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9월 하순

2016.09.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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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하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베베헬(Bebeheal), 아시즈비(AxisB), 101의 데뷔 음반을 비롯해, 마마무, 에반(유호석), 안다, 바다&려욱, 크레용팝, 에이핑크, 갓세븐, 엄지, 달샤벳의 새 음반을 다룬다.
마마무
New York
RBW
2016년 9월 21일

   

2016년에 와서 부르고 있는 게 '뉴욕 찬가'라는 점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곡 자체는 마마무 특유의 유쾌함을 십분 살려내고 있다. 래퍼 문별의 플로우가 평소보다 곡에 훨씬 더 잘 녹아들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고, 늘상 '가창력'으로 퉁쳐지는 어떤 에너지 발산에 집중하는듯 했던 보컬도 이번엔 꽤 여유 있게 흘러간다. 선공개 성격을 띤 싱글답게,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기에 충분한 곡.



에반
잃어버린 (THE TRACE)
Evan
2016년 9월 21일

   

2007년의 첫 솔로 앨범부터 꾸준히 좋은 어반팝을 들려주고 있는 에반 a.k.a. 유호석의 새 싱글. 같은 곡을 두 가지 버전으로 내놓았다. 전주부터 들어가는 카페 소리 같은 화이트 노이즈와 재즈 피아노의 화성이 교차하는 것이 기대감을 준다. 크레딧의 신예들도 스캣과 랩 등으로 곡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에반의 창법은 굉장히 미성이면서 미묘하게 소몰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솔로 데뷔 당시 가요계에 팽배해있던 SG워너비 스타일의 R&B 창법, 그러니까 우는 숨소리를 적극적으로 쓰던 그 때의 '쿠세'가 남아있다는 인상을 준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듯 일렁이는 사운드가 감정의 진폭을 자극한다. 언제나 일정 이상 좋은 곡을 가져오는 가수다.

클릭비 유호석의 솔로 싱글. '에반'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것이 벌써 10년, 평자도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나름 동시대 보기 드문 남성 클릭비 팬이었는데... 타이틀 '잃어버린'은 '너 울리게',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 등의 근작과 궤를 같이 하는 잔잔한 분위기의 곡이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들에 비해서 많이 재지해졌다는 것. 아마 아티스트 본인이 이런 스타일의 음악에 관심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멜로디는 나쁘지 않다만 왜 있나 싶은 사이사이의 랩이 분위기를 흐린다. 어제 연예 활동 개시한 것 같은 풋풋한 여성 모델의 모습을 줄창 비추는 뮤직비디오도 마이너스. 잘 생긴 게 둘째 가라면 서러울 본인이 직접 나오시지 않고 왜? 잘 생기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다.



안다
가족같은
엠퍼러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2016년 9월 22일

   

북미에서 산지직송한 듯한 사운드에 가장 로컬스러운 가사('S대'라든지, 홍대, 이태원이라든지)를 매칭하는 것이 특징인 안다가 새 노래를 냈다. 이번에는 블루스다. 멜로디 전체가 거대한 헛웃음처럼 들린다. 뮤직비디오의 영상과 함께 들으면 한층 더 부조리극의 OST 같다. 기존 안다의 곡들과 같이 보컬 모든 마디에 더블트랙을 얹었는데, 대부분의 파트에 보컬 화성이 빼곡한 것이 재미있는 결을 만든다. 근데 '가족 같다'는 표현을 '무감하다'라는 뜻으로 쓰는 건 좀 아재 같은 발상이 아닌가 생각했다. 기혼자들이 외도하면서 내놓는 흔한 변명 같달까…

안다를 주시해 온 평자의 가슴을 후벼 파는 충격의 노래. 섹스 어필은 은근한 것으로 바뀌었고, 미드 템포의 끈적한 곡 분위기도 여전하건만, 갈수록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은 만드는 이들의 한계인지 아티스트의 한계인지. 가사로 어필하려는 마음가짐도 여전한데 뭔가 90년대 한창 015B 등이 수행하던 세태 고발 같은 형태가 되어버려서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안다 스스로 말했듯이 "뭔가 자극이 필요해." 꾸준한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곡이 이렇게 밋밋해서야...

