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6월 초순 ①

2017.06.0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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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 발매된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엘리스(Elris), 박하이의 데뷔음반을 비롯해, H.U.B., 효연, UV & 신동, 프로듀스 101, 휘인 & B.O. & Jeff Bernat, 일급비밀, 1NB, 소민 x 하이탑을 다룬다. 심댱이 새 필진으로 합류했다.
H.U.B.
Ooh Ooh
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1일

  

피아노가 줄곧 짚어주는 가운데 가벼운 톤의 신스와 비트가 흐르며, 보컬 멜로디는 비교적 ‘내추럴계’ 지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후렴의 구조나 질감은 거의 챔버팝(chamber pop)에서 가져온 것에 가깝게 들린다. 꽤나 나이브한 감정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셈인데, 그 접근마저 너무 나이브하진 않은지. 이 정도의 나이브함을 갖춘 프로덕션치고는 보컬의 수행과 처리가 제법 안정돼 있는 편인데, 다들 알다시피 그것만으로 족한 씬은 아니다. 물론 산이의 랩보다는 듣기 좋다.



엘리스(Elris)
WE, first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1일

   

최근 데뷔한 청순 계열 여돌 중에는 가장 눈에 띈다. 〈케이팝 스타 6〉 준우승과 솔로곡 ‘Spotlight’로 자기를 알린 소희를 중심으로, 총 다섯 명의 멤버가 모였다. 데뷔곡 '우리, 처음'은 모노트리의 작곡. 온통 파스텔 색상으로 꾸며 놓은 비주얼인데도, 한 번씩 나타나 귀를 부러 긁고 가는 글리치 사운드가 관심을 끈다. 특히 프리코러스 후반에는 그런 글리치 음을 페르마타로 꾸욱 꾸욱 눌러주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지금은 비록 마카롱 색깔 의상을 입고 있지만, 소희의 ‘Spotlight’ 등에서 본 후너스의 또 다른 기획 방향을 벌써 기대하게 된다. 그런 옷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멤버진이다.



효연
Wannabe (feat. San E)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1일

   

SM에서 가장 날뛸 수 있는 여성 아티스트로서의 포텐셜을 타진하는 듯하다. 다소 단선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랩을 음색의 변화와 자잘한 연출로 보완하면서 시원스럽게 앞으로 밀고 나간다. 보컬 섹션은 지금 왜 레트로소울인가 하는 의문을 전혀 남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찡그리고 있지 않아도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효연에게 어울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랩 섹션과의 확연한 차이를 효연의 음색 하나로 연결짓기에도 적절한 선택.
산이에 대해 더 이상 ‘먹금’해선 안 될 것 같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며 조롱조로 일관하는 이 “음악으로 생각 전하는 래퍼”는, 여성은 ‘무의미하게 화내는 존재’이자 ‘그래서 귀여운 존재’이며 ‘백을 사주면 화를 푸는 존재’라는 젠더 의식을 덜렁덜렁거린다. 지금까지 ‘심의에 걸리지 않는 욕’을 하는 데에 ‘랩 지니어스’를 전력투구하던 정도의 성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쓸모도 없는 랩으로 바지를 내렸을 뿐이다. 물론 그가 문명인이 되길 아직도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겠지.

허스키한 효연의 목소리를 평소에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매력을 살리기에 썩 효과적인 곡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랩도 보컬도 퍼포먼스도 모두 안정적인 그래프를 만들기 위해서 정작 효연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의 폭이 좁아진 것은 아닌지. 무게감 있게 시작하는 전주에 비해 랩 파트가 다소 묵직하지 못해 집중력이 흐려지고 보컬 파트로의 전환도 어딘지 어색하다. 솔로 활동에 있어 모든 걸 혼자 해내는 것 역시 의미 있는 미션이지만, 산이의 랩보다는 차라리 보컬 파트에 피처링을 기용하고 더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바람피우는 남자에게 일침을 놓는 여성 화자의 노래에 반박이랍시고 굳이 남성 화자의 목소리를 집어넣는 구성 또한 식상하게 다가온다.



