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11월 초순 ②

2016.11.0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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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순의 아이돌 신보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분량 관계로 2회에 나눠 게재한다. [11월 6일까지의 발매반 보러 가기] B.A.P, 마마무, 비투비, 탑독, 효린, SUPA, 소년24, D.I.P, 다이스, 메리트, 티아라, 빅톤, 모모랜드, 규현, 인피니트, 아스트로의 새 음반을 다룬다.
B.A.P
Noir
TS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밀도가 엄청난 앨범이다. 앨범의 제목답게 타이틀곡 'Skydive'의 뮤직비디오는 총격전과 배신이 난무하는 느와르 장르. (이런 걸 평소 잘 안 보는 본인 같은 감상자의 경우 멘탈에 다소 금이 갈 정도다.) 의아할 정도로 정통 뉴욕 피아노 재즈인 'Le Noir'로 시작해서, 2번 트랙에서 만나는 'Skydive'의 충격이 배가 된다. 디스토피아 배경 블록버스터의 주제곡 삼을 만한 무게감이 듣는 사람을 압도하다 못해 이런 곡을 소화해내는 당사자들에 얹히는 부담감이 걱정이 될 정도다. 내내 마이너로 숨 막히게 달리다가 2분 45초의 코드체인지가 일말의 희망 같이 느껴지는 것이 참 좋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이다. 가령 3번 트랙 'Ribbon in the Sky'는 스티비 원더의 노래로 알려진 로맨틱한 오브제가 아닌 거의 혁명의 깃발이다. 방용국과 젤로의 유닛 곡 '주소서'는 죽음 앞에 영적인 질문을 던지는 젊은이의 목소리가 몹시 처절하고 무겁다. 아이돌 그룹 중에 갱보컬 제일 잘하는 그룹 B.A.P 전원의, 함께 하는 무대가 보고 싶다. 방용국이 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언제나와 같이 어깨에 힘을 팍! 주고 만들어진 정규 앨범. 타이틀 'Skydive'는 그간 축적해온 이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멜로디와 비트에서 묻어나는 록적인 색채, 워블 베이스 같은 공격적인 사운드의 채용, 괜시리 심각해지려 하는 가사까지. 요모조모 공들어 만들어진 곡이지만 이들이 좀 더 많은 팬층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확연히 보여준달까. 특히 멤버들의 캐릭터가 자연인 그 자체일 필요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역할 놀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마이너스 아닌 마이너스이다. 늘 입덕하기에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은 그룹의 느낌을 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터. 10분이 넘는 'Skydive'의 장대한 뮤직비디오 또한 이런 성향을 강화해준다. 참, 이 뮤직비디오 은근 잔인하다.

첫 트랙에서 예상도 하지 못했던 재즈 선율이 흘러나와 다른 앨범을 틀어놓은 게 아닌가 확인부터 했다. 막연히 관성적으로 알고 있던 B.A.P의 이미지에 충실한 곡들과 그걸 깨부수어주는 곡들이 균형감 있게 조화된 앨범인데, 무겁고 장엄한 색깔과 산뜻하고 쾌활한 곡들이 섞여 어쩌면 충돌감을 줄 수도 있음에도 이제는 관록이 쌓인 멤버들의 보컬과 랩이 어느 쪽의 콘셉트든 맞춤옷처럼 소화해내고 있어 자연스럽다. 어쩌면 1세대 보이그룹에서 많이 보던 구성처럼 보이기도 해서 익숙함마저 느껴지는 앨범. 순전히 취향만으로 꼽자면 'Ribbon In The Sky'나 '주소서'처럼 웅장미 있는 곡들이 귀를 사로잡는다.



마마무
Memory
RBW, CJ E&M Music
2016년 11월 7일

   

연이은 차트 홈런과 안타로 실력파 이미지와 탄탄한 팬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그룹의 당당함이 앞선다. '여자대통령'을 가지고 나왔던 걸스데이나 'Give it to me'를 부르던 시절의 씨스타를 연상시킨다고 할까. 리얼 악기 사운드가 흘러넘치는 편곡과 그에 결코 밀리지 않는 네 멤버의 목소리로 꽉 채운 타이틀곡을 시작으로 앨범은 마마무 특유의 펑키함을 살린 오밀조밀한 팝, R&B, 재지한 발라드 등 다채로운 수록곡들의 비호 아래 기본 이상을 거뜬히 해낸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그간 다소 애매했던 그룹의 가요계 포지셔닝이 보다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하필 그 길목에서 데이트 폭력을 로맨틱함으로 묘사해 결국 부분 수정까지 감행한 뮤직비디오가 결코 작지 않은 오점으로 남을 것 같아 입맛이 쓰다.

