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7년 2월 초순

2017.02.0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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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초순에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레드벨벳, 유재환&손동운, 수호&송영주, 마스크, 블락비, SF9, 피터패트, 식스밤, 크로스진, H.U.B., NCT 드림, 비트윈, 써니힐, 원더걸스의 새 음반을 다룬다.
레드벨벳
Rookie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1일

   

'러시안 룰렛'에 이어 또 '레드' 콘셉트의 곡이 나왔다. The Collegues와는 첫 작업이다. 싱글컷한 'Rookie'는 악마의 안무로 유명했던 'Dumb Dumb'보다도 더 빠르고 복잡한 안무를 선보인다. (재봤더니 'Dumb Dumb'은 146 BPM, 'Rookie'는 164 BPM이다. 세상에, 더 빨라지다니.) 캐치한 훅송이고 훅송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랩도 랩액션도 아닌 애교스런 챈트로 반 이상을 채운 노래에서는 왜인지 '사람들 귀에 꽂혀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져서 매력이 반감된다. 앨범 전체의 흐름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데가 있는데, 수록곡 하나하나 잘 만든 노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1번부터 6번 트랙까지 굳이 주어진 순서대로 들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마음에 드는 트랙만 따로 구매하거나 리스트를 셔플하는 요즘의 음악 소비 추세를 반영해, 모든 곡을 비트를 세밀하게 쪼개고 여러 악기를 겹겹이 쌓는 등 '듣는 즉시 좋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고 있다는 인상인데, 이것이 결론적으로 귀를 다소 피곤하게 만든다. 이는 비단 이 음반뿐만 아니라 요즘 SM에서 나오고 있는 미니앨범 이상의 음반들 거의 모두에 해당된다. 추천곡은 'Rookie'가 없었다면 분명히 1번 트랙을 맡았을 'Happily Ever After'. 특히 이번 앨범의 비주얼워크와 착 붙는다.

레드벨벳의 전작들이 줬던 '이번이 진짜'라는 느낌이 다시 이어진다. 'Rookie'의 때로 발성마저 무너질 정도의 와글와글함은 그간 '고급스러운 4차원 소녀'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다소 덜어내졌던 '행복'의 프로토타입으로의 회귀이자, 멜로디 파트에선 '벨벳 콘셉트'의 유려하고 풍성한 화성감에 충분히 젖어 든다. '레드벨벳'의 한 완성형이라고 해도 좋을까. 'Rookie'가 상당히 현실적인, (조금 귀 아픈) 왈가닥 소녀를 표현하고 있다면, 예의 환상동화적인 터치가 가미된 'Happily Ever After'는 조금 저돌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균형미를 보인다. 전작들에도 포함돼 있던 유형의 'Body Talk'이 현실 속의 가슴 찡한 가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출중한 비중으로 감성표현을 이루는 것을 보면, '벨벳' 측에서 출발해 완성형을 향하는 접근들이 종종 상당히 구식 느낌을 내고 있는 대목들이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역시 케이팝에서 발라드는 가장 현재화가 어려운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f(x)가 '엉뚱한 소녀들'의 이미지였다면 레드벨벳은 '이상한 나라 속에 사는 소녀들' 같다. 'Rookie'의 뮤직비디오는 아직 그들이 이상한 나라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을 주면서도, 만화경 속에서 펼쳐지는 듯한 원색의 반복적 이미지들이 데뷔곡 '행복'과 겹쳐 보이는 지점도 있어 반갑다. 또한 반복해 들을수록 멤버 각자의 목소리 특성을 살려 파트별로 분배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도입부 아이린과 조이의 쨍하면서도 통통 튀는 랩으로 시작해 서로 다른 음색의 슬기와 웬디의 보컬이 대비되며 교차하면서 곡을 이끌어가는 재미는 다섯 명의 소규모(?) 그룹이 아니고선 좀처럼 내기 힘든 효과일 것이다. 이전에 비해 레드벨벳의 콘셉트가 어느 정도 방향을 좁혀가는 인상을 주면서도 수록곡마다의 개성도 뚜렷한 앨범.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곡은 'Body Talk'.



