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8월 중순

2017.08.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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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중순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문현아&이유애린, 스테파니, BP 라니아, 지욱(Z-uK), 에이핑크BnN, 소나무, 루나, 태양, NCT 드림, 레드벨벳을 다룬다.
문현아, 이유애린
Doong Doong
Daynite Records
2017년 8월 11일

   

정말 편해 보인다… 트로피컬 튠의 핵심인 ‘휴가’ 느낌의 정취가 가득하다.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 문현아의 보컬도, 이유애린의 랩 버스도 마찬가지다. 소품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거의 ‘재미로 낸 싱글’ 같이 느껴질 정도이나, 곡의 성격이 그런 곡이라 거슬리기는커녕 힙하게 느껴질 정도. 뮤직비디오에서는 성애적 코드가 분명 보이나 남성 시선으로 대상화된 느낌이 아니라서 부담스럽지 않다.

스팬도 발레(Spandau Ballet)의 곡을 연상시키는 나인스 코드의 진행, FM 신스 질감의 소스, “둥둥 슝슝” 등이 주는 어떤 ‘홍대감’, 나른하게 맑은 보컬 등 참 많은 것이 로맨틱한 느긋함을 조성한다. (그러고 보면 기본 하우스 비트가 태평하게 들리는 게 케이팝 세상이다.) 가벼운 공기로 나긋나긋하게 흐르는 몽상적인 해방감 혹은 해방에의 몽상이 꽤나 기분 좋은 감상을 제공한다. 이를 해치지 않으면서 구성과 다이내믹을 조금 더 밀도 있게 잡아낼 여지가 없다고 보진 않지만.



스테파니
품위있는 그녀 OST Part 9
Poong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1일

  

스테파니의 목소리에 꼭 맞는 옷이 나타났다. 특유의 비음이 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약간의 피로가 섞인 여유로움을 잘 표현해낸다. 그가 해석하는 성인의 감성을 이 트랙으로 접할 수 있어서 귀가 즐겁다. 고급스럽고 진한 향이 남는 곡.



BP 라니아
Refresh
DR 뮤직
2017년 8월 12일

   

지난 기수의 라니아의 흔적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번 기수 보컬이 훨씬 얇고 가벼워서 DR뮤직 특유의 묵직한 곡들에는 좀 겉도는 편이다. 가끔씩 들어오는 알렉산드라의 래핑이 흥미롭긴 하나 라이브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빈도는 불규칙한 것이 흠이다. 타이틀곡인 ‘Beep Beep Beep’은 신스는 레트로하게 썼으면서 리듬은 트랩하우스를 조합해서 사운드가 조금 난잡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후렴의 멜로디가 아주 신파적으로 뽑혀서 나름의 듣는 재미가 있다. 씬에서 주로 나인뮤지스 등이 점하던 위치라서 이렇게 지각변동이 있으려나, 하는 예상을 하게 된다. 댄스 버전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한 의상은 ‘판치라’가 노골적이라 속상해진다.

꽤 예전 분위기의 곡이다. 구체적으로는 ‘Sign’이나 ‘L.O.V.E’를 부르던 시절의 브라운아이드걸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차가운 일렉트로닉 성향의 소스와 처리가 꽤 뜨거운 성향의 가요 멜로디와 결합돼 있는 점이 특히 그렇다. 당시와 같은 분위기가 되돌아올 전망을 해볼 수도 있기에 시류를 조금 앞서는 행보로 볼 여지도 없지 않은데, 2000년대 말이 재현될 것을 기대한 듯한 릴리즈들이 제법 있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보면 매우 희망적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트랩 성향을 섞어 넣은 것이 2009년을 ‘현재화’했다고 보기는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보컬을 자르거나 뒤로 보내는 수법이 다소 어색하면서도 매우 적확하게 쓰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케이팝을 (꽤 잘) 흉내 내는 케이팝’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해외에서 더 주목하는 그룹임을 생각하면 이는 꼭 단점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80년대풍의 서정이 있는 일렉트로팝을 트랩 위에 얹은 수록곡 ‘Breathe Heavey’이 훨씬 신선하고 야심 차게 들리는데, 곡의 성향에 비해 유난히 뻣뻣하게 들리는 보컬이 아쉽다.



지욱 (Z-uK)
Push & Pull
제이앤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2일

   

빅플로의 전 멤버였던 지욱이 솔로 싱글을 냈다. 글리치가 빼곡한 퓨처 힙합 사운드에서 갓세븐의 기운을 느꼈는데 역시나 작곡가가 같은 5$와 Zomay다. 그룹에 있을 때도 다수의 작사에 참여했던 그라 신곡의 작사 크레디트에서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흔히 말하는 ‘밀당’을 주제로 하는 곡이지만, 끈적하게 밀어내는 퓨처베이스에 우리말이 아닌 언어로 말하는 “Push & Pull”은 ‘밀당’이라는 단어보다 몇 배는 더 섹슈얼하게 들리고, 그것을 의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쟈니브로스가 제작한 뮤직비디오 역시 네온컬러나 글리치 등 마치 곡처럼 비주얼 요소가 빽빽해서, 홀로서기 하는 그가 외롭지 않게 보인다.



