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12월 중순

2016.12.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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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씨앗, K.A.R.D,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빅뱅, 택연, 할리퀸, 에이핑크, VAV, 옌써, 이달의소녀, 신용재&루나, 큐브 엔터테인먼트, 한승연, 박경, 엑소, XIA(준수)의 새 음반을 다룬다.
씨앗(SEEART)
Bloom The Seeart
야마앤핫칙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2일

   

배윤정 단장이 이끄는 댄스팀 야마앤핫칙스가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데뷔 전 프로모션도 꽤 한 모양인데 어쩐 일인지 통 접해보질 못했다. '씨앗'이란 그룹명을 영어로 'See'와 'Art' 두 단어를 합쳐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고 뮤직비디오 대신 '뮤직 포토'란 제목으로 모두가 뮤비로 움짤을 만드는 시대에 거꾸로 움짤을 뮤비화한 아이디어 또한 'SEEART'란 이름에 어울리지만, 정작 노래에선 특별히 그룹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아직 발견할 수 없었다. 선공개 싱글이라 무난하고 안전하게 가는 것일까, 오히려 잃을 게 없는 시기일 때 좀 더 센 걸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무엇보다 '야마앤핫칙스' 소속이라고 하니 퍼포먼스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팀이다.



K.A.R.D
Oh NaNa
DSP 미디어
2016년 12월 1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DSP의 새 그룹 카드의 데뷔 싱글. 이게 얼마만의 혼성 아이돌그룹인지! 케이팝은 퀴어베이팅 장사가 심한 장르이고, 그래서 무대에서 헤테로섹슈얼 텐션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퀴어베이팅이란: 콘텐츠에 동성애적 코드를 넣어놓았지만 나중에는 그게 아니었다며 발뺌하는 것. '브로맨스'나 '걸크러쉬' 같은 단어도 이런 시도라고 보아야 한다) 아예 발랄하고 섹시한 느낌의 혼성그룹이 등장했다니 그 자체로 충분히 놀랍다. 'Oh NaNa'는 '안 믿을래'로 베리굿에 트로피칼 하우스 구원투수로 나선 낯선과 빅톤 등이 만든 곡. 이들이 이끄는 팀 Zoobeater Sound를 꾸준히 주목하고 싶다. 본인들이 랩퍼이기도 해서 'Oh NaNa'의 랩도 안정적으로 메이킹해주었고, 그게 혼성그룹에서 자칫 묻히기 쉬운 남성 멤버들의 섹시함을 적절하게 부각해주었다. 댄서블한 비트에 남녀 멤버들이 눈빛 교차하며 추는 꿀렁꿀렁한 웨이브는 연말 시상식 콜라보에서도 보기 힘든 케미스트리라 단번에 눈을 끈다. 전소민은 퓨리티나 에이프릴 때보다 지금이 훨씬 잘 어울리고 편안해 보인다.

일단 뮤직비디오를 보고 많이 놀랐던 게, 혼성 그룹이었다. 그것도 남자 둘에 여자 둘. 사실 '남녀공학'의 궤멸 이후로 이제 한국 사회에 혼성 그룹이 다시 선보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건만... 여튼 곡은 생각보다 도회적이고, 멤버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다. 음원이든 시각 이미지든 각각의 쓰임새가 도식적이고, 가사가 심각하게 통속적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차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결정적인 한 방은 없지만, 안정적인 출발을 보여주는 싱글.

놓치기 아까운 음반

별안간 DSP에서 혼성 4인조 그룹이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우려가 앞섰으나 노래를 듣고 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힙합과 댄스가 잘 조화된 'Oh NaNa'는 단순한 구조지만 보컬 파트와 랩 파트가 적절한 균형으로 교차하면서 긴장감 있게 곡을 끌고 나가면서 묘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특히나 곡에 찰싹 달라붙은 듯한 소민의 보컬은 에이프릴 때보다 훨씬 더 알맞은 옷을 갖추어 입었구나 싶어 굳이 팀에서 하차한 결정을 뒤늦게 수긍하게 되기도. 카라 출신 허영지는 모처럼 새 둥지를 트나 싶더니 히든멤버는 단순한 피처링 개념이고 매 앨범마다 히든 멤버가 바뀐다고 하는데, DSP다운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신의 한 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 모처럼 혼성그룹인데 남성 멤버는 둘 다 래퍼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다음 노래에선 그들의 보컬도 들어볼 수 있을지, 또 여성 멤버들의 랩도 들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그 전에 일단 음악방송 활동부터 좀 시킵시다.



