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4월 중순

2016.04.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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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신보 필진 단평. 15장에 달하는만큼 서로 갈리는 필진의 의견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NET, 블락비, 히스토리, 갓세븐, 히든, 민트(타이니지), 휘인&김희철&김정모, 제아, 정은지, 업텐션, 예성, 에이핑크, 빅스, 이하이, 베리굿의 새 음반을 다룬다.
NET
Oh Hey-ya
가온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1일

   

걸그룹이 차용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쌈마이 EDM'인 셈이다. 빌드업과 브레이크, 드롭이 있기는 하지만 별로 기능하지는 않는다. 행사 시장의 문법은 다르다고도 하니 친숙한 류의 사운드가 흐르면서 분위기를 띄울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무대가 되기는 쉽지 않을 곡이다.

평자가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NET는 여성 4인조이고 EDM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왜 아직도 EDM?'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떨칠 수는 없지만, 상업적인 효용이 있기에 선택한 장르일 테니 이에 대해서는 패스. 'Oh Hey-ya'는 한국형 EDM이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이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플로우를 타기보다는 정신을 산란시키는 비트, (진짜 직직거리며) 찢어지는 고음, 허세용으로 내뱉는 영어. 이것이 기존의 한국산 댄스 음악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미니멀하다는 것 외에는 차이를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 한편, 뮤직비디오를 보면 구성원 전원이 가수라기보다 퍼포머라는 인상이 강하다. 리엄 하울렛이 없는 프로디지...라면 좀 오바고.



블락비
Blooming Period
세븐시즌스, CJ E&M
2016년 4월 11일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과 타이틀곡 'Toy' 모두 랩이 나오는 부분과 보컬이 나오는 부분 간 밀도와 긴장감 차이가 꽤 심하다. 분명 랩과 보컬 부분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었겠지만 이 곡들은 '꽤나 재미있는 랩 트랙 위에 진부한 보컬 멜로디가 얹어진 것'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가장 최신의 전자음악에서 들어볼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게 그나마 곡의 재미라면 재미겠다.

그룹 활동으로는 간만인 블락비의 EP. 총 여섯 곡이 수록되어있고 하나하나가 듣기에 무리 없다. 타이틀 'Toy'는 (특히 가사에서) 지코색이 상당히 강한데, "HER"에서 자리 잡은 '섹시한 호구' 이미지가 이제 잘 뿌리 내린 것 같아서 한 명의 남성으로서 매우 즐겁다. 여성 혐오 OUT! 이제 이들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인고의 세월을 지냈느니 지코가 캐리했느니 이런 실례가 될 이야기들은 그만 접고, 좀 더 빵빵한 정규 앨범으로 돌아올 후일을 기대해본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지코는 이제 뭘 해도 된다. GD의 '뭘 해도 잘 됨'과는 또 다른 맥락의 '뭘 해도 됨'인데, GD가 고유의 캐릭터로서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라면, 지코는 마치 철저한 시장분석을 거친 듯 최대한 많은 대중의 취향에 맞춘 히트상품의 느낌이랄까. 그만큼 트렌디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음반이다. 7명이나 되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리는 데에 주력한 프로듀싱 방향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아티스트'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위치에서 뚝심 있게 아이돌성을 어필하려는 듯한 태도로 비춰져 무척 '옳게' 느껴진다. 이러한 미덕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도 하지만, 타이틀곡 'Toy'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곡의 무드 때문에 얼핏 YG표 남자 아이돌의 최근 작품들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블락비 특유의 잘 구성되고 깔끔하게 연출된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포스트 빅뱅'의 계보를 YG의 밖에서 이어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최신보만 놓고 봤을 때 블락비가 아이콘이나 위너보다 훨씬 낫다. 씬은 골리앗의 이마에 다윗의 돌팔매가 적중했을 때 가장 재미있어지는 법. 블락비를 응원할 이유는 충분하다.

