릴랙싱된 악곡들을 발표한다. 두 사람이 거둔 음악적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언제 어디서 들려와도 부담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라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그 장점을 무색하게 만드는 건 특별한 임팩트 없이 희미한 인상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곡들의 면면이다. 모 그룹에서는 듣기 어렵던 레오의 보컬이 가진 다층적인 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썩 끌리는 지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프트 펑크의 여러 작품을 인용하다시피 하여 전혀 다른 곡을 만들어낸 ‘Whisper’를 비롯해, 어두운 공기 속 차가운 그루브의 힘이 두드러지는 미니앨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음악이 흐르고 있는 매 순간은 매우 좋은 취향의 질감을 선보인다. 그 순간들의 연속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더 나아갈 곳이 있다는 인상인데, 작품의 지향 역시 바로 그 지점일 것이라는 짐작도 해본다. 그것이 사뭇 잘 이뤄진 사례가 타이틀인 ‘Whisper’. 뮤트 기타가 지배하는 액체성의 공간에서 둔탁한 훵키의 세계로 넘어가거나, 은근한 비애의 흔적이 애타는 간절함으로 전환하면서도 두 정서를 병행하는 등의 흐름이 매력이다. 흘러내리는 라인을 부르는 레오의 보컬과 라비의 예의 위악스러운 톤의 래핑이 매끄럽게 겹쳐지면서 ‘Whisper’의 후렴이 촘촘하게 짜여져 기어처럼 돌아가는 것이 일품. 포스트코러스의 힘 배분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져 아쉽다. 미니앨범 전체가 빅스에 비교해 훨씬 차분한 기조로 구성돼 있는데, 그것이 어른스러운 소품처럼 다가오면서도 오히려 더 콘셉추얼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점이 흥미롭다.



플래쉬
Season Album
플래쉬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8일

   

살찐 고양이가 작곡에 참여한 신곡으로 1년 만에 돌아온 플래쉬. 트랩과 칩튠을 섞은 캔디팝에 신경질적인 것에 가까울 정도로 단속적인 보컬 프레이즈들을 배치해 쉴 새 없이 찌르고 빠진다. 조금 정신 사납게 들리기도 하지만 “뭐야 뭐야”를 비롯한 디테일들이 제법 인상에 남는다. 곡과 뮤직비디오의 기조가 과잉한 애교에 맞춰져 있어서 그렇지, 어딘가 나사가 잘못 꼽힌 듯이 정신없는 분위기의 곡이 이색적이라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특히 나름 참신한 의욕이 엿보이지만 방향성을 확고히 잡지 못하는 듯하던 디스코그래피를 생각하면 꽤 반가운 변화. 다만 정신없기만 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선 굵은 요소들로 중심을 확실히 잡아줘야 할 듯하다. 나름 기세 좋은 비트나, 분명 트와이스를 참조한 듯한 멜랑콜리의 삽입만으로는 역부족인 듯하다. 안무에서 보이는 지나치게 식상한 클리셰들의 연속도 어차피 애교를 중점에 둔 곡에서 무리는 아니지만, 여기서 ‘다음 단계’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요소들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골든차일드
Gol-Cha!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푸르고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벌판 위를 11명의 소년이 힘차게 뛰어 가로지른다. 그런 그들의 목표는 보나 마나 청룡기나 갑자원으로 정해져 있다. 골든차일드의 데뷔 앨범을 사로잡은 건 온통 그 이미지 하나다. 최근에는 좀처럼 드문 로킹함을 앞세운 타이틀곡 ‘담다디’에서 ‘나랑 해’, ‘내 눈을 의심해’까지 모든 수록곡들이 그렇다. 트렌드고 뭄바톤이고 알 게 뭐냐는 기세다. 마지막 곡 ‘Sea’가 그나마 시대와의 조화를 꿈꿔보지만 이마저도 소속사 선배 인피니트가 ‘She’s Back’ 등 초기곡을 통해 보여줬던 ‘푸른 청춘’의 재현에 더 가깝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묻는다면 이 한마디만을 남기겠다. 이런 건 도무지 외면하거나 싫어할 도리가 없다. 심지어 그 의지가 이토록 굳다면.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동류의 보이그룹들에겐 없는 무해한 에너지가 강점으로 작용할 듯하다. 귀를 꽉 채우는 로킹한 사운드에 비해 조잡하지 않게 잘 정리되어 깔끔한 선으로 떨어지는 퍼포먼스가 좋은 시너지를 만든다. ‘담다디’는 레이블의 전작인 인피니트와 러블리즈에게서 얻은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는 인상이 있다. 밴드 사운드에 어울리는 쨍한 보컬과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던 진행을 중간중간 중화해주는 여리고 부드러운 보컬이 병치되어 있어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그것이 인피니트의 후배다운 면이라면, 아이돌의 본분에 가까운 ‘보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해 화면과 무대에 아기자기한 요소를 많이 배치해둔 것은 러블리즈가 어필했던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한편 ‘나랑 해’나 ‘Sea’와 같이 청량감을 극대화한 트랙으로 미루어 볼 때, 이전 팀들과는 확실히 다른 고유한 영역을 확보해주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그것이 레이블 내에서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전체 시장 안에서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것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문제.



