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8월 중순

2016.08.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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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더위가 한풀 꺾인 뒤에 듣는 8월 중순의 아이돌 신보들에 대한 필진 단평. I.B.I와 마스크(Masc)의 데뷔작을 포함해, 24K, 빅스, 온유&이진아, I.O.I, 배드키즈, 우주소녀, 엑소, 유리&서현을 다룬다.
24K
Still 24K
조은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1일

   

앞으로 앞으로 계속 굴러가는 구조 속에서 보컬에 대한 고려들이 돋보인다. 멤버들의 음색이 부드러운 편이고, 보컬의 디렉팅과 믹스 역시 제법 다양하게 연출되었음에도 평범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격한 곡풍과는 꽤 대조적인 셈인데, 일렉트로닉의 고전적 문법에 가까운 방식을 보이는 곡의 흐름이 이 대조를 매끄럽게 다듬어준다. 방송 무대에서 꽤나 치고 나가는 기세를 보여주는 것 역시 그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브리지에서 오토튠 보컬이 반주의 신스와 뒤섞이듯이 뒤로 빠지는 것도 매력적. 보도자료의 크레딧을 보면 멤버인 코리와 Rainstone(이우석)이 주축이 된 작품인데, 마스터링이 코리 한 사람으로 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다만, 특히 후렴에서 선예도나 비트감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아쉽다.) 뮤직비디오에도 상당한 욕심이 엿보이는데, 이만큼 흐름이 중요한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총소리 때문에 음악이 가린다는 것은 옥에 티.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한 투포케이의 새 싱글 'Still 24K'. 평자는 두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는 유독 온라인 FPS 느낌이 나는 뮤직비디오가 과연 이 곡의 주된 타깃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여성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 중간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성 캐릭터가 도구화되어 있는데 이런 것도 미남이 일곱이면 용인 가능한 건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EDM의 어떤 점이 이들에게 가사 전달력이 유독 나쁜 곡을 만들어도 그냥 지나칠 수 있도록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면 '존잘님' 모셔와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빅스
Hade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2일

   

단조의 클래식 루프에 얹은 멜로디와 랩은 쉽게 드라마틱한 반면 자칫 잘못하면 정격적인 느낌을 넘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구성이지만, 'Fantasy'는 그 불안함을 적절히 털어냈다. 'Love Me Do'는 바쁜 트랜지션 속에 곡과 보컬의 직관적인 매력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기분 좋은 트랙이며, '나비 효과'는 아이돌 음악으로는 꽤 이례적인 세련된 R&B 넘버다. 고심과 발전의 흔적이 나름 엿보이는, 지금껏 빅스의 최고작이다.

