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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7년 8월 초순 ②

2회차에 걸쳐 게재 중인 8월 초순 필진 단평. 데이식스, 워너원, 블랑세븐, 위키미키, 엘라도, 주니엘, 보이프렌드, 제시카, 베베식스, 구구단 오구오구, 아모르, 메이커의 새 음반을 다룬다.

2회차에 걸쳐 게재 중인 8월 초순 필진 단평. 데이식스, 워너원, 블랑세븐, 위키미키, 엘라도, 주니엘, 보이프렌드, 제시카, 베베식스, 구구단 오구오구, 아모르, 메이커의 새 음반을 다룬다.

Every DAY6 August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7일

김영대: 의심할 바 없이 계절을 염두에 둔 8월호의 음악적 키워드는 복고와 레이어다. 편곡이, 구조가, 그리고 무엇보다 켜켜이 쌓은 화음들이 그 점을 두루 말해주고 있다. 60년대 팝을 연상시키는 퍼즈 기타와 뮤지컬적인 전환의 ‘좋은걸 뭐 어떡해’, 멀리는 비틀스와 비치보이스로부터 가까이는 미카 등의 음악을 두루 떠올리게 하는 선샤인팝 계열의 화음이 깃든 ‘놀래!’는 모두 이들이 내세운 복고풍 여름의 낭만을 근사하게 표현하고 있다.


1X1=1(To Be One)
YMC엔터테인먼트,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7년 8월 7일

김영대: 긍정적인 건 정상급 팀이 갖춰야 할 재능을 모자람 없이 확인시켰다는 것이고, 아쉬운 것은 그 이상의 도드라진 한방을 들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 이후 첫 EP 녹음까지 지독하게도 짧았던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음악들은 대부분 장르의 공식들을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고, 보컬이나 퍼포먼스 전반에서 딱히 어떤 흠결을 찾기는 어렵다. 캐릭터와 재능이 확실한 그룹인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음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랜디: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과 그룹의 뜨거운 인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과연 101명 중 뽑힌 멤버들이구나 싶도록 끼도 감각도 출중해 보인다. 제작 기간과 과정에 비해 적당히 트렌디한 음악과 재기 넘치는 안무 등으로 준수한 아이돌 그룹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 되는 것은, 이 그룹의 행보 그 자체보다 일명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공개된 이런 제작 과정이 업계 표준이라도 돼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돌 제작이 철저한 분업이라고는 하지만, 쉴 새 없이 방송 출연을 하며 한 달 반 만에 더블 타이틀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히 빠듯했다. 아무래도 단기성 프로젝트이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아웃풋을 만들려는 이유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낸 음악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여타의 제작자들이 이것을 기준 삼아 모방하려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워너원이 이만큼 선방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인기 방송의 결과물 프로젝트이고, 그 101명에서 뽑힐 정도로 경쟁력 있는 재원들의 재능을 갈아 넣어 시청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지, 레디메이드 음악을 짧은 시간에 무대로 옮기는 것이 괜찮아서는 아닐 것이다.

심댱: 지금 가장 뜨거운 그룹, 워너원의 첫 미니앨범이다. 대중이 뽑은 11명의 밸런스가 고르지 않은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 워너원은 대중이 흔히 소비해 온 아이돌 코드와 강한 인지도를 활용해 현 세대 가장 대중적인 보이그룹이 되었기 때문이다. ‘활활(Burn It Up)’의 통속적인 가사나 요즘 유행하는 사운드로 다듬어진 ‘Energetic’을 듣자면 참신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하지만 노래를 뚫고 나오는 보컬이나 뮤직비디오의 빗속 군무 등을 접하고 나면 워너원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개개인의 매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워너원이 앞으로의 활동에서 얼마나 많이 개개인을 어필하고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시작점부터 뜨거웠으니 다음 행보도 ‘활활’ 타오르지 않을까 싶다.


