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4월 중순

2017.04.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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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와썹, 지코, 백현, 베리굿, EXP 에디션, 공민지, 이달의 소녀 ViVi, 라붐, 예성, SF9, 다이아를 다룬다.
최근 내부 사정으로 인해 퍼스트리슨 리뷰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퍼스트리슨은 발매되는 모든 음반을 리뷰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당분간 주요작 중심의 리뷰로 전환합니다. 업데이트 간격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와썹
Color TV
마피아 레코드
2017년 4월 13일

   

나다, 진주, 다인이 떠난 후 첫 컴백이다. 아무래도 나다가 힙합 그룹 와썹을 힙합으로 만드는 가장 존재감 강한 멤버였기에,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새로이 택한 노선은 힙합 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스타일리시한 레트로로 각광 받은 뉴잭스윙이고, 여기에 댄스브레이크에서 확실한 뉴잭스윙 댄스를 보여주며 (셔플과는 다르다!)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 와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좋은 두 번째 출발.

놓치기 아까운 음반

멤버 탈퇴를 겪은 와썹에게서 ‘칼라 TV’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얼마나 우려했던가. ‘젊은이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란 중장년의 망상과 화사한 뉴잭스윙을 각오한 것치고, 결과물은 무척 반갑다. 밝은 분위기로 애교스럽거나 ‘발랄한 아가씨’를 연출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칼라 TV’는 묵직한 공격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야, 와썹이 흰 원피스를 입고 초원에서 뛰놀 순 없지 않은가. 멤버들의 목소리에 과거와 같은 난폭함이 담기지는 않지만 사운드는 여전히 기세 좋고, 조금씩 섞여드는 귀여움조차 거친 종류의 상큼함으로 떠들썩함을 강조한다. 강경하면서도 적당히 어지러운 사운드가 뒷받침하는 가운데 ‘미쳐있지는 않은’ 목소리들은 보다 확연히 팝적인 마감으로 준수한 설득력을 확보한다. 주조돼 들어간 스타일들의 특성상 메인스트림보다는 언더그라운드 팝의 색채를 띠는데, 이 또한 와썹이 ‘여느 걸그룹과 다름’을 적절히 드러낸다. EP는 수록곡들 순서대로 점점 러프(또는 더티)한 정서를 담아내는데, 꽤나 역동적이면서도 오글거림 없이 시원한 ‘Lover’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름다워’조차, 이 EP의 방향성이 이미 정답이었음을 재확인해 준다.

지애, 나리, 우주, 수진 4명의 멤버로 새롭게 재편된 와썹이 싱글 ‘칼라 TV’로 컴백했다. 힙합 기반 댄스곡이라는 점에서 와썹의 기존 싱글들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콘셉트나 곡의 완성도 측면에서 랩을 맡고 있던 나다의 빈자리가 확실히 느껴진다. 와썹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다른 멤버들이 하루빨리 그 빈자리를 메우거나 힙합이 아닌 아예 다른 걸그룹 노선을 택하거나일 텐데 “Color TV” EP는 전자의 방법을 선택한 듯하다. 나다가 아닌 다른 멤버(주로 나리와 수진)들이 랩을 맡은 힙합 트랙(‘Lalala’, ‘아름다워’)들은 꽤나 인상적이다. 나다의 역할을 급하게 떠맡게 된 것은 아닐까, 그로 인해 애매한 힙합 트랙이 되지는 않을까 싶었으나 오히려 그간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던 멤버들의 랩이 들리기 시작하며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아직은 다소 어설프지만 분명 가능성은 충분한 랩은 와썹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지코
She's a Baby
세븐시즌스
2017년 4월 13일

   

흥미로운 구성과 사운드를 갖췄음에도, 가사가 너무 거슬려서 완곡을 두 번에 끊어서 들어야만 했다. 2017년 대중가요에 성인 남성이, 관심 있는 여성을 아동 취급하는 가사라니... 이런 구식 이성관 가사가 비단 지코만의 문제는 아니나, 튠이 몹시 세련됐기에 더욱 아깝게 느껴진다. 노래 자체는 단촐한 인스트루멘탈에 지코의 보컬과 랩이 착 붙는 좋은 칠링튠이다. 1절이 끝나고 잠시 자장가를 연상시키는 리듬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로 돌아오는 것이 ‘지코가 곡 센스는 참 좋구나’ 싶다.



