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6월 하순

2016.06.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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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6월 하순의 새 음반 필진 단평. 씨스타, 매드타운, A.DE, 로미오, 비타민엔젤, 플레디스걸즈, 브레이브걸스, 워너비, 구구단, 태연, 소나무를 다룬다.
씨스타
沒我愛(몰아애)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1일

   

지금까지 씨스타가 발표하는 여름 노래들을 러프하게 나눠보면 '나 혼자'나 'Give It to Me' 같은 마이너의 더운 곡, 그리고 'Touch My Body''Shake It' 같은 메이저의 시원한 곡 두 노선이 있었다. 'I Like That'은 이열치열을 노린 듯한 더운 곡 라인. 씨스타는 마냥 발랄하고 신나는 노래도 잘하지만, 용감한형제와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쌓아온 신파와 통속성 표현을 정말 잘한다. "내가 올해 들은 말 중에 그 말이 최고야 I like that"이란 가사는 연말에 '통속적 가사 어워드'란 게 있다면 대상감이다. 너무나 적절한 구어체적 단어 사용에, 실제로 저 말을 멜로디 없이 하는, 지나간 남자가 지긋지긋하고 우습다고 말하는 여자가 연상된다. '끈'처럼 타이트한 곡도 'Say I Love You' 같은 느슨한 곡도 함께 고루 들어있는 음반.

'파워청승'이라 해도 좋을 'I Like That'에서 씨스타의 힘이 폭발한다. 적당히 끈적한 살결처럼 뽕끼를 휘감은 멜로디는 쉴 틈 없이 치고 들어오며 분열적인 가사를 풀어놓지만, 적당히 익숙한 단어들에는 그다지 맥락이나 의미가 없다. 단지 품위 있게 살벌한 저음의 비트 위에서 '뭔가 뜨거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댄스 음악의 정수를 꿰뚫는다. 씨스타의 청승이 이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는커녕 통속적인 초인을 구성하는 것은 그런 공식이다. 청승도 진심이라기보단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이란 듯한 무심함 또는 철벽. 그 기세에 장난스러운 듯한 화려함과 통속성을 쏟아부은 '끈'으로 다음 트랙이 이어지는 것도 근사하다. 이후 점점 "알았어, 알았어" 하는 듯 느긋하게 흘러내리는 후반부는 조금 더 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으나, 가요적으로 딱 좋은 편안함을 보여준다.

누군가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취향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씨스타를 보게 하라. 'I Like That' 뮤직비디오는 정확히 '아재 감성'을 건드리는데, 이때 '아재'는 '구성진 가락'을 사랑하는 50~60대부터 홍콩 느와르 영화에 열광하던 30~40대까지의 남성을 말한다. 'I Like That'의 씨스타는 특히 느와르 영화의 히로인을 좀 더 만화적인 문법으로 연출하고 있는데, 소품 활용이 돋보이는 안무가 작품의 드라마성을 극대화시킨다. 단지 '아재 취향'이라고 해서 넘겨버리기엔 흥미로운 볼 거리와 들을 거리로 가득한 곡인데, 특히 일말의 눈치도 보치 않고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 태도로 무대를 끌고 가는 씨스타의 저력이 가장 볼 만하다. 곡이 갖고 있는 속도감과, 박력 있고 빈틈없이 화려한 퍼포먼스에 아무리 기 쎈 아저씨라도 굴복하고 말 것이다.

'I Like That'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씨스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래다. 커다란 변화는 아니지만 한동안 패턴을 굳혀가나 싶던 여름 노래에서 탈피한 것만으로도 주는 신선함이 있다. 혹시라도 변화가 낯선 팬들이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수록곡을 들어보면 우리가 알던 씨스타의 모습 그대로인데 특히 'Yeah Yeah'는 따로 타이틀로 내세웠어도 손색없을 씨스타의 색깔이 물씬 풍기는 여름 댄스곡이다. 잘 해왔던 것을 꾸준히 계속하되 제자리에 멈춰있진 않겠다는 씨스타의 의지표명이 느껴지는 앨범.



매드타운
Emotion
제이튠 캠프
2016년 6월 21일

   

레퍼런스를 동시대 동급의 다른 아티스트로부터 가져오는 게 아티스트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위너 7 : 몬스타엑스 3 정도의 비율로 섞은 듯한 이 앨범은, 그러나 강승윤, 송민호나 기현, 주헌 같은 키 플레이어들이 없어 이렇다 할 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흘러가 버린다. '힙합 아이돌'답게 한껏 패기를 부린 '비켜' 같은 곡마저 귀에 꽂히지 않는데, 보컬과 래핑 모두 특유의 공격성이 무디게 깎아져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이게 '무해하게' 들리느냐 하면 그런 건 또 아니고, 그냥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다'는, 어떤 찝찝함만 남긴다.