매니악한 콘셉트를 골라 하는 게 그룹의 이미지를 쉽게 소모시킬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그런 콘셉트를 꾸준히 쌓아온 빅스이기에 이런 걸 힘 있게 터뜨릴 수 있구나 싶다. 타이틀 'Fantasy'는 '월광'을 차용한 인트로, 첫 네 마디와 같은 멜로디를 옥타브 위로 띄우며 고조시키는 둘째 네 마디, 사자처럼 다가오는 핑거스냅, 어느새 들려오는 처치벨 소스 등이 비장함과 불안함을 자아낸다. 특히 후렴 바로 뒤에 아예 표정을 싹 바꾼 듯 변해버리는 리듬은 듣는 재미를 넘어서 소름마저 준다. 무대를 보면 막내 멤버 혁이 전보다 훨씬 중심으로 부각된다는 느낌인데, 막내가 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그룹들이 그 뒷심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수명 연장을 이뤄냈던 전례들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빅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많을 것 같아 기대하게 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Fantasy'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어느덧 중견에 접어든 연차를 증명하듯 안정감을 자랑하는데, 빅스 특유의 묵직한 에너지가 이제사 빛을 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클래식을 샘플링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식상함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했는데, 빅스가 원래 오케스트라가 주는 웅장함과 비장함을 잘 소화하는 팀이었다는 것을 이미 '다칠 준비가 돼있어'에서 보여줬음을 잊고 있었다. 오히려 '월광 소나타'의 삼연음을 보컬 멜로디에서도 활용해 강조함으로써 리듬감이 탁월한 빅스 보컬들의 장점을 부각해주고 있다. 거기에 저음으로 시작해 후렴에서 쉴 새 없이 고음을 찌르다 2절에선 가성으로 넘어가는 흐름은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도 엄청난 궁합을 보이고 있다. 절제된 듯 우아한 퍼포먼스 또한 곡을 충분히 표현해내고 있는데, 후렴 부분에서 빠르고 격해지는 동작은 히스테릭하게 찌르는 고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Hades"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키 아이템들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듯해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만든다. 보컬의 삼연음을 랩에까지 이어가는 것 또한 재미있는데, 공교롭게도 최근 유행했던 플로우를 응용하고 있다. 곡과 안무의 난이도가 상당한데, 멤버 모두가 골고루 나뉜 자신의 파트를 최대한의 퍼포먼스로 소화해내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커플링 곡 'Love Me Do' 역시 탁월한데, 빅스 특유의 금속성 보컬이 속도감 있는 곡의 진행과 맞물려 시원하게 내달린다. '나비 효과'도 수작이긴 하지만 어쩐지 빅스랑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은 아닌 듯싶다는 인상이 있다. 싱글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곡과 콘셉트, 퍼포먼스, 모든 것이 완벽한 음반. 빅스의 레벨 업을 응원한다.



온유, 이진아
밤과 별의 노래 (Starry Night)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2일

   

동요와 팝의 가운데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이진아의 투명함이 아련한 멜로디를 끌고 가는 동안, 베이시스트의 배킹처럼 은은하게 깔리는 온유의 보컬은 마치 연주곡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그는 조금 더 인정받아야 하는 보컬이 아닐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묘하게 순간순간 툭 떨어뜨리는 저음과 기교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중음이 예쁜 멜로디에 더 이상 어울릴 수 없이 그윽하게 퍼진다.

이진아의 작업물들엔 분명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유아기의 목소리를 매끄럽게 잘 내는 성인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늘 일정 수준 이상의 신선함을 주고, '근데 이걸 영유아 동요처럼 감상해야 하나 성인이 쓴 팝으로 감상해야 하나' 하는 당혹스러운 기분도 준다. SM 스테이션을 통해 온유와 콜라보한 '밤과 별의 노래'는 어린이 같아도 너무 어린이 같아서, 예의 당혹감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온유는 의외로 덤덤하게 이 어린이와 같이 걸어주는데, 수더분한 청년 같기도 하고, 어린이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분명한 건 온유는 별로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게 오히려 좋은 인상이란 것. 흥미롭게 들었다.

오해가 없도록 미리 이야기해두자면 평자는 이진아를 정말 좋아해서 〈케이팝 스타〉의 네 번째 시즌도 이진아 보는 재미로 보았고, 온유의 목소리 또한 정말 정말 좋아해서 이 목소리 잘 살린 솔로 곡이 왜 안 나오는지 늘 불만스러워했던 사람이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이쯤 되면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감이 오시겠지만, 정말이지 이 결과물은 평자 같은 (아마도 많지 않을) 온유+이진아 팬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물건으로, 이진아의 일본 애니메이션 엔딩 곡과 90년대 뮤지션계 노래의 사이에 위치한 어느 지점의 밋밋함이 4분 내내 쏟아지는 과욕 넘치는 혼종이다. 유감스럽게도 신입생 환영회를 억지로 따라가 남들 즐겁게 술 게임할 때 구석 자리에서 이어폰 끼고 칸노 요코 듣던 친구들에게 이 곡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진아의 재기 넘치는 신작을 기다렸던 평자는, 의혹의 눈초리를 그녀의 멘토에게 발하고 있다.



