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11월 상반기 ②

2017.11.0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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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상반기 발매반 37장 중 24장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블락비, 몬스타엑스, EXID, 김소희, 구구단, 빅톤, 샤넌, 워너원, 러블리즈를 다룬다. 11월 6일까지의 발매반 단평은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락비
Montage
세븐시즌스, CJ E&M 뮤직
2017년 11월 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지루했던 시즌을 단번에 보상해주는 미니앨범. 타이틀인 ‘Shall We Dance’는 특히 경이롭다. 쇠공이 튀는 듯한 베이스와 적재적소에서 청자에게 으르렁대는 브라스, 뮤직비디오의 게토 느낌을 살려주는 기타 루프, 느긋한 듯하면서도 확실한 그루브, 번갈아 가며 치고 나오는 멤버들의 각기 확고한 펀치까지. 비슷한 트렌드를 각자 독특하게 뒤트는 게 일반적인 케이팝이라면, 이 곡은 정말로 간만에 유니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훵크에서 소울로, 다시 하우스비트로 내달리는 ‘My Zone’이나, 템포를 올려버린 레게 사운드를 로맨틱하게 포장해버리는 ‘일방적이야’도 재기로 빛난다. 유행어를 허겁지겁 따라가기보다 자연스럽게 비속한 입말을 활용해내는 가사들도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블락비의 ‘멋짐’에 일조한다. 이런 곡들을 다른 어디서도 들을 수 없고 또한 블락비가 아니라면 해낼 수 없다는 점은 물론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 블락비’가 연인에게 투박하게 불평하는 노래인 ‘일방적이야’에 뻔한 여성혐오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여성혐오 없이 창작할 수 없다는 게 대체 어떤 게으르고 무능력한 자들의 이야기인지.

타이틀곡 ‘Shall We Dance’는 ‘느리면서 침착한 흥’에 빠지게 되는 곡이다. 블락비의 그간 히트곡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지만 이미 가진 장점을 어필하는 걸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장점을 끊임없이 만들 줄 아는 그룹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어딘지 영화 〈도쿄 트라이브〉를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의 분위기 또한 인상적. 익숙한 블락비의 색깔을 만끽할 수 있는 수록곡 ‘My Zone’과 ‘일방적이야’, 겨울 시즌에 걸맞은 보컬 유닛의 발라드 ‘이렇게’ 등, 강렬한 한 방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은 앨범.



몬스타엑스
The Cod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좋은 노래, 좋은 무대, 좋은 성적. 모두 훌륭하지만 한 그룹의 커리어를 지켜보며 가장 큰 짜릿함을 느낄 때는 그중 무엇도 아닌 해당 그룹이 타고난 기운과 더없이 어울리는 콘셉트를 들고 나왔을 때가 아닌가 싶다. 몬스타엑스의 “The Code”와 ‘Dramarama’는 데뷔곡 ‘무단침입’ 이후 이들의 타고난 페로몬 과잉을 가장 효율적으로 그려낸 결과물이다. 제목 ‘Dramarama’를 공격적으로 반복하는 코러스와 긴장감 넘치는 기타 리프의 조화, 그 위에 흐르는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라는 후렴구는 향후 몬스타엑스를 대표하는 매력을 이야기할 때 매번 빠짐없이 소환되고야 말 순간이다. 첫 곡이자 타이틀곡이 조성한 높은 텐션은 앨범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유지되는데, 그 탄탄함에는 앨범 중반에 놓인 곡 ‘From Zero’가 주는 기분 좋은 환기가 큰 역할을 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퍼포먼스도 멤버 개개인의 매력도 모두 준비되어 있었지만 이상하게 타이틀곡만큼은 그저 그런 케이팝 평균 같은 음악만 골라왔던 몬스타엑스가 드디어 괜찮은 훅이 있는 노래를 발매했다.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같은 과장스러우면서도 그래서 크러시라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가사가, 이전부터도 꾸준히 잘 해온 그들의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결정적 순간을 만든다. 연말 시상식의 무대의상(혹은 탈의)도 화제가 되었다. ‘기울어진 운동장’ 상에서는 조금 권장되어도 좋을 남성 신체의 대상화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렬한 타이틀곡 ‘Dramarama’를 시작으로 마지막 트랙까지 잘 쓴 글을 읽듯 술술 넘어간다. ‘X’, ‘Deja vu’ 같은 곡과 ‘In Time’, ‘From Zero’ 같은 곡의 대비가 적절히 청자의 집중력을 조련하듯 밀고 당기는데, ‘다이어트에 성공한 케이팝 앨범’이란 말이 있다면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서도 과잉, 과욕이 느껴지지 않고, 트랙마다의 온도 차와 색깔이 뚜렷한 ‘웰메이드’ 앨범이다.