개성 강한 외모만큼 독특한 스타일로 활동해온 안다의 신곡. 첫 인상만으론 이전보다는 조금 대중적인 노선을 취한 것처럼 보인다. 권태기가 온 커플의 감정을 '가족 같다'는 통속적 비유를 끌어왔지만 거꾸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지점도 있는데, 아마도 'Touch''S대는 갔을 텐데'처럼 화면을 똑바로 응시한 무표정과 길쭉한 몸을 십분 활용하는 퍼포먼스가 곡에 대한 설득력을 만들어내는 팔 할 이상의 요인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여전히 안다는 걸그룹 포화 상태인 케이팝 씬에서 강한 개성이 두드러지는 여성 솔로다.



바다, 려욱
Cosmic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3일

   

팬이었다고 밝히는 건 삼류다. 방송에 함께 나오는 건 이류다. 듀엣곡 발표 정도는 해야 일류다! 일류 성덕 려욱이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며 여러 차례 밝힌 바다와 듀엣곡을 냈다. 둘 다 속이 꽉 찬, 성량 좋으면서도 표현력이 섬세한 미성들이라 마치 예전부터 함께 활동한 것처럼 착 붙는다. 잘 어울린다. 2천년대 초반에 월드뮤직(피씨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 시대에 이렇게 불렀다)이라고 하면서 나오던 음악 같은 리듬을, 힙합으로 소화했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다 꿈이야"라는 가사가 그의 디바와 함께 하는 려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아름다운 이공간을 그리게 하는 곡이다. 작곡 델리보이. 그러고보니 인트로에 인장격인 "델리보이 핫트랙"을 안 넣었다. 아이돌에게 주는 곡에는 안 넣는 게 좋다고 판단한 걸까?

보컬이 바다와 슈퍼주니어의 려욱이고 제작에 SM이 관여했다면 그 결과물은 능히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싶은데, 의외의 물건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진부한 멜로디에, 2010년 이전을 연상시키는 두 사람의 목소리와 창법, 머리 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그 중 한 사람은 남자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뮤직비디오까지. 기존의 온유 X 이진아 활동과 마찬가지로 계절형 맞춤 상품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싱글. SM은 이미 고정 멤버 없는 아이돌에, 멤버들의 솔로 활동, 계절형 맞춤 음원까지 이 무형의 결과물들을 휴대폰보다 더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allelujah!

이번 회차의 추천작

한 편의 잘 짜여진 아이스댄싱 연기를 보는 듯한 곡. 시원하게 달려나가는 바다의 보컬을 려욱이 섬세하게 서포트 해준다. 둘 다 훌륭한 뮤지컬 배우이기도 해서인지 드라마 표현에 무척 탁월하고, 각 팀의 메인 보컬이기에 보컬 스킬에 있어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인다. 'Cosmic'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두 보컬의 공명을 공간감 있게 연출한 것이 포인트. 언젠가 무대에서 라이브로도 들어보고 싶은 곡이다.



크레용팝
Evolution Pop_Vol.1
크롬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6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왜 신곡의 제목과 콘셉트를 철지난 아스키 아트에서 가지고 왔냐고? 이미 여기 저기서 실패 사례가 보고되는 유로 댄스를 앨범에 도입했냐고? 이미 작년 3월 발매된 'FM'에서 호흡기를 뗐다고? 그래도 뮤직비디오를 보니 멤버들 얼굴이 이뻐진 것 같다고? 아니 이런 것보다 더 직접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크레용팝은 '빠빠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새로운 유행을 불러 일으키고 싶은 거다. 굳이 "두둠칫"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실 '빠빠빠'의 성공이 아직 3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듣는 사람이야 먼 옛날의 일이지만 멤버나 만드는 이 입장에서는 바로 어제 같은 일일 게다. 게다가 이들이 다른 시도를 안 해봤던 것도 아니다. 트로트도 불렀고, 요란한 기타 팝도 해봤다. 심지어 노래 좀 부르는 멤버가 있는 고로 절절한 발라드도 불러보았다. 이 모든 것들이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거다. 왜냐하면 아이돌은 상업 콘텐츠니까.