백현
바래다줄게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4월 14일

   

마냥 달콤한 곡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디테일이 좋다. 화성적인 표정이 풍성하지만 멜로디의 토막토막이 익숙한 형태라서인지, 어렵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후렴이 끝나야 할 지점에서 묘하게 지속되면서 “너를 안아줄 순 없어도…”로 이어지며 서사적 흐름을 잡아내는 것도 매력적이다. 기타와 일렉 피아노, 베이스가 드럼과 함께 밟아나가는 것은 꽤나 기세가 좋지만 결코 격하지 않고 한껏 부드러운 질감을 내는 것 역시 무척 인상적. 가성과 진성 각각이 음색의 매력을 잘 드러내기는 하는데, 그 비중의 차이에 의해 멜로디의 윤곽이 다소 흐려지는 듯한 인상도 남는다. (어찌 보면 ‘집에 데려다 줄 남자’라는 소재에 부합하는지도 모르겠다.) 후렴에서 백업 보컬이 채우며 들어오는 순간 역시 무척 안정적이면서도 우아하다.



베리굿
비비디바비디부
JTG 엔터테인먼트
2017년 4월 16일

   

바로 전작이었던 ‘안 믿을래’에서 보였던 트렌디한 트로피컬 하우스는 잠시의 전환점일 뿐이었는지, 예의 밝은 틴팝으로 돌아왔다. 가사가 흥미로운 곡이다. 민해경이 부른 ‘내 인생은 나의 것’ 2017년 버전 같기도 하다. 이런 곡의 뮤직비디오에 굳이 홈웨어를 입히고 가슴골을 관음하는 구도를 넣은 것은 한심하지만, 비비디바비디부라는 주제에 맞춰 디즈니 콘셉트를 일부 이용했다가 프로젝트가 엎어졌다더라는 일설(공식적인 사실은 아니다)을 듣고 있으면 막판에 급해서 이것저것 넣고 얼렁뚱땅 만들어버렸나 싶기도 하다. 정작 멤버들이 중간중간 보여주는 털털하고 캐주얼한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저예산 아이돌 고군분투기의 또 한 페이지.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한껏 감상적이던 베리굿이 한껏 쾌활한 곡으로 돌아왔다. 기타와 스네어롤,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화려하게 뿜빰대는 비트에 매우 적극적인 ‘성격파 연기’를 곁들였다. (무려 ‘시시하지만 굳센 청춘’이란 주제를 담은) 꽤나 터프한 대사까지도 소화하는 랩이 아주 약간 촌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면서도 짧은 간격으로 치고 빠지는 호흡으로 즐거움을 더한다. 후렴이 시작되면 갑작스럽게 스케일과 화려함이 증폭되면서 굉장한 반전을 이루는데, “비비디바비디부” 같은 문구가 아직도 이만큼 신선하고 찰지게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랍다. 그 ‘반전’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 상업적으론 아쉬울 수 있는데, 잠자코 한 번만 들어보라고 끈기 있게 권하고 싶어지는 매력을 지닌 곡이다. 다만 반전의 열쇠가 리얼하고 퉁명스러운 랩과 정형적인 걸그룹 보이스의 기세 좋은 폭발이란 대조에 있는 만큼, 보다 확실하게 과장된 대비를 보여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마도 과감한 입말, 걸그룹의 퉁명스러운 연기 등이 주는 부담감을 톤다운 한 결과일 거란 짐작도 하지만 말이다.