현아
Following
큐브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29일

   

“Following”은 무엇보다 가볍다. 현아의 근작들이었던 ‘빨개요’, ‘잘나가서 그래’, ‘어때?’를 생각하면 더욱 가볍게 느껴진다. 이는 힙합의 자리를 채운 트로피컬 하우스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어떤 모습이 대중을 사로잡는지,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터득한 현아 덕분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그간 치중해오던 랩에 비해 보컬의 비중이 부쩍 늘어났는데, 현아의 보컬이 가지고 있는 ‘톡 쏘는’ 매력을 이제서야 정면으로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트로피컬 하우스가 가진 장르적 색채와 공간감, 화려한 팝 감각이 잘 조화된 타이틀곡 ‘베베(Bebe)’와 ‘Dart’가 좋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베베’는 트로피컬이지만 금속성이 매우 두드러지는 마림바가 딥하우스 느낌을 물씬 내는 코드로 루프되면서 퍼쿠션과 함께 귓가를 간지럽히는 묘한 질감을 구성한다. 그 세련미가, 정해진 수순에 따라 거침없이 밟아 나가는 진행과 묵직한 칼날처럼 찍어 누르는 현아의 목소리(“베베, 베베”)를 만나 품격 있는 튠으로 완성된다. 애교도 카리스마로 뒤바꾸는 날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Party (Follow Me)’나, 달콤함과 뒤엉킨 묘한 상징성 뒤의 숨은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보라색’도 매우 흥미로운 트랙들이다. 이번 미니앨범의 발견이라면, ‘베베’의 세련미를 꼬인 트릭 없이 준수하게 펼쳐내면서 감성을 한 치의 질척임도 없이 뭉클하게 담아내는 ‘Dart’와 ‘자화상’이다. 알쏭달쏭하게 별난 모습과 날카로운 공격성을 연극적인 유쾌함과 탄탄한 세련미로 마무리하는 미니앨범으로, 파란만장을 겪거나 일으켜온 현아의 제 n 막을 여는 듯한 한 장이다.

자기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현아가 대중에게 ‘따라오라’며 유혹한다.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사랑 앞에 점점 어려지는 나’를 과감하게 써버리는데, 그 안에 다양한 왜곡과 위트가 자리한다. 그는 장난스럽게 ‘보라색’을 칠하기도 하고 진지한 얼굴로 ‘자화상’을 그리곤 한다. 작사와 프로듀싱에 참여한 “Following”은 현아가 그린 자화상 같다. 뻔하지 않은 그의 그림을 잘 들여다보자. 그는 섹시 아이콘 말고도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굿데이
All Day Good Day
C9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C9 엔터테인먼트의 10인조 신인 걸그룹. 타이틀곡 ‘Rolly’는 간만에 듣는 부기우기 스타일로, 시끌벅적한 업템포의 흥청망청함이 두드러진다. 트와이스의 주도로 이뤄진 하이퍼액티브-버블검을 비교적 참신하게 변형했다고 할 수 있는데, 한껏 까불까불한 장식들이 가미되면서도 메인 멜로디의 집중력은 잘 유지해내서, 애교스러우면서도 의기양양한 기세가 있다는 점이 좋아 보인다. 음악의 화학식이 후렴에서 다소 어긋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가요적인 훅에 이어 호흡을 잡아가는 부분이 썩 조화롭지만은 않은 탓인 듯하다. 세 개의 유닛으로 나뉘어 세 곡을 더하고 있는데, 그 이름이 각각 ‘굿모닝’, ‘굿나잇’과 하필 ‘미드나잇’인 점이 특이하다. 원택과 탁이 원피스를 재해석하는 듯한 ‘이 순간을 넘어’와, 걸그룹에서 흔치만은 않은 딥하우스 계통을 (달콤하게) 선보이는 ‘Party after party’가 놓치기 아까운 트랙들.



헨리
That One
SM 엔터테인먼트, 레이블 SJ
2017년 8월 30일

   

월간 헨리 프로젝트를 지향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헨리는 꾸준히 자기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음악적 역량 및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 ‘That One’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듯한 섹시한 팝이다. 세련된 곡과 뮤직비디오는 통통 튀는 그의 예능 캐릭터와는 달라 낯설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라는 걸 잊지 말자. 아직도 그를 위한 풀렝스 앨범이 없다니 아쉽지만, 곧 좋은 소식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세운
Ever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31일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앨범 전체를 사로잡은 ‘어쨌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다 불러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제작진의 맹렬한 고집이다. 최근 신에서 가장 각광받는 프로듀서 그루비룸(Groovyroom)을 필두로 줌바스(Joombas), 이단옆차기 등의 이름을 빈틈없이 욱여넣은 앨범은 정세운이 타고난 것과 비교적 흡사한 결을 가지고 있는 브라더수를 만난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숨을 돌린다. 구성은 심플하지만 비트와 리듬을 쥐락펴락하는 맛이 좋은 마지막 곡 ‘오해는 마’가 무엇보다 편안히 느껴져 살펴보니 정세운의 셀프 프로듀싱 곡. 넘치는 야망도 좋지만 가끔은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걸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케이팝스타 3〉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아이돌이 될 것으로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계기로 정세운은 아티스트와 아이돌의 중간지점을 차지하게 되었다. 〈프로듀스 101〉의 콘셉트를 따온 듯 매 트랙에 프로듀서를 배치하고, 그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하는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마지막 트랙, ‘오해는 마’에는 셀프 프로듀싱이 가능한 아티스트가 있으니 주목해보자. “오다 주운 거야”라는 말의 어설픈 센 척이 귀엽지만, 그 모습마저도 철저한 연출 속에 나온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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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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