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6월 초순 ②

2017.06.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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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 발매된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데이식스, 청하, 우주소녀, 서커스 크레이지, FT아일랜드, 지드래곤, SS301, 엑스티(Ex.T), 마은진(플레이백)을 다룬다. 6월 초순 ①부터 함께하는 심댱과, 심은보(GDB)가 새 필진으로 합류했다.
데이식스
Sunrise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7일

   

2015년 데뷔 이후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달려온 데이식스의 대망의 첫 정규 앨범. 메이저와 인디, 아이돌과 밴드 등 좀처럼 쉽사리 풀리지 않을 한국 가요계의 고질적 이분법 아래에서 겪은 한이라도 풀 듯 14곡의 노래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타고난 ‘안정감’일 테다. 안정된 보컬, 안정된 송라이팅은 데뷔 시절 많은 이들이 데이식스를 주목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 안정이 주는 편안함은 때로는 고착으로, 때로는 ‘만들어졌다’는 비난으로 쉽게 이어질 여지를 떠안은 시한폭탄이기도 했다. 영미권, 혹은 일본의 히트 록 넘버들을 연상시키는 익숙하고 대중적인 구성과 서로 닮아 보이는 곡들의 모양새가 종종 마음에 걸리지만 이들의 진가는 그 고른 땅을 기반으로 애틋한 고유의 감성을 힘 있게 터뜨리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예뻤어’와 ‘Congratulations’ 연타가 주는 여운이 꽤 오랜 잔상을 남긴다.

“Every Day6” 시리즈를 통해 5개월간 공개한 곡들에 새로운 두 곡을 추가한 정규앨범이다. 매번 싱글로서 어느 정도 기능을 담당하도록 구성됐기 때문인지 앨범이 갖는 일관성과 ‘앨범 록’으로서의 구성이 준수하다. 이는 앨범 속에서 트랙의 배치에 꽤 신경을 쓴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곡이기도 한 ‘어떻게 말해’에서 ‘놓아 놓아 놓아 (Rebooted Ver.)’를 거쳐 ‘그런 텐데’로 진솔하게 이어지는 부분을 비롯해, 14곡이라는 볼륨이 지루하게 느껴질 새 없이 좋은 팝송들이 연잇는다. 그렇다고 싱글 시리즈가 상업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뒀던 것은 아닌데, 때로 욕심의 오르내림이 느껴지던 싱글들과 그 비사이드들이 한 데 모였을 때 꼭 적절한 담담함을 보여주는 것 역시 보기 좋은 결과물이다. 첫 EP의 선명함은 이미 데이식스가 뭘 하자는 팀인지를 궁금해할 필요가 없도록 했지만, 이 앨범은 그런 데이식스가 앞으로 뭘 해나갈 팀인지를 제시한다. 훨씬 진중한 방향으로 팀의 색깔이 안정화 되는 듯한 인상 역시, 팀의 포맷 자체에 내재된 실험적 요소를 음악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하고 싶다. 정작 앨범 서두의 두 신곡이 ‘데이식스 느낌’을 잘 보여주면서도 조금은 정형적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반드시 웃는다’의 드라마적 서사와 캐릭터적인 감정 토로, 그리고 ‘뻔하지만 당해낼 수 없는’ 팝적 감각은 자꾸 다시 듣고 싶어지는 매력임에 분명하다.



청하
Hands on Me
MNH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파워댄스곡을 기대했는데 '월화수목금토일'을 선공개곡으로 내는 등 청하는 대중의 예상을 늘 빗나간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프로듀스 101〉에서 ‘Bang Bang Bang’을 매력적으로 췄던 솔로 디바보다 더 많은 것 같다. 그에게는 ‘우주먼지’처럼 섬세한 감성도 있고 ‘Why Don't You Know’처럼 트로피컬 사운드에 몸을 맡기는 아티스트도 있다. 청하의 온도와 색채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Hands On Me”는 청하를 알고 있다 생각했던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앨범이다. 멋진 디바가 될 수도 있고 깨끗한 감성을 노래하는 발라더도 될 수 있다. 소속사의 애정 어린 프로듀싱을 받고 첫걸음을 내딛은 청하를 보면 응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그녀에게는 정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M&H의 첫 음악가이자,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음악가인 만큼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전체적으로 청하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가득하다. 테오필러스 런던(Theophilus London)의 ‘Big Spender’를 빌려온 'Hands on Me', 트로피컬 하우스 풍의 'Why Don't You Know'는 청하의 가장 확실한 무기인 댄서로의 이미지를 심화한다. 두 발라드곡 '우주먼지'와 '월화수목금토일' 또한 아이오아이(I.O.I)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청하의 음색을 확실히 선보인다. 여러모로 청하를 향한 소속사의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느낄 수 있는 앨범. 다만, 'Why Don't You Know'에 왜 넉살의 랩 피처링이 필요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우주소녀
Happy Moment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7일