EXP 에디션
Feel Like This
IMMABB
2017년 4월 17일

   

외국 멤버로만 이루어진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가사가 전부 한국어로 이루어지긴 했음에도 한국어가 서툰 멤버들을 위해 의미보다는 발음하기 쉽고 외우기 쉬운 가사를 쓰는 데에 우선순위를 둔 티가 난다는 점이 가요가 아닌 팝의 번안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냉정하게 따지자면 안무 역시 케이팝 아이돌의 평균치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은 단순한 동작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렴구의 매력이 뚜렷하며 쉽고 흥겹게 따라부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곡이다. 케이팝의 경계와 한계에 대해 새삼스럽게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 자체가 케이팝 씬에 여러 면에서 활력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그룹.



공민지
Minzy Work 01 Uno
뮤직웍스
2017년 4월 1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2NE1을 기점으로 갈라져 나온 작업들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 2NE1이라는 그룹이 정말 난 그룹이었구나 하는 점이다. CL과 블랙핑크에 이어 세상의 빛을 본 공민지의 솔로 미니앨범도 터놓고 말해 2NE1의 영향 아래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듣고 난 뒤 가슴 한쪽 어딘가 뻥 뚫리는 듯한 기운을 받는 건 아마 이 미니앨범이 나오기까지 그 누구보다 심혈의 심혈을 기울였을 공민지의 고민이 구석구석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다양한 해외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노래들은 모두 준수한 세련으로 무장되어 있고, 전 세계 소녀들에게 새로운 세대의 롤모델이 되어본 그리고 무대에서 미치는 방법을 터득한 이가 부르는 ‘Superwoman’과 ‘니나노’ 가 주는 짜릿함이 녹슬지 않았다. 박재범과 플로우식 등 피처링진의 치고 빠짐도 적절하다.

2NE1 해체 이후 나온 2NE1 멤버의 첫 솔로이자 공민지의 첫 솔로 앨범인 “Minzy Work 01 Uno”는 준수한 팝 트랙들을 들려준다. 다만 2NE1 시절에도 그랬듯 결정적으로 공민지만의 무언가가 부족하다. 단적으로 말해 CL이 불렀어도 전혀 위화감 없이 들렸을 트랙들이 대부분이며 심지어 CL이 부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한 보컬 톤까지,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공민지에게 떠올리는 이미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음악들이라 의외성은 없지만, 그에게 딱 맞는 스타일에 최선을 다한 흔적이 보이는 밀도 있는 미니앨범이다. 타이틀 곡 ‘니나노’는 공민지의 장점인 음색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단조로운 후렴구가 조금 아쉽다. 가장 인상적인 곡은 자전적인 가사를 담은 듯한 ‘Superwoman’. 박재범과 화음을 맞춘 ‘Flashlight’ 또한 부담 없이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곡. 뻔한 부분도 많지만 이 미니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게 고작 그녀의 첫 솔로 앨범이라는 점이며, 가장 아쉬운 점 또한 이제서야 그녀의 첫 솔로 앨범이 나왔다는 점일 것이다.



이달의 소녀
ViVi
BlockBerry Creative
2017년 4월 17일

   

이달의 소녀 다섯 번째 멤버는 홍콩 출신의 비비(ViVi). 대놓고 레트로를 표방한 악곡과 뮤직비디오를 들고 나왔다. 날카로운 가창력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인토네이션이 부드러워서 90년대 캔디팝 느낌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것이 향수를 자극한다. 카라의 ‘Pick-a-Boo’ 등을 작곡한 윤영민의 곡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 솔로 두 곡이 모노트리의 작품이어서 추후에도 모노트리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다양한 작곡가를 골고루 기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달 다른 멤버를 소개하며 새로운 콘셉트를 내놓을 수 있는 ‘이달소’의 장점을 잘 살림과 동시에, 노래들을 쭉 들어보면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연속성이 있다. A&R이 열일하는 기획에는 듣는 즐거움이 있다.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느낌이 물씬 나는 댄스곡 ‘Everyday I Love You’를 선보인다. 뮤직비디오는 뿌연 조명효과부터 카세트테이프와 롤러스케이트, 펌프 게임, 천계영의 만화책, 구식 컴퓨터 등 특정 세대의 추억을 소환하려고 작심한 듯한 콘셉트로 무장했으나 곡 자체의 매력보다는 외부적 요소들이 이미지를 구체화해주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무엇보다 비비의 음색이 가장 돋보이는 노래인데, 음색마저도 어딘지 90년대 가수 제이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어 콘셉트와는 잘 맞는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인 싱글.



