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2월 하순

2017.02.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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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하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솔라, 매치업, 황치열&슬기, 아스트로, 100%, 수빈, 정기고&찬열, 타미나, 윤종신&지코, 알리&예성, 러블리즈, 임팩트, 구구단, 하이포, 태연, 디션을 다룬다.
솔라
솔라감성 Part 4
RBW
2017년 2월 21일

   

솔라의 리메이크 디지털싱글 시리즈는 네 번째 곡에 와서야 지금까지의 석연치 않던 점이 정리된다. 보컬리스트의 기량과 다양한 스타일 및 편곡 요소를 한 곡 안에 몰아 넣으면서 레전드급 곡들을 다시 부른다. 딱히 해석이 있다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채롭게 한다. 케이팝의 기술력을 자찬하는 기념비, 또는 솔라-마마무의 범-팬층을 위한 〈불후의 명곡〉 음원판. 그것이 나쁠 것은 없다. 그저, (실력면에선 전혀 그렇지 않으나) 개념적으론 아무래도 습작의 정의에 더 부합하는지라, 인물도 곡도 아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울뿐이다.



매치업
First Match
브릿지사운드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1일

  

댄스와 랩을 배제했다는 그룹의 콘셉트와 기타 중심의 싱글, 다소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지만 '하기 힘든 말'은 꽤나 인상적인 결과물이다.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가 리드하는 곡은 식상하게 느껴지기 십상이지만 서정적이면서도 맑은 분위기를 잘 잡아낸다. 좌우에서 여러 대의 기타가 포인트를 주는 부분들도 적확하고, 튀어보이려 하기보다는 부드럽게 내려 앉아 질감을 형성해 주는 일렉 피아노도 듣기 좋다. R&B/발라드 최적화로 단련된 듯한 보컬들의 음색과 발성도, 로맨틱하면서도 밝은 곡풍 속에서 꼭 기분 좋은 선에 맞춰 안정적으로 노래한다. 그런데 역시 기타 중심의 업템포 곡인 'Magic in the Dream'은 무수한 물음표를 남기는데, 캠페인송이라고는 하지만 '보이그룹의 힘차고 밝은 노래'에 대한 씬 외부의 가장 일반적인 착각에 잘 부합하는 곡이다. 그러나 타이틀곡에 견주어 충격적일 정도인 것은, 일렉 기타의 가장 식상한 주법들의 전시장 같은 편곡에 곡과 완벽하게 따로 노는 보컬 믹스, 심지어 정돈되지도 않은 백업 보컬 등이 주는 총체적 노래방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두 곡이 한 음반에 수록될 수 있지?

데뷔 싱글임에도 불구하고 편곡과 보컬이 안정적이고 깔끔하다.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지만 카페 배경음악으로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황치열, 슬기
Fall, in girl Vol.3
하우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1일

  

곡 자체는 다른 악기로 연주한다면 사근사근한 R&B로 흔하디 흔한 남녀 듀엣이지만, 비트가 그 지리멸렬함을 살짝 피해간다. 부피감 있는 베이스가 너무 과하지 않은 빈도로 스네어 직전에 또랑또랑하게 떨어지면서, 아주 조금 서두르는 듯한 드럼과 어울려 제법 맹렬한 기운을 만들기 때문이다. 황치열과 슬기의 보컬 조합은 보다 나긋나긋한 편곡일 때 더 잘 살아날 것 같기는 하지만, 상당히 평이한 곡을 이렇게 살려낸 일등공신인 비트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아스트로
Winter Dream
판타지오 뮤직
2017년 2월 22일

  

겨울이 거진 끝나가고 봄이 오는 마당에 나온 아스트로의 겨울 스페셜 앨범이다. 사실 타이틀 곡 "붙잡았어야 해"나 다른 수록곡들에서 딱히 겨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기에 계절과 발매시기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을 것도 같지만 그렇다면 대체 이 앨범은 왜 겨울 스페셜 앨범인가 싶고 이래저래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100%
Sketchbook
티오피 미디어
2017년 2월 22일

   