박하이
Higher
해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2일

   

참여진의 내공이 물씬 느껴지기는 한다. 다만 그것은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란 것에 가깝고, 그나마도 전력을 다했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Scene’은 왁스의 노래를 강하게 연상시키는데 지금 듣기에 너무나 낡은 느낌까지 그대로이며 그나마도 마감이 허술하다. ‘밀랍천사’는 자우림의 곡을 굳이 지금 리메이크하면서 나름 빅룸 스타일의 사운드를 일부 도입했으나 굳이 자우림 시대의 일렉트로닉을 강하게 연상시키고, 지루하다. 타이틀인 ‘Higher’는 ‘요즘 취향엔 밋밋한’ 것이 아니라 그냥 루즈한데, 그래도 박하이의 목소리가 별개의 MR 트랙에 얹은 것처럼 들리지 않는 유일한 곡이다. 음반에서 들리는 보컬의 스펙트럼은 제법 폭이 있으니, 다음 음반을 준비하기 위한 고민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UV, 신동
Marry Man
SM 엔터테인먼트
2107년 6월 2일

   

특정 시대의 상징적인 아티스트 ‘풍’의 음악을 재현하는 데에 탁월한 행보를 보여온 UV. ‘Marry Man’은 기성세대뿐 아니라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3인조 그룹 소방차의 재현이며, 슈퍼주니어의 신동은 그 속에서 정원관의 포지션을 맡았다. UV는 뮤지를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곡 자체의 매력도 탁월하지만 개그맨 유세윤의 캐릭터가 콜라보하는 뮤지션의 행보와 아우라 등 여러 요소와 합쳐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 지겨운 법. 그 당시 소방차가 필사적으로 몸을 날리며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도 없고, 원본의 재해석 또는 의외의 카운터펀치도 전무할 정도로 곡이 단조롭다는 점이 아쉽다. 중간에 뜬금없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을 연상시키는 댄스 브레이크가 있지만 딱히 임팩트는 없다.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게끔 하는 곡.



프로듀스101
35 Boys 5 Concepts
CJ E&M
2017년 6월 3일

  

각자 다른 콘셉트를 담은 다섯 곡의 ‘요즘 스타일’ 보이 팝 모음집. 국민 프로듀서님들을 위해 준비된 ‘콘셉트 평가’를 위한 곡들이라는 설정이 썩 잘 어울린다. 상큼함에서 섹시함, 작고 귀여운 소품에서 규모가 느껴지는 다소 웅장한 곡까지 특별히 처지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담겼다. ‘열어줘’나 ‘I Know You Know’ 같은 경우 문득문득 좀 더 숙련된 퍼포머들이 소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하지만, 프로그램 형식상 그 미숙함마저 사랑 받을 것을 알기에 말을 줄이게 된다. 드디어 자신만의 톤을 찾은 권현빈과 ‘Oh Little Girl’을 통해 부각된 정세운의 포근하고 여유로운 보컬이 반갑고, 숙련된 멤버들의 조합은 물론 애절함과 폭발력 모두를 갖춘 ‘Never’는 올 상반기 발표된 보이 그룹 노래 가운데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곡이다.

역설적이게도 〈101〉의 컴필레이션은 작년에 이어 케이팝 씬의 스펙트럼을 스냅샷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이미 데뷔해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프로듀서들의 욕심이 조금 더 반영되는, 그래서 씬의 ‘바로 지금’보다는 살짝 더 나아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트로피컬과 퓨처 R&B 등의 트렌디한 스타일 요소들이 가요적인 원형과 만나는 지점에서 아주 조금 더 팝 (또는 장르) 방향으로 치우친다. 그리고, 작년의 예를 볼 때 이는 시장의 흐름에도 꽤나 영향을 미친다. 다만 작년보다 좀 더 기성곡 느낌이 강한 것은 역시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가진 시장성의 차이일까. 현재 활동 중인 그룹이 타이틀로 소화하기에 다소 미묘할 듯한 ‘Oh Little Girl’을 듣는 것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오고, ‘Never Ever’, ‘I Know You Know’는 직접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곡은 무대가 한껏 연극적으로 꾸며진 ‘Show Time’과 클리셰들을 충실하고도 알차게 조합한 ‘열어줘’.

말 많고 탈 많은 쇼였지만 그래도 남는 건 노래와 무대다. 과도한 경쟁과 상품화, ‘악마의 편집’으로 이 프로그램을 비판만 하기에는, 연습생의 꿈과 빛나는 시간을 대중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프로듀스 101〉은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콘셉트 평가곡 다섯 트랙으로 채워져 있는 “35 Boys 5 Concepts”는 에너제틱, 부드러운 러브송, 섹시 등등 남자 아이돌이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콘셉트의 총합판이었다. 노래가 다소 밋밋하게 들릴지라도 괜찮다. 당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의 개인 캠 혹은 끌리는 곡의 무대를 본다면 노래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청 트랙은 'Oh Little Girl'이다. 산뜻한 정세운과 부드러운 이건희의 보이스를 주축으로 곡의 정서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배진영의 소년 같은 보컬, 플레디스 최민기의 안정적인 미성, 이의웅의 재치 있는 랩, 무대를 보면 납득 가능한 박지훈의 ‘아이돌력’, 돋보이기 위해 장미 소품을 가져온 안형섭의 야망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은 무대를 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작더라도 자기 파트를 제대로 소화해 본 경험은 그들이 아이돌을 하건, 혹여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인생에 큰 의미를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하지 못했지만 ‘Show Time’ 커버를 통해 노래를 잘 해석해냈던 FNC 유회승을 보면 쇼 이후에도 이들의 시간은 계속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워너원보다 더 큰 꿈을 꿀 그들을 응원한다.