서인국, 빅스, 구구단, 박윤하, 박정아, 김규선, 김예원, 지율
Jelly Box Jelly Christmas 2016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3일

  

은근 팬심 자극하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2016년 버전의 젤리 크리스마스. '니가 내려와'는 예년의 그것에 비해 전통의 고운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각 가수의 개성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 보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던 리메이크도 아니고 정성이 꽤 들어간 곡이니 다른 시즌송 마냥 무심하게 대하긴 어렵겠다. 시국과 맞물린 의미심장한(?) 제목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네이버 뮤직의 '앨범 한마디'도 온통 제목에 관한 이야기뿐이니 말이다.



빅뱅
MADE
YG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3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작년 한 해를 '정리'해버렸던 빅뱅의 "MADE"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Fantastic Baby'나 '뱅뱅뱅'에 필적할 강렬함을 기대했다면 조금 의외일 트랙들로 화룡점정. 다가올 장기간의 공백을 조급하게 대처하기보다 오히려 K-pop scene의 탑클래스로서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GD의 꾸준한 관심사이자 테마였던 '한국적'인 소품을 잔뜩 등장시킨 '에라 모르겠다'나 'Monster'와 'BLUE'와 같은 '빅뱅 블루스'의 무드를 그대로 이어가는 'LAST DANCE', 여느 때보다 더 애절하게 들리는 'GIRLFRIEND'까지, 빅뱅의 독보적인 위치와 존재감을 확고히 다지는 작품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작년 "MADE" 시리즈 싱글이 차례로 발매될 당시에는 각 싱글끼리 유기성 없이 그저 '싱글의 집합'이라는 의미에서 앨범으로 구성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풀 앨범을 들어보니 처음부터 앨범 단위로 기획된 것처럼 일정한 흐름을 만들고 있어 놀라웠다. 그 흐름이 '흥겨운 파티의 피날레'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빅뱅을 즐겨 듣던 팬이라면 누구나 이런 분위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겠다 싶을 정도. 빅뱅의 아이돌로서의 장점과 아티스트로서의 입지가 가장 고르게 균형 잡힌 앨범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에라 모르겠다'를 시작으로 'Last Dance'와 'Girlfriend'로 이어지는 세 개의 신곡은 기존 발표곡들보다는 템포도 느린 편이고 첫 감상의 임팩트도 아무래도 좀 떨어지지만, 'Loser'와 '뱅뱅뱅' 등 그간 발표해온 곡들이 작년 여름 내내 차트를 어떻게 달구었는지를 봐왔다면 이 세 곡이 앨범 수록곡으로써 그리 떨어진다고 보기엔 어렵다. 다만 네 장의 싱글을 모아 정규앨범이 발매되기까지 시간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려야 했나 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기다리다 제풀에 빠져버린 흥이 나도 모르게 신곡을 감상하는 데에 방해요소로 작용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이 빅뱅으로서 가능한 음악적 영역 각각의 극점이었다면 신곡들은 그보다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안정권 내의 빅뱅 음악으로 구분해보면 좀 더 뚜렷하게 곡마다의 개성이 보이기도 하고, 이 곡들이 채워짐으로써 비로소 완성된 오각형의 그래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이렇게 알찬 앨범은 다시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MADE"라는 타이틀 그대로 빅뱅은 지난 한 해 동안 자체적으로 커리어에 정점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그런 만큼 앞으로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양한 이슈와 대중의 목소리에 그들이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가사에 반영한다면, 한 단계 더 새로운 영역으로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우 사적인 바람을 품어본다.



택연
2016 외로운 옥캣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4일

  

'Merry Christmas to you'를 수록한 싱글. 잘 모르고 놀라는 것일 수도 있는데, 작사, 작곡이 모두 택연이다. 농담으로라도 곡이 좋다고 이야기하진 못하겠지만(특히 멜로디 진행이 묘하게 'Last Christmas'를 닮았다. R.I.P. 조지 마이클), 싱글 이름이 "2016 외로운 옥캣의 크리스마스 이벤트"인 것도 그렇고, 잘 부르진 않았지만 유독 진솔하게 느껴지는 보컬도 그렇고 이것은 철저하게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결과물이므로 객관적인 잣대를 무작정 들이댈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수 뜬 올 풀린 장갑을 어찌 버릴 수 있으리.