I.O.I
손에 손잡고
주식회사 신사유람
2016년 8월 15일

  

이 곡에는 세 가지 미덕이 있다. 한 가지는 조르지오 모로더의 곡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미덕이 east4a의 편곡이란 점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편곡은 그저 프로그레시브 트랜스의 전형성을 프리셋처럼 풀어놨을 뿐이다. 두 번째 미덕은 음색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었던 덕분에, 막연하게 촌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던 코리아나 버전의 진가를 재확인해 준다는 것이다. 차오르미를 보며 느끼는 호돌이의 힙한 사랑스러움과 비슷하다. (물론 나는 차오르미의 디자이너를 특정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잊을 뻔했던 세 번째 미덕은, 8월 15일에 발매됐다는 것이다. 이 곡이 리우 올림픽 시작 전에 일찌감치 발매됐더라면 올여름 거리를 걷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었겠는가.

저번, 저저번 회차에는 2000년대 초반 여름 노래들을 능멸하여 평자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아이돌 업계가 이제는 또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아이오아이의 '손에 손잡고'는 '손에 손잡고'가 하나의 인격체라면 청와대 신문고에 게시글을 남겨도 무방할 정도의 슬픈 결과물이다. 비록 이 곡이 국내용 주제가였다고는 하나, 1980년대의 노래 모두를 통틀어서 멜로디만큼은 발군이었다고 평자는 생각한다. 전자음을 앞세운 맥빠진 비트는 안이함의 결과라 할지라도 후렴구의 멜로디는 왜 이렇게 훼 뒤집어 놓은 것인지.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나↗?



배드키즈
핫해 (HOTHAE)
펀엔조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6일

   

충격의 데뷔곡 '귓방망이'의 흔적은 이제 별로 없다. 멤버의 드나듦이 있기도 했고, 원년멤버들도 그 때에 비교해 스타일이 많이 달라져서 아예 다른 그룹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사실 살이 많이 빠져서 좀 걱정스럽다. 섹시 댄스를 추기에 신체에 양감이 너무 없어 보이는 아쉬움도 있다.) 코러스의 색소폰이 신스로 찍어넣은 게 아니라 진짜로 분 것 같은데… 맞는지? 크레딧에서 딱히 명기하고 있지 않아서 궁금해졌다. 랩을 맡은 케이미의 딕션이 수준급이다.

'바밤바'와 '이리로' 이래로 확실히 상식선의 걸그룹으로 진입한 배드키즈. 사실 이들이 다른 걸그룹에 비해 크게 부족할 것은 없다만 다들 아시다시피 '귓방망이'의 충격이 워낙 커서... '핫해 (HOTHAE)'는 '날이 더우니 이런 곡 한 번 불러야지' 이상의 곡으로, 센 언니 노선을 버리지 않았으면서도 섹시 걸그룹의 이미지 또한 함께 가져가겠다는 이들의 야심이 느껴진다. 특히 흔한 듯하면서도 디테일 면에서는 최근 어떤 작품과도 급을 달리할 정도로 섹시한 뮤직비디오는 시간을 들여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평자는 생각한다. '귓방망이'로 인지도를 확보하고 섹시 계열로 돌아섰음에도 뭘 보든 '귓방망이' 생각이 나는 지금이 옳은 건가, 아니면 뇌리에 남지 않을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가더라도 섹시 계열로 시작하는 게 옳았던 건가... 답은 후자를 선택한 평행세계의 배드키즈가 알겠지.



