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10월 하순

2016.1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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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에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장동우, 비트버거, 24K, 트와이스, 헨리, 효린(선공개곡), 미료&자이언트핑크, 오종혁&지숙, 케이&솔루션스, 앤씨아, 블락비-바스타즈, 빅스, EXO-CBX를 다룬다.
장동우
마음에 묻다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21일

  

평자는 팀인 인피니트에 대한 평가가 후한 편이지만, 멤버 개개인에 대해서라면 아무래도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장동우는 '외모가 개성이 넘친다'는 인상이 강하고, 메인 래퍼라고는 하지만 인피니트에 랩이 중요한 곡은 거의 없었으니 '글쎄...'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묻다'는 소품 같은 곡이지만 기존의 피처링이나 인피니트H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과물로, 맥 빠지는 랩과 예스런 곡의 짜임새가 듣는 이를 실망시킨다. 아마 만든 쪽도 이러한 평가를 이해 못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2000년대 초에 국힙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울 싱글. 그 당시 씬에 유행했던 묘하게 우울한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데, 인피니트H의 또 다른 자작곡이었던 '지킬 앤 하이드'(2015)에서도 똑같은 특징을 느낀 적이 있어 흥미롭다. 곡 자체는 무척 예스럽지만, 보컬과 랩은 당시의 것이라기보단 좀 더 최근으로 타임라인을 옮겨온 느낌이다. 특히 자전적 사연을 직설적으로 토해내기보다 중의적으로 둘러서 표현한 것은 그동안 다른 데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어떤 섬세함이 반영된 부분이라 본다. 웹툰 OST답게 만화의 무드를 이어가는 것 또한 주목할 점. 뮤직비디오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웹툰에 BGM으로 흘렀을 때 충분히 뮤직비디오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어 아쉬움 또한 상쇄된다. 여러모로 신기한 싱글.

그간 그룹에서 보여주었던 색깔과는 사뭇 다른 서정적인 멜로디와 비트에 동우의 랩이 신선한 면이 있고, 최근 겪은 부친상 이후 자신의 담백한 심경을 담아낸 자작곡이기에 호소력 또한 있다. 허나 외적인 요소를 빼고 곡만으로 보자면 너무 무난한 것이 단점이 아닌가 싶은데,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하려다 오히려 건조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유의 활기찬 모습과 함께 자작곡을 더 많이 선보이길 기대하며, 인피니트 H의 컴백 또한 기다려본다.



비트버거
Music Is Wonderful (feat. BoA)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21일

   

비트버거는 SM엔터테인먼트의 퍼포먼스 디렉터 겸 뮤지션인 심재원이 이끄는 일렉트로닉 팀. 심재원은 모두들 기억이 날락 말락 한 비운의 그룹 블랙비트의 멤버였고, 지금은 팀에서 DJ 및 보컬을 맡고 있다고 한다. 전체 멤버는 무려 다섯. 사실 이런 형태의 팀이 SM 엔터테인먼트에 속해 있는 것은 사업의 다각화 측면에서, 말하자면 삼성이 갤럭시를 만들다 보면 10.9인치도 있고 7인치도 있고 손목시계형도 있고 뭐 그런 식으로 이해된다만, 사실 이전의 비트버거 음원과 비교해 무엇을 추구하는 팀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찌 되었건 이번 싱글은 SM 스테이션의 브랜드로 나왔기 때문인지 평이한 북유럽풍의 댄스 뮤직으로 마무리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곡에 보아의 목소리가 들어가니 유니크함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더 평범한 무엇이 되어버리더라는 거다. 보아의 이미지 소비가 이다지도 심각했던가.



