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7월 초순 ①

2016.07.0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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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간의 새 음반을 다루는 7월 초순의 퍼스트리슨은, 분량상 다시 2회에 걸쳐 게재된다. VAV, 수지, 이특&수호&케이시, 아스트로, 언니쓰, PPL, 멜로디데이, 비스트, 스위치, 세븐틴을 다룬다.
VAV
2nd Mini Album Part 2 No Doubt (노답)
CJ E&M Music
2016년 7월 1일

   

'Brotherhood'로 소소한 듣는 재미, 보는 재미를 주었던 VAV의 미니앨범. 소녀 팬들의 마음을 훔치려고 나온 것은 전작이나 이번의 'No Doubt (노답)'이나 같지만, 'Brotherhood'가 "나는 신발을 신어도 로봇이 그려진 파란 신발을 신는 사내아이라구!"라는 티를 냈다면, 이번 타이틀은 책상에 선을 그릴지언정 내 짝궁에게는 친절한 여성 친화적 모습을 보인다. 노래 자체는 다소 진부한 미디움 템포의 남성 아이돌 곡이지만, 공들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고 듣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현 단계에서는 뮤직비디오가 메인인 듯하니 소녀들이여, 유튜브 창을 여시길.

'No Doubt (노답)'이란 제목만 보고 패기 넘치는 힙합 댄스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얌전한 발라드에 가까운 곡이었다. 가사는 이별의 아픔과 연인을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상투적인 서사에 가까운데, 독일과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촬영했다는 뮤직비디오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자못 비장하며 웅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사의 도움 없이는 스토리를 읽어내기 어렵고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혼재돼 있는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싣거나 반대로 퍼즐처럼 뭔가 신비로운 떡밥을 파편적으로 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지
함부로 애틋하게 OST Part 1
삼화 네트웍스, iHQ, 가지 컨텐츠
2016년 7월 1일

   

심심하고 좋은 노래다. 'Dream' 때도 생각했지만 수지의 톤 자체가 무난하고 부드러워서 이런 어쿠스틱 편곡과 잘 붙는다.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영상과도 잘 어울릴 거란 짐작이 쉬이 가능하다. 근데 늘 거슬렸던 거지만, 한국 팝컬쳐에서는 "Ring my bell"이 무해한 연애적 의미로 잘못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의 용법으로는 굉장히 섹슈얼한 슬랭인데… 설마 배덕감을 노린 건지 듣다 보면 약간 헷갈린다.



이특, 수호, 케이시
나의 영웅 (My Hero)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1일

   

근대적인 민족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스포츠는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만나 어느 무리가 더 뛰어난지를 겨루는 경쟁의 도구가 되었고, 가인(歌人)들은 무리 지어 그들을 찬양하는 것이 상례가 되었다. 이 곡이 불쾌한 것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스포츠 스타들에게 철 맞아 굳이 찬사를 보내는 얄팍한 상술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케이팝이라 부르는 극도의 진보한 지점, 그곳의 토대 또한 원초적인 전체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굳이 공들여가며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관성적인 기획에 의한 결과물이었다고 한다면 그건 더욱 나쁜 것이고.



아스트로
Summer Vibes
판타지오 뮤직
2016년 7월 1일

   

팝-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곡은 아무래도 익숙한 느낌이 먼저 든다. 일관된 사운드로 EP를 구성한다는 것은 아스트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수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익숙하다는 점에서 뭔가를 더 섞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기용배 또한 블랙아이드필승처럼 자기 공식 안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멤버들의 에너지와 이러한 사운드가 잘 맞기는 하지만 차라리 튀더라도 뭔가를 더 섞어야 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착한 느낌이 좋지만, 착해서 아쉽기도 한 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올해 데뷔한 것 같은데 언제 리뷰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아스트로의 새 EP. 놀랍게도 전술한 인상이 무색할 정도로 타이틀 '숨가빠'가 말쑥하게 잘 나왔다. 특히 노래 파트를 이어주는 랩이 맛깔나게 활용된 것이 인상적이다. 계절감을 잘 살린 뮤직비디오도 플러스 요인. 만들 땐 좀 이른 게 아닌가 생각했겠지만, 기록적인 폭염이 이들을 도왔다. 심지어 EP의 수록곡도 적지 않은 여섯 곡. 이거다 할 정도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요소가 고루 갖춰졌으니 디스커버리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

