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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6년 8월 초순 ①

아이돌 신보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이미미, 인엑스(INX), 달(D.A.L)의 데뷔작과 함께, 오마이걸, 현아, 발리언트, 에이데일리, 나인뮤지스A, 업텐션, 소녀시대를 다룬다.

8월 초순의 아이돌 신보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이미미, 인엑스(INX), 달(D.A.L)의 데뷔작과 함께, 오마이걸, 현아, 발리언트, 에이데일리, 나인뮤지스A, 업텐션, 소녀시대의 새 음반을 다룬다. 8월 6일부터의 신보 단평은 추후 업데이트.

마릴린먼로 컴플렉스
코라보 이앤씨
2016년 8월 1일

유제상: 피치걸 출신의 이미미가 낸 데뷔 싱글. '피치걸이 누구지?'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당신, 당연하다. 피치걸은 2013년 11월에 "여우목도리"라는 싱글 하나를 내고 사라진 그룹이니까. 싱글의 타이틀인 '마릴린먼로 컴플렉스'는 애시드한 분위기의 댄스곡인데, 착착거리는 일련의 효과음이 확실히 10여 년 이전의 곡들을 연상시킨다.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를 살펴보면 점입가경. 이들은 모두 곡의 제목을 의식하며 만들어졌는데, '마릴린먼로 컴플렉스'란 화려한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남자들을 보며 느끼는 컴플렉스란다. 왓 더...

조성민: '섹시함'이란 사실 어떤 '능숙함'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충분히 스킬풀한 퍼포먼스가 아니라면 보고 듣는 이가 느낄 수 있는 섹시함에도 한계가 생긴다. 데뷔 후 활동 이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노련미가 느껴지지 않고, 신인의 미숙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연예인이 아닌 사람의 어색함에 가까워 보인다. 그간의 화려한 이력을 대체 어떻게 모았는지마저 궁금해지는 지점.


내 얘길 들어봐
WM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일

미묘: (상대적으로 이른) 콘서트의 레퍼토리 준비 과정에서 기획되었을까. 리메이크 앨범인데 선곡은 차라리 아주 무난한 것에 가까워서 한 발을 묶고 경주에 나서는 셈인데, 그렇다 보니 그간 발군의 기지를 보여온 오마이걸 A&R의 취향의 고집이 편곡에서 더 두드러진다. 오마이걸의 역대 타이틀곡들 중 가장 무난한 '내 얘길 들어봐'을 비롯해, 결과적으로 참 예쁘고 듣기 좋지만 조금 어정쩡한 구성이 되면서 그간 멜로디와 구성이 보여주던 힘을 실감하게 한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의 거의 집착적으로 느껴지는 재지한 화성 재구성, 90년대 북미 여성 모던록 취향을 연상시키는 'Je T'aime'의 힘 있는 사랑스러움이 재미있다.

돌돌말링: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생 친구들과 같이 '내 얘길 들어봐'를 듣는 자리에서 "이게 리메이크라고요?"라는 소릴 들어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러하다, 이 곡이 나온 2000년은 이미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이었던 것이다… 여름 수련회 때 잘 나가는 친구들이 이 곡으로 장기자랑했었는데… 한편 안타깝게도, 편곡은 물론이고 보컬 운용조차도 원곡이 낫다는 느낌이다. 가창력은 오마이걸이 더 좋은데, 이 곡에선 "그냥 퐁↗️당 빠지고 싶어"하고 생소리를 내는 파파야 쪽이 더 적절했단 생각이다. 오마이걸에 대한 기대감은 타이틀보다는 수록곡에서 채웠다. 특히 '거짓말도 보여요'는 보이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성숙한 오마이걸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다.