24K
The Real One
조은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2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국내에서는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꽤나 반응을 얻고 있다는 24K. 다소 위악스러운 맹렬함이, 케이팝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 '좋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지금까지 그 기조는 어느 정도 잡혀 있었으나 음악의 완성도 면에서 조금씩 아쉬운 면이 있었다면, 특히 지난 싱글 "Still 24K"부터는 박력 있는 기세를 통해 에너지를 잘 컨트롤하고 있다. 그것이 Rainstone 등의 프로듀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면, 꾸준히 자작곡을 내놓은 멤버(코리)의 '빙고'가 이에 어색함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역시 인상적. 맹렬한 곡들이 '케이팝 시대'의 무언가를 잘 담아내는 한편, 느리거나 느긋한 'But I Love You', '비밀인데 - 24U'는 상대적으로 조금 허술하거나 가요적이어서 다소 아쉽다.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여름에 'Still 24K' 들고나온 것이 불과 두 달 전인데 이다지도 빠른 컴백. 그것도 무려 12곡을 꽉 채운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타이틀 '빙고 (BINGO)'는 근래 찾아보기 어려운 음침한 분위기의 곡으로, 워블 베이스가 빠진 덥스텝을 연상시킨다. 비트가 세고 배경음이 격렬해 가사가 잘 전달되지 않을 정도이지만 듣고 있노라면 '그런 건 상관없어!'라는 느낌. 여튼 감상하는 이의 머릿속에 '24K가 이런 음악을 하고 싶었구나'라는 인상을 확실히 남겨준다. 어둡고 거칠지만 팀만의 고유한 색채를 남기는 의미심장한 정규앨범으로, 여유가 된다면 전작인 'Still 24K'와 연계되는 '빙고 (BINGO)'의 뮤직비디오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트와이스
Twicecoaster: Lane 1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2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트와이스의 전작들은 에너지로 넘쳐서, 앨범으로서 다소의 허점들을 기세로 밀어붙이며 끌고 가곤 했다. 이번엔, 다소 산만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균등한 퀄리티와 세계관으로 짜 맞춰진 음반을 내놓았다는 점에 일단 점수를 더하고 싶다. 걸그룹 R&B와 파이팅 튠의 전형성을 따르는 '1 To 10', 'Ponytail'도 준수하고, 환상적인 터치를 아기자기하면서도 씩씩하게 구사하는 'Jelly Jelly', 'Next Page' 등의 중후반부도 짜릿함을 안긴다. 타이틀 'TT'와 함께, 그 기조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귀여움' 쪽으로 핸들을 꺾어 놓았는데, 그러면서도 전작들이 보여주던 소로리티스러운 '만만찮음'을 동시에 구현해 내는 것은 감탄할 만한 성취다. 특히나 전작들이 젠더적으로 문제적인 가사들을 통해 그 만만찮음을 중화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걸그룹이 보여주는 귀여움이 가진 잠재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귀여움이 구현되는 유아적 접근과 애교 역시 비판점이 충분히 있으나, 적어도 트와이스가 제시하는 '허들 높은 여자'의 이미지와 결부될 때에는 그 자존감의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거슬리는 가사가 왜 없지?' 싶어 몇 번이고 돌려 듣는 내내 "의미는 다 같다고 생각하는데"란 가사가 참 귀여우면서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미 난 다 컸다고 생각하는데"였다니 충격을 받았다.) 전략적 애교의 배치가 빼곡한 'TT'는 음원만으로 들을 때는 후렴 이전의 전개가 다소 길고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후렴은 대중이 JYP 음악에서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런 애착 가는 멜로디를 제대로 들려준다. 음악적으로 구현된 연극적 다채로움과 함께, 후렴으로 돌입하는 순간의 강렬한 쾌감 역시 놓칠 수 없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트와이스의 신곡 'TT'는 가요를 매개로 느낄 수 있는 전율의 순간, 예를 들면 2000년대 초반 서태지가 '울트라맨이야'를 부르고 샵이 '잘됐어'를 부르며 연출한 선동적인 무대나, 혹은 그보다 조금 전에 H.O.T.가 몇몇의 곡을 통해 전해주었던 원초적인 심상이 충만한 퍼포먼스를 상기시켜준다.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특별한 애정이 없었던 이성을 돌아보듯 갑자기 심장에 팍, 꽂히는 그런 감정, 이 가수(또는 그룹)는 일정한 상업적인 경지에 다다랐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그런 순간. 'TT'는 기존의 수없이 많은 래퍼런스를 짜집기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춤을 비롯한 시각적인 콘셉트와 멤버들의 젊은 에너지로 인해, 트와이스가 가요계에 선명한 족적을 남길 것임으로 선언하는 결과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이미 난 다 컸다고 생각하는데~" 부분의 중독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데, 이 부분 때문에 임나연을 여러모로 다시 보았을 정도. 그런 고로 Pick을 부여한다.