할리퀸
Closer
가인 솔루션 컴퍼니
2016년 12월 15일

  

할리퀸은 여성 4인조 걸그룹. 검색 더럽게 안 되는 두 개의 키워드(할리퀸/클로저)로 그룹명과 곡 이름을 달았다. 그룹명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대단히 충격적인 콘셉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단 이들의 외모와 의상은 무난 그 자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죄가 깊다는 생각은 든다. 곡은 긴박한 힙합 비트와 덥스텝을 뒤섞어 놓았는데, 만드는 쪽이 양자에 대한 괜찮은 이해도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게 걸그룹에게 어울리는 곡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들의 직캠은 탈의 퍼포먼스를 포함하여 꽤 수위가 높은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으니 장차 이쪽으로 포텐을 살린다면 지금의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겠다. 곡도 퍼포먼스에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듣기 괜찮은 편이고.



에이핑크
Dear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5일

   

지금까지 에이핑크의 미덕은 익숙한 사운드의 리바이벌과 그에서 오는 편안함이었고, 따라서 진보적인 사운드를 제시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 스페셜앨범 "Dear" 역시 마찬가지다. 타이틀곡 '별의 별'은 기존 에이핑크가 하던 90년대적 감성에서 조금 후대로 옮겨가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에 걸면 적합할 것 같은 2000년대 느낌은 아마도 그 시기 즈음에 인기 있던 시부야케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E마이너나 후렴으로 들어가는 멜로디 전개가 2008년에 발매된 에픽하이의 '1분 1초'를 생각나게 하는 것도 있다. 수록곡들은 기존에 발표했던 댄스 넘버들을 발라드로 재해석한 곡들이 대부분인데, 그냥 원곡을 듣는 것이 낫겠다. 에이핑크 멤버 개개인의 목소리를 좋아한다면 그 재미로 들을 수는 있겠으나, 댄스에 맞게 만들어진 멜로디들을 발라드로 바꾸어봤자 늘어질 뿐이다. 대부분의 노래의 도입부를 초롱이 맡아 부르고 있는데, 초롱 특유의 공기 섞인 예쁜 톤이 꿈꾸는 듯한 느낌을 준다.

SBS의 SAF 가요대전을 통해 처음 접한 '별의 별'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전작 '내가 설렐 수 있게'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사실 이 두 곡을 들으며 '이제야 이들의 음악이 2000년대에 접어들었구나'란 생각이 들긴 했다. 그것도 제이팝 기준으로. '내가 설렐 수 있게'가 미샤를 비롯한 알앤비 가수들의 2000년대 중반 곡을 떠올리게 한다면, '별의 별'은 (평자가 레퍼런스로 사랑해 마지않는) 같은 시기의 M-flo를 연상시킨다. 어느 쪽이든 상업적인 만듦새는 말쑥하고 멤버들의 외모는 절정에 달했으나, 예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비슷한 콘셉트로 득세한 후배들로 인해 더더욱.

겨울 스페셜 앨범이라곤 하지만 지난 앨범에 이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은 점이 조금 신경 쓰인다. 신곡들과 지난 타이틀 몇 곡의 발라드 버전, 그리고 몇 곡의 연주곡(inst.) 버전이 섞여 있는데, 구성만 놓고 보면 스페셜 앨범임을 감안하더라도 꽤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멤버들이 작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 신곡들은 반갑지만, 기존 곡들의 발라드 버전은 듣다 보면 원곡이 더 생각나는 단순한 편곡이 아주 아쉬운데, 세 곡이나 연거푸 익숙한 곡이 느린 템포로 흘러나올 때의 피로감을 앨범을 구성할 때 조금 계산했더라면 어땠을까. 수록곡 중 'Miss U'는 반대로 에이핑크 스타일의 댄스 버전으로도 들어보고 싶은 곡. 팬이라면 아마 웅장미까지 느껴지는 '잃어버린 조각'에서 귀를 떼기 힘들 것 같다.



VAV
Here I Am
에이큐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흔한 아이돌의 발라드 시즌송치고는 상당히 예쁘게 잘 만들어진 싱글. 기교에 서툰 미성의 보컬마저 소년의 설렘으로 느껴지는데, 이런 곡은 오히려 너무 능숙하게 부르면 조금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차분하게 톤다운 된 화면의 뮤직비디오도 편하게 다가오는데, 막연한 '친근감'을 어필하기 위해 급조된 여타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정교한 원테이크 카메라 워크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작품에 주라고 discovery가 있는 거라구요.

놓치기 아까운 음반

네 장의 음반을 내었건만 아직도 이름을 보면 '이런 그룹도 있었어'하고 깜짝 놀라게 되는 VAV의 새 싱글. '겨울잠 (Here I am)'과 이 곡의 인스트루멘털을 수록하고 있다. 비록 글의 시작을 이들의 지명도 낮음으로 시작했지만, 적어도 '겨울잠 (Here I am)'을 들으면 이들을 다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물 건너온 곡을 받아 물 건너온 분위기를 팍팍 내주시는데, 도입부가 끝나고 펼쳐지는 간주의 재지함이라든지, 후렴구의 브라스 사용 같은 것을 들으면 정말 제대로 만든 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상하게 이번 회차에는 시즌 송으로 폄하하기 어려운 곡들이 많은데, 그 흐름에 VAV도 동참하게 되었다. 축하한다. 고로 Discovery!