티아라가 꾸준히 활동했다면 한번쯤 냈을 법한 곡이다. '두둠칫' 춤추는 고양이 이모티콘이 네타로 활용된지 꽤 됐는데 (어림잡아 2년 쯤 전에 이미 한 번 유행했던 것 같다) 이제와서 굳이 정규 앨범 타이틀곡 콘셉트로 가져왔다는 점이 안일해 보인다. 놀랍게도 모처럼 나온 첫 정규 앨범 대부분의 트랙이 이런 전형적인 댄스팝으로만 채워져 있고, 그나마 편히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두 트랙은 멤버들이 소화를 하지 못해서 '구색 맞추기'에 그쳐버렸다. 불행히도 이 팀에는 소연과 같은 보컬도, 지연과 같은 키 플레이어도 없어서 티아라의 곡을 가져왔으되 티아라가 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의도적 단조로움과 유치함이 크레용팝의 고유한 스타일이라 가정한다면 그에 충실히 부합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지만, 오랜만의 활동이자 정규앨범인만큼 조금은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큰 앨범이다. 대히트를 쳤던 '빠빠빠'의 아성을 스스로 뛰어넘기엔 '부릉부릉'도 '두둠칫'도 의외성 면에서나 완성도 면에서나 조금씩 부족해 보인다. 수록곡 중 'Too Much'는 힙합 비트가 섞인 무난하게 잘 뽑힌 걸팝이고, 심플하고 가벼운 비트에 청량한 멜로디가 얹힌 '스케치북'은 크레용팝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노래지만 다른 곡들과 잘 섞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정규 앨범이 아닌 EP 앨범의 볼륨으로 정리했더라면 음반으로서의 완성도는 더 높지 않았을까. 두 번째 디스크에 '빠빠빠'를 비롯한 일종의 베스트 곡들이 담겨있어 그룹의 역사를 갈무리 해보기엔 안성맞춤이다.



에이핑크
Pink Revolution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3일

   

누군가는 변해야 한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과 같이 있으라고 했다. 에이핑크는 변화인가 유지인가에 대해 끊임 없는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 릴리즈한 "Pink Revolution" 앨범은 결론적으로 그러한 고민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틀곡인 '내가 설렐 수 있게'는 에이핑크의 기존 타이틀곡들이 여지껏 가져왔던 구조를 답습하는 곡이지만 쨍하고 경쾌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아련하고 꿈결 같다. 이런 꿈결 같은 여운은 무척이나 그녀들에게 자연스러워서 "이제서야!"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이고 드라마틱한 트랙들과 변화를 꾀한 트랙들이 이들에 대한 양분된 요구에 부응하듯이 번갈아가며 놓여져 있는데 고심이 느껴질 정도로 아슬아슬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방향을 향하더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독 정규앨범이 많은 결실의 계절 가을에 등장한 에이핑크의 신보. 듣는 이 모두의 생각이 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평자 입장에서는 이들이 '참 한결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00년을 전후로 등장한 걸그룹의 유명 곡들을 참조해서 만든 이들의 히트곡은 지난 5년 여 간 적지 않은 성과를 내었으나, 이제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다소 식상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에이핑크의 선택은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간다. 이것은 놀라운 결과다. 왜냐하면 이 정도 층위의 그룹이 되면 여기저기 훈수 두는 사람도 많고,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보니 콘셉트 변화의 무리수도 두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자는 에이핑크 멤버와 특히 만드는 이의 뚝심을 존중한다. 이들은 스스로 오마주했던 유명 걸그룹들이 콘셉트의 잦은 변화로 인해 미처 가보지 못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콘셉트'란 얼마나 허무한 개념인가. 에이핑크가 더 이상의 신선함을 만들지 못하는 동안 에이핑크의 콘셉트를 이어 받아 에이핑크의 자리를 대체할 팀들이 너무 많아졌다. 에이핑크에게 이번 앨범은 일종의 '타이틀 방어전'이었지만, 팀에 닥친 위기에 비해 결과물은 그다지 날이 서있지 않다. 그 동안 많이 성장한 정은지의 보컬이 어느새 팀에 꽤 잘 녹아들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지만, 이제와서는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정도. 정규 앨범임에도 트랙 간의 특별한 유기성은 느껴지지 않고, 특히 'Drummer Boy' 같은 곡은 무리수 아니었을까. '정석'이라는 미덕을 지키면서도 후발 주자들에게 대체되지 않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누구든 해야했을 고민을 아무도 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시작된다.

늘 해오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에이핑크다운 음악들로 채워져 있어 듣기에 부담 없는 앨범이다. 동시에 어느새 기존의 노선에서 큰 변화나 모험을 시도하기엔 어려울 만큼 연차가 쌓인 그룹이 되었다는 의미로도 다가온다. 곡마다 뚜렷한 개성을 내세우기보단 정규앨범으로써 안정적 일관성에 더 치중한 가운데 'Boom Pow Love'와 'Drummer Boy'가 사이사이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중견 그룹이지만 신인 때처럼 'BUBIBU' 같이 활력과 상큼함에 승부를 건 노래를 뻔뻔하게(?) 한 곡 정도는 넣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갓세븐
Flight Log: Turbulence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7일