World Wide
잭팟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7일

미묘: 타이틀인 ‘Hello’는 조금 과하다 싶은 반복이 ‘아무튼 기세 좋게’를 내세우고 있다. 수시로 좌우에서 터져 들어오는 브라스나 신스도 청자를 몰아붙인다. “Hello”하는 목소리에 배인 약간의 ‘양…’한 느낌 역시 잘 어울리며, 태핑 베이스가 두들기는 전개부의 보컬 멜로디가 절제돼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후렴에서 가창이 곡을 완전히 감당하지는 못하는 인상이 있는데, 힘과 화려함으로 밀어붙이는 편성에서 곡 전체의 인상이 흔들릴 정도라서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팬송인 ‘Prism Love’는 피아노 중심으로 그윽하게 연출된 초반은 무난하다. 후렴의 보컬 화음이 조금 매력 있다 싶다가 질척거리는 멜로디로 흘러버린 뒤, 딱히 좋은 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발라드-랩이 이어진다. 큰 의문은, 멤버들이 작곡에 참여하고 양정승이 편곡을 했다는데 왜 피아노-보컬과 베이스-드럼이 이렇게까지 별개의 공간을 그리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WEME
판타지오 뮤직
2017년 8월 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랜디: I.O.I 출신 멤버들이 흩어진 그룹 가운데 그 운동성을 가장 흡사하게 가져갈 그룹은 아마도 위키미키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프로듀스 101〉은 리얼리티 쇼였기 때문에 이를 통해 멤버들의 캐릭터와 관계성이 크게 부각되었고, 이를 본 그룹까지 가져갈 수 있으려면 적어도 I.O.I 출신이 두 명 이상씩은 같은 그룹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구구단이나 프리스틴 등에도 2인 이상의 멤버들이 들어갔지만, 위키미키는 프로그램이 한창 방송 중일 때도 주목 받았던 최유정과 김도연이 한 팀이고, 이들과 함께 하는 멤버들 역시 I.O.I가 (기획이 추구하던 바와 무관하게) 잘하던 역동성을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앨범 전체에 이런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것이 유쾌하고 기운 찬 인상을 준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강하고 거대한 드럼 사운드와 함께 등장하는 왈가닥 느낌이 인상적이다. ‘I Don’t like your Girlfriend’는 질투심의 표현으로서 ‘너의 여자친구가 싫어’를 공격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이 과감한데 “안 어울려 너네”, “네가 더 미워” 등의 표현에 방점이 찍히면서 소위 ‘여자의 적은 여자’로 흐르지 않고 신선한 지점에서 균형을 잡는다. 몇몇 곡은 (다른 곡에 대비해서가 아니라)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퀄리티는 준수하다. 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참신한 과감함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아이돌에게서 흔한 소재인 ‘Neverland’도 설레임과 긴장감을 중심으로 곡의 정서를 설정한 것이 새롭다. 딥하우스인 척 시작하고는 디스코 하우스에 가깝게 빠지면서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Fantastic’의 뮤지컬적 구성도 위키미키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마음껏 행패 부려 주길 기대하게 되는 데뷔작.

햄촤: ‘I don't like your Girlfriend’는 흥겹고 에너지 넘치는 노래지만 동시에 인상적인 한 방을 남기기에는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 곡. ‘친한 남사친’과 그의 여자친구를 놓고 질투심에 에둘러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사는 어딘지 청춘 시트콤스러운 면이 있고 뮤직비디오의 스포티하고 컬러풀한 이미지에도 걸맞지만, 기존 걸그룹들이 보여준 이미지와의 차별화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통통 튀는 버스(verse)에 비해 후렴 부분이 금세 따라 흥얼거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약점이라 할 수 있을까. 수록곡은 전반적으로 개성도 뚜렷하고 퀄리티의 편차도 크지 않다. 상투적이지만 시장이 구축해온 ‘걸그룹’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하는 ‘너란 사람’부터 어쩌면 위키미키라는 팀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Neverland’, 복고풍의 사운드에 코믹한 가사가 타이틀곡과 연결되는 이미지의 ‘Fantastic’까지, 많은 준비와 공을 들인 앨범임을 알 수 있다.


해요
Ao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8일

미묘: 나는 가끔 ‘케이팝/아이돌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비롯된 곡’이란 표현을 쓰는데, 글쎄, 이 곡은 댄스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오른손만 있는 피아노와 90년대 미디 모듈의 리드 사운드 리바이벌은 2010년 경의 것이고, 브레이크는 샤크라 시대의 것인데, 모든 사운드는 노래방처럼 열악하다. 너무 비현실적인 작곡과 구성이라서 약간은 트리피한 기분마저 든다. 애매한 멜로디를 맥 없이 가창하고 반복하는 것도 이에 일조한다.