EXID
Full Moon
바나나컬쳐
2017년 11월 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솔지가 다시 합류하며 “Full Moon”이라는 제목의 앨범으로 활동할 계획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4인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Eclipse” 활동이 그룹에게 절대 손해는 아니었던 것이, 그 앨범을 발판 삼아 이렇게 ‘덜덜덜’ 같은 곡을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 아래’‘L.I.E.’ 등을 통해 보인 적 있는 빤한 성적 함유와 짜증 섞인 톤의 가사는 여전하지만, 거기에 입혀지는 음악은 ‘낮보다는 밤’을 거치며 훨씬 칠링해졌다. 저음으로 속삭이는 하니와 그보다 어린 목소리의 정화가 교차하며 쌓아 올린 프리코러스 뒤에, 혜린의 목소리로 거의 90년대 댄스 가요 같은 절절한 멜로디의 코러스가 터질 때는 스페이스A 같은 팀이 하던 음악을 2017년식으로 제대로 해석하면 이런 곡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지까지 있었다면 이 부분을 좀 더 진하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LE도 꾸준히 디렉팅과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있고, 이 부분이 EXID를 여타 그룹에 비해 음악과 무대에서 힘이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EXID는 트렌디하다. 신사동 호랭이가 사용하는 레퍼토리가 곧 그룹의 색채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적어도 그 퀄리티만큼은 늘 일정 이상을 유지한다. 멤버 솔지가 부상으로 참여하지 않은 “Eclipse”마저도 그랬다. “Full Moon”의 퀄리티 또한 높다. 투스텝의 구성 ‘Too Good to Me’, 흔한 발라드곡이 될 뻔했지만 전자음악을 더하며 색 반전을 꾀한 솔지의 ‘Dreamer’, 정화의 독특한 음색을 가사와 프로덕션 양측에서 잘 활용한 ‘Alice’ 등, 흥미로운 곡으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혜린의 솔로곡 ‘Foolish’가 흥미롭다. 메인보컬 솔지가 빠졌음에도 “Eclipse”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역시 혜린의 존재 덕분인데, ‘Foolish’ 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덜덜덜’은 ‘위 아래’의 공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굳이 따지면 ‘Hot Pink’와 가장 흡사한 스타일의 노래다. ‘낮보다는 밤’의 변화를 반겼던 입장에서는 약간 기대에 어긋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단번에 흥겹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만은 분명하다. 계속되는 멤버들의 솔로곡, 유닛 곡을 듣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재미인데 정화의 음색을 잘 살려낸 솔로곡 ‘Alice’가 특히 반갑다.



김소희
the Fillette
뮤직웍스
2017년 11월 8일

  

김소희가 곱게 노래할 때 톤이 예쁘다는 것은 그의 노래를 들어본 이라면 다들 알 것. 음반 기획에는 그 이상의 통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없지 않을 것이다. 예쁜 목소리의 가수를 음악 속에 화분처럼 세워 둔다는 전략이라든지. 그간 김소희는 드라마 OST나 피처링 활동을 꽤 해왔는데, 본인 명의의 작업에서 더 존재감이 사라져버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지리스닝을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는데, 이건 김소희의 이지리스닝이 아니라 그를 세워둔 이지리스닝이지 않은가. 그렇게 해야만 할 필연적인 이유를 정말 느꼈는지 물어보고 싶다.



구구단
Act.3 Chococo Factory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8일

  

‘나 같은 애’에서 후퇴했다, 고 넘어가기보다는 구구단의 정체성에 대해 상기해야 할 것이다. 매번 다른 극을 선보이는 극단, 구구단의 이번 모티브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달콤하고 해괴한 초콜릿이 발라져 있는 반면, 음악은 수록곡 전체에 신스가 각기 다른 텍스처로 발라져 있다. 타이틀곡 ‘Chococo’에는 공격적일 정도로 발랄함과 귀여움이, ‘Lucky’에는 약간의 서글픔이 서려 있다. 귓가에 감기는 탑라인이 인상적인 ‘스노우 볼’은 고급스럽다. 질감이 달라도 달콤함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싱글.