'숨가빠'는 분명 듣기만 할 때는 어떤 참을 수 없는 유치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곡인데, 이기용배 특유의 박력 넘치는 사운드가 아니었다면 조금 듣기 힘든 곡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질 정도다. 하지만 귀여운 아이디어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면 그 유치함마저도 충분히 납득가게 되는데, '청량감'을 강조하다 못해 결국 멤버들을 '탄산음료'로 만들어버린다. 절의 대부분을 랩으로 채운 것이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곡의 무드를 크게 해치는 편은 아니고, 래퍼들의 리듬감도 좋은 편이라서 끊임없이 통통 튀는 퍼포먼스와 적절히 조화되고 있다. 조금 과하다 싶은 기교를 제외하면 보컬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특히 '성장통'과 같은 발라드 트랙에서는 멤버들의 개성 있는 음색을 들을 수 있다. 뜬금없이 끼어들어 간 힙합곡 '내 멋대로'만 아니었다면 전체 앨범도 상당한 수작이 됐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첫 트랙 '불꽃놀이'를 듣고 있자니 밤 바닷가를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들며 서서히 고조되다가 타이틀곡 '숨가빠'에서 본격적으로 흥이 오른다. 신인다운 청량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데뷔 후 두 번째 내놓은 곡이라기엔 여유마저 느껴지는 곡. 이어지는 '성장통'과 '북극성'도 앨범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청춘만화 같은 이미지를 한껏 내뿜는다. 반면 '내 멋대로'는 다소 어두운 색깔의 곡이다. '꼭두각시가 되지 않고 나만의 색깔을 찾아아겠다'는 가사는 과히 직설적인 패기지만 오히려 신인이기에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은데, '숨가빠'의 어쿠스틱 버전과 더불어 보너스트랙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벌써부터 다음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 여름에 듣기 딱 좋은 앨범.



언니쓰
언니들의 슬램덩크
한국방송공사
2016년 7월 1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릴 킴, 마야, 핑크가 함께했던 'Lady Marmalade'를 최초 모티브로 삼지 않았을까 싶은 노래는 박진영 특유의 쫀득한 훵키함과 유건형의 파워풀한 시퀀싱의 끝없는 자기주장을 원동력으로 삼아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그 힘의 크기란 우리의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썩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언니들' 조합과 다소 가창력이 떨어지는 멤버들마저 여유 있게 끌어안으며 씩씩하고 유쾌하게 전진한다. 듣다 보면 곡 콘셉트를 구상하고 만면에 웃음을 지었을 JYP의 얼굴이 떠올라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진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랄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 활동의 일환으로 발매된 싱글. 'Shut Up'은 작사, 작곡, 편곡에 모두 박진영이 관여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인뮤지스의 데뷔곡 'No PlayBoy'(역시 작사, 작곡, 편곡에 박진영이 참여하였다)와 같은 진부한 훵키함이 노래 전체에 넘쳐흐른다. 사실 이 프로모션에 대해서는 나쁘게 이야기할 게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끄집어내야 할지 모르겠다. 보는 이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긴 멤버들의 외양은 그렇다 치더라도, 멤버들 중에 전업 가수나 노래를 불러본 경험이 있는 이가 한둘이 아닌데 뭐 파트 배분을 이런 식으로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요는 "셔럽!"하고 외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겠지만 부르는 이들만 신나 보이는 건, 단순히 태생의 한계만은 아니라는 거.