'실험'은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충분히 레드오션인 케이팝 시장 안에서 '실험작'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어떤 위상을 과시하는 것과 같다. 트와이스는 전작과 이번 앨범을 통해 모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데, 과연 케이팝 걸그룹이 불러도 되는 곡이란 어느 정도까지인가, 에 대한 실험이다. 미국 틴팝 아이돌의 노래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한국식'으로 번역을 시도했던 과거의 다른 팀과 달리, 트와이스는 심지어 백인 아이돌이 부른 가이드 버전을 그대로 따라 하기라도 하는 듯 앳되고 웅얼대는 보컬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쯤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JYP가 이보다 훨씬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트와이스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대중은 소녀시대 이후 펼쳐진 '걸그룹의 시대' 안에서 패자(霸者)가 등장하길 기다려왔고, 트와이스는 그 때 마침 등장한 '준비된 챔피언'이다. 이때 대중이 패자가 될 트와이스에게 기대한 것은 여타 걸그룹들과 같은 컨셉추얼함이나 자기 자리 찾기에 급급한 모습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준비된 왕관을 가볍게 집어 드는 여유였던 것이다. 모두들 '포스트 소녀시대'를 꿈꾸었지만 그동안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면, 소녀시대가 하던 것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트와이스다. 소녀시대는 다양한 곡과 콘셉트를 거쳐오면서 '뭘 해도 되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걸그룹들이 그런 소녀시대 커리어 중 일부를 모방하려고 애쓸 때, 트와이스는 '소녀시대 헤게모니'를 부수고 '아무거나'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공교롭게도 과거 소녀시대가 취했던 애티튜트-'뭘 해도 된다'-에 가장 가깝게 되었다. 지금의 트와이스는 애국가를 불러도 된다. 대중이 트와이스에게 그런 것을 원한다. 이런 팀에게 앨범 리뷰가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Cheer Up''OOH-AHH하게'가 더 나았다고 툴툴대다가도 어느새 후렴구를 따라 흥얼대더니, 'TT' 역시 마찬가지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중독성에 굴복할 수밖에 없달까. 뮤직비디오에서의 코스프레 콘셉트도 이어지고 있는데, 할로윈 시즌에 맞춰 맥락의 적절함과 더불어 멤버들의 매력을 백분 살렸으나, 한편으론 이런 콘셉트가 계속되다가 자칫 회사가 짜놓은 틀 속에 각자의 개성이 갇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가사가 한 번에 잘 들리지 않는 단점은 여전히 극복되어야 할 문제. 수록곡은 지난번 앨범보다는 만족스러운데 특히 'PONYTAIL'과 'JELLY JELLY' 이어지는 두 곡이 흥겹다. 어쨌거나 트와이스는 단시간에 많은 기록을 다시 써내려가며 케이팝 걸그룹의 현주소 같은 존재가 되었는데, 그만큼 지고 갈 리스크도 여러 가지로 많아 보인다. 원더걸스와 미쓰에이를 통해 쌓인 JYP의 경험치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헨리
우리집에 사는 남자 OST
제이엘 미디어그룹
2016년 10월 26일

  

얼마 전에 발표한 소유와의 듀엣곡 '우리 둘(Runnin')'보다 이쪽이 곡과 가수, 피처링진과의 케미스트리 면에서 모두 앞선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헨리가 지닌 미성은 밝고 소프트한 멜로디에 잘 어울린다. 경쾌하게 리듬을 타는 바이올린 연주도 헨리의 목소리에 담긴 로맨틱한 매력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초반부터 추임새를 넣는 마크의 목소리가 헨리에 비해 남성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도 피처링진과의 케미스트리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요인. 곡 자체는 로코 드라마 OST 공식만큼이나 평범할 따름이나, #헨리 #마크 #바이올린 #케미스트리 #좋음.



효린
Love Like This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혼자서도 웬만한 그룹 못지않은 넓은 표현력을 가진 효린의 목소리에 래퍼 도끼의 목소리가 퍽 조화가 잘 되는 데다, 어딘가 쓸쓸한 멜로디에 경쾌한 비트가 더해져 한두 번 듣고 흘리기엔 아쉬울 정도로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기존 씨스타가 보여준 색깔과도 차별되는 지점이 있어 솔로로서 효린의 행보에 기대감을 갖기엔 충분한 선공개 곡이다. 그러고 보니 〈언프리티 랩스타〉에도 출연했었고, 효린에게 힙합은 꽤나 어울리는 장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미료, 자이언트핑크
가위 바위 보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26일

   

