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말에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상 5월 24일을 기준으로 2회에 나눠 게재한다. S2U, 소녀주의보의 데뷔 싱글을 비롯해, 크나큰, 비에이(Be.A), 트위티, 남태현, 24K, 에이프릴, 하이라이트, 아스트로, 코코, 정일훈, 러버소울을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새 필자 랜디가 합류한다.
랜디: 곱고 예쁘게 만들어진 좋은 곡이다. 멤버들의 보컬이 좀 거칠어서 곡과 상충하는 감상이 있는데, 누군가는 그걸 소년적이라서 선호할 수 있겠다 싶다. 보컬 디렉팅이 목소리를 좀 더 부드럽고 촉촉하게 내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공식 보도자료에서 말하는 ‘기존 발라드와는 다른 새로운 댄스 발라드’ 같은 수식은 조금 오그라든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노래를 즐기는 편이 좋겠다.
미묘: 수록곡들이 듣기 즐겁다. ‘Think About You’는 다소 밋밋한 듯한 보컬이 곱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너무 예뻐’는 트렌디한 스타일과 본격 보이그룹 댄스가요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크나큰의 훤칠한 퍼포먼스를 보고 싶어진다. ‘해, 달, 별’은 곱씹고 싶어지는 뭉근함이 있는데, 악기 편성이나, 후렴의 배경으로 깔리는 소스들의 처리가 설득력 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다소 밋밋하게 처리되는 블루노트를 비롯해, 처연한 감성과 지독함과 기세 사이에서 보다 선명하게 기조를 밀어붙이지 못해 다소 어정쩡해지는 듯하다. 약간만 더 자신감이 붙는다면 훨씬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요: 타이틀 곡 ‘해, 달, 별’은 근래 들은 아이돌 팝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드럼을 들려주는데 섬세한 스트링 편곡을 뒤엎고 그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킥과 스네어의 기개에 나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세울 뻔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보컬도 감정 과잉으로 치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멜로디가 평범한 까닭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랜디: 처음엔 가물치였고, 한동안은 K-Much였던 그들이 멤버 보강과 함께 Be.A라는 리브랜딩 과정을 통해 돌아왔다. 크레용팝의 남동생 그룹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꽤 강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좀 더 보편적인 케이팝 보이밴드 같은 음악을 한다. 내내 쏟아지는 트랩 비트가 뭄바톤 멜로디와 흥겨움을 더한다. 장르도 그렇고 3부작이 될 것이라는 예고도 그렇고, 방탄소년단 등의 그룹을 크게 벤치마킹하고 있구나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코믹한 캐릭터를 완전히 치워버렸다는 것이 플러스일지, 그나마의 유니크함도 잃은 것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새 이미지를 만들 신곡이 어설프지 않아서 기대를 하게 한다.
랜디: 그동안 수많은 저예산 걸그룹을 리뷰해왔지만 이만한 ‘저퀄’은 오랜만이다. 서울을 벗어난 지역 기반 그룹임을 어필하는 그들이기에 더욱 착잡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정말 인프라와 인력풀의 문제일까. 현실적으로, 많은 저예산 그룹들의 주된 활동은 행사를 도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렇게 그저 젊은 여성을 모아 짧은 교복이나 엉덩이를 흔드는 안무(그것도 어설프게) 등 ‘케이팝 코드’를 어설프게 넣어 가수라고 꾸려내는 것은 음악이란 것을 정말로 행사에 나가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받아서 씁쓸해진다. 퀄리티가 좋다면, 혹은 멤버들의 실력이 이것보다 조금만이라도 더 좋았다면, 이와 같은 생각이 들더라도 무언가 감상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곡에서는 찾아낼 수 없었다.
미묘: 저예산 아이돌들을 보다 보면 케이팝의 전형성을 완전히 잘못 짚은 요소들이 많은데, 이곡도 그렇다. 사운드의 퀄리티도 문제고 이 곡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지만, ‘신나는 댄스곡’과 ‘감성적인 멜로디’의 피상을 아무렇게나 버무린 것이 가장 큰 한계라고 하겠으며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곡이 어떤 무대에 어울릴 것인지 상상해보며 내가 이렇게 상상력이 부족한 어른이 되어버렸나 하는 씁쓸함을 느낀다. 반면, 감정을 동화구현 하듯 하나하나 손동작으로 담아내는 모습은 케이팝의 전형성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라 하겠지만 그것으로 점수를 주기란 어렵겠다.