A.DE
Strawberry
투에이블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3일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을 확인하고 작성하는 리뷰. 멤버들의 느낌이나 면면을 봤을 때 '테니스스커트를 입은 귀여운 여돌' 말고 다른 걸 하면 훨씬 더 잘할 것 같다. 일단 센터를 맡은 해영이 〈프로듀스 101〉에서 보여준 미덕은 앙증이나 귀염이 아니라 예쁜 척을 모르는 파워 댄스 같은 거였기에. 이제 시작이니 섣불리 재단하고 싶진 않지만, 요즘 트렌드가 청순돌이라고 해서 굳이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두 곡을 가만히 들어보면 몇몇 이름들이 떠오른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공식을 참조해 f(x)-레드벨벳과 에이핑크-여자친구를 이어붙인다는 것이다. 그 이음매가 충격적이진 않은데, 양자의 매력이 동시에 살지 못한 것은 (어쩌면 조금은, 연결을 위한 안배 때문에) 각각의 뾰족한 구석을 세우지 못해서일 것이다. 강한 랩과 수수한 '걸그룹 랩', 제법 다양한 보컬 톤을 반짝거리게 배치한 것을 비롯해, 색다르고 좋은 곡을 만들어 보려는 욕심은 엿보인다. 그러나 결국 각 파트의 흡인력이 약하고 사운드도 조금은 답답한 편이며 전체적인 다이내믹을 구성해내는 데에도 역부족이다. 아쉬운 싱글.

'Strawberry'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이상하리만치 길게 잡힌 테이크 때문에 멤버들의 부족한 연기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청순 콘셉트'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를 보여주는 영상인데, 자연스러움이 담보되지 않은 청순함은 결국 '억지 애교부리기'를 보는 불편함 밖에 느끼지 못하게 한다. 저예산은 둘째 치고, 영상과 화면의 구성에 자본과 관련 없는 섬세함마저 결여되어 있어서, 차라리 아마추어 직캠러들이 만드는 멀티캠이 훨씬 더 낫겠지 싶을 정도.



로미오
Miro
CT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3일

   

제목이 "Miro"인데 샤이니 민호가 등장하고, 아무래도 샤이니 인플루언스를 부인할 생각도 없는 듯한 제스처다. 실제로 음반의 상당 부분이 샤이니에 맞닿는데, 카피캣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샤이니의 라이센싱 또는 '샤이니라는 장르'처럼 느껴진다. 트랙 메이킹이나 훅의 질감 등이 특히 닮은 것에 비해, 보컬의 음색은 아무래도 훨씬 가볍게 다가오고 멜로디라인 역시 곳곳에서 그런 '현지화'의 흔적이 느껴진다. (인피니트를 연상시키던) 전작들과도 이어지는, 보다 여리여리하고 가요 느낌에 가까운 질감이 샤이니를 메소드 삼아 그럴싸한 옷을 입는다. 그런 대비가 잘 드러나는 곡이 (어쩌면 조금은 빅스를 닮은) 'Knock me out'인데, 보컬의 특질이 곡에 다소 밀리는 듯해 이 음반의 한계선을 꼭 집어 보여준다. 그러나 주름진 옷감처럼 아슬아슬하게 밀리는 보컬이 매력적인 타이틀 'Miro'를 비롯해 성공적인 이식이라고 생각된다. 'Roller Coaster'와 'Hello'는 '샤이니 함량'을 다소 낮추면서 나름의 개성도 잡아내고 있다. 다음 음반이 꽤 기대된다.

곡은 물론이고 보컬 디렉팅마저도 샤이니를 지나치게 모방하고 있는데, 심지어 샤이니 민호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뮤직비디오의 화면 곳곳에 'Sherlock', 'Why So Serious', 'Everybody' 등 샤이니의 대표 히트작을 연상하게 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안 그래도 팀 컬러 구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샤이니 코스프레'를 어떤 타개책으로 제시한 거라면 조금 큰 오판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곡이 좋고, 실력이 좋은 것,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을 '기획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타민엔젤
Bad Girl
POPS Music
2016년 6월 24일

  