씬에서 보기 드문 여성 랩 듀오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일단 반갑다. 둔탁한 비트에 스왝으로만 채운 가사와 반복적인 후크 등 매력적인 요소는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단조로워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자의 솔로곡도 한 곡씩 담겨 있는데, 미료의 '잉여의 일기'와 자이언트핑크의 '돈벌이'는 제목만큼이나 음악적인 면에서 두 사람의 색깔이 명확하게 차별되어 재미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듀오로서 계속 흥미로운 작업물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오종혁, 지숙
시들어
DSP 미디어
2016년 10월 27일

   

정말이지 소속사가 같지 않다면 절대 나올 수 없을 뜬금없는 조합. 그럼에도 '시들어'는 두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매력이 잘 살아있다. 이 매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곡을 들으면 그냥 흔한 가을 발라드에 불과하지만, 너무나 통속적이고 또 그래서 언제고 들어본 것 같은 노래가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되는... 여튼 정석대로의 길을 굳게 가다 보니 나오는 진솔함 같은 것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클릭비와 (특히) 레인보우라고 하는 팀이 지니고 있었던 저력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사실 멤버에는 문제가 없었잖아요, 아닌가?

흠잡을 데 없이 무난한 발라드임에도 불구하고 계절감은 살짝 부족하고, DSP에서 유례없는 뜸을 들이며 공개했음에도 화제성 또한 조금 모자란다. 기획적으론 SM 스테이션과 YG의 〈Who's Next?〉를 합친 듯한 어떤 그림을 그린 듯한데, 방법적 측면을 회사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오종혁과 지숙 두 사람의 화음을 통해 목소리에서 새로운 색깔을 발견했다는 것이 이 의외의 듀엣이 얻어낸 가장 큰 소득일 테지만 아쉽게도 레인보우 멤버들은 DSP와 계약이 만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노래는 훗날 어느 누군가의 '슬픔의 케이팝' 리스트에 남을려나. 앞으로 소속사가 어떻게 되든 지숙과 레인보우 멤버들의 노래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본다.



케이[러블리즈], 솔루션스
Beautiful
HIGHGRND
2016년 10월 27일

   

달콤하고 똑 부러지면서 상냥하고 우아하다. 케이의 보컬 톤 이야기다. 언젠가부터 케이의 몇몇 과외활동이 그런 그의 음색(과 눈웃음)이 조합되는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고 느낀다. 일리 있는 접근법이지만, 그림이 될 것 같아서 붙여놓는 것과 서로 잘 붙게 매만지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지금껏 나온 작업물들이 전자의 파괴력이 대단한 것들이었음을 감안하면 후자가 한참이나 부족하다고 느낀대도 과한 불만은 아니다. 이 곡 역시, 시원하고 상큼한 솔루션스에 케이가 참여한다니 당장은 무척 근사할 것 같고 또한 그런대로 기분 좋게 들을 만한 곡이지만, 애매하게 억눌린 채로 플레잉타임을 흘려보낸다. 솔루션스의 시원한 폭발력도, 케이의 사랑스러움도 이것이 최대치일까 묻는다면 고개를 젓게 된다. 케이팝 산업은 낭비로 점철돼 있고 그것은 풍요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관련 프로젝트들이 거의 일관되게 아티스트를 소비해버리고 있는 것에는 우려를 느낀다.

평자는 케이와 같은 보컬 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곡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여 패스하려 했지만, 들어보니 너무너무 취향에 맞는 90년대 드라마 주제가 분위기라 이렇게 평을 작성하게 되었다. 하우스에 가까운 요란한 전자 비트가 귀를 속이긴 하지만, 곡의 근간은 옛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힘내라 으쌰쌰'에 가깝다. 노골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만든 캠페인 송은 들으면 귀를 틀어막고 싶건만, 이런 형태의 곡은 유혹을 참을 수가 없으니 묘하기도 하지. 보컬이 다른 성(性)으로 변경되면서 조바꿈이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스스로를 보니 '아, 역시 나는 이제 옛날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노래를 통해 케이에 대한 내적인 재평가까지 형성되었으니 케이도 좋고, 솔루션스도 좋고, 평자도 좋지 아니한지?