햄촤: 그룹명부터 노래제목까지 '소녀'를 무척이나 강조하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려 안간힘을 쓴다. 이미 씬을 지배하고 있는 경향성을 아무런 필터링이나 개선 없이 따라가는 게으른 기획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노골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마저 드러내 버리고 마는 전방위적인 부실함이다. 비슷한 걸그룹이 차고 넘치는 현재 상황에서 대중의 눈과 귀를 열기 위해선 좀 더 의외성이 요구되지 않을까.
미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이 좀 있다. 싱글에 수록된 ‘Party (With.이상원)’는 소방차의 이상원이 최근 발매한 복귀작을 재수록한 것이다. 제법 상쾌하면서 가요적인 익숙함이 살아있는 훵키 댄스곡으로, 은근하게 노래하는 이상원과 사근사근하게 백업 보컬을 채우는 트위티가 조화되다가 명쾌한 가사로 단단하게 찍어 누르며 콜-리스폰스를 구성한다. 편안하고 부담 없으며 느긋하게 기분 좋은 감상을 남길 법한 곡. 반면 (하필 ‘Party’와 함께 수록돼 더욱 묘한 뒷맛을 남기는) 표제곡인 ‘파이팅 아저씨’는 빅룸 사운드에 뽕끼와 트로트의 중간 정도 되는 멜로디를 구사한다. A 섹션이 자체적으로 거의 완결성을 갖고, 확실하게 끊어버린 채 B 섹션이 빌드업에 할애된다. 보컬은 사실 이 정도의 발성과 가창력이라면 이보다 훨씬 좋게 들릴 수 있겠지만, 스튜디오에서의 후처리와 보컬 믹스가 무척 어설픈 인상을 준다고 본다. 이 곡의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지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곡의 주제인데, 실제 가사를 들어보기 전에는 이 정도로 심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포일러 경고라도 띄워야 할까?) 고전적인 응원가 서사에 그 대상을 노골적으로 호명할 뿐이라고 생각했더니, 나이차를 뚫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고백하라며 아저씨들이 듣고 싶어할 갖은 소리를 해주는 노래였다. 물론 사랑에 나이가 어디 있으며, 아이돌이 특정한 유형의 사랑을 노래하거나 지지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 노래를 포함한 아이돌 산업의 상당부분이 소구하고 있는 실질권력을 생각할 때 윤리적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뭐가 문제야 아저씨 늙은 게 아니야 / 성숙한 거야 이젠 후회 말고 / 어서 용기내요 아저씨”, “그대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기분 좋지”, “누가 뭐래도 내겐 제일 멋져요”, “나이 많다고 작아지지 마 / 힘들어 하다 더 늙었잖아” 같은 가사는 ‘나쁜’ 것을 넘어서서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한다.
오요: 먼저, 이런 트랙은 위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이런 장르와 이런 감성은 이미 예전에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았나? (이미 자기복제와 재생산을 진절머리나게 다 마친 상태고 더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가망이 없는 장르라는 얘기다) 다만 이제 막 나온 단 하나의 트랙만으로 남태현의 음악 전반을 가늠하는 것은 결례일 테니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겠다.
미묘: 국내에서 흔치 않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케이팝을 구사하고 있는 24K다. 그래서인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활동이 더 두드러지는 팀이기도 하지만, 마침 퓨처베이스가 무척 흔한 것이 돼가고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제법 ‘보통 보이그룹’처럼 들리는 싱글이기도 하다. 결국 차이가 있다면 주류 케이팝 식의 퓨처 사운드에 비해서 ‘새벽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것일까. 타이틀 ‘너 하나면 돼’는 명료하고 가요적인 후렴의 콜(“너 하나면 돼”)에 신스가 응답을 하면서 상당히 혼란스럽고 꽉 찬 공간을 연출하는데, 보컬과 반주가 마치 한데 작당한 듯이 서로 촘촘하게 채워 들어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만 다소 부적절한 리미팅이 있는데, 브리지가 긴장을 쌓아 올린 끝에 펌핑이 일어나는 건 듣는 이가 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아쉽다. 트렌디한 스타일에 훨씬 가요적인 멜로디를 결합한 ‘Been you’은 케이팝으로서의 요건과 24K의 색깔을 잘 결합했다.