안무를 보면 상당히 빠르고 격한 동작이 많고 대형의 활용에도 신경을 쓴 듯해 아무렇게나 만든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오디오는 얘기가 좀 다른데, 'Bad Girl'의 보컬은 불안하기는 하나 스튜디오에서 '견적 나오는' 것인 데 비해 랩만큼은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상을 남긴다. 그런데 하필이면 랩이 자주 나오기도 하고, 곡을 살리는 데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해야 하도록 구성돼 있기도 하다. 트랙도 이와 비슷한데, 강렬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려는 의도에서 '아무튼 강렬한 요소들'을 풀어 놓았지만 기능하지 못한다. 수록곡인 '그대와 둘이서'는 사운드도 너무 심한 노래방인 데다가 화음에 무게를 실어줬지만 기초적인 튠도 되어 있지 않다. 모처럼 음반이니까 음악에 신경을 좀 써줬으면 한다. (살짝 덧붙이자면 커버아트의 "Vitamin Angle The 2and Album"를 어떻게든 좀...)

이렇게 앳된 보컬로 이런 콘셉트의 곡을 불러도 사회적으로 비난이나 질타를 받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평화로운 시대인가. 결국 뒤집어지는 것은 듣는 이의 속뿐이다.



플레디스걸즈
We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인스타그램 발렌시아 필터를 씌운 애프터스쿨의 '샴푸' 같다. 비교적 보수적인 악기 편성과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 서정적인 멜로디를 배치한 것도 그렇다. 매우 인상적인 것은, 그럼에도 이 노래의 보컬엔 '이렇게 태연해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절박함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기합'도 느껴지지 않는 2절의 랩은 일상적인 '말'에 한없이 접근하고, 마지막엔 고음 솔로마저 배경으로 보내버린 채 한없이 담담한 합창을 이어간다. ("힘내, 힘내"에 선명하게 임팩트를 주고,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이 곡의 결정적인 매력이다. 비교 대상인 구구단에 비해 내추럴한 연출이라지만 이들은 화면 바깥 세계에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동료들을 서로 바라보다가 마지막엔 함께 무대에 오른다. '꿈을 좇는 소녀들' 서사로서 고난을 전제하지만 아무튼 낙관적인, 그것이 건강한 가슴 찡함을 남긴다. 사랑스러운 곡이다. 브리지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듯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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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High Heels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올여름은 브레이브걸스다! 올해 들어 나온 곡들 중 가장 시원하다. 브라스 라인도 기타 리프도 복잡한 척하지 않아 편하게 즐기기 좋은 팝뮤직이다. 예쁘고 어리게 들리라고 그러는 건지, 요즘 걸그룹 노래들엔 유독 보컬을 납작하게 싣는 노래들이 많은데, '하이힐'의 보컬 트랙들은 양감이 있어서 좀 더 섹시하고 사람답게 들린다. 다만 버스와 코러스 전체에 걸쳐서 "그대가 좋아해서 신었잖아요", "남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여자" 같은 가사가 나오다가 브리지에서 별안간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을 때 다 하는 여자 난 그렇게 살 거야 그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라고 말하는 데에는, 가사를 쓴 용감한형제와 차쿤은 저 두 가지 개념의 충돌감을 정말 못 느끼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 다른 추천곡으로는 '만나지 말걸'. "더 가면 적 돼 적 돼"란 가사에 주의해서 들어보시라. (!)

놓치기 아까운 음반

청순의 범람 속에서 배수진처럼 택한 노골적인 섹시 콘셉트가 역으로 올여름 가장 귀여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냈다. 곡 자체는 이미 유행에서 한참 지나 촌스러운 듯도 하지만, 지향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렇게 촌스러운 편이 더 잘 어울린다. 얼핏 재작년의 AOA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때 AOA가 갖고 있던 어떤 치열함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애티튜드를 취하고 있어 부담도 적다. 올해의 길티 플레져로 꼽을 만하다.

타이틀곡 '하이힐'은 사랑하는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는 이야기지만, 가사 전반적으로 남성의 시각에서 쓰인 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흘러넘친다. 시작은 분명히 "눈빛은 도도하게/자신감이 넘쳐나게" 굽 높은 구두를 신었지만, 곧 "날 좀 봐요 그대가 좋아한다 해서 신었잖아요"라는 식으로 변하더니 급기야는 "낮에는 너무 착하다가도 해지면 발칙해지는 여자", "남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여자"를 자처하는 식상하고도 현실감 없는 섹스어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곡이 되어버렸다. 뮤직비디오에선 성적 판타지를 더욱 강조하듯 한바탕 코스프레 쇼가 펼쳐진다. 몇 년 전 AOA의 '짧은 치마'에선 미니스커트가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됐지만, 화자의 자존감을 이렇게까지 낮추는 서사는 아니었다. 2016년도 절반이 지나갔고 대중문화 속 젠더 이슈에 대한 논의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굳이 더 말을 보태고 싶진 않다. 일개 소비자로서 창작자들의 기민한 변화를 기대할 뿐.