   

“Happy Moment”는 전파계와 가요, 아이돌팝 사이에서 세심하게 배합을 조정해 나가는 곡들로 이뤄져 있다. 의미불명의 발화들과 엉뚱한 느낌의 연출, “강아지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소재가 키포인트로 활용된다. 비슷한 공식이라곤 해도 러블리즈나 구구단과 비교해 아무래도 훨씬 씩씩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역시 스타쉽의 가요 친화적인 체육계 성향 덕분일까. 그 조합이 지금까지는 활달한 소녀들에게 기획자가 덕후 옷을 입혀 놓은 듯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우주소녀의 캐릭터는 완성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주소녀는 어떠한 기획이 나오는가’보다 ‘우주소녀는 어떤 느낌의 팀인가’가 보다 선명하게 전면으로 제시된다. 약간 전파 느낌이 있지만 그래서 ‘마이 페이스’로 혼자 알아서 낙천적인 인물이랄까. ‘퐁당퐁당’, ‘Mr. Badboy’처럼 매우 가요적으로 들릴 만한 곡에서 꽤 과감한 보컬 연출이, ‘Babyface’, ‘B.B.B.Boo’처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전면에 나서는 곡에선 아주 흔한 소재와 표현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평이한 방식으로 ‘예쁜 감동’을 표현하는 ‘지금 만나러 가요’도 매우 서브컬처스럽게 들리기까지 한다. 다채로우면서도 집중력 있는 일관성으로 캐릭터를 확고히 설정하는 꼼꼼한 앨범.

타이틀 곡만 한정했을 때 “Happy Moment”는 우주소녀의 여타 앨범과 꽤 차이가 있다. 우선 우주소녀의 모든 앨범에 타이틀 곡 중국어 버전이 수록된 것과 달리 'Happy'는 실리지 않았다. (중국에서 위에화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정식 앨범이 나오는 게 아닐까?) 두 번째로 우주소녀가 기존에 구축한 타이틀 곡의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유연정 합류 이후의 타이틀 곡 라인은 '기적 같은 아이'에 가깝다. 아마도 이미지 고착화를 피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의 곡들은 'Happy'와 '기적 같은 아이' 두 곡에 맞추어 흘러간다. 우주소녀의 세계관이 애교와 하라주쿠 카와이 문화에 기반을 둔 만큼, '퐁당퐁당 (Plop Plop)', 'SUGAR', 'B.B.B.Boo' 등은 우주소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곡인 듯하다. 그 가운데에 'Babyface'처럼 튀는 곡이 있는 것도 재밌다. 'Happy'가 지나치게 트와이스를 의식한 점을 빼면, 첫 '정규 앨범'이라는 포맷에 걸맞은 콘셉트와 내용이 담겨있지 않나 싶다.



서커스 크레이지
Romantic Drama
W2B Ent
2017년 6월 7일

   

굳이 따지자면 브로맨스와 궤를 같이하는 4인조 보컬 그룹. ‘Romantic Drama’는 멜로디도 상투적이고 가사도 흔한 러브송인데, 사운드만큼은 그 속에서 꽤 다채롭게 변화하며 나름대로 흥미롭고 충분히 흥겨운 곡이다. 정작 사운드가 보컬의 매력을 다소 가려버리지 않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가운데 뮤직비디오만큼은 끝까지 감상하려면 평균 이상의 항마력이 요구되니 주의를 요망.



FT아일랜드
Over 10 Years
FNC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7일

   

FT아일랜드가 주류 가요의 록 발라드 계보에 위치한다는 건 굳이 부인할 이유가 없다. ‘Wind’는 그 지점에서 조금 나아가려는 시도처럼 들린다. 비교적 단순하고 느린 하강 진행의 후렴 선율은, 가요 발라드의 청승을 살짝 덜어내고 조금은 팝적으로 담담하게 짚어간다. 애절함은 꼭 한 발짝 뒤에 담아 놓고. 여기에 록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과시하듯 들어간 변주들이 ‘밴드의 손맛’을 강화하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함정들을 피해간다. 그런 디테일들을 전부 넘어서서 ‘언제나의 FT아일랜드’로 들리게 하는 것은 필시 낙원상가 키드들의 로망을 (버스킹이 대대적으로 부상했음에도, 또한 그들 자신은 부인할지라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존재로 자리를 굳혀온 지난 10년간의 저력일 것이다. ‘아이돌이 무슨 록이냐’는 시선 앞에 인정투쟁해온 결과라고 생각하면 사뭇 경의를 표하게 된다.