싱글 발매 후 가장 많은 반응은 “‘나 같은 애‘보다 별로다“였는데, 일정 부분은 동의한다. ‘나 같은 애’가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자기 자랑’이라는 특별한 지점을 만들었다면, ‘Chococo’에서는 그런 점을 찾아보긴 어렵다. ‘나 같은 애’가 케이팝의 특징을 과장하여 보여줬다면, ‘Chococo’는 최근의 카와이 베이스 느낌의 케이팝과 결을 같이 한다. 초콜릿이라는 주제로 한껏 비유한 가사도 마찬가지. 덕분에 오구오구에서 이어지는 귀여움은 이번 곡에서도 가득하다. 노선 변화까진 아니어도, 바로 직전 음반과 이렇게 다른 건 ‘나 같은 애’의 성적이 부진했던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 변화가 조금은 애매해서 여전히 구구단의 색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빅톤
From. Victon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9일

  

현시점에서 트로피컬 요소가 들어간 뭄바톤 하우스를 내놓았을 때 장르적 피로감을 염두에 두지 않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기억해’는 피아노의 존재감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듯 보이고, 마림바나 플럭에 비해 그나마 나은 풍경을 그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연히 조화되지는 않는 금속성 현의 울림과 코드를 짚은 온음표는 왠지 톤메이킹 이전 단계의 스케치로 찍어 둔 피아노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이라이트 특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멜로디도 중요한 부분에서 ‘자연스러운’ 무한 싱코페이션으로 ‘자연스러운’ 라인만을 그림으로써 덜 세공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프로듀서(굿라이프)에게도 퍼포머에게도 썩 좋지 못하다. 세준의 목소리에서 엿보이는, 준케이풍의 통쾌한 느낌의 가능성 정도를 기억에 남겨둬 본다. 수록곡 중에는 약간의 아이러니와 감정적 절제 속에 화려한 댄서블을 보여주는 ‘Have A Good Night (Stage ver.)’가 인상적이다. 브리지의 “하지마” 반복만 없었더라면.



샤넌
이런 밤이면
하얀달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10일

 

무명이지만 실력 좋은, 혹은 인지도는 있지만, 히트곡이 없는 가수를 위한 기획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의 첫 스타트를 샤넌이 끊었다. 대중적인 스케일과 템포,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투명하고 감성적인 보컬을 살리고 있다. 좀 더 짙은 목소리라면 이보다 더 큰 스케일이 펼쳐지겠지만, 보컬에 맞게 포인트를 조정한 느낌이 든다. 왠지 곡에서 그가 뜨길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지는데, 여기서 흔들림 없이 감정을 풀어내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참 가요적이라서, 언젠가 어디선가 귀에 걸리면 뜰 텐데... 하게 되는 트랙.



워너원
1-1=0 (Nothing Without You)
Stone Music Entertainment, YMC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13일

  

‘Beautiful’의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조성모를 연상하는 것은 거창한 드라마타이즈 때문만이 아니다. 표면적으론 9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서사는 사실상 전후시대 신파기 때문이다. 그것이 CJ 정서의 핵인 점은 어쩔 수 없지만, 〈프로듀스 101〉이라는 현시대의 서사가 이미 있는 팀에게 굳이 50년대 특수상황에서 비롯된 구닥다리 서사를 끼얹어야 할 이유는 모르겠다. 6~70대 팬몰이? 보다 적극적인 세대착취? 리패키지 치고 풍성한 볼륨이긴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퇴보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Beautiful’이나 ‘Twilight’는 무난하지만 누가 불러도 크게 상관없을 곡들이다. ‘갖고 싶어’와 ‘Energetic (Prequel Remix)’는 기대감을 갖게 하다가는 ‘그냥 수록곡’과 ‘아무튼 리믹스’의 함정에 쏙 떨어진다. ‘Burn It Up (Prequel Remix)’가 굳이 빅뱅의 5년 전 곡과 닮은 구석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어 놓은 것은 확실히 악취미.



러블리즈
Fall in Lovelyz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7년 11월 14일

  

최근 원택과 탁은 원피스의 음악을 원피스보다 잘해버리는 것 같다. 인트로부터 공간을 매혹적인 질감으로 채우는 ‘종소리’는 석연치 않은 구석도 많이 남긴다. 멜로디가 조금 까끌까끌하기도 하고, 후렴의 폭발이 “종”과 “해줘”로 양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곡은 어떤 신묘한 원리에 의해 거의 분할 정도로 시원하게 작동하고야 만다. 그러면서도 러블리즈의 고운 서정과 전파계, 메르헨적 요소들을 에너제틱하게 이끌어간다. 러블리즈가 당연히 해낼 수 있지만 왜인지 좀처럼 안 되던 ‘그것’을 이뤄내는 멋진 곡. 그러나 음반으로서는, 러블리즈의 전작들이 내부적으로 양극성을 띠는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이렇게 애매하게 들쑥날쑥한 경우는 처음 본 것 같다. 분명 러블리즈의 구성요소라 할 만한 것들이 꼬박꼬박 들어가 있지만 곡마다 완성도도, 정서적 세련미도 제각각이다. 앨범의 시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런 식의 보수성은 분명 러블리즈의 매력을 이루는 요인이기도 할 것이라 아쉽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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