옌써(YANSE)
Color Vampire
피노키오 회사
2016년 12월 15일

  

1. 옌써는 중국어 顔色의 독음이라고 한다. 의미는 '색깔'. 2. 타이틀 '컬러 뱀파이어 (Color Vampire) (Feat. TAQ)' 외 총 네 곡이 수록된 싱글. 3. 멤버는 셋으로,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아이돌 트레이너 출신이라고 한다. 둘은 댄스 트레이너, 하나는 보컬 트레이너. 4. '컬러 뱀파이어 (Color Vampire)'는 90년대 팝을 어반하게 다시 다듬은 듯한 곡인데, 평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하다만 예스럽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Fill me up~ 우후~'하며 끊임없이 나오는 여음구가 그러하다. 5. 음원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부족한 점을 무한한 열정으로 채운다는 느낌이 강하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채운 이들의 열정이야 높이 산다만, 수없이 많은 아이돌과 그들의 앨범이 형성하는 무한한 하이어러키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비운의 싱글.



이달의 소녀
HaSeul
BlockBerryCreative
2016년 12월 15일

   

이달의 소녀 세 번째 소녀인 하슬이 공개되었다. 솔로 뮤직비디오의 스케일이 더욱 커져서 이번엔 아이슬란드 올로케를 했다고 한다(이쯤 되면 투자 자본 걱정했던 것이 무색해진다). '소년, 소녀'는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든 작곡팀 오레오의 작품. 신비한 분위기의 마이너 멜로디를 현이 묵직하게 받치는 것이 아이유의 데뷔곡 '미아'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대곡을 이끌어가기엔 하슬의 목소리에 힘이 아직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공개된 3인이 모여 함께 부른 'The Carol'에서 하슬이 고음 파트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그룹에서 보컬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열두 명 전원이 모이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다음 달, 또 그다음 달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소녀가 한 명 있는데 소녀소녀한 역할도 하고 보이시한 역할도 하고 아이슬란드까지 가서 뮤직비디오를 찍은 데다가 그 배경이 설원 위의 망가진 비행기 앞이고 수정도 주으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나올 것 같은 멜로디와 목소리로 '소녀는 소년의 소원'이라고 말해버리면 이 오타쿠 아저씨는 Pick!을 줄 수밖에 없잖아...



신용재(포맨), 루나
그대라서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6일

   

이번에는 박효신 풍으로 돌아온 SM Station. 생각보다 루나와 신용재의 목소리가 잘 어울렸다든가, 잔잔한 멜로디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든가 하는 식의 장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무성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다가 언캐니하기까지 한) 뮤직비디오나, "오너뢜머ㅗㄴㅇ리ㅏㅓㅗㄴ이ㅏ러ㅣㅗㄴ아ㅓㅚㅓㅏㄹㅇ"라고 바꿔 써도 별 무리가 없을, 있으나 마나한 가사를 들으면 '역시, 역시 SM이야!'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양적인 것이 쌓이면 질적인 것도 보장된다고 믿는 걸까?



현아, 장현승, 비투비, 노지훈, 씨엘씨, 펜타곤
2016 United Cube Project Part 1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6일

  

큐브가 요즘 '세상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인다. '울면 안 돼 포기하면 안 돼/우리 새로운 세상에는 서로 웃으며 행복해', '모두 말과 피부색이 달라도 같은 마음일 거야'와 같은 가사는 너무나 2000년대 SMP를 연상하게 하는데, 흘러간 SMP를 부활시킬 연성진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클래식을 모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포석인 것은 맞지만, 너무 뻔한 노림수는 종종 반감을 사기도 한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승연
잘 있니
제이와이드 컴퍼니
2016년 12월 19일

   

이 닉네임을 달고 여기다 무슨 말을 써봤자 아무런 신뢰성을 획득하지 못할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몇 마디를 굳이 보태어 본다. 지난 '그앤나'와 더불어 카라 활동 때보다 보컬의 힘을 의도적으로 뺀 채 어쿠스틱한 곡을 연속해서 택하고 있는데, 성량보다는 음색이 더 매력적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또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장점과 단점 모두를 잘 파악한 스윗튠이기에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팬으로선 참 예쁜 노래란 생각에 애착이 가면서도 대중적으로는 이런 패턴을 지속한다면 뻔한 결과물로 받아들여질까 우려도 생기는 것이 사실.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지만, 다음번에는 조금은 색다른 시도도 괜찮지 않을까.