앤씨아
Time to be a woman
제이제이홀릭 미디어
2016년 10월 28일

   

그간 앤씨아의 커리어를 한 번에 정리하는 듯한 정규앨범이다. 그렇다 보니 그간의 갈팡질팡 역시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상큼한 계통의 노래를 부르던 시기를 초중반에 배치함으로써 앨범으로서의 흐름을 잡아낸 것은 꽤 그럴싸하다. 발라드 노선을 잇는 '다음역'은 기존 발표곡인 'U in me'가 아무래도 너무 낡은 느낌을 주었던 것을 감안, 특히 장조와 단조가 서로 부딪치도록 조합하여 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듣다 보면 약간 우는 듯한 음색이다 보니, 마치 희망과 기대를 말하는 듯한 장조 부분들이 분위기도 전환해 주고 곡의 드라마 역시 강화하도록 한 것은 좋은 선택인 듯하다. 다만, 셋잇단 음표가 등장하는 것이 강한 임팩트를 주면서 풍경을 순간 전환하기보다는 조금 어지럽게 들리는 등, 전체적인 다이내믹에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직하게 연출된 인트로에서는 앤씨아의 보컬이 이 정도로 표현력이 좋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변화가 많은 곡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감상이 흩어지는 점이 아쉽다.

앨범의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Time to be a woman"은 이제 "베비원투스리포파이브씩"하던 시기는 끝났음을 선언하는 앨범이다. 사실 타이틀 '다음역'은 기존의 앤씨아 노래들과 기조가 크게 다르진 않다. 멜로디는 듣기 좋고, 가사는 감정 표현에 충실하며, 콕 찝어 인상적인 부분은 늘 그렇듯 부재하여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노래 외의 프로모션 관련 요소 모두가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해져 있다는 것. 뮤직비디오이든, 무대 위의 콘셉트이든 상당히 진중한데 이것이 가수 개인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판단이 잘 안 선다. 아무래도 평자 입장에서는 "베비원투스리포파이브씩 오분만에 달려와" 시절이 너무 인상 깊었었나 보다.



블락비-바스타즈
Welcome 2 Bastarz
세븐시즌스
2016년 10월 31일

   

'이기적인 걸'을 들으며 "그래, 여자에 대한 불만을 노래하면서도 성차별적 가사를 쓰지 않을 수 있잖아. 하면 되잖아!"하고 기뻐했다. (그러다 단 한 줄의 가사에서 결국...) 사운드 뒤편에서 딜레이가 끝없을 듯 돌아가는 가운데 탄력적인 리듬과 윤기 있는 사운드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거칠고 더럽고 과격하고 비천한 매력을 스케일 큰 박력 속에 쏟아부은 타이틀 'Make It Rain'은 특히 감탄스럽고, 이어지는 곡들도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어쩌면 YG의 최근작들을 참조한 듯) 술 먹고 망가지는 청춘에서 추구한 것이 상당히 주효한다. 꽤나 성숙한 사운드스케이프 속에 다소 올드스쿨한 분위기로 정리되어 있는 점 역시 좋은 선택으로 보이는데, (각진 뽕 재킷을 입은) 교포 래퍼들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던 시절을 연상시키면서도 그 향취를 현대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고, 또한 그것이 블락비가 아닌 블락비 바스타즈여야 할 이유를 설득해내기 때문이다. 작사 측면에서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있지만 꽤 조심한 듯한 흔적도 엿보이는데, 거칠고 야한 남자를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 점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도입부터 '거칠지 않으면 블락비 바스타즈가 아니다!'고 외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지해서 당혹스러웠던 '이기적인 걸'. 하지만 인스트루먼트의 형식적 변화보다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으니, 드디어 블락비 바스타즈 가사에 외모가 출중한 여성이 직접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모그룹 블락비에서 자연스럽게 이양된 정체성이다. 지난 "품행제로"에서는 구체적인 외형 묘사 없이 "널 마시고 잠들게 해줘"('Nobody But You'), "You sexy thing"('도둑') 정도의 비유로 끝났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묘사 "넌 너무 예쁘지만 / 그만큼 비싼 척을 해"로 나아갔다. 'HER'나 '보기 드문 여자'만큼은 아니라도, 일단 가사에서 추상성을 거의 제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애프터스쿨-오렌지캬라멜 노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히 한 셈. 물론 노래의 메시지에 호응을 하고 안 하고는 청자가 선택할 몫이다. 한편 타이틀곡 'Make It Rain'은 이 유닛이 첫 앨범을 내며 '나쁜 녀석들'을 선언했을 때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뒀다. 블락비 바스타즈의 에너지는 이 한 곡에 집약돼있다. 재즈, R&B의 갖가지 구성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음악 콘셉트에 변화를 준 도전 자체는 칭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바스타즈에게 기대한 것에 비하면 너무 조심스럽게 섹시하고 너무 과감하게 얌전하다. 앨범 커버를 보고 기대했던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 아쉽다.