라붐
Miss This Kiss
글로벌에이치 미디어
2017년 4월 1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Hwi Hwi’는 칼을 갈고 나왔다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상쾌한 휘슬 밑으로 묵직하게 내달리는 비트, 잠시의 빈틈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가 거의 강박에 가깝게 느껴지는 챈트와 탐탐, 슬랩 베이스, 보컬 솔로, 그리고 무엇보다 섹션마다 확실하게 각인될 만한 직선적 프레이즈들이 효과적으로 배치돼 있다. 후렴에서 전기기타와 피아노를 겹쳐 저역을 강하게 밟아버리는 것 역시 주효한다. 유쾌함과 서정, 그리고 시원한 기세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매우 좋은 팝이다. 수록곡들의 구색 역시 그만큼 분명하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각은 무난한 퀄리티를 너끈히 보여주고, 라붐이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성격을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해내고 있다. 다만 다소 중구난방인 데다가 때로 과욕으로 들리는(‘천지차이’) 대목들이 있어, 불투명하게 오가는 입지의 그룹이라는 인상을 자칫 강화할 수 있는 듯하다.

‘Hwi Hwi’는 라붐이라는 그룹의 이미지를 뚜렷이 보여주면서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한 곡이다. 정박으로 딱딱 떨어지는 멜로디와 가사가 후렴구에 이르러 시원한 멤버들의 보컬과 시너지를 이루면서 곡 전체가 쉽고 빠르게 인상에 남는다. 안무 역시 가사와 잘 맞아떨어지면서도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도록 심플하게 구성됐다. 트렌드에 맞추기보다는 그룹이 여태 보여줬던 이미지 속에서 에센스를 걸러내는 정공법을 택한 최선의 결과물. 수록곡 중에선 시원한 보컬과 청량감이 느껴지는 ‘빛이 되어줘’가 인상적이다. 그간 발표한 곡 수에 비해 의외로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미니앨범이라고.



예성
Spring Falling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4월 18일

   

예성은 SM 보컬 중에도 가장 2000년대 초반 느낌을 잘 낼 수 있는 보컬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고루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시대 가요에 있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퍽 좋다. 이 와중에 2000년대에 압도적으로 인기 있던 SG워너비 류의 한국적 R&B 보컬보다는 과잉되지 않고 정제되어 있어서, 그때 음악의 느낌은 그립되 넘쳐흐르는 감정이 부담스러운 청자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봄날의 소나기’는 고전적인 전개가 이어지다 후렴의 조바꿈까지 듣고 나면 정말 그 시대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SF9
Breaking Sensation
FNC 엔터테인먼트
2017년 4월 18일

   