랜디: 첫 트랙 ‘따끔’부터 타이틀곡 ‘Mayday’와 ‘Yes Sir’까지, 무난하고 예쁜 걸그룹 곡으로 차 있다. 데뷔 초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청순돌’이라는 이름이 이들을 취약한 이미지로 팔리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멤버들이 이 콘셉트를 소화해내는 방법은 오히려 굉장히 수더분하다. 노골적인 요소 하나쯤 없으면 안 될 것처럼 조바심을 내는 씬에서, 외려 이런 점이 에이프릴이란 기획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사실 씬에 노골적인 콘셉트가 범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겠지만, 에이프릴이 가는 길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유유한 매력이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시류를 못 읽는 안일한 기획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2017년에 만나는 2000년대 초중반 같은 느낌이 꽤나 산뜻하다. 그룹 자체의 색깔이, 레트로 콘셉트 그 이상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햄촤: ‘Mayday’는 그룹의 개성보다는 좀 더 트렌드를 지향하는 곡이다. 쉴 새 없이 파트가 교체되고 곡조가 바뀌는 다소 산만한 구조임에도 보컬 멤버들이 자신의 파트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은 뒤 예나와 레이첼이 곡 중간의 아이캐치 같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비주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나은 역시 전방위적으로 ‘열일’을 한다. 여섯 명 고르게 활약하면서 매끄럽고 탄탄하게 곡을 다져 나간다. ‘따끔’과 ‘Yes Sir’까지 세 곡으로 6인 체제로서의 역할분담이 안정화된 현재의 ‘에이프릴’을 만끽할 수 있는 싱글.
미묘: 기세는 좋지만 자세는 느긋한 ‘Calling You’와 비장하지만 정서는 담담하면서 산뜻하게 뻗는 ‘Sleep Tight’를 수록한 리패키지다. 공교롭게도, 특정 그룹의 곡들을 조금씩 연상시키기도 하는 곡들인데, 거기에 ‘하이라이트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조합하기보다는 그저 ‘이대로 좋은 팝송’을 지향했다는 인상이다. 실제로 두 곡은 격하게 덜컹이거나 충격을 주는 부분 없이 팝송의 구조를 정직하게 지키며 매끄럽게 흘러가는 7분간의 감상을 제공한다. 가사의 내용도 애절하지만 착실하게 구술하고 있어 차라리 담백하게 들린다. 하이라이트란 그룹이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증명하는 과정에서 누락되었던 정서적 안정감을 리패키지에서 여유롭게 보충하고 있다고 할까. 이왕이면 음반의 서두에 첨부하는 형태가 아니라 전체 수록곡의 순서를 재조정했다면 그런 매력도 조금 더 살았을 것 같다.
미묘: 청량과 에너지를 큰 스케일을 통해 챙겨가고자 하는 미니앨범이다. 이는 거의 필연적으로 80년대를 레퍼런스 삼게 되는데, 인류의 미래를 희망차게 바라보면서 그 이면에서 ‘청순’을 숭상하던 시대기 때문이다. 디스코 하우스풍의 ‘Dreams Come True’, 상슴감과 드라이브감에 집중하는 ‘니가 웃잖아’, 어슴푸레한 하늘 밑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Dream Night’, 거창한 팝발라드 ‘너라서’ 등은 규모를 일구면서 맑은 빛을 발굴해내는 80년대 팝의 풍경화 같은 수법을 이용하며 무척 매력적인 질감의 순간들을 제공한다. 보컬이 조금 더 곡을 지배하고 있다면 정말 멋졌을 것인데, 작곡 단계에서의 안배와 디렉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멤버들의 ‘실력’을 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각 곡의 인상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는 역시 그 속에서 (물론) 가요적인 설득력 역시 획득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I’ll Be There’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팝의 형태를 클리셰처럼 결합하면서 다소 따분해졌다면, 타이틀인 ‘Baby’는 다른 곡들의 느낌을 일부 가져와 가요에 이식하면서, 수록곡들 중 상당수가 성공하고 있는 ‘차별화’에 실패하는 듯하다. 레퍼런스랄 게 전부 소진된 채 상대적 미지의 영역인 ‘청량 보이’으로 나아가고 있는 케이팝이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 EP의 수록곡들을 꼼꼼히 뜯어 들어보는 것도 가치 있을 것 같다.