유재환, 손동운
Universe
거성 엔터테인먼트, 어라운드어스
2017년 2월 2일

  

비스트지만 지금은 비스트라 부를 수 없는 윤용양이손이 자체레이블을 설립한 후 내놓은 첫 작품. 막내 손동운의 첫 솔로 작업으로 그간 조금씩 불태워 온 자작곡을 향한 열정을 마음껏 펼친 모양새다. 〈무한도전〉 출연으로 뜬금없이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유재환과의 합작으로, 타이틀 'Universe'의 속도감 좋은 팝 센스가 그럴싸하다. 다만 단 세 곡이 수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곡의 만듦새나 마감이 들쭉날쭉한 편이고, 'Universe'의 경우 후렴구에 지원군을 요청한 양요섭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순간 곡의 주객이 전도되어 버려 조금 머쓱해진다.



수호, 송영주
커튼 (Curtain)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3일

   

상업적으로 성공이었냐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소속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도전의 풀을 넓혀줬음은 확실한 SM 스테이션의 52번째 결과물. 작곡가 리오나라이언(LEONALION)의 클래식한 악곡과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따뜻하고 안정적인 연주, 데뷔 후 처음으로 완곡을 부르는 수호의 긴장과 설렘 같은 것들이 묘하게 뒤섞여 정감 어린 분위기를 자아낸다. 쉽지 않은 멜로디워크를 가진 대곡 스타일로, 보컬을 조금 더 다듬어 담았다면 훨씬 높은 완성도로 마무리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아쉬움 그대로의 뒷맛도 나쁘진 않다.

SM 엔터테인먼트가 스테이션을 시도한 뒤로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때로는 버거워 보이지만) 그들이 각 팀의 메인보컬들을 비롯해 모든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곡을 한두 개씩 선사할 수 있는 자본력과 연륜을 갖췄다는 점이다. 리오나라이언(LEONALION)이 선사한 멜로디는 보컬의 능력치를 시험하듯 섬세하게 집어 부르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수호가 지닌 미성과 부드럽게 감정의 진폭을 뒷받침해주는 송영주의 반주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대단히 뛰어난 보컬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에서든 외모에서든 클래식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수호의 장점을 잘 살린 것만은 확실한 결과물이다.



마스크
Tina (티나)
제이제이홀릭 미디어
2017년 2월 4일

   

혹시 마스크가 '어쩐지 신경 쓰이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이들이 최근 수 년간 소년과 청년 사이에서만 방황하고 있는 여타 케이팝 보이그룹들과는 다른 '어른 남자'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데뷔작 '낯설어'부터 'Tina'까지 조금은 치명적인 채도 낮은 남성을 줄곧 연출해 오고 있는데, 무르익지는 않았을지언정 꽤나 어울리는 이미지여서 혹시 모르는 시대의 흐름이 바뀌는 그 순간, 의외의 키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근거 없는 기대를 품게 된다. 타이틀곡은 데뷔작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지상 작곡가의 작품. 스윙 리듬에 기반한 특유의 그루브가 그대로 살아있는 곡이다.

묘한 속도감을 주며 드럼의 두 배 단위로 흐르는 베이스나 조금 시큰둥한 브라스, 싱코페이션을 찍어가는 기타 등이 꽤나 매력적인 호흡으로 훵크의 '어딘지 빈 듯한', '뭔가 푹푹 찌르는 듯한' 느낌을 케이팝적 맥락 속에 잘 살려준다. 매우 가요적이면서도 쿨한 느낌이 살아있는 후렴의 멜로디도 좋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보컬 트랙들에서도 조금 빈 듯한 느낌이 드는데, 좀 더 잘 다듬어진 후렴에 비해 버스(verse)나 랩에서는 곡의 리듬에 목소리가 조금 더 찰싹 달라 붙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른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을 지향했다고 이해되는데, 그것이 달성되려면 보컬이 조금 더 조여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어른스러우면서 날카로운' 느낌에 해당하는 주제가 '어장관리녀' 서사라는 빈한함은 조금 말리고 싶어지는 부분.



블락비
Yesterday
세븐시즌스
2017년 2월 6일

   

이건 블락비가 언제나 들려주고, 보여주던 음악이다. 박경의 재치 넘치는 도입부가 귀에 착 감기고, 지코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언제나처럼 제각기 자신의 파트를 킬링 파트로 만들어 버리는 개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언제나처럼 과하지 않게 최소한으로 얹히는 코러스 또한 듣기 좋게 흐른다. 하지만 이들의 서사가 언제쯤 '여우 같은 여성에게 휘둘리는 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물론 이런 애달픈 남성의 하루를 팔로우하는 것이 개구진 블락비가 가장 잘하는 일이지만, 동일한 레퍼토리가 꾸준히 반복되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은 어쩔 수 없다. 이성 관계에서 일부러 루저 입지를 강조하는 것이 유일하게 상대를 찬양하는 방식이라는 사고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쯤 되니 블락비 멤버들이 지닌 '이상형(내지는 여성관)'이라는 게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물어볼 기회가 생기려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한 명씩 등장하는 오프닝은 꽤 재미있다.