마마무는 특정한 장르의 음악을 한다기보다는 음악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다. 시대별로 유행한 재즈의 소스들과, 짧게는 마마무의 활동곡까지도 덩어리로 떼어다가 이리저리 주무르고 배치한 결과물들. 이번 앨범에서는 그 대상을 재닛 잭슨이나 2000년대 가요를 포함해 한층 넓혀나간다. 달리 말하면 팝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을 그대로 취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장르를 녹여내기보다는 차라리 레디메이드에 가깝게 배치하는 형태다 보니 훨씬 떠들썩한 질감을 연출해 마마무의 유쾌하고 음악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잘 담아낸다. 또 한 편으로는 그렇듯 재료의 원형이 살아있는 점이 이를 더 기호적으로 작동하게 하여 마마무의 '음악성'이란 프레임에 기여하기도 한다. 굉장히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한 편의 작품이 되었는데, 어수선해질 수 있는 이 풍경화에 아슬아슬하게 응집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마무의 힘이라는 판단이 든다. 'Decalcomanie'의 뮤직비디오 건처럼 프로덕션의 주도권을 선명하게 쥐고 책임지는 주체가 다른 아티스트보다 불분명한 것은 마마무의 매우 독특한 조건인데, 앞으로의 작품들에서 이에 어떻게 대응하거나 또는 이를 바꿔나갈지 귀추를 주목하고 싶다.



비투비
New Men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7일

   

발라드 가요 노선으로 멀리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의 비투비는 꽤나 파워풀한 곡으로 돌아왔다. 스트링과 피아노가 비극적인 공간을 한껏 일궈놓은 속에서 비장하고 처절하게 핏대를 세우며 내달린다. 후렴 끝부분에 킥이 가속하는 것이 보컬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이뤄져 조금 신경 쓰인다 싶었는데, 그것이 2절에서는 브리지로 빠져나가는 공간 전이를 근사하게 이뤄낸다. 전작들의 노선이 그립다면, 취향에 따라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운 곡풍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감정을 찌르는 멜로디가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의 의의는 발라드 가요의 정수를 댄스곡에 이식하는 것인데, 그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적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투비의 왁자지껄하면서도 선이 과히 굵지 않은 캐릭터가 발라드 중심의 활동을 거치면서 다져져 이 곡에 좀 더 설득력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겠다. 큼직하게 스케일을 키우고서 디테일에서 힘있게 찍어 나가는 'Yes I Am', 느긋하고 유쾌한 힙합 성향 튠의 정석을 매끈하게 구사하는 '무료해 (콕 To Me)'도 매력적인 트랙들.

비투비의 노래를 들으면서 감탄하게 되는 지점은 단순히 '가창력이 좋다'가 아니라 곡마다 필요한 요소에 필요한 만큼만 그 가창력을 능숙하게 조절하며 멤버들끼리 합을 맞추는 팀워크에 있다. 혹자는 오히려 너무 잘 정리된 음악에 무난함 또는 심심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유행가로써 몇 개월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들을수록 그 매력이 살아나는 유행을 타지 않는 노래들이라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사운드와 멜로디의 'Yes I Am'과 비투비다운 비글미가 살아있는 '놀러와'도 추천하고 싶다. 뒤늦게 'WOW'와 '심장어택' 같은 곡들을 통해 비투비를 알게 된 입장으로서는 좀 더 흥이 나는 곡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계절이 겨울임을 감안하며 여름까지 참고 기다려보겠다.



탑독
First Street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7일

   

꽤 오랜만에 만나는 탑독의 신보. 힙합 아이돌로 시작했지만 훨씬 팝적인 어프로치로 돌아섰다. 상당히 듣는 재미가 있는 앨범이 되었는데, 첫 곡 'Perfume'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다가 7번 트랙의 'Good morning'을 향해 점차 부드럽고 살풋하게 흘러내리는 구조도 흥미롭다. 그 과정에서 일렉트로스윙을 잘 활용한 '뭐랄까나'를 거쳐, R&B적 요소들이 늘어지지 않게 퓨처 사운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Flower'와 'Blind'를 배치한 것 역시 좋은 흐름을 만든다. 이 트랙들이 더 매력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타이틀 '비가 와서 그래'가 너무 '국힙'스럽게 흐르면서, 탑독의 시끌시끌하던 매력도, 그 속의 날카로운 인상들도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효린
It's M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8일