언제부터 아이돌이 봄이란 계절에 이렇게 민감해졌을까, 늘 악동 같은 이미지로만 다가왔던 블락비도 계절감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곡으로 돌아왔다. 자연스레 랩보다는 보컬에 무게가 좀 더 실어져 블락비의 새로운 매력과 넓어진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지만, 구성에 있어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f(x)의 루나가 불러 익숙한 '사랑이었다'의 태일 솔로 버전은 마지막 트랙으로 놓고, '빙글빙글'은 다음 앨범에 수록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대중에게 익숙한 블락비 색깔에 가장 근접한 곡이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 충돌하는 인상이다.



히스토리
Him
로엔트리
2016년 4월 11일

   

간만에 들어보는 '미친' 음반이다. 첫 트랙부터 다 부숴버리겠다는 각오로 가득해, 가요계에서 거의 들어볼 수 없을 류의 과격한 사운드들이 과감한 타이밍에 튀어나온다. 이만큼 과격한 사운드 운용의 음반이 아이돌 씬에 얼마나 있나 싶다. 과거, 히스토리의 음악이 잘 다져진 것이지만 모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케이팝의 맥락 없음의 한계를 시험하듯 몰아붙인다. 그런 음악적 욕심과 용기를 높이 사고 싶은 한편으로, 같은 방향성이 적용된 가사는 조금 스탠스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곡을 장이정이 담당한 가사는 게걸스럽고 상스러우며 난폭한데, 그것으로 '상남자'를 표현하려 한 것은 알겠지만 너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참 '와일드'한 막내를 누군가 약간 컨트롤해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나무위키의 디스코그래피에 작년의 미니앨범이 "죽여버릴지도 몰라"라고 기재돼 있다.

사실 이전에 이들의 곡을 리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분명 했을 것이다. 퍼스트리슨을 꾸준히 읽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평자는 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그룹 위주로 리뷰하니까) 그게 뭔지 잘 떠올려지지 않아 기억을 되새기느라 혼났다. 그만큼 타이틀 'Queen'이 괜찮다. 음원도 그렇고 시각적인 콘셉트도 그렇고 센 척을 추구하면서도 센 척의 비린 맛을 적당량의 섹시로 잡아서 즐기는 데 부담이 없다. 근 일 년여 만의 컴백이 이들에게 득이 된 걸까. EP 치고는 여덟 곡이나 수록되어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

"진짜 '남자'로 돌아온 '와일드돌' 히스토리가 선보이는 한층 더 강렬하고 견고해진 남자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는 앨범인데, 아무리 들어도 '남자'라기보다는 그냥 '아저씨' 같다. 멜로디보다 가사를 먼저 듣는 편인데, 가사 한가득 풍겨오는 아저씨 냄새 때문에 도저히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 아이돌은 성숙하고 성장할지언정, 본질만은 영원히 소년이고 소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엔 성장도, 성숙도 없고 그저 아저씨만 있다. 이 앨범은 별로 '아이돌팝'이라고 부르고 싶지가 않다.



갓세븐
Home Run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2일

  

앨범에만 수록되었던 곡을 싱글 음원으로 다시 발매했다. 아마도 앨범 수록곡으로 묻어두기엔 아까워서였을 테다. 기타와 슬랩 베이스가 적당히 팝의 리듬감을 확보해주고 그 위에 가볍고 귀여운 전자음이 얹히는데 그 질감이 다분히 인터넷 컬쳐에 기반을 둔 전자음악들과 유사하다. 이전 미니앨범 타이틀곡 'Fly'와 비슷한 분위기인데 'Fly'가 조금 더 공간을 넓게 사용하며 일종의 '젖은 듯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면 'Home Run'은 그보다는 좀 더 쨍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쪽이 갓세븐과는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갓세븐은 청량해지는 법을 까먹은 건 아닐까. 'A''딱 좋아'까지는 갓세븐만 보여줄 수 있는 청량한 느낌이라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HOME RUN'은 솔직히 왜 굳이 갓세븐이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갓세븐의 행보는 그야말로 갈팡질팡인데, 'Girls girls girls'에서 보여주던 마샬아츠 트릭킹과 화려한 퍼포먼스도, 'A'에서 능청스럽게 웃던 캘리포니아 소년도 최근작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특별하던 소년들은 왜 갑자기 '남자 아이돌 1'이 되려고 할까.