우주소녀
The Secret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7일

   

'엥 그거 사람만 많은 그룹 아니냐' 하며 관심 없어 하던 평자의 멱살을 잡은 성소가 소속된 우주소녀의 새 EP. 모두 여섯 곡이 수록된 가운데 아무리 들어도 〈DJ MAX〉 시리즈에 수록되었을 것만 같은 타이틀 '비밀이야 (Secret)'를 작곡한 사람은 바로 'CUPID'(카라)의 e.one. 이번에는 작사, 작곡, 편곡까지 전방향에서 활약해주셨다. '비밀이야 (Secret)'는 노림수가 매우 분명한 곡으로, 평자는 이 곡을 들으며 '하여튼 오덕들, 이 13명 중에 한 명만 걸려봐라...'하는 이들의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세인트 세이야〉, 만월, 늑대와 소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드래곤볼〉의 스카우터, 〈백 투 더 퓨처〉의 자동차, 세피로스의 나무 등 온갖 서브컬처 상징물로 가득하다. 그러나 얘들아, 선생님이 좋아하는 〈마크로스〉는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의 〈마크로스〉야...

인원수가 많은 것을 퍼포먼스로서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면 결국 산만함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멤버 각각의 캐릭터는커녕 그룹의 콘셉트나 특징조차 아직까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가장 슬픈 것은 충분히 재능 있는 멤버들이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곡의 구성이 너무 평이하고 특징적인 부분이 없어서 아무것도 부각되지 않고 그냥 흘러가 버린다. 포인트가 없어서 무엇을 듣고 봐야 하는지도 알 수 없고, 하이라이트마저 찾기 힘들다. 보통 아이돌 그룹을 프로듀싱 할 때는 각 파트를 가장 잘 담당하는 멤버를 배치해서 다른 멤버들이 가진 단점을 상보적으로 가려주는 방식으로 연출하는데, 이 팀은 잘하는 멤버를 깎아서 모든 멤버를 평준화시키는 방향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키 플레이어가 없는 게임을 계속 지켜볼 이유가 있을까.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데뷔곡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 귀를 솔깃하게 하더니, 온전히 새 멤버를 받아들이기 위한 서사로 구성돼 있으면서도 1세대 아이돌 시절을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의 비주얼 또한 인상적이다. 유연정의 인지도라면 굳이 이런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 영입하더라도 무리 없었겠지만, 어찌 됐건 그룹의 스토리를 써 내려 가고자 하는 고민이 엿보인다. 노래만으로는 와 닿지 않았을 매력이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발현되는 기획의 승리. 수록곡 중에선 데뷔곡 'MoMoMo'와 비슷한 신나는 곡인 '짠!'과 숙소에서 잠들기 전 멤버들의 조곤조곤한 수다 같은 느낌의 발라드 '이층침대'가 귀에 들어온다.



엑소
Lotto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8일

   

음악적 실험과 장르적 클리셰를 세련되게 융화시키는 '탈-가요'의 독특한 방법론과 함께 일종의 토털 패키지(total package)로서 엑소의 퍼포먼스가 가진 프로페셔널리즘은 "EX'ACT"에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늘 그래왔듯 리패키지는 다시 몇 가지를 더 강화하는 수순이다. 가장 엑소스러운 작품이라 불러도 좋을 '중독'의 정체성인 미래적이면서 무국적적인 느낌에 게토의 뉘앙스가 가미된 사운드는 'Monster'에 이어 'Lotto'와 'Can’t Bring Me Down'까지 '아직은' 유효하게 재생산되고 있으며, 곡들의 퀄리티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기존의 곡들이 꽤나 칼칼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리패키지는 그 반대편에 서고자 한 것처럼 들린다. 오토튠 보컬이 색정적인 살 냄새로 다가오는 'Lotto'는 유난히도 그렇다. 속물적일 정도로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로또라는 소재가 지칭하는 것은 "너"지만, "하얀 샴페인 버블에 샤워" 같이 '블링블링'한 가사가 로또 맞은 졸부의 이야기처럼 들릴락 말락 하는 묘한 공간을 떠돈다. '보다 힙합스러운' 방향으로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리 있는 선택이고, 분명 매끄럽게 의도를 수행한다. 그다음은 필시 취향의 문제일 터. 일정 부분 '으르렁'의 계승-발전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으르렁'이 동물적인 느낌이긴 했지만 '칼칼하다'기보다는 차라리 '까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데뷔 이후 여태까지 쭉 엑소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또 응원했지만 이번만큼은 뭔가 석연치 않다. 'Lotto'에서 보컬의 매력을 완전히 뒤덮은 오토튠이야 이미 많은 이들이 성토한 아쉬움이니 생략한다 치더라도, 뮤직비디오의 서사나 이미지 또한 여태까지 '으르렁'과 'Love Me Right' 등 엑소 커리어에 있어 추진력을 달아주었던 리패키지 앨범 활동의 강렬함과 매력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은 엑소라는 그룹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컸기에 드는 아쉬움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 내내 덮어씌운 오토튠은 개인적으론 극복하기 힘든 요소다. 다행히 음악방송에선 멤버들의 본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음원보단 무대 쪽을 더 즐기게 되는데 SM은 혹시 오토튠 빠진 버전의 음원을 내주실 의향은 없는지. 추가된 곡 중에선 몽환적 발라드 '꿈'을 들어보시길 추천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I.B.I
몰래몰래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8일