   

그냥 씨스타의 노래 중 하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타이틀 'Paradise'는 긴박한 리듬과는 별도로 진부한 멜로디와 가사가 듣는 이를 지치게 한다. 어쩜 한결같이 비슷한 노래들을 뽑아내시는지 신기할 정도. 물론 효린의 친근감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지만 미디어 노출 빈도가 지나치게 높아 이제 식상해졌다는 생각도 들고. 평자 개인적으로 큰 실망이었던 점은 도끼와 박재범이 피처링한 곡이 하나같이 별로였다는 것. 'Love Like This'나 'One Step' 모두 채식주의자용 돈까스 같아서 이들의 원곡을 듣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Paradise'의 뮤직비디오는 니키 미나즈의 그것을 노골적으로 차용한 시각 이미지가 잦아서 이러한 점 또한 마이너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당최 곡 분위기와 무관한 정글이 왜 나오는 거야?

솔로 효린으로서 방향성을 확실히 잡고 간다기보다는 어떤 옷이 가장 잘 맞을지 탐구해나가는 과정에 놓인 듯한 인상의 앨범이다. 특히 그룹 활동에서는 잘 접할 수 없었던 'One Step'이나 'Slow' 같은 곡에서의 보컬 운용이 두드러지는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동시에 효린답게 모두 잘 소화해내고 있어 아직도 보여줄 재능이 많은 가수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시청한 이후 사실 랩의 적극적인 활용을 기대했는데 그 점은 조금 아쉽다. 랩 앨범까진 아니어도 랩으로만 이루어진 노래 한 곡쯤은 다음 앨범에 실었으면.



SUPA
SUPA
GA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8일

  

멤버들이 모두 2003년생이니까, '아이들'이긴 하다. 목소리가 심하게 '아이들'스러운데, 그것이 이를테면 후렴에서 "나를 바라봐" 할 때 정말 '아이들'이 '그냥'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여기까지 오면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음반 전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목소리들은 굉장히, 정돈되지 않았고, 케이팝보다는 차라리 인디트로니카의 기조로 만들어진 두 곡의 질감도 이에 일조한다. (여담이고 또한 '궁예'지만, 록 계통의 배경을 가진 사람이 아이돌 댄스곡을 해보려고 할 때 즉각 나올 법한 곡들이다. 또한 숨바꼭질 노래를 테마로 차용한 케이팝 곡이 지난 10년간 씬에 얼마나... 그만하겠다.) 로우틴의 정돈되지 않음을 매력 포인트로 삼겠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량현량하, 한스밴드가 각각 18년, 16년 전에 나왔기 때문에 그 방법론이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으며, 이 음반에서 그러한 방향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소년24
E
CJ E&M, 라이브웍스 컴퍼니
2016년 11월 9일

   

​일렉트로닉한 분위기로 휘몰고 가는 트랙. 공연장에서 이 곡을 감상한 적 있는데, 대조군이 너무 적기는 하지만 프리데뷔로서 상당히 위압감 있게 울리는 무대들이었고 그런 인상의 중심에 이 곡이 위치하기도 했다. 음원으로 들으면서 라이브와 음원의 플랫폼 차이를 절감하는데, 다채롭게 느껴지던 것이 다소 산만하게, 꽉 차게 느껴지던 것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후렴의 콜에 해당하는 "E"가 너무 굵고 긴 탓에 터지는 맛이 없고, 리스폰스의 보컬이 대조를 이루거나 때론 겹쳐지면서 콜을 연장하는 변화들이 죽는 것이다. 곡의 다이내믹을 비틀어주는 2절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라이브에서와는 꽤나 다른 맛. 한동안 등장하지 않던 전기 냄새 가득한 트랙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장기적 전망에서 소년24는 조금 어수선한 것이 매력일 수도 있을 것이나, 조금만 더 집중력 있게 가다듬었다면 곡풍의 매력도 더 살아났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D.I.P
Fizz
인터비디
2016년 11월 9일

   

그냥 센스가 낡은 것과 레트로한 느낌을 살리는 것은 분명 다른데, 이들의 데뷔곡인 'Fizz'는 분명 후자에 들어간다. 멜로디의 흐름도 인위적인 비트도 90년대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것이 '사람의 손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어서 묘하게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게 얼마나 훌륭하냐면 곡에 공이 많이 들어 멤버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이다. 보라, 여기엔 평자가 신인의 리뷰를 쓸 때 관용적으로 붙이는 '0인조 00그룹'이라는 표현조차 없지 않은가. 어서 이들의 다음 곡을 듣고 싶다.