(보컬의 측면에서만 보았을 때) 멤버들의 능력치가 참 고르게 높은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항상 백퍼센트에게 아쉬운 점이었다. 백퍼센트의 이전작들에 비해 새 미니앨범 "Sketchbook"은 한결 정제된 구성과 사운드를 선보인다.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타이틀곡 '어디 있니', 스윗튠의 전형적 발라드 트랙 '어느 날'과 수록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R&B 트랙 '어제의 나를 만나다'까지, 확실히 보컬이 탁월한 그룹임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여전히 '해몽', 'Gorgeous'와 같은 댄스곡도 앨범에 수록되어있고 이러한 곡들도 나름 백퍼센트에게 잘 어울리지만 기왕 보컬을 강조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런 곡들은 과감히 쳐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백퍼센트의 방황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수빈
동그라미의 꿈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수빈의 창작세계가 차근차근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용히 알리는 한 장의 EP. '걸그룹 멤버가 작사작곡도 하네' 하고 기특해 하는 '알못'이 있다면 코웃음을 치고 싶을 정도다. 여성의 심리라는 주제를 때로는 센슈얼하게, 때로는 기지 있게 다루는 솜씨가 걸출하다 할만하다. 조금 독특하지만 많이 복잡하지도 않은 시선, 작곡가가 작사를 했을 때의 메리트를 한껏 살리는 완결적인 노래, 그것을 소화해내는 퍼포머로서의 역량까지. 첫 EP "꽃"이 나왔을 때는 격려하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감탄으로 변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전작 '달'에 수록된 두 곡을 앞뒤로 배치하고 'Strawberry'와 '동그라미의 꿈'을 새로이 수록했다. 'Strawberry'는 전작들의 노선과 유사한 편인데, 약간의 오리엔탈 향취와 서로 엇갈리는 보컬 레이어에 의해 더욱 풍성해지는 유려하고 처연한 피아노 록이다. (아이돌) 여가수의 딸기에 관한 노래가 이렇게 묵직하고도 드라마틱하다는 점이, 앞선 수록곡 '그네'의 "오빠"가 주는 충격적일 정도의 이색적 청감과 대구를 이루는 한편, 두 곡 모두 한 가지 감정을 매우 큰 낙차로 펼쳐낸다. 그에 이은 '동그라미의 꿈'은 하나의 장면에 집중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어떤 의미에서 표현주의적 접근을 취하며 질릴 새 없이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는 해프닝극을 연출한다. 뮤트 기타와 찢어지는 마림바를 중심으로 구성된 악기의 편성, 백업 보컬이나 후렴의 활용, 창법이나 어조의 변화, 의성어와 발음의 활용 등이 다채롭게 배치되며 들을 거리가 풍성한 곡. 아이러니의 심도를 깊이하며 표현법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작가 수빈을 목격한다.



정기고, 찬열
Let Me Love You
스타쉽 엑스
2017년 2월 23일

   

'썸'의 대히트 이후로 비슷한 곡들을 찍어내고 있는 정기고와 찬열이 함께한 트랙. 찬열이 랩 피처링 정도를 해준 줄 알았는데 보컬로 참여했다는 점이 좀 의외였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트랙이다.



타미나
커버걸
인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4일

  

3인조 '모델돌' 걸그룹이라고. 멤버 송수빈이 레이싱 모델로 유명한가 보다. 뮤직비디오는 찾아볼 수 없고, 유튜브를 검색하면 보기 민망한 안무의 직캠 영상 몇 개만을 볼 수 있다.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뚜렷이 보이는 기획. 당사자들에겐 이제 막 내딛는 첫걸음일 수도 모르겠으나, 쏟아지는 비슷한 콘셉트와 퀄리티의 걸그룹이 데뷔하는 걸 계속 보고 들어야 하는 입장에선 '작작 좀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밖엔 달리 생각이 나질 않는 싱글.



윤종신, 지코
2017 월간 윤종신 2월호
미스틱89
2017년 2월 24일

   

정석원이 작곡과 편곡으로 참여한 2017 월간 윤종신의 2월호. 큰그림은 가요적이나, 요소요소가 게임처럼 코믹하게 들리는 전자음악인 것이 2006년에 나온 공일오비 7집의 감성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치과에서' 등에서 선보인 윤종신 특유의 직유하는 가사는 이 코믹함을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해서, 두 번 세 번 연거푸 들으면 유머조차 이별의 부조리함처럼 느껴진다. 지코의 덤덤한 랩이 씁쓸함을 더한다.