워너비
왜요(Why?)
제니스 미디어 콘텐츠
2016년 6월 28일

   

잊고 있던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워너비는 작년 7월 군인 콘셉트를, 11월엔 경찰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항공 승무원과 응급의사 콘셉트가 중심이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국내에 응급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응급의학과가 처음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는 얘기다. 곡은 AOA의 용감한형제 3부작을 의식하면서 좀 더 느긋한 리듬인데, 그것이 뽕끼 멜로디와 신파적인 가사에 결합해 꽤나 흥청망청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곡 자체는 익숙한 댄스 가요의 전통에 밀착돼 있는데, 보컬의 연출이 제법 꼼꼼하고 곡의 의도에 적확하게 부합하며 그 효과 역시 전작들에 비해 잘 드러나는 편이다. 뮤직비디오에서 아재 승객 역을 맡은 김흥국이 마지막에 '다 같이 즐기는 신명 나는 춤 한판'을 연출할 때 멤버들이 영업 스마일조차 없이 예의상 어울려주는데, 가장 즐거움을 주는 장면. 보도자료에 트랙과 뮤직비디오의 크레딧이 표기돼 있는 점을 높이 산다.



구구단
Act.1 The Little Mermaid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8일

   

데뷔조 연습생들을 내보낸 파격 행보로, 젤리피쉬가 〈프로듀스 101〉 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인지 아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인지 여러 가지 예측이 있었다. 현재로서는 차트 성적이 좋아서 결코 손해만 본 것은 아니라는 인상이다. 데뷔곡 'Wonderland'는 같은 회사의 작곡팀 Butterfly의 작품. 작년 여름에 데뷔한 에이프릴의 '꿈사탕'에 이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처음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 요즘 아이돌 가요에서 쉬이 보이는 서사는 아니라, 조금 구시대적인 듯하면서도 정겹다. (어쩌면 황성제는 이 분야 마지막 장인일지도…) 그다지 고급져 보이지 않는 의상 등에서, 극단이란 콘셉트에 비해 기대보다 조악하게 느껴지는 구석들이 있기는 하다. 조촐하게 시작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출발인 것 같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현실적인 몽상 세계에서 결국 무대에 오르는 플레디스걸즈와 비교하면 재미있다. 'Wonderland'는 시작부터 무대 위를 전제하고, 그래서 모든 것이 에버랜드 쇼 무대 같다. 쨍한 사운드로 기운차게 몰아붙이면서 쉽고 반복적인 멜로디를 "모-든-걸,"하고 끊어내는 시원함 속에 펼쳐지는, 하나하나 과장된 판타지 세계.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앨범은 꽤나 일관성 있게, 그리고 매우 잘 반짝반짝거린다. '구름 위로'가 참조한 듯한 오마이걸의 앨범 트랙 취향과 대차대조하면 그런 '에버랜드스러움'은 더욱 선명하게 두드러지고, 발라드인 'Maybe Tomorrow'마저 90년대 후반 분위기를 거의 캠피하게 풀어놓았다. 이런 것이 로우틴 타기팅인가 생각하면 이들의 (잡은 물고기인) 성인 남성 팬들을 괘념치 않을 수 없다. 걸그룹이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종종 팬들이 그룹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콘셉트의 설득력과 그에 상응하는 음악의 완결성은 분명 매력적인 수작이다.

귀여움과 유치함은 한 끗 차이인데, 안타깝게도 구구단의 데뷔곡은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콘셉츄얼 아이돌' 빅스를 히트시킨 이력 덕분에 그럴듯한 세계관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콘셉트에 지나치게 천착한 나머지 현실 세계와의 접점을 만드는 데에 실패한 느낌이랄까. 아이돌에게 매료되는 지점이란, 진공된 공간 안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아이돌이 갑자기 화면 너머의 '나'와 눈을 맞추며 화면 밖으로 손을 내미는 바로 그 순간인데, 구구단은 아직까지 서로 손에 손잡고 즐겁기에 바빠서 그만 화면 밖의 존재를 깜빡 잊은 것만 같다. 보는 이가 매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짝이 의상도, 진주 장식도, 조개껍데기도 어떤 앵프라맹스를 만들지 못하고 그저 유치한 소품에 불과해졌고, 헤엄치는 듯한 구구단 멤버들의 춤 동작 역시 물 밖에 강제로 내던져진 생선처럼 버겁게 느껴진다.