에이핑크BnN
학교 2017 OST Part 6
레온 코리아
2017년 8월 14일

   

파트 배분이 거의 기계적일 정도로 듀오와 솔로의 대구를 반복한다. 거기서 남주와 보미, 두 멤버가 적당히 멤버 구별이 될 정도 선에서만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감정 흐름의 통일성과 지루하지 않은 흐름을 함께 잡아낸다. 솔로 곡이라고 상상하면 상당한 표현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짚기 어려웠을 지점이다. 각자 여리거나 감정적인 표현을 해낼 수 있고 또한 서로에게 더없이 익숙한 듀오가, 곡의 흐름에 따라 음색을 조절하며 맞춰 나가는 것이 제법 재미를 준다. 곡은 악기 편성의 상당 부분도,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로 향하는 구성도 모두 정격적인, 일종의 하이틴 발라드다. 자칫 고루해지기 십상이지만, 깨질 듯 조심스러우며 서운한 도입부나 벅찬 정념으로 스케일을 키우는 후반부 모두 사춘기의 질풍노도 속 미숙한 오해와 아득한 사랑의 감정이란 주제에 꼭 맞아 들어가 유난한 감상을 남긴다.



소나무
Happy Box Part 1
TS Enter
2017년 8월 1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소나무의 ‘해피박스’ 연작 중 첫 곡. 해피박스란 게 가려진 랜덤 상품을 염가에 구매하는 것이다 보니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대중없이 표류하며 아무 곡이나 내놓겠다는 건가 하는 괜한 생각도 잠시 든다. 아니나 다를까, 걸리시한 힙합에서 시작해 친근한 달콤함으로 이행했던 소나무가 이번엔 좀 더 맥주 광고 같은 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통속적이고 섹시하며, 언제나처럼 목소리엔 약간의 청승이 깃들어서, 위험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지점에서, 스파이스 걸스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 매우 노골적인 뉴잭스윙이 미묘하게 모호함을, 또는 균형을 부여한다. 함께 놀아줄 것만 같은 디스코의 이 “금요일 밤”에 질펀함을 기대한다면 그것이 이뤄질지는 꽤나 불분명한 것이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꽤나 섹슈얼한 연출 속에서 과거 애프터스쿨처럼 멋진 ‘스쿼드’의 느낌을 주고, 이는 터뜨릴 땐 한껏 터뜨리지만 조여줄 때조차 유쾌하게 힘찬 긴장을 주는 음악의 스타일과 맞물린다. 귀에 잘 꽂히고, 치켜 올리는 팔을 따라 확실한 화려함을 제공하며, 콘셉트의 조율도 설득력 있는 좋은 팝이다. 반복 구매의 의사가 있는 해피박스다.



루나
왕은 사랑한다 OST Part 5
CJ E&M Music, 유스토리나인
2017년 8월 15일

   

루나의 절제된 호소력을 들을 수 있는 사운드트랙이다. 그의 폭발적인 고음 대신 섬세한 감정표현을 선택해, 목소리에 먹먹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브리지에서까지도 그 먹먹함이 이어져서 조금 답답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선율은 곡 전반을 부드럽게 휘감고, 풀 오케스트라가 아닌 스트링과 드럼 정도의 구성이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그나저나 f(x)의 신보는 어디쯤일까요….



태양
White Night
YG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태양은 화려한 어두움과 진솔한 애절함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전작 “Rise”에 이어 이번에도 미니앨범의 기조는 대체로 같다. 어둡고 거대하며 축축한 공간, 화려해서 더 감정적인 듯 느껴지는 반짝임, 습윤하게 멀리까지 울려가는 목소리. 일반적으로 공간을 깊게 잡으면 그만큼 소리는 멀어지게 마련인데, 태양의 보컬은 매끄럽게 흐르면서도 ‘쏟아내는’ 힘이 선명해서인지 멀리서부터 울려 오기보다 청자의 머릿속에서부터 먼 공간으로 뻗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감정 표현에 더 몰입하기 쉬운 것도 어쩌면 그래서일까.) 더블 타이틀 모두 비교적 익숙한 느낌으로 풀어 친근감을 주며, ‘Wake Me Up’의 거창한 감성이나 ‘Darling’의 섬뜩한 호소 모두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미니앨범의 진가는 수록곡들에서 발휘되며 이는 ‘평론가 취향’이 ‘앨범’에 있기 때문에 하는 의례적인 말이 아니다. 친숙한 멜로디의 업템포의 스케일을 어디까지 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한 ‘Amazin’’, 아무리 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공허함으로 뻗어 나가는 ‘텅빈도로’, 에너제틱한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되는 ‘Naked’는 놓치기 아까운 트랙들이다. 그러나 태양 특유의 반짝임을 쿨한 느긋함으로 콱콱 찍어내는 ‘Ride’와, “Rise”에 이은 뉴웨이브 성향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공간 속에서 여유와 단호함으로 “널 갖고 싶어”라 노래하는 ‘오늘밤’은, 놓치면 안 되는 트랙들이다.