Last Carnival
C9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랜디: 전작 ‘물고기자리’ 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시부야케이가 유행하던 시절의 애시드한 감성과 주니엘의 퍼스널한 가사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이번 싱글은 발매 전부터 본인이 직접 겪은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할 거라는 기사가 있었고, 예고대로 가사 구석구석에서 그에 대한 은유적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한 상처의 서술이지만 시선이 본인만큼 가해자도 연민하고 있어서 더 서글픈 느낌을 준다. 사랑한 사람이기에 함부로 미워할 수 없는 점이 데이트 폭력을 더욱 큰 상처로 만드는 부분이고, 가사는 이를 정제된 느낌으로 발화하려 하나 거의 직유하고 있어 귀에 아프게 박힌다. 더 많이 이야기 되어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여성의 경험일진대, 발매 직후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명 ‘메갈’ 라벨링은 창작자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 표명을 하게 만들었고,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경험도 말할 수 없다면 대체 당신들이 허락하는 여성의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대답은 필요 없다. 허락 따위 구하지 않고 계속 말할 테니까. 창작자로서 주니엘의 용기에 비해 이를 프로모션할 뮤직비디오의 퀄리티는 평소보다 많이 다운그레이드 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심댱: ‘데이트폭력’이라는 소재가 눈과 귀를 고정한다. 시간의 흐름과 심장 박동에 맞춰 부르는 이 노래를 처음 들을 때는 화자의 감정이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노래하는 주니엘의 표정은 너무도 담담해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춤출 수 있는 라운지 음악에 그는 무거운 감정을 묻어두었다. 이 모순적인 구성은 듣는 이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동안 아무도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여성 아티스트의 입에서 나왔다. 판을 뒤흔들어 목소리를 낸 그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노래할지 기대된다.

햄촤: 단순히 연애와 이별의 이분법이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굳이 성장이라는 상투적 단어로 치장할 필요는 없더라도, 싱어송라이터로서 표현의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다양한 청자에게 가 닿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날 수 있는 전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과정 속에서 겪게 된 화자의 상처를 담담하게 불러내며 전달력을 높이고 있다. 아마도 지금 같은 시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의성조차도 아티스트의 능력이라면 지금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사가 모 집단에 의해 ‘논란’씩이나 일어난다는 사실이 반대로 많은 점을 시사하고 또 증명하는 사례로 남을 노래다.


Never End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9일

햄촤: 멤버 정민과 몬스타엑스의 주헌이 ‘Star’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어딘지 비장한 사운드와 멜로디와는 사뭇 달리, 가사는 사랑하는 여인을 별에 빗댄 다소 통속적인 서사에 머무르지만, 보컬과 랩이 모두 안정적으로 조화되어 있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의 비주얼 또한 곡과 어울리도록 차가우면서도 선명한 색감이 인상적인데, 주된 배경이 주유소인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조금 궁금하다.


My Decade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9일

미묘: 솔로 독립 이후 늘 케이팝 씬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팝/록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는 제시카. 곡풍은 무게감 있고 어둑한데, 제시카의 상냥한 미성이 일으키는 대조가 산뜻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곡목만 보아도 폭풍이나 밤 등의 키워드와 시간성이 꾸준히 등장하는데, 어둡거나 사색을 일으키는 공간 속에서의 달콤함이 미니앨범 전체에 걸친 주제라고 볼 수 있겠다. 타이틀 ‘Summer Storm’이 지나치게 흘러가버린다고 느낀다면, 이 역시 과격한 단층을 만들기보다 완만한 능선을 활강하기 때문이다. 힘찬 비트와 수다스러운 멜로디 설계 등이 이를 보완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확실히 취향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하다. 수록곡인 ‘Saturday Night’이 보여주는 화려한 폭발이나 (개인적인 추천곡인) ‘Beautiful Mind’의 품격 있고 차분한 질주감을 보아도, 타이틀이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 보긴 어렵다. 그보다는 케이팝의 질감과 차별화를 하면서도, 앨범의 한 곡쯤은 잔뜩 정색을 하고 무거운 발라드를 부르는 류의 팝 시장 여가수 클리셰와는 맞지 않는 제시카의 음색을 살리려는, 어떤 ‘제3의 길’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달콤함을 향해 더 나아가는 음반의 후반부보다는 보다 본격적인 시도들이 엿보이는 전반부가 더 흥미로운 것도 그래서다. 탐험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