엑소를 비롯 여러 보이그룹의 콘셉트를 다양하게 벤치마킹해온 듯한 노래와 뮤직비디오다. 나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산만한 인상이 지배적인데, 보컬도 사운드도 조금씩만 더 정돈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콘셉트에서 아직 이렇다 할 개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이제 막 데뷔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볼 여지는 충분할 듯하다. 흥미롭게도 뮤직비디오 중반부에 측면에서 안무를 촬영한 부분이 있다. 뮤지컬적인 효과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이지 듣도 보도 못한 연출이라 눈길을 잡아끄는 데에는 성공했으며 무대 위에서 어떻게 연출할지 조금 궁금하다. 갓 데뷔한 신인인데 이미 2016년 〈한중문화스타 어워즈〉 '아시아그룹상'과 2016년 〈LBMA 스타 어워즈〉 '아시아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고.



다이스
Pa Pa
야누스 뮤직
2016년 11월 9일

  

케이팝이 가장 많이 차용한 동요의 목록을 꼽는다면 1위를 점쳐 보는 '머리 어깨 무릎 발'인지라, 나름 마음의 각오를 하고 감상했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 (케이팝의) 기본에 충실한 편이고, 시대감과 크게 따로 놀지도 않는다. 보컬은 매우 훌륭하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구석구석 디렉팅이 이뤄지면서 걸그룹 튠의 전형성을 잘 참고한 것이 느껴진다. 다만 곡이 특별히 귀를 잡아채거나 특정한 매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그다지 없어서, 밋밋하게 넘어가고 만다. 후렴의 "머리 어깨 무릎 발" 뒤에 "따라해"가 너무나 말하듯이 녹음돼 있어, 마치 따라 하는 게 당연히 정해져 있다는 듯이 다시 "머리 어깨..."로 넘어가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지는데, 늘 이상한 걸 좋아한다며 핀잔 주는 모 필자의 목소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느껴지고, 아마 프로덕션의 특별한 의도 역시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곡의 소재가 취하는 로우틴 스탠스와 사랑을 요구하는 가사가 싱글의 제목인 "Pa Pa"와 맞물릴 때 어떤 인상을 줄 것인지도 조금 고민해 줬으면 한다.



메리트
룰루랄라
준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9일

  

이 곡의 주인공은 팀파니다. 곡의 다른 요소들과 세계관이 잘 맞지 않아서 두드러지는 데다가 믹스 또한 팀파니만 잘 들리게 돼 있다. 믹스하기 쉽지 않은 악기인 건 사실이지만, 팀파니에 쏟은 애정의 반만 다른 곳에 돌렸어도 평균은 하는 곡이 나왔을 것이다. 편곡은 요즘 웬만한 작곡가의 스케치보다 즉물적이고, 멜로디의 작곡에도 딱히 성의가 없으며, 보컬 디렉팅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컬 소스는 ("전원이 평균 이상의 가창력"이라는 소개 자료가 무색하게) 일단 곡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창법과 음색이고, 음정과 박자 모두 어떤 후보정도 이뤄지지 않은 듯한데 믹스마저 전혀 거들어주지 않으니, 그저 흐물거린다. 다른 곳에선 피크가 떠서 소리가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팀파니는 잘 들린다.



티아라
Remember
MBK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9일

   

놀랍도록 시간이 멈춰있다. 808 드럼만 제외하면 완벽히 MBK가 코어 엔터테인먼트였던 시절의 음악이다. 어쿠스틱 편곡으로 하면 2000년대의 SG워너비나 씨야가 당장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마지막에 들어간 어린이 합창까지 완벽하게 그 시절의 곡. (역시 분위기 카피에는 이단옆차기를 따라올 팀이 없다…) 이런 곡에 아련하고 고혹적인 무대 연기를 하는 티아라 특유의 이질감도 꽤 반갑다.