제목만 보고 야구 응원가라도 부르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연애감정을 야구용어에 빗댄 곡이다. '하지하지마'에서 "타석에 한 번만 세워주면 만루포"를 치겠다던 멤버들이 'Home Run'에서 정작 타석에 세워주니 쩔쩔매는 스토리라 생각하면 듣는 재미가 배가 된다. 갓세븐의 지나치게 건전한 이미지가 종종 아쉽지만, 이런 곡에서만큼은 또 누가 구름 한 점 끼지 않은 해맑음으로 무대 위를 방방 뛰겠는가.



히든
Drinking Habits
야누스 뮤직
2016년 4월 12일

  

비장한 R&B인 '술버릇'이 다소 낡은 느낌이란 것은 프로덕션에서도 의식하고 있는 듯, 태엽 소리 같은 808을 풀어 넣어 동시대성을 도모하는데 이게 영 과하다. (사실 808 자체도 트렌디하다기보다는 이젠 '필수요소'에 가까워졌다.) 오히려 커플링 곡인 '우리이별'이 '정통 발라드'보다는 '아이돌 발라드'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기초 자료 습득을 위해 네이버에서 히든을 친다. 동명의 모바일 RPG가 하나('스케일이 다른 PVP'를 지향함), 동명의 2015년도 공포영화가 하나(네티즌 평을 보니 "딸래미가 죽일 년"이란다. 뭘 어쨌기에...) 그리고 뉴스와 어학사전 사이에 이들의 프로필이 등장하는데, 일어로 작성된 트윗이 눈에 띈다. 이 정도의 정보를 접하면 대충 감이 온다만, 일단 타이틀 '술버릇 (Drinking Habits)'을 들어본다. 일어 트윗을 봐서 그런지 일본 시장에 적합한 곡이란 생각이 대뜸 들었다. 왜 일본인들은 비트의 완급 조절을 원치 않는 것일까... 트윗에 적힌 "여러분 오늘도 ShowBoxDay 감사합니다."란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동시대인으로서 이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민트(타이니지)
얼레리 꼴레리 (Already Go Lady)
정실장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4일

   

똘아이박 사단의 곡 중에 이렇게 맥빠지는 곡이 있었나 싶다. 편곡 자체도 조금 그렇지만, 아마도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과하게 '평범한' 목소리를 연출한 것 또한 단단히 한몫한다. '그냥 여자애 목소리'가 강한 비트와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그저 집중력이 붙지 않고, '진짜는 언제부터 시작하나?'하고 팔짱 끼게 한다. 반면 뮤직비디오는 여러 이유로 이제는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본토 게토 FEEL'을 열심히 연출하는데, 그것이 곡의 공기와 조합되니 더욱 엉성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인트로에 등장하는 "Crab"으로 발음되는 "Clap"처럼 모든 게 어긋난다. 기왕 어긋날 것이라면 네온 조명 언더 노출 촬영이 흑인 얼굴을 만드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케이팝의 '흑인 흉내'의 신경지처럼 과감한 맛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무엇을 할 때 매력적일 아티스트인지, 조금 더 고민해줬으면 한다.

사실 아직까지 '타이니지'라는 단어를 퍼스트리슨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민트는 그냥 사라지기 아까운 래퍼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 남달랐다. 평자는 국내 힙합을 듣든, 아이돌 음악을 듣든, 래퍼의 우수성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과연 기억에 남는 특이함이 있는가'를 드는데, 이 부분에서 민트는 다른 걸그룹 래퍼들과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얼레리 꼴레리'를 유심히 들으며 무엇이 그녀를 남들과 다르게 만드는지 면밀히 검토한 결과, '목소리가 맑고 예쁘다'는 것을 찾아냈다. 의외의 장점을 지닌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디스커버리를 부여하고 싶었지만 그럴 정도로 곡이 좋지 못해 유감이라는 코멘트 또한 남겨둔다.