전작보다 훨씬 가요적으로 돌아온 SF9. ‘쉽다’는, FNC 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잘하는 것은 장르 음악보다는 장르 음악을 가미한 본격 가요임을 느끼게 한다. 부분부분 화성이나 멜로디의 진행에서 소속사 선배 그룹들의 향취가 슬그머니 느껴진다면 아마도 착각은 아닐 것이다. 최근 보이그룹 트렌드가 부쩍 감성화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가요적 요소를 통한 감성의 강화란 일견 너무 쉬운 선택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겐 더없이 준비된 기회라고도 하겠다. 장르 색에 비해 멜로디가 강조되다 보니, 랩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 너무 착한 사람들 같다거나, 보컬이 너무 발라드에 특화된 것처럼 들리는 점도 없지 않다. 그것이 곡의 익숙한 조합과 겹쳐질 때 다소 맥 빠질 수도 있겠지만, 결론을 내리려다가 마는 후렴의 마무리가 살짝 비틀어주어 분위기를 살린다. SF9 고유의 컬러를 내세울 단초가 엿보이면서도 확실하게 다가오진 않아 아쉬운 가운데, ‘머리카락 보일라’나 ‘이러다가 울겠어’에 주목하고 싶다. 장르-사운드 프레임에서 살짝 벗어나 생각한다면, 아마도 이 두 곡이 지금 SF9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조합을 중심에 둔 좌고우면일 듯하다.

‘쉽다 (Easy Love)’는 비스트-방탄소년단으로 이어지는 보이그룹 특유의 비장미와 애절함 따위의 정서를 계승하고 있는데 후렴 부분에서 화성을 살짝 비틀어 조금의 차별점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식상한 과잉이 곡 전반에 넘친다.



다이아
YOLO
MBK 엔터테인먼트
2017년 4월 19일

   

티아라가 컨템포러리의 외피로 무장한 ‘뽕맛’으로 비교적 다양한 세대를 포섭해냈다면, “YOLO”는 아예 장년 남성을 배타적으로 지향한다. (‘乾坤坎離’을 들으면 차라리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철 지난 유행어를 주워오는 것이 ‘아재’의 습성이라면, 아예 5년쯤 지난 ‘YOLO’를 가져오는 것은 가히 MBK만이 할 수 있는 패기가 아닐까. 스타일과 가사의 정서가 모두 명백히 내세우는 올드팝 취향은 ‘아이돌계의 주인은 아재다’라는 선언처럼 들린다. (그런데 ‘나랑 사귈래?’라고? 이 시점에서 머릿속에 참기 힘든 빨간 불이 켜진 것이 나뿐은 아닐 것이다. 인류애를 위해 그렇게 믿기로 하겠다.) 현재성이 철저히 결여되진 않았는데, 마침 2016년 버전이 함께 수록된 ‘나랑 사귈래’를 비교청취해 보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활기를 제거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희현의 랩마저 학예회 한 토막으로 만들어버리는 ‘무해함’을 확보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가장 나쁜 것들을 취합한 앨범. 확실히 MBK가 아니고선 엄두도 내기 어려울 과감한 시도이긴 한데, 도무지 지지할 순 없다.

다이아의 정규 2집은 무난한 걸그룹 앨범처럼 보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몇몇 곡들이 (안 좋은 의미로) 굉장하다. 정통 걸그룹 헬스장 튠인 타이틀 곡 ‘나랑 사귈래’에 이어 ‘남.사.친’, ‘사월’ 등의 스탠다드 걸그룹 팝이 이어진다. 이후 7080 라이브 까페 풍의 발라드 ‘마네킹’과 트로트 ‘꽃.달.술’까지도 케이팝 특유의 ‘뽕끼’려니 하고 이해하려는 순간, “삼일절날 순국 선열에 대한 감사와 그들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트랙 ‘乾坤坎離’가 등장하며 그제까지 이 앨범을 이해해보려 했던 나의 모든 노력을 일거에 무력화해 버린다. 듣는 이에게 괴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이 트랙은 정말 굉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으며 이러한 트랙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처음 들으면 컴필레이션 앨범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수록곡도 많고 그 장르와 스타일도 다양한데,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앨범 제목에 맞게 그룹이 활동하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해보겠다는 의도일까. 퀄리티보다는 구성이 아쉬운 앨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한 모색의 과정인지, 단순히 사장님의 취향을 다 집어넣은 것인지는 모를 일. ‘사월’, ‘빛’, ‘이 노래 들어볼래’, ‘너만 모르나 봄’ 등 늦봄에 어울리는 좋은 곡들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앨범이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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