이번 앨범으로 모호했던 유닛의 색깔이 확실히 드러났다. '품행제로'는 일단 눈을 깔고 들었다면, 'Make It Rain'은 무릎 꿇고 들었다. 번쩍거리는 베이퍼웨이브 화면이 딱 들어맞는 곡을 아이돌이 부른다. 유권이 〈Hit The Stage〉에서 '잊지마'를 선곡했을 때부터 뭔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보니 더 반갑달까. '호우'라는 추임새에서 출발했을 법한 'Make It Rain'이라는 제목마저도 장난끼 많은 블락비답다. 프로듀서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아슬아슬한 수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러프함은 최근 'Toy'를 통해 다소 트렌디하고 라이트한 무드로 노선을 변경했던 모그룹 블락비와는 확실히 선을 긋는다. 수록곡들은 블락비의 연장선에 있는 듯도 하지만, '타이트하게'와 같은 곡은 블락비에 없던 섹시함을 드러내고 있어 역시 '차별화'에 주안점을 두고 기획됐다는 인상을 준다. 앨범과 뮤직비디오에서 청소년들이 들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강렬함이 느껴지는데, 사실 청소년일수록 이런 강렬함에 끌리는 법. 그런 면에선 가장 아이돌답다고도 할 수 있겠다.



빅스
Krato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31일

   

아마도 빅스의 음반을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한다.: 빅스는 어쨌거나 격렬한 노래를 할 때 가장 매혹적이었고, 그것은 이들의 ('아직도 그 소리냐'는 말이 들려온다) '더 강하게'가 곤란한 다크 콘셉트의 부담감과도 맞닿은 것이었다. 조금은 비어 보일 정도의 윤택한 긴장감이 환상 공간에 흐르는 'The Closer'는 빅스가 기존의 것 이상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트랙이라 할 만하다. 고혹적으로 느긋한 'Good Night & Good Morning', 상쾌하게 달리는 'Shooting Star'가 어색하기는커녕 빅스가 불러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컨셉추얼을 그림자를 늘 의식하던 과거에는 좀처럼 없던 경험이고, '로맨스는 끝났다'마저 딱 좋은 정도의 가요적 느낌을 담아 담백하게 애절한 로맨스란 역설을 그려 보인다. 조금씩 레시피를 조절해 나가는 와중에 빅스는 늘 좋은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이번에야말로 특유의 과장된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감성과 무드를 충분히 표현해내는 공식을 완성했다. 피사체가 드리우는 그림자의 길이와 농담 컨트롤하는 조명을 마스터했기에 그 그림자의 존재감을 꼭 적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할까. 이제 빅스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초 빅스가 "Zelos"를 발표했을 때, 필자는 이런 평을 남겼다. "이들이 1년 치 신화를 어떻게 조립할지 매우 궁금하다." 마지막 앨범이 나온 현시점에서, 각 작품마다 차용한 신이 누구인지만 짚어봐도 1년간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 질투의 신(1부 "Zelos"), 죽음의 신(2부 "Hades"), 힘과 권력의 신(3부 "Kratos")이라니, 한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고, 구하고, 뺏는 or 얻는 과정이 쉽게 눈앞에 그려진다.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일단 일관성 있게 콘셉트에 점층적으로 무드 강화를 꾀한 것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1년간 이어온 '케르 프로젝트'는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다소 임팩트가 약했던 1부 타이틀곡 'Dynamite'에서 출발해 빅스 본연의 어둡고 집착적인 에너지를 살린 2부 'Fantasy'를 거쳤다. 그리고 마침내 'Dynamite'의 화려함과 'Fantasy'의 다크함을 적절히 합친 곡 'The Closer'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앞선 두 곡에 비해 물리적으로 빈 곳이 많은 사운드인데, 멤버들은 이 사이사이를 보컬과 래핑의 힘으로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여기에 라비와 레오의 자작곡도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라비의 자작곡 'Good Night & Good Morning'의 장점은 후렴에 이르러 성숙하고 끈적이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멤버들의 가성과 날카로운 진성이 섞이는 매력적인 순간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반면에 기시감이 느껴지는 도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흠이다. 한편 레오가 자작곡 '로맨스는 끝났다'에서 구사하는 멜로디는 정서적으로 매우 따뜻하고, 이를 소화하는 멤버들의 보컬에서도 갑갑함, 슬픔, 고마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성이 우러나와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1년 치 앨범을 통틀어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라비의 래핑이다. 일단 라비 개인적으로 래핑 실력이 꽤 좋다는 것은 둘째치고, 팀 전체를 조망할 때 그의 목소리가 매 곡마다 곳곳에 긴장을 심는 역할을 한다. 사실 프로듀싱보다 오히려 랩에 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프로듀싱에도 욕심을 내고 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이제는 확실히 자리 잡은 빅스의 아이덴티티-섹시함, 신비함, 그리고 약간의 그로테스크함-를 뽐내면서도, 최근의 동방신기를 연상시키는 여유로움까지 선보이는 EP. 특히 타이틀 'The Closer'가 이러한 기운을 강하게 뿜어낸다. 인스트루멘탈을 제외한 나머지 수록곡도 이러한 기조를 따르고 있는데, 특히 3번째 트랙인 신나는 댄스곡 'Shooting Star'에 이르면 이들이 정말 무르익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수용자를 사로잡는 강렬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이들에게 지금 그런 요소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평소에 빅스를 좋게 보았던 사람이라면 만족, 팬이라면 대만족일 EP.