PPL
Watch Me
박살 컴퍼니
2016년 7월 1일

   

꽤 재밌다. 그런대로 흔한 힙한 비트에 색소폰 루프인데 일렉트릭 피아노가 라운지 느낌을 두드러지게 한다. 저역에서 부글거리는 신스가 주도하는 B 파트로 넘어갔다가, 후렴에서 다시 색소폰 루프가 나오면서 매번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는다. '노래'로서 선명하게 튀어나오지 않는 점은 있으나 무난하면서 그런대로 이색적인 곡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조건 반복되는 루프를 비롯해) 곡의 요소들이 정돈되지 못해서 곡에 집중력이 생기지 않는다. 실은, 일단 노래 자체가 제대로 들리질 않는다.

분명히 이전에 첫 싱글이 나왔을 때 그룹명이 피피엘이라 검색이 힘드니 어쩌니 헛소리를 막 했던 거 같은데...기억이 잘 안 나네. 'Watch Me'는 브라스+힙합 비트에 에스닉한 분위기를 섞은, 그냥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그런 곡이다. 이 곡의 특이한 점은 뮤직비디오의 버전이 여러 개라는 점. 평자가 확인한 것만 오리지널 버전용 하나, 리믹스용 두 개다. 특히 오리지널 버전을 위한 뮤직비디오의 퀄리티가 조악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되는 분은 한 번 보시길. 평자는 무슨 의류 쇼핑몰 홍보영상인 줄 알았다.



멜로디데이
Color
로엔 엔터테인먼트,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1일

   

여러 장르를 보여주는 게 전략인 건지 기획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멜로디데이는 참 대중없이 여러 장르의 노래들을 발표했고, 늘 평균 이상 퀄리티를 구현해왔다. 작년 여름에 발표한 '#LoveMe'가 요란한 여름 차트 사이에서 느슨한 클랩 리듬으로 돋보였다면, 이번 활동곡 'Color(깔로)'는 센스 터지는 브라스로 화사함까지 더했다. 레트로풍 가요들이 빅밴드의 풍성함을 구현하려다 표현 및 사운드 과다로 빠지기 쉬운 반면, 'Color'는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는다. 이 정도면 '믿고 듣는 멜로디데이' 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주목해야 할 작곡진에 오레오를 추가하자. 여자친구의 신보에서도 '물꽃놀이' 등을 들으며 '추억 소스를 잘 쓰지만, 선을 잘 알아서 과잉으로는 빠지지 않는다'하고 눈여겨보고 있던 참이다.

작년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멜로디데이. 이번에는 계절감에 맞는 화사하고 유쾌한 '깔로'로 돌아왔다. 흥청거리는 루프 위에 훵키하게 전개되다가, 산뜻한 가요-R&B 풍의 후렴으로 빠지는 구조가 이 곡의 목표를 잘 보여주며 그것은 대체로 성공적인 듯하다. 꽤나 품위 있으면서도 무게 잡지 않는 괜찮은 팝으로 흐르던 음반이, '미워 미워 미워'에서 신파 발라드와 '홍대풍'을 짜깁기하여 부담감을 덜어내는 순간이 놀랍다. 이렇듯 음악적인 욕심도 꽤 들어있는 음반인데, 정작 보컬 운용에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Paint Your Love'에서 보컬 '덩어리'로 선보일 때 거의 안도감을 느낄 정도로 탄탄한 화성을 선보이지만, 멤버 개개인의 솔로일 때는 잘 부르긴 하는데 어쩐지 '매혹'이 없다. 너무 착하고 바르기만 하다고 해야 할까. 보컬이 뛰어난 그룹이지만 '깔로'의 랩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도 그래서인 듯.

에스닉한 의상이나 세련된 팝 사운드, 레트로한 느낌으로 관악기를 활용하는 방식 등 'Paint Your Love', 'Color', 그리고 '널 느끼고 널 느끼며'는 멜로디데이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때로는 라인이 조금 아쉽더라도, 때로는 무대 구성이 조금 아쉽더라도 세련된 면모와 전체적으로 잘 조율된 퀄리티로 승부를 보기를 기대했던 나에게 세 곡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럽다. 그러나 나머지 세 곡은 OST를 열심히 소화하던 멜로디데이의 과거로 돌아가 있다.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발라드 넘버'가 이제 와서 멜로디데이에게, 그것도 수록곡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승부수는 과감하게 던져야 하는 법이다. 우물쭈물하면서 이쪽도, 저쪽도 한꺼번에 챙기려다 보면 결국 이도 저도 되지 않는다.