박경
오글오글
세븐시즌스
2016년 12월 19일

   

지코가 미디어에서 '힙합'의 대명사가 되는 동안 박경 역시 그만의 독보적이고 일관적인 영역을 훌륭하게 구축하고 있었다. 주제에서는 이전의 싱글들과 큰 차별성을 만들진 못했지만, 드디어(!) 고명처럼 얹어져 있던 여성 보컬이 빠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경 역시 좋은 보컬이기도 하므로 어떤 아쉬움이 해소된 느낌이랄까. 소년의 연애담임에도 진짜 '오글거리는' 허세 없이 소소하고 귀여운 에피소드로 채운 가사는 매력 포인트일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박경이 내놓는 싱글과 믹스테잎의 고유한 캐릭터로 자리 잡은 듯하다. '믿고 듣는' 음악의 '믿는 구석'이란 이렇게 만드는 것.



엑소
For Life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19일

   

매해 겨울 착실하게 좋은 노래를 내고 있는 엑소의 2016년 겨울 스페셜 앨범. 타이틀곡 'For Life'는 오랜만에 듣는 켄지의 그룹 발라드다. 2절 중반부터 목소리의 화성이 쌓이며 조금씩 고조되고, 와중에 뒤에 깔리는 악기는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이 차분하면서 벅찬 분위기를 캐리한다. 후반에 크고 화려해지는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급작스럽지 않게 들리는 것은 이 2절에 쌓은 코러스 화성 뒤로 녹아들어서인 것 같다. 에스엠 발라드의 대부분이 강박적일 정도로 스트링 마무리를 하는 데 비해 모든 곡이 그게 다 잘 어울리지는 않는데, 부드러운 보컬 화성과 어우러지면은 실패율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다. 이 곡도 그런 의미에서 간만에 에스엠 스트링이 거슬리지 않은 좋은 켄지표 발라드였다. 엑소가 과거의 동방신기처럼 하모니를 공격적으로 프로모팅하는 팀이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매스콰이어 수준으로 단단한 화성의 벽을 들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합창단과 라이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곡이다.

곡은 특별히 언급할 게 없는 발라드 소품이건만, 평자는 'For Life'를 들으며 이들의 지난 세월을 반추한다. 세상에 모습을 보인 지도 4년이 넘었고, 길이 남을 마스터피스도 선보였으며, 멤버들의 이탈도 겪었고, '진보된 케이팝의 선택이 중국풍인 건가'라는 고민거리도 안겨주었다. 이렇게 다시 글로컬한 노래를 들려주니 드는 생각은 결국 이들의 아이덴티티는 동아시아적인 것이었고, 지난 4년여간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일단의 무리들은 이 점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호하는 그룹도 아니었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낮다만 그 울림만은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의 EP.

이제는 겨울에 스페셜 앨범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엑소. 어쩐지 지난번보다 더 차분하게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의 곡들이다. 반주의 화려함을 최대한 정제하고 목소리로 가득 채워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앨범. 다만 찬열의 래핑이 두드러지는 'Twenty Four'는 잔잔한 노래들 사이에서 다소 뜬금없이 불쑥 튀어나온 인상이라 굳이 겨울 앨범에 실었어야 했을까 의아함은 남는다.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곡마다 개성이 뚜렷하며 특히 'Falling For You'나 'Winter Heat'는 엑소의 스타일에 겨울이란 계절감이 적절히 더해진 곡들이다. 타이틀곡 'For Life'는 전주부터 어딘지 모르게 조규찬의 음악이 떠올라서 더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작곡가를 확인했더니 켄지의 이름이. 딴소리지만 앨범을 듣다 보니 엑소가 부르는 조규찬의 '그리움'을 한번 들어보고 싶어졌다. 스페셜 콜라보 기획을 요구하는 건 무리수이려나.



XIA(준수)
Cake Love
HIGHGRND
2016년 12월 20일

  

'겨울이니 한 곡 불러주시나'하고 가벼이 생각하며 들은 평자의 뒤통수를 가격한 의외의 싱글. 평온한 멜로디 아래 긴박한 비트는 예상외로 수준급이고, 난해한 가사는 기괴하기까지 하다. 사실 김준수의 보컬이 한국 최고라면 어폐가 있겠지만, '호소력이 있다'고 하면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호소력이란 게 부모의 억압으로 힘들어하며 친구들과도 소통을 거부하는 코쿤 속 소녀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호소력이라면...? 평자 안의 김준수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온 싱글.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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