   

미소녀가 고생 끝에 성공하는 서사란 돌판에서 가장 잘 먹히는 기획 중에 하나이다. 카라나 시크릿 등을 통해 이미 넉넉하게 증명된 바 있다. 이런 캐릭터성에 지지를 보내는 멘탈리티의 배경이 예쁜 여자아이가 고생하는 걸 보고 싶은 변태적 욕망인지, 2인자 3인자에 감정 이입하는 자기 투영인지, 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게 된다. '몰래몰래' 노래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곡이다. 〈프로듀스 101〉 파생 곡들은 화제성도 매력도 있지만 노래가 좋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나 다이아가 만들어가고 있는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나고 있는 소녀들' (But in 아재's eyes…) 콘셉트와 겹치는 면이 있지만, 역시 인기 TV 프로그램을 통해 스토리를 쌓아온 I.B.I는 앞선 이들보다 초동 파괴력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아이 브랜드가 예상외의 빅히트를 한 것은 철저하게 팀과 개별 구성원의 캐릭터에 의존한 감이 크다고 본다. 구성원 개개인이 쌓아놓은 캐릭터성은 말할 것도 없고, 팀 전체가 지니고 있는 묘하게 나사 빠진 분위기가 친근감 이상의 친근감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아이비아이는 확실히 방향을 다르게 잡았다. 그 결과 '몰래몰래'는 평범하게 이쁜 친구들이 평범하게 깔끔한 곡을 들고나와 평범하게 용기를 북돋는 노래를 불러 주었다고 생각한다. 뭐가 머리에 남지를 않아! 아, 후렴구 부를 때 묘하게 픽미 춤 비슷한 걸 춘 것은 머리에 남았다.