SF9
Burning Sensation
FNC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6일

   

'부르릉'은 데뷔곡 '팡파레'와 많은 면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는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볼 만큼 들어봐서 크게 차별화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에릭 리드봄의 강렬하게 찌르는 저음이 공간감 살린 신스 탐탐으로 교체되는 등의 격한 전환이 제법 흥미롭고, 마구 쏟아부은 듯한 후반부의 처리도 재미있다. 이제 와서 보면 '팡파레'의 "빵빠레!"가 지향했던 바를 납득하게 되는데, 말하자면 틴탑과도, 블락비와도 비슷하지만, 틴탑보다는 좀 더 때리고 블락비보다는 좀 더 야한 색조다. 그런 매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충분히 성공하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최진석이 굉장히 김도훈처럼 들리는 '여전히 예뻐' 등이 소속사에서 생각하는 소속사 색깔과 SF9의 지향점이 다소 다투고 있는 인상을 준다는 아쉬움은 있다. 불만을 잊게 해주는 트랙은 오히려 '부르릉'보다 좀 더 격한 트랜지션으로 다소 정신없게 들리는 '4 Step'인데, 고전적인 뉴잭스윙이 우악스럽게 밀어붙이다가는 아주 맑고 곱게 흐르는 각각의 순간이 사뭇 매력적이다.

'부르릉'은 파트마다 스타일이 변화하는 듯한 매력이 있으면서도, 그만큼 다소 정리되지 않은 산만함이 곳곳에서 느껴져 다소 아쉬움이 남는 타이틀 곡이다. 퍼포먼스 역시 일사불란하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곡 덕분에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면서도, 신인이기에 다듬어질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앞으로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개인적으론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에 대한 오마주인가 싶은 흔적이 느껴져 흥미롭기도. 다음 트랙인 '여전히 예뻐'는 오히려 매우 능숙하게 곡을 소화하고 있어 이 그룹의 장점은 오히려 보컬이 강조된 곡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 곡으로 들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흥겨운 곡들로 채워진 가운데 앞으로 그룹만의 개성을 점점 다져가리라 기대하기엔 충분한 EP다. 그 외 인상적인 수록곡은 '4 Step'과 'Shut Up N` Lemme Go'.



피터패트 (PITAPAT)
Pitapat
Pitapat ENT
2017년 2월 7일

  

히치하이커가 f(x)에게, 원피스가 러블리즈에게 제공한 수록곡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으로, 소규모 걸그룹의 데뷔곡으로선 사뭇 과감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곡의 구성 자체는 크게 무리가 없고, 그것은 장식적 요소들을 포함한 편곡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채보한 뒤 재녹음을 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될 만하다. 칩튠 계통 사운드와 'EDM'적 사운드, 그리고 '케이팝 EDM'적 사운드의 배합이 썩 좋지 않아 어수선하게 느껴지고, 적절하게 들어간 장식들도 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보컬 역시 디렉팅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결과물이 무척 성기게 들린다. 특히, 효과음으로 사용된 감탄사 등은 디렉팅 단계에서든 믹스 단계에서든 분명 과잉한 소스가 된 데다가 그 배치 역시 다소 무절제해서,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기는 하나 곡 자체를 산만하게 만들고 만다. 흥미로운 프로덕션이라, 조금 더 꼼꼼해진 다음을 기대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걸그룹이 따라야 할 공식처럼 되어버린 '큐트섹시'의 기운이 느껴지는 도입. 하지만 앙증맞게 불러야 할 파트를 유독 성숙한 목소리의 보컬이 어울리지 않게 소화하고 있다거나, 브리지에서 급격히 아련해지는 식의 파트 분배는 이전의 한국 걸그룹 팝에서 종종 발견되는 아쉬운 지점들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물 같다. 곧 따라부를 수 있을 것 같은(이건 '부르기 쉽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멜로디, 보컬 샘플로 전자음 효과를 유도하는 방식 또한 너무 기준치에 모자란 결과물로 구현돼 안타까울 정도. 아직 멤버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없다. 이게 가장 안타깝다.