알리, 예성
너만 없다
쥬스 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4일

   

정통 K-R&B에 바탕을 둔 예성과 목관악기 풍인 알리의 목소리는 (특히 건조하게 시작했다가 '울었다가' 하는 예성의 음색 변화에 힘입어) 때론 서로 연속체인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제법 벌어진 음정차로 만들어내는 보이싱의 빈공간이 이 조합의 매력을 더욱 강화한다. (예컨대 두 사람의 음색이 반대였거나, 보다 가까운 음정들로 보이싱이 이뤄졌다면 조금 과잉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음색-표정의 조합이 절절한 곡을 처지기보다는 '정통파'의 것으로 들리게 한다. 곡 자체에 매우 새로울 것은 없으나, 두 보컬리스트의 감정선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도 한 가지 재미.



러블리즈
R U Read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6일

   

러블리즈의 두 번째 풀렝스 앨범. 타이틀곡 'WoW!'는 청음 환경에 따라 굉장히 다른 감상을 하게 되는 곡이었다. 길거리에서 바람결에 듣거나 핸드폰 스피커로 들을 때는 '깜짝깜짝깜짝' 등 빨리 말하기 어려운 발음이 뭉치는 것이나, 후렴 마이너 멜로디의 청승맞음이 먼저 들리는 반면, 헤드폰으로만 환경을 바꿔주어도 감상 경험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일단 곡 전체에 깔리는 핑거베이스를 흉내낸 신스베이스가 조악한 환경에선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사라져버려'에서 모든 악기가 멈췄다가 후렴에서 '팡'하고 터지는 쾌감은 역시 이 베이스가 잘 들려야만 느낄 수 있다. 마마무나 스피카 등, 보통 레트로 콘셉트를 지향하는 케이팝 걸그룹 노래가 악기 사용이나 편곡 등 '스타일의 레트로함'에 집중했다면, 러블리즈의 'WoW!'는 멜로디와 가사는 90년대 향수를 지향하면서 이것을 둘러싼 편곡은 너무도 별세계적이라 독특한 심상을 준다. 이 사운드와 감성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어필할 곡이라는 사실이 세일즈에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겠다. 추천곡은 러블리즈가 인트로-타이틀곡의 트랙 순서를 고집하지 않았다면 분명 1번 트랙이 됐을 'Cameo', 그리고 원곡인 코지마 마유미(小島麻由美)의 '私の戀人'의 텅빈 편곡에 별가루를 부어 채운 듯한 지애&지수의 유닛곡 '나의 연인'.

시장성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무척 흥미로운 전략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WoW!'는 윤상 식의 단단하면서도 한껏 우울한 감성을 쏟아내는 후렴이, 훵키하고 엉뚱한 태도를 차갑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펼치는 버스와 대조를 이룬다. 이 낙차를 조금 줄인 어딘가에서 음반 전체가 '윤상의 현재화'와 '윤상 인플루언스' 사이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앨범은 그런 성격을 감추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세일즈포인트로서의 윤상'을 더욱 강화하는가 싶다가도, 원피스와 스윗튠의 두 번에 걸친 대구를 듣고 있노라면 차라리 윤상을 분기점으로 한 평행우주의 케이팝처럼 들리기도 한다. 마치 '지난 음반이 윤상 송북처럼 들렸다면 더욱 윤상 송북 같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적어도 음원만으로 보자면 트렌드에서의 과감한 이탈 선언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 러블리즈 앨범 수록곡들의 동화적 색채를 가미한 R&B-발라드 트랙들('첫눈', '새벽별')이 한결 높은 설득력을 보이는 것은 그런 '윤상 콘셉트'의 한 수확점이라 하겠다. 다만 'Cameo'를 비롯해 수록곡들이 각기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의 밀도가 (전작들보다 신경 썼음이 느껴짐에도) 높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참 애매한 위치에 놓인 러블리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인 걸그룹들과 묶이기엔 연차가 꽤 있고 그렇다고 '중견급' 걸그룹이라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분명 여유를 부리기보다는 확실한 한 방이 절실한 러블리즈인데 타이틀 곡 'WoW!'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트랙이다. 이전 싱글 'Destiny (나의 지구)'의 감성을 그대로 빌려온 후렴과 짧은 단어를 반복하는 도입부("깜빡 깜빡 깜빡 WoW!/간질 간질 간질 WoW!/깜짝 깜짝 깜짝 WoW!")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마치 전혀 다른 두 곡을 억지로 붙여놓은 것 같다. 기존의 익숙한 스타일과 새로운 이미지를 동시에 노려본 시도일 텐데 결과적으로 의도한 바를 잘 살리지 못한 모양새다.