이전만큼의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할 기회는 이제 영영 잃어버렸지만, 그동안 이들이 낸 노래는 통속적이면서도 묘하게 계속 찾아 듣게끔 하는 중독성이 있었다. 평자의 궁금한 점은 'TIAMO' 또한 그럴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이 노래를 처음 들은 지금의 느낌은 '정말 전형적이고 재미없다'이므로. 다만 '전원일기' 같은 곡이 그렇듯이 일, 이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재평가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 외적으로 보자면 멤버들은 이제 베테랑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고, '뭔가'를 아는 듯한 표정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꿋꿋한 이들의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TIAMO'는 큰 야심을 갖고 내놓은 곡이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을 차근차근 오르듯 쌓아가는 멤버들의 화음이 인상적인데, 처음 들을 때에도 마치 알고 있던 노래처럼 익숙하면서도 노래가 끝난 뒤에도 왠지 모르게 후렴구가 메아리처럼 맴도는 매력이 있다. 또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들으면 계절감도 퍽 느껴지는, 겨울 시즌에 즐기기 좋은 노래다. 함께 수록된 '이별 영화'는 티아라가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 여전히 무뎌지지 않은 채로 살아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곡.



빅톤(Victon)
Voice To New World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9일

   

허각과 에이핑크의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선보인 7인조 남성그룹 빅톤의 데뷔 EP. 인스트루멘탈 하나 없이 여섯 곡이 꽉 찬 EP를 선보인 것도 그렇고, 더블 타이틀의 체제를 봐도 그렇고 뭔가 공이 많이 들어가 보인다. 타이틀 '아무렇지 않은 척'은 미디움 템포의 힙합 비트를 깔고 흥겨운 멜로디를 얹은 노래인데, 듣기엔 좋다만 뭔가 2000년대 초반의 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성별도 멤버 수도 구성도 노래의 장르도 다르지만 묘하게 투야 같은 그룹도 생각나고... 힙합의 향만 차용했다든지, 멤버들이 곱상하다든지 하는 것은 갓세븐을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다. 전체적으로 메이저이건만 묘하게 메이저의 노선을 비껴가는 EP.

'아무렇지 않은 척'은 과욕 없이 신인 그룹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모법답안처럼 무난히 수행해낸 느낌의 곡이다. 최근 보이 그룹의 경향도 힙합 등 장르적 색깔을 전면에 내세우며 강한 이미지를 선보이는 것과 평범한 듯 학창시절 소년들처럼 활기차거나 귀여운 이미지를 드러내는 두 가지 경향으로 크게 갈린다 볼 수 있는데, 빅톤은 일단 후자를 택한 셈. 멤버들의 개성을 내세우기보단 팀 전체의 조화를 고려한 듯한 뮤직비디오의 연출과 의상 콘셉트 등 여러 면에서 신인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산뜻함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후렴구를 잘 뽑았음에도 노래가 끝날 때쯤엔 다소 과하게 반복되는 건 아닌지, 곡의 구성에 조금 더 변화구를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모모랜드
Welcome to Momoland
더블킥 컴퍼니,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10일

   

이단옆차기가 프로듀싱한 그룹 모모랜드가 리얼리티 TV쇼 이후 드디어 데뷔했다. 팀 이름에 걸맞게 데뷔 EP는 놀이공간이란 공간감을 상정하고 있다. 1번 트랙 'Welcome to Momoland'와 타이틀곡 '짠쿵쾅'은 러블리즈의 '놀이공원' 같은 몽환적인 느낌보다는 삐에로들이 파티를 여는 듯한, 좀 더 운동감 있는 분위기다. 한 박 쉬었다가 '짠!' 하고 터지는 곡의 구성에서 이런 경향성이 더 두드러진다. 콘셉트가 분명하면서 밝고 신나는, 좋은 데뷔곡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기대할 만하다.

팀 편성이나 데뷔 과정, 그리고 콘셉트까지 모든 면에서 씬의 메이저를 노리고 기획된 팀으로 보이는 모모랜드의 데뷔 EP "Welcome to MOMOLAND"는 그 포부에 걸맞은 짜임새를 보여준다. 인트로격인 'Welcome to MOMOLAND'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브리지의 트랜지션은 감탄을 자아낼만하고, 타이틀곡 '짠쿵쾅'은 아이돌 걸그룹이라면 가져야 하는 매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정색하고 심각해지는 '상사병'도 풋사랑의 감성으로 다가와 귀엽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뮤직비디오다. 비디오와 노래가 따로 움직이고 있고 익숙한 여러 배경을 놓아 팀을 다양한 콘셉트로 쇼케이싱 한다는 느낌이 크다. 그 또한 최근의 조류이기도 하지만 한편의 씁쓸함이 있다.