Shot Me
K12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0일

미묘: 레이저 퍼포먼스, 퓨전국악, 전기 바이올린, EDM DJ, 팝 소프라노 등 대중음악계에서 가요-아이돌만 빼고 모든 걸 다 하는 듯한 K12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이다. 일렉트로 스윙을 기반으로 한 ‘Shot Me’는 멜로디라인이나 화성의 중심이 댄스플로어적인 차가움에 있어 자극적인 신스 사운드의 시원한 기세를 즐길 만한 곡이다. 매우 특출한 곡은 아니지만 기본을 해내면서 시류와는 조금 다른 차별점을 잡아낸다. 브라질 기업인 토크 컴퍼니(Talk Company)와의 공동제작인데, 토크 컴퍼니는 〈프로듀스 101〉에 영향을 받아 2019년 데뷔 목표인 대형 오디션을 준비 중이라고도 한다. 케이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


Ice Chu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0일

심댱: 구구단의 멤버를 1단, 2단 등 각 단수로 지칭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구구단 오구오구는 5단과 9단을 맡은 혜연과 미나의 조합이라는 것까지 알게 될 것이다. 통통 튀는 멜로디에 “새콤달콤”, “과즙이 뿜” 등 상큼함을 강조하다가 “호놀룰루”라는 맥락 없는 가사로 빠지는 이 노래는 왠지 오렌지캬라멜의 정서를 하이틴 버전으로 변형한 것 같다. 실제로 그들의 무대를 보면 메이크업과 의상, 막대 아이스크림 소품 등 ‘상큼함’이라는 콘셉트가 강하게 드러난다. 귀엽고 상큼한 막내 이미지로 오렌지캬라멜과는 차별점을 두어, 콘셉추얼 유닛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이 유닛이 구구단의 또 다른 매력을 보이면서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그런 질문을 내려 두고 아이스바를 먹으며 노래를 즐기고 싶다.

햄촤: 아마도 팀내에서 ‘과즙상’으로 꼽을 만한 두 명을 내세워 만든 유닛. 5단과 9단을 맡은(?) 멤버가 뭉쳐 ‘오구오구’가 되었으니 데뷔 기획 단계부터 예정에 있었던 유닛 활동이리라 생각은 들지만, 프로덕션 이미지가 아무래도 걸그룹 유닛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오렌지캬라멜을 연상시키지 않기란 힘든 일. “새콤달콤”과 “호놀룰루”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서사보다는 이미지가 더 강조된 노래로, 안무에서도 이국적인 동작이 맥락 없이 나오면서 귀엽고 발랄하면서도 4차원적인 이미지를 한껏 강조하고 있다. 언젠가 다음 활동이 예정에 있다면 화려한 색감과 이미지를 덜어내고 미니멀한 콘셉트에 엉뚱함만 강조해도 더 재밌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기대. 이와 함께 구구단의 다른 유닛은 또 어떤 색일지, 기대감이 커진다.


Push Baby
트로이 엔터테인먼트, 주니네트웍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10일

미묘: AOA의 ‘용감한 형제 3부작’과, 당연히 씨스타의 ‘Push Push’를 레퍼런스 삼은 작품. 그룹 이름도 그렇고, 여기까지만 읽으면 처참한 곡을 상상하기 쉽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절정의 가창력은 아니지만 대체로 비교적 안정된 보컬을 구사하고, 레트로 사운드 중심의 편성도 그럴싸하다. 중심이 되는 멜로디가 뻔하지만, 선율이 두드러지지 않고 리드미컬하기 때문에 반주의 기세로 밀고 나가니 그런대로 친숙한 정도 선에 머문다. 브리지가 많이 식상한 게 단점이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오히려 딱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투명인간
MAKER ENT
2017년 8월 10일

미묘: 앰비언트 풍으로 차갑고 멀게 연출된 즉흥연주 풍의 피아노와 힙합 비트, 발라드성 R&B의 멜로디를 결합했다. 의도는 알겠지만 비트의 패턴, 질감, 템포가 모두 앰비언스와 따로 놀고, 멜로디는 질척거리며, 그나마 무리한 고음을 가창이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다. 앰비언트의 스타일 요소와 멜로디의 감성이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사족 같은 피치쉬프트 보컬 아우트로를 듣고 있자면 역시 A&R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