식스밤
예뻐지는 중입니다 Before
페이스메이커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8일

   

제목만 듣고도 이미 흠칫했지만, 뮤직비디오는 우려를 씩씩하게 초월한다. 화장 지운 모습을 노출하면서, 에스테와 메이크업샵, 성형외과 등의 방문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담고 있다. 한없이 '착한' 멜로디의 "예뻐지는 중입니다"라는 테마가 이에 겹쳐지니, (누군가를 위해) 천진하게 성형하러 가는 영상일기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실제로 성형과 활동을 병행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는 것인지는, 또한 그게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전에도 상당히 자극적인 작업을 했던 그룹인데, 미디어스턴트나 노이즈마케팅 자체의 윤리성을 논할 것도 없이, 소속 아티스트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방식이 온당하다고 믿는지 묻고 싶다. 곡은 (그리 좋지 않은 의미로) 순진무구한 노래와 마트형 EDM이 아무렇게나 교차하지만 그만한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하며, 그것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멘탈이 부서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다지 효과적으로 조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로스진
Mirror
아뮤즈, 클라우드R
2017년 2월 8일

   

앨범은 자기 안의 선악의 싸움을 주제로 했다고 한다. 타이틀곡 'Black or White'의 가사와 앨범의 구성을 통해 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4번 트랙 '연애지침서'를 제외하면 'Black or White', 'Black Mind', 'White Mind' 세 곡 모두가 한 노래의 변주인데, 굳이 변주까지 해서 들을 만큼 잘 만들어진 멜로디는 아니다. 그러나 기획 자체가 신선하다는 점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뮤직비디오는 각 멤버가 1인 2역을 맡아 한쪽이 다른 한쪽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연속으로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비위가 약해서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 크로스진이 여태 가져오고 있는 그룹의 콘셉트는 '나쁨'이고, 그게 여자에게 호통을 치는 나쁜 남자이거나 인간 본성의 악함을 탐구하거나 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미 케이팝 씬에서 충분히 소비된 주제에 뒤늦게 도달하고 있어서 획기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링크에 누군가 달았듯 해외 팬들에게는 케이팝 아이돌 중 다크한 콘셉트 하면 떠오르는 그룹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니, 나름의 자리 굳히기에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H.U.B
미친듯이 (Girl Gang)
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9일

  

지난 설 연휴 〈아이돌 육상대회〉 여자 60m 달리기 종목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금메달을 거머쥔 루이가 멤버로 속한 그룹이다. 데뷔 싱글에서 특별한 매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을 남겼는데 아쉽게도 이번 싱글 역시 개인적으로는 썩 와 닿는 부분이 많지 않다. 곡의 스타일에 비해 'Girl Gang'이라는 부제가 무색하게 가사를 읽어보면 "날 두고 가지마 오늘만은 혼자 있기 싫어"라는 식의 식상한 구애송이라는 점이 아쉽다. 이제 두 번째 싱글이지만 좀 더 그룹에 맞는 색깔을 빨리 찾아야 하지 않을까.



NCT 드림
The First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9일

   

'마지막 첫사랑'의 음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매우 아슬아슬하게 조율된 곡이다. 누구라도 생각하는 NCT 드림의 해맑고 화사한 이미지를 내줄 듯 말 듯 긴장을 잡는데, 그 방식 또한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기대감을 주기보다는 상반된 소재를 겹쳐 넣어 '방해받게' 하는 것이다. 1절 해찬의 성가대 소년 같은 발성 밑으로 테크노 풍에 가까운 신스가 깔리는 것도 그렇고, 후렴에서도 노래를 향해 반주가 집중되기보다는 이질적이기 직전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깔아 넣으며 때론 턴테이블리스트 식의 불협을 불사한다. 화려하다고 하자면 화려한데, 멋지기 위한 화려함이라기보다는, 정신없는 광장에서 사람들 틈새로 누군가를 발견하는 단속적 순간들 같은 '복잡함'이다. 물론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또는 넋을 놓고 있어도 눈 속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은, 미숙하게 들릴 정도로 담백한 "내 마지막 첫사랑"을 비롯한 몇 곳의 포인트들이다. 굉장히 트리키한 방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이만하면 꽤 성공적으로 나온 결과물이라 판단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NCT 드림의 특색이라면 역시 멤버들의 평균 나이가 어린 만큼 변성기도 채 지나지 않은 듯한 미성이 가장 귀에 먼저 들어오는데, '마지막 첫사랑' 역시 'Chewing Gum'에 이어 이번에도 그 특성을 십분 활용하며 청량감을 더하고 있으며, 빽빽히 채워진 듯한 화음의 밀도도 여전하다. 'NCT'라는 큰 틀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멤버들로 팀을 구성한 의도를 수긍하게 되는 싱글. 같은 맥락에서 이승환의 '덩크슛'을 리메이크한 것은 의외면서도 팀의 컬러에 이보다 적격일 수 있을까 싶은 선택이며, 켄지의 편곡을 거쳐 팀에게 완전히 안성맞춤인 곡이 되었다. 원곡과 비교하며 들어보아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추가로 수록된 'Chewing Gum'은 다시 들어도 여전히 흥겹다.