휘인, B.O., Jeff Bernat
다라다
RBW
2017년 6월 4일

  

‘다라다’는 ‘기분이 좋을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콧노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느긋한 주말 아침 혹은 나른해지고 싶은 날에 듣기 좋은 곡이다. 휘인과 제프 버넷, 그리고 비오의 합은 상당히 조화롭다. 노래 속 화자는 솔직하지만 여유가 넘친다. 상대에게 애정을 적극적으로 구하다가도 그를 도닥이는 것 같은 따뜻함이 있다. 화자는 상대를 사랑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 같다. 휘인은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화자를 보여준다. 한편 제프 버냇은 그런 화자를 부드럽게 감싸는 로맨스를 그린다. 비오는 ‘그대’를 떠올리며 노래하는 화자의 감성을 구현한다. 사랑을 말하는 보컬, 그리고 잔잔한 반주는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무드를 타는 노래, 귀를 적시는 멜로디, 그리고 곡에 잘 어울리는 보컬진은 좋은 곡과 좋은 컬래버레이션의 예시를 보여주는 듯하다.



일급비밀
Wake Up
JSL 컴퍼니
2017년 6월 4일

   

‘Mind Control’의 뮤직비디오가 흥미롭다. 답답한 학교를 마법적 수단으로 변화시켜 축제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클리셰에 기반해 있는데, 그 수단이 향수다. 굳이 대사를 통해 그것이 ‘페로몬 향수’일 수 있음을 암시한 점이 매우 찜찜하면서도, 그 첫 피해자가 남성 교사고, 성별과 무관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하는 장면들의 비중이 커서 수위가 조절된다. 곡은 요즘 범람하고 있는 트로피컬 하우스의 요소를 이식하면서도 다소간의 불협 느낌과 ‘떼창’을 조합하면서 (심지어 “우우우”가 아닌 “으으으”다.) 떠들썩한 느낌을 강조한다. 일렉트로닉의 라이저(riser)를 무리하게 악을 쓰는 듯한 떼창으로 ‘재현’한 듯한 “Love maybe?” 파트도 꽤 재미있다. 멤버들의 모습도 ‘스윗튠 보이그룹’치고는 꽤나 껄렁하게 다가오는 점이 이색적.



1NB
우울한가 봄
Trivus Entertainment
2017년 6월 4일

  

넘쳐나는 봄 노래들 사이에서는 크게 빠지지 않는 곡이라 생각된다. 후렴의 멜로디도 적당한 단조로움을 적당히 반복하면서 적당히 변화를 준다. 보컬 역시 끌고 밀어내는 호흡의 조절이 지루하지 않게 맛을 내준다. 매우 꼼꼼하거나 탁월한 프로덕션이란 인상을 주진 않지만, 사실 봄 노래라는 게 대체로 그렇기는 하다. 봄 노래를 듣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에 발매된 점도 감안하면, 굳이 내놨어야 했는지가 조금 궁금해지는 싱글.



소민x하이탑
Blue
Zoo 엔터테인먼트
2017년 6월 5일

   

배드키즈의 소민과 빅플로의 하이탑이 함께한 디지털 싱글. 남성의 랩과 여성의 보컬이란 조합 자체는 정형적이지만, ‘귓방망이’의 배드키즈기 때문에 블루지한 곡풍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꽤 심지가 있는 보컬에 숨소리가 섞여서, 적당한 비율의 청승미를 표현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도 생각해 보게 된다. 혼성 유닛답게, 연애 관계의 트러블을 양쪽의 입장에서 그리려는 의도도 충분히 전달된다. (색상은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소재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양자의 시각차에 남성에 의한 개스라이팅(gaslighting, “별 거 아닌 다툼에도 넌 왜 이리 티를 내? 너의 상상력은 뛰어나 항상 일을 만드네”)이 포함된다는 것이 크게 유감이다. 그것이 여성 보컬의 질감과 만났을 때 더욱 나쁜 뒷맛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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