조성민: 타이틀곡 '내 얘길 들어봐'를 들어보면, 쨍한 음색이 도드라졌던 파파야의 원곡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예쁘게 다듬어진 음색이 귀에 먼저 들어온다. 덕분에 듣기는 좀 더 편해졌지만, 청량감은 조금 약해진 듯도 해서 아쉽다. 어쩐지 곡과 잘 달라붙지 않는 안무도 청량감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부드럽게 연출된 곡에 비해 안무가 너무 복잡하고 산만하게 짜여져있다. 곡을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동작들이 지나가는 듯한 인상이고, '회심의 포인트 안무'라고 부를 만한 것도 너무 여기저기에 산적해있다. 과유불급이랄까. 물론 오마이걸이 지금까지 해왔던 성과들을 크게 해칠 정도는 아닌 듯하고, 리메이크 앨범 자체로서는 꽤 나쁘지 않은 퀄리티를 갖추고 있어 아직까지는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햄촤: 올여름 가요계가 지난 세대 여름 노래를 찾아 리메이크하는 데 왠지 모르게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오마이걸은 파파야의 '내 얘길 들어봐'를 선택했다. 그룹의 색깔에 잘 맞는 선곡인 동시에 원곡의 느낌을 크게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편곡으로 효율을 최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마이걸 특유의 몽롱하고 신비한 분위기는 다소 덜어낸 듯해 아쉬움도 있지만, 그 아쉬움들을 수록곡에서 전부 만회한다. 단순히 이벤트성 발매로 볼 수 없을 만큼 다음 앨범으로의 가교 역할에 충실한 동시에 아이돌 리메이크 앨범 모범사례 중 하나로 꼽아도 좋을 만한 앨범. 보컬 라인의 매력을 한껏 감상할 수 있는 'Je T'aime'와 '거짓말도 보여요'를 필히 들어보시라.


A'wesom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어때'에 감격한다. 일부분의 편곡이 '잘나가서 그래'와 너무 유사한 것은 아쉽지만. 시종일관 신경질적으로 찢어지는 사운드 속에서 현아가 아무 생각 없는 듯한 가사를 날카롭게 찔러대며 댄스 음악의 가장 자극적인 본령을 집어삼킨다. 댄스 음악이란 정교한 무의미인 것이다. 치대듯이 딱 자르는 "재미없어"가 실로 절묘하다. 응석 섞인 '꼬리쳐'와 더불어, 현아는 백치미마저 대형 맹금류의 앞발톱 같이 흉악한 무기로 전복해낸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섹시함과 더불어, 현아가 가장 멋지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부서지는 베이스가 음정을 그리며 떨어지는 순간이나, 부드러운 공간감으로 빠져나갔다가는 점차 성난 이빨을 늘려나가는 브리지도 멋지다. 음원으로서는 급작스러운 마무리처럼 느껴지지만 무대 퍼포먼스로서는 혼란도를 늘려가며 끝내는 설득력 있는 구성. 미니 앨범 전체가 짓궂은 반전으로 가득한데, 일부러인 듯이 익숙한 공기를 보여주다가는 금세 과감한 공간으로 전환해버리는 호흡이 굉장한 쾌감을 안긴다. 전작들이 혼자서 당당한 섹시함을 보여줬다면, 몽환적인 'Wolf'가 섹슈얼한 관계 속에서 익숙한 클리셰들 하나하나에 여성의 주도권이라는 쐐기를 박아 넣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또 한 번 현아에게 큰 빚을 진다.

유제상: 딱 1년의 시간을 거쳐 돌아온 현아의 EP. EP 치고는 제법 볼륨감 있는 여섯 곡을 한데 담았다. 역시 눈에 띄는 것은 첫 번째 트랙인 'U&ME♡'와 다음 트랙인 타이틀 '어때?'인데, 'U&ME♡'가 발랄함과 흥겨움을 함께 담았다면 '어때?'는 최근 포미닛 노래의 광포함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평자 입장에서 추천할 곡은 역시 'U&ME♡'. 적절한 텀을 두다 터져 나오는 "이 노래를 불러"의 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왜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모두 타이틀이 아닌 거지?

조성민: 그룹 활동이 종료되고 처음 나온 솔로 앨범이라는 점을 제외하고서도, '어때?'는 묘하게 이효리의 '10 Minutes'를 연상시킨다. 뮤직비디오는 특히 더 그러한데, '포스트 이효리'와 '이효리의 아류' 사이의 경계에 놓인 듯한 인상을 주며, 그 덕에 어딘가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센세이셔널하게 느껴졌던 것들도 이제는 으레 현아가 하던 것들이 되어 버려서 역치 이상의 충격을 주지 못하고 흘러가버린다. 슬슬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

햄촤: '어때?'를 듣고 또 무대를 보며 그간 현아가 솔로로서 내놓은 곡들은 다소 과격하게 말하면 오직 무대에 서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달리 말해 현아가 무대 위에 서면 어떤 곡이든 설득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어때?'는 음원으로만 들었을 때는 퍽 재미없는 곡이지만 "기분 좋게 어때 망가지면 어때"란 가사처럼, 무엇보다 현아의 퍼포먼스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선택이며 무대 없이는 완전히 성립되지 않는 곡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 현아라는 아티스트가 갖는 태도(Attitude)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U&ME♡', '나팔꽃'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무대 위 현아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분들도 알게 되지 않을까. 춤을 추는 현아가 멋진만큼 가만히 노래하는 현아의 목소리 또한 퍽 예쁘다는 사실을.