수업시간 선생님 눈을 피해 아이돌로지를 꼼꼼히 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평자의 아이돌로지 글은 멜로디데이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 각별한 인연 아래 쓰는 새 EP "Color"에 대한 평은 글쎄, 진부한 발라드 일색의 옛 모습을 털어낸 것은 반갑지만 이쪽도 그리 색다른 것은 아니라서... 훵키한 멜로디나 당당한 가사가 다소간 마마무를 연상시키긴 하지만 그쪽보다는 정공법이고, 뭐가 부족하다기보단 재미가 없다거나 지루한 쪽에 가까운 느낌. EP에 중복되는 것 하나 없이 여섯 곡을 꽉 채워 넣었고 모두 일정 수준에 도달한 곡이지만, 평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란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구나라는 생각뿐.



비스트
Highlight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4일

   

연차를 쌓아가면서 '성장'이나 '성숙'이라는 단어에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묶는 아이돌 그룹을 우리는 결코 적지 않게 봐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한 비스트의 경우 그 변화의 양상을 비교적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 오고 있는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이전 어떤 작업보다 발라드의 비중이 높아진 앨범은 단체곡에서 솔로곡까지 특유의 비애감을 살리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결과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런 성숙과 성장의 과정이 대중의 흥미를 어떻게 유발하고 설득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에는 쉽게 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리본'은 익숙한 (근래의) 비스트의 모습에 가깝다. 지독한 사랑을 다루는 애절한 한국 드라마 같은 세계. 그러나 '하이라이트'에서 'Butterfly'까지, 앨범은 거친 긴장감으로 시작해 점차 푸근한 공간으로 안착한 뒤, 그대로 꽤나 긴 시간을 지속하다 후반에서야 다시 서서히 솟아오른다. 각 멤버의 솔로 또는 듀엣 트랙들을 거치면서도 그와 같은 흐름은 선명하게 유지된다. 익숙한 비스트보다 어딘지 '독기 빠져' 보이는 것도 이 대목이다. 곡들은 비극성을 표현할 때에도 시와 드라마의 영역에서 보다 한산한 일상의 영역으로 내려온다. (민감할 수 있는 특정 레퍼런스의 향취마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놓는다.) 발라드성 트랙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접근의 태도에서 편안한 모습을 보이며 바운더리를 조금 넓히는 면에서 자신감과 안정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앨범 전곡이 Good Life의 곡이어야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Good Life의 곡이냐 아니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나 모양새가 주는 차이가 꽤 크다. (물론 여기에는 '나머지 곡도 용준형이 참여했다'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실제로 누가 얼마나 곡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크레딧에 표기된 곡에 따라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나마 '나와' 정도가 그 흐름을 맞추는 듯하다. 어느 한쪽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앨범이 전형적인 2000년대 중, 후반의 보이그룹이 만든 정규 앨범의 공식을 따르는 가운데 퀄리티를 챙기거나, 혹은 지금이 2016년임을 환기하는 것은 결국 Good Life의 곡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베스트 트랙은 타이틀곡 'Ribbon'이라 생각하며, 나머지 모든 트랙도 딱 이만큼의 흐름을 유지했다면 더욱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유도 느껴지고 잘 만들어졌지만, 공식에 충실한듯한 아쉬움이 든다.

"Highlight"는 얼핏 "Time"의 무드를 이어가는 듯하지만, 어떤 '처절함' 같은 것이 제거되고 한층 담담해진 인상이다. 선공개곡 'Butterfly'와 타이틀곡 '리본'의 뮤직비디오는 모두 어떤 종언을 은유하는 듯한데, 'Fiction'부터 '12시 30분'까지 비스트가 이어왔던 특유의 무드를 정확히 계승하고 있어 '가장 비스트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음악에서 장현승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도 꽤 주목할만한 지점인데, 비스트 자체가 원래 좋은 보컬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팀인지라 장현승이 맡았을 법한 파트를 이기광 등이 훌륭하게 대체해버린 탓이다. 다만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난 자리'가 영 눈에 걸리는데, 인원이 적은 팀일수록 멤버의 숫자가 무대 연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전체적으로 쓸쓸한 '리본'의 무드에도 어쩐지 어울리는 듯해서, 비스트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준다.