'착하게 보인다고 날 만만하게 보지 마'라는 가사의 노래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민트의 목소리는 여리고 선량하게 들려서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거꾸로 그 점을 노린 콘셉트였다면 좋았겠지만... 랩보다는 보컬 파트에서 그녀의 음색과 매력이 뚜렷이 드러나는데, 적어도 이 곡과 어울리는 매력은 아니란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휘인, 김희철, 김정모
나르시스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5일

   

전반부는 다소 심심하다가 후렴구에서 왠지 이브(Eve)를 비롯한 90년대 록 발라드 넘버들이 문득 떠올라 반가운 기분이 드는 곡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M&D의 '하고 싶어'를 들을 땐 90년대 밴드 걸(Girl)의 음악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던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런 색깔이 녹아나는 것이고, 나 역시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음악을 듣고 자랐기에 느끼는 데자뷰일 것이다. 무엇보다 유행이나 차트 순위와는 무관한 듯한 희철, 정모 두 사람의 자세가 이들의 음악에서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부분이다.



제아
나쁜 여자
에이팝 엔터테인먼트,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5일

   

발라드는 참 보수적인 형식이어서 새로움을 더하기가 쉽지 않긴 하다. 수록된 두 곡 모두 발라드의 정형성을 충실하게 따르기에, 다소 심심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제아의 보컬이 훌륭하다는 것만은 의심할 구석이 그다지 없지만, 차라리 테크닉을 과시하는 부분이 더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나쁜 여자'의 어색하게 진입하는 브리지에 의아하던 중 갑자기 너무 가깝게 떨어지는 정엽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 정도가 특이점이다. 이 곡들을 꼭 들어야만 할 이유를 쉬이 확보하지 못한다. 뭐라도 좋으니 조금은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으련만, 작곡과 작사, 편곡, 연주까지 모든 게 너무나 교과서 그대로다. 제아는 트레이너지 착실한 학생이 아니지 않은가.

어떤 발라드 곡이 다른 발라드 곡들과 차별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흔함'과 '무난함'이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이 붙어있는 것이 바로 발라드가 아닌가 싶다. 제아가 던진 이번 동전은 안타깝게도 '흔함' 쪽이 나온 것 같다.



정은지
Dream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8일

   

타이틀곡 '하늘바라기'는 SG워너비와 씨야가 가요계를 양분하고 있던 2000년대 초반의 '가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굳이 분파를 나누자면 란, 유미 등의 라인에 세울 수 있겠다. 슬픈 건, 뜬금없게 느껴지는 '아빠' 서사와 '더운 느낌'을 배가시키는 하모니카 소리를 애써 견딘 후에도 앨범이 딱히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보컬 운용이 실망스러운데, 같은 발라드라도 결이 조금씩 다른 수록곡 모두를 마치 드라마 OST를 부르는 것처럼 이렇게 일률적으로 소화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곡이 평범하다고 해서 부르는 방식까지 안일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정은지 개인의 지명도나 노래 실력으로 본다면 이제야 솔로 앨범이 나온 것이 도리어 늦었다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결과물은 그다지 좋지 않다. 타이틀 '하늘바라기 (Feat. 하림)'는 제발 이러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던 '날이 더워지기 직전에 나온 계절 타는 루즈한 기타팝'으로, 가사에 더하여 정말 기억에 남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곡이다. 그럼 '하늘바라기'만의 문제인가 하여 다른 곡을 들어보면 역시 매한가지. TV에서 봤을 땐 정말이지 재미 그 자체인 그녀인데, 이 참을 수 없는 무료함은 당최 어디에서 온 것인가.

빼어난 아이돌 보컬로 충분히 주목받아왔던 정은지가 드디어 내놓은 솔로 앨범인데 어째서 반응이 조금 뜨뜻미지근한 듯 느껴질까. 정은지는 분명 가창력으로는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좋은 가수지만, 사실 음색이 독특하고 독보적인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특징은 어느 앨범에서든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기획 단계에서의 지향이 결과물에 여과 없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화제가 될 정도로 큰 특징을 갖추지 못한 정은지의 데뷔 앨범은 뛰어난 가창력을 부각해주기보다는 정은지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의 폭을 '발라드 가요'로 제한해버리면서, 안정적인 음색을 '지루함'으로 바꿔놓았다. 무리한 실험보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택한 듯하지만,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 과연 한 명의 보컬로서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좀 더 많은 고민을 했다면 분명 이것보다 좋았을 거라서 더 안타깝다.