   

올해 JYP에서 좋은 앨범이 많이 나온다. 갓세븐이란 그룹은 멤버들의 기량과 무관하게 기획이 방향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난 앨범의 연장선에서 '날다'라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가져왔다. 'Fly'가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활공하는 듯한 느낌이 갓세븐과 시원하게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어서 이번 앨범도 반갑다. 타이틀곡이자 2번 트랙인 '하드캐리'는 인트로격인 1번 트랙 'Skyway'와 연달아서 함께 들을 때 더 좋다. (참고로 'Skyway'는 짧은 인트로 트랙이 아닌 풀렝스의 완곡.) '딱 좋아' 등의 전작을 좋아한 사람들에게는 '노잼'과 'HEY'를 추천한다. 각각 멜로디와 가사에 그 때와 비슷한 바이브가 있다. 또 다른 추천곡은 부드러운 R&B 곡 'Prove It'.

이번 회차의 추천작

갓세븐의 출발점이 힙합 그룹이었다는 사실을 슬슬 모두가 원더걸스의 'Irony' 정도로 여기고 있을 때쯤 '하드캐리'가 나왔다.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보다 가요적인 방향성의 수위를 절충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퓨처 사운드의 유행 아닌 유행이 예기치 못한 새로운 절충점(들)을 내놓아 이에 대응했다는 인상이다. 참 엉뚱하게도, 퓨처 사운드가 (일렉트로하게 들리기 때문에?) 힙합보다는 가요적인 화학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착해낸 음반. 특히 인트로 'skyway'에서 '하드캐리'를 거쳐 'Boom x3', 'Prove It'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양념처럼 끼얹은 퓨처 사운드의 부분차용이 소속사 특유의 매력적인 멜로디 감각과 결합할 때 지나치게 끈적이지 않고, 힙합-R&B와 결합할 때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균형점들을 잘 보여준다. 같은 방법론을 트로피컬 하우스에 적용한 뒤 BPM을 확 올려버린 듯한 'Mayday' 역시 흥미롭고 매력적. 이는 보다 '가요적'이라 할 '아파', 'Let Me' 등과 비교해 들어보면 더욱 두드러지는 효과다. 갓세븐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명한 건 이 프로덕션이 새로운 길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고 그것이 음악적 방법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틀 '하드캐리'를 들으면 이들이 원래 힙합 그룹을 표방했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든다. 물론 곡이 마구 좋아 어쩔 줄 몰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시작부터 하우스를 내세우고, 중간에 주춤할 때 냈던 곡도 하우스 비트였으니, 이제 이들이 원하는 지점에 수이 도달하지 못했음이 분명한 시점에서 나오는 타이틀이 힙합이라면,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사실 케이팝이 팽창하면 이렇게 아무 문제가 없고 멤버들도 말쑥한 데다가 곡도 무지무지 공을 들였는데 특별한 반향이 없는 그룹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20년, 30년 뒤에 이 시절의 케이팝을 들을 사람에게 이 정도의 곡으로도 휘어잡을 수 없는 씬이었노라고 목에 힘을 주며 말할 것 아닌가.

'하드캐리'는 분명 좋은 곡이고,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곡이다. 게다가 갓세븐 멤버들의 소화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문제는 이 곡 자체가 과연 갓세븐이라는 팀에게 어떤 의미일 것인지 자꾸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이미 방탄소년단과 NCT127 등 여러 팀이 소화했던 트랩을 갓세븐이 앨범 전체에 거쳐 반복하는 것이 갓세븐이라는 팀의 성장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뮤직비디오로 넘어오면 이 직감에 확신마저 드는데, 최근 인기 남자 아이돌들이 발표했던 뮤직비디오의 시퀀스들을 조금씩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곡도 좋고 멤버들 실력도 좋은데, 왜 이 팀이 꼭 이 작품을 소화해야 했는지 충분히 납득될 만한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드캐리'는 이전에 갓세븐이 발표했던 곡들과도 맥락을 만들기에 애매하기 때문이다. 갓세븐의 성장에 '스토리'가 사라졌다.