귀에 확 들어오는 곡은 없지만 동시에 전반적으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앨범. 데뷔앨범이지만 〈프로듀스 101〉을 통해 일부 멤버들이 대중의 관심도를 이미 획득한 만큼 큰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가겠다는 기획처럼 보이는데, 인용을 약간 보태어 '대체로 무해한 앨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막연하게 희망을 노래하는 것보다 미지의 세계를 눈에 담으며 성장해나가겠다는 신인다운 포부에 '인어공주'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차용한 타이틀곡 'Wonderland'는, 강렬하진 않지만 변별력을 갖춘 효과적 전략이 엿보인다. 굳이 '극단'이라는 콘셉트를 표방한 이유 역시 앞으로 언제든 다른 색깔의 곡으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만들어놓은 셈인데, 빅스를 키워냈던 젤리피쉬인 만큼 앞으로 흥미로운 기획이 준비되어 있으리란 기대와 더불어 구구단의 성장 또한 기대해본다.



태연
Why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나에게 태연의 매력을 정의하라면 '통쾌함'이라 하겠다. 수록곡인 'Good Thing'에서처럼 그것은 시큰둥함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을 서사적으로 표현한 것이 'Why'의 뮤직비디오다. 그저 홀로 당당하게 즐거운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선공개 곡 'Starlight'의 뮤직비디오와 접점을 만듦으로써 '상대 남성'의 부재를 확인사살하기까지 한다. 전작이 드넓은 세계 속의 자의식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타자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고서도 태연하기만 한 자립감이다. "지친 일상 속 가볍게 떠나는 여행"을 논하는 보도자료가 무색할 지경. 그런 자신 있는 이미지가, 거침없이 치고 날아가는 LDN Noise와의 뒤엉켜 멋진 시너지를 내며 'Why'의 후렴을 '통쾌하게' 풀어낸다. 브리지에서 숨을 돌리자 감정이 밀려드는 듯하다가는 빈 공간으로 찢어지는 목소리가 뻗고, 꼭 한 마디를 불안하게 끈 뒤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치고 들어오는 식이다. 전작이 흠잡을 데 없는데 어딘지 '재미'가 덜했다면, 이번에야말로 관심 갖고 들어볼 만하다. 보다 느긋하게 번쩍거리는 'Fashion'에서 보컬의 매끄러운 표현력이나, 'Hands on Me'가 클리셰를 통해 팝의 컨벤션을 살짝살짝 비켜 나가는 것도 매력적.



소나무
넘나 좋은 것
TS 엔터테인먼트
2016년 6월 2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넘나 좋은 것'의 제목에 놀랐다면 "진심 너무 좋아 죽음" 같은 가사도 있다는 것에 더 놀랄 것이고, 마지막 후렴이 "넘나 넘나 넘나 좋은 것 Baby"x3이란 것에 더욱 놀랄 것이며, 그것이 모두 너무나 쫄깃하고 정확하게 기능하여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에 더욱더 놀랄 것이다. 소나무는 현실감 있고 (또는 '접근성 높고') 기운찬 이미지였는데, 그 훵키한 댄스팝 풍경에 약간의 오두방정을 넣으니 귀엽고 유쾌한 느낌이 더해져 생동감이 확 살아난다. 같은 소속사의 시크릿이 진즉 이런 노선으로 빠질 순 없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특이하게 타이틀곡이 4번에 위치했는데, 더 특이하게도 앞의 세 트랙은 레퍼런스의 선명함이 주로 기시감을 일으켜 내내 뭔가 모자란 맛을 낸다. 거기서 타이틀에 매료되고 나면 (또한 특이하게도) 이어지는 'Sugar Baby'와 'I Do Love You'가 비교적 익숙한 가요적 슈가팝을 무척 세련되게 재완성해낸다. 꼭 들어보길 권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난폭하게 가득 찬 밴드 사운드를 기합 소리에 가까운 보컬로 채우고 있다. 'Deja Vu''Cushion'보다는 좀 더 타협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급 걸그룹 중 가장 '빡센'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 장르를 걸스힙합에서 댄스 팝으로 바꿔오는 동안 특유의 색깔을 유지해냈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할만하다. 수록곡 역시 편하게 들을 수 있는데, 특히 'SUGAR BABY' 같은 곡은 과감한 편곡에 비해 멤버들이 전체 곡을 어색한 부분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멤버들의 곡 소화력이 탁월하다는 뜻이겠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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