업텐션
Spotlight
티오피 미디어
2016년 4월 18일

   

데뷔작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신혁과 다시 한 번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나쁘냐 나쁘지 않냐 묻는다면 당연히 준수하다 하겠다. '여기 여기 붙어라'로 코너를 한 번 돌고 온 후광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보컬들의 음색도 랩 담당 멤버들의 스탯도 이렇게 적당히 미끈한 팝 댄스 넘버에 훨씬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앨범 전체가 주는 인상도 마찬가지다. 세련된 R&B 넘버 'Stay'에서, 고결, 선율, 진후 등 메인 보컬들의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발라드 '기적을 바란다'까지 잘 고른 곡들이 역시 준수한 얼굴을 내비친다. 하지만 열 명의 소년들이 서 있는 곳에서의 '준수'란 '무'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고민은 여기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타이틀 곡 '나한테만 집중해'는 언뜻 들어보면 별 무리 없이 흘러가는 팝이지만 계속 들어보면 이 곡이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 들리기 시작한다. 브라스 섹션, 열 명이나 되는 멤버들의 목소리 등 곡을 구성하기 위해 많은 것을 집어넣었지만 정작 소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다만 소리와 소리 사이 텅 빈 공간만 확연히 드러난다. 이 곡이 좋은 듯하다가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퍼스트리슨을 작성하면서 접하는 참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전혀 기대하지 않던 그룹이 평자 취향에 딱 맞는 곡을 내어 줄 때이다. '나한테만 집중해'는 이제 오히려 SM 계열에서는 듣기 어려워진 2000년대 중반 SM 보이그룹의 곡을 연상시킨다. 특히 찬란한 도입부와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유려한 멜로디가 그렇다.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퍼스트리슨을 읽으면서 평자 취향이 잘 맞는 독자가 하나라도 있다면, 이들의 EP를 듣고 업텐션에 관심을 가져도 좋겠다. 그게 아니라 해도 '나한테만 집중해'는 한 번쯤 들어보시길.

박력을 표현하기엔 너무 여리고 가볍고, 경쾌하게만 듣기엔 너무 비장하다. 그룹이 제일 잘하는 것, 그룹에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이 뭔지 아직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 만드는 사람도 모르는 것을 듣고 보는 사람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멤버들의 예쁜 음색이 많이 들리는데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인재 낭비, 재능 낭비다. 엑소, 세븐틴 등이 다인원이라는 점을 퍼포먼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와중에, 이들의 퍼포먼스는 대여섯 명 정도가 선보일 법한 안무에 그치는 것도 안일해 보인다. 좀 더 충실한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성
Here I Am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9일

   

분명 오랫동안 고심했을 각 그룹 메인보컬들의 솔로 작업을 두고 쓴소리만 해야 하는 4월이 유독 잔인하게 느껴진다. 규현과 함께 슈퍼주니어의 '감성'을 담당하고 있는 예성의 앨범 역시 아쉬움투성이다. 가장 큰 의문은 타이틀 곡 선정. 같은 추억 보정이라도 경쾌함과 낭만을 잃지 않은 'Between'이나 '메아리'같은 수록곡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가사에서 구성까지 평범과 진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문 열어봐'를 택해야 했는지 아직까지도 의아할 뿐이다. 게다가 그룹 활동 당시 돋보이던 감정 표현과 탁성을 완곡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데 실패하며 가창 청취의 피로도를 높인 점이 무엇보다 뼈 아프다. 한결 힘을 뺀 '벚꽃잎'이나 '어떤 말로도'가 편안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 예성의 목소리는 지금 기준에서는 자칫 다소 낡게 들릴 위험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음반에서는 그렇지 않다. AOR을 기조로 리얼 악기의 함량을 높이 잡은 것이 한 이유라면, 또 한켠에는 황성제, 모노트리, ZigZag Note 등 '선수들'의 작업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곡들이 특정한 콘셉트 혹은 지점에 맞춰지거나, 예성이 '팔색조'처럼 변신하거나 하는 기색이 그다지 없다는 점이다. 비교적 정통파 발라드인 '문 열어봐', 종종 히사이시 조를 연상케 하는 '벚꽃잎', 매캐한 퍼즈 톤 기타가 매혹적인 '메아리', J-퓨전의 연장 선상 어딘가에서 댄서블하게 뛰노는 '어떤 말로도' 등,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곡은 주관이 뚜렷한 작곡가들의 색채를 풀어내고, 예성은 (범용성이 매우 높은 보컬이라곤 하기 어려움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에 맞춰 노래한다. 능숙한 아티스트들이 탄탄한 솜씨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은, 그래서 듣기에 그저 즐거운 음반이다.