타이틀곡 'Wow'는 지난 번 'Destiny'를 언뜻 떠올리게 하는 코드 진행과 멜로디의 익숙함이 앞서기도 하지만, 들을수록 이전까지 러블리즈 색깔과는 사뭇 다른 변화구를 던지는 느낌이 신선하다. 승부수를 띄우되, 그룹 색깔의 본질을 놓치지는 않겠다는 야심이 느껴지는 곡. 다양한 작곡진이 참여한 만큼 정규앨범의 볼륨에 충실하며, 세 곡의 듀엣 혹은 유닛 곡들이 수록돼있어 팬이라면 즐길 여지가 많겠다. 수록곡 중에선 사랑하는 사람의 주변에서 주인공이 아닌 특별출연처럼 맴돌고 만다는, 다소 흔한 설정임에도 가사의 디테일이 두드러지는 'Cameo'와, 오랜만에 '스윗튠다운 걸그룹송'을 느껴볼 수 있는 'Emotion'을 꼽고 싶다. 커버 아트만큼이나 좀 더 색이 선명해지고, 표제처럼 '준비'를 충분히 끝낸 러블리즈를 만날 수 있는 앨범.



임팩트
첫사랑을 부탁해
스타제국
2017년 2월 27일

   

스타제국의 새로운 보이그룹, 임팩트의 싱글 '첫사랑을 부탁해'는 스타제국 특유의 '뽕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애매한 미디움 템포 R&B 곡이다. 본인들이 장인 수준으로 잘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왜 굳이 그걸 버리려 하는지 의문만 남는다.



구구단
Narcissu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7일

   

전작과는 사뭇 다른 톤을 보인다. '나 같은 애'가 과장된 왜곡의 케이팝이고, 'Rainbow'가 솔직한 팝, '미워지려 해'가 가요적인 케이팝이라면, 후반은 훨씬 현실적인 가요의 색채를 띠며 '나 같은 애'와는 상당한 낙차를 만든다. 젤리피쉬다보니 그런 가요적인 곡들이 준수하기는 하고, '미워지려 해'가 별세계 이미지와 걸스 힙합, 걸그룹 클리셰를 꽤 그럴 듯하게 조합하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구구단'이란 이름의 허들을 넘어보니 좋은 곡들이 담겨 있더라는 전작에 비하면 '세정, 미나에 이끌려 들어와보니 푸근하더라'를 노리는 것 같은 인상도 남는다. '나 같은 애'는 차가운 표정의 뜨거운 사운드로 '카와이이'를 연결해내는, (좋은 의미에서) 정신 사나운 곡인데, 그것이 구구단과 보이는 조합이 인상적이라 이런 방향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진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타이틀곡 '나 같은 애' 노래 자체에는 유아적인 기운이 맴돌고, 훅 또한 그런 감상을 자아내도록 깜찍한 포인트를 살렸다. 중요한 건, 이 곡을 통해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는 점. 'Wonderland'처럼 마냥 동화적인 느낌을 구현할 때는 미처 살아나지 못했던 개개인의 캐릭터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나영이 도입에서 연기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성은 센스 있는 제스처와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완성된 성숙한 캐릭터다. 이후 멤버들에게 자연스레 각각의 나르시스트 역할 분배가 이뤄지는데, 미나나 혜연처럼 극강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하나처럼 도도한 역할을 수행하는 멤버도 있다. 이번 미니앨범으로 확실히 알게 된 점은 구구단이 또래 걸그룹에 비해 원숙한 보이스와 이미지를 지녔다는 사실이다. 이런 감상을 끄집어내는 주 멤버는 나영과 세정, 해빈인데, 그중에서도 나영은 종종 이질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이번 콘셉트를 잘 소화하고 있다. 지난 활동에서는 콘셉트와 본인이 지닌 이미지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고, 이에 파트를 제대로 분배받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타이틀 곡 '나 같은 애(A girl like me)'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케이팝 걸그룹의 정수-휘몰아치는 에너지와 적당한 '뽕끼' 그리고 극적으로 과장되고 왜곡된 보컬 퍼포먼스 등이 집약된 트랙이라 할 수 있다. 곡이 담고 있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듣는 이에게 전달되어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다.