갓세븐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모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정작 치수를 잘못 재어 핏이 맞지 않는 정장을 입힌 모습이 떠오른다. 문제는 딱히 어디가 어떻게 어긋났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는 점. 이번 '하드캐리' 역시 강렬하지만 과연 갓세븐에게 딱 들어맞는 옷인가 생각하면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퍼포먼스로는 빠지지 않을 그룹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증명하는 점에서 반가운 곡이기도 하다. 이전보다는 좀 더 공격적인 래핑을 추구한다는 점이 두드러지면서도 전반적으로 래퍼 라인과 보컬 라인의 매력을 각각 느낄 수 있는 곡들이 골고루 실려있다. 'A'와 'Girls Girls Girls' 때의 능글맞지만 느끼하진 않았던 스왝이 그리운 나같은 이들에게는 '노잼'과 'HEY' 이어지는 두 곡을 추천하고 싶다.



베베헬(Bebeheal)
콜라병
보단 웍스
2016년 9월 28일

  

피트니스 음악을 표방하고 있는 베베헬의 '콜라병'은 과연 헬스장에서 들을 만한 노래인데, 사실 대부분의 헬스장에서는 아무 노래나 튼다. 더 문제는, 언피씨함의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너무 창피한 가사 때문에 감상 자체가 수치플레이가 된다는 점이다. 사실 상관은 없다. 헬스장에서 누가 가사를 챙겨 듣겠는가? 아직 10월이지만 올해의 괴작으로 선정함이 마땅하다.

'피트니스 걸그룹'이라길래 유튜브로 검색하면 직캠이 잔뜩 있겠거니...하며 킬킬댔는데 웬걸. 야구장 간 영상만 몇 개 있고 직캠은 찾기도 어렵네. 타이틀 '콜라병'은 대단히 무성의한 곡으로 틀자마자 유로댄스의 불쾌한 뿅뿅거림이 듣는 이를 반겨준다. 가사는 자신이 콜라병 몸매로 섹시하다, 뭐 그런 건데 음원의 형태에서는 보기 드물게 멤버들의 목소리가 힘이 없다. 거의 고열에 시달리다가 무리하게 녹음실에 가서 한 큐에 녹음한 걸 수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아니 인생을 이 그룹에 건 것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무성의함이 느껴지면 어떡하나.



아시즈비(AxisB)
묘해(Curious)
AXB 엔터테인먼트, RB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데뷔곡 '묘해(Curious)'가 꽤 수려한 팝 넘버라서, 앨범 소개글에 인디 아이돌이나 중고 신인으로서의 고난이나 각오 따위가 적혀져 있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고 정말로 아이돌답다는 생각을 했다. 과한 의욕보다는 레이드백 된 분위기에서 여유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착실하게 보여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들의 역량을 보일 수 있는 더 많은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쪽은 5인조 남성 그룹.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미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를 오가며 수많은 공연을 거쳐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사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직캠 영상이 꽤 있는 편인데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고생이 많았겠구나 싶다. 곡의 기본적인 짜임새는 나쁘지 않은데 음원의 문제인지, 금번 회차 베베헬처럼 왠지 멤버들의 목소리가 맥없게 들린다. 그런 점을 제외한다면 꽤 괜찮은 데뷔 싱글. 부디 이것이 아이돌로지에서 다루는 아시즈비의 마지막 싱글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뮤직비디오는 없고 오히려 엑소나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다른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커버한 무대를 찍은 직캠 영상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제법 고난이도 안무를 커버해온 것에 비해 정작 '묘해'는 느린 템포의 부드러운 곡. 라이브 직캠을 보니 퍼포먼스보다는 보컬 능력이 더 뛰어난 그룹 같다. 한 곡만으로 '이거다' 싶은 매력을 찾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빠른 성장을 기대해본다. 새삼스레 케이팝 씬에도 이제 꽤 많은 '인디 아이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들이 지금보다는 더 활발히 소비될 수 있도록 일본의 '지하 아이돌' 같은 극장이나, 지방 위주의 정기적인 소규모 페스티벌 등 어떤 통로가 점차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딴 생각에 잠시 빠졌다.



엄지[여자친구]
쇼핑왕 루이 (MBC 수목드라마) OST - Part.2
리웨이 뮤직앤미디어
2016년 9월 29일

   

'The Way'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제외하고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만의 단촐한 구성으로 이뤄진 곡으로 듣는 이를 천천히 감정 속으로 잠기게 하는 곡이다. 이렇게 작은 편성의 침잠하는 곡일수록 보컬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여백을 채우는 엄지의 음색은 이제껏 그림자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던 보석처럼 느껴진다. 아직은 팀의 보컬에서 제한적인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았으면 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그룹 속에서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던 멤버들에게 드라마 OST는 솔로 또는 유닛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퍽 어울리는 음색이 인상적인 곡인데, 개인적으로도 여자친구의 음악방송 활동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엄지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팬들에게는 뒷북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여자친구를 잘 모르는 (나같은) 대중에게 유주나 은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추천곡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101
Don't Give Up
투에이블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9일