일곱 곡이나 수록된 예성의 첫 솔로. 뻔하고 심심한 곡들도 없잖아 있지만, 곡마다 최대한 다양한 색을 싣기 위해 애쓴 흔적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특히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Between'과 개인적으로는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어도 손색없을 듯한 '메아리'가 귀에 쏙 들어온다. 다음번엔 좀 더 다채로운 색깔을 기대해본다.



에이핑크
네가 손짓해주면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9일

   

록 사운드를 활용한 아이돌 곡들이 참 뻔해지기 쉽다. 그러나 이것이 에이핑크의 곡이라고 생각하면 흥미롭다. 이런 스타일의 곡이 에이핑크에게 아직 없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결같이 부담 없기만 하던 이들의 소리 풍경에 다부지고 화려한 넘버가 추가된다는 것은 꽤 반가운 일이다. 전작을 통해 어렵사리 성장을 꾀하던 와중의 이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어른스러움을 추구한다는 점도 긍정적. 박자를 끌어주거나 싱코페이션을 찍어주는 등의 장치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면 더 짜릿한 감상을 줄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방향성 자체에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콘서트를 캐리하는 능력도 좋은 에이핑크, 이제는 청중을 조금 휘두르며 이끌어줘도 좋지 않겠나.



빅스
Zelo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19일

   

빅스가 상쾌한 보이팝 밴드로 표정을 바꾼 건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기억 속에 희미하지만, 그룹이 지닌 잠재력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Error''사슬' 사이 잠시 놓였던 '이별 공식'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받았던 '무뜬금' 충격에 비하면 착지가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싱글로 치자면 B-Side 역할을 하고 있는 '늪'의 역할이 꽤 큰 편인데, 낮고 깊게 밀어붙이는 데 능한 빅스만의 유니크한 화성과 화음으로 이것이 샤이니가 아닌 빅스의 앨범임을 아슬아슬하게 환기한다. 이 앨범이 일명 '그리스 신화 3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룹으로서 꽤나 큰 승부수를 던진 셈인데, 승부처는 보이는 대로 지금의 빅스를 있게 한 '강하고 센' 콘셉트에서 얼마나 가볍고 멀리 나아갈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에 대한 답은, 아직은 미지수다.

타이틀 곡 '다이너마이트'는 샤이니가 한 3년 전쯤 냈을 법한 팝 댄스곡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확실하게 귀를 때리는 메인 멜로디와 보컬이 얇게 쌓이며 주는 상승감이 탁월한 후렴구, 한층 안정된 빅스 멤버들의 보컬까지. 빅스가 이제까지 낸 곡들을 생각해보면 가장 평이한 콘셉트와 '무난한' 소리를 들려주는 곡이다. 그간 빅스가 내세웠던 '콘셉트'가 고갈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 곡이 지향하고 있는 건 분명 이전 곡들과는 다른 무엇이고. 이는 빅스라는 그룹에게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샤이니 얘기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할 것 같으니, 에이스타일 얘기를 하겠다. DSP가 SS501의 후속타로 기획했던 에이스타일의 마지막 활동곡도 'Dynamite'였는데, 빅스의 '다이너마이트' 후렴구는 에이스타일의 'Dynamite'를 떠올리게 한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두 곡의 무드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심지어 뮤직비디오에서 비비드한 원색의 세트를 배경으로 춤추는 장면이 있다는 점까지도 비슷하다. 시간을 달린 6인조 보이그룹이 도착한 곳이 기원전도 아닌 겨우 7년 전, 2009년이라니. 신화를 모티브로 한 3부작의 시작치고는 어쩐지 김 새는 기분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거쳐 온 그룹이지만 그럼에도 내게 "빅스"하면 '다칠 준비가 돼있어', '저주인형', 'Hyde' 등 강렬한 콘셉트의 곡들이 워낙 인상에 남아 있기에 이번에도 흥미롭고 강렬한 콘셉트를 내심 기대했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평범한 곡의 첫인상에 약간 김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허나 뮤직비디오와 함께 반복해서 감상하다 보니 멀끔하게 꾸며놓으면 또 그에 걸맞게 멋진 빅스의 모습을 새삼스레 발견하며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와중에 드럼 비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의 향기를 언뜻 맡았는데, 개성 강한 빅스만의 발톱은 잠시 감추고 있을 뿐이라는 의미로 멋대로 해석해도 되려나.