타이틀곡보다 먼저 수록된 'Welcome to Momoland'는 누가 뭐래도 데뷔 EP를 대표하는 트랙이라고 볼 수 있다. 제목부터 곡을 구성하는 사운드 소스까지 명백히 놀이공원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이 팀이 지향하는 세계관 자체가 워낙 수월하게 짚여서 곡에 대한 이해도 무척 쉽다. 게다가 어떠한 섹스어필도 없고, 콘셉트 스토리보드 상 무리한 듯 보이는 어색한 설정도 없다. 최근 등장한 신인 걸 그룹 중에 가장 무난한 수준의 지향을 설정했다고 보이는 까닭. 그에 비해 타이틀곡 '짠쿵쾅' 안무는 꽤 매력적이기도 하고, 힘을 준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소위 '포인트 안무'가 너무 많아서 안무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다는 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장면들을 모두 가져온 뮤직비디오 또한 이 팀이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원더랜드와 모모랜드의 상관관계를 최대한 가까운 수준으로 설정하려는 노력이랄까.

7인조 걸그룹 모모랜드의 데뷔 EP.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우주소녀처럼, 선대의 장점을 요모조모 잘 배치한 구성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레퍼런스의 노골적인 드러냄이 없어서 '면밀히 준비했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그룹. 타이틀 '짠쿵쾅'은 트와이스 이후로 이제 유아어를 구사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멜로디는 라붐이나 오마이걸 같은 선배들을 호명하면서도, 이들보다 좀 더 90년대 가요의 분위기를 풍겨 폭넓은 듣는 이를 노렸다는 느낌을 준다. 이모저모 나쁘지 않지만 아직은 이 곡 하나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긴 어려운 상태. 다음 앨범을 기대해본다. 참, 그리고 곡 제목 가지고 '쿵쾅쿵쾅 언냐들...' 운운하면서 유치한 농담을 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그러지 맙시다.



규현
너를 기다린다 (Waiting, Still)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10일

   

'블라블라'는 '너에게 간다'(윤종신)의 연장처럼 들린다. 다만 윤종신이 거의 아이돌적 정서를 담아 가슴 벅차게 발로 뛰던 것에 비해 규현의 버전은 머릿속으로 고민하며, "떨리지 않길" 다짐한다. 보다 내성적인 인물형이기는 하나 조금은 사색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복합적 구성의 앨범이 발라드 앨범보다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앨범에 가깝게 들리는 것은 그런 기조와 관계있을까. 이미지를 생각하면 은근히 가늘게 짓누른 발성이 자주 등장하는 앨범의 초반부도 단순히 '다정한 발라더'와 거리를 두려는 제스처처럼 느껴진다. 슬그머니 템포를 올려놓은 'Fall in you', '마음세탁소'의 존재감이나 질감이 다른 트랙들과 세밀하게 조절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미세하게 흘려 넣는, 어쿠스틱 기타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포크의 향취도 그렇다. '광화문에서'에 '발라더 규현'의 발견이라는 충격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면, 이제는 90년대 작가가요의 후계자라는 풀의 중심부를 향해 성큼 발을 내딛는 단계. 귀추를 주목한다.

우문같이 들리겠지만, 윤종신이 만든 '블라블라'에 꼭 '블라블라'가 들어가야 했을까. 규현이 갖고 있는 로맨틱한 정서가 도입부터 무너져 내린 느낌이다. 윤종신은 거칠고 선명한 질감이 살아있는 워딩을 시도하고, 이것이 자칫하면 지나치게 동화적으로 흐를 수 있는 발라드에 현실적인 색채를 가미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서정성이 부각되는 사례도 있으니, 규현의 '블라블라'에서 의도한 것도 이런 점이 아닐런지. 하지만 규현이 발라더로서 표방하는 캐릭터는 '이상적인 로맨티스트'다. 윤종신이 때때로 배제하고자 하는 판타지가 규현의 무기인 셈. 따라서 윤종신식 역설이 규현에게 과연 어울리는 것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규현 스스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고 평하는 '밀리언조각'도 그랬다. SNS에서 나올 법한 단어 조합이, 다정하면서도 애처로운 발라드 서사와 썩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아니, 그보다는 '광화문에서'를 떠올려보면 되겠다. 발라더 규현은 어색한 부조화를 통해 완성되는 캐릭터가 아니다.