비트윈
떠나지 말아요
에렌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10일

   

겨울에 발매되는 아이돌 발라드 디지털싱글이 참 시시한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의외로 괜찮은 곡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이 비트윈에게서 나왔다는 것도 조금은 의외일지 모르겠다. 정통파의 코드 진행에 또박또박 짚어 가는 피아노와 스트링, 1절 끝나고 등장하는 랩 등 모든 것이 더없이 정석적이지만 그만큼 매우 안정적으로 뽑힌 발라드다. 과하게 욕심부리지 않는 선에서 멜로디가 그려내는 화성의 라인이 (버스의 시작음을 비롯해) 또한 적당히 유려한 선을 지킨다. 디테일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 심심해질 만하면 살짝 간지럼 태워주는 부분들이 있어 흐름도 좋다. 1절 뒤의 랩이 들어갔다가 빠지는 순간이 조금 어색하다든지, 후반에 감정이 고조되면서 랩과 보컬이 겹쳐질 때 조금 산만하다든지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다. 그러나 아련하게 흐르면서도 궁상으로 빠지지 않는 감성이 정석적인 팝 발라드로 구현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칠학년일반과 작업하던 안형석, 일당백의 작품인데, 이런 쪽의 작업이 더 잘 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써니힐
두 갈래 길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10일

   

놀랍지 않게, 곡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잰걸음을 재촉하다가는 미끄러지고, 다시 짧게 탕탕 치고 지나가는 보컬이다. 뮤직비디오는 흐린 듯 칙칙한 낮에서 시작해 불빛 가득한 밤까지 이어지는데, 질감이 푸근한 킥과 영롱한 일렉 피아노가 그 모든 풍경을 아울러 매끄럽게 어울리면서 차분하고 예쁜 공간을 만든다. 그것이 자조 섞인 가사를 장식하기보다 그 여정을 함께하며 좋은 무게감을 잡아준다. 곡이 끝날 때면 내려놓는 보컬이, 정신없이 걷다 보니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와 같은 감각을 제공하며 여운을 남긴다. 놓치기엔 아까운 곡.



원더걸스
그려줘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2월 10일

  

어떻게 해도 마지막이란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원더걸스의 10년 활동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이별 노래. 빈티지한 터치로 마무리된 느긋한 슬로우잼 선율에 당연하게도 팬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실려 흐른다. 그 어떤 팬송보다 진한 감정을 담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팬송에서 느껴지는 무안함이나 느끼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원더걸스라는 그룹의 품었던 시간과 품이 그만큼 넓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가끔이라도 좋아 / 나를 감싸주던 손으로 그려줘 / 그리고 아주 조금은 / 나를 그리워해줘"라는 노랫말을 천천히 눈으로 따르며 단지 한 아이돌 그룹의 해체가 아닌 헤어짐과 아픔의 보편적 정서를 읽는다.

원더걸스의 많은 것들이 그러했지만 참 '이런 곡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담백한 합주 녹음 같은 공간이 그다지 다듬어지지 않은 것처럼 들리지만, 다소 과한 듯한 리버브의 느낌마저 이 곡에서만큼은 감상을 더 깊게 하기만 한다. 늘 진심 따위 상관없다는 듯이 유쾌하게 다가오던 원더걸스의 랩이 나직하고 무겁게 다가올 때도 가슴이 철렁한다. 다소 단순하게 쓰이고 있다 싶던 신스가 브리지에서 두터워진 보컬의 대척점에 서는 순간도 매혹적. 지나친 감정 이입이 판단을 흐리는 건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7년 1월 초순
  2. 1st Listen : 2017년 1월 중순
  3. 1st Listen : 2017년 1월 하순
  4. 1st Listen : 2017년 2월 초순
  5. 1st Listen : 2017년 2월 중순
  6. 1st Listen : 2017년 2월 하순
  7. 1st Listen : 2017년 3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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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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