하이포
Blessed
NAP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7일

   

여전히 하이포는 참 잘하는 그룹이다. 사실 왜 실력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못 받는지 좀 이해가 안 갈 정도인데 앞서 얘기한 백퍼센트와 비슷한 케이스로 본인들의 강점과 스타일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 제일 큰 이유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타이틀 곡 'Love Line' 같은 업템포 댄스곡보다는 'Ooh Girl'이나 '기도해 (Pray)' 같은 R&B 트랙들에서 하이포의 장점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태연
My Voice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2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미 다른 음원 플랫폼에서 크게 칭찬했지만, 이 앨범에는 태연이 그토록 표출하고 싶어했던 자아가 모두 고스란히 담겼다. 마치 밤하늘에 폭죽을 쏘아올리듯 화려하게 로킹한 음색이 터져나오다가도, 어느 순간 침잠하는 감성을 그러모은 것 같은 발라드의 정서. 넬 김종완이 태연에게 준 곡도 의외의 트랙이었는데,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을 뒤엎고 아름다운 팝을 들려준다. 전곡에 대한 감상을 요약하자면, 프리즘. 식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으나, 자기 마음 대로 빛의 진행경로를 바꾸는 프리즘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기획도 놀랍지만, 그걸 자기 안에서 요리조리 만질 수 있는 태연의 기술과 본래 타고난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더 이야기할 여지가 없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제껏 일관된 정서의 곡을 발표해오며 솔로 아티스트로써 본인만의 음악 스타일을 확고히 다져온 것도 근사하지만 그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그 감성을 한층 더 다양한 사운드로 풀어내어 정규 음반에 꽉꽉 눌러담았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진정 멋있는 음반이다. 사실 태연이 "잘하는" 보컬리스트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개인적으로 특색이 부족한 보컬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가득한 이 음반에서 태연의 보컬은 각 곡의 사운드에 가장 최적화 된 보컬임과 동시에 곡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보컬로 기능한다. 수록곡들의 장르가 제각각일 경우 대개 "백화점식 중구난방 음반"이 되게 마련인데 수록곡들을 하나의 완결된 음반으로 묶어낸다. 이는 태연의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았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었을 것이다. 음반 내 어떤 곡이 어떻게 좋았는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곡들이 고른 완성도와 설득력을 갖는다. 이제껏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모든 여성 아이돌의 결과물에서 가장 좋은 것들만 모아 만든 것 같은 음반이다.



디션(D.tion)
Forever
예원 엔터테인먼트, 제이엠 스타
2017년 2월 28일

  

대체 디션(D.tion)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오션(5tion)으로 데뷔, 컴백 후, 디오션(The 5tion)으로 개명, 다시 디션으로 개명... 음악의 퀄리티는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멜로디라인은 90년대 제이팝을 듣는 듯한데 전반부 편곡은 90년대 푸른하늘을 다시 듣는 듯하고, 중반부터 들어오는 베이스와 퍼쿠션은 보컬의 온도나 멜로디와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신스 스트링으로 사용되지 않는 신스 스트링 역시 곡의 품격을 꽤나 떨어뜨린다. 곡의 마무리 단계에서 새로운 편곡 요소를 추가했다가 뺐다가 하는 것도 감동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산만하게만 들린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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