인피니트
Infinite Effect Advance Live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10일

  

현 아이돌계, 아니 현 가요계에서 매 공연마다 라이브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이 몇이나 될까. 월드투어를 마무리하는 서울 앵콜 공연 실황을 앨범으로 발매하는 것으로 새로운 룰 하나를 더한 인피니트의 두 번째 라이브 앨범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지난 앨범보다 훌쩍 커진 자신감이다. 기술의 힘을 빌렸어도 될 만한, 박자가 밀리거나 호흡이 딸리는 부분조차 가능한 라이브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후반 작업을 한 태가 나는 앨범은, 익숙한 기존 곡들마저 새 노래를 만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모난 데 없이 제 몫을 하는 일곱 멤버들 사이사이 공연장의 분위기와 노래의 전체적인 색깔을 좌지우지하는 우현의 저력과, 레코딩에서는 들을 수 없는 야성미를 십분 발휘하는 동우의 활약이 특별히 돋보인다. 비교적 최근 곡들을 예전 곡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는 것도 무척 인상 깊은데, 긴 앨범을 전부 들을 자신이 없다면 앨범 중반 '마주보며 서 있어'에서 'Follow Me'까지 이어지는 파트를 우선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스트로
Autumn story
판타지오 뮤직
2016년 11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2016년이 막 시작될 때만 해도 신인 딱지를 떼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보이 그룹들 가운데 아스트로가 이토록 선방하고 있으리라 쉽게 예상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데뷔부터 청명한 소년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멤버구성을 바탕으로 보이 그룹으로서는 다소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상쾌한 보이팝'을 꾸준히 어필해 온 이들이 '숨바꼭질'과 '숨가빠'를 지나 안착한 곡은 기존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선 '고백'이다. 누군가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했나 플레이어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희미한 마무리가 무척이나 인상적인데, 이 흐물거림은 놀랍게도 교복과 차은우로 선택과 집중을 마친 뮤직비디오와 꽤 잘 어울리는 그림을 연출해 낸다. 댄스곡과 발라드가 적절히 안배된 앨범 구성도 청량한 보이 그룹의 정석, 그대로다.

첫 트랙 'Lonely'를 듣고 있자면 '팬들이 참 좋아하지만 대중적으론 어려운' 아이돌 팝의 특정 유형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것이 타이틀 '고백'에서는 상당한 설득력의 팝으로 전이되는 것을 느낀다. 로킹한 비트와 청량한 분위기로 감상적인 멜로디를 중화하는 이 곡은, 후렴마다 마지막에 너무나 정석적인 II-V-I이 따라붙어서 순식간에 모범생으로 변하는 것이 충격적인 분위기 전환을 이루는 점 역시 이색적이다. '물들어'는 이를 조금 말랑말랑하고 가볍게 바꾼 듯하다. '사랑이'는 약 10년 전의 거창하고 화려하던 보이그룹 발라드의 색채감을 살짝 끌어와, 처절하게 래핑하는 R&B라는 '국힙'의 어떤 전형성과 매끄럽게 접붙인다. 가요적 익숙함과 청량함이라는 기조는 작년부터 보이그룹 씬에 흘러들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구사된 사례는 어쩌면 조금 한정돼 있는데, 이 음반의 곡들은 그 기조를 단순히 답습하기보다 유행의 흐름과 계절감에 맞춰 변주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데뷔 때는 팔로워인 듯했던 아스트로가 어느덧 독자적인 선두를 향해 치고 나가는 것일까.

다른 것은 모르겠고 타이틀 '고백'의 경우 강하게 때려주는 건반 소리의 흥겨움이 평자를 매료시켰다. 작곡을 찾아보니 아니나다를까 이기용배. 후렴이 맥아리 없이 스르륵 사라지는 것까지 이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았다. 거기다 남자 그룹이니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랩까지. 기본 멜로디가 훌륭한데 뭘 이리 많이 넣어 흥을 다 깨놓는가 싶다. 좋아지려다 만 곡이라고나 할까. 여담이지만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복으로 점철되어 있던데, 이게 여자친구의 성공 방정식을 감안하여 또 하나의 '남자친구'가 되려는 포석이었다면 글쎄... 그게 얄짤 없이 모두 먹힌다면 다 교복 입고 아이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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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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