응원가스러운 이미지의 걸그룹 데뷔곡이야 이미 많지만, 아이비아이라는 그룹 자체가 가진 태생적 스토리로 인해 마치 멤버들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가처럼 들려 색다른 여운을 남긴다. I.B.I라는 그룹명이 '일반인'의 이니셜이라는 팬들의 자조적인 유머에서 시작됐다는 점, 일회성 프로젝트 그룹이라기엔 멤버들의 '케미' 또한 안정적이라는 여러 요소가 더해져 더욱 짠한 마음이 든다. "구름 속에 감춰진 별빛이 너를 비추며 언젠가 빛날 네 꿈을 위해"라는 가사에서,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보는 사람 없는 연습실에서 무대를 꿈꾸고 있을 수많은 연습생들에게 작게나마 응원과 위로가 될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MASC)
Strange
Lotus E&M, 제이제이홀릭 미디어
2016년 8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솔직하게 말하면 대형 회사가 아닌 이상 신인 그룹의 데뷔곡은 별 기대를 안 하고 듣는데, 처음 들었을 때 노래가 귀에 착 감겨서 깜짝 놀랐다. 너무 처지지 않는 A마이너 곡이고 뽕끼도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을 정도로 적당하다. 움직이는 폭이 크지 않은 멜로디가 내내 편안하게 진행되다가, 코러스의 후반에 와서 "So what can I do↗️" 하고 옥타브를 가성으로 확 띄워버린다. 가끔은 이렇게 별스럽지 않은 멜로디가 듣고 싶은데 그럴 때 듣기 좋은 곡이다. 마지막 코러스 직전의 브리지를 끝내는 "F**k"에 비프(beep) 처리가 된 것이 옥에 티라면 티. 김이 좀 빠진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강렬하게 몰아붙이는 기세가 시원하다. 이는 사운드와 곡풍이 타이트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위기를 과감하게 전환하는 솜씨도 크게 한몫한다. '숨도 못 쉬겠다'나 '왜 또 나야'가 선명하게 보여주는데, 트랩 섹션의 삽입 그 자체는 이제 흔할대로 흔해진 기술이지만 이를 재치있게 연결해 휘몰아치는 재주는 범상치 않다. 적당히 가요적인 멜로디가 찰싹 달라붙는 것 역시, 이런 곡들에선 충분한 강점이 된다. 감성적 접근이 두드러지는 3번 트랙 '의미 없어'와 '왜 또 나야'에서 (특히) YG 엔터테인먼트의 일련의 작품을 비롯해 무척 익숙한 레퍼런스의 목록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케이팝의 기세가 감성과 결합하는 게 참 쉽지 않은 과제임을 실감한다. 크레딧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다양하고 또한 낯선데, 이만큼의 짜임새를 구현해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앤씨아의 소속사인 제이제이홀릭 미디어가 참여한 작품. 앞으로가 기대된다.

화끈하게 데뷔부터 여섯 곡짜리 EP를 들고나온 사인조 남성그룹. 타이틀 '낯설어 (Strange)'를 비롯하여 수록곡 모두가 상당히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게 과거의 예로 보자면 비스트, 최근의 예로 보자면 방탄소년단을 연상시킨다. 이모저모 공도 많이 들였고 정통파란 느낌이 들어 평자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다. 타이틀 외에 추천할 곡이 있다면 네 번째 트랙인 '왜 또 나야? (Why always me?)'이다. 약간 철이 지난 것 같은 멜로디에 요즘 것의 비트가 깔리면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인상적인 곡. 놀랍게도 리더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와우!



유리, 서현
Secret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19일

   

음 그러니까 이제 북유럽 느낌이 나는 댄스곡을 내는 것은 단순히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솔로/듀엣 활동의 기조를 넘어서서, 어떤 사명감이랄까 의무랄까, 우리가 이것을 해내지 않으면 누가 해내겠냐는 그런, 아니 잘 모르겠다. 이게 어떤 세일즈 포인트를 지니고 있는 건지. 기존에는 불필요한 후렴구나 랩 같은 걸 넣어서라도 '이건 SMP 이후의 포스트 SM 음악이야'라는 티를 내기라도 했는데, 이젠 그런 것도 별로 괘념치 않는 것 같고. 곡이 나빴던 것은 물론 아니지만 다소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일관된 최근 SM 엔터테인먼트의 댄스곡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 누가 유리고 누가 서현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는 거? 이게 무슨 수확이여...

개인적으로 유리가 듀오 유닛으로 나온다면 그 파트너는 윤아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왔기에 이미 태티서로 유닛 활동을 해온 서현과의 조합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곡의 장르 또한 과연 둘의 조합에 적합한 선택이었는지 의아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중간에 효연이 난입해서 랩이라도 몇 마디 했더라면 곡이 좀 더 흥미로워졌을지도 모르겠단 상상을 더해 보며, 뮤직비디오 속 두 사람의 미모는 전에 없이 빛을 발한다는 점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최근 솔로와 유닛 활동이 활발해진 소녀시대이니 아쉬움을 날려줄 빠른 후속타를 기대해본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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