   

이 곡을 처음 접한 9월 29일부터 나는 이번 회차 퍼스트리슨이 한없이 두려웠다. 〈쇼미더머니〉 예선 같은 비장한 도전 서사만으로도 벅찬데, 이에 밸런스를 주기 위해 '소녀들'이기에 "(그래도) 사랑해"로 이어지는 결말까지. 대책 없는 '아무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데모처럼 뽑아놓은 것도 모자라 보컬은 가사가 안 들릴 정도로 맥없이 믹스해 놓았는데, 후반부의 '떼창답지 못한' 떼창까지 들려올 때면 이것은 제작진 누군가가 생각한 일종의 '진정성'이 아닐까 싶어 더욱 참담하다. 이 멤버들에 대해 불쌍한 애잔함을 느끼라는 것 외에 다른 의도가 기획자에게 있기는 했을까. (혹은 "101"이란 이름을 (이제사?) 선점하는 것?) 이 멤버들이 사랑 받을 자격에 불쌍함은 필요치 않다. '착한 방송'은 분명 아니었으나 많은 이들에게 유난한 애정을 안겨준 〈프로듀스 101〉의 후일담으로서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 중 하나. 'Pick Me'와 함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메인 테마급으로 인용되는 양상이 흥미롭다는 것 단 한 가지를 건지고 간다.



달샤벳
FRI. SAT. SUN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9일

   

달샤벳의 곡은 매번 분위기나 질감이 좋고, 또한 '시도가 좋다'는 인상을 남기는 편이다. '금토일'은 래칫과 퓨처 각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상이한 섹션들을 이어붙였는데, 후렴이 묵직한 사운드와 상쾌한 멜로디, 달샤벳 특유의 '아가씨 같은' 보컬 톤과 어우러져 인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특히 후렴의 도입에서 훅에 해당하는 부분이 통째로 공중에 매달려 있다가는 무거운 베이스와 함께 뿜어져 나온다든지, 후렴 이후의 훅과 연동하는 래칫 파트가 후렴 도중에 비대칭형으로 삽입돼 있어 곡에 낙차를 더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이왕 과감한 시도를 할 것이었다면 좀 더 액센트를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구렁이가 담을 너무 잘 넘어가는 바람에, 다이내믹한 구성의 곡이기보다는 뭔가 어수선하지만 아무튼 흘러가는 곡이 되어버렸다. 달샤벳의 색채와 '걸그룹 팝'의 매혹적인 조합을 선보였던 전작이 크게 부진하긴 했으나, 이도 저도 아닌 '걸그룹의 구식 가요'를 지향해버리는 곡들 일색으로 수록곡들이 채워진 것 역시 마음이 저릴 정도로 아쉽다.

이젠 빅 히트송은 없어도 꾸준한 활동으로 인해 일종의 아티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달샤벳의 새 EP. 느릿한 템포 아래 사변적인 가사를 풀어내는 타이틀 '금토일'을 들으면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가 분명히 보인다. 이제 적당히 섹시함도 보여주고, 괜찮은 퀄리티의 곡도 뽑으면서, 굳이 유행을 선도하겠다는 욕심 없이, 길게 가는 거다. 이러한 상황을 되짚으면 꼭 제작진 중에 신사동 호랭이가 포함되어 있다. 기계도 아니고 인간의 창조성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 히트곡 하나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니 안정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게 좋겠지. 그의 결과물과 달샤벳의 활동 노선이 어느 정도 일치함을 본다.

'세공된 촌스러움'이란 표현이 적절할까. 레트로한 사운드에 트렌디한 세련미가 적절히 섞여있는 음악들이 귀에 들어온다. 다만 타이틀 곡 '금토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수록곡들에 더 끌리는 앨범이기도 한데, 첫 트랙 '속마음'에서 5년 차 그룹다운 능숙함이 묻어 난다면 '좋으니까'와 'FLY BOY'같은 곡에선 마치 신인 같은 활기마저 느껴져 새삼스레 스펙트럼이 넓은 그룹이구나 깨닫는다. 특히 마지막 트랙 '썸, 뭐'는 어딘가 90년대 가요 같은 사운드와 멜로디에 "썸, 뭐"라는 제목의 구절과 "Summer"를 연결 시킨 가사의 후크가 재미있는, 여름에 따로 싱글로 활동했더라도 손색 없었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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