스위치
fiEsTaLocA
담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4일

   

여름을 맞아 노를 젓겠다는 의지인 듯, 멤버도 보충하고 해변에서 파티도 벌이며 비키니도 입었다. 퍼포먼스가 받쳐주는 멤버들을 위한 댄스 브레이크도 뮤직비디오 속에서 확실하게 힘을 줬다. 노림수가 선명한데, 호불호나 찬반을 떠나서 그 의욕은 높이 사도 좋을 것. 하지만 완성도와는 거리가 있다. 전체적인 모양새가 엉성하고, "확 꽂히는 내 목소리", "내가 서있는 곳이 바로 탑 클래스" 같은 가사에 비해 그것을 전달하는 목소리가 너무 수더분해서 느낌이 살지 않는 점도 있다. 가사와 작편곡 모두 EDM 클리셰들을 끌어오는데, 가요적 멜로디보다는 '애교'의 느낌을 더해 이를 걸그룹 곡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재미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위치는 이미 2013년에 데뷔한 관록의 그룹. 다만 멤버 수는 지금과 같지 않았고, 플라나리아처럼 부지불식간에 증식해왔다. 'Fiestaloca'(피에스타로카, '미친 파티'를 뜻하는 스페인어)라는 해괴한 제목의 타이틀은 평이한 댄스곡의 분위기로 가다가도, 고조되는 부분에 EDM의 몇몇 기술들을 재치 있게 섞어놓았다. 공사장을, 해변을, 그리고 펜션 앞을 전전하는 뮤직비디오의 만듦새도 그렇고 콘텐츠 전반적으로 '없는 살림을 어떻게든 꾸려가 보려는' 제작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대충 무성의하게 때우려 들지 않고 진중하게 접근하여 좋았던 EP.



세븐틴
Love&Letter Repackage Album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4일

   

'아주 Nice'의 무대 구성을 보며, 슈퍼주니어 등 대인원 남그룹이 성취해온 일사불란한 유머러스함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특히 캔디톤이었던 전작 '예쁘다'와 대비 되어 더욱 재기발랄하게 들린다. 활동 의상이 좀 더워 보인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센스 있는 요소요소마다 '이 가사/곡/안무는 요즘 십대/이십대인 세븐틴이 만들었습니다!'하는 라벨이 붙어있는 것만 같다.

'예쁘다'가 다소 수줍은 듯 사랑을 고백하는 감정을 담았다면 '아주 Nice'는 관계가 진전되어 데이트를 나서는 소년의 벅찬 심정을 엿볼 수 있는 곡. 세븐틴의 노래를 듣다 보면 평범한 듯싶다가도 번뜩이는 가사들이 있는데, '아주 Nice'에선 "너가 나의 모든 의문점에 대한 정답인 것 같애"라는 가사 한 소절이, '힐링'에선 "따분함을 느껴보고 싶어 꼭 바쁘게 살아야 하나 싶어" 같은 구절이 노래가 지닌 감성을 함축해서 드러낸다는 인상을 받는다. 셀프 프로듀싱을 반드시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세븐틴의 경우엔 멤버들의 작사 참여가 노래의 감성을 나이에 걸맞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SIMPLE'처럼 보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과 '끝이 안 보여'처럼 래퍼 멤버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신곡을 담아낸 섬세함도 역시 좋다.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6년 6월 초순
  2. 1st Listen : 2016년 6월 중순
  3. 1st Listen : 2016년 6월 하순
  4. 1st Listen : 2016년 7월 초순 ①
  5. 1st Listen : 2016년 7월 초순 ②
  6. 1st Listen : 2016년 7월 중순
  7. 1st Listen : 2016년 7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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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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