이하이
Seoulite Full Album
YG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0일

   

'외모를 얻고 목소리의 독특함을 버리겠다!'는 건가 싶은 타이틀 'MY STAR'가 포함된 앨범. 그래도 듣는 재미는 있을 게 아닌가 싶어 앨범 전체를 돌려보니 의외로 건질 곡이 없어 놀랐다. 피처링에 참여한 '밤샘'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타블로 색채가 강한 앨범인데, 이게 평자 취향 밖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가라앉은 분위기는 계절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이제 뉴 잭 스윙 '스까스까' 가요로는 더 이상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결론만을 남겨주는 결과물.

대체 왜, 왜, 왜 이제야 앨범을 내주었냐는 말만 입에서 맴돈다. 이만큼이나 팬들을 기다리게 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갈증이 다 채워지기 어렵다. 'MY STAR'는 앞서 발표한 '한숨'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메워주는 곡인데, 특유의 허스키한 창법과 투명하듯 맑은 음색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곡의 강약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이하이는 마치 약 3년간의 시간이 단순한 공백만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로 강하게 어필하는 듯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열일하고 있었다. 그러니 YG여, 그런 그녀에게 보조를 맞춰 지금보다 부디 조금, 아니 더 많이 부지런해 주셨으면.



베리굿
Very Berry
JTG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0일

   

데뷔 이후 행보가 제한적이기는 했으나 나름의 색은 갖춰나갔다고 본다. 분명 '아이돌적'인 소녀성이지만 격하게 상큼하지는 않은, 보기에 따라선 너무 얌전한 그룹, 그러나 그래서 착실한 팝을 말끔하게 들려줄 수 있는 그룹 말이다. 그것이 이번 음반에서 전부 무너졌다. 그것도 가장 나쁜 형태로. 남기상이 참여한 '함께했음'은 그룹이 까불어주지 못해 답답해진다. 'Angel'은 편곡이 총체적으로 붕괴돼 있어 고통스럽다. 데뷔곡과 이후 곡들의 분위기에 편차가 있기에 이를 조정하다 밸런스가 깨졌나 상상해 봤지만, 그런 이유는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수록된 기존 발표곡들도 새로 편곡해 녹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형태로 이뤄졌다. 센스가 나쁜 것은 물론이고 퀄리티 또한 수준 이하다. 경악하고 절망했다. 베리굿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진 모르겠지만, 전작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아티스트 명의로 이런 음반이 나오는 건 어떤 핑계가 있더라도 안 되는 일임을 알 것이다. 그저 부조리하다.

후발 주자임을 강하게 드러내는 시각 이미지가 눈에 밟힌다만, 음원으로만 봤을 때는 큰 흠이 없는 양질의 EP.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는 건데 그것은 다시 후발 주자임을 강하게 드러내는 시각 이미지의 문제로 환원된다. 왜, 왜 교복 비스무리한 것을 이들에게 입힌 걸까. 그다지 멤버들이랑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6년 3월 중순
  2. 1st Listen : 2016년 3월 하순
  3. 1st Listen : 2016년 4월 초순
  4. 1st Listen : 2016년 4월 중순
  5. 1st Listen : 2016년 4월 하순
  6. 1st Listen : 2016년 5월 초순
  7. 1st Listen : 2016년 5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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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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