80년대 복고풍의 음악과 퓨처베이스, 에드 시런(Ed Sheeran)이 떠오르는 음악까지, 근 몇 년 사이 팝 R&B에서 유행했던 대부분 장르를 끌어안는다. 프로듀싱의 대부분을 블랙 레이블(The Black Label)이 담당했기 때문인 듯하다. 장르가 변해도 태양의 보컬은 여전히 화려하면서도 호소력 짙다. ‘Wake Me Up’, ‘Ride’, ‘Amazin’’ 등, 전혀 다른 곡들을 한 음반에 수록할 수 있는 것도 태양의 보컬이 중심에 단단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몇 년째 반복하기에 무료하단 느낌이 지워지진 않지만, 팝에서 그런 게 크게 중요한가 싶다. 장르적 변화가 크고, YG 특유의 감성 발라드 곡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Solar”나 “Rise”를 좋아하던 이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과욕을 부리지 않는 태양의 장점이 잘 드러난 앨범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마치 자신이 그어놓은 원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다양한 궤적을 그려내려는 듯 보인다. ‘Darling’이나 ‘Wake Me Up’ 같은 곡에선 ‘좀 더 밀고 나가도 될 듯한데’ 싶은 지점에서조차 다시 차분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보컬이 인상적이며 ‘Ride’ 나 ‘텅빈도로’ 같은 곡에서 여전히 종종 스치는 마이클 잭슨의 데자뷔는 이제 그의 스타일의 일부가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들뜨지 않고 가라앉은 가운데 다소 상투적인 스타일의 ‘Amazin’’과 상대적으로 트렌디한 ‘Naked’가 중간중간 흥을 돋우며, 지코와 함께 한 마지막 트랙 ‘오늘밤’이 화룡점정을 찍으며 마무리로 이끈다. 좀 더 드라마틱한 음악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심심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잘 만들어진 앨범을 듣는’ 기분 좋은 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마음에 여유를 두고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NCT 드림
We Young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7일

   

‘공격성 없이 청아한 소년’을 새로 쓰고 있는 듯한 NCT 드림. 매번 논란이 있으나 적어도 음악이 표현하는 인물의 설득력 자체는 이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로우틴 콘셉트의 여름 앨범이라고 하면 한없이 뛰어오르는 하이퍼액티브를 가장 먼저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네 곡은 모두 사뭇 차분하다. ‘We Young’은 무려 ‘야성’을 제거하기는커녕 케이팝 기준에서 상당히 높은 함량으로 드러내는 드문 트로피컬 트랙이다. 그런데 랩 부분만 제외하면, 그런 소란스러움은 어디까지나 배경으로 자리한다. 보컬 트랙은 곡의 매우 많은 시간을 그저 나이브하고 고운 결로 일관한다. 이 음반이 ‘귀여움’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그것은 마냥 들뜬 소년이 아니라,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얌전하게 자기 할 일을 하며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소년의 그것이다. 〈피파 U-20〉 캠페인 송으로 격정과 영광을 노래하는 보너스트랙 ‘Trigger the fever’가 곡의 맥락에서 보컬의 어떤 약점을 노출하는지를 보면 NCT 드림이 뭘 하고자 하는 팀인지를, 약점을 어떤 식으로 보상하고 있는지를 보면 이들이 어디로 커 나갈 것인지를 엿보게 된다. 대체 뭘 하고 싶은 것인지 하는 데뷔 당시의 의아함을 큰 기대로 바꿔 놓는, 영리함과 야심이 담긴 음반.

10대 언저리의 정서가 테이프처럼 무한 반복될 줄 알았는데, 소년에서 어른으로 한 발자국 다가간 앨범 같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SM의 여름 시즌 앨범들을 보면 레드벨벳은 여름의 쨍한 컬러를, 엑소는 여름의 습한 공기를 들려주는 데 비해 NCT 드림은 어느 여름밤에 불어온 바람 한 줄기 같은 산뜻함을 그려낸다. 산뜻하지만 전 트랙에 드러나는 무드는 서정성이기에 인상적이다. 이번 미니앨범의 중심은 해찬이다. 탁한 듯 맑고, 여리지만 안정적인 보이스를 가지고 있기에 NCT 드림을 넘어 NCT에 다양한 이미지를 부여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La La Love’에는 상쾌함을, ‘Walk You Home’ 같은 기억조작곡(...)에는 로맨스를 부여하니 노래를 끝까지 들어보자.



레드벨벳
환생 (Rebirth)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8일

   

윤종신의 원곡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단순히 ‘옛날 노래’처럼 들리지 않도록 공을 들인 편곡이 귀에 들어온다. 발라드 곡을 부를 때 각자의 단독 파트에서는 뚜렷한 음색과 개성이, 코러스에서는 다섯의 화음이 매끄럽게 조화되는 레드벨벳이란 팀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 S.E.S.의 ‘Be Natural’부터 이수만의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최근 노이즈의 ‘너에게 원한 건’까지, 우연찮게 리메이크 곡을 자주 부르게 되는데 모두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따로 리메이크 앨범을 한 장 기획해봐도 좋겠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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