오나 (Alright)
NA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2일

유제상: 남성 5인조 그룹 인엑스의 데뷔 싱글. 타이틀 '오나'는 흔하게 들어왔던 SM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일렉트로닉 댄스곡인데, 묘하게 후렴구에서 "오나 오나 오나"할 때 강렬한 뽕끼가 뿜어져 나와 듣는 이를 뿜게 만든다. 이 '오나 오나 오나"의 효과는 뮤직비디오에서 더 대단해지는데, 장신에 날씬한 젊은이들이 정장을 입고 흐느적거리며 "오나 오나 오나 / 너만 있으면 Alright"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인엑스를 만든 사람들은 어떻게 대중의 눈길을 끄는지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슈퍼히어로
Youngbridge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3일

햄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키쥬니어 그룹이라는데 벌써 4집 발매를 앞두고 있다 한다. '〈쇼미더머니〉가 또'하며 한탄을 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영턱스 클럽 출신의 최승민이 대표로 있다고. 겉보기로 보이는 멤버들의 나이에 비해 노래와 랩의 완성도가 꽤 높고 댄스 또한 준수해서 더 혼란스러운 곡. 량현량하 이후 유년기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지만, 발리언트로서 성공이 아니더라도 이중 몇 명은 수년 뒤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생각하면 왠지 그저 응원의 말을 보태고 싶어진다. 제목처럼 케이팝의 슈퍼히어로로 자라주세요.


Chu
DK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3일

유제상: 평자에게도 익숙치 않은 그룹, 에이데일리는 놀랍게도 2014년 말에 데뷔한 관록의 여성 4인조 아이돌이다. 이번 EP가 순서로는 세 번째. 타이틀 'Chu'는 뽕끼 충만한 하우스 비트의 댄스곡인데 이게 그룹의 콘셉트와 불일치를 일으켜 묘한 괴리감을 안겨준다. 곡만 들었을 때는 행사 위주로 돌아갈 것 같은 섹시 언니 콘셉트 또는 염색한 삐삐 머리에 통아저씨 춤을 추는 엽기 콘셉트일 것만 같은데, 실제 보이는 모습은 너무도 정제된 소녀들이라 곡이 잘못 간 거 아닌가도 싶다. 철 지난 느낌이 흠이긴 하지만 여름이니 또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번창하시길.

햄촤: 뮤직비디오는 트렌디하게, 노래는 뽕끼 채운 댄스 뮤직, 안무는 왠지 개그가 가미된 동작들로 여러 가지 요소를 노려본 듯한데, 적절히 섞이지 않고 완벽히 따로따로 놀고 있어 어째 보고 듣기에 조금 민망하다. 의도라면 대성공이며, 관점에 따라 케이팝의 굉장한 다면성을 보여주고 있는 곡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취향저격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니 한 번 들어보시길.


Fireworks
Dal Crew
2016년 8월 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래칫이라기보다는 꽤 달콤하고 사근사근한 힙합 곡이다. 퍼커시브한 음원들로 텍스처를 많이 줬는데, 복잡하지 않고 애교스러운 멜로디와 잘 어우러진다. 킥의 서브베이스가 엇박으로 뒤늦게 떨어지는 것이 감각적이다. "용용 못 본 척 (죽겠지)"가 보컬 라인을 분산하여 재미를 주는 등 그런대로 신경을 쓴 흔적이 있지만 사실 가사의 내용이나 표현은 무난한 정도. 달의 보컬은 대체로 상냥한 음색이지만 간간히 앙큼한 분위기로 빠지고, 그 호흡도 잘 조절되었다. 이 한 곡 자체만으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꽤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주면서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트랙.

유제상: 〈프로듀스 101〉에 참여, 5회 방출된 김우정이 달이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 해당 프로그램을 띄엄띄엄 본 평자 입장에서는 뭔가 날카로운 인상의 소녀... 말고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것도 사실. 타이틀 'Fireworks'는 과하게 발랄한 느낌의 미디움 템포의 곡인데, 뭔가 아티스트 느낌을 주는 예명에 비해 무지무지 평이한 곡이어서 조금 맥이 빠지기도 한다. 다만 뮤직비디오에서 비치는 그녀의 모습만은 발군. 음원 리뷰에 이런 표현이 무슨 소용이 있나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예뻐졌다. 역시 솔로 데뷔는 하고 볼 일이란 생각이 들 정도.