EXO-CBX
Hey Mama!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3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EXO-K(였던) 백현과 EXO-M(이었던) 시우민, 첸으로 만든 유닛이 첫 앨범을 냈다. 지금 이 구분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이 조합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명확해진다. '12월의 기적' 당시 K와 M 멤버들 중 몇 명이 모여 활동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 아래서 이루어진 '민족대통합 정책'이라고나 할까. 즉 EXO-CBX는 두 팀이 한 팀이 된 상황에서 K와 M의 아이덴티티를 합치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소녀시대-태티서라는 네이밍 전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층위에서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EXO-CBX에 부여된 특정 가치는 바로 이들의 구호인 "We are one." 첸, 백현, 시우민이 엑소라는 팀으로 완전히 합쳐졌고, 심지어 유닛으로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세 멤버가 근본적으로 '하나의 팬덤' 안에 존재해야 한단 사실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는 태티서에 없던 히스토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첫 트랙 타이틀이 'The One'이기도. 디스코 리듬이 경쾌하고 발랄한 타이틀 'Hey Mama!'는 공간감 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코러스와 능청맞은 시우민의 래핑이 재미있는 넘버다. 약간의 이질감을 갖는 멤버는 백현. 이벤트성 래핑과 내레이션보다는 'Rhythm After Summer'와 'Cherish'에서 들려주는 보컬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다. 특히 'Cherish' 도입부에서는 보컬에 능청맞은 연기를 섞어 운용하는 백현의 능수능란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엑소가 이런 콘셉트의 곡을 시도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 수록곡 중에는 가벼운 일렉트로니카 베이스에 달콤한 훵키 사운드를 구사한 'Rhythm After Summer'가 가장 인상적이다. 도입부 백현-후렴 첸, 시우민으로 이어지는 1절, 첸-시우민-백현-시우민-첸-백현으로 순환하는 브리지 파트 구성이 매우 좋다. 상상도 못 한 조합이었으니 discovery 투척.

엑소에서 이 세 명의 조합으로 유닛이 나올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에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지 기대감부터 들었다. 기존 엑소의 활동곡보다 조금은 가벼운 터치가 느껴지는 곡들로 이뤄진 앨범으로, 특히 'Hey Mama!'에서 보컬로 더 익숙했던 멤버들의 랩 파트를 듣는 것만으로도 신선함이 있었다. 완전체 엑소로서도 이런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으로 활동하지 않은 것은 유닛을 위해 아껴두었던 걸까. 전반적으로 청춘영화 같은 청량한 느낌의 노래들로 채워진 가운데 'Rhythm After Summer'가 유난히 귀를 사로잡는다. 아직은 그룹과 차별화된 분명한 이미지가 잡히지는 않는 면도 있지만 조금씩 아쉬운 빈자리를 채워가지 않을까. 엑소라면 어떤 조합으로 유닛이 나오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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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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