오요: 타이틀 곡 'Baby'는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청량감"과 "소년"이라는 키워드만 어렴풋이 연상되는 트랙이다. 뭐 하나 뚜렷한 것이 없어 그저 흐릿한 이미지만 겨우 남기고 만다.
미묘: 코코소리의 코코가 포크 풍의 솔로로 복귀. 다만 싱어 송라이터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고,남들도 적잖이 하는 봄 노래 싱글이다 보니 이것으로 코코의 커리어를 예측하긴 어렵겠다. 봄 노래가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웬만해선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 저자극으로 평이하고 산뜻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봄 노래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부적절한 임무’인 셈이다. 다만 후렴이 크게 세 개의 덩어리로 구성돼 있는 점, 그중 두 번째의 “사랑도 일도 다 해도 안 해도”가 가볍게 치고 나가며 대구를 이루는 모습, 그리고 “그만 그만 그만”으로 도약해 미끄러지는 지점 등은 제법 재미있다. 아울러 뮤직비디오는 아역모델 이은채가 코코 대신 립싱크하는데, ‘괜찮다’는 의미의 “그만”을 필시 ‘이젠 싫어’로 이해한 듯한 표정 연기가 흥미롭다.
미묘: 코드 악기와 멜로디 악기가 있다고 하면, 이 곡에는 무척 다양한 소리들이 코드 악기로 사용되고 있다. (백업 보컬의 리버브마저 그렇다.) 그렇게 덩어리진 소스들이 절제보다는 과잉에 살짝 가깝게 곳곳에 널려 있어, 〈슈퍼마리오〉 같은 플랫포머 게임에서 주인공이 딛고 다니는 블록들의 공간처럼 펼쳐진다. 때론 아슬아슬한 불협 언저리로 부딪히거나 또는 맞물리는 것이, 약간 별스러운 표정과 다채로운 활기를 동시에 확보한다.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가 비교적 일관된 드라이브감을 선사하면서 화면 스크롤을 담당하고, 거의 쉴 틈이 없는 보컬이 곡의 주인공으로서 확실하게 뛰어다닌다. 백업 보컬 역시 적극적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메인 보컬이 잠시도 쉬지 않는 수다쟁이 같은 모습으로 전시돼, 더욱 신나기도 하고 조금 숨차 보이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정일훈이니까 끄덕이게 되는 점도 있다.
미묘: 악기 연주가 중심이 아닌 여성 그룹은 아이돌 범주로 마구 집어넣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기에, 아이돌로지의 리뷰 대상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아이돌로지에서 살펴볼 가치는 있는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절망 속에서의 결의가 세 트랙의 주제인데, 불필요하게 악에 받치지도, 태연한 척 강한 모습 보이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기만 한 것이 매력적이다. (‘Dream’은 ‘세월호 3주기 애도곡’이라고 되어 있는데, ‘세월호가 있는 세계관’ 속에서의 청년 서사라고 생각하는 편이 좀 더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만일 이들이 보이그룹이었다면 결과물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기도 한데, 특히 ‘보이그룹식 사회 메시지’와 비교대조하게 되는 ‘Freedom’이 그렇다. 힙합과 아이돌의 교차점이 적지 않은 현재, 힙합, 아이돌, 남성 그룹, 여성 그룹의 표현법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음반. 아이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음악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브레이크비트와 보코더,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정한 노트로 주문처럼 되뇌는 것 등은 꽤나 신선하게 들린다. 타이틀 ‘Love Is’도 윈드차임의 사용이 조금 과하긴 하지만, 에어리한 리드 신스와 오르갠의 레이어링, 하프와 필터의 사용 등도 독특한 질감을 구사해, ‘이 노래 뭐지?’하고 정색하며 곡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전체적인 믹스가 따뜻하다기보다는 먹먹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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