지드래곤
권지용
YG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7일

   

지드래곤의 매력 중 하나는 위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대체로 위악적이지만 동시에 ‘Intro. 권지용’처럼 느긋한 점은 이 EP가 제법 힘을 뺀 농담처럼 들리게 한다. 특유의 ‘좀 이상한 사람 연기’나, 랩을 쓰듯 음악 요소를 주물러 넣는 재치 역시 예전처럼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 뭉근하게 배어 있어, 필사적인 승부작이라기보다 ‘원래 그런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아쉬운 건 그 ‘힘 뺌’이 늘 좀 있던 고연령 지향 코드와 만나면서 인간 권지용의 상을 조금 낡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승리랑 친해”라는데 어쩌라고요”, “평화 빼기 하나”, “개집에? Mi Casa?”, “자체발광이 직업병이래” 같은 라인을 쓰는 사람이 노사연, 신신애를 들먹이는 것도 모자라 “씨 발라 먹어”, “신곡” 같은 아재 개그까지 해야만 하는가 하는 얘기다. 와중에, ‘무제’가 보여주는 드라마적이고 묵직하게 서늘한 감성에 주목한다. 빅뱅의 발라드성 트랙들과는 도무지 타협될 수 없으리라 싶을 정도의 장르적 차이를 보이는데, 지드래곤의 짓궂음과 감성 모두가 빛날 수 있는 어떤 지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권지용”의 모든 곡이 음악적으로도 내용 면으로도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한다. 자신의 감정을 파편화하여 뿌려 놓은 가사는 어떤 맥락도 포함하지 않는다. 랩을 뱉는 방법, 발음 등, 지드래곤이 래퍼로 가진 매력은 어느 때보다 짙게 묻어나지만, 음악의 맥락 부재를 해결할 정도는 아니다. USB를 통해 모태를 표현한 디자인이나, 링크를 통해 여러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는 흥미롭지만, 디자인은 결국 콘텐츠 자체에 설득력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법이다. 그가 래퍼로서, 음악가로서 신선한 매력을 가졌던 때가 있었기에 'Outro. 신곡(神曲) (Divina Commedia)'같은 올드한 곡이 더욱 마음 아프다.



SS301
Unison Volume 1
씨아이 ENT
2017년 6월 8일

  

501 시절부터 이들이 간간히 내오던 케이블 드라마 OST 같은 예쁜 노래다. DSP 아이돌은 앨범마다 이렇게 무난하게 씬의 빈 자리를 채우는 듯한 캔디팝을 자주 들고 나왔다. 이들의 'Bye Bye'나 '넌 나의 천국', 'Lonely Girl' 같은 노래를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만한, 걱정 없이 들을 수 있는, 그저 예쁘기만 한 튠.



엑스티(EX.T)
똑같은 사람 만나 / 알잖아
케이팝스타
2017년 6월 8일

  

2010년 전후의 신사동호랭이를 모델로 한 듯한, 커다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강한 뽕끼의 조합이다. 프리셋 중심의 식상한 사운드와 엉성한 작곡, 심하게 미정돈된 보컬 트랙이 조금 듣기 괴롭다. 수록된 두 곡이 마찬가지긴 한데, 본격적으로 보컬 연출을 시도하는 ‘알잖아’가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귀에 밟히기는 한다.



마은진(플레이백)
I Understand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9일

   

플레이백의 마은진이 (제시카가 소속된) 코리델 엔터테인먼트에서 발표하는 솔로 싱글. 자칫 루즈해지기 쉬운 곡이자 편성인데, 이야기의 운을 띄우는 듯한 화성의 주제부(“I understand…”)가 제2의 후렴처럼 기능하고, 금속성의 하이햇이 움직임을 절제하면서 생겨나는 리듬에 묘한 긴장이 부여되면서,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된다. 보컬의 음색이 조금 단조롭게 연출됐는데, 후렴의 마지막에서 잠깐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꽤 드라마틱한 효과를 준다. 프로덕션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되는 우아한 곡.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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