놓치기 아까운 음반

햄촤: (매번 하는 코멘트지만) 〈프로듀스 101〉을 챙겨보지 않아 방송에선 어떤 이미지였는지 모르지만, 예명과 제목만 접했을 땐 왠지 통기타 하나 들고 부르는 어쿠스틱 발라드를 예상했다가 발랄한 멜로디에 힙합 비트가 섞인 흥겨운 곡이 흘러나와 살짝 놀랐고, 저예산 뮤직비디오의 화면을 뚫고 나오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연기와 퍼포먼스에 또 한 번 놀랐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여유감마저 느껴진다고 할까. 왠지 미국 본토도 한국도 아닌 제3의 경계점에 서있는 듯한 묘한 스왝이 느껴지는 동시에 가수가 가진 매력이 곡 자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버린 듯한, 흥미로운 데뷔곡이다.


Muses Diary
스타제국
2016년 8월 4일

돌돌말링: 대인원 그룹인 나인뮤지스에서 나오는 첫 유닛이고, 결은 비슷하지만 본체일 때라면 하지 않았을 조금 가벼운 곡들로 나왔다. 멜로디는 본체처럼 약간의 뽕끼가 느껴지는 통속적 마이너 조들인데, '입술에 입술'의 경우 짧게 끊어치는 기타로 가뿐하게 시작해서 후렴에서 터뜨리는 신스 화성, 그 뒤에 쉬지 않고 깔리는 깊지 않은 드럼비트가 '나뮤는 나뮤인데 평소보다 무게감이 적네' 하는 인상을 준다. 수록곡 '쉿'의 스트링 센스가 좋아서 크레딧을 보니 에이프릴 등과 활발하게 작업 중인 e.one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랄라라 츄, 랄라라 츄." 이게 어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이긴 한데, 같은 노래를 불러도 확실히 나인뮤지스가 부르면 좋게 이야기하면 섹시, 나쁘게 이야기하면 찐득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비음을 강조하도록 트레이닝을 받나? 가사를 경험담처럼 힘주어 부르도록 시키나? 사실 한 끗 차이로 '섹시를 강요받는 그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지난 커리어를 생각해보면 적어도 평자는 이러한 평가를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입술에 입술(Lip 2 Lip)'이 기존 곡들의 연장선상에 섬으로 인해 빠질 수 있는 매너리즘을 최대한 회피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이 EP는 Pick!을 받을 자격이 있다.


Summer Go!
티오피 미디어
2016년 8월 5일

미묘: 먼 공간에서부터 밀려 들어오는 브라스와 비트로 시작하는 '오늘이 딱이야'. 디스코-훵크가 한없이 즐겁게 몰아친다. 정확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적재적소에서 터져주는 악기들과 함께, 보이그룹의 시원한 에너지를 완벽하게 선보인다. 박보람의 '연예할래'를 작업한 Sweetch와, 멜로디데이의 '깔로', 여자친구의 '물꽃놀이' 등을 작업한 오레오의 작품. '예뻐'는 사근사근한 보컬들이 서로 앞다투듯 치고 들어오고, '행운이 되어줘'는 가요적이면서도 모범생처럼 맑다. 그러나 '오아시스'(Marco)와 'Magic'(신혁 외)이 보여주는, 조금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소년 같은 훵크가 무엇보다 짜릿하고 유쾌하다. 떠들썩한 공기와 에너지가 품격 있는 터치로 시종일관 흐르는 멋진 음반.


그 여름 (0805)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5일

햄촤: 요즘에야 아이돌이 팬송 한 번 안 부르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만, 그룹의 역사가 9주년쯤 되면 '기억'이나 '약속'처럼 상투적으로 쓰일 법한 가사가 갖는 무게감도 확연히 달라진다. 여덟 멤버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마치 서로의 필체가 뚜렷한 롤링페이퍼를 읽어나가듯 또박또박 귓가에 들려오는, 화려하긴커녕 오히려 담담한 발라드라 더 그 여운이 강한 곡이다. 9년 간 거쳐 온 노래들의 콘셉트를 일러스트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뮤직비디오 역시 심플하면서도 흔한 팬송 뮤직비디오의 연출이 아니기에 인상에 남는다. 솔직하게 소원이 조